지난 27일 김대중 대통령은 전국에 걸쳐 활동하고 있는 민간단체 대표들을 청와대로 초청하여 간담회를 개최, 시민단체가 정부정책 수행에 있어 비판자의 기능뿐만 아니라 협력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해 줄 것을 요망했다. 시민단체를 국정 수행에 있어 일종의 파트너로 생각하고 있다면서 새천년을 맞이하여 시민단체의 역할이 더욱 증대될 것이므로 정부도 시민단체에 대한 지원을 강화할 것이며, 시민단체들도 국민들의 기대에 어긋나게 행동하지 말 것을 강조했다. 시민단체에 대한 정부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 증대되고 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시민운동가가 임명되어 활동하고 있으며, 여당 주도로 비영리민간단체지원법안이 제출되어 지난 중순 정기국회 말에 통과되었다. 소위 NGO지원법으로 통칭되고 있는 상기 법령에 의하여 시민단체들은 국공유 시설을 무상 또는 실비로 대부 또는 양여하거나 사용할 수 있으며, 중앙정부나 지자체로부터 보조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 또한 비영리단체는 세법에 따라 조세감면을 받을 수 있으며, 공익활동에 필요한 우편물은 요금의 일부를 감액받을 수 있어 앞으로 시민단체 운영에 있어 상당한 도움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시민단체의 중요성이나 그 역할에 대해 새삼 재론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이미 시민단체는 우리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그 동안 경제정의실천, 깨끗한 정치 추구, 교육환경 개선, 부패추방운동, 환경보호운동 등에서 시민단체들이 보인 활동은 괄목하며, 다양한 주제에 대한 문제 접근을 통하여 민주주의의 사회적 기반을 확충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NGO지원법 등과 같은 정부의 지원책에 힘입어 자율적이지 못하고 오히려 시민단체 조직 자체를 유지하는데 급급하거나 또는 각종 단체들이 정부의 지원금을 받기 위하여 우후죽순으로 생길 가능성도 있다. 정부도 보조금 지급을 미끼로 시민단체를 관변단체로 만들 우려도 있다. 따라서 어느때보다도 시민단체에 대한 역할이 기대되지만 한편으로는 시민단체 자체가 위상 정립에 있어 더욱 많은 노력과 스스로의 성찰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경기도가 만세에 길이 남을 기념탑을 세웠다. 2000년을 맞이해 개최하는 밀레니엄 축제 ‘새 천년 통일 기원제’를 완벽하게 준비한 것이다. 28일 파주 임진각에서 있은 ‘새천년통일기원제추진위원회’ 제4차 회의를 마친 후 가진 ‘평화의 종’ 제막식과 시험타종은 당초의 반신반의를 기우로 돌려 놓았다. 21세기를 상징, 21t의 무게로 주조된 ‘평화의 종’은 민족화합과 조국통일, 그리고 인류평화를 기원하며 분단의 현장 임진각 일원에 900만 경기도민의 뜻과 정성을 모아 ‘평화의 종각’과 함께 건립한 민족염원의 상징물이다. 인류평화가 어찌 우리만의 기원이겠는가. ‘평화의 종각’ 옆에 자리한 ‘피스가든(Peace Garden)’의 조형물 ‘평화의 돌’은 세계 64개국 86개 전쟁터의 한과 슬픔이 서린 돌을 모아 설계됐다. 이 ‘평화의 돌’ 역시 인류평화의 간절한 염원을 모아 경기도민이 세운 상징물이다. 이제 이틀 후인 2000년 1월 1일 0시가 되면 ‘평화의 종’이 15분간 타종된다. 각계 각층의 대표들이 타종할 ‘평화의 종’소리는 새 천년이 열리는 남북하늘에, 그리고 국민들의 가슴속으로 장엄하게 울려퍼질 것이다. 31일 밤 8시부터 새해 1일 미명의 1시30분까지 열리는 ‘새 천년 통일기원제’가 우리에게 희망을 주는 이유는 ‘미래를 향하여’ ‘통일기원제’ ‘철조망 끊기’ ‘평화의 종 타종’ ‘DMZ 2000’등 다양한 행사를 통해 지난 천년의 역사를 되돌아보고 새 천년의 민족화합과 도약을 다짐하는 엄숙한 자리이기 때문이다. 새 천년을 맞이하는 행사는 전국 방방곡곡에서 열린다. 그러나 경기도가 주관하는 ‘새 천년 통일기원제’는 경기도민만의 행사가 아니다. 국가적이요, 세계적인 축제다. ‘새 천년 통일기원제’를 계기로 새로운 21세기에는 민족화합과 인류평화가 이루어지기를 소망한다. 지난날 역사속에 있었던 미움과 분노와 원한이 용서와 화해와 사랑으로 피어나고, 이웃과 이웃, 겨레와 겨레, 나라와 나라가 모두 형제되어 서로 얼싸안는 세상이 되기를 기원한다. 무엇보다 먼저 남북으로 나뉜 이 땅이 하나가 되고 좌우로 갈라선 이 겨레가 하나로 합쳐지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행사의 주요 내용이 MBC-TV를 통해 세계 87개국과 전국에 생방송될 ‘새 천년 통일기원제’가 전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성공적인 대축제로 승화할 것으로 믿는다.
최근 여주군를 포함한 동부권역 10개 시·군은 숙원사업이었던 자연보전권역내 관광지조성사업허용을 위한 수도권정비계획법 시행령개정안이 좌절되자 오염총량제 전면거부를 외치며 강한 반발을 보이고 있다. 이 가운데 동부권역 시장·군수협의회장을 맡고있는 여주군 스스로가 환경행정을 펼치면서 과연 외부에 자신의 이익을 주장할만큼 떳떳했는가를 가늠케하는 일이 벌어졌다. 얼마전 군은 폐기물 불법소각매립 단속소홀과 관련(본보 6·7일자 13면 보도), 담당직원들이 3주에 걸쳐 철저한 자체감사를 벌인다며 요란법석을 떨더니 끝내 관련자 4명에게 가벼운 처분인 주의조치라는 용두사미 감사로 마무리했다. 여기서 취해진 주의조치는 부서장이 맡은바 업무를 불성실하게 처리한 직원들에게 항상 내릴 수 있는 경고일뿐 인사상불이익으로 이어지는 징계처분과는 거리가 멀다. 더욱이 도청감사관으로 전문감사업무를 지휘했던 이근홍 부군수조차 단 한명으로 인해 다수의 주민이 피해를 봤던 사실을 잊고 위법행위자가 고령이고 생계수단이 곤란해 법대로만 처리할 수 없었다는 궁색한 답변일색이다. 이에따라 군청내부에서도 직원들의 직무유기에 대한 관용이 자칫 각종 단속행정을 펼치면서 주민들의 거센 저항에 좋은 명분이 됐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새삼 각종 단속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공무원이 갖고 있는 권한은 국민이 그 권한을 위임했을 뿐이며 권한에는 책임도 뒤따른다는 사명감을 지닌 공복이 줄어드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여주=심규창 kcshim@kgib.co.kr
신당관계자들에게 밝힌 김대중대통령의 총선관이 언론에 논란이 되고 있는 것 같다. 본란 또한 이에대해 지녀온 생각을 밝힐 필요를 갖는다. 대통령은 야당시절에 여당의 독주를 저지할 견제 세력을 호소했다. 자신의 야당시절과 지금의 야당의 차이, 과거의 여당과 지금의 집권여당 차이가 다르다고 생각하고 있는지 먼저 듣고 싶다. 우리가 알기로는 본질적 차이가 없다. 만약에 대통령이 자신만은 다르다고 믿는다면 다분히 독선이다. 신당관계자들에게 밝힌 말가운데 독선이 발견되는 것은 심히 유감이다. ‘여권이 내년 총선에서 안정의석을 확보하지 못하면 경제동요, 노동계 불안으로 제2의 남미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또 ‘북한은 남한사회를 흔들어 남북문제가 어려워 질 것’이라고도 했다. 제 2남미설이나 북한책동설은 듣기가 민망하다. 아무리 당내 관계자들에게 한 말일지라도 듣기에 따라서는 국민에 대한 위압으로도 들린다. ‘개혁이 물거품된다’고도 했으나 벌써 형해화해버린 개혁의 실체가 무엇인지 우리는 알 수 없다. 지난 2년동안 안정의석을 확보했다. 비록 인위적 재편이긴 했으나 어떻든 안정의석속에 그동안 무엇을 했는지를 묻고싶다. 걸핏하면 야당이 발목을 잡는다고 우기는 것은 책임회피다. 자신의 생각은 다 옳다고 보아 상대의 승복만을 강요하는 비민주적 논리는 대통령이라고 해서 예외가 될 수 없다. 야당이 다 잘했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문제는 대통령의 통치스타일에 있다. 물론 내년총선의 안정의석 희구는 그로써는 당연하지만 대통령의 발언은 적절치 않다. 과거에 대한 평가, 미래에 대한 전망이 총선을 판가름한다. 대통령의 국민적 중간평가가 내년 4·13총선이다. 클린턴이 여소야대에 야당을 탓하거나 그를 구실삼아 국민의 불행을 말한적은 없다. 김대중대통령이 일방적 독주를 안정으로 여긴다면 과거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설사, 안정의석을 얻지 못해도 이를 극복해낼 수 있는 분명한 정치적 도덕성과 신뢰성있는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오히려 안정의석을 얻는 길이다. 국민의 신임은 어떤 요술적이거나 주술적 정치방법으로 이끌어 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 어떤 경우에도 나라와 국민이 잘되고 못되고 하는 것은 대통령의 절대적 책임이다. 헌법상 권력이 이같은 의무를 기속시키고 있다.
대학들의 고가(高價)입시전형료가 또다시 도마위에 올랐다. 정부가 수험생들의 부담경감을 위해 대학들에 입시전형료 인하를 권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대학들이 이를 무시하고 작년수준의 전형료를 책정, 여전히 돈벌이에 급급하다는 비난이 일고 있는 것이다. 올해 책정된 입시전형료는 특차가 3만∼4만원에 정시모집은 인문·자연계열이 3만∼4만5천원, 실기시험을 치르는 예·체능계열은 7만원에 이르고 있다. 현행 입시제도 아래서 수험생이 특차와 정시모집 4개 대학에 복수지원할 경우 최고 32만원의 전형료를 부담하게 된다. 이는 거의 작년과 비슷한 수준이다. 경제위기를 넘겼다지만 아직도 서민 가계가 주름살을 펴지 못하고 있는 형편에 자녀들의 입시전형료를 이처럼 최고 32만원이상 내야 한다면 여간 부담이 큰 게 아니다. 지난 9월의 국감자료에 따르면 작년 전국대학의 전형료 총수입은 7백12억원으로 순수 전형경비를 빼고 10억원의 흑자를 낸 대학이 있는가 하면 140여 대학이 대체로 3억∼4억원의 흑자를 낸 것으로 집계됐다. 입시전형료는 사용자 부담원칙에 따라 꼭 필요한 경비만큼 응시자가 내면 그것으로 족한 것이다. 그런데도 자녀입시에 약한 학부모 심리를 이용해 전형료로 대학이 장사를 하려 든다면 비난받아 마땅한 일이다. 입시 홍보나 신입생 설명회 비용을 전형료에 포함시킬 수 밖에 없다는 것이 대학측 설명이지만 대학 홍보비와 전형료는 전혀 별개인 것이다. 대학 홍보비나 설명회 비용을 수험생에게까지 전가시킨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일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대학이 출혈을 해가면서 전형료를 대폭 낮추라는 요구도 무리다. 적정선을 도출해서 전형료 부담을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입시전형료의 적정선은 대학마다 학교마다 다를 수 있어 획일적 전형료를 매길 수는 없다. 그렇지만 대학마다 전형료 사용내역을 성실하게 작성 공개해 공정성을 인정받음으로써 적어도 대학이 전형료를 받아 장사를 한다는 오해의 소지를 남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제 대학은 전형료 몇푼을 더 받아 챙기려는 얕은 수로 대학재정을 꾸려나갈 생각을 버려야 한다. 재단의 전입금 확충 또는 기부금의 활성화 등 근원적인 대책으로 재정난을 풀어갈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여야총재회담 치고 신통한 예가 없었다. 오죽했으면 ‘만나서 악수하고 사진찍고 밥먹고 나오면 그만이다’라는 말이 나왔을까. 또 있다. 면전에서는 덕담하고 복배해서는 험담하는 것이 여야총재회담이었다. 과거엔 그랬다. 구밀복검(口密腹劍)이란 말이 있다. 십팔사략(十八史略)에 나오는 말로 입으로는 달콤한 말을 하면서도 뱃속으로는 칼을 품고 있다는 뜻이다. 당(唐)나라 현종때 양귀비에게 뇌물을 바쳐 재상이 된 간신 이임보(李林甫)가 충신들을 경계해 입으로는 좋은말 하면서도 뒤로 모사를 꾸며 하나하나씩 주살했다는 고사에서 연유한다. 과거의 여야총재회담이 국민들 눈에는 악수하며 웃음짓지만 속으로는 칼을 품는듯 했다. 그러다보니 쇼아닌 쇼로 그쳐 되는 일도 없고 안되는 일도 없는 맹물회담이 되곤 했다. 과거엔 그랬다. 대타협의 실행으로 정국전환의 발전적 틀을 잡는 것이 여야총재회담이다. 대타협은 서로가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는 정치협상이다. 상대의 말을 듣기보단 자기의 생각을 더 많이 말하거나 덜주고 많이 얻으려고만 하는 것은 협상이 아니다. 연내 여야총재회담을 두고 말들이 많은 것 같다. ‘물건너 갔다’고도 하고 ‘두고 봐야한다’고도 한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과거와 같은 여야총재회담은 아무 쓸모가 없다. 굳이 연내로 못박는 것이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 언제해도 상관없다. 여야총재회담다운 참다운 회담의 면모를 국민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 국민들에게 정치복원의 신뢰를 주는 그런 여야총재회담이 될 수 없으면 아예 갖지 않는것이 더 낫다./白山
왜소한 A단체장과 풍체좋은 B단체장.이 두 단체장은 외모를 비롯해 여러면에서 다른점이 많다. A단체장. 그가 사는 집은 마치 재개발계획에 들어간듯한 낡은 연립주택이며 또 해묵은 가구살림은 초라하기 그지없다. 그는 체면도 있으니 관사를 구입하라는 주위 권유에 “예산이 7천만원 책정돼 있지만 그 돈이 어떤 돈인데 나 편하자고 함부로 쓸 수 있겠느냐”며 “직원 복지를 위해 활용할 것”이라며 극구 사양한다. 평소 청렴하기로 소문난 그가 가족보다는 남 돌보기를 더 좋아하며 월급봉투 한번 제대로 갖다주지 못했건만 불평없이 살아온 그의 부인 역시 부창부수라고 남편의 자상한 성격을 쏙 빼닮아서인지 늘 사람이 따른다. B단체장. 그는 당선직후 살던 집을 아예 처분하고 관사로 이주하면서 대대적인 보수작업을 한 결과, 지금 확트인 잔디정원과 넓직한 그의 관사는 멋있고 위풍당당하다. 그가 하는 중요한 업무중 하나는 표관리 차원에서 사람을 만나 불철주야(?) 식사하는 일이다. 그래서 많게는 하루에 저녁을 3∼4번씩이나 먹어야 하는 그가 살찌는 것을 막아보자는 취지에서 궁여지책끝에 생각해낸 것이 이른바 ‘황제 다이어트’다. 지금 그는 고기만 먹지 밥은 전혀 먹지 않는다. 과연 그다운 발상이다. 남편 부하직원 부인들을 거느리고 각종 행사에 수시로 얼굴을 내보이는 그의 부인 역시 내조차원을 넘어 이제는 인사에도 개입하는 등 치마바람이 만만치 않다. 지방자치가 정착됐다는 이 시대를 사는 우리 민선단체장들의 모습이다. /최인진기자 ijchoi@kgib.co.kr
겨울스포츠는 주로 실내경기다. 배구슈퍼리그가 곧 개막된다. 오빠부대는 이색 관중이다. 지역경기마다 제각기 스타플레이어를 환호하는 아니 열광하는 오빠부대들이 있다. 좋아하는 선수의 이름이 적힌 피켓이나 현수막을 내거는 것쯤은 약과다. 미친듯이 몸부림치며 연호하기가 예사다. 선수대기실이나 체육관통로를 점검, 사인공세를 벌이기가 일쑤다. 천마리의 학을 접은 선물같은 것을 전하지 못해 안달인 오빠부대 팬들도 있다. 여고생의 우상은 잘 알다시피 대중가요 가수들에게도 많다. 우상이 남자가수인 경우, 오빠부대가 움직인다. 극성팬은 참으로 집요하여 용케도 집을 알아내어 아침저녁으로 대문을 두들기지만 문은 열리지 않는다. 옛날의 스타들도 그랬다. 가수 조용필, 배구선수 장윤창은 20년전 사단규모의 오빠부대가 동원된 슈퍼스타였다. 조용필은 콘서트를 마쳤으나 문마다 오빠부대가 점거해 경비중인 전경의 옷과 방석모를 빌려 전경으로 위장, 간신히 탈출하기도 했다. 경기장 및 공연장의 이같은 오빠부대 학생을 두고 걱정스럽게 보는 눈들이 많다. 하지만 지나치게 걱정할 것까지는 없다. 오히려 운동선수든 가수든 우상이 있는한 적어도 이들이 다른데로 탈선할 틈은 없다. 그리고 때가 지나면 다 추억으로 남는다. 엊그제 오랜만에 조용필콘서트가 텔레비전으로 방송됐다. 30대후반의 여성들이 아이를 데리고 남편과 함께 관중석을 찾는 다복한 모습이 많았다. 그들중엔 왕년의 오빠부대도 있을 것이다. 농구큰잔치, 배구슈퍼리그를 찾는 지금의 오빠부대들 역시 이상스럽게 볼 것은 없다. 다만 그들은 이색관중일 뿐이다. /白山
요즘 각처의 유흥가와 번화가가 세기말을 즐기려는 인파들로 연일 새벽까지 흥청망청대고 있는 모습은 비정한 사회의 한 단면이다. 나이트클럽, 주점, 여관 등이 초저녁부터 만원사례를 이루고 유통업계들은 소위 ‘세기말 특수’를 노린 ‘밀레니엄 상술’로 과소비심리를 부채질하고 있다. 대형백화점들이 일정액수 이상을 구입하는 고객들을 대상으로 해돋이 비행기 여행과 스키여행을 내거는 등 각종 이벤트를 마련해놓고 과소비를 부채질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지금 온통 낭비풍조로 들떠 있다. 올해 우리나라의 주가상승률은 세계 8위를 기록했고 백화점의 연말세일은 매출액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고 한다. 국내외 휴양지로 향하는 비행기표는 구하기가 힘들어졌고 호화아파트 분양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호텔마다 송년회로 흥청거리고 고급 음식점과 호텔 식당은 지난 11월 거의 예약이 끝났다. 사치성 수입도 급증하고 기업들은 돈이 남아돈다고 한다. 그러나 가진 것이 없는 사람들의 세상은 그야말로 적막강산이다. 고아원, 양로원 등 사회복지시설에는 방문객이 줄어 더욱 쓸쓸하고 가장의 실직으로 무료급식을 받는 학생들이 이 순간에도 늘어나고 있다. 소년소녀 가장이 늘고 있으며 의탁할 곳 없는 노인들이 굶주림과 추위에 떨고 있는 것이다. IMF를 극복했다고 정부는 자랑하지만 빈부의 격차는 더 극심해졌다. 어려운 이웃은 아랑곳 없이 혼자만 잘 먹고 잘 살겠다는 이기심이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맥빠지게 한다. 내돈 갖고 내가 쓰는데 무슨 상관이냐는 생각이 사회연대의식을 깨뜨리고 있다. 경제는 호황이라지만 지금 우리 사회는 IMF로 인해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렇게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은 우리가 돌보지 않으면 지탱하기가 정말 어렵다. 이제부터라도 연말연시의 각종 모임을 줄여 어려운 이웃을 도와야 한다. 과소비성 쇼핑을 자제하여 추위와 배고픔에 떨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성금을 내야 한다. 우리의 작은 도움이 온정의 강물이 되어 이 춥고 메마른 사회를 적셔주는 것이다. 우리의 작은 이웃사랑이 화톳불이 되어 꽝꽝 얼어붙은 이 사회를 따뜻하게 녹여주는 것이다.
수천억원대의 수해복구, 이재민 대책이 발표됐었다. 수해예방을 위한 항구복구를 말하고 생계지원차원의 이재민구호에 만전이 강조됐다. 지난 8월 집중호우로 경기 북부지역이 전례없는 엄청난 물난리를 당했을 때의 일이다. 그런데도 막상 달라진 것은 없다. 수재민지원에 줄을 이었던 자원봉사자들은 이젠 좀 괜찮을 것으로 여겼다. 수많은 모금에 참여한 성금기탁자들은 지금쯤 좀 나아졌을 것으로 알았다. 그러나 현실은 그게 아니다. 정부나 행정당국의 지원비는 고사하고 그 많은 성금은 어떻게 쓰여졌는지 궁금할 만큼 이재민 현장은 참혹하다. ‘수해가 난지 5개월이 지났지만 변한것은 없다. 밀레니엄이라고 들떠있지만 우리에겐 사치일 뿐이다.’ 이같이 절규하는 수재민들은 썩은 냄새가 나는 집에서 늘어나는 빚더미속에서 무관심의 고독속에서 미지의 공포에 떨며 살고있다. 경기북부지역의 침수가옥 4천900여가구 가운데 740여가구는 개보수가 필요했으나 350여 가구만 복구됐을 뿐 370여가구는 아직도 거의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 연천군 군남면 등지에서는 5∼6가구가 천막생활을 하고 있다. 행정기관은 이들의 천막생활을 두고 나름대로는 할 말이 없지 않을 것으로 안다. 그러나 그 어떤 말도 사치스런 변명이다. 이 엄동설한의 강추위를 천막생활로 견뎌내야 하는 수재민들 사정은 행정당국이 상상하는 것 보다 훨씬 절박하다. 수해지역에 아직도 폐가가 즐비한 것은 ‘냄비행정’의 고질적 병폐다. 무슨 일이 터지면 그때만 호들갑을 떨다가 이내 흐지부지 되곤하는 것이 ‘냄비행정’의 속성이다. 사회는 잊어도 행정은 일관해야 하는데도 사회가 잊으면 행정도 일관성을 잃는다. 중앙행정, 지방행정 가릴 것 없이 다 이 모양이다. 북부지역이 지난 4년동안 한해를 걸른 3년에 걸쳐 해마다 수해를 당한것도 다 이때문이다. 자치단체는 우선 노숙이나 다름없는 천막수재민에게 거처를 알선해줄 책임이 있다. 방관만 하는 것은 이유여하를 불문하고 지방행정의 자세가 아니다. 아울러 수재민 전반에 걸친 현황이 어떤지 궁금하다. 수해시설 복구도 말처럼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인지 확인돼야 할 필요가 있다. 수재민대책이 아직껏 미흡한 것이 수해시설 복구인들 온전하겠는가 싶어 내년 여름이 웬지 자꾸 불안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