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성적

정치학자들은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전 대통령들의 성적을 대개 이렇게 평가한다. 박정희 대통령은 경제성장을 최우선 목표로 삼아 국정을 운영했다. 집권 말기인 1978년 이후 경제성장이 둔화되긴 했지만 대체로 두 자릿수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물량위주의 양적인 성장에만 치중한 나머지 물가상승률이 20∼30%를 넘어서는 경우가 많았다. 정치발전을 위한 기반조성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제9대 국회의 경우 정부제출 법률안은 478건이었고 이중 460건이 가결돼 96%의 통과율을 보였다. 부결된 법률안은 하나도 없었다. 전두환 대통령은 최악의 경제상황에서 취임해 경제발전과 물가안정을 약속했고 집권 3년만에 12.2%라는 두 자릿수 경제성장률과 임기 내내 5% 안팎의 물가안정을 이뤘다. 정치발전 풍토조성 면은 낙제점이다. 임기 중 국회의 정부제출 법률안은 모두 455건으로 이 중 413건이 가결돼 90.8%의 높은 통과율을 보였다. 노태우 대통령은 경제발전보다 물가안정을 강조했으나 물가는 한때 두 자릿수 상승률을 보이는 등 안정을 유지하지 못했다. 소득분배 구조는 개선됐다. 정치발전 풍토는 전환점을 얻었다. 13대 국회에서 헌정사상 처음으로 정부제출 법률안 중 부결된 법률안이 나왔다. 정부 제출 법률안은 86.3%의 통과율로 이전보다 낮아졌다. 북방외교는 성공적이었다. 수교국가가 130개국에서 165개국으로 증가했다. 김영삼 대통령은 경제발전을 약속했으나 국제통화기금(IMF)구제금융 신청이라는 최악의 상황에 이르렀다. 정치개혁은 약속한 대로 어느 정도 실효를 거뒀다. 지방자치제도의 전면적 실시는 국민의 정치참여 기회를 넓혔다. 1995년 6월 지방선거에서 현금통화량은 거의 늘어나지 않아 ‘돈 적게 드는 선거의 실시’가 이뤄졌다. 1998년 2월25일 취임한 김대중 대통령은 “ 오늘은 민주주의와 경제를 동시 발전시키려는 정부가 마침내 탄생하는 역사적인 날 ”이라고 강조했다. 스스로 용이 되겠다는 사람들이 열명 가까이 나댈만큼 김대중 대통령의 임기가 벌써 후반기에 들어섰다. 김대중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약속한 일들이 과연 이행될 수 있을는지 아슬아슬하다. /淸河

일회용품 규제, 있으나 마나

자원의 활용도를 높이고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92년 12월 제정된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이 유명무실한 상태다. 법제정 초기에는 ‘일회용품 사용자제’가 잠시 반짝했지만 지금은 스티로폼 용기, 나무젓가락, 이쑤시개, 종이봉투 등 사용이 다시 넘쳐나고 있는 것이다. 대다수 식당에서 스티로폼 용기로 음식을 배달하고 있으며 백화점 등 대형유통업체들이 ‘고객편의’를 이유로 각종 봉투를 무상으로 나눠주고 있다. 나무젓가락은 거의 모든 업소에서 쓰고 있고 이쑤시개의 경우도 출입구쪽에 하나만 비치하도록 돼있으나 식탁마다 놓여 있는 상태다. 이러한 음식점과 백화점 등은 물론 모두가 단속대상이다. 그러나 단속이 소홀할뿐 아니라 적발된다 하더라도 3개월간의 유예기간(시정기간)이 주어지기 때문에 효과가 매우 적다. 단속 후의 시정여부 확인 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3개월 후에도 시정하지 않으면 면적이 330평 이상인 업소는 300만원, 33평 미만의 업소는 200만원의 벌금을 물게 된다. 그러나 단속 유예기간 3개월은 업소에 대한 특혜가 아닐 수 없다. 환경부가 2003년쯤 이 기간을 줄이는 입법안을 낼 방침이라고 하지만 그때까지 기다릴 여유가 없다. 시정기간을 10일 전후로 해야 한다. 특히 최근 일반화된 대형 할인매장, 도매센터 등은 해당 점포가 임대형태일 경우 모두가 단속대상이나 개인소유로 10평 미민일 경우 대상에서 제외돼 개정이 시급하다. 더구나 담당직원이 거의가 태부족하여 단속의 손길을 펴지 못하는 기관도 허다하다. 1명 정도의 직원이 날마다 다른 업무는 전폐하고 일일이 모든 업소를 찾아다닌다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행정의 고질적인 문제는 제정만 해놓고 시행하지 않는 법률이 너무 많은 점이다. 일회용품 사용규제가 성과를 거두려면 시정기간을 10일 정도로 단축하고 주기를 정해 집중단속하는 방법을 택해야 한다. 현실에 맞게 관련법규를 개정하고 인력을 확충, 지속적인 단속을 실시하는 일이 자원의 활용도를 높이고 환경문제도 해결하는 길이다. 당국의 적극적인 대책을 바란다.

역사교육 이래선 안된다

일선 초·중·고교에서의 역사교육 비중이 점점 낮아지고 있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특히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으로 온 국민이 분노하고 있는 터에 교육당국이 ‘7차교육과정’을 마련하면서 역사교육시간을 줄인데다 국민공통기본교과인 고교역사 교과서에서 일제 침략기를 포함한 근·현대사를 제외한 것으로 밝혀져 경악을 금치 못하게 한다. 교육인적자원부가 이른바 ‘수요자 중심의 열린교육’구현을 위해 마련한 ‘7차교육과정’을 보면 역사과목의 경우 국민공통기본 사회교과로 분류, 초등은 기존 6단원에서 5단원으로 축소하고, 중학교는 교육시간을 주당 4시간에서 3시간으로, 고교는 6시간에서 4시간으로 줄였다. 더욱이 고교 역사교과서 내용을 고대에서 실학시대까지만 포함시켰을뿐 1860년 개항이후 일제침략기 등 근·현대사는 제외시켜 그 의도가 무엇인지 의아스럽다. 물론 교육당국은 교과내용에 근·현대사를 제외한 대신 ‘심화선택과목’에 이를 포함시켜 학생(수요자)들이 선택적으로 근·현대사를 배울 수 있도록 기회를 열어 놓고 있기는 했다. 그러나 대입 수능시험이 국민공통기본교과에서만 출제할 방침이어서 대입준비 고교생들은 근·현대사 교과를 도외시하고 공부를 소홀히 할 것은 뻔한 일이다. 교육당국은 일선 학교에서 심화선택과목인 근·현대사 교과를 선택해서 교육시키기를 바라고 있지만 고교 교육이 대입위주인 현실을 부인할 수 없는 상황이니 이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하겠다. 그렇다면 앞으로 고교 3년간 우리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근·현대사를 배우지 않은 학생들에게 어떻게 민족정체성 확립을 기대할 수 있는지 암담하기만 하다. 당국은 우리 역사교육이 기형적으로 이루어질 수 밖에 없는 ‘7차교육과정’을 당장 고쳐야 한다. 일본이 한일 강제합병을 합리화하는 등 근·현대사를 제멋대로 왜곡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는 의식이 확고하게 정립되는 가장 중요한 시기인 고교 교육현장에서 근·현대사 교과수업을 대입 준비에 몰입해 있는 학생들의 선택에 맡기고 있으니 한심하다 못해 개탄을 금할 수 없다. 최근 대학사회에서 우려하고 있는 인문학의 위기도 당국의 이같은 역사교육에 대한 미흡한 배려와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초·중·고교에서부터 역사교과를 이렇게 홀대하니 그런 현상이 일어날만도 하다. 민족정체성 확립에 기초가 되는 역사교육을 경시하거나 소홀히 해서는 우리의 미래는 어두울 수 밖에 없다. 교육당국의 신속한 시정을 재삼 촉구해둔다.

극일(克日)

해마다 두어차례씩 우리 사회를 열병처럼 뒤덮는 반일 감정이 일본역사 교과서 왜곡으로 다시 일어났다. 시민·사회단체들이 혈서를 쓰고 일본대사관 앞에서 시위를 벌이는가 하면 일본상표 불매운동까지 강행키로 했다. 하지만 일본측은 어디 실컷 떠들어 보라는 식이어서 불쾌하기 짝이 없다. 이러한 판국에 ‘자위대 강화’ ‘평화헌법 개정’등 일본 군국주의를 옹호하는 내용을 담은 일본 만화들이 국내에서 출간돼 큰 인기를 끌고 있다니 어처구니 없고 입맛도 쓰다. ‘침묵의 함대’,‘빛과 그림자’,‘정치 9단’등은 일본에서 베스트셀러를 기록한 만화들인데 국내에서도 성인만화 대여순위에서 10위 안에 든다고 한다. ‘침묵의 함대’는 1980년대 후반, 일본의 잠수함 함장이 군사적으로 미국에 종속된 나약한 일본에 반발해 ‘야마토’라는 독립국가를 세운다는 줄거리다. 즉 일본이 강한 군사력을 갖춰야만 제대로 된 국가의 역할을 할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빛과 그림자’는 두 젊은이가 일본의 나태한 현실을 바꾸기 위해 각각 야쿠자 조직과 정치계로 뛰어들어 활약한다는 내용이다. 이 만화 역시 일본이 나약한 모습에서 탈피하기 위해서는 평화헌법을 제정함으로써 세계평화에 적극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본군과 독일군을 영웅적으로 그린 ‘늑대의 포성’, ‘도로위의 괴물’,‘장갑척단 병’등도 청소년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 태평양전쟁을 미화하고 군국주의 부활 야망을 버리지 않는 일본인들에게 이런 만화가 어필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그러나 일본에게 최대의 피해를 당한 한국인, 그것도 청소년들이 선호하는 것은 만화라고 하여도 불안하기까지 하다. 일본의 역사왜곡 교과서 검정 통과에 대해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흐른다는 자성과 비판의 목소리가 일부에서 나오고 있지만,그렇지 않다. ‘극일(克日)’은 우리의 영원한 과제이다. “ 우리나라와 일본이 싸우면 어느 나라가 이겨요 ? ”라는 어린 아들의 질문에 어머니가 “ 지금은 일본을 이길 수 없지만 네가 어른이 되면 우리가 반드시 이긴다 ”고 대답한 어느 동화의 내용이 떠오른다. 극일의 희망인 청소년으로 성장한 어린 아들이 일본 찬양 만화에 빠져 있다면 일본을 어떻게 언제 이기겠는가. /淸河

용인시의 그릇된 개발시각

용인시가 아직도 난(亂)개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그동안 난개발로 몸살을 앓고 있는 용인시가 수지·구성·기흥 등 지역에 공동주택건설을 위해 국토이용계획변경을 추진중인 것으로 밝혀져 또다른 난개발을 부추기려 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것이다. 용인시가 추진중인 국토이용계획변경 주택건설사업장은 모두 15개소로 이 가운데 수지읍 신봉리와 기흥읍 서천리는 개발예정용지이며, 포곡면 삼계리와 구성읍 보정리는 녹지지구로 아파트 건설을 위해 15개 건설업체들이 이미 용인시 도시계획심의위원회에 사업승인를 신청해 놓은 상태다. 15개 개별건설업체가 건축할 아파트규모는 모두 8천500가구로 용인시는 곧 국토이용계획변경을 도에 신청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 지역들이 녹지 및 개발예정용지로 도시기반시설이 전혀 갖춰지지 않은 상태여서 이같은 공동주택사업이 계획대로 추진된다면 난개발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미 만성적인 교통체증에 시달리고 있는 용인 서부지역에 아무 대책없이 또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산발적으로 조성한다는 것은 무모한 일이다. 더욱이 용인시의 도시기본계획안이 현재 건교부에서 심의 중인데도 이를 무시한 채 국토이용계획변경을 추진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다. 행정기관이 어떻게 앞뒤 가리지 않고 이런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용인시는 얼마전에도 성복지구의 국토이용계획변경을 신청했다가 경기도로부터 반려된 바 있고, 난개발에 시달려온 구성면 주민들로부터 집단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당하기도 했다. 그런 용인시가 난개발의 심각성을 아직도 깨우치지 못하고 마구잡이 개발을 또 시도하고 있으니 한심한 일이다. 물론 경기도 당국이 용인시의 이같은 무모한 계획에 제동을 걸 방침이어서 다행이긴 하다. 그러나 우리가 이 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용인시의 도시개발에 대한 시각이 이 정도밖에 안되는지 정말 실망스럽기 때문이다. 용인지역의 난개발은 인구밀집에 따른 수도권 베드타운의 무계획적인 조성으로 비롯됐다. 건설업자는 택지를 조성하고 아파트를 분양해 이득을 취하면 그만이고, 지자체는 아파트 건설을 수익사업 차원에서 유치하기에 급급했다. 이로 인해 입주민과 기존 주민들은 만성적인 교통난에 시달려야만 했다. 도시기반 시설부족으로 삶의 질이 떨어지고 갖가지 생활불편으로 주민들의 원성이 극에 달한 난개발지역에 또 공동주택단지를 조성하려는 것은 상식적으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용인시는 이제 생각을 크게 고쳐잡아야 한다. 어떻게 하는 것이 ‘위민행정’인가를 깊이 새기고 이를 실천하도록 배전의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日 교과서 왜곡 단호한 대응을

일본 문부과학성의 검정을 통과한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 문제에 대하여 정부가 최상용 주일대사를 소환함으로써 한일간의 새로운 외교문제로 등장하였다. 더구나 최근 국회에서 여야의원들이 대정부 질문을 통하여 정부에 대하여 강력한 대응을 촉구하고 있으며, 심지어 초등학생들까지 성명서를 발표하고 또한 가두시위를 하는 사례까지 발생하여 앞으로 이는 더욱 확산될 조짐이다. 사실 그동안 정부는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 문제에 대하여 미온적인 태도를 취한 것이 사실이다. 정부는 지난 주말까지도 왜곡 역사교과서 8종에 대한 원본조차 입수하지 못하였는가 하면 주일대사는 교과서 검정 발표 이후 일주일이 지나도록 일본 정부 고위급 인사도 만나지 못했다고 하니 이 얼마나 미온적인 태도인가. 최근 일본에 대한 강력항의나 대사소환도 정부가 주도적으로 취한 조치라기 보다는 분노한 국민들로부터의 압력 때문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 일본의 왜곡교과서 문제에 대하여 정부가 얼마나 미지근하게 조치를 취했으면, 일본 언론에서조차 중국은 강한 불만을 나타내고 있는데, 한국은 유연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비아냥거리고 있는가. 대만, 베트남, 북한까지 우리보다 더욱 강력한 항의를 취하지 않았는가. 정부의 입장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지난 98년 김대중 대통령이 방일하여 한·일 파트너십을 강조하는 공동선언을 발표하고, 대북 햇볕정책에 대한 일본의 지지를 필요로 하는 정부의 입장에서 일본과의 관계악화는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파트너십은 상호 선린을 바탕으로 전개되는 것이지 일방의 짝사랑에 의하여 전개되는 것은 아니다. 최근 일본정부가 역사교과서 검정과정에서 취한 태도는 결코 파트너십 차원이라고 볼 수 없다. 정부가 뒤늦게나마 주일대사 소환 등 일본정부에 강력한 항의 조치를 취한 것은 다행이다. 정부는 이제부터라도 더욱 치밀하게 계획을 세워 일본에 대하여 강력하게 항의함은 물론 왜곡된 교과서가 시정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해야된다. 단순히 국민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형식적인 조치가 되어서는 안된다. 외교적 노력을 통하여 국제적 관심을 유도하고 동시에 양식있는 일본의 지식인들과 연대하여 일본 여론자체를 변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어느때보다 정부의 확고한 대일정책이 요구된다.

외교

외교는 명분과 실리의 싸움이다. 이를 어떻게 조화하여 상대의 체면을 살리면서 명분과 실리를 챙기느냐에 초점이 모아진다. 미·중간의 정찰기·전투기충돌 사건의 외교분쟁도 예외가 아니다. 미국은 이미 유감을 표명했으나 중국이 이에 만족하지 않는 것은 명분이 닿지 않는데 있다. 남의나라 영공에 들어와서 충돌을 일으켰으면 사과까지는 안해도 최소한 부시의 입으로 ‘미안하다’는 말을 해야 한다는 것이 중국측 생각이다. 그러나 부시는 취임이후 자국중심의 세계질서를 부르짖는 마당에 사과나 미안을 표명하는 것은 강대국의 자존심에 관한 문제란 생각을 갖고 있다. 이때문에 정찰기 승무원부터 빨리 송환할 것을 요구하는 반면에 중국은 너희들이 정 그러면 배상요구까지 하겠다는 으름장을 놓고있다. 실추된 전투기와 실종된 조종사등의 처리비를 물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당초 영공침범을 부인하던 미국은 이젠 문제의 전투기 조종사는 전에도 근접비행을 일삼았다며 충돌책임을 중국측에 돌리려 하고 있다. 제3자인 우리의 입장에서는 진실이 무엇인지 잘 알수 없지만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알수 있다. 미국이나 중국은 자존심을 건 일대 외교전쟁을 벌이고 있다는 점이다. 또 객관적으로 보아 미국정찰기가 영공을 침범했건 안했건간에 중국에 접근한 것은 첩보활동중 이었다는 판단이 가능하다. 첩보활동은 어느 나라나 다 하는 것이지만 드러나면 발목을 잡히게 마련이다. 미·중국의 이 외교분쟁은 결국 서로가 명분과 실리를 살리는 적정선에서 타결될 것으로 믿고 또 그래야 한다. 그렇지만 이를 지켜보면서 우리가 배워야 할 타산지석의 교훈이 있다. 좋은게 좋다는 식의 양보외교는 외교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한반도 주변의 4강외교에 우리는 얼마나 자기 목소리를 내고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 명분도 실리도 없는 외교는 이제 지양돼야 한다. 정부는 그래도 무슨 할말이 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현실이 그러하다. 외교엔 가상이 있을수 없다. /白山

건강보험공단 조사에 협조를

오는 7월로 예정된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의 건강보험 직장가입자 편입이 소위 ‘사회지도층’의 반발로 인해 제대로 시행될 수 있을지 의문시되고 있다고 한다. 건강보험공단이 저소득 근로자의 보험료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사업장 확대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5인 미만 근로자 고용 1만6천여 사업장 중 의원급 의료기관과 법무·변호사 사무실 등을 포함한 1천470여곳이 조사자체를 거부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전국 5인 미만 사업장 가운데 1천121개 업종 1만6천893개 업소를 표본추출해 관할 지사별로 직접 방문조사를 실시했으나 이 가운데 1천470여개 사업장이 조사를 거부했다고 한다. 조사대상 업소 가운데 의원급 의료기관 90여개소가 조사를 거부했고 법무·변호사도 40여 곳이 조사에 응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전체 조사대상 1천120여개 업종 가운데 이들 3개 업종의 조사 거부 사업장의 숫자가 전체 거부사업장의 10%에 육박했다. 이들 조사거부 사업장들은 대부분 건강보험공단 직원의 수차례에 걸친 방문에도 불구, 사업주의 보험료 부담증가 등의 이유로 완강하게 조사를 거부해왔다는 것이다. 이처럼 고소득 사업장의 조사거부가 잇따르자 일부 지사에서는 조사협조를 위해 관련협회나 단체 정기모임에서 제도의 취지를 설명해주겠다고 제안하고 나섰으나 역시 거절당했다. 소득이 높은 의사나 변호사들이 수차례에 걸친 방문 설득에도 ‘왜 하필 우리냐’ ‘오지 말라’며 거부했다는 것이다. 건강관리공단의 이번 실태조사는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라 오는 7월 부터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를 직장가입자로 편입시키기 위해 실시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이들 소규모 사업장 근로자들은 지역가입자로 분류돼 보험료의 절반을 사용자가 부담하고 있는 5인 이상 사업장의 직장가입자에 비해 불이익을 받아 왔다. 건강보험공단의 이번 실태조사는 저소득근로자의 보험료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것이다. 이러한 조사에 다른 영세사업자와는 달리 제도의 취지를 충분히 알만한 일부 사업장에서‘법대로 해보라’며 계속 버티고 있다는 것은 사회윤리상 크게 잘못된 태도로 국민적 비난을 면키 어렵다. 건강보험공단의 지속적인 실태조사 완료는 물론 사회지도층의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해 마지 않는다.

공장총량제 완화 미루지 말라

정부의 하는 일이 하나같이 미덥지 못하다. 건교부가 지난달 수도권정비실무위원회에서 의결한 수도권 공장건축총량제 규제완화조치에 대해 제동을 걸고 재검토 하도록한 것은 국정의 난맥상을 드러낸 좋은 예다. 국가차원에서 추진된 규제완화시책이 지역이기주의에 사로잡힌 지방자치단체들의 억지 때문에 주춤대고 있는 것은 국가발전을 위해 크게 우려할 일이다. 더욱이 어처구니 없고 한심한 것은 건교부의 이같은 석연치 않은 조치가 얼마전 취임한 충남출신의 오장섭장관이 공장건축총량 규제완화에 대한 충청 등 비수도권 지역의 반발을 의식했기 때문이라는 의혹이 짙다는 점이다. 특정지역보다는 나라 전체의 국익을 위해 주요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해야할 중앙부처 장관이 사사로운 지역이기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니 이러고도 앞으로 어떻게 숱한 정책들을 공평무사하게 추진할 수 있을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당초 수도권정비실무위원회가 수도권의 공장건축총량 면적을 작년보다 16.2% 늘어난 294만2천㎡를 배정하고 산업단지와 자유무역지역·중소기업협동화단지·공업용지 등 계획입지에 대해서는 배정총량에서 제외키로한 것은 경기도 및 인천시의 건의와 정부가 추진한 각종 규제완화시책에 따른 것이었다. 그러나 건교부의 비상식적인 눈치행정으로 공장건축총량 배정이 지연됨으로써 도내 1천여 기업체가 공장 신·증축을 못해 애태우고 있다. 상당수 기업들이 생산차질로 수출계약을 파기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니 단 몇달러의 수출이 절실하고 아쉬운터에 기가 막힐 일이다. 이는 해당 기업체의 손해는 물론 국가 신인도를 떨어뜨리게 되는 것이므로 정부차원의 신속하고 합리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두말할 것도 없이 수도권에만 적용되는 각종 규제는 이제 국가경쟁력 제고와 국익차원에서 대폭 풀어야 당연하다. 그런데도 수도권 이외의 지자체들이 산업단지 등 계획입지에서의 물량을 공장건축총량에서 제외시키는것 조차 반대하는 것은 명분도, 이유도 가당치 않은 억지에 불과하다. ‘균형발전 저해’운운하는 것은 근시안적인 지역이기주의의 아집일 따름이다. 비수도권 지자체들은 편협된 이기주의에서 벗어나 한단계 높은 국익차원에서 국정에 협조해야 한다. 건교부 등 관계당국도 특정지역 눈치만 보지말고 현실에 맞는 정책을 소신있게 추진하는 강력한 행정력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전문 신고꾼

교통법규는 사회생활의 기초질서다. 기초질서는 시민정신에 의해 유지돼야 한다. 그러나 불행히도 지금 우리사회는 시민정신이 충만하다고 볼수 없는게 현실이다. 경찰이 교통법규위반 차랑 신고에 포상금을 내건게 이때문이라는 고충은 이해한다. 문제는 순기능보다 더 강한 역기능에 있다. 전문신고꾼들이 늘어간다고 한다. 실업자가 늘다보니 그러는가보다. 한건당 포상금이 3천원이다. 별로 하는일 없는 이들가운데 더러는 교통법규 위반 차량신고를 전문으로 한다는 것이다. 위반 다발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한다. 빌딩같은데서 망원렌즈로 차량번호가 찍힌 위반장면을 카메라에 담아 경찰에 신고하는 건수가 하루에 보통 100건인 경우도 있는 모양이다. 물론 경찰은 확실한 내용만 선별해 포상하겠지만 적잖은 수입을 올리는 것같다. 어느 아파트단지에서는 그 아파트에 사는 전문신고꾼이 아침마다 출근길의 사소한 위반차량을 마구잡이로 찍어 경찰서에 신고해 포상금을 탄 사례가 있다. 그러나 이를 권장할 일은 못된다. 좀 오래된 얘기로 서울에서 어느 40대 중소기업사장은 얌체같거나 위험이 현저한 위반차량은 몇백m, 몇㎞를 추적해 기어이 붙잡아 경찰에 넘기기로 이름나 ‘거리의 보안관’이라는 말을 들은적이 있다. 그땐 포상금이 있는 것도 아닌데도 위반자가 정식 재판을 요구하는 일이 있으면 자진해서 법정에 나가 증언하기도 했다. 이것이 곧 시민정신이다. 시민정신을 돈주고 사는 것은 시민정신일 수 없다. 포상금으로 신고라는 이름의 고자질을 일삼게 하는 것은 시민화합 측면에서 재고해야 할 점이다. 포상금에 눈이멀어 한 아파트 한동네에 사람도 몰라보게 만드는 것이 교통법규위반차량 신고 포상금제다. 전문신고꾼들을 가리켜 흔히 신종직업이라고 표현하지만 돈을 탐내 남을 벌받게 하는 일을 직업이라고 할수는 없다. 포상금제 실시이후 전문신고꾼들이 설친다 해서 교통법규 위반차량이 줄었는가, 잘은 몰라도 줄지 않았을 것이다. 공연히 사회이간 요인만 키우고 국고만 낭비하는 셈이된다. 교통법규위반차량 신고포상금제는 당장 없애야 한다. /白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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