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부당 해고… 평택 경비원의 눈물

3개월짜리 초단기 계약을 반복하다 부당하게 해고당했다며 문제를 제기(경기일보 1월2일자 20면)한 끝에 복직된 아파트 경비원이 다시 거리로 쫓겨나게 됐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26일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평택안성지역노동조합(이하 노조)에 따르면 A씨(71)는 지난 2020년 9월5일부터 평택의 한 아파트에서 경비원으로 근무해왔다. 노조 측은 경비원이 소속된 경비업체가 바뀌면서 알 수 없는 이유로 A씨의 고용승계가 거부당했다며 부당 해고라고 주장하고 있다. A씨가 이 같은 일을 겪은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A씨는 이전 업체와도 3개월 단위의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근무해오다 지난해 12월 휴게시간에 잠을 잤다는 이유 등으로 계약 연장을 거부당했다. A씨는 부당 해고라며 노조와 함께 억울함을 호소한 끝에 1년 단위 근로계약서를 쓰고 복직했다. 당시 다른 경비원 7명과 청소근로자 3명 등도 3개월 단위가 아닌 1년 단위로 근로계약서를 체결토록 만들었는데 이 점 때문에 눈엣가시로 여겨져 해고당한 게 아니냐는 게 노조 측 주장이다. 김기홍 평택안성지역노조 위원장은 “해당 업체 관계자와의 통화에서 면접 시 옷을 제대로 입지 않았고 명찰을 착용하지 않는 등 복장 불량이라는 답변을 들었는데 업체와 A씨의 면접은 점심시간에 이뤄졌다”며 “경비원은 아파트에 직접 고용된 게 아닌 간접 고용된 특수성 때문에 아파트 누군가의 눈밖에 나기라도 하면 언제든 해고될 수 있는 파리 목숨”이라고 지적했다. A씨도 “업체로부터 제대로 거부 사유를 듣지 못했다”며 “남은 근로자도 1년 단위가 아닌 3개월 단위로 근로계약서를 쓰도록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내년 1월1일자로 바뀌는 업체에서 8명 가운데 A씨와 다른 경비원 1명 등 2명은 해당 업체에서 필요 없다고 판단해 고용하지 않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황갈리나 평택고려인지원협의회 공동대표 “고려인, 고국 정착 도울 것”

어느 날 손주가 질문을 던졌다. “고려인(한국인)인 나는 왜 카자흐스탄에 살고 러시아어를 사용하느냐”는 물음에 마음이 울렸다. 기억 속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아리랑을 부르곤 했다. 그럴 때면 고국이 그립다며 종종 눈물을 훔치셨다. 한국이 어떤 나라인지 궁금했고, 보고 싶었다. 다섯 해 전 황갈리나 평택고려인지원협의회(이하 협의회) 공동대표(66)가 한국행을 택한 이유다. 황 대표가 정착한 곳은 평택시 포승읍이다. 그는 포승읍 도곡 6·7·12리에 동구권과 중앙아시아 출신 이주민 5천여명이 거주 중이며 이 가운데 3천500명 이상이 고려인이지만 아직 정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가장 큰 어려움은 의사소통이다. 한국어가 능숙하지 않아 구직 활동에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카자흐스탄에서 고려인이 최초로 정착한 지역인 우슈토베에서도 가장 큰 학교인 ‘우슈토베 51번 학교’ 교장으로 근무했던 그도 정작 한국에서 처음 구한 일자리는 식당 청소였다. 그는 “한국어를 할 수 없으니 화가였던 사람도 재능을 살리지 못하고 공장에서 생산직으로 근무 중인 데다 고려인 대부분 노동 시간이 길고 맞벌이인 경우가 많다”며 장시간 노동에 따른 자녀 교육과 돌봄에 공백이 생겨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그는 “오후 8~9시 일을 마치고 퇴근하면 아침 일찍 출근하기 위해 저녁식사 후 바로 자야 하는 상황”이라며 가정교육과 돌봄이 어렵다고 했다. 더욱이 러시아어 화자가 있는 돌봄 기관이나 학원이 없어 아이들은 하교 후 또래와 어울려 이곳저곳을 돌아다닌다고 했다. 교육자였던 그는 이대로는 안 된다는 생각에 2020년 포승에 학원을 차렸다. “고려인 아이들이 한국어를 배워 한국 사회에 적응하고 부모보다 더 좋은 직장에 다니면서 미래를 일궈나갈 기회를 만들어줘야 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12월9일 발족한 협의회 공동대표를 맡은 것도 고려인이 겪는 이 같은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그는 평택안성흥사단, 평택외국인복지센터, 안중로타리클럽 등과 함께 협의회를 구성하고 있는 여러 단체와 힘을 모아 지원 조례 제정은 물론 고려인 커뮤니티 센터 설립, 고려인 마을 축제 개최 등을 추진하려 한다. 그는 “학원을 운영하면서도 언어장벽을 넘기 쉽지 않았는데 지역 단체들로부터 협의체를 만들자는 제의를 받아 굉장히 기뻤다”며 “이런 일을 하고자 하는 사람이 혼자가 아니란 사실과 함께 한국인과 고려인은 차이가 없다고 지역으로부터 받아들여진 것에 감동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생각이 많지만 아이들을 위한 공간과 젊은 사람들이 한국 전통문화를 배우거나 노인 대상 의료 봉사를 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커뮤니티 센터를 우선 설립하고 싶다”며 “우리를 반기는 다른 나라는 없다. 앞으로 고려인들이 한국에서 정착해 잘 살아갈 것이라 믿는다”고 밝혔다.

주한미군, 성탄절 맞아 홀몸어르신 위한 따뜻한 사랑 나눔

주한미군 병사들이 성탄절을 맞아 평택지역 홀몸어르신들에게 선물을 전달하며 이웃사랑 정신을 되새겼다. 주한 미8군 제2전투항공여단, 캠프 험프리스 기지사령부 본부중대, 카투사 병사들과 평택 길위의교회(담임목사 정용준)는 지난 22일 카투사 병사들과 함께 ‘제6회 길 위의 크리스마스-공명(共鳴)’을 진행했다. 이날 이들은 지역 내 혼자 사는 어르신들을 직접 찾아가 성탄절 인사를 나누고 쌀·라면과 즉석 식품 등 식료품, 화장품 등 생필품, 목도리와 담요 등 방한용품을 담은 꾸러미를 전달했다. 길위의교회는 지난 2018년부터 매달 홀몸어르신 등 생활이 어려운 이웃을 돕고 있으며 매년 성탄절엔 주한미군과 함께 ‘길 위의 크리스마스-공명’이란 이름으로 행사를 열고 이들을 위한 꾸러미를 전달하고 있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앨런 맥클렌드 소령은 “에스겔서 16장에 따르면 소돔과 고모라는 가난한 사람을 돌보지 않아 심판받았다”며 “미국과 한국이 우정을 맺은지 70년이 되는 올해 우리가 어려운 사람을 위한 베풂에 참여하는 것이 은혜”라고 말했다. 정용준 목사는 “우리가 도움을 드리는 홀몸어르신 대부분 폐지를 줍고 사시며 가난만큼 찾아올 사람이 없는 고독과 싸우고 있다”며 “이 행사는 작은 마음을 모아 큰 기적을 이웃과 체험하는 섬김이며 앞으로도 이 일을 계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90억대 투자 사기범, 전자팔찌 끊고 도주...검찰, ‘징역 6년’에 항소

선고 당일 전자팔찌를 끊고 달아났다가 붙잡힌 90억원대 투자사기범이 징역 6년형을 받자 검찰이 항소했다. 수원지검 평택지청 형사3부는 21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해 항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피고인이 범행을 부인하며 개전의 정이 없는 점, 현재까지 45억원 상당의 손해가 변제되지 아니한 점, 보석기간 중 도주하는 등 사법제도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한 점 등을 고려했다”며 “죄에 상응한 형의 선고를 구하기 위해 항소했다”고 설명했다. A씨는 지난 2016~2017년 자신의 사업에 투자하면 수익을 나눠주겠다며 투자자들에게 91억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지난해 1월13일 구속 기소 됐다. 이후 법원에 보석을 신청하면서 같은해 2월9일 전자팔찌 부착을 조건으로 석방됐으나, 선고당일인 지난 10월6일 전자팔찌를 끊고 달아났다. 이후 검찰은 68일만에 충북 충주의 한 숙박업소에서 A씨를 검거했다. 검찰 관계자는 “현재 경찰이 피고인의 전자장치 훼손의 점에 대해 공용물건손상 혐의로 수사 중”이라며 “피고인이 도피 과정에서 다수의 대포폰을 사용한 정황이 확인되는 바 경찰과 긴밀히 협력해 도피 조력자의 확인 등 범행 전모 규명을 위해 최선을 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평택시의회 “평택호, 중점관리저수지로 지정해야”

평택시의회가 평택호 수질 개선을 위해 정부 주도의 수자원안심대책을 수립해 줄 것을 촉구했다. 18일 시의회에 따르면 시의회는 전날 열린 제2차 본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국가 주도의 수자원안심대책 수립 촉구 건의문’을 채택했다. 시의회는 건의문을 통해 “오랜 기간 평택호 유역의 10개 도시에서 방류되는 하수·폐수의 처리수와 축산 폐수를 비롯한 각종 오염원의 유입으로 평택호의 환경은 변화했고 수질은 점차 악화돼 가고 있다”며 “K-반도체 벨트 조성에 따라 반도체 제조 공정에 이용된 방류수의 평택호 유입으로 인한 수질 악화 가능성에 대해 시민은 깊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평택호 유역 10개 도시에서 방류되는 하수·폐수의 처리수에 의한 환경 변화, 축산폐수에 의한 오염, 반도체 방류수 유입에 따른 수질 악화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국가 주도의 수자원안심대책이 절실한 때”라며 정부가 평택호를 중점관리저수지로 지정하고, 평택호 유역에 국가수질안심센터 건립해줄 것을 촉구했다. 저수량이 1천만㎥ 이상이며 수질 오염도가 환경 기준을 초과한 저수지가 중점관리저수지로 지정되면 수질 개선에 필요한 예산을 우선 지원 받을 수 있다. 평택호의 저수량은 1억2천300만t이나 TOC(총유기탄소)가 2010년 4.7㎎/ℓ에서 2019년 5.3㎎/ℓ로 악화하는 등 농업용수 기준인 4등급을 초과했다. 유승영 의장은 “주변 지자체의 하수처리수와 오염물질이 유입되는 상황에 시민의 걱정이 많다”며 “평택호 수질 개선을 우선적으로 하기 위한 대책을 수립하려면 정부가 관심을 갖고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평택 지역 시민단체, 송탄 상수원보호구역 해제 반대

평택지역 시민단체들이 송탄(진위) 상수원보호구역 보전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나섰다. 서평택환경위원회, 평택환경행동, 평택시발전협의회, 평택포럼 등 19개 시민단체는 18일 오전 평택시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처럼 촉구했다. 이들은 앞서 지난 7월 정부가 용인을 반도체분야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로 선정하고 용인 남사면과 이동읍 일대에 첨단 시스템 반도체 국가산단이 들어서면서 조속한 개발을 위해 정부, 안성, 용인 등이 상수원보호구역 해제를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정장선 시장이 시의회 시정연설을 통해 상수원보호구역 조정을 언급한 건 성급하고 섣부른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정 시장은 지난달29일 시의회 시정연설에서 용인반도체 국가산단 조성은 국책사업으로 진행되는 사업인 만큼 상수원보호구역 조정이 불가피한 실정이라고 발언했다”며 “이에 시민환경단체들은 크게 우려하고 분노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평택호 수질은 현재 4~5등급으로 농업용수로 적합한지조차 우려되는 상황에서 현재 1~2등급인 진위천 상류의 상수원보호구역 해제·축소는 안성천 수계의 수질 하락을 더욱 부채질할 것”이라며 “안성천 수계와 평택호 수질 개선을 위한 여러 협의체가 구성됐지만 실질적인 활동과 중장기 계획 수립, 실행 조치는 진전이 없는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안성천과 진위천의 수질 개선 없는 상수원보호구역 해제는 단호히 반대하며 상수원보호구역 사수를 통한 평택호와 안성천수계의 수질보전은 평택시민의 건강권을 넘어 전국민의 건강을 지키는 일”이라며 송탄 상수원보호구역 해제에 반대하고 보전 대책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아울러 시와 시의회가 상수원보호구역에 적극 나설 것과 정부와 경기도가 안성천 수질 개선을 위한 실질적 계획을 먼저 수립하고 실행할 것도 요구했다. 이동훈 평택시 발전협의회장은 “국가가 추진하는 첨단 산업단지지만 평택 시민의 생명줄인 상수원 보호구역에 어떠한 대안 제시나 해법 없이 해제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더욱이 시는 시민 의견 수렴 없이 상수원보호구역 조정 등을 논의해선 안 되며 시민과의 대화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거나 시민과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물산, 평택 고덕공장 ‘불공정 행위’ 논란

평택 고덕산단서 공사를 벌이고 있는 삼성물산이 지역 업체들을 배제(경기일보 15일자 8면)한 가운데 일부 협력업체에 공사비도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다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 커지고 있다. 17일 평택시 등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지난 2015년부터 오는 2030년까지 고덕산단 내 부지 약 290만㎡에 대해 수십조원에 달하는 공사를 진행 중이다. 이 가운데 지난 2020년 말부터 진행한 공장 건설에 참여한 삼성물산 협력 업체 가운데 일부가 삼성물산이 임의로 계약을 변경하고 계약금액 조정 등을 강요했다며 문제를 제기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단가를 수년 전 기준으로 계산하거나 선공사 후 공사 변경 내용을 작업지시서나 변경 계약서 등에 반영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제 한 업체가 지난달 금융감독원의 전자공시시스템에 올린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공사 2건을 완료했는데도 70억여원을 아직 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돼 공사비 미지급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앞서 삼성물산은 울산 새울원전 3·4호기 건설 과정에서도 공사비 미지급 등으로 협력업체들로부터 반발을 산 바 있다. 당시 업체들도 설계 변경에 대한 대금 지급 지연 등으로 도산 위기에 처했다고 호소하며 문제를 제기했다. 한 업체 관계자는 “현 정부의 대기업 중시 경제정책의 대표적 폐해를 삼성물산이 행하고 있다”며 “실태를 조사해 불공정한 행위를 근절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 삼성물산 관계자는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이고 기성 역시 공정에 따라 정상적으로 지급되고 있다”며 “해당 업체의 공시된 계약 중 평택 관련 공사는 5건이며 1건은 정산 계약 진행, 2건은 정산 협의 중으로 시공 물량에 대해선 기성 지급을 완료해 미수금이 없다”고 해명했다.

공간의 재구성…평택 교차공간818 ‘그린라이트’

공공연히 존재하지만, 그 존재를 부정 당해온 것들이 있다. 무의식에 억압 당한 불쾌한 기억처럼 그 존재가 일상 세계로 나오려는 시도는 일체 부정 당한다. 반대로 그곳을 들여다보려는 행위도 터부시한다. 불법이면서 동시에 실재하는 공간인 성매매 집결지가 그러하다. ‘교차공간818’과 ‘공간 삼리’에서 지난 1일 개막한 평택1구역 재개발지역 전시프로젝트 ‘그린라이트’의 출발점이다. 재개발로 곧 사라질 ‘쌈리’(평택역 인근 성매매 집결지)는 그간 열려 있으면서도 닫힌 공간으로 존재했다. 전시 제목 ‘그린라이트’엔 이제 쌈리로 들어갈 수 있다는 청신호이자 쌈리란 공간과 이곳에서 이뤄지던 삶의 기억을 되돌아볼 수 있는 청신호란 의미가 담겼다. 강범규, 녹음(김한우, 문소현, 박유석, 수무), 박영희, 안민욱, 양성주, 평택미클, 형태와 소리(이경민, 한수지), 황혜인 등 8인의 작가가 참여한 이번 전시는 일부 여성들이 이곳에서 몸을 팔아 생계를 유지해야 했던 ‘지상 위의 섬’으로 보고, 회화·사진·설치·영상·소리 등 다양한 방법으로 공간을 기억하거나 재구성했다. 전시는 교차공간818에서 출발한다. 식당 건물 2층에 있던 여관을 통째로 전시 공간이자 지역의 기억을 아카이브하는 장소로 탈바꿈시킨 이곳에선 변화의 과도기 속에서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평택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특히 강범규 작가는 쌈리 입구 아스팔트 도로에 새겨진 ‘청소년 금지구역’ 문구를 부수고 ‘여성안심구역’, ‘문화의 거리’를 그려내는 작업으로 ‘이제 더는 이곳이 성매매 집결지가 아니다’란 공간의 재편을 선언한다. 전시는 ‘공간 삼리’로 장소를 옮겨 이어진다. 성매매 업소로 쓰인 건물을 리모델링 없이 기존 구조 그대로 사용했지만 전시 작품은 공간을 재구성해 관객에게 생경한 풍경을 선사한다. 형태와 소리의 ‘빛 조형 언어’, 녹음의 ‘물의 자리, 돌 풀 바람’은 각각 조명과 소리 등 전자적 요소와 제주도에서 수집한 소리와 영상을 토대로 이곳을 낯선 장소로 느끼도록 구성했다. 성매매업소 점포였던 공간의 특성을 극대화하기도 한다. 안민욱 작가는 ‘영적(映赤) 드로잉’을 통해 이 공간이 주는 낯선 감정과 생각을 홍등가를 연상시키는 조명이 내리쬐는 한지에 그렸다. 또 관객이 직접 사인펜으로 작품에 그림을 덧그리도록 참여를 유도한다. 이 과정에서 한지를 찢거나 훼손할 것 같은 아슬한 경험으로 성매매 업소였던 공간이 주는 불안한 감정이 전해진다. 평택미클은 이곳에서 발견된 메모, 도서, 인형 등을 모아 업소 내부를 재구성한 ‘하나의 방’을 통해 쌈리의 특수한 일상과 보통의 일상을 구현했다. 방에 놓인 일상용품을 통해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은 일상을 구가한 사람이 이곳에서 살았다는 점을 강조한다. 동시에 대상화된 성매매 종사자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충돌시킨다. 반면 양성주 작가는 도시형 생활주택과 공동주택 건설로 폐쇄를 앞둔 이곳의 소멸과 상실, 기억과 치유를 서화에 담았다. 앞으로 이 일대가 희망적인 공간으로 변화하길 기원하는 작가의 소망이 엿보인다. 이정은 교차공간818 전시감독은 “재개발이 이뤄지기 전 사실상 마지막 남은 성매매 집결지인 이곳의 공간과 시간을 탐색한 작업을 통해 이곳의 특수한 삶과 그 속에서의 일상적인 삶을 조명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내년 1월14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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