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아침] 전통미의 진수 단청

21세기 전통의 미를 논한다면 자체가 진부한 담론으로 여겨질지 모른다. 하지만 아무리 국제화를 외친다 해도 철저한 자신의 정체성이 기본이 안 된다면 새 시대 새로운 문화양상의 탄생은 가치 없는 일일 것이다. 문화예술 분야에서 서구의 유행 사조만을 뒤쫓기 바빴던 우리의 지난 세기의 오류들을 깨닫고 이제는 그야말로 간과해 왔던 우리 역사, 미의식을 되찾아야 할 마땅한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우리 미의 중심에는 불교미술이 있다. 불교미술은 표면적인 화려함뿐만 아니라 내재해 있는 종교적 깊이를 경험할 수 있으며 전통의 미가 고스란히 배어져 있는 바로 우리의 것이다. 4세기 후반 외국에서 들어온 불교는 우리 민족과 1700년 가까운 세월 동안 동고동락하면서 부드럽고도 세련된 불교 미술품들을 조성했고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문화유산들로 남아있다. 그중에서도 우리의 고유 정서와 어우러져 발전해온 장르가 단청이라 할 수 있다. 단청은 넓은 의미에서 회화, 조각, 건축 등에 행해지는 모든 채색을 의미하며, 좁은 의미에서는 목조건축물에 칠해지는 건축 채색을 의미한다. 단청은 주로 건물의 장식과 목재의 보호, 건물의 위계 등을 나타내는 목적으로 수행되며, 건물의 격과 용도에 따라 문양과 색의 밝고 어두운 정도를 달리한다. 단청은 음양과 오행설에 기조를 두고 청, 적, 황, 백, 흑색을 오채로 기본색에 음양에 맞추어 중간색을 만든다. 다섯 가지 색과 중간색을 음양에 따라 배색하면 단청의 색감이 된다. 단청의 색조는 역사적으로 민족적 생활감정과 기호에 많은 영향을 받아왔을 것이며 시대성을 반영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 전통을 복원한다는 것은 지켜야 할 엄격한 자연의 법도를 지키는 일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지킬 것이 있어 이를 위한 끈기와 인내가 필요하고 면밀한 사전준비가 있어야 하므로 현대와 같은 빠름의 시대에 우리에게 시사 하는 바가 크다고 할 것이다. 선인의 큰 가르침에 공자의 온고지신(溫故知新)이 있고 연암의 법고창신(法古創新)이 있다. 온고를 제대로 모르면 할 수 없으며 법고의 이치를 이해하지 않고서는 창신 할 수 없다. 단청의 연화와 석류의 단아하고 화려한 도안에서 오방색의 원색적인 조화를 보면 그간 잊고 살았던 우리가 보인다. 한경순 건국대 교수 한국문화재보존과학회 명예회장

[인천의 아침] 박남춘 시장, 패착의 마이웨이

민선 7기 박남춘 인천시장의 임기가 1년 남았다. 재선 도전 의사를 분명히 밝힌 터라 남은 재임기간 동안 유권자들에게 가시적 성과를 보여줘야 할 처지다. 하지만 박 시장이 지난해부터 최우선 현안으로 다루었던 2025년, 수도권매립지 사용종료 등 친환경 자원순환 도시 조성이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공전하고 있다. 우군이 돼야할 같은 정당 소속의 환경부 장관은 서울시장과 편을 먹었고, 여당 내 주요 대통령선거 후보들도 수도권매립지 사용종료를 인천의 주요 지역공약으로 선뜻 채택하지는 못하는 모양새다. 서울과 경기 표를 계산할 수밖에 없어서다. 자칫 박 시장이 책임론에 몰릴까 걱정된다. 수도권 대체매립지 2차 공모에 실패한 환경부는 자원순환정책을 강조하면서 기존 수도권매립지의 지속적인 사용을 공식화했다. 지난 2일 발표한 종량제쓰레기, 2026년부터 수도권매립지 직(直)매립 금지 제목의 보도자료에서 이번 조치로, 수도권매립지의 포화시기도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한 지난 9일 수도권매립지에 매립되는 폐기물의 절반을 차지하는 건설폐기물 반입도 완전히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어서 전체 반입량을 대폭 절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환경부가 자신 있게 3차 공모를 하지 않겠다고 밝힌 이유다. 게다가 환경부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 공개한 회신자료에 따르면 박 시장의 2025년, 수도권매립지 사용종료 선언은 근거가 없다. 당초 2016년 만료 예정이던 수도권매립지(의) 매립면허 기간을 4자 협의체 합의에 의한 매립지 사용 종료 시까지 연장한다고 답변했다. 결국 사용종료 시기는 인천시장의 단독 선언이 아닌 환경부 장관과 서울시장, 경기도지사 모두가 합의하는 때다. 이런 사실을 모를 리 업는 박 시장이 앞뒤 가리지 않고 뒤늦게 사용종료 수를 둔 건 큰 패착이다. 인천시민을 종료 선언에 동원할 명분이 없다는 거다. 이에 박 시장은 자충수와 무리수를 과감히 버리는 결단이 절실하다. 여론조사를 빙자해 인천의 주요 현안은 수도권매립지 문제가 전부인 냥 접근하다가 더 많은 걸 잃을 수 있다는 거다. 당장 인천의 미래 먹을거리로 항공MRO 사업을 선정한 이상, 시장은 같은 당 경남 정치권과의 불협화음을 의식할 게 아니라 인천시민을 대표해 단호한 결의를 보여줘야 한다. 수도권매립지 문제도 사용 연장에 따른 선제적 조치 이행사항을 점검하는 등 출구전략을 모색해야 한다. 박 시장은 정치인이기 전에 시민이다. 인천 발전에 무게 중심을 둘 때다. 김송원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

[인천의 아침] 도시 이야기

독자 대부분은 올리버 트위스트와 크리스마스 캐럴을 읽어 봤을 것이다. 그러나 같은 작가 찰스 디킨스(1872-1870)가 쓴 두 도시 이야기(A Tale of Two Cities, 1859)는 생소할 것이다. 의사 마네트는 한 프랑스 귀족의 비밀을 알게 된 죄로 18년간 감옥에 갇혀 있다가 석방되어 런던으로 건너간다. 그의 딸 루시를 사랑하는 대니는 원래 프랑스 귀족의 조카였으며, 프랑스 귀족 제도가 싫어서 영국에 와서 이름도 바꾸고 살던 청년이다. 루시를 남몰래 사랑하고 있던 또 다른 한 청년인 변호사 카튼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하여, 프랑스 혁명정부에 의해 처형당하게 된 대니 대신 단두대에 오른다. 프랑스혁명을 배경으로 쓴 이 작품은 당시 귀족사회의 병폐를 잘 보여주고 사회 고발을 한 소설로서 파란만장한 플롯뿐 아니라 파리와 런던, 두 도시의 탁월한 정경 묘사로 주목을 받았다. 동양에서는 이보다 1600여년 전에 세 도시 이야기가 인기를 끈 바 있다. 서진(위진남북조)시대에 살았던 좌사(左思, 250-305)는 바로 직전 시대인 삼국시대(220-280)의 수도들인 업, 성도(成都), 건업(建業)의 화려함과 위, 촉, 오나라의 상황, 형세, 풍토, 지리, 인정 및 생산물 등이 상세히 담긴 삼도부(三都賦)를 썼다. 위국선생, 서촉공자, 동오왕손이라는 가상의 세 인물이 각자 자신의 도읍에 대하여 수사적인 문장을 사용하여 자랑하는 방식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 책이 인기를 끌자 당시 지식인들은 이 책을 구하려고 애썼다. 인쇄술이 발달하기 이전이라 필사를 해야 했고, 베껴 쓸 종이의 수요가 급히 늘어 급기야 낙양의 종이 값이 올랐다(洛陽紙價貴). 낙양지귀는 베스트셀러를 의미하는 고사성어가 되었다. 디킨슨이 격변의 시기인 18세기말 프랑스혁명을 배경으로 소설을 쓴 지 165년이 지났다. 좌사가 삼국 수도의 화려함에 대하여 논한 지 1천800년이 지났다. 당시 그들에게는 변방이었던 우리나라는 정부수립(1948년) 후 많은 것이 바뀌었고 또 바뀌고 있다. 필자는 정부수립 9년 후에 서울에서 태어나서 자라고 교육받았으며, 지금도 수도권에서 일하며 살고 있다. 내가 살아본 서울은 커지고, 화려해지고, 복잡해졌다. 이제 다른 나라의 크고 아름다운 도시와 견주어도 뒤지지 않을 것이다. 우리를 대표하는 인물이 우리 도읍의 화려함 뿐 아니라 상황, 형세, 민심에 대하여 당당히 자랑하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 훌륭한 작가가 나타나서 우리 수도를 배경으로 우리가 어려움을 당당히 극복해나가는 글을 써 주면, 그 책을 여러 권 사서 친지들에게 나누어 주겠다. 그리하여 서울의 집값 대신 서울의 종이값(紙價)이 오르게 되면 정말 좋겠다. 황건 인하대 의과대학 교수

[인천의 아침] 예술, 문화유산의 복원과 보존

19세기 이전 서구사회에서는 복원이라는 명명 하에 새로 만들고 덧대고 덧칠하면서 안 좋은 기억들로 남아있는 건축과 예술품들을 쉽게 볼 수 있다. 19세기 들어 복원과 비(非)복원으로 양분화하는 양상을 보이다가 20세기에 와서 절충식 현대보존이론이 나오게 되었고 지금까지 많은 예술품이나 문화유산 복원에 적용되고 있다. 지금은 복원이라는 개념은 사라져가고 보존이 대두되고 있다. 보존은 예술품과 문화유산을 바라보는 또 다른 방법이다. 관련 전문가들의 비평과 시각을 통해 그들의 의도에 적합한 복원이나 보존처리는 현실적 한계에도 분야별로 세분화되었고 확대되었다. 예술품이나 문화유산을 올바르게 보존처리 할 수 있는 방법을 결정하는데 직면하는 난관들은 매우 많다. 그간 보존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 여겨지는 문화유산은 예술작품들 외에도 다양한 것들로 확장되고 있다. 폐허로 남아있는 유적들부터 플라스틱으로 만든 작품들까지 다양한 소재를 포함하고 있다. 문화적 유산들을 보존하기 위한 노력을 처음으로 시작한 유럽의 국가들은 예술적역사적 물건들이 미래의 세대들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관리하고 복원하는 책임을 보존전문가 아닌 역사가 또는 고고학, 미술 또는 건축사학, 인류학자들에게 위임하였다. 옛 모습을 되찾을 수 있다는 학문적 착각과 국수주의, 민족주의를 기반으로 한 유럽의 역사복원은 그 가치성 회복에서 멀어졌다. 많은 사람들에게 그렇게 복원된 과거의 흔적들은 마치 원형처럼 착각하며 향유하게 한다. 오래 전에 만들어진 건축 조형유적이 처음에 만들어진 상태를 유지하기가 불가능하며 함부로 변경되고, 바뀌고, 복원되고, 재사용되며 개조되기도 한다. 변경과 재사용은 시간과 가치의 개념과 연관된 과정이고 자연스러운 변화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과거로부터 살아남아 현재까지 온전히 보존되어온 유적이나 파괴와 소멸의 법칙에서 빠져 나온 물건들은 언제나 명백한 가치를 가진다. 일제 강점기에 사라진 경복궁의 건물들, 화재로 소실된 국보 1호 숭례문이 복원되었다. 몽골의 침입으로 사라진 황룡사 목탑을 복원하려는 학술적 검토는 진행형이다. 근대 서구의 모순된 역사복원사례들을 경험하였음에 불구하고 지금의 우리는 잘못된 판단에 대한 답습을 하고 있다. 무리한 역사복원과 역사왜곡은 정치적 이슈를 타고 자연스럽게 우리 주위를 맴돌고 있다. 한경순 건국대 교수/한국문화재보존과학회 명예회장

[인천의 아침] 가짜 정보

투쟁의 삶 속에서 사람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 거짓 정보로 사실을 왜곡하거나 상대를 비하해서 이득을 취하기도 한다. 국가 간에도 과거 역사를 조작하여 상대 국가를 공격한다. 그 한 예로 일본도 가야역사 왜곡, 독도 역사 왜곡, 광개토왕비 조작 등 수도 없이 많은 역사 왜곡을 저질렀다. 또한 중국도 과거 역사를 왜곡하여 자국을 위해 조작하는 사례가 부지기수다. 근세에는 동북공정을 이유로 한민족의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 과거 중국 영토 안에서 일어났던 고조선, 부여, 고구려는 중국 지방정권의 역사이지, 한국의 역사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동안 중국은 황하문명을 중심으로 독자적인 문명이 발전해 왔다라고 고고학계에서는 말하고 있으나 역사의 진실은 바뀌고 있다. 요서와 요동을 포함한 만주 지역은 중원과는 서로 다른 문명권으로 기존의 문명설을 뒤엎는 요하 문명 지역의 고고학 연구로 한자의 기원 갑골문, 홍산문화의 곰을 토템으로 하는 환웅족 등의 연구가 이어지면서 잘못된 역사가 진실을 찾고 있다. 그리고 요즘 정치인들은 보수나 진보라고 밝히고 있지만, 보수나 진보는 허울뿐이고 과거의 권력자와 현재의 권력자가 갈라서서 기득권을 차지하려는 방법으로 서로 싸우고 있는 것이다. 당파끼리 승리하기 위해서 가짜 뉴스를 만들어서 서로 공격하는 사례가 부쩍 늘어나고 있다. 특히 인터넷 언론 매체의 발달로 유튜브 등 각종 개인 사이트에서 조작이 이뤄진 정보들이 범람하면서 국민은 혼란에 빠질 때가 많다. 손자병법에서 나오는 동쪽에서 소리 지르고 서쪽에서 공격하는 성동격서(聲東擊西)가 이 같은 가짜 정보의 대표적인 병법이다. 현대에 와서도 2차대전 당시 노르망디 상륙작전이나 한국전쟁 당시 인천상륙작전 이런 모든 것이 성동격서의 계책에서 나온 것이다. 적에게는 엉뚱한 정보를 주어 엉뚱한 곳에서 대비하게 하고 정작 본인은 다른 곳을 공격하여 상대방의 허를 찔러 승리를 얻는 것이다. 하지만 세상이 싸우기만 하고 사는 곳은 아니다. 만약 온 세상이 싸우기만 하며 산다면 그런 세상은 바로 지옥이다. 인류가 발전하고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 가는 길은 서로 도와가며 의지하고 사랑하며 사는 것이다. 그래서 아비규환의 세상을 구하기 위해 철학이 생기고, 종교가 일어나고, 법률이 만들어지고, 국민의 행복을 위해 문화가 발전하고, 서로 간의 질서를 지키기 위해 국가는 법을 집행하는 권한을 갖는 것이다. 때로는 법을 집행하는 자가 법을 악용해 국민을 괴롭히다 결국에는 감옥에 가거나 처형되기도 한다. 그리고 종교에서는 도덕적 잘못이 업보를 받아 벌을 받게 되는 것을 가르치고 세상을 구하려고 한다. 지나친 가짜 정보는 남들에게도 큰 피해를 줄 뿐만이 아니라 자신에게도 거짓된 인생을 사는 불행한 삶을 사는 결과이다. 미광선일 법명사 회주

[인천의 아침] 하영제 의원, MRO 끝장토론 합시다

국가 중추공항인 인천국제공항의 항공 안전과 항공 산업생태계 확장을 발목 잡으려는 경남 정치권의 근거 없는 주장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최근 국민의힘 하영제 국회의원(사천남해하동)과 사천시, 의회, 경상남도의회 등은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IAI)과 체결한 인천공항 화물기 개조사업 투자유치 합의각서(MOA)를 즉각 철회하라며 연일 공항공사를 압박하고 있다. MOA 내용이 법령 위반과 무역 분쟁의 소지가 있고, 중복투자로 사천경제를 죽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인천의 시민단체들이 시시비비를 가리자며 끝장토론을 제안하고 나섰다. 항공 산업이 더 이상 선거용 정쟁의 도구로 전락되는 걸 막겠다는 것이다. 우선 경남과 사천 정치권이 주장하는 법령 위반부터 따져보자. 인천국제공항공사가 항공정비(MRO)사업을 하는 건 공사법 제1조 위반이며, 한국공항공사법에도 1등급 공항운영증명을 받은 인천공항은 MRO사업을 할 수 없도록 규정돼 있다는 것이다. 결론은 자의적인 법해석으로, 전혀 위법하지 않다. 인천공항을 효율적으로 건설관리운영해야 할 공사가 항공기의 운항 안전을 위해 필수 운영시설인 항공정비시설을 갖추는 건 당연지사다. 또 1등급 운영증명 공항이 MRO사업을 할 수 없다는 문구는 관련법에 존재하지도 않는다. 더욱 황당한 건 무역 분쟁의 소지가 있다는 주장이다. MOA에서 공사의 역할은 IAI에게 토지와 건축물을 유상으로 임대하는 것이다. 정부보조금 지원으로 인한 국제무역기구(WTO) 제소 문제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 오히려 한국공항공사가 경남 사천 소재 전문MRO 기업인 KAEMS에 현물출자(269억 원, 19.9% 지분)한 게 더 문제일 수 있다. 그래서인지 부산울산경남 국회의원 31명이 연명한 인천국제공항공사는 항공정비사업 추진을 즉각 중단하라! 제하의 성명에는 무역 분쟁에 대한 주장이 아예 빠져 있다. 제발이 저렸나보다. 중복투자로 사천경제 황폐화 주장도 어불성설이다. IAI와 MOA를 체결할 때 항공부품 제조는 경남 사천이 담당하는 상생방안이 이미 준비됐다. 게다가 정부는 MRO 산업 육성을 위한 공항별 역할분담 계획을 수립하면서 사천공항은 짧은 활주로 길이 등을 감안해 기체 중정비로, 인천공항은 동북아 허브공항인 만큼 해외복합 MRO업체 유치(화물기 개조, 엔진업체 등)로 적절히 분담시켰다. 공항의 규모와 기능이 달라 중복투자 논리도 억지라는 것이다. 하영제 의원의 해명이 궁금하다. 이에 경남사천과 인천 정치권은 항공 안전과 MRO산업 발전을 위해 조속히 끝장토론을 준비하라. 김송원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

[인천의 아침] 배우고 술 마시다

대면으로 참석하던 학술대회나 세미나(seminar), 심포지엄(symposium)이 온라인으로 개최되며 웹(web)과 세미나를 합쳐 만든 웨비나(webinar)란 용어가 자주 사용된다. 우리가 말하는 세미나와 심포지엄이 같은 것인지 아닌지, 다르다면 무엇이 다른지 찾아보았다. 세미나는 독일에서 대학생들이 교수의 지도하에 연구하고 그 결과를 교환하는 과정에서 진지한 토론을 하는 것을 seminar라고 한 것에서 시작한다. 그런데 이 세미나는 트리엔트 공의회(1545-1563)에서 천주교 성직자들을 양성하기 위한 학교를 보급하기로 결정하고 이 교육기관을 seminarius라고 이름 지은 것이 그 원조이다. 이후 다른 교파에서도 목회자 양성을 위한 신학교를 seminary라 하게 되었고 그 의미가 차차 확대되어 학교를 뜻하는 단어가 되었다. seminarius는 라틴어로 씨앗을 뜻하는 seminis에서 유래된 것이다. 따라서 세미나를 어원에 따라 우리말로 번역한다면 파종모임이 적당할 것이다. seminis에서 유래한 다른 유명한 용어는 semen(정액)이다. 정액과 씨앗은 같은 어원에서 나왔다고 쉽게 상상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세미나가 연구 발표회나 학술 모임을 지칭하고 있지만, 원래의 의미로는 적은 숫자가 모이는 특정 주제의 연구 모임이나 발표 행사이므로, 참가자 전원이 발표자가 되고 토론자가 되는 경우가 많다. 세미나와 함께 쓰이는 심포지엄은 지정된 발표자가 특정 주제에 관한 지견을 청중 앞에서 발표하는 형식의 학술 모임이다. 심포지엄은 함께 syn과 마시다 pinein이 합하여 된 말이다. 그리스시대의 사교 모임은 첫 순서인 식사와 둘째 순서인 술 마시는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이때 초대받은 이들이 농담으로 좌중을 즐겁게 하거나, 시를 짓거나 악기를 연주하여 흥을 돋우었다고 한다. 즉 사교모임의 후반부를 말하는 것이었다. 이때까지 심포지엄은 술이 반드시 있어야 하는 즐거운 자리였으나, 학술적인 자리는 아니었다. 18세기 영국에서는 명사들이 모여서 예술, 철학이나 과학에 대한 고담준론을 나누었는데, 존 호킨스가 자서전에서 그 모임을 심포지엄이라고 언급한 이후로는 원래의 술 마시는 것보다 이들 사이에서 나눈 유익하고 지적인 대화의 의미를 갖게 되었다. 내가 속한 학회에서 열리던 학술대회는 아침 일찍 시작하여 저녁 늦게 끝나지만, 이후 모여 식사하며 술을 곁들이기도 한다. 낮에 미처 나누지 못한 담론이 이어지기도 하며, 흥을 돋우어 노래를 부르러 가자고 바람을 잡는 이들도 있다. 그래서 낮에는 배우고(學), 밤에는 술(酒) 마시는 것이 학술대회라는 농담을 하기도 한다. 언제나 이 바이러스가 종식되어 배우기도 하고 술도 마시는 진짜 학술대회를 열 수 있을지? 황건 인하대 의과대학 교수

[인천의 아침] 한국에 제5 UN 사무국 설립하자

한국에 유엔(UN)사무국을 설립해야 아시아의 위상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전쟁 종식도 이뤄지리라고 본다. 그동안 간헐적으로 제5 유엔사무국을 한국에 만들자는 모임도 하고 서명도 받았으나 모두 민간단체나 종교단체의 노력으로 끝나버렸다.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유엔은 2차 세계대전으로 문을 닫은 국제연맹을 이어받아 기존과는 달리 군사력을 동원할 수 있고 세계의 중요한 문제인 원자력, 무역, 환경, 인권, 국제법, 마약 등 많은 분야를 다루며, 주권국으로 인정되는 모든 국가가 유엔에 가입할 수 있는 기구로 크게 성장하였다. 현재 UN(국제연합) 사무국 본부는 미국 뉴욕에 있다. 그리고 스위스 제네바, 오스트리아 빈, 케냐 나이로비에 지역 사무국이 있으며, 제1 사무국에 해당하는 본부에는 총회 건물과 안전 보장 이사회 사무실이 있다. 제2 스위스 유엔 제네바 사무국은 두 번째로 규모가 큰 사무국으로 UN의 전신인 제1차 세계 대전 후 국제 평화의 유지와 협력의 촉진을 목적으로 세워진 국제기구였다 해체된 국제연맹 건물을 이어받아 사용하고 있다. 제네바 사무국에는 국제노동기구(ILO)와 국제연합무역개발회의(UNCTAD) 등 인권과 보건, 무역, 노동과 관련된 기구들이 있다. UN 제3 사무국은 1980년 설립된 유엔 빈 사무국으로 오스트리아 빈에 있고, 제4 사무국에 해당하는 유엔 나이로비 사무국은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에 위치한다. 그러나 아시아에는 유엔 사무소가 아직 없다. 과거 세계 경제를 지배하던 강대국들이나 유럽 열강들이 차지하고 있다. 그나마 아프리카에 1996년 설립되어 조금은 모양새가 나지만 전 세계 인구의 60%를 차지하는 아시아가 빠져 있는 것은 문제가 있다. 또한 지금은 경제, 과학과 문화, 예술 등이 아시아 국가들에서 많이 성장하여 순위가 바뀌어 가고 있다. 그리고 현재 세계에서 대한민국은 마지막 이념분쟁의 분단국가이며,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이라는 강대국들에 둘러싸여 각종 세계문제의 싸움에 피해국으로 되어 있는 상황이다. 유럽의 1, 2차 세계대전으로 작은 나라인 스위스가 중립화 선언으로 전쟁을 피하고 군대가 없는 평화 국가의 상징이 되었다. 한국도 긴 역사 속에서 천 번이나 외국의 침략을 받으며 살아남은 국가로서 지정학적 위치로 볼 때 스위스와 같이 중립화로 전쟁이 없는 평화 국가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시아에 있는 한국에 유엔 사무소가 필요한 것이다. 앞으로 이 문제를 풀어나가려면 민간단체나, 종교단체가 나서기보다는 정부가 앞장서서 국민과 더불어 전 세계에 알리고 강하게 추진해야 한다. 특히 차기 대통령 후보나 정당들은 선거 공약에 이 문제를 반드시 넣어야 할 것이다. 그 길이 대한민국에 전쟁이 없고 강대국들이 간섭이 없는 평화로운 나라로 가는 마지막 길이 될 것이다. 미광선일 법명사 회주

[인천의 아침] 2025년 수도권매립지 종료, 가능할까

박남춘 인천시장이 공언한 수도권매립지, 2025년 사용 종료 선언이 실현 가능할까? 결론부터 말씀을 드리면 불가능하다. 환경부 장관과 서울경기인천 3개 시도 단체장이 맺은 수도권매립지정책 4자 협의체 최종합의서(2015년 6월28일)를 보면 매립지의 사용 기한은 특정 날짜로 명시돼 있질 않아 매립 포화 시점으로 볼 수밖에 없다. 게다가 정부의 자원순환정책으로 수도권매립지에 유입되는 폐기물량이 줄면서 그만큼 매립지의 사용기간도 늘고 있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에 따르면 포화 예상 시기가 당초 2025년에서 2027년으로 늦춰질 수 있고, 자원순환정책을 더욱 강화하면 더 많은 기간을 사용할 수 있다. 그렇다면 박 시장의 2025년 사용 종료 선언은 선거용 구호였을까? 박남춘 시장은 지난해 10월15일 인천시민의 날에 자원순환정책 대전환을 위한 시민 공동행동을 발표하면서 쓰레기로부터 인천 독립을 선언했다. 정부의 폐기물 감량 정책을 선도하겠다며 생활폐기물 발생의 근본적 감축, 자원 재활용 확대를 통한 순환경제 실현, 친환경 자체매립지 조성과 생활폐기물 소각장 건설 등을 발표한 것이다. 또한 2025년에 수도권매립지 사용 종료를 위해 물러섬 없이 달려가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소각장 예정지역 주민들은 강력히 반발했고, 정작 우군이 돼야 할 환경부마저 2025년 종료 선언에 동조하지 않았다. 이렇게 된 것은 박 시장의 수도권매립지 4자 합의에 대한 몰이해가 원인이다. 당시 환경부는 매립장 고갈 사태 해결을 위해 수도권 3개 단체장들과 친환경 매립방식의 도입을 합의했다. 생활폐기물 직매립 제로화 추진계획, 건설사업장 폐기물 매립량 감축 방안을 2015년 말까지 수립키로 한 것이다. 또한 이듬해 자원순환기본법 제정, 2018년에 제1차 자원순환기본계획 수립이 이어졌다. 4자 합의대로라면 3개 시도는 이미 소각열분해 등 중간 처리시설을 추진하고 있고, 수도권매립지 사용 기한 논란도 마무리 져야 했다. 한데 박 시장은 이를 외면 해온 것이다. 한편, 박 시장은 수도권매립지, 2025년 사용 종료 이슈에만 열중하다 보니 퇴로도 없다. 급기야 3개 단체장과 순회 회동하는 환경부 장관을 만났지만, 화답은 4자 합의대로 정부의 자원순환정책에 협조해달라는 주문이었다. 결국, 박 시장과 인천시가 연루된 2025년 사용 종료 구호는 선거용일 공산이 커졌다. 이에 수도권매립지 문제는 영흥도 매립장이란 혹 하나를 더 달고 원점으로 돌아갈 수 없으니, 환경정의에 입각한 수도권 시민들의 합리적인 토론이 시급하다. 김송원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

[인천의 아침] 두 여우 이야기

나는 영화팬이기는 하나 영화배우 이름이나 그의 사생활 등에는 별 관심이 없다. 그런데 이번에 한 영화제에서 조연상을 받은 우리나라 배우의 제가 어떻게 글렌 클로즈(Glenn Close)와 경쟁해서 이길 수 있겠어요. 오늘 이 자리에 선 이유는 조금 더 운이 좋았을 뿐이에요 라는 겸손한 수상소감을 듣자, 몇 년 전 일이 기억났다. 한 학술지의 편집인이 내게 남자 세상에서의 성적 편견이라는 사설을 하나 써 달라고 요청하며, 아내(The Wife, 2017)라는 영화의 내용을 포함해 달라고 하였다. 이 영화의 여주인공이 바로 글렌 클로즈였기에 기억난 것이다. 조셉 캐슬먼은 유명한 소설가로, 조안(글렌 클로즈)의 헌신적인 내조 덕택에 작가로 성공할 수 있었다. 글재주를 인정받지 못한 남편은 사랑과 가족을 무기로 재능있는 아내를 평생 대필 작가의 굴레에 가두어 마침내 노벨문학상까지 받게 된 것이다. 아내는 자신의 창작물을 빼앗기는 것은 물론 명성을 이용한 남편의 바람기까지 인내하고 가족을 위해 평생 희생하고 살았던 것이다. 노벨상 시상식 준비와 연회로 분주한 시간을 보내는 부부의 이야기 사이로 그들의 과거가 삽입된다. 당시 조안은 동창회 모임에서 선배 여성작가 엘레인 모젤를 만나 대화를 나눈다. 엘레인: 대중은 여성작가가 쓴 대담한 글을 견디지 못해. 너는 결코 그들의 관심을 끌 수 없을 거야. 조안: 누구의 관심을요? 엘레인: 평론하는 남자들, 출판사를 모으는 남자들, 출판하는 남자들. 조안: 글을 써야 작가지요. 엘레인: 쓴 글이 읽혀야 작가이지. 당시 문학계에 만연한 여성 작가 차별로 인해 여자는 결코 작가로 성공할 수 없기 때문에 애초에 창작을 시작하지 말라는 선배의 말을 듣고 그녀가 동요하였던 내용이 기억에 남았다. 그 사설이 학술지에 게재된 뒤 나는 터키 이즈미르에 있는 한 의과대학의 여자 조교수로부터 이메일을 받았다. 그녀는 나의 사설에 매우 공감한다면서 기회가 있으면 공동연구를 하고 싶다고 하였다. 필자가 의과대학에 다녔던 1970년대 말에는 160명 정원에 여학생이 10명 정도로 그 수가 매우 적었으나, 요사이 가르치는 학급에서는 여학생이 반정도 혹은 그 이상 차지하는 것을 생각할 때, 우리나라 의학계에서의 성적 편견은 어느 정도 극복되었다고 보인다. 수필가로서 시인으로서 이른바 블랙리스트나 화이트리스트 없이 문학성과 예술성에 근거하여 평가받고 기회를 얻게 되는 그런 날이 오기를 바란다. 글에 따라 평론하는 사람들, 출판사를 모으는 사람들, 출판하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끌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야 좋은 글은 많이 읽히고 그 글을 쓴 작가는 진정한 작가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스토리의 주인공인 글렌 클로즈와 동등하게 후보에 올라 마침내 상을 받은 우리나라 배우 덕분에 더욱 뿌듯한 저녁이다. 황건 인하대 의과대학 교수

[인천의 아침] 백남준의 ‘다다익선’ 원형 복원을 기대하며

1988년 국립현대미술관에 설치된 백남준의 다다익선에 대한 본격적인 보존처리가 시작됐다. 그간 복원 방향을 놓고 많은 논란의 대상이 된 작품이다. 2003년 노화된 모니터를 전면 교체했는데 2년 전부터 모니터와 배선이 노화해 가동이 중단됐다. 작년에 정밀진단을 마치고 내년에 원형 복원을 목표로 보존처리가 진행 중이다. 현대미술에서는 기존의 유일무이한 물질에서 작가의 아이디어, 구상 자체도 예술이 될 수 있게 됐다. 이러한 현대미술은 향후 후세대가 누려야 할 문화 산물로서의 잠재적인 가치를 지니고 있다. 다양하고 복잡한 현대미술의 특성으로 보존전문가의 역할 범위가 훨씬 넓어지게 됐다. 이에 따라 현대미술 보존전문가는 현대미술의 재료적인 문제와 개념적인 문제 모두를 고려해야 한다. 다양한 가치들의 개입으로 인한 입장 차가 현대미술의 보존에 대한 가치논쟁이라는 과제를 갖게 하며 보존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 차이를 보여 보존 방안을 결정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앞으로의 현대미술의 보존은 협의하는 보존의 형태이며, 이에 따라 보존전문가의 역할과 방향에 대한 재정의가 필요하다. 현대미술의 보존전문가는 새롭고 다양한 재료들을 이해하고 다룰 수 있어야 하며 작가의 의도와 작품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대내적으로는 현대미술의 전체적인 동향을 파악하고 젊은 작가들의 역량과 미술시장의 현주소를 파악해 현대미술 작품의 잠재적인 가치를 인식하고 미래의 해석 가능성을 열어두어야 할 것이다. 현대 작가와 작품들의 각종 자료수집과 인터뷰, 기록, 데이터 구축 등으로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고, 현대 미술작품들의 보존처리 결정에 있어서 작품의 다양한 가치들을 고려한 합리적인 기준을 마련하며, 지속적인 연구와 전문가 양성에 힘써야 할 것이다. 대외적으로는 예술 관련 다양한 각계 전문가들과 서로 교류하며 토의할 수 있는 국제적인 소통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 그간의 예술품에 대한 보존이 실증분석이나 실험연구가 주를 이뤘다. 현대미술의 보존은 개념적인 검토를 우선으로 한 철학과 이론이 우선 정립돼야 하며 이를 바탕으로 현대미술에 적합한 보존처리 결정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한경순 건국대 교수/한국문화재보존과학회 명예회장

[인천의 아침] 홍익인간 민족공동체 통일방안

한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은 1989년 9월 국회 특별연설에서 발표한 노태우 정부의 통일정책이다. 통일의 주역이 민족 구성원 전체이며 통일국가는 민족 전체의 의사에 의해 결정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한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은 국민의 다양한 여론을 수렴한 것이다. 그 후 1994년 815 경축사에서 김영삼 대통령이 한을 뺀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으로 명칭을 변경했지만, 한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의 기조와 골격은 그대로 유지되었다. 현재 문재인 정부까지도 이어오는 이러한 평화통일 정책은 한반도의 전쟁 종식을 위한 큰 틀이라 하겠다. 대한민국은 70년 가까이 분단국가로 서로 적대시하며 살아오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만약 갑자기 통일되면 매우 혼란스러울 것이다. 그래서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으로 긴 세월의 분단 공백을 해결하고자 한 것이다. 한반도의 통일은 하나의 민족공동체를 건설하는 방향에서 점진적단계적으로 나가야 한다는 틀에서 통일의 과정을 1단계인 화해협력단계, 2단계는 남북 연합, 마지막 3단계는 통일국가 완성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남북한의 한민족 뿌리 정신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전 세계의 자본을 움직이는 유대인의 민족정신 교육은 이렇다. 유대인 학교에서는 머리가 맑은 오전 시간에는 민족정신을 교육하고, 그 외 시간에 지식 수업을 하는데 이것은 민족정신과 자기 뿌리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한 교육이다. 우리가 배울 것은 그들은 유대민족으로서의 정체성을 교육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은 동북공정, 서남공정 등 각종 역사 조작 프로젝트로 역사를 날조하면서까지 자신들의 정체성에 대해 강조하는 것을 본다면 근래 세계 각국에서는 민족의 정체성과 자신들의 뿌리에 대한 역사교육을 강화하는 것이 추세라고 할 수 있다. 우리도 대한민국의 모든 국민에게 올바른 뿌리 교육으로 한민족 정체성을 키워주어야 통일이 앞당겨질 것이다. 그러나 몇몇 국회의원들이 모여 교육법 교육이념에서 단군의 역사를 부정하고 홍익인간 정신을 빼버리는 법안을 국회에 발의하고 있다. 또한 학교 민주시민교육 촉진법을 만들어 발의하면서 홍익인간의 철학적 정신은 사라지게 하고 학생들에게 분열 선동의 어리석은 가르침을 심어주려고 시도하고 있다. 홍익인간 정신은 삼국유사, 제왕운기, 조선왕조실록에도 언급하고,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건국강령이었다. 홍익인간 정신을 없애려고 하는 것은 역사를 왜곡하고 민족의 분열과 미래 통일 한국을 어둡게 만드는 것이다. 끝으로 현 교육법 교육이념에서 단군의 역사를 부정하는 홍익인간 정신을 빼버리는 법안은 폐기해야 한다. 홍익인간 정신은 어떤 종교에도 편향되지 않는다. 제발 바로 보자. 또한 학교 민주시민교육 촉진법 발의도 신중하게 검토하고 정부는 단기를 병행해서 사용하는 것을 추진해야 민족공동체 통일 정책이 성공하고 통일의 길이 빨라질 것이다. 미광선일 법명사 회주

[인천의 아침] 대한항공 통합 연기, 자사 배불리기?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과의 통합 시점을 2년 뒤인 2024년으로 연기했다. 정부가 양사 통합을 주도하면서 공적자금 8천억원 투입의 명분으로 삼았던 글로벌 Top 10위 수준의 통합FSC(대형항공사) 출범, 국부유출 방지를 위한 항공 MRO산업 육성 등은 요원해졌다. 늦은 만큼 통합의 시너지도 줄어들 게 뻔해 자칫 혈세낭비로 이어질까 걱정이다. 대한항공은 지난 3월31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 후 통합전략(PMI) 계획을 발표했다. 이날 우기홍 사장은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 편입 후, 통합을 위한 준비를 완료하기까지는 약 2년 정도 소요된다며 MRO 사업은 별도 법인이 아닌 회사 내부조직으로 운영할 예정임을 명확히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정부가 주문한 항공운송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구조개편 없이 현행 체제를 유지하고, 오히려 자사 독점적인 체제를 구축할 심산이다. 단적인 사례가 항공 MRO 사업, 자가(自家) 정비체제 유지 계획이다. 정부는 대한항공이 양사 합병으로 생긴 국내 항공기의 76.46%(315대)에 달하는 정비 물량을 밑천삼아 별도의 전문 MRO 통합법인을 설립하리라 기대했다. 항공사가 지난 수십년간 직접 MRO 사업을 맡아왔지만 고비용, 기술부족 등으로 여전히 해외 의존도가 높은 것은(엔진부품 57%, 기체정비 36%) 현행 정비체제 때문이라고 본 거다. 또한 자가 정비 중심의 독점적 구조는 경쟁 항공사에 대한 제대로 된 정비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려워 항공기 운항안전과 항공운송산업 발전에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결국 항공안전의 기본이 되는 MRO와 조종사 교육은 모든 항공사들이 공정하게 지원받을 수 있도록 공익적 관점에서 개편돼야 한다는 거다. 한편 정부와 산업은행이 제시한 MRO산업(항공기 정비, 부품수주, 훈련 등)의 체계적인 육성으로 해외 외주 정비의 내수 전환(국부유출 방지) 및 국내 연관산업 발전을 이루려면 1국가 1FSC(Full Service Carrier) 체제로의 재편이 시급하다. 세계 7위 통합FSC와 동북아 최대 통합LCC(저비용항공사)가 탄생해야 별도의 항공MRO 통합법인도 출범할 수 있다는 거다. 하지만 대한항공은 회계장부와 전산 통합, 항공 동맹(Global alliance) 문제 등을 이유로 통합 일정을 미루고 있다. 이에 정부와 산업은행은 공공성이 필요한 항공 MRO 및 조종사 교육훈련의 경우 독립적인 전문 통합법인 설립 방안이 대한항공 PMI 계획에 반영되도록 견제하는 등 공적자금 투입 취지를 반드시 실현해야 한다. 김송원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

[인천의 아침] 일본 해부학, 한국 해부학

내가 근무하는 의과대학에서는 이번 학기의 교육과정을 온라인강의로 진행하고 있다. 예외로 해부학실습만은 온라인으로는 습득할 수 없기 때문에 학기말에 실습실에서 하기로 하였다. 우리나라에서 임진왜란(1592-1598) 때 사람을 해부하였다는 기록이 있기는 하다. 당시 길거리에 많은 시체가 있었다. 이익의 성호사설에 따르면 당시 남인 실학자 전유형은 시체 3구를 해부하였다고 하였으나, 그의 해부 기록은 전해진 것이 없다. 정인혁(1945-2020)에 따르면, 한국에서 해부는 1910년 전후에 시작되었다. 행려사망자, 사형수 등이 해부에 사용되었다. 광복 이전 서양의학자 중에 해부학 전공 교수는 없었으며, 일부 대학에서 일본인 교수가 교육하였다. 일본의 해부학은 독자적인 해부기록, 번역 및 이것을 확인하는 과정이 있었고, 나라의 지원에 의한 서양과의 교류와 스스로의 연구를 통하여 발전하였다. 1732년 한 일본의사가 기둥에 묶여 처형된 시체의 뼈대를 관찰하고 이에 대한 글과 그림을 1741년 기록한 것이 시작이었다. 네덜란드 해부학 책을 본 의사(Yamawaki Toyo)가 사람을 해부하여(1754) 장지(藏志)라는 책에 기록하였다. 1771년 어떤 사형 집행 때 참석한 세 의사 중 둘(스키타 겐파쿠, 마에노 료오다쿠)이 그 책을 갖고 있었다. 이들은 책의 내용과 사람의 구조가 같다는데 흥미를 느껴 네덜란드 말을 배워 책을 번역하여 1774년 해체신서(解體新書)를 출간하였다. 이들이 번역한 책은 독일의 로렌츠 하이스터의 해부학교과서(1721)를 토대로 쿨무스가 쓴 책(Anatomische Tabellen, 1722)이 네덜란드어로 번역된 것이다(Ontleedkundige Tafelen, 1734). 항해하는 배에 탄 의사들이 주로 보는 책이 아시아까지 전파되어 일본어로 번역된 것이었다. 메이지유신(1868) 이후 독일 해부학자를 일본정부에서 초청하였고(1871), 이어 일본 해부학자를 독일로 보내 해부학연구를 하도록 하였다. 이후 일본의 해부학은 높은 수준이 되었다. 한국에서는 해방 후 대한해부학회가 창립되었다(1947). 해부학용어는 과학기술용어집 해부조직학편으로 처음 발간되고(1965), 1978년 해부학용어가 출간된 이래 2005년에는 해부학용어(다섯째판)가 나왔다. 1999년에 학회에서 발간한 우리말 해부학 교과서가 나와 학생들은 우리말 교과서로 배우고 있다. 우리 현대의학과 해부학의 시작은 일본에 비해 늦었지만, 오늘날 해부학뿐 아니라, 역병에 대처하는 임상의학도 우리나라가 일본보다 뒤지지 않는 것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어서 이 역병이 진정되어 의대생의 초롱초롱한 눈을 보며 해부학을 가르치고 싶다. 황건인하대 의과대학 교수

[인천의 아침] 위기의 로마 문화유산 보존

이탈리아는세계에서가장많은문화유산을가지고있는나라로18세기까지서구문명의주류를형성하면서서양문화를대표해왔다. 기원전753년로물루스에의해건설된로마는로마공화정과로마제국의수도로전성기를누렸으며이후8세기까지지중해를중심으로한서양역사의대표도시역할을했다. 세월을견디며자연재해와 전쟁의위험을피한로마의유적들은최근반세기에급속하게이루어진도시화와환경오염에서예외가될수없었다. 문화유산이많으며큰자산이라생각하는이탈리아 국민들은로마주변신도시를개발해인구를외곽으로분산하고역사도시내어떠한개발도허용하지않고있다. 이탈리아는전세계에서드물게국가의문화유산보호의무를헌법(제9조)에명시하고있다. 1939년에문화재보존관리법을제정하고, 1974년에이를관장하는문화환경부를설치했으며, 1998년12월에는정부조직이개편되면서문화재관리에서문화예술관광을총괄하는문화부를설치해관리하고있다. 그러나이러한이탈리아도최근경제적어려움으로인해문화유산보존정책에큰문제가생겼다. 2008년하반기이후세계적인금융위기의영향으로과감한정책추진에있어어려움을겪었다. 2011년후반기부터GDP가마이너스로바뀌고공공분야에서는연금, 의료, 교육분야등의사회보장지출부담이커지고, 공기업의적자보전, 지방자치단체의보조금지급등으로공공지출이확대되고있다. 이에따라국가부채가계속늘어나국가예산의상당부분이이자로지출되면서효과적인경제정책추진에제약을초래하고있다. 이로인해문화부예산은당연히줄어들면서구조조정에따른인력감축과문화유산보존사업들이축소됐다. 그간큰공헌을해오던기업체후원도줄어들게되었다. 이탈리아의GDP가세계7위에서지금12위로추락한상태이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확산에따른경제위기속에서도한국의경제규모가세계10위를기록하며선방한것으로나타났다. 우리나라는문화유산보존정책과예산대부분을국가예산으로충당하고있다. 국가예산외의지원방법도고민해봐야하며지속적인지원을위한다양한정책들이나와야할것이다. 문화유산대국이탈리아의경험을통해합리적인혜안을가지고문화유산을상속하게될우리후손에게부끄럽지않은해법들을만들어야할것이다. 한경순건국대 교수/한국문화재보존과학회 명예회장

[인천의 아침] 지도자의 평등의식

역사의 흐름은 고통받는 백성이 점차 삶의 질이 높아가는 쪽으로 발전하였다. 그 과정에서 평등 문제를 어떻게 잘 풀어나가느냐에 따라서 성공하는 국가와 정권이 태어났다. 전제주의에서 민주주의로 사회주의에서 자본주의로 변화되면서 국민의 행복권을 보장하는 것이 정치의 초점이 되어 왔다. 그래서 국민이 고통받으면 지도자를 탓하고 행복하면 지도자를 높이 칭송한다. 대한민국은 환인이 환웅에게 천부인 3개를 주어 세상에 내려가 사람을 다스리게 하였다고 한다. 환웅이 태백산 꼭대기의 신단수 밑에 내려와 세상을 다스렸다. 그 후 환웅이 아이를 낳으니 그가 곧 단군이다. 단군은 홍익인간의 정신으로 1천500년 동안 나라를 다스려 백성을 행복하게 만들었고 아사달에 돌아와 숨어서 산신이 되니 성스러운 한국의 초기 고대국가 지도자로 등장한다. 과거나 현재나 국민을 행복하게 잘 살도록 하는 지도자를 성군이라고 하였다. 여기서 행복이란 물질뿐 아니라 마음의 평화로 불평등이 없는 것을 말한다. 남과 싸우며 스트레스 받지 않고 자유와 평등을 누리고 사는 것을 말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현재 대한민국은 자살률 세계 1위로 대략 매년 1만4천명이 목숨을 끊는다. 물질 풍요 속에서도 부익부 빈익빈으로 상대적 박탈감이 커 정신적으로 우울하고 불안 속에 사는 사람들이 많다. 그동안 국가 지도자들이 정치를 잘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역대 대통령 중 몇몇은 퇴임 후 불행을 겪기도 했다. 올바른 지도자 성군은 찾아보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독일의 총리 메르켈은 16년째 출중한 능력과 헌신 및 성실함으로 8천만 독일인들을 이끌고 있다. 그가 동독 출신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좌파 우파 없이 하나로 뭉쳤다. 메르켈은 지금도 다른 시민들처럼 평범한 아파트에 살고 있다. 독일 총리로 선출되기 전에도 이 아파트에 살았고, 그 후에도 그녀는 여기를 떠나지 않았다. 한 기자가 물었다. 당신은 항상 같은 옷만 입는데 다른 옷이 없나요? 그녀는 대답했다. 나는 모델이 아니라 공무원입니다 끝으로 민주주의에서 주목하는 행복의 조건인 평등은 정치적 평등과 경제적 평등이 대표적이다. 누구나 선거권과 피선거권이 있고, 집회, 결사, 표현, 사상의 자유가 보장된다. 그리고 헌법 123조 2항은 지역 간의 균형 있는 발전을 위해 지역경제를 육성할 의무도 지게 되어 있다. 국민이 어디에 살든 평등한 경제적 이득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헌법을 외면하고 서울만 키웠다. 공룡화한 서울은 어떠한 부동산 정책을 내놓아도 해결책이 난망하다. 지방이 무너지고 어려운 삶 속에 출생률은 줄어 심각하다. 결국, 훌륭한 지도자란 국민의 평등권을 잘 실천하는 분이라야 하는 것이다. 미광선일 법명사 회주

[인천의 아침] 박남춘 시장, 선거와 시정 구분해야

내외부적으로 난관에 봉착해 있는 수도권매립지 사용종료 문제가 때아닌 정쟁에 휩싸여 해결이 난망하다. 지난달 30일 열린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자 토론회에서 유력 주자들이 수도권매립지 문제에 대한 입장을 공개하자 박남춘 인천시장은 유독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 발언만을 비판하면서다. 이에 이학재 국민의힘 인천시당 위원장이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할 인천시장이 쓰레기 매립지를 가지고 정치를 한다고 반박하면서, 오로지 시정 현안과제로 접근해야 할 수도권매립지 문제가 내년에 치를 인천시장 선거의 격랑 속으로 빠져들고 말았다. 이날 토론회에서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수도권매립지 문제에 대한) 인천시와의 협의가 쉽지 않습니다. 특히 오세훈 후보와 인천시장은 서로 당이 다르기 때문에 아마 협상이 거의 안 될 것입니다라고 했고, 오 후보는 현재 서울 시내에는 쓰레기를 매립할 장소가 없다. 따라서 협의를 잘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두 유력 주자 모두 서울에는 대체매립지 후보지가 없다는 전제여서 궁색한 해법이었다. 그런데 박 시장은 오 후보만을 특정해 공개 비판하면서 선거 개입 논란을 자초했고, 환경부서울시경기도와의 4자 협의도 제대로 끌어내지 못했다는 책임까지 떠안게 됐다. 박 시장의 선거용 책임론은 감염병 전문병원 인천 유치 실패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최근 감염병 전문병원 인천 유치를 위한 긴급행동은 영종도 표심을 달래기 위한 수단으로 서울대병원 영종 분원 유치를 앞세우다가 감염병 전문병원 유치에 실패했다면서 박 시장의 책임을 물었다. 질병관리청의 공모 방식을 볼 때 공공의료기관인 인천의료원에 유치하고 제2인천의료원 건립 의지를 밝혀야 했다는 거다. 책임론이 불거지자 박 시장은 제2의료원을 다시 추진하겠다고 했지만, 민선7기 출범 때 제1호 공약이었던 제2의료원을 포기한 선례가 있어 진정성을 의심받고 있다. 이에 박 시장은 출구전략으로 영흥도 자체매립지 조성을 선결과제로 선정, 전력하고 있다. 수도권매립지 특별회계를 전용하여 부지 매입에 나서는 한편 제2영흥대교 건설을 약속했다. 하지만 영흥도 주민들은 최근 설문조사에서 89.5%가 자체매립지 조성을 반대한다고 답했다. 인천 인구의 0.2%가 살고 있는 영흥도에서 모든 인천 쓰레기를 묻는 게 박 시장의 발생지 처리 원칙이냐며, 유권자 수가 적다고 정치권이 벌인 선거 폭력이라고 비난한 거다. 결국 시정 현안과제가 선거용으로 변질되지 않도록 박 시장 스스로 중심을 잡아야 한다. 시정과 선거가 뒤섞이면 그 피해는 온전히 시민 몫이기 때문이다. 김송원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

[인천의 아침] 배를 떠나지 않은 피아니스트

피아니스트의 전설이라는 영화를 보았다. 한 남자가 악기상에게 자신이 쓰던 트럼펫을 팔며 마지막으로 연주한다. 악기상은 그 곡을 들은 적이 있다며 중고 피아노 속에서 발견한 레코드원판을 꺼내서 틀었더니 같은 곡조의 피아노연주가 재생되었다. 이 곡의 작곡자를 묻는 악기상에게 그는 사연을 털어놓는다. 이민자들을 태우며 유럽과 미국을 오가던 여객선에서 한 화부가 피아노 위에 버려진 갓난아이를 발견하여 키웠다. 그 해가 1900년이라 그는 1900으로 불렸다. 몰래 피아노를 치던 어린이를 선장이 발견하여, 배의 피아노 연주자로 지낸다. 그는 한 번 들은 곡은 그대로 연주하고, 생각하거나 느끼는 것을 그림을 그리듯 연주하였다. 레코드의 곡도 녹음 중 한 눈에 반한 창 밖의 여인을 보며 연주한 자작곡이었다. 노베첸토(Novecento)라는 소설과 영화에 등장하는 이 피아니스트는 배에서 태어나 배가 폭파되어 수장될 때까지 배를 떠나지 않았다. 나도 비슷한 사람을 기억한다. 그는 의과대학 졸업부터 사망 하루 전까지 해부실습실을 떠나지 않았다. 그는 1926년에 태어나 1953년에 서울의대를 수석으로 졸업하였다. 의학교육자로서 시체실 옆방에 기거하며, 시신의 뼈를 추려 표본을 만들고, 조직표본을 만들어 전쟁 후 후학들에게 배움의 길을 열어주었다. 나는 1979년 썰렁하고 추웠던 실습실에서 그를 처음 만났다. 그는 하루 4시간씩 주 3회를 서서 돌아다녔다. 도록에 그려져 있지 않은 구조물도 그의 머리에는 3차원으로 정리되어 있었다. 학생들이 물어보면, 그는 직접 해부하여 그 구조물을 찾아 보여주며, 그 기능에 대하여 질문하였다. 대답하면 또 질문이 날아와 왜 의사가 되려는가?하는 화두를 들어야 그날의 대화가 끝났다. 그렇게 학기를 마치고 진급하고 졸업하여 의사가 되었다. 전공과를 정해야 할 때 그를 찾아갔다. 자네는 해부를 하지 말게. 성형외과를 하게나하고 석사학위 지도를 맡아주셨다. 그의 부음을 들은 것은 88올림픽이 있었던 해 수술실에서였다. 평생 결강을 해본 적이 없던 그는 머리가 아파 수업 중에 강의를 중단하고 귀가하여 다음날 작고하였다. 그의 사망 몇 년 후 물려받은 고서들은 지금도 나의 연구에 참고문헌으로 인용되곤 한다. 서울대학교에서 역사문화관을 세울 때 그가 수작업으로 쓰고 그린 해부학교재들과 육필 원고들을 기증하여, 전시회에 그가 미네소타대학에서 받은 학위논문의 필사 원본이 전시되었다. 사람은 가도 그의 업적은 남는다. 그가 사랑한 제자의 논문이 3천300회 인용되었고, 제자도 그의 제자를 남기니, 인생은 짧지만 인술은 길다. 연주자는 떠나도 음악은 영원히 남는 것처럼. 황건 인하대 의과대학 교수

[인천의 아침] 지방대학의 위기

올해 대학입시는 예상대로 지방대학 위기가 심각함을 실감할 수 있었다. 지방대학 위기의 가장 큰 원인은 학령인구 감소다. 2021년 대학입학정원을 유지할 경우, 2024년 학생 수 부족은 10만이 넘을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학생 수 감소는 미충원을 넘어 대학 폐교로 이어질 것이다. 폐교한 학교들의 사례를 보면 학생들은 학습권을 침해받고 교직원들은 일자리를 잃고 지역사회는 상권과 활력을 잃었다. 앞으로는 학령인구 급감으로 인해 지금까지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지방대학 폐교 문제가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입학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대학은 전국에 골고루 분산되는 것이 아니라 충청권 이하와 강원 지역으로 집중돼 있다. 그 이유는 사회 전반적인 인프라가 수도권에 쏠려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의 수도권 집중으로 인해 더 나은 일자리를 원하는 청년들이 수도권으로 몰리면서 지방대학의 위기는 더욱 심화됐다. 지방에 일자리가 늘어나고 지방대학이 배출한 인재와 생산한 지식을 흡수할 수 있는 관련 인프라가 마련되지 않는 한 지방대학 위기는 쉽게 극복되기 어려울 것이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 떠들면서 역대 정부가 실시한 지방대학 육성 방안은 국가균형발전과 연계되지 못했고, 지방대학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으며 정부가 바뀔 때마다 주요 정책은 바뀌었다. 무분별한 대학 신설과 정원 자율화 정책 또한 지방대학 위기를 가중했다. 변화하는 환경에 맞게 교육여건을 개선하고 특성화하려는 지방대학들의 자구책도 부족했고 정원 자율화 정책에 따라 교육여건이 받쳐주질 않는 열악함에도 학생 수는 늘렸다. 지방대학 육성을 위한 실효성있는 법제도 개선은 필수적이다. 「지방대학육성법」에서 규정한 정부의 지방대학 지원을 더 분명하게 의무화하고, 의무사항을 법률에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 지방인재 우대 관련 현행 제도는 실효성이 낮아 이를 보완해 정부의 목표치만큼이라도 지방인재가 채용되도록 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에서 사립대학 비율이 가장 높고 고등교육 재정의 상당 부분을 등록금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이마저도 평가에 따른 선별 지원 방식을 취해 지방대학은 재정 여건이 더욱 열악하고, 수도권대학과의 격차가 계속 벌어지고 있다. 사립대학 운영에 공공성, 민주성, 투명성이 강화될 필요성과 동시에 교육은 국가가 책임진다는 사명으로 재정의 절반 이상을 지원하는 방안도 도입해야 한다.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위기에 몰린 지방대학의 몰락을 최대한 방지하고, 국가균형발전에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하도록 전면적인 정책 재고가 필요하다. 한경순 건국대 교수/한국문화재보존과학회 명예회장

[인천의 아침] 노예제도의 진화

노예는 자신의 의지와 뜻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 아니고 남의 조정에 의해서 움직이는 것을 말한다. 인격으로서의 권리와 자유 없이 주인의 지배하에 강제로 노동하며 또 상품으로 매매양도의 대상이 되는 인간을 노예라고 한다. 그런데 과거 봉건제도 국가나 식민지 전성시대에의 노예제도와는 다르게 민주화된 현실 속에서도 변화된 현대판 노예의 모습들이 수없이 등장한다. 고도의 풍요 속에서 일어나는 보이지 않는 계급투쟁이 민주주의 사회에서 자유분방한 삶을 사는 지금 세대들에게는 좀 불편한 고통으로 나타나고 있다. 세상에 진입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불평등 속에서 노예가 돼버린 것이다. 대한민국 곳곳에서 산업재해로 인한 공사 현장에서의 수많은 사고사, 배송업체 직원들의 과로사, 강제 퇴출 실직자들의 고통, 힘 있는 자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세력에 당하는 성노예, 그리고 이런 현대판 노예 형태로 인해 개인의 인권은 유린 당하고 있다. 하지만 더 심각한 것은 인류가 만든 풍요 속에서 기계문명이 보이지 않게 사람들을 조정하고 노예화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편해지려고 차를 사지만 사실 모두가 차의 노예다. IT 기술의 발달로 모두가 편한 것 같지만, 밤낮없이 정보에 노출돼 노예와 같이 긴장 속에 살고 있다. 사회 변화에서 오는 또 다른 비의도적 노예화도 있다. 반려견의 유행으로 타인에게는 사랑과 관심을 주지도 못하면서사랑하는 개로 인해 거꾸로 그 뒷바라지하느라 개의 노예로 전락하는 사람들이 많다. 본인들은 그 시간을 자신의 자유와 행복을 위해 살아가지도 못하고 사람이 아닌 개에게 일생을 허비한다. 또한 모두가 자유 민주주의를 이야기하지만, 진정한 자유는 보이지 않고 돈과 권력의 노예로서 벗어나지 못하고 허울 좋은 자유를 노래하며 산다. 그리고 자연을 소유하려고 개발하지만 결국 자연의 역습을 받고 바이러스가 창궐해 인류는 자연과 바이러스의 노예로 사는지도 모른다. 철학자 플라톤은 위대한 철인이 나타나 정치를 해야 한다고 외쳤다. 하지만 그 이상사회는 독재자가 전횡하는 세상으로 변했다. 독선적 성향의 종교나 정치일수록 현실을 유토피아로 만들겠다고 소리 높여 외치는데, 그것은 달콤한 말로 사람들을 속이는 것이다. 특히 종교와 이념만큼 과거에 세상을 전쟁으로 타락시킨 일도 없다. 결국 허상에 이끌려 유혹에 빠지다 보면, 자신과 수많은 사람의 자유는 사라지고, 모두를 노예의 길로 이끌게 된다. 끊임없이 노예를 착취하려는 주인과 주인이 되기 위한 노예의 끝없는 사투만이 존재한다. 우리가 노예제도에서 깨어날 때마다 해결은 커녕 노예제도는 진화한다. 그러나 나는 누구인가? 세상은 무엇인가? 라는 의문을 가지고 화두를 잘 지키고 살다 보면 진실은 우리에게 답을 줄 것이다. 선일스님 법명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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