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아침] 보답

얼마 전에 의학과 1학년의 해부학과목에서 얼굴신경에 대해 강의를 했다. 해마다 그렇듯이 나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하며 내가 말하는 내용을 스펀지같이 받아들이려는 학생들의 열의에 찬 눈동자를 보면서, 나는 늘 이들을 좋은 의사로 만들고 싶었다. 어느덧 이번 학년도의 해부학 수업이 끝나, 최근 해부실습실에서 열리는 시신기증인 합동추모제에 참석했다. 제단에는 이번 학기에 시신을 기증한 8분의 위패가 모셔져 있다. 해부학 주임교수의 인사가 끝나고 학생들이 조별로 나가서 꽃을 바치고 묵념하기 시작했다. 너무나 적막하였다. 옆에 앉은 부학장과 의학교육실장에게 나지막하게 음악이 있었으면 좋겠네요하고 말했다. 그들이 대답하였다. 내년에는 꼭 준비하겠어요 둘째 조의 헌화가 시작했다. 그 적막을 견딜 수가 없었다. 맨 뒷줄에 앉았던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조용히 노래를 불렀다. 주 날개 밑 내가 편히 쉬리라, 어두운 이 밤에 바람 부나 마지막 조의 묵념이 끝날 때 2절이 끝났다. 곧 내빈 인사 차례가 되어 앞으로 나갔다. 나는 여러분은 시신을 기증하신 분들에게 빚을 진 셈입니다. 이분들에게 보답하려면 여러분이 좋은 의사가 되어야 합니다고 했다. 이는 나의 박사 지도교수인 백상호 교수가 쓴 좋은 의사를 만드는 길이라는 논문 중에 있는 문구다. 좋은 의사는 기준 이상의 임상 능력과 바른 직업관, 높은 신뢰성을 가지도록 키워야 한다. 좋은 의사는 한 개인의 성품, 교육, 직업관, 제도, 자기노력이 톱니처럼 물려서 완성된다. 좋은 의사로 만들려면 대학에서는 정성과 교육기술을 가지고 의도적으로 키워야 된다. 좋은 의사 교육에서 중요한 점은 실천을 통한 의식의 변화, 그리고 교수의 롤 모델이다. 이 같은 내용을 요약해서 학생들에게 전해줬다. 이러다보니 이 학생들을 좋은 의사로 만들려면 의학지식, 임상술기, 태도를 가르쳐야 하며, 무엇보다 내가 먼저 좋은 의사의 역할을 하는 것을 학생들에게 보여주어야 한다는 책임감이 더 커지기도 했다. 또 앞으로 이 학생들과 3년간 같이 지내며, 이들이 졸업할 때 정년퇴임을 하게 된다는 생각에 어깨가 더 무거워진다. 종일 외래 진료실에 앉아있다가 또 지하의 해부실습실에 있었더니 푸른 하늘이 보고 싶어진 탓에, 한하운 시인의 파랑새가 떠올랐다. 이어 나는 나는 죽어서 파랑새 되어, 푸른 하늘 푸른 들 날아다니며, 푸른 노래 푸른 울음 울어 예으리. 나는 나는 죽어서 파랑새 되리.라는 시구를 읊으며 인사말을 마무리 했다. 이제 육신이 예비 의사들의 손에 해부되어 이 세상의 하실 일을 마무리하신 기증자들의 영혼이 푸른 하늘 푸른 들을 날아 안식을 얻기를 기도한다. 황건 인하대 의과대학 교수

[인천의 아침] ‘학교폭력’ 우리가 함께 풀어야 할 과제

과거 학교폭력의 가해자로 드러난 배구선수들에 대한 사건으로 사회가 시끄럽다. 배구계에서 나온 학교폭력의 문제가 사회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어 학교폭력 미투가 전방위적으로 일어날 조짐을 보인다. 우리 사회에서 학교폭력은 누구나 직간접적으로 학창 시절에 경험했고 동료 간, 선후배 간, 사제 간의 크고 작은 폭력 건들을 어렵지 않게 목격했을 것이다. 70년대 중등교육을 경험한 나로서는 일부 학생들의 갈등 해소를 위한 다툼이나 심하면 무리 간의 분쟁, 비행 학생들의 탈선 행동, 학생 지도 선생님의 체벌 등에서 학교폭력을 접할 수 있었다. 최근에 접하는 학교폭력은 위험수위를 넘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어느 지인이 말하기를 과거에도 학교폭력 관련해 크고 작은 일들이 많았는데 대부분 묻어버리고 넘어갔고 지금은 발달된 SNS로 인해 많아 보이는 것이지 청소년기에 철없는 행동들은 늘 있던 일인데 너무 호들갑을 떠는 게 아니냐고 했다. 얼마 전엔 학교에서 체벌은 사라져가는데 학원가에서 부활한다는 시사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다. 학생들 간의 폭력은 크든 작든 간에 진행형이라고 한다. 폭력은 어떠한 이유와 형태로든 정당화될 수 없다. 학교폭력피해자는 받은 상처를 평생 안고 살아가야 하는데 가해자는 소년법이라는 울타리에서 보호받고 있는 게 현실이다. 소년 범죄에 대한 가벼운 처벌이 일부 청소년에게 형사처벌 기능을 경시하는 경향이 있다는 의견도 있다. 그렇다고 개선의 여지가 있으며 교화를 우선해야 할 청소년에게 형사처벌로만 다스릴 수는 없을 것이다. 청소년이라도 가해자의 가해행위와 그에 대한 피해가 심각한 경우 그에 상응하는 엄중한 형사처벌을 강화하는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들도 있다. 학교폭력의 해결을 위해 사회적, 개인적, 가정적, 학교 환경적 입장 등에서 세밀한 관찰과 해결방안을 위한 노력들이 필요하며 정부 차원의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 오늘날의 교과과정이나 학습 방법의 개발로는 청소년기에 받는 많은 압박감을 치유하면서 교육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학교 현장에서 생활지도를 위한 전문상담교사의 확충, 인성을 우선시하는 교육정책 등 학생복지에 관심이 필요하다. 학생들의 심리, 사회적 기능을 향상시키며 이들의 총체적인 삶의 질을 증진시킬 수 있는 방안들이 마련돼야 한다. 학교폭력의 해결을 위한 근본적인 문제논의와 이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구체적이고 다양하게 진행해야 할 것이다. 한경순 건국대 교수/한국문화재보존과학회 명예회장

[인천의 아침] 봄은 어디에

힘든 병마가 일 년을 지나 이 년째 접어들고, 추운 겨울도 아직 멈추지 않았다. 언제쯤 모두가 희망찬 봄기운을 찾을 수 있을까? 세상의 봄 노래는 희망의 상징이다. 나라를 빼앗겼을 때, 독재 권력에 억눌려 살았을 때, 전쟁의 혼란 속에 평화를 찾을 때, 누군가의 속박에서 벗어나고자 할 때, 가난에 허덕일 때, 삶이 고통스러울 때 희망의 상징은 봄이다. 그래서 시인들은 봄에 피는 꽃 속에 자신들의 메타포 적 메시지를 전달한다. 나대경이 지은 학림옥로 권6에 나오는 이름 모를 한 여승의 시에 봄을 깨달음으로 상징하는 시가 있다. 『종일토록 봄을 찾아 헤맸건만 봄은 보지 못하고 짚신이 닳도록 산 위의 구름만 밟고 다녔네! 지쳐서 돌아와 뜰 안에서 웃고 있는 매화 향기 맡으니 봄은 여기 매화 가지 위에 이미 무르익어 있는 것을』 봄을 찾아 헤맸건만 밖에서 결국 찾지 못하고 지쳐서 돌아오니, 집 뜰 안에 핀 매화를 보고서 비로소 봄이 왔음을 알았다는 내용이다. 입춘이 지나고 설도 지났는데 봄기운이 보이지 않아 들과 산을 두리번거리지만 봄은 조용히 매화 꽃봉오리에서 피듯 우리 마음에 이미 와 있다. 누구나 설을 쇠고 나이가 한 살 더 먹었으나 스스로는 변화를 느끼지 못하고 산다. 하지만, 조금씩 자신은 변하고 있다. 인생이라는 열차가 삶의 종착역으로 조용히 도착하고 있지만 내릴 준비가 안 되어 있는 게 모든 생명의 모습이다. 자연에 떠밀려서 혹은 세월에 떠밀려서 살다가 가는 것이 인생인듯하다. 그러나 자연은 우리에게 굴하지 않고 죽지 않는 강인한 삶의 길을 가르친다. 한겨울 눈 속에 얼어버린 작은 꽃봉오리들이 얼음과 눈을 헤치고 산등성이, 절벽, 길가 등에 소리 없이 생명의 꽃봉오리를 피울 때 자연이 가르치는 교훈은 경이롭다. 한국의 많은 산맥 넓은 산에 피는 수많은 야생화는 우리들의 눈에 잘 띄지 않지만 작은 꽃봉오리들이 봄 축제의 노래를 부르고 있다. 매화, 동백, 복수초, 애기복수초, 변산바람꽃, 너도바람꽃, 노루귀, 애기괭이눈, 노란앉은부채, 노랑제비꽃, 머위꽃, 애기중의무릇 등 수많은 봄의 꽃들이 새 생명의 찬란하고 위대한 탄생을 보여주고 있다. 앤솔러지는 시들의 모음이다. 그런데 앤솔러지의 그리스 어원은 꽃들의 모음이다. 자연은 글이 아닌 꽃이라는 형상의 시를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말이 없는, 글이 없는, 소리가 없는 침묵 속 형상의 아름다운 서사시가 한국의 산마다 들마다 피어나고 있다. 우리에게도 소리 없이 꽃과 함께 봄이 오고 있다. 선일스님 법명사 주지

[인천의 아침] 코로나가 드러낸 교육 허점, 기초학력 강화할 기회다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등교수업이 원격수업으로 대체되면서 학력저하 현상이 격화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결과에 따르면 읽기수학과학에서 최하등급을 받은 한국 학생 비율이 2000년 6%에서 가장 최근인 2018년 14.8%로 2배 이상 급증했다. 상위권 학생들도 예외 없이 모든 계층에서 학력저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구구조는 역피라미드가 됐는데 미래세대의 학업 성취도는 피라미드형 분포를 보이니 더욱 문제다. 기초학력이 부족한 학생들뿐 아니라 평범한 상위권을 위한 교육정책 마련도 시급한 이유다. 학력저하는 대학과 학생 모두에게 큰 손실이다. 기초학력이 부족한 학생들을 위해 기초영어나 기초수학 등 예비과정과 기초교과목을 운영하는 데 많은 재원을 투입하느라 대학 본연의 심화교육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 대학 공학교육에 필수인 물리Ⅱ를 선택하는 고등학생이 전체 공대 정원의 5%에 불과한 현실에서 학력저하는 어느 한 대학의 문제가 아니다. 서울대가 국정감사를 위해 제출한 자료에는 지난해 신입생 3명 중 1명은 영어, 5명 중 1명은 수학 기초학력이 부족했다. 성적우수자의 비율도 불과 일 년 만에 영어는 3.76%에서 2.82%로, 수학은 10.93%에서 10.16%로 줄었다. 기초학력이 부족한 학생이 대학과정을 성공적으로 마치려면 국가와 학교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 미국 조지아주 정부가 미국교육위원회(Education Commission of the States)와 수립한 조지아주 대학시스템(University System of GeorgiaUSG)을 우수사례로 볼 수 있다. USG는 신입생들이 여러 과목을 혼란스럽게 이수하지 않도록 집중영역(Academic focus area), 소위 메타 전공(meta-major)을 선택하게 한다. 학생 개인의 학업역량과 적성을 분석한 후 명확한 목표와 함께 맞춤형 학업트랙을 제시함으로써 학생들이 성공적으로 전공심화과정을 마칠 수 있게 지원한다. 학습자 중심의 수준별 맞춤형 교육시스템을 구축하려면 대학은 교육프로그램과 교수법을 꾸준히 개발해야 한다. 중고등학교에서는 수학교육을 강화하고 과학Ⅱ 과목 이수를 필수화하는 등 교육수준을 높여야 한다. 코로나19로 드러난 학력저하는 국가경쟁력과 직결된 문제다. 대학과 공교육은 손잡고 문제를 극복해야 한다. 신수봉 인하대학교 교학부총장

[인천의 아침] KBS 인천방송국 설립해야

국민의 방송 한국방송공사(이하 KBS)가 인천의 주요 현안문제를 제대로 보도하지 않는다고 혹평을 받았다. 인천YMCAYWCA경실련으로 구성된 인천주권찾기조직위원회가 인천 주요현안에 대한 KBS의 보도태도를 분석한 결과 인천 뉴스의 지역성공정성이, KBS 지역방송국이 있는 곳의 뉴스에 비해 최악인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매립지와 관련한 인천 뉴스는 부정적인 것투성이였고, 인천국제공항공사법 개정 관련뉴스는 아예 없었다는 거다. 최근 회자되는 인천의 핫이슈만을 골라 관련뉴스를 분석한 결과여서 실로 충격적이다. 이런 데 대해 조직위원회는 KBS 인천지역방송국이 없어서라고 진단했다. KBS는 TV 수신료와 광고 수입으로 운영한다. 하지만 1TV와 1라디오는 공영성 강화를 위해 광고를 하지 않는다. 한편, 수신료는 방송법 제6566조에 의거 KBS가 부과징수한다. 이에 수상기 소지자는 수신료를 납부해야 하며, 기간 내에 납부하지 않으면 국세 체납처분의 예에 의하여 징수 당한다. 결국 KBS는 주로 조세 성격의 수신료로 운영한다는 거다. 그래서 KBS는 방송의 공정성과 공익성 실현이란 공적 책무를 다해야 하고, 이를 위해 서울 본사와 전국 9개 주요도시(부산창원대구광주전주대전청주춘천제주)에 방송총국, 9개 지역(울산진주포항안동목포순천충주강릉원주)에 방송국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인천은 KBS 지역방송국이 없어 뉴스 소외지역으로 밀려났다. KBS는 2018년 말 지역방송 경쟁력 확보방안의 일환으로 뉴스7 지역화 방안을 시범 시행했다. 저녁 7시 뉴스 시간대 전체를 지역총국이 직접 제작편성토록 한 거다. 해당지역 주민들은 환영했고, 전문가도 KBS의 지역성 강화를 위한 분기점이라고 호평했다. 반면, 지역방송국이 없는 인천시민은 KBS 본사의 중앙서울 중심적 뉴스만 강요받았다. 일례로 인천국제공항의 동북아 허브공항 전략(One-Port 항공정책)을 위협하는 가덕도신공항 재추진이 부산시장 보궐선거용 공약으로 남발되는 상황에서, 부산경남과 대구경북 KBS 지역방송국은 찬반으로 갈려 엄청난 양의 뉴스를 쏟아냈다. 하지만 인천공항을 걱정하는 인천 뉴스는 하나도 없었다. 결국 KBS는 경기, 서울 다음으로 수신료를 많이 납부한 인천시민에겐 법적 공적 책무를 다하지 못했다. 그런데도 인천정치권은 일언반구가 없다. 국민이 신뢰하는 공영방송을 통해 지역여론을 형성하여 인천 현안을 풀 수 있는데도 말이다. 이제 시민이 나서서 KBS 인천방송국 설립을 요구할 때다. 김송원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

[인천의 아침] 의리와 인정의 조직문화

교전이 끝나고 돌아와 비행기에서 내린 편대장은 귀환을 보고하고는 쓰러졌다. 일으키려 했지만 숨을 거둔 뒤였고, 몸은 차가왔으며, 가슴에 탄환이 박혀 있었다. 보고한 것은 그의 혼이었다. 2차대전 중 일본방송이 전한 어느 조종사의 죽음이다. 일본군은 이렇게 가미카제(神風) 신화를 만들어냈다(루스 베네딕트, 『국화와 칼』). 도요토미는 1590년 일본을 통일하여 농민에게서 무기를 빼앗고 사무라이에게만 칼을 찰 수 있도록 하니, 무사계급이 200만명에 달했다. 그가 죽은 뒤 도쿠가와가 다시 통일했을 때(1603) 50만명의 무사들이 실직하여 대부분 상인계급으로 흡수되고, 나머지는 로닌(浪人)이 되어, 쇼군(將軍) 밑에서 전설적인 범죄조직을 형성했다. 이것이 야쿠자의 전신인 하타모토 야코이다. 이들은 쇼군의 권력을 업고 살인과 약탈을 일삼았다. 이들은 조직의 보호와 충성심을 확인하기 위해 은혜를 갚고, 치욕보다는 죽음을 택하며, 목숨을 바쳐 의리를 지킨다는 규율을 만들었다. 야쿠자의 신조인 기리(義理)와 닌조(人情)가 조직문화가 된 것이다. 일본 군인정신은 야쿠자의 조직문화를 승화시킨 것이다. 야쿠자는 1700년대 중반부터 도박꾼들과 행상인 집단이 계보를 형성하며 만들었으며 보복과 테러 행위를 자행했다. 일본인의 무사도는 후세의 작가들에 의해 의도적으로 조작된 것이며, 사회적 정의와는 관련이 없다. 야쿠자가 정의로 믿고 있었던 것은 두목에 대한 무조건적 복종이었다. 일본의 자살 문화는 전국시대 무사의 할복과 2차대전 당시 자살특공대에서 보듯이 일종의 전통이다. 정신적 생존의 중심부 하라(腹)를 갈라 보여 죄를 씻고 명예를 지키고 이름을 깨끗이 하고자 하였다. 일본지식층의 자살은 명예를 목숨보다 중요시하는 전통적인 풍조에서 유발되는 행동으로 자신의 비위 사실이 드러날 경우 사법적 판단에 앞서 죽음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이기섭 2005). 사회적 문제가 발생했을 때 책임자의 자살은 결백을 증명하려 한 것이 아니라 책임을 회피하기 위함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자살한 사람에게 끊임없는 연민을 보내며, 죽음 앞에서 죄는 사라지고 만다. 그러나, 에바 브라운과 함께 자살한 히틀러나, 자식들을 독극물로 살해하고 자살한 괴벨스를 보면 모든 자살이 동정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이용범, 2000). 일본에서 수십 년 전부터 계속되고 있는 사회지식층의 자살은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자주 보게 되었다. 장점은 배우고 받아들여야겠지만, 사무라이의 할복풍습, 야쿠자의 신조까지 받아들여 미화시키는 것은 올바른 극일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의리와 인정처럼 좋은 가치관은 언제나 정당성을 가져야 한다. 황건 인하대 의과대학 교수

[인천의 아침] 미술품의 진위 감정

국내 미술품에 대한 감정평가는 크게 진위와 평가 액수다. 오래전부터 공신력에 대한 지적이 나오고 있으나 현재도 검증방식은 허술하고 부족하며 주관적이다. 평가액보다도 진위가 우선돼야 평가액도 객관화할 수 있다. 한해 미술품이 거래되는 시장의 규모는 5천여억 원 정도다. 그간 미술품 위작 논란이 있는 작품의 감정 결과, 위작으로 판명돼도 유통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면 적어도 수년간 재판과정을 통해 위작으로 결론이 나기 전까지는 그 책임을 공표한 사람이 짊어져야 했으며 재판 결과 위작으로 나온다 해도 수년간 소송에 시달려야 한다. 소송비용 등 경제적 손실과 시간적 손실 등을 고려한다면 누구도 위작을 보고 위작이라고 하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몇 년 전부터 사립기관에서 미술품을 대상으로 작가, 제목, 장르, 시기, 소장 및 전시이력, 가격, 크기, 재료, 서명에 이르기까지 작품의 자세한 정보들을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한 작가의 작품 특징과 시대별, 주제별로 비교가 가능하며 특정 작품을 선택해 다른 작품들과 비교하는 기능을 통해 작품 간의 대조가 가능하다. 또 작품의 감정 이력을 조회할 수 있어 감정기관에서 위작 판정을 받고도 감정서를 없애는 행위, 감정서가 있어도 조회를 통해 공식적으로 발급된 감정서인지 아니면 위조된 감정서인지 확인도 가능하다. 우리나라의 미술품 감정은 1980년대 필요성을 인식한 상업화랑들에 의해 시작되면서 몇몇 감정기관들이 생겨났고 활동 중이다. 주로 관련 전문가들에 의한 안목과 경험에 의한 감정이 진행되고 있다. 개인은 물론 공공 미술관조차도 옥션이나 화랑 등 판매자의 이름만 믿고 거액을 들여 작품을 구입하고 있다. 반복되는 위작 논란을 잠재우고 미술품 거래 시장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공신력 있는 감정 시스템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공신력 있는 감정 시스템에 반드시 수반돼야 할 사항은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과학적 검증시스템 마련이다.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작품의 정보를 통해 안목과 경험에 의한 감정의 문제점들을 보완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정부 부처를 중심으로 기반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며 정부산하의 공신력 있는 기관 설립도 검토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이 늦은 감은 있지만, 미술품 감정의 체계적인 기반을 마련할 수 있는 시스템이 곧 마련될 것으로 기대한다. 한경순 건국대 교수/한국문화재보존과학회 명예회장

[인천의 아침] 신축년 새해 희망

올해는 소의 해다. 모든 국민에게 희망의 한 해가 되길 바란다. 작년 한 해 바이러스 전염병으로 인류의 큰 재앙이 닥쳐와 너무 많은 사람이 죽어갔고 아직도 진행형이다. 2020년 12월 31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기준 세계 누적 사망자 수는 180만3천423명으로 집계됐고 누적 확진자 수는 8천256만 명이 넘는다고 했다. 너무 많은 사람의 죽음으로 삶 자체가 무너져 내리는 것 같다. 하지만 고난과 슬픔 속에서 새로운 희망의 메시지가 피어나는 것이 세상의 이치다. 큰 고통을 겪은 경자년을 지나 새해에는 희망이 보일 것이라 확신한다. 특히 십이지의 띠 중에서 소는 사람에게 가장 많은 것을 베푸는 동물이기에 올해는 모두가 복과 행운이 가득한 한 해가 될 것으로 본다. 그러면 소의 덕성을 한번 찾아보기로 하자. 인도에서는 소를 신성하다고 여긴다. 소는 그들의 모든 신이 거주한다고 믿는다. 그래서 소는 사람들에게 숭배의 대상이 되면서 그가 배출하는 것까지도 성스러운 것으로 생각한다. 한국도 소의 예찬론은 대단하다. 춘원 이광수는 수필 우덕송(牛德頌)에서 이렇게 말한다. 『목에 백정의 마지막 칼이 푹 들어갈 때, 그가 으앙하고 큰 소리를 지르거니와, 사람들아! 이것이 무슨 뜻인 줄을 아는가, 아아! 다 이루었다. 하는 것이다. 소! 소는 동물 중에 인도주의자다. 동물 중에 부처요, 성자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말마따나 만물이 점점 고등하게 진화되어 가다가 소가 된 것이니, 소 위에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거니와, 아마 소는 사람이 동물성을 잃어 버리는 신성에 달하기 위하여 가장 본받을 선생이다.』라고 극찬하고 있다. 또한 소는 천 년의 세월 동안 절 법당 벽화로 그림을 그리는 소재로 제일 많이 사용해 오고 있다. 깨달음의 참 진리를 소에 비유하여 도를 찾는 것을 소 찾는 것으로 비유한 심우도(尋牛圖)라는 그림이 있다. 그림 속의 소를 찾는 열 단계에서 소를 찾아 나서는(尋牛) 첫 단계에서부터 소를 발견하고, 소를 잡은 후, 다섯 번째 단계에 소를 길들일 때 소는 흰 소로 변해가고, 여섯 번째 단계서 소를 타고 집으로 돌아올 때는 흰 소가 된다고 한다. 올해가 흰 소의 해이므로 집안에 흰 소가 들어온다는 것은 좋은 운이 들어온다는 뜻으로 본다. 그리고 기성세대들에게 소는 바로 고향을 그리는 마음의 향수다. 과거 도시 문화가 크게 일어나지 않았을 때 보고 들었던 음매하며 우는 건넛마을 소 우는 소리는 우리 마음에서 지워지지 않는 평안의 소리다. 어진 눈, 엄숙한 뿔, 슬기롭고 부지런한 힘, 유순하고, 인내하며, 성실하고, 근면한 소의 덕성으로 신축년부터는 밝은 희망의 시대가 열릴 것이다. 온 국민이 어깨를 펴고 힘차게 출발해보자. 선일스님 법명사 주지

[인천의 아침] K-방역과 5호 담당제

국내 코로나19 확산세가 K-방역 신화를 무너뜨릴 기세다. 정부는 3차 대유행의 기세를 꺾기 위해 24일부터 연말연시 특별 방역대책을 본격 시행하고, 수도권의 경우 5명 이상의 모든 사적 모임도 금지했다. 문제는 장기간 지속된 정부의 고강도 방역규제로 국민들의 피로감이 한계치에 다다라 더 이상 국민적 자발성에 기댄 정책이 유효하지 않다는 것이다. 오히려 국민들은 눈 빠지게 코로나19 백신을 기다리고 있는데, 정부는 조기 확보에 실패한 채 방역 우수신고자 포상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연말까지 코로나19 관련 우수신고자 100명에게 온누리상품권 10만원씩을 지급한다고 23일 밝혔다. 행안부의 안전신문고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신고는 할 수 있는데, 24일까지 집계한 방역수칙 위반 건수만 약 1만9천건으로 전월 대비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연말연시 특별 방역대책에 지자체들도 가세했다. 그런데 전 국민의 방역 감시망 구축이 자칫 반발만 불러, 국민의 자발성에 기초한 K-방역의 그간 성과마저 무너뜨릴까 걱정이다. 결국 해법은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를 제때 확보하는 것이다. 하지만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 20일 KBS1 TV 일요진단에 출연해 우리 정부가 백신 확보에 뒤늦게 대응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게다가 싱가포르, 카타르, 일본 등 아시아 국가들은 백신 물량을 이미 발 빠르게 확보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K-방역에 대한 신뢰는 점점 힘을 잃어가고 있다. 이제 우리 국민생활에서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는 것만큼 중차대한 최우선 과제는 없다. 애국심이 강한 우리 국민은 하루빨리 일상으로 돌아가려고 자발적으로 K-방역에 협조했고, 사생활 침해 등 인권문제도 감수했다. 그러나 정부는 기약 없는 백신 확보 때까지 국민끼리 감시자가 되란다. 일각에선 5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명령과 신고포상제 도입을 두고 북한의 5호 담당제가 연상된다는 우스갯소리가 돈다. 오히려 국민이 단합하여 웃픈(웃기면서도 슬픈) 현실을 극복할 때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김송원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

[인천의 아침] 승상의 사당을 어디가 찾으리요

사람이 태어나서부터 이 세상을 떠날 때까지 각양각색의 삶을 살게 된다. 여러 삶의 길 중에 과연 어떤 것이 사람들이 바라는 이상적인 삶(Ideal life)일까? 조선시대 우리 조상들의 큰 바램은 아들을 낳아 선조의 제사를 받들고 과거에 급제하여 관직에 나아가는 것이었다. 이러한 이상적인 삶은 그림으로도 그려져 평생도(平生圖)라고 불렸다. 처음에는 특정인의 일생을 그린 것으로부터 비롯되었으나 나중에는 그 구도와 내용이 비슷해졌다. 민속박물관 등에서 볼 수 있는 평생도는 대개 여덟 장부터 열두 잘 가량의 그림으로 돌잔치, 서당공부, 혼례, 과거급제, 관직과 벼슬(유수, 판서, 정승), 은퇴, 회혼례 등이 그 내용을 이루고 있다. 치세에는 평안한 노후가 마지막 그림이나, 국난의 시기에는 나라를 위하여 목숨을 내어놓는 그림이 마지막 그림이 되어야 진정한 정승이라고 기억될 것이다. 얼마 전 가평 운악산 가는 길 잣나무가 우거진 현등사 일주문 밖에서 작은 사당과 비석 세 개를 보았다. 비석의 주인공들은 태어난 해는 달라도 작고한 해는 비슷하였다. 항일순국지사 조병세(1827-1905), 최익현(1833-1906), 민영환(1861-1905)의 넋을 기리는 제단인 삼충단(三忠壇)이었다. 1905년 일제가 강제로 을사조약을 체결하여 국권을 침탈하자 최익현은 의병을 일으켜 일본군과 싸우다 체포되어 대마도로 유배되고 단식투쟁으로 숨졌다. 민영환은 을사조약 폐기와 을사오적 처단을 내용으로 하는 상소를 올렸고 받아들여지지 않자 자결하였다. 암행어사, 판서, 좌의정을 지내고 가평에 은거하고 있던 조병세는 79세의 고령에 서울로 올라와 을사조약의 무효와 을사오적 처단을 주장하며 항거하다가 일본헌병에게 세 번이나 연행되며 그 뜻을 이루지 못하자 자결하였다. 삼충단은 1910년 지역유지들이 세웠으나, 1931 왜정에 의해 사라졌고, 1988년 복원되었다고 한다. 평생도의 마지막 화폭을 나라를 위하여 목숨을 바치는 장면으로 마무리한 세 충신의 비석을 보며, 두시언해에서 배웠던, 당나라 시인 두보(712-770)가 촉한 제갈량(181-234)의 사당에서 지은 촉상(蜀相)이 기억났다. 승상의 사당을 어디가 찾으리오 금관성 밖 잣나무 우거진 곳이로다 세 번 돌아봄을 어지러이 함은 천하를 위한 헤아림이요 두 조를 거친 것은 늙은 신하의 마음이라 군사를 내어 가 이기지 못하고 몸이 먼저 죽으니 길이 영웅으로 하여금 눈물이 옷깃에 가득하게 하도다. 국난에 분골쇄신한 선열들을 생각하며, 어지러운 오늘날을 살아가는 의사로서 어떠한 길을 걷는 것이 옳은 삶인가 하는 생각을 하며 산을 내려왔다. 황건 인하대 의과대학 교수

[인천의 아침] 야외 공공미술품의 보존방안

공공미술품 대부분은 야외에 설치돼 있어 자연적, 인위적인 원인에 의해 손상된다. 야외에 노출된 미술품들은 대기환경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온습도 차이가 큰 환경에서는 보존 및 유지관리에 어려움이 많다. 자연적인 손상 원인에서 가장 큰 요인은 수분이며 강우나 지하수에 의해 발생한다. 강우는 그 자체로도 손상을 주지만 공기 중에 화학물질을 녹여 작품에 스며들고 화학반응을 일으켜 노화를 촉진시킨다. 대기오염이 심할수록 이러한 현상이 가속화하며 황사와 미세먼지 등으로 인해 작품 표면의 오염까지도 진행된다. 겨울철에는 수분이 작품으로 스며들어 부피가 9% 정도 증가한다. 이러한 현상이 반복되면 석재는 풍화하고 페인트로 도장한 부분은 박리 및 박락된다. 지하수는 이차적으로 수분을 작품에 공급해 화학반응에 의한 노화와 동절기 동결융해작용에 의해 파손되며 이끼조류지의류번식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새의 배설물도 야외 조형물을 손상시키며 바람에 의한 물리적 손상, 지진이나 자동차 진동도 원인이다. 인위적인 원인은 크게 세 가지다. 첫 번째는 관람자의 무분별한 행동으로 작품에 오르거나 장식물을 떼는 행위, 낙서긁힘 등으로 인한 손상이다. 두 번째는 내구성이 담보되지 않은 재료의 사용이다. 야외미술품은 금속, 석재를 주재료로 사용하는데 석재와 금속은 수분에 취약해 통기가 잘 되는 환경에 설치해야 하고, 금속의 경우 금속 소지에 충분한 방청 처리와 내후성이 좋은 페인트를 사용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비전문가의 보수행위는 작품손상을 가속할 수 있고 작품 미관에도 피해를 준다. 이러한 손상 원인에 의해 훼손된 작품들은 보수하는 데 행정적,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준다. 모든 야외미술품의 장기적 보존을 위해서는 작품 주변으로 배수가 원활하게 되도록 배수로 및 관리가 필요하다. 작품 가까이에 있는 조경은 작품 보존에 악영향을 미치므로 정기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작품 주변으로 통기가 원활하도록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며 장마가 끝나는 시기와 겨울이 지나는 시기에 주변 정비와 작품 청소가 필요하다. 관람자의 접근이 쉽기 때문에 작품 주변의 보호시설이나 안내문을 설치해 작품을 보호할 필요도 있다. 보호시설은 작품관람에 방해되지 않고 작품의 미관을 고려해 설치해야 한다. 야외조형물 심의 시, 설치 장소의 주변 환경, 설치 방법 및 마감 재료 등에 대한 심의 및 권고 항목이 들어갈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도 선행될 방안은 설치된 작품의 관리 상태에 대한 지속적이고 주기적인 조사점검이며 상황에 따라 응급처리도 진행돼야 할 것이다. 한경순 건국대 교수/한국문화재보존과학회 명예회장

[인천의 아침] 12월의 사색

선일스님 추운 겨울 한 해의 끝 12월에 누구나 지나간 시간을 돌아보고 사색의 시간을 갖게 된다. 하지만 올해는 한 해를 돌아보고 생각할 겨를이 없다. 지금은 가장 큰 희망이 코로나 백신 개발이나 치료제 이야기뿐이다. 그래도 과거에는 새로운 해를 맞는 모습들이 희망적이었다. 미래를 예견하는 사회과학자나 자연과학자들이 연일 나와서 앞으로 다가올 시대의 기대감으로 과학 기술과 미래 세계에 대한 계획 등이 많이 나왔다. 그러나 세상의 뉴스거리를 보면 온통 기후 비상사태와 환경파괴 병과 죽음과 싸움 이야기들이다. 욕망과 분노로 인한 어리석음이 가득한 세상 그 끝은 어디일까? 미래가 불투명하고 어지럽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더욱 암울한 한해다. 어떻게 해야 희망이 보일까? 그 출구를 찾기가 어렵다. 그래도 12월이기에 희망이 보인다. 12란 숫자는 신성하고 새로움을 만들어 줄 수 있는 달이기 때문이다. 12월이란 달의 숫자는 누가 만들었나? 고대 인류가 이 별에서 발견한 완전한 우주의 시간과 공간을 표시한 숫자일 것이다. 하루도 역시 12시간씩 오전 오후로 나뉘어 있다. 이는 태양을 돌고 있는 지구의 궤도를 보여주는 원을 30도씩 12등분 하고 있다. 둥근 원에 같은 각도로 10개를 나누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12개로 나누는 것은 가능하다. 동양의 천간과 함께 간지를 이루는 12지(支), 피아노 건반은 한 옥타브가 12개의 반음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연필 1다스는 12개, 고대 신화나 종교계에서도 12라는 숫자를 성스러운 곳에 많이 사용한다. 그 이유는 12속에 있다. 시작과 끝은 하나이며, 다시 시작이 있기 때문이다. 12월의 끝은 새로운 시작의 알림이다. 철학적 사고로 볼 때 공(空)은 우주의 본질이다. 그래서 물질이 공이요 공이 물질이다라고 한다. 모든 것이 끝나고 공으로 돌아가야 새로운 시작이 올 수 있는 것이다. 즉 끝나는 12월은 모든 것을 정리하고 공에서 시작해야 한다. 좋든 나쁘든 새로운 시작이다. 그 시작을 잘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시작을 잘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은 무엇일까? 톨스토이 단편 「세 가지 의문」에서는 가장 중요한 때는 현재, 중요한 존재는 지금 대하고 있는 사람, 중요한 일은 그에게 사랑을 베푸는 것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지금이 가장 중요한 때이고, 지금 내가 대하는 사람이 가장 중요한 분이고, 그에게 관심과 사랑을 베푸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라는 것이다. 12월을 정리하면서 새해를 시작하는 가장 중요한 일은 바로 지금 내가 대하는 사람에게 관심과 사랑을 베풀고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는 일일 것이다. 법명사 주지

[인천의 아침] 코로나 뉴노멀 시대, 대학교육 혁신기회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화두가 포스트 코로나에서 위드(With) 코로나로 넘어가고 있다. 이른바 코로나19가 불러온 뉴 노멀(New Normal) 2.0 시대가 펼쳐졌다. 모하메드 엘 에리언의 저서 새로운 부의 탄생(When Markets Collide)에서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나타난 현상을 뉴 노멀로 규정하면서 널리 알려졌다. 대학가의 전환도 가속화하고 있다. 인하대는 지난 수년간 에듀테크 환경을 혁신적으로 도입해 왔으나, 올해는 온라인 수업으로 대거 전환해야 해 하드웨어와 시스템을 대폭 보강했다. 온라인 강의 데이터베이스 서버의 용량과 속도를 수배로 추가 증설하고, 내년에 도입할 예정이었던 학습관리 시스템(LMS)도 한 학기 앞당겨 구축했다. LMS 전담 헬프데스크를 마련해 학생들의 질문에도 적극 대응하고 있다. 발 빠른 대응의 비결은 한발 앞서 추진해온 교육혁신 드라이브였다. 4차 산업시대를 선도하는 창의적이고 융합적인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대학 차원에서 꾸준히 준비해왔다. 의사소통능력(Communication), 협업능력(Collaboration), 비판적 사고능력(Critical Thinking), 창의력(Creativity)이라는 4C를 갖춘 인재양성을 목표로 인하-펜타(Penta) 이노베이션 프로젝트라는 중장기 발전계획을 수립했다. 창의와 융합을 키워드로 교육과 연구, 산학협력, 인프라 구축, 지역사회 기여 등 다섯 가지 핵심전략과 핵심 프로그램을 구체화했다. 오프라인 교육현장을 단순히 온라인으로 옮기는 방식만으로는 교육혁신을 이끌 수 없기 때문이다. 이제까지 교육현장에서 온라인 교육의 역할은 대면강의를 보조하는 데 그쳤다. 그러나 이제는 코로나19로 그 역할이 대면수업과 대등한 수준으로 확대되고 있다. 앞으로 다가올 뉴노멀 3.0 시대는 1천명의 학생이 1천개의 커리큘럼으로 공부하는 매스 퍼스널 라이제이션(Mass Personalization) 시대가 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학의 생존은 교육의 모듈화와 유연화에 달려 있다. 인하대는 지식 전달 위주의 이론 수업은 반복해서 들을 수 있도록 온라인으로 전환하고 오프라인 강의는 실습과 토론을 위주로 설계하는 식으로 각각의 장점을 결합하고 연계를 강화한 맞춤형 블렌디드 학습모델을 개발하려고 한다. 1천300년 전에 언급됐던 부위정경(扶危定傾)의 자세, 즉 위기를 맞아 변해야 할 교육 체계가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가 됐다. 신수봉 인하대 교학부총장

[인천의 아침] 항공 MRO 통합법인과 인천

정부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을 공식화했다. 지난 16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의 제25차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 장관 회의에서 산업은행은 두 항공사의 통합을 골자로 한 항공운송업 경쟁력 제고방안을 보고했다. 대한항공의 지주사인 한진칼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지원키 위해 산업은행이 제3자 배정과 교환사채 인수를 통해 공적자금 8천억원을 한진칼에 투입키로 한 것이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유럽과 미국 항공업계의 합종연횡처럼 국내 항공업도 합쳐서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인천국제공항은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이번 거래를 이끌고 있는 산업은행과 유관부처들은 최근 관계 장관 회의를 앞두고 양사 합병의 당위성을 설명하는 일부 근거로 MRO산업 경쟁력 강화방안을 논의했다는 후문이다. 이와 관련, 국토부의 고위 관계자는 MRO는 국가 차원에서 육성해야하는 필수 분야인데, 능력이 뛰어난 대한항공이 자가 수요에, 아시아나항공이 외주에 몰린 측면이 있다며 전문 항공MRO 통합법인 설립을 기정사실화했다. 현재 대한항공은 173대, 아시아나항공은 86대의 항공기를 보유 중이고, 양사의 자회사인 진에어(28대), 에어부산(25대), 에어서울(7대)도 총 60대의 항공기를 보유하고 있다. 통합법인 설립으로 정비시설을 공유하면 국부유출 방지(2018년 기준 54%, 1.4조원)는 물론 항공MRO 산업 경쟁력 강화의 기반이 마련된다. 그러나 국제선이 집중돼 정비수요가 많은 외국 항공기들이 몰리고 있는 인천국제공항은 이번 기회를 십분 활용해야하지만 항공기 정비업을 영위할 수 있는 법 개정이 늦어져 끌탕하고 있다. 경남 정치권의 강한 반대로 지체되고 있는 사이, 사천에선 마침 17일에 민항기 정비동 준공식을 가졌다. 또한 사천 항공정비 전문단지 조성이 김경수 도지사의 역점과제다 보니 MRO 통합법인의 입지 선정이 정치적으로 접근될 수도 있다. 다만 TAT(Turn Around Time, 정비 소요시간) 단축이 비용 문제와 직결돼 있어 각국의 주요 항공사들은 인천공항을 근거리 통합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우리나라 항공MRO의 최적지로 꼽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에 정부와 정치권은 대한항공 오너 일가 특혜 논란에도 엄청난 국민 혈세를 투입하는 만큼 어느 때보다 공정해야 한다. 합병의 시너지 효과와 산업경쟁력 강화라는 소기의 성과를 거두려면 세계 항공시장의 논리를 따라야 한다. 자칫 선거용으로 접근했다가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걸 인천시장과 정치권은 명확히 역설해야 한다. 김송원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 장

[인천의 아침] 수술실에서 가장 먼저 하는 일

수술실에 환자가 들어오면 수술대에 눕히고 혈압계를 팔에 감고, 가슴에 심전도 전극을 붙이고 손가락에 맥박산소측정기(pulse oximeter)를 꽂는다. 이들은 환자의 활력징후(vital sign)를 감시하는, 가장 기본적이며 필수적인 장비이다. 국소마취로 시행하는 간단한 시술이라도 맥박산소측정기만은 꼭 부착하고 감시한다. 이 기기는 두 개의 서로 다른 파장의 빛을 손끝에 대어 말초혈액의 산소포화도를 측정하는 장치이다. 두 개의 광원으로부터 발생한 적외선(660nm)과 자외선(940nm)을 손가락의 가는 동맥에 통과시켰을 때 흡수한 빛의 비율을 센서가 측정해 혈관 내 산화헤모글로빈과 헤모글로빈의 흡광도의 차이를 나타낸다. 내가 인턴 때에는 맥박산소측정기가 없었다. 미국에서도 1987년에 전신마취로 수술할 때 사용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수술실에서의 사용을 시작으로 회복실, 중환자실로 그 사용이 급속히 늘었다. 특히 신생아에서 피를 뽑지 않고도 산소포화도를 보여주는 이 장비는 신생아실의 필수품이 됐다. 연구자들은 혈액이 붉은빛과 적외선을 다르게 흡수하는 차이점으로 산소측정기를 개발하려고 노력은 했으나, 노이즈(잡음)를 처리하지 못했기에, 부정확하고도 불편했다. 노이즈를 없앰으로써 정확하고 간편하게 만든 장비를 처음으로 개발한 사람이 일본 니가타대학을 졸업한 다쿠오 아오야기(Takuo Aoyagi)이다. 의료장비 회사 니혼코덴(Nihon Khoden)에 근무하던 그는 1972년에 이 기계를 발명해 회사는 1975년에 특허를 신청해 1979년 승인됐다. 1975년 외과의사 나까지마(Susumu Nakajima)가 처음으로 환자에게 적용해 이를 학계에 보고했다. 요사이는 인터넷에서도 구입할 수 있는 이 유용한 맥박산소측정기를 연구개발한 아오야기가 2020년 4월 타계했다. 나는 그가 졸업한 대학을 방문해 강의한 적이 있었다. 공과대학을 포함한 본교와 병원을 포함한 의과대학이 같은 캠퍼스에 있었으며, 당시는 의과대학 교수가 총장을 맡고 있었다. 강풍과 폭설로 비행기가 니가타 공항에 착륙할 수 없어 나리타 공항에 내려서 기차를 타고 니가타로 이동했다. 목적지에 가까워질 즈음 터널들을 통과했다.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고 시작하는 소설이 생각났다. 다음에 니가타에 다시 갈 기회가 있으면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3년간 머물며 설국을 썼다는 다카한 온천여관뿐 아니라 훌륭한 발명가 아오야기의 자취도 살펴보고 싶다. 황건 인하대 의과대학 교수

[인천의 아침] 공공미술(公共美術) 이대로 좋은가?

최근 10개월째 수도권에 소재한 공공미술품에 대한 보존 및 관리 상태를 점검 중이다. 해당 자치단체는 야외 조형물 5천여 점을 공공미술품으로 설치했다. 신축 건물과 아파트가 많아지면서 연간 수백 점이 생기고 수백억원의 예산이 든다. 공공미술은 대중을 위한 미술로, 도시나 공원에 있는 조각공예작품 벽화 등이 이에 해당한다. 공공미술이라는 용어는 1967년 영국의 존 윌렛의 저서『도시 속의 미술 (Art in a City)』에서 처음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금만 관찰하면 주변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는 공공미술품에 대해 보존학자로써 작은 제언을 하려고 한다. 문화예술진흥을 위해 문화예술진흥법이 제정됐고 시행령 제12조를 보면 건축물의 연면적이 1만㎡ 이상인 경우 조형예술품의 설치를 의무화했다. 1% 법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건축비의 1%를 들여 예술품을 설치하게 법으로 제정한 것이다. 그러나 야외에 설치하다 보니 먼지 및 각종 오염물에 자유로울 수 없고 무분별한 관람자들은 작품위에 오르거나 파손, 낙서 등의 흔적을 남겨 흉물스럽게 변하기도 한다. 작가가 작품을 제작하고 설치할 때 문제도 있다. 주변 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구조적 안정성을 담보하지 않으며 재료의 잘못된 선정 등에서 오는 문제들도 작품의 보존에 많은 영향을 준다. 그러나 공공미술의 유지보수를 위한 국내규정은 매우 단순하다. 하자이행기간은 통상 2년이며 공사금액 10%의 하자이행 보증보험을 가입하고 증권을 심의 시 제출할 것과 하자이행 기간 이후엔 건축주가 유지관리책임을 부담하고 미술가가 실비 보수할 것 정도의 항목이다. 공공미술품들에 대한 문제들은 그간 많이 제시된 터라 관련 행정이 개선하는 중이다. 대표적으로 예술적 가치나 공공이 동감하고 향유할 수 있는 작품인가에 대한 논란, 편중된 작가 군에 의한 설치, 작가들이 적은 예산으로 작품을 제작해야하는 불공정한 관행 등일 것이다. 당연히 개선해야 할 일이며 될 것으로 기대하면서 2가지만 추가적으로 제언한다. 작품선정기준에서 작품이 설치될 공간의 주변 환경이 장기적으로 작품의 보존과 관람에 문제가 없는지 사전 검토해야 한다. 야외 조형물은 주변 환경이 절대적으로 중요한 보존 및 유지관리조건이기 때문이다. 또 작품에 사용되는 재료와 시공에 있어서 내구성이 담보되는 재료와 방법을 사용할 것을 설치 전에 조건으로 제시해야하며 건축주는 장기적인 유지관리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작품보존과 유지관리를 위한 합리적이면서도 현실적인 대안이 나올 것이며 더 이상 공공미술이 심각한 도심의 흉물로 변하지 않을 것이다. 한경순 건국대 교수, 한국문화재보존과학회 명예회장

[인천의 아침] 사람은 이름을 남긴다

사람은 죽고 난 후에 몸은 흙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이름과 업적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그만큼 사람들은 자신의 이름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한다. 자신이 죽어서 이 땅에서 사라질지라도 자신의 이름만은 세상에 남아서 사람들이 기억해 주기를 바라고, 더 나아가 많은 사람에게 칭찬받기를 원한다. 그래서 과거나 현대 속에서 뛰어난 사람들은 그들의 이름을 역사 속에 남긴다. 과거 신화와 전설로만 여기던 이름들이 속속 현실에서 밝혀져서 고대사가 다시 쓰이기도 한다. 단군이나 환웅 등의 이름이 신화로만 여겨지다가 현재는 한민족의 고대국가인 왕조의 이름으로 재조명되고 새로운 고대사 연구를 위해 유물 발굴과 역사 탐구가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역사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나라를 위해서, 혹은 철학이나 종교의 믿음으로, 민족을 위하고, 조직을 위하든, 또는 명예를 위해서 유명해진 사람들은 자신이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였고 목숨을 걸었다. 하지만 개인의 영달이나 이익을 위해 남을 생각하지 않고 하루하루 살아가는 사람들은 역사의 뒤안길에서 사라진다. 이씨 왕조가 끝난 이후 지금까지 한민족을 세계 속에 경제, 문화의 강국으로 만든 것은 어려울 때마다 열심히 살아온 애국 독립운동가, 뛰어난 정치인, 경제인, 과학자, 문화 예술인들이다. 특히 경제 대국으로 성장하기 위해 일생을 바쳤던 많은 재계 총수들의 업적도 크다고 본다. 특히 얼마 전 돌아가신 삼성 이건희 회장의 한국 경제 성장의 업적은 매우 크다. 2019년 11월 우리나라 5대 그룹 시가총액은 에프앤가이드에서 보면 삼성그룹의 시가총액이 434.9조 원, SK 121조, 현대 83.3조, LG 79.9조, 포스코 24.7조 등이다. 많은 경쟁자와 겨루는 세상은 승리욕이 강해야 한다. 특히 현대 국가 간의 경쟁은 과학과 경제력이 중요한 힘이다. 그러나 경제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과학과 기술뿐만 아니라 문화와 예술 분야가 같이 받쳐줘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한류의 세계화는 경제 성장에도 큰 역할을 하였다. 이러한 열풍은 중국, 홍콩,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전역으로 확산했다. 한국에 대한 인식이 좋아짐에 따라 각국에서는 한국 대중문화 수용의 차원을 넘어 김치, 고추장, 라면, 가전제품 등의 한국 상품과 문화에 대한 선호 현상 또한 뚜렷해졌다. 한류는 이따금 주춤거리면서도 줄곧 뻗어나갔고, 최근 아시아를 넘어 영화산업이 전 세계에 주목을 받았고, 방탄소년단, 싸이 등 많은 K팝 가수들의 대중문화는 유럽과 미국을 넘어 전 세계까지 진출하며 그들의 이름이 새로운 역사의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다. 경제계의 유명한 이름, 한류의 유명한 이름 세계만방에 퍼지고 그들의 이름은 오래 남을 것이다. 선일스님 법명사 주지

[인천의 아침] 대학 봉사·지역사회 유대

인하대학교는 봉사와 기여로 시작한 대학이다. 한국전쟁 이후 동양의 MIT 개교를 염원하며 하와이 교포와 국민 성금으로 주춧돌을 세웠다. 태생에서부터 국가와 민족에 일종의 채무를 안고 시작한 셈이다. 그동안 인하대가 지역사회에 교육봉사의 장(場)을 마련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선 배경이기도 하다. 1990년대 우리 대학은 사회봉사의 봉사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기틀과 규정을 마련했다. IMF 외환위기 이후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 붐이 일던 2000년대에는 사회봉사의 양적 성장을 꾀했다. CSR활동이 기업에는 전략적인 이익창출의 수단이었다면 학생들에게는 또 다른 배움의 연장이었다. 우리 대학은 봉사 교과목을 개설하고 해외봉사의 첫 삽을 뜨며 교육봉사활동의 전성기를 열었다. 2010년대에는 봉사활동의 질적성장을 이뤘다. 전담조직을 구성해 봉사활동을 체계화했고, 지역사회 공헌을 목표로 하는 전공 교과목을 운영했다. 해외봉사와 대학생 멘토링, 사회봉사단 구성 등 봉사활동을 다각화했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고 있는 현재는 대면 봉사활동을 대거 비대면으로 전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진행되고 있다. 인하대는 위기를 또 다른 기회 삼아 산발적인 봉사활동을 재정비하고 있다. 인천 지역사회에 봉사 인프라를 집중해 아무봉사 챌린지, 인천 섬봉사 프로젝트, 온라인 멘토링 등 효율적인 봉사활동을 추진했다. 인하대가 지향하는 궁극적인 이상향은 봉사활동과 학업의 경계를 허무는 것이다. 지역봉사가 과외(課外) 특별활동이 아닌, 수업과 생활에서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 있도록 서비스 러닝을 적극적으로 도입했다. 실제로 필자는 지난 2014년 나눔 프로젝트라는 나눔공학 교과목을 개설했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지역사회기관, 쪽방촌, 장애인 등을 방문해 지역사회의 문제를 발굴하고 해결책을 모색, 설계하며 학제적 지식응용 능력을 기르고 새로운 지식을 습득했다. 봉사활동은 봉사자와 수혜자의 좋은 경험으로만 끝나지 않는다. 봉사경험이 또 다른 봉사로 이어지고, 봉사의 수혜자가 잠재적 봉사자로서 선순환 고리를 만들 수 있다. 대학이 교문 밖 지역사회와 어떻게 유대를 맺어야 할지 답은 명확하다. 배움과 나눔이다. 대학의 존재 이유인 배움을 통해 나눔의 가치가 4차 산업혁명을 넘은 N차 산업시대에도 더욱 빛을 발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신수봉 인하대 교학부 총장

[인천의 아침] KBS 수신료와 인천 주권

올해 1천억원대의 경영적자(지난해 거둔 수신료 6천705억원)가 예상되는 KBS가 수신료 인상을 추진해 논란이다. 14일 국정감사에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조명희 의원(국민의힘)이 공개한 수신료 현실화 준비 및 정책대응 상황이란 제목의 KBS 내부 문건에 따르면 인상안을 내년 1월쯤 방송통신위원회에 상정하고, 석 달 뒤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지금 여당 의석 수라면 무사통과다. 하지만 지난 6월 미디어오늘 조사에서 수신료 인상에 부정적인 의견이 86%에 달했다. 이는 KBS가 정권 교체 때마다 불공정, 방만 경영 시비에 휩싸여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을 따라잡지 못해서다. 그렇다면 경기서울 다음으로 많은 수신료를 내는 인천의 방송환경은 안녕할까. 우선 KBS 수신료 납부현황(2015년도 기준, 납부액 및 비율)을 보면 경기(1천241억, 19.8%), 서울(1천170억, 18.7%), 인천(516억, 8.3%), 부산(502억, 8%), 대구(429억, 6.9%) 순이다. 반면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의 광고 배정액(2017년 기준)을 보면 서울(2조6천665억), 경기(1천696억), 부산(586억), 강원(443억), 대구(393억) 순인데, 인천(89억)은 충남(43억) 다음으로 최하위다. 인천시민이 많은 수신료를 내고도 상응하는 혜택을 돌려받지 못했다는 거다. 최근 박남춘 인천시장은 시민의 날을 맞아 자원순환정책 대전환을 위한 시민공동행동을 발표하고, 수도권매립지를 2025년까지만 사용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일부 중앙언론은 폭탄 선언이라고 단언하고, 4자 합의에 비춰 인천시의 일방적 주장이라는 서울시와 경기도, 환경부의 심경을 소개하면서 인천시를 에둘러 비판했다. 그렇다면 공영방송인 KBS는 어떤 보도 태도를 보였을까. 모니터링이 시급하다. 일례로 인천국제공항의 항공기 정비 미흡으로 인한 결항지연 등으로 항공기 운항 및 운항 안전이 위협받고 있어 인천시민이 연일 문제제기를 했는데도 KBS의 심층보도는 없다. 결국 수신료의 출처를 보면 지역성이 우선돼야 한다. 하지만 중앙정치 논리가 앞서는 순간 지역 시청자를 외면할 수밖에 없고, 수신료 인상의 명분도 잃게 된다. 인천시민이 수신료, 인천 환원을 외치면서 방송주권을 찾아야 하는 이유다. 인천에 대한 KBS의 보도 태도부터 모니터링 할 때다. 김송원 인천경제정의실천 시민연합 사무총장

[인천의 아침] 어머니와 노래당에 가다

바이러스 때문에 주말이면 어머니를 모시고 아내와 함께 가던 영화관이나 음악회를 못 간지가 여러 달 됐다. 다음 달에 돌아오는 어머니의 90회 생신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지 않는다면 10명 이상 모이기가 어려우므로 아들 삼형제가 각기 따로 어머니를 모시고 식사하기로 정한 마당이었다. 지난 일요일은 파란 하늘이 오랜만에 나들이에 합류한 아내와 딸아이의 발걸음을 재촉하는 것 같았다. 발이 편치 않으신 어머니가 좋아하시는 산책로로 가려다가 한동안 닫았던 행궁이 열렸다는 소식을 듣고 화성행궁으로 향했다. 정조대왕이 1789년 세워 그가 수원에 내려오면 머물던 화성행궁의 중심에는 정전 봉수당(奉壽堂)이 있었다. 수명(壽)을 받들어(奉) 빈다는 뜻으로 어머니 혜경궁 홍씨의 회갑연을 이곳에서 열었다고 한다. 만석꾼의 딸로 자란 우리 어머니는 한옥의 구조와 주련뿐 아니라 진찬상의 음식에도 관심이 많아 오래 구경하셨다. 송화다식도 괴어놓고, 생선전도 괴어 쌓아 각 음식의 높이가 50㎝는 넘어 보였다. 혜경궁(1735~1815)은 10세에 세자빈으로 간택됐고, 15세에 사도세자와 합방해 18세에 정조(1752~1800)를 낳았으나, 남편과는 13년간 살았을 뿐 본인이 28세 되던 해(1763), 아들이 11살일 때 남편은 뒤주에 갇혀 죽고 홀로됐다. 오른쪽에는 노래당(老來堂)이라는 건물이 있었다. 정조가 왕위에서 물러나 노후를 한가하게 지내고 싶다는 뜻에서 건립한 건물이며, 노래(老來)란 말은 늙는 것은 운명에 맡기고 편안히 살면 그곳이 고향이다라는 백거이(白居易)의 시에서 따온 것이라고 쓰여 있었다. 한 효자 생각이 났다. 노래자(老來子)는 나이 70이 넘어서도 어머니를 즐겁게 해드리려고 색동옷을 입고 재롱을 부렸다는 고사이다. 이 건물의 출입문 이름은 길이 젊음을 보존한다, 또는 늙기도 어렵다는 난로문(難老門)이었다. 난로문으로 걸어 나올 때 말띠 해에 태어난 우리 딸이 꼭 60년 전에 태어난 할머니를 부축하고 나오는 모습이 무척 정겹게 보였다. 어머니는 25세 때 결혼해 39세 때 홀로돼 수절하고 아들 셋을 키웠으며, 손자 손녀 7명을 두었다. 맑은 가을날 오랜만에 가족 외출이었다. 집으로 돌아오며 어머니의 이번 생신을 어디 좋은 곳에서 모일지 생각해 보았다. 이왕이면 색동옷을 입고 재롱을 부릴 수 있는 장소로 골라야겠다. 황건 인하대 의과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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