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엄중한 군기

최근 군 총기 난사 사건과 가혹 행위 등으로 군에 대한 국민적 신뢰와 함께 군 내부의 사기는 바닥에 떨어졌다. 무엇이 문제일까. 모 방송국에서 방영하는 진짜사나이라는 프로그램에서 본인의 출신 부대인 황금독수리(201특공여단) 부대가 나왔다. 특공 용사 대한민국 현역 병사 중 그 어떤 부대보다 빡쎈(?) 훈련으로 정평이 나 있는 부대임을 자부한다. 본인이 군 생활 당시 딱 한 번 맞았고(선임병) 딱 한 번 때렸다(후임병). 재조사에 들어가 벌을 받아야 한다면 받을 용의가 있다. 이 같은 훈육과 체벌, 얼차려 등은 군의 군기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훈련 자체가 너무 힘든 부대라 구타는 거의 없었고 내무 생활은 비교적 자율권이 많이 부여된 부대였다. 광주민주화운동 이후 후방 공수부대가 없어지면서 1980년대 창설된 후방 특공부대, 비록 근대사에서 X세대라고 불리던 우리세대지만 북한 간첩이 넘어 올 때마다 목숨을 내놓고 작전에 투입됐다. 1995년 부여 간첩 사건과 1996년 강릉 북한 잠수함 침투 사건 등 어떠한 환경 아래에서도 복종과 일정한 행동을 자율적으로 하는 정신적 태도 및 사기와 훈련 상태로 군기를 유지하며 강한 군대의 면모를 과시했다. 군에서의 인권 문제는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그렇다고 요즘 애들 철이 안 들어서 군대가 이 모양이 됐다고 얘기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최근 이순신을 영웅화하는 명량이라는 영화가 인기란다. 조선 해군이 연전연승할 수 있었던 것은 당시 전쟁에 참여했던 수많은 이름 모를 수군들의 군기가 이순신을 중심으로 엄중했기 때문이다. 군은 개인의 인권보다는 군기가 우선 되어야 한다. 물론 악질적 가혹행위와 구타가 군기를 유지하는 데 필요하다는 것은 아니다. 지구 상 유일의 분단국가에서 대한민국 군인으로 자부심을 느끼고 엄중한 군기를 유지하며 세계최강의 강군이 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리 스스로 내 가족을 지키지 못할 때 비참한 역사를 맞이해야 했던 과거를 잊어서는 안 된다. 대한민국군의 엄중(嚴重)한 군기(軍紀)가 바로 설 때 군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바로 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원재 경제부 차장

[지지대] ‘리딩 1250운동’

28사단 윤모 일병 구타 사망사건 등 잇따르고 있는 군부대 사고로 인해 국민들의 공분과 자식을 군대 보낸 부모들의 염려가 깊어지고 있다. 육군은 민관 병영문화혁신위원회를 출범시키는 등 병영문화 개선 대책을 마련, 발표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따갑다. 2005년 1월 육군훈련소에서 훈련병 192명에 인분이 묻은 손을 입에 넣도록 한 사건, 같은 해 6월 연천 GP에서 김모 일병이 수류탄을 던지고 총기를 난사한 사건 등 군부대 내에서 사건이 터질 때마다 인권개선, 병영문화 개선 등 대책이 잇따라 발표됐지만 개선되지 않고 있다. ▶지난 18일 국회 도서관에서 군부대 내 가혹행위 및 관심병사 문제를 포함한 병영문화 제반에 대한 진단과 근본적인 해결책을 논의하기 위한 2014 병영문화 개선 토론회가 열려 눈길을 끌었다. 정병국ㆍ홍철호ㆍ송영근 의원이 주최하고 ㈔사랑의책나누기운동본부가 주관한 이날 토론회에서는 국방부 장관 산하 군 인권위원회 설치 등 다양한 의견이 개진됐다. 특히 리딩 1250운동에 관심이 집중됐다. 군부대 내 병영독서운동인 리딩 1250운동이란 1주에 2권, 제대할 때까지 50권 책읽기이다. 정 의원은 이날 기조발언을 통해 훈련은 강하게, 생활은 편하게 할 수 있는 여건을 보장해 주어야 하며, 1250운동 등과 같은 독서 훈련이 지성과 인성, 전투력을 향상시킬수 있는 건강한 병영문화 개선책이라고 강조했다. 정 의원은 얼마전 본보와의 인터뷰에서도 병영문화 개선을 위한 최선의 방안은 책읽는 병영 만들기라고 강조했고, 책읽는 병사는 자기개발의 지성과 자기성찰의 인성을 갖추게 된다고 밝혔다. 최근 해병대를 제대한 정 의원의 아들도 제대할때까지 무려 100권 이상의 책을 읽었다고 한다. 군 부대 개선에 앞서 밥상머리 교육이 살아나고 학교 교육이 우선되어야 겠지만, 기강이 잡힌 군부대에서 리딩 책읽기 운동을 강력히 펼친다면 군부대 내에서나 제대 이후에도 사회구성원으로서 역할을 하지 않을까 한다. 책 읽기 좋은 가을이 다가오고 있다. 정근호 정치부장

[지지대] 깨어 있으라, 청년이여!

가는 곳마다 화제를 뿌리고 군중을 열광케 했던 프란치스코 교황이 4박5일의 일정을 성황리에 마치고 그제 오후 서울공항을 떠나 어제 로마 바티칸에 안착했다. 그 중 꽃동네의 장애인 심방과 아시아 청년회의 연설은 압권이다. 제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한 병상의 그 소년은 따듯했던 교황의 손길과 입술을 아마 평생 잊지 못 하리라. 23개국 1만여 명이 참석한 아시아 청년회의서 행한 그의 연설 화두는 청년이여! 깨어 있으라!였다. 그렇다. 청년은 깨어 있어야 한다. 젊은 남녀여! 그대 청년인가. 청년이라면 패기가 있어야 한다. 청년연령 그 자체가 광택이다. 패기는 전통을 중시하면서 도전을 겁내지 않는 실험정신의 왕성이다. 인류는 이렇게 해서 늘 발전해 왔다. 청년은 차세대의 동량이란 말이 이래서 나온다. 도전은 만용이 아닌 참다운 용기다. 묻겠다. 그대가 청년이면 정녕 도전의 용기가 있는가, 도전은 새로운 전통의 모랄이며 발전의 어머니다. 몸만 젊은이 일뿐 맘은 이미 다 간 애늙은이는 저리 가라! 애늙은 이에겐 희망이 없다. 청년이여 희망을 가져라. 꿈을 가져라. 희망은 인생의 좌표와 같아 좌표없는 인생은 표류하는 삶이니. 그대 청년이면 마땅히 희망이 있어야 할 것이다. 꿈은 젊음의 특권이다. 흔히 청년 취업난을 말한다. 그러나 이는 게으른자의 구실이다. 무능의 자기 합리화며 변명이다. 취업난 따위는 어느 세대고 있어왔다. 청년은 깨어 있어야 하는 것이다. 고인 물은 결국 썩기 마련이고 흐르는 물은 살아 숨 쉰다. 청년은 살아 숨 쉬는 물과 같아야 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올해 우리 나이 79세다. 체한 일정에 나이 많은 이의 무리가 있을까 봐 항상 걱정했다. 하지만 거뜬히 소화해 냈다. 젊은이도 감당키 어려운 놀라운 체력이다. 지칠 줄 모르는 그의 체력 또한 비록 몸은 나이 들었을 지라도 정신은 쉬길 거부하는 신사고에 있는지 모른다. 교황의 연설을 빌려 한국의 젊은 남녀들에게 당부한다. 깨어 있으라, 청년이여! 임양은 언론인

[지지대] 교황 방한 효과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선물했다. 광복절과 주말이 겹친 연휴, 국민들은 교황의 낮은 행보를 지켜보면서 미소 짓고 감동 받으며 모처럼 행복해했다. 가장 큰 선물은 위로였다. 교황은 평화와 화해, 소통과 치유의 메시지로 사회적 스트레스를 크게 낮춰줬다. 특히 세월호 유가족,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등과의 교감으로 당사자뿐 아니라 사회에 퍼져있는 고통의 흔적을 어루만져줘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로 하여금 큰 위안을 느끼게 했다. 음성 꽃동네에선 제대로 걷지도, 몸을 가누지도 못하는 중증 장애인들에게 서슴없이 다가가 꼭 안아주며 상처와 고통을 보듬어줬다. 교황의 방한은 한국을 알리는데도 큰 몫을 했다. 교황은 일거수일투족이 전 세계에 보도될 만큼 스타 중의 스타다. 교황의 이번 방한엔 한국 상주 외신 말고도 23개국 127개 매체의 외신기자 350명이 한국을 찾았다. CNN과 BBC 등은 지난 16일 광화문 시복 미사와 17일 해미읍성에서 열린 아시아청년대회 폐막 미사를 생중계했다. 경복궁과 더불어 한국을 대표하는 광화문에서 교황이 시복 미사를 집전하는 모습이 150여개 국가로 중계됨으로써 거둔 홍보 효과는 어마어마할 것이다. 경제효과도 상당하다. 지난해 7월 프란치스코 교황이 브라질을 방문했을 때 브라질관광공사는 경제효과를 5천억원대로 추산했다. 아직 국내에선 교황 방한의 경제효과를 분석해 발표한 곳은 없지만 역시 수천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교황의 방한은 얼어붙은 내수경기에도 온기를 불어넣었다. 주식 시장에는 교황 수혜주까지 등장했다. 쏘울이 의전차량으로 선정되면서 기아차의 주가가 들썩였다. 교황과 수행원들이 마신 물, 석수를 생산한 하이트진로의 주가도 최근 한달 사이 16% 급등했다. 광화문 광장에 인접한 호텔은 시복식이 열린 16일, 객실 예약율 100%를 기록했다. 주변 식당과 편의점 또한 대박이었다. 서점가도 교황 열풍에 힘입어 모처럼 활기를 띠었다. 이와함께 충남 당진 김대건 신부 생가와 서산의 해미읍성 등은 앞으로 관광객이 몰려 지역경제가 활성화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교황의 방한 효과는 여러모로 상당히 크다. 하지만 경제 효과만을 따지기 보다, 물질주의를 멀리하고 가난한 사람을 위하라는 교황의 메시지가 우리 사회에 던지는 의미를 깊이 되새겨봐야 할 것이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한국 관광 브랜드

Imagine your Korea(상상하라, 당신의 대한민국). 많은 사람들이 이 문장을 보고 무슨 생각을 할까 궁금하다. 도대체 뭘 상상하라는 뜻인지 잘 모르겠다. Imagine your Korea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새롭게 발표한 한국 관광 브랜드다. 외국인이 한국의 자연과 문화를 상상하고 직접 발견, 체험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취지의 표어다. 개발까지 13억원이 들었고, 앞으로 수십억원을 추가로 투입해 글로벌 캠페인을 진행할 계획이다. 하지만 상당수 외국인들은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반응이다. 한국을 상상하라는데, 아무 생각이 안난다는 식이다. 특히 Your Korea(당신의 한국)는 한국을 처음 방문하는 사람에게 던질 수 있는 메시지가 아니라는 지적이 많다. 각 나라마다 관광 브랜드를 만들어 세계의 관광객들을 유혹한다. 태국의 관광 브랜드는 Golden kingdom for green world(푸른 세상을 위한 황금왕국)이다. 태국의 황금사원 문화재와 자연미를 강조한 표현이다. 뉴질랜드는 깨끗한 자연을 강조한 100% Pure New Zealand(100% 순수한 뉴질랜드)를, 이집트는 고대 문명의 발상지임을 뜻하는 Where it all begins(모든 것이 시작된 곳)를 사용해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한국의 국가 브랜드는 매번 적절성 논란을 일으켰다. 2001년 발표된 Dynamic Korea는 역동성보다는 남북 분단, 시위 등의 이미지와 연계되면서 혼란스러운 느낌을 준다는 평가였다. 2007년 발표된 Korea Sparkling은 반짝반짝하고 활력 넘치는 한국이란 의미를 담았지만 엉뚱하게도 한국에선 탄산수가 많이 나오느냐고 물어보는 외국인이 많았다고 한다. 국제 관광객 수가 빠르게 늘고 관광시장 규모도 엄청나게 성장하고 있다. 관광산업은 국제수지 개선, 고용 창출, 관련 산업의 발전 및 지역개발 촉진 등 경제적 효과가 큰 산업이다. 따라서 관광산업을 국가의 기간 산업 및 미래의 유망 산업으로 육성하려는 경쟁이 치열하다. 우리 정부도 세계 25위인 관광경쟁력을 2017년까지 15위권으로 끌어올려 국내 관광소비액 30조원을 달성하고, 관광분야 일자리를 85만개에서 100만개로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한국의 문화적 가치를 반영하고 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는 관광 브랜드 개발이 아쉽다. 이연섭 논설위원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경기교육 이념논쟁 벗어나야

민선 3기 경기교육감시대가 시작된지 한달 보름여가 지났다. 지난 민선 12기를 합쳐 5년밖에 안되는데다 교육감도 동일 인물이었던 탓에 민선교육감제 정착 측면에서 이번 경기교육호에 거는 기대가 그 어느때보다 크다. 그러나 한국사회 고질적 병폐인 진보-보수간 이념 갈등이 도교육감 직선제 도입과 함께 경기교육계에 그대로 옮겨붙으며 경기교육을 위태롭게 하고 있다. 사전적 의미로 진보주의자는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원인을 사회 제도나 체제에 기인한다고 여기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제도와 체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반면 보수주의자는 문제의 원인이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정신적, 심리적 결함에서 비롯된 것으로 제도와 체제의 개선 없이 개인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소유하고 있다. 사실 양측은 국가의 발전이라는 공통의 목표 하에 방식의 차이를 두고 유치하게 대립하고 있는 것이다. 마치 어린아이들이 난 사과가 좋아, 아니 난 배가 맛있어라고 취향을 놓고 싸우는 것처럼. 이러함에도 경기교육의 진보와 보수파들은 교육자라는 본분을 망각한 채 자신들의 입지를 위해 끊임 없이 서로를 물어뜯고 헐뜯는 진흙탕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보수진영은 진보성향의 교육감이 당선됐다는 이유만으로 각종 교육정책에 대해 비판과 반대만 일삼고 있으며 진보진영은 주도권을 잡았다고 판단, 보수 성향 인사들을 철저히 배척하는데만 혈안이 돼 있는 게 작금의 현실이다. 이같은 양측 갈등이 학생인권조례, 학교생활기록부 학교폭력 가해사실 기재, 시국 선언교사 징계, 전교조 법외노조 사안 등의 논란을 부르며 정부와 교육청의 갈등까지 촉발하고 있는 것이다. 살인은 나쁜짓이다라는 말을 두고 진보와 보수가 절대 대립하지 않는 것처럼 올바른 경기인재 양성이라는 가치를 위해 진보-보수가 협력해야 할 때다. 개그는 개그일 뿐, 따라하지 말자 는 어느 개그맨의 대사가 생각난다. 교육은 교육일뿐 정치하지 말자. 박수철 사회부 차장

[지지대] 수원화성국제연극제

2014 수원화성국제연극제가 13일 화려하게 개막했다. 지난 1996년부터 열리고 있는 수원화성국제연극제는 18년 동안 꾸준히 열리며 경기지역의 대표적인 국제연극제로 자리매김했다. 이번 연극제는 17일까지 5일 동안 화성행궁 광장, 수원SK 아트리움, 광교호수공원, 한누리아트홀 등에서 다양한 공연이 펼치진다. 연극제에는 프랑스, 러시아, 우크라이나, 일본, 벨기에 등 7개국 7개 해외작품과 공모를 통해 선정된 10개 국내작품이 선보인다. 또 수원지역 10개 대학교가 참여하는 대학연극페스티벌, 시민희곡낭독과 시민프린지의 시민연극축제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수원화성국제연극제의 매력은 역시 세계문화유산 수원화성을 배경으로 열리며, 누구나 즐길 수 있다는 것. 올해 연극 개막작은 스페인 바르셀로나 그렉 페스티벌에서 극작을 받은 100명의 연인들. 20대부터 70대까지 서로 다른 직업과 환경 속에서 살아온 수원과 인근 지역 여성으로 구성된 100여명의 여성이 출연한 대작으로 화려한 개막을 알렸다. 스페인 극단 불의 전차(Carros de Foc)의 거리인형극 내추럴 스피릿도 볼거리다. 무용수와 곡예사의 불을 이용한 퍼포먼스를 펼친다. 폐막작은 프랑스 3개 예술단체가 합작으로 꾸민 색채의 비상. 빛과 조명, 대형기구 등 다양한 오브제를 활용한 초대형 야외극으로 열기구와 무용수들의 화려한 몸짓, 이색적인 음악과 형형색색의 조명으로 환상적인 무대를 만들 예정이다. 이밖에 극단 마루한의 놀이 마당극 훨훨간다는 비석치기, 고무줄놀이, 땅따먹기, 연날리기 등 텔레비전과 컴퓨터가 나타나기 이전 시대를 보여주고, 한국 요요챔피언으로 구성된 요요퍼포먼스그룹 요요현상의 시간낭비 요요쇼 등도 볼거리다. 무더운 8월 여름밤. 세계문화유산 화성 인근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연극, 공연을 보며 잠시 더위를 잊어보면 어떨까. 이선호 문화부장

[지지대] 국민훈장을

나라에서 정말 이 사람에게 훈장을 주어야 합니다. 국민훈장을 자원봉사자들이며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하나같이 입을 모으는 이 사람은 바로 녹색복지회 회장 이지현씨(63). 수원시 장안구 송죽동 457 만석공원앞 경로무료급식소에서 춘풍추우 햇수로 15년 동안 봉사를 해왔다. 그러면서 제9대 혜경궁 홍씨 역으로 선발돼 향토사회에 기여하기도 했다. 그간 이 무료급식소를 이용한 노인의 연인원이 자그만치 50만4천108명(10일 현재)에 이른다. 오는 12월20일 창립일이며 연말까지는 53만명을 돌파 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한 줄로 세운다면 얼마나 될까, 상상을 불허한다. 요즘은 하루 점심으로 160~180명씩 급식한다. 그러는 동안 이 회장도 나이가 들었다. 처음엔 꽃같이 예쁘더니 이젠 함께 늙게 됐어요 어느 단골 할머니의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40대 후반에 시작한 게 어느새 열 다섯 해를 지나 자신이 노인법에 의한 65세 노인의 문턱에 들어섰으니 그런 말을 들을 만도 하다. 그러나 이 회장의 마음은 언제나 초심 그대로다. 단돈 천 원을 받아도 무료가 아니잖아요. 뭣보다 동전 몇 닢이 없어 돌아서는 모습을 차마 볼 수 없었어요라는 그는 주변의 권고를 뿌리치고 내내 무료를 고집 한다. 지금의 장소는 이존하 전 대한노인회 경기도연합회 회장이 수원 장안구 지회장이던때 지정해 주었고 이존하 회장을 소개한 이는 1999년 당시의 고 심재덕 수원시장이다. 심 시장은 이 지회장과 점심 식사 자리에서 이지현씨를 가르쳐 여성으로써 수원의 보배라며 그같이 천거한 것이다. 그 때만 해도 수원엔 경로 급식이 전혀 없었던 것이다. 그러면서 심 시장은 앞으로 만석공원이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심 시장의 비서실장이 윤건모씨로 지금은 수원시 시설관리공단 이사장이다. 이 회장은 지금의 노인들이 농경시대에서 정보화시대를 잇는 산업화시대의 역군임을 중시한다. 많은 자원봉사 어머니들의 모델이 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 사회에 정의가 살아 있음을 후배에 보여 주기 위해 선배에게 국민훈장쯤 줘도 되지 않을까. 그의 저서로는 노인에게 샘솟는 행복을 성군의 모정 이세상을 꽃무늬처럼 등이 있다. 임양은 언론인

[지지대] ‘명량’ 돌풍

지난 주말에야 영화 명량을 봤다. LA 사는 친구들도 미국 개봉을 앞두고 시사회를 통해 봤다는데, 좀 늦었다. 영화를 보기 전 명량 인터넷 강의를 들었다. 최근 온라인을 통해 공개된 강의는 설민석 강사가 명량해전과 이순신 장군의 전략 전술 등을 쉽고 재밌게 설명하고 있다. 이순신 장군의 영웅적 활약상을 그린 영화 명량이 지난 10일 개봉 12일만에 관객 1천만명을 돌파했다. 역대 최단기간 1천만 관객 돌파다. 이제 아바타(1천362만명)가 세운 역대 최다 관객 기록을 갈아치울 수 있느냐가 관건인데 지금 기세라면 시간 문제다. 명량 돌풍은 극장 밖으로도 번지고 있다. 서점가에선 이순신 장군을 다룬 책들이 불티나게 팔리고, 이순신 장군의 무용담을 재현한 옥스퍼드 블록 같은 장난감은 판매가 60% 늘었다. 영화 무대가 된 전남 해남군 울돌목에는 명량해전의 현장을 보려는 관광객들로 북적인다. 바람은 정치권에까지 불어 박근혜 대통령도 봤다. 다른 정치인들도 이순신 정신을 배우자며 영화관으로 가고 있다. 이 영화는 특히 정치인들이 봐야하는데, 보고 반성 좀 했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정작 그들이 뭘 느끼고 뭘 얻어갔는지는 모르겠다. 영화가 12척의 배로 330척의 왜군을 상대로 싸워서 이긴 명량해전을 다뤘다는 것은 온 국민이 아는 내용이다. 그런데도 연일 대박 행진을 이어가는 것은 이순신 장군의 리더십 때문이다. 군율을 어긴자의 목을 가차없이 베면서도, 백성을 지키고 나라를 구하는데는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로 임하는 진정한 리더십을 우리 사회가 애타게 그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외로움과 두려움에 포기하지 않고 불가능에 맞서 싸우고, 자신의 목숨보다 백성을 먼저 염려하고, 신념과 용기로 승리를 이끈 이순신 장군의 모습에서 관객들은 감동을 받았다. 장군의 대사엔 나라를 위한 충정과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이 절절하게 녹아 감동을 더한다. 특히 장수 된 자의 의리는 충(忠)을 좇아야 하고 충은 백성을 향해야 한다. 백성이 있어야 나라가 있고 나라가 있어야 임금이 있는 법은, 국가나 국민보다 정쟁이 우선인 정치인들이 새겨야 할 명언이다. 두려움이 문제다. 그 두려움을 용기로 바꿀 수 있다면 그 용기는 백배 천배로 나타날 것이란 말은, 지금 우리 사회 얘기다. 이 시대 두려움을 용기로 바꿔줄 리더십이 절실하다. 어디 이순신 장군 같은 사람 없을까?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빈자의 대변인, 프란치스코

이탈리아 아시시의 성인 프란치스코(11821226)는 봉건제가 와해되던 12세기 말 부유한 포목상 집안에서 태어났다. 그 변혁의 시기에 귀족과 시민, 교황 지지자와 황제 지지자, 도시와 도시 사이에는 갈등과 다툼이 심했다. 늙은 거지의 얼굴에서 예수를 만나고 새로운 삶을 살게 된 프란치스코 성인은, 수도원 밖으로 나가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하면서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했다. 모두를 평등하고 고귀한 존재로 여긴 프란치스코 성인의 형제애는 권력과 지위의 틀에 매여있던 교회와 세상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었다. 성인은 평생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과 사회적 약자를 위했던 예수님처럼 살아 제2의 그리스도로 불린다. 지난해 3월 교황에 선출된 호르헤 마리오 베르골리오 추기경이 프란치스코 성인의 이름을 따 교황명으로 쓰고있다. 프란치스코 성인처럼 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교황은 아르헨티나에서 사제와 교구장 주교 시절 가난한 사람들의 고통과 인권의 유린을 목격했다. 이후 자신의 것을 기꺼이 내주면서 가난한 이들과 함께했다. 교황에 오른 뒤에도 검소하게 생활하며 낮은 곳에서 가난하고 소외받고 핍박받는 자들과 함께 하는 행보를 계속해왔다. 람페두사의 아프리카 난민 방문으로 시작된 교황의 행보는 철저히 가난한 이를 먼저 선택하는 사랑의 발걸음이었다. 얼굴이 온통 종기로 뒤덮인 피부병 환자에게 입맞춤 하는 장면은, 흡사 한센병 환자을 껴안던 프란치스코 성인을 떠올리게 한다. 교황은 빈자(貧者)의 대변인으로 전 세계인의 존경을 듬뿍 받고 있다. 돈을 우상화하며 인간성이 침해되고 있는 곳에 정의와 평화와 인간 존엄성을 살리는데도 노력하고 있다. 그런 프란치스코 교황이 아시아 지역 최초로 14일 한국을 방문한다. 교황의 한국 방한에 종교를 넘어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교황이 한국을 먼저 방문하는 것은 세계 유일의 남북분단 국가이고, 가난과 불의로 고통 받는 이들이 많은 한국의 현실을 마음 아파하며 함께 하기 위해서 일것이다. 교황은 방문 기간중 15일 대전에서 미사를 집전한 후 세월호 생존자와 유족을 만나고, 18일 명동성당에서 열리는 평화와 화해의 미사에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초대했다. 교황의 방문이 한반도의 갈등과 슬픔을 치유하고, 사랑과 평화의 기운을 널리 퍼뜨리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5선 국회의원 그냥 한 거 아니다

남경필 지사가 혁신을 내걸고 취임한 지 한달이 지났다. 취임 초기라서 그런지 많은 공무원들이 어색해 하고 있다. 지난 8년간 김문수 전 지사가 재임하면서 김 지사의 리더십에 익숙한 도청 공무원들에게 남 지사의 일거수 일투족은 낯설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가령 김 전 지사는 회의 중 질책도 많이 했고 호통을 치기도 했다. 그런데 남 지사는 그런 모습이 전혀 없다고 한다. 김 전 지사는 열정의 리더십이었다면 남 지사는 부드러운 리더십으로 표현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런데 도청에서 지난 8년간 보기 힘들었던 모습들이 잇따라 벌어지고 있다. 최근 한 회의에서 모 국장이 지시사항에 대해 왜 우리가 이걸 해야 합니까라고 반문하는 이해할 수 없는 벌어졌지만 남 지사는 그냥 넘어갔다고 한다. 또 광역 버스 입석 금지에 따른 혼란이 사전에 예고됐지만 이에 따른 대책을 마련하지 못했던 경기도를 대표해 남 지사가 직접 지난 4일 기자회견을 자청, 경기도의 수요 예측 실패를 인정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 남 지사는 관련 공무원들에게 단 한마디의 질책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조직개편과 관련, 공무원노조가 집단 반발하자 남 지사는 직접 노조를 찾아 설득하고 대화를 시도했다. 이런 일들이 반복되자 도청내에서 벌써부터 민선 6기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도지사가 강력한 정책 드라이브를 걸지 않다보니 일이 되겠냐는 걱정의 목소리다. 하지만 남 지사는 성인이 된 후 일생을 국회의원으로 온갖 모략이 난무하는 여의도에서 버티며 5선 국회의원까지 했다. 정권 실세에게 도전하다 공천에서 탈락할 뻔한 경험도 있고 지난 19대 총선에서는 이번 재보궐보다 더 박빙 승부끝에 겨우 당선됐다. 또 남 지사만큼 루머에 시달린 정치인을 찾아보기 힘들지만 경기도지사까지 당선됐다. 지방선거 공천 과정에서 자신과 가까운 사람들을 공천에서 탈락시키는 쓴 경험도 했다. 도청 공무원들이 남 지사에 대해 물어보면 이렇게 답변한다. 국회의원 5선 그냥 한 거 아니다라고. 김동식 정치부 차장

[지지대] 앙리의 교훈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 후반까지 세계적인 축구 스타로 명성을 떨친 프랑스 출신의 티에리 앙리(Thierry Henry)는 아직도 잉글랜드 프로축구 명문 아스널 팬들로부터 살아있는 전설로 사랑을 받고 있다. 아스널 팬들 뿐만 아니라 국내 축구팬들에게도 앙리는 친숙한 이름의 축구 스타로 각인돼 있다. 어릴적 어려운 환경 속에서 육상에 재능을 보였던 앙리는 유년시절 당대를 풍미했던 네덜란드의 축구스타 판 바스텐을 보며 축구 선수로서의 꿈을 키운 끝에 1999년부터 8년간 아스널에서 뛰며 226골을 넣었고, 프랑스 국가대표팀에서도 미셸 플라티니의 국가대표 최다골 기록을 경신하는 등 명성을 떨쳤다. 이후 스페인 명문 FC 바르셀로나를 거쳐 미국 메이저리그의 뉴욕 레드불스에서 37세의 나이에도 선수생활을 하고 있다. 이처럼 화려한 경력을 지닌 앙리가 6일 메이저리그 올스타와 바이에른 뮌헨(독일)의 친선경기를 앞두고 의미있는 발언을 했다. 앙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와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의 플레이를 본받으려 하지 말고, 프랑크 리베리나 토마스 뮐러(이상 바이에른 뮌헨) 같은 선수를 보고 배우라고 어린이들에게 주문했다. 어린이들에게 꿈이자 희망인 세계 최고의 골잡이 호날두와 메시를 본받지 말라는 이유로 앙리는 그들은 돌연변이고 아무리 모방하려 노력해도 그런 플레이에 자주 성공할 수는 없다. 리베리, 뮐러처럼 헌신적인 선수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앙리가 던진 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천부적인 재능을 바탕으로 현란한 개인기를 앞세워 세계 최고선수의 반열에 오른 호날두, 메시처럼 독특한 존재를 향해 꿈을 쫓기 보다는 부단한 노력과 자기희생 등 충분히 꿈을 이룰 수 있는 리베리, 뮐러 같은 인물을 롤모델로 삼고 배우라는 것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목표(꿈)를 세우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한다. 특히, 꿈많은 청소년들에게는 이루고 싶은 목표 또한 많게 마련이다. 하지만 그 꿈을 모두 이룰 수 는 없고 때로는 시련과 좌절도 맛보게 마련이다. 꿈꾸는 우리 젊은 세대들에게 이상의 꿈을 쫓기보다는 현실의 꿈을 쫓도록 도와주는 것은 우리 어른들의 몫이다. 황선학 체육부장

[지지대] 손학규의 정계 은퇴

만약 손학규가 새정치민주연합의 전신 민주당의 대선 후보였다면 어찌 됐을까? 당락은 몰라도 판세는 아마 달랐을 것이다. 그가 국회의원 수원병 730 재보궐선거에 출마했다가 낙선, 이튿날 지금 물러 나는 것이 순리라며 정계 은퇴 선언을 했다. 그의 강점이라면 100일 민생 탐방이다. 지금부터 8년 전 경기도지사를 그만 둔 당일 전라남도 장성군 황룡면으로 민생 탐방을 떠났다. 여느 정치인처럼 사진만 찍고 마는 것이 아니다. 뙤약볕이 내리쬐는 농어촌 들판에서 지역민들과 함께 땀 흘리며 일을 체험한 것이다. 또는 지하 수백미터 탄광 막장서 광원들과 탄을 캐기도 하고 태풍이 할퀸 하천의 응급공사를 하느라고 하루종일 곡괭이 질을 하기도 했다. 혹은 백화점 아르바이트를 체험했다. 이렇게 하여 100일 동안 서민들 삶을 체험하며 현장의 소리를 들은 정치인이 여야를 막론하여 그 말고 누가 또 있었는가? 김영삼 전 대통령의 문민정부 시절엔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냈다. 2007년 긍정과 부정의 시비 속에 영화를 누렸던 새누리의 전신 한나라당을 탈당했다. 민주당에 가서도 당 대표를 두 번 지내는 등 위기 때마다 당을 구했다. 그의 탈당은 정치 이념의 차이보다 한나라당의 당내 역학 구도 때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손학규의 은퇴는 이번에 국회의원직을 발판 삼아 다시 차기 당내 대권을 꿈꾼 것이 좌절된 탓도 있지만 무명의 정치신인에게 진 게 민선 지사를 역임한데 비추어 적잖게 충격을 받았던 것 같다. 그러나 은퇴는 너무 성급했다는 일부의 평도 없진 않다. 그의 국회 내 은퇴 선언식장은 21년의 정치인 생활을 기념하는 화환 하나 없이 초라 했다. 마치 염량세태를 보는 듯 했다. 우리네 정치 판에서 은퇴를 번복했던 예가 없지는 않다. 돌아가는 정치환경과 사회정서 여부가 문제일 것이다. 하지만 당장 문제다. 그는 서강대 교수를 하다가 정치에 입문 했으나 67세에 학계로 돌아 가기엔 너무 늦지 않았나 싶다. 아무래도 약사인 부인이 약국 간판을 다시 달 것 같다. 임양은 언론인

[지지대] 군대 가야 사람된다고?

지난 주말 지인들과의 한 모임에선, 선임병들의 잔혹한 구타와 가혹행위로 숨진 28사단 윤모 일병의 얘기가 화제가 됐다. 군대 간 아들을 둔 엄마도 있었고, 곧 아들을 군대에 보내야 하는 사람도 있어서 흥분과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핸드폰 속 온몸이 시퍼렇게 피멍 든 사진을 돌려보며 마치 자기 아들을 보는 듯 부르르 떨었다. 어떤 엄마는 목이 메여 말을 잇지 못했고 욕을 해대기도 했다. 이들은 치약 1통을 다 먹게했대 입을 벌리고 물고문도 했다는데 바닥을 기면서 가래와 음식물을 핥아먹게 했대 성기에 안티푸라민도 바르고라며, 윤 일병에게 가한 가혹행위는 짐승에게도 할 수 없는 짓이라고 치를 떨었다. 그러면서 군대 간 아들을 걱정했고, 군대에 어떻게 보낼 수 있냐고 한숨지었다. 윤 일병이 음식을 먹다가 선임병들에게 폭행당한 뒤 숨졌다는, 사망의 진실이 밝혀지자 인터넷과 SNS에선 분노가 확산되고 있다. 군대의 세월호 사건이나 다름없는 일이다. 입대 거부 운동을 하자 이제 군대 가야 사람된다는 말은 쓰레기통에 버려야 한다 원정출산이라도 해서 내 아들만큼은 군대 보내지 말았어야 하는것 아닌가 후회된다 는 등의 글과 함께 가해자들을 살인죄로 처벌해 달라는 인터넷 청원 운동에 서명인들이 급증하고 있다. 지금 대한민국에선 조국을 지키기위해 가족의 품을 떠난 아이들이 얻어맞고, 학대당하고, 아파도 치료받지 못하고, 심지어 목숨을 끊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비인간적이고 잔혹한 가혹행위가 끊이지 않는 대한민국 군대, 참으로 수치스럽고 안타깝다. 그동안 병영 내부의 폭언과 폭력, 왕따 등이 크게 줄고있다고 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군 당국이 지난 4월 한달간 육군 전 부대를 대상으로 병사관리 실태를 조사한 결과, 구타ㆍ언어폭력 등 가혹행위 3천900여건을 적발했다. 한 달 만에 제2, 제3의 윤 일병 사건이 될 수 있었던 사안을 뒤늦게 적발한 것이다. 우리 군끼리 믿음과 기강이 사라진 군대가 실전에서 제대로 전투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뿌리 깊은 폭력적 군(軍) 문화 자체를 바꾸지 않으면 군 조직이 무너지는 것은 물론 국민적 불신과 병역기피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 군은 지금 이 순간에도 얼마나 많은 윤 일병이 울고있는지 철저히 조사해 일벌백계하고, 확실한 재발방지책을 세워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무궁화

무궁화는 우리나라 꽃이다. 요즘 무궁화가 제철을 맞아 여기저기 화사하게 피었다. 환단고기에 따르면 단군시대엔 태양과 같이 밝은 꽃이라는 의미의 환화(桓花)로 불렸다. 옛날 중국에서는 군자의 기상을 지닌 꽃이라 하여 예찬했고, 서양에서도 이상의 꽃인 샤론의 장미라 하여 무척 사랑했다. 무궁화의 영문 표기가 바로 Rose of Sharon이다. 무궁화는 7월에서 9월까지 꽃이 피는데, 이른 새벽에 꽃이 새로 피었다가 오후에는 오므라들기 시작하고 해질 무렵에는 꽃이 떨어지기를 반복한다. 먼저 핀 꽃이 떨어지면 새로운 꽃이 피어나고, 꽃과 꽃이 끝없이 이어지는 꽃으로 강건함과 순수한 아름다움을 갖고있다. 무궁화의 꽃말로는 섬세한 아름다움 일편단심 은근 끈기 등이 있다. 무궁화(無窮花)의 한자말 무궁(無窮)은 국어사전에 공간이나 시간 따위가 끝이 없음이라고 나온다. 무궁화가 목근(木槿) 또는 순화(舜花)로 불리다가 꽃이 아주 오래 피는 특징에 따라 무궁화로 불리게 됐다는 설도 있다. 무궁화는 일제강점기 일본인들이 우리나라 국화(國花)라는 이유로 전국적으로 뽑아버리기 시작했다. 무궁화가 독립운동의 구심점이 되자 일제는 무궁화 꽃가루가 살에 닿으면 부스럼이 나는 부스럼 꽃이라는 말을 퍼뜨리며, 무궁화를 화장실 옆이나 울타리 모퉁이에 심는 천대받는 나무로 전락시키려 했다. 무궁화 말살정책이다. 하지만 우리 국민은 꿋꿋하게 무궁화를 지켜왔다. 광복후엔 태극기가 국기로 제정되면서 국기봉이 무궁화 꽃봉오리로 정해졌다. 정부의 공식문서나 외교문서에 나라를 대표하는 국장(國章)이 사용되는데 이 국장도 태극 문양을 5개의 무궁화 꽃잎이 감싼 모양으로 형상화 됐다. 무궁화 문양은 정부와 국회를 상징하는 표장으로도 사용된다. 일제의 무궁화 멸시로 한때 무궁화 보기가 쉽지 않았으나 지금은 품종이 100여종 넘게 개발돼 전국 어디서나 다양한 모양과 색깔의 무궁화를 볼 수 있다. 꽃 색깔도 붉은색, 분홍색, 연분홍색, 보라색, 자주색, 파란색, 흰색 등 다양하다. 피고 지고 또 피는 강인한 모습을 지닌 무궁화는 숱한 고난을 견뎌내며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우리 민족을 닮았다. 우리 국민이 무궁화를 더 아끼고 사랑해 애국가 후렴처럼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이 되길 기대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회원제 골프장

▲우리나라 골프장은 회원제와 대중제로 나뉜다. 말 그대로 한다면 회원제는 회원들에게 회원권을 팔아 자금을 조성하고 이들이 골프장을 이용하면서 생긴 수익으로 운영하는 구조이며, 대중제는 자본가가 자신의 자금을 투입해 골프장을 조성하고 이를 이용하는 일반 대중으로 부터 그린피 등 사용료를 받아 운영하는 방식이다. 당연 운영의 안정성은 이용자가 국한되는 회원제보다는 누구나 부킹을 통해 골프를 즐길 수 있는 대중제가 높다. 이를 방증이나 하듯 최근 몇년사이, 회원제 골프장들이 몰락하고 있다. ▲우리나라 회원제 골프장은 지난 1970년도 부터 성장하기 시작해 한때 회원권이 마치 부(富)의 상징으로 부상하며 호황을 누리기도 했다. 하지만 투기에 가까운 회원권 구매가 경제위기 등을 맞으며 시들해 지면서 끝이 보이지 않는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여기에는 경영주의 모럴해저드와 회원들을 철저하게 외면하는 불탈법적인 경영이 크게 한 몫하면서 여기저기서 회원들이 법적 문제를 제기하는 등 아우성이다. ▲회원제 골프장의 몰락은 이미 예견돼 있었다는 점에서 꼽씹어봐야 할 대목이 많다. 우리나라 회원제 골프장은 전형적으로 일본을 본받아 조성됐다. 일본은 1950년대 부터 예탁금제도를 도입해 골프장을 조성했다. 이 예탁금제도는 우리나라에 있어서 입회보증금이나 회원권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이런 제도는 기한이 도래하면 회원들에게 돌려주어야 할 부채다. 즉 골프장은 기간내에 합리적 경영을 통해 이 부채를 갚아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경제상황에 민감한 골프산업이다 보니 일본 역시 1990년도에 들어서면서 침체기를 맞아 현재 1천900여개 골프장 중 95%에 가까운 골프장이 문을 닫거나 다른 나라 자본에 잠식당했다. ▲일본의 위기를 보면서도 우리나라 골프장들은 그냥 뒷짐만 지고 있었고 관리 당국도 그저 먼 하늘만 바라보았다. 20년전에 회원제 골프장의 몰락이 바로 옆 나라에서 진행됐음에도 말이다. 타산지석(他山之石)이라 했다. 지금이라도 바로잡는 행동에 나서야 한다. 회원들의 권익을 되찾는 것은 물론이고 혹시라도 PGA나 LPGA에서 국위선양 중인 우리 선수들이 낯뜨워하는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정일형 사회부국장

[지지대] 여름휴가 하루 더가기

정부가 공무원 여름휴가 하루 더 가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정홍원 국무총리가 자신부터 앞장서겠다며 휴가 사용을 독려하고 나섰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도 휴가를 적극적으로 권장했다. 공무원의 휴가는 세월호 참사 이후 국정 비상체제에서 일상으로의 복귀를 의미하는 동시에 내수활성화를 꾀하자는 뜻이 담겨 있다. ▲중소기업 CEO들도 솔선하며 소비촉진을 독려하고 있다. 얼어붙은 내수경기를 참작해 휴가지를 국내로 선택해 줄 것을 권고하면서 실천에 옮기고 있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을 비롯한 중소기업단체장과 업종별 중소기업 대표 30여 명은 최근 강원도 홍천 수타계곡에서 여름휴가 국내에서 보내기 캠페인을 벌이고 지역 식당을 이용하며 본보기를 보였다. ▲다행스러운 건 올여름 휴가를 계획 중인 가구 중 3분의 1이 농촌 관광을 희망했다는 거다. 농촌진흥청이 수도권에 거주하는 503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올여름 휴가 계획이 있는 가구는 57.8%였으며, 이 가운데 여름휴가로 농촌 관광을 할 의향이 있다고 답한 가구는 30.3%였다. 가장 선호한 지역은 강원도(35.1%)였으며 전라도(22.0%), 제주도(16.3%), 충청도(10.9%), 경상도(9.6%), 경기도(4.8%) 순이었다. ▲아직 휴가지를 선택하지 못했다면 해양수산부가 추천한 우수 어촌체험마을을 찾아보자. 해수부는 지난 5월부터 전국 어촌체험마을 93곳의 서비스수준체험행사편의시설음식위생안전수준 등을 조사해 바지락 캐기망둥어 낚시갯벌썰매스킨스쿠버 등을 즐길 수 있는 화성 백미리를 비롯해 강원도 속초 장사, 전북 군산 장자도, 경남 창원 고현 등 19곳을 추천했다. 자세한 정보는 바다여행 포털사이트(www.seantour.com)에서 볼 수 있다. ▲휴가는 공무원이건 민간인이건 누구에게나 필요하다. 특히 올핸 대한민국 모든 국민이 너무나 고단한하루하루를 보내지 않았나. 이왕이면 국내에서 길게 휴가를 즐기면서 내수활성화에도 기여했음 좋겠다. 여름휴가 하루 더 가기 캠페인과 함께 휴가비 더 주기 운동도 펼쳐졌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있지만, 눈치 안 보고 휴가를 떠날 수 있는 사회분위기가 조성된 것만으로도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모르겠다. 박정임 경제부장

[지지대] 결재 전쟁

자치단체 등 행정관서에는 통상 재실등이 있다. 재실등은 대개 국장급부터 있다. 국장 재실등에 불이 켜지면 각 과에서는 기다렸다는 듯이 결재판이 들어간다. 그러나 정작 국장실에 가면 결재를 기다리는 사람이 한 둘이 아니다. 국장실이 이러하니 자치단체장실은 더 말 할 것 없이 북적거리기 마련이다. 그런데 단체장의 결재가 문제다. 오래 전 대구시장실 실례를 든 실화 한 토막- 어느 지역인사가 시장실을 방문, 시답지 않은 얘기로 시장을 장시간 독차지 해 비서실에는 결재가 밀리고 있으나 시장으로서는 방문객을 괄시 못할 처지. 그는 생각다 못해 전에 기자실과 농담 삼아 했던 약속 아닌 약속을 생각해 냈다. 시장은 마침내 구조 요청의 신호를 비서에게 보내고 비서실 연락을 받은 기자실은 시장실을 밀고 들어갔다. 일종의 밀어내기 작전인 것이다. 그러면 시장은 시치미를 떼고 연락도 없이, 손님이 계신데하면서 우물쭈물 하는 사이에 눈치없던 손님은 일어나곤 했다. 결재는 자치단체 같으면 그 자치단체 의사 표시의 형성 과정이다. 사람으로 치면 혈맥과 같다. 따라서 결재가 지연 되는 것은 지역주민에 대한 행정이 지연될 뿐만 아니라 피가 제대로 안 도는 것과 같다. 보조기관과 지휘관인 관청 간 의사 소통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여기에다 외적 요인까지 끼어서는 정말로 안 된다. 제6기 지방자치가 출범한 지 한 달을 맞는다. 지역에는 현 단체장이 자기 때문에 당선 됐다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이런 공치사도 무시 못하는 게 단체장들 입장이다. 이런 단체장 입장을 악용하는 지역인사들 가운데는 결재 방해꾼이 적지 않다고 한다. 요즘은 컴퓨터를 이용하는 전자결재가 있지만 결재 전쟁은 여전하다. 혹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결재 방해꾼이 되지 않는가 단체장을 방문하는 이들은 특히 조심해야 할 때라고 생각된다. 임양은 언론인

[지지대] 비만세 논란

비만세(Fat Tax)는 탄산음료, 고칼로리 가공식품 등 비만을 유발하는 식품에 대해 별도로 부과하는 세금이다. 덴마크가 세계 최초로 2011년 10월 1일에 도입했다. 덴마크는 비만ㆍ질병을 유발하는 저급음식(Junk Food) 가격을 올리면 소비가 줄어 질병도 줄어든다며 포화지방이 2.3% 이상 함유된 제품에 대해 포화지방 1㎏당 16크로네(약 3천400원)의 세금을 부과했다. 버터와 우유, 피자, 식용유, 육류, 조리식품 등 포화지방을 함유한 모든 식품이 적용 대상이었다. 그러나 시행 1년 뒤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70% 이상이 비만세는 잘못이라고 혹평했고, 80%는 비만세로 구매습관을 변경하지 않겠다고 답하는 등 강한 반발을 보였다. 비만세가 시행되는 1년 동안 국민들은 비만세가 안 붙어 물건값이 상대적으로 싼 인접국가 독일이나 스웨덴으로 가서 물품을 샀다. 덴마크 납세자는 비만세로 인한 연간 4.7%의 인플레이션 유발, 0.8%의 실질임금 감소, 1천300개의 일자리 상실 효과 등으로 분노했으며, 비만세 부과로 음식 소비가 건강에 좋은 음식으로 옮겨가지도 않았고, 정크푸드 소비도 줄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정치권도 비만세는 가난한 사람을 더욱 가난하게 만들 뿐이라며 행정부를 비판했다. 결국 주무장관은 비만세 폐지를 발표하며, 비만세는 우리가 도입해왔던 제도 중 가장 경멸스러운 것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런데 우리나라 정부가 이 비만세를 도입하려는 모양이다. 새 경제팀이 과감한 경기부양 의지를 밝히며 재정지출을 늘릴 뜻을 내비친 가운데 국민건강증진을 명분으로 비만세 도입을 공론화 하고 있다. 현대인의 비만은 한국뿐 아니라 세계적인 문제다. 세계보건기구(WHO)가 비만을 21세기 신종 전염병이라 말할 정도로 심각한 국제 문제다. 비만은 개인의 건강뿐 아니라 엄청난 사회경제적 손실을 초래하기 때문에 정부와 지역사회, 기업, 학교 등이 적극 나서 대처해야 한다. 하지만 그 해법이 비만세 부과는 아니다. 특정한 음식에 대한 규제만으로 비만 감소, 비만 치료에 대한 정책을 달성하기는 쉽지 않다. 비만세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공공 보건 개선을 꾀해야 한다. 정부가 국민건강을 염려해 담뱃세로 시작해 주세, 비만세를 검토 중이라는데 왠지 국가재정 때문에 세금을 늘리려는 꼼수로 보인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답게 살겠습니다’

1990년대 천주교에서 내 탓이오 운동을 벌여 사회적 호응을 얻은 바 있다. 가슴을 치며 자기 탓이라고 고백하는 기도문에서 따온 내 탓이오의 정신을 지금, 여기, 나에게서부터 찾아보자는 취지에서 전개된 캠페인이다. 당시 우리 사회는 이념ㆍ지역ㆍ세대간 갈등으로 어수선했다. 이런 상황에서 내 탓이오는 서로 남의 탓만 하는 이기적인 단점을 보완하고 국가사회발전에 보탬이 되는 방향으로 나가려는 신뢰회복운동이었다. 내 탓이오 운동을 펼쳤던 천주교 평신도 모임인 한국천주교평신도사도직협의회(이하 평협)가 올해는 ○○답게 살겠습니다 운동을 펼친다. 권길중 평협 회장은 얼마전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방한하고, 세월호 참사를 겪은 상황에서 과거처럼 그대로 살 수는 없다며 그래서 평신도 차원에서라도 스스로 정체성을 확인하고 뭔가 다르게 살아보자는 운동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답게 운동은 권 회장의 말처럼 두 가지 계기가 있었다. 하나는 다음 달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을 앞두고 우리 스스로 바뀔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일까를 고민하다 학생은 학생답게 선생은 선생답게 부모는 부모답게를 생각했다. 두 번째는 4월에 발생한 세월호 침몰 사고다. 선장이 선장다웠고, 선원들이 선원다웠으면 이런 참사가 벌어졌을까 생각하며 반성을 했다. 그는 종교인들이 모범을 보이면 우리 사회도 저절로 의식 수준이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이에 평협은 최근 충북 배론성지에서 상임위원회를 열고 ○○답게 살겠습니다를 범국민운동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8월엔 자기 정체성 확인하기, 9월엔 내 탓이오, 10월엔 내가 먼저 사랑하기, 11월엔 평화를 이루는 삶을 살기, 12월엔 서로 사랑하기 등 실천 덕목도 정했다. 90년대 내 탓이오 운동이 천주교 평신도 중심으로 벌인 것이 한계였다는 지적이 있어 앞으로 이 운동을 7대 종단 전체로 확대할 계획이다. 법정 스님도 살아 생전 저마다 서 있는 자리에서 자기 자신답게 살라는 말씀을 자주 하셨다. 아이디어는 천주교가 먼저 냈을지 몰라도 ○○답게 살겠습니다 운동만 제대로 확산돼 개개인이 실천한다면, 이런게 바로 국가 개조가 아닐까 싶다. 지금 나답게 살고 있는가? 한번씩, 생각해보자.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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