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카더라 통신에 휩싸인 체육계

경기도 민선 6기 남경필호가 출범한 지 4개월여가 경과하면서 도 산하기관 단체장에 대한 인사도 마무리되어 가고 있는 형국이다. 지난 7월 1일 남경필 지사 취임 이후 역대 다른 민선 도지사들에 비해 산하기관 단체장 교체가 비교적 원만하고도 잡음없이 진행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는 남 지사가 물리적인 교체보다는 대다수 단체장들에 대해 잔여 임기를 보장하는 배려(?)에 따른 결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물론 일부 기관장에 대해서는 사상 처음으로 인사청문회가 실시되고 일부 후보자가 낙마하는 사태도 있었으나, 이는 후보자의 업무수행 능력에 대한 문제 였을 뿐 큰 이슈가 되지는 못했다. 아무튼 민선 6기 초 산하단체장에 대한 인사는 비교적 무난하게 이뤄졌다는 평가를 받으며, 그동안 지방선거 때마다 도지사 당선의 공신들에 대한 논공행상(論功行賞)에 따른 인사 잡음이 적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경기도 산하기관 또는 재정적 지원을 받는 단체 가운데 내년 1ㆍ2월 임기가 만료되는 경기도체육회와 경기도수원월드컵경기장관리재단의 두 단체장 자리에 대한 하마평이 수면위로 떠오르며 갖가지 설이 난무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두 기관의 단체장 임기가 만료되는 시점을 불과 2ㆍ3개월 앞두고 두 자리에 대해 거론되는 인사들 2~3명의 이름이 맞물려 카더라 통신은 전하는 사람에 따라 하루에도 몇번씩 인사들이 자리가 이동되는 진풍경이 빚어지고 있다. 또한 두 단체장의 업무 수행 능력에 큰 문제가 없어 이들에 대한 재신임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도 대두되고 있다. 이에 현직 단체장은 물론 해당 기관 구성원들의 혼란은 더욱 가중되고 있으며, 인사권자의 의중과는 무관하게 여러 정보가 근원지도 모른 채 체육계에 떠돌고 있다. 인사권자인 도지사의 결심에 따라 연말연시를 전후해 두 단체장에 대한 거취문제가 결정될 것이라는 여론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가운데, 관련 기관과 체육계에서는 현 단체장이 연임을 하든, 아니면 새로운 인사로 교체되든 간에 전문성과 업무 수행능력을 갖춘 사람이 적재 적소에서 능력을 발휘 할 수 있는 인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경기도체육회와 월드컵재단 모두 변화와 개혁이라는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 두 기관 단체장에 대한 인사를 둘러싼 설이 장기적으로 난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도지사의 정확한 판단이 요구되는 이유다. 황선학 체육부장

[지지대] 공무원 연금개혁

철학상 이런 극한 논리가 있다. 인간적인 게 비인간적이고 비인간적인 게 인간적이라고. 알기 쉬운 생활의 예를 들어 설명 하겠다. 친한 처지에 돈을 빌린다고 가정하자. 우리 사이에 차용증은 무슨 차용증하며 문서 없이 거래를 한다. 인간적이다. 그러나 나중에 법정 다툼까지 가게 되는 비인간적 요소를 지닌다. 이 때에 차용증으로 객관화 하는 것은 비인간적이나 책임 한계를 분명히 하여 되레 인간적이라 할 수 있다. 철학이라 하여 어렵게 생각할 것 없다. 철학하는 정신을 철학이라 하는데 철학하는 정신은 일상을 회의 반성 비판 자각하는 정신상태를 말하는 것이다. 공무원 연금개혁이 이렇다. 당장은 비인간적이다. 더 내고 덜 받는다니 더욱 그렇다. 그러나 정부의 개혁안 발표에 의하면 6급의 경우, 내는 것 보다 평균 일억일천만원을 더 받는다고 한다. 그럼 반대하는 전공노(전국공무원노동조합) 측 얘기는 어떤가? 없다. 감성에 호소하여 덮어놓고 반대하는 것이다. 이러면 곤란하다. 양자를 비교할 대안 제시 없이 무조건 더 내고 덜 받는다는 주장은 상대적 박탈감을 자극하는 선동에 지나지 않는다. 공무원으로 청춘을 바쳤다고 우긴다. 생업을 위해 청춘을 보내는 것이 어디 공무원 뿐이랴. 공무원으로 청춘을 보냈으면 잘 지내지 않았느냐는 말이 나온다. 공무원은 국민이 가장 선호하는 직업이다. 신분이 보장되는 철밥통이다. 이대로 수 십 년을 가면 수 조 원대의 빚 투성이 공무원 연금으로 후손이 고통을 받는다. 연금까지 혈세를 끌어 들여 철밥통을 주장하는 것은 집단이기다. 공무원연금을 개혁하지 않고는 개혁을 말할 수 없다. 이 시대의 소명이다. 공무원연금 개혁은 비인간적인 작업 같아도 가장 인간적인 것이다. 공무원연금 개혁은 세계적인 대세다. 이번 기회에 인간적 결과가 될 비인간적 요소의 제거 수술이 단행돼야 할 것이다. 여기에는 물론 공무원들의 이해와 동참의식이 필요 하다. 임양은 언론인

[지지대] 홧김 범죄

지난 11일 부천에서 30대 자매가 40대 남성에게 흉기에 찔려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한 초등학교 인근 주택가 이면도로에서 남성은 이웃집 여성인 두 자매를 흉기로 수차례 찔러 숨지게 했다. 빌라와 다세대주택이 많은 곳에 사는 이들은 주차문제로 자주 다퉜다는데, 남성은 쌓인 악감정을 살인으로 표출했다. 순간의 분노를 참지 못해 저지르는 홧김 범죄가 잇따르고 있다. 16일 오전 2시 55분쯤 김포에선 음주운전 상태인 남성이 수사에 불만을 품고 자신의 차량에 LP가스통을 싣고 파출소로 돌진해 그 자리에서 숨졌다. 지난 10일엔 안산의 한 조경농장에서 부부가 외도문제로 말다툼을 하다가 남편이 부인의 머리를 난로에 부딪혀 숨지게 한 후 암매장 했다가 들통이 났다. 층간 소음 다툼으로 인한 살인, 주차 시비로 인한 살인, 그냥 화가나서 살인, 무시해서 살인. 욱 하는 감정으로 인한 홧김 범죄가 도를 넘고 있다. 불특정 다수에게 휘두르는 폭력도 점점 많아져 심각한 사회문제다. 갑작스런 분노와 충동으로 인해 우발적으로 발생한 살인 사건은 지난해 전체 살인의 39%에 달한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우발적 살인 비율이 30% 전후였던 점을 고려하면 크게 늘어난 수치다. 분노를 느끼는 건 자연스런 감정이지만 스트레스나 피로에 지속적으로 노출되거나 억울한 대우를 받는다는 강박증이 계속되면, 감정을 조절하는 뇌 전두엽 기능이 떨어져 작은 자극에도 폭발한다. 전문가들은 이를 개인의 문제로만 단정지을 수 없다고 말한다. 사회적ㆍ경제적 불평등 때문에 느끼게 되는 좌절감이나 분노가 외부의 작은 충격에도 분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빈부 격차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은 상황을 더욱 심각하게 만든다. 한 한의원에서 성인 228명을 대상으로 집중력과 감정조절 실태를 조사했더니 74명이 감정기복이 심해 작은 자극에도 분노가 폭발한다고 응답했다. 계속되는 불경기와 취업난, 치솟는 물가 등으로 정상적인 생활을 하기 어려운 사람이 적지않은 탓이다. 민생 고초에 세월호 트라우마 등으로 사회질서가 급격히 흐트러졌음을 부인할 수 없다. 평범한 시민이 저지르는 범죄현상을 보면 언제 어디서 피해를 당할지 가늠하기 어렵다. 그야말로 불안하다. 분노사회의 징조 같다. 끓어오르는 자신의 감정을 온건하고 평화적인 방법으로 해소할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해 보인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훈민정음 국보1호 지정

훈민정음(訓民正音)은 세종이 1443년 창제한 글자 이름이다. 세종 28년(1446)에 만든 훈민정음 한문해설서 이름이기도 하다. 해례가 붙어있어 훈민정음 해례본이라고도 한다. 훈민정음 해례본엔 한글을 창제한 목적과 세종이 쓴 서문, 한글을 만든 원리와 해례 등이 상세히 실려있다. 예의(例義)ㆍ해례(解例)ㆍ정인지 서문 등 3부분 33장으로 돼있는데 예의는 세종이 직접 지었고, 해례는 신숙주ㆍ성삼문 등 집현전 학사들이 집필했다. 정인지가 대표로 쓴 서문에는 1446년 9월 상순으로 발간일이 명시돼 있어 한글날 제정의 바탕이 됐다. 세종은 서문에 어리석은 백성들이 말하고 싶어도 그 뜻을 펴지 못한다. 내가 이것을 딱하게 여겨 새로 스물여덟 글자를 만들었으니 쉽게 익혀서 날마다 편리하게 사용하기 바란다라고 적었다. 한글 창제 목적과 함께 세종의 위민정신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안동의 이한걸가(李漢杰家)에서 소장해오던 훈민정음 해례본은 현재 서울 간송미술관에 있다. 1962년 국보 70호로 지정됐고, 1997년엔 유네스코 기록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훈민정음 해례본을 국보 1호로 지정하자는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문화재제자리찾기와 우리문화지킴이(대표 혜문 스님)는 지난 11월 11일 훈민정음 국보 1호 지정 10만 서명운동 발대식을 갖고 서명을 시작했다. 현재 국보 1호는 숭례문이다. 이는 일제강점기인 1934년 조선총독이 남대문을 1호로 지정했기 때문이란다. 임진왜란 당시 가토 기요마사가 한양 입성을 기념하기 위해 국보 1호로 지정했다는 연구 보고도 있다. 이에 김영삼 정부 시절인 1996년 국보 1호에서 해지하자는 논의가 있었고, 2005년엔 감사원이 국보 1호 해지 권고를 했으나 문화재위원회가 사회적 혼란을 이유로 부결시켰다. 이후 숭례문은 2008년 방화로 소실된 뒤 복구됐으나 각종 비리와 부실로 국민에게 실망을 안겼고, 더 이상 대한민국 국보 1호로서의 품격과 감동을 주지 못하고 있다. 혜문 스님은 조선총독이 지정한 국보 1호가 아닌 대한민국 국민이 지정한 국보 1호가 우리나라를 대표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며, 2015년 1월11일까지 10만 서명운동을 가진뒤 문화재청에 접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 민족이 창조해낸 위대한 문자 훈민정음이 과연 국보 1호에 오르게 될지 자못 기대된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한국형 상권 모델

수원 상권이 폭풍 전야를 맞고 있다. 늦어도 이달 말이면 국내 유통 1위 롯데몰 수원역점이 입점하고 경기도 쇼핑 1번지 AK 수원점이 증축을 마무리할 예정으로, 서수원 상권은 명실상부 경기도 최고의 쇼핑 메카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당연히 고객들의 입장에서는 원스톱(One-Stop)으로 쇼핑과 문화, 먹거리까지 해결해주는 대형쇼핑몰의 입점을 반길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거대 유통 공룡들의 서수원 상륙은 양면의 동전과도 같다. 당장 이들의 등장으로 생계를 걱정하는 자영업자, 소상공인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기획 기사를 쓰면서 만나 본 남문 로데오거리의 한 상인은 2003년 AK 수원점이 입점한 뒤 산소호흡기를 달고 하루하루를 연명하는 중환자의 삶을 살아왔는데 롯데몰까지 수원역에 입점하는 것은 우리에게서 호흡기를 강제로 떼버리는 것과 같다고 비통해했다. 물론 아직 구체적인 피해를 적시하긴 이르다. 하지만 어느 정도 예상은 가능한 게임이다. 소상공인진흥공단이 발표한 대형쇼핑몰 출점이 지역상권에 미치는 영향 및 시사점에 따르면 신세계 프리미엄 아웃렛과 롯데 프리미엄 아웃렛의 입점으로, 파주 금호동 문화의 거리와 고양 덕이동 로데오 타운내 200여점포는 대형쇼핑몰의 출점 후 3년간 월평균 매출액이 45.6%나 감소한 것으로 소상공인들의 피해는 현실이 되고 말았다. 시장 경제 사회에서 대기업의 쇼핑몰 진출을 강제로 막을 수는 없다. 하지만 선진국 사례를 벤치마킹해 우리만의 상생 롤모델을 만들 수 있다. 미국의 용도지역제가 하나의 모델이 될 수 있다. 부지 및 건물의 용도와 부지 내 건물의 위치ㆍ규모ㆍ형태 등 도시개발 전반에 대한 규제에 나서며 대형소매점의 입점 여부를 대기업이 아닌 도시계획 측면에서 결정하는 것이다. 대형쇼핑몰의 등장으로 울고 웃는 사람이 양분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웃는 것, 그것이 바로 상생경제다. 한국형 상권 모델이 절실한 이유다. 김규태 경제부 차장

[지지대] 누리과정 예산 논란

▲내년도 예산편성 심의를 앞두고 누리과정 예산을 둘러싸고 논쟁이 뜨겁다. 발단은 무상급식 실시이후 재정이 악화일로에 있던 시ㆍ도교육청 교육감들이 예산운용상 도저히 감당할 수 없으니 정부가 책임지던가, 아니면 예산을 편성하지 않겠다고 공표하면서 불거졌다. 경기도교육청의 경우, 내년도 누리과정 부담액만 1조2천억원이 될 것으로 추계되고 있다. 학생들을 위한 무상급식 예산 7천581억원(교육청 부담 교육비특별회계 4천303억9천만원, 지방자치단체 대응투자분 3천277억3천만원)까지 합치면 한마디로 인건비밖에 집행할 것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자 정부와 여당은 문제의 발단은 무상급식에서 부터 비롯된 만큼 법적으로 규정(국가의 의무)된 누리과정 예산은 당연히 편성하고 차라리 자치단체 재량인 무상급식을 우선순위에 따라 조정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무상급식으로 톡톡히 재미(?)를 봤던 야권은 물타기를 한다며 발끈하고 나선 형국이다. ▲누리과정은 뭘까?. 한마디로 교육청에서 만든 유치원교육과정으로 만 3-5세 아이들이 배우고 평가하는 과정이다. 문제는 유치원은 교육부가, 어린이집은 보건복지부가 담당 부서지만 누리과정 무상교육과 보육 예산은 교육부가 담당하면서 재정이 부족한 시ㆍ도교육청은 정부 즉 보건복지부가 (어린이집 누리과정)재원을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다. 누리과정의 목적이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통합하기위함이었는데 돈문제로 누구는 해주고 누군 안해주는 사태가 발생할 개연성을 낳으면서 학부모들까지 반발에 동참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재원이다. 이 갈등의 해법은 돈 줄을 찾는데서부터 시작되야 한다. 급기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정부와 시도교육감들이 시행 중인 무상복지 정책 및 공약을 전면 재검토하자고 촉구했다. 지방교육학교 재정 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는 만큼 교육복지를 전면 재검토해 돈줄을 찾자는 것으로, 늦게나마 복지정책의 역습을 차단하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것이다. 공감하는 대목이다. 잘못을 바로잡는 것은 그 것을 깨우치는 순간이 가장 빠름을 잊지말아야 한다. 정일형 사회부 부국장

[지지대] 수능시험

해마다 이맘 때가 되면 문전성시를 이루는 절이 있다. 대구에 있는 팔공산의 갓바위다. 학사모 양상인 좌불상 부처님 모자가 마치 갓처럼 생겨 붙여진 이름이다. 특히 고3 자녀들 시험에 정성을 다해 촛불을 밝히는 이 지방 모정으로 인해 발을 디딜 자리가 없을 정도여서 그야말로 입추의 여지가 없다. 하긴 갓바위 뿐이랴. 전국의 명산대찰이며 교회 등이 이같은 모정으로 가득하다. 특별 기도회를 들이는 교회가 있는가 하면 가톨릭에선 특별 미사를 올리는 성당이 있다. 심지어는 시험장 교문에서 합장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빈다고 시험을 더 잘 칠까마는 자녀의 안정을 바라는 부모의 마음이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어 하는 부모의 심정이다. 오늘 2015학년도 대학입시 수능시험 예비소집에 이어 내일(13일 목요일) 시험을 친다. 우선 정확한 입실과 입실에 허가된 물품과 불허한 물품을 가릴 줄 알아야 하겠다. 시험 성적은 좋든 나쁘든 자아 결산서다. 흔히 성적이 나쁘면 다른 탓으로 이유를 돌리는데 이건 비겁한 짓이다. 성적에 맞춰 학교를 선택하는 것은 책임을 지는 것인데 더욱 중요한 것은 고교 3년보다 대학 4년을 어떻게 보내느냐 하는 점이다. 영국과 미국의 예를 들면 영국은 학문으로 나아갈 생각이 없으면 아예 대학을 안 간다고 한다. 고등학교만 나오고 가정을 위한 사회 실습에 나선다는 것이다. 우리 교과도 고졸 학력이면 사회 생할에 지장이 없다. 오늘의 미국을 이룬 미국 대학의 경우 고등학교까진 부모 신세를 져도 대학부터는 자립한다는 생각이 보편화 됐다. 국가나 학교 또는 공공단체의 장학금을 이용하고 아르바이트도 한다. 청춘 남녀가 결혼을 하게 될 것 같으면 결혼 후 피차의 장학금 빚 상환 계획부터 먼저 세운다. 이 때문에 스스로 대는 등록금이 아까워 열심히 공부하는 반면에 우리는 부모가 대준 등록금은 공돈으로 여겨 데모 등을 일삼게 되는 것이라고 한다. 우리의 진로를 생각해 볼 문제다. 급한 것은 수능이 끝난 해방감을 방만하게 보내기 보다 독서나 여행 등으로 절제있게 보내는 것이다. 임양은 언론인

[지지대] 멍 때리기

얼마전 서울광장에서 멍 때리기 대회라는 이색 대회가 열렸다. 멍 때리기 대회는 나이ㆍ성별ㆍ직업 불문, 아무 생각없이 넋을 놓고 그냥 멍~하게 있으면 되는 대회다. 심박측정기에서 심박수가 가장 안정적으로 나온 사람이 우승하게 된다. 50여명이 참가한 이 대회에서 우승자는 수원의 한 초등학교에 다니는 김지명(9) 양이었다. 김양은 모두가 혀를 내두들 정도로 압도적으로 멍했다는 칭찬(?)을 들었다. 김양은 여느 초등학생처럼 학교 수업 후에 발레, 가야금, 영어 등 여러군데 학원을 다녔다. 어느날 영어학원 선생님이 지명이는 가끔 생각이 딴 세상에 가 있다고 했던 말이 생각 나, 김양의 어머니가 대회 참가 신청을 했다. 우승을 한 김양은 학원 다니면서 너무 힘들거나 지칠때 저절로 멍해졌다고 말했다. 대회 직후 김양의 어머니는 학원 수를 대폭 줄여 아이가 좋아하는 예체능 학원만 보내고 있다. 김양은 여러 학원을 전전하며 한꺼번에 많은 내용을 받아들여야 했고, 과부하가 걸리자 멍해질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김양에게 멍은 일종의 뇌를 쉬게 하는 방법이었다. 현대인들도 김양처럼 멍 때리며 사는 법을 배워야 할 것 같다. 현대인의 뇌는 하루 종일 바쁘다. 인터넷과 스마트폰 등 각종 디지털기기가 쏟아내는 정보 탓에 1분 1초도 제대로 쉬지 못한다. 지하철을 타고 가면서도, 길을 걸으면서도, 밥을 먹으면서도, TV를 보면서도, 집에서 휴식을 취하면서도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못하고 만지작거린다. 처리해야 할 정보들로 뇌는 혹사를 당한다. 뇌에 들어가는 정보는 많은데 두뇌 용량이 정해져 있다보니 디지털 과부하가 걸려 건망증이 생기는 이들이 늘고있다. 이대로 뇌를 방치하면 디지털 치매에 걸릴지도 모른다. 몸의 이완운동으로 스트레칭이 있다면, 정신의 이완운동으로 멍 때리기가 제격이다. 멍 때리는 동안 뇌는 휴식을 통해 새로운 에너지를 얻는다. 이때 뇌는 불필요한 정보를 삭제하고 그동안의 정보와 경험을 정리한다. 불필요한 정보가 제거된 공간에는 기억이 축적된다. 뉴턴은 사과나무 아래서 멍 때리다 만유인력의 실마리를 발견했고, 아르키메데스 역시 목욕탕에서 멍하다 부력의 원리를 발견했다. 멍한 순간, 아무 것도 하지않고 넋을 놓고 있는 순간은 결코 무의미한 시간이 아니다. 머리가 휴식하고 생각을 재정비하는 창조의 시간이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엔딩 노트

40년간 샐러리맨으로 살아온 69세의 남자. 67세에 평생을 몸바친 회사를 퇴직하고 이제 막 한가한 노년의 여유를 즐기려 할 무렵 죽음이 찾아온다. 많이 억울할 만한데, 정작 암 말기를 선고받은 당사자는 크게 동요하는 기색도 없이 그동안 살아온 방식대로 죽음을 맞을 순간을 성실하고 꼼꼼하게 준비하기 시작한다. 2011년 개봉된 일본영화 엔딩 노트(Ending Note)는 이렇게 조금은 독특한 삶의 마무리를 보여주는 한 남자의 얘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다. 주인공은 자신에게 남은 6개월의 시간을 어떻게 소중하게 보낼까 고민하며 엔딩 노트를 만든다. 죽기 전에 해야할 일들이다. 리스트엔 손녀들의 하인 노릇하기, 소홀했던 가족과 여행 가기, 아내에게 사랑한다 말하기, 믿지 않았던 신 믿어보기, 평생 찍어주지 않았던 야당에 투표하기, 장례식 초청자 명단 작성 등이 들어있다. 주인공은 이를 하나 하나 실천해 나간다. 마지막엔 94세 된 어머니께 먼저 가서 죄송하다는 전화를 하고 아내에겐 사랑한다는 말을 한다. 영화는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하고, 사랑해라는 한마디의 소중함을 일깨워준 작품이란 호평을 받았다. 영화가 인기를 끌면서 일본에선 엔딩 노트 쓰기가 유행했다. 최근 일본에서 종활(終活ㆍ슈카쓰)이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종활은 인생의 마지막을 아름답게 마무리하기 위한 모든 활동이다. 관련 책자가 베스트셀러가 되고, 전문잡지까지 나오고, 전국 각지서 종활 세미나도 인기다. 종활의 영역은 다양하다. 유언장 작성부터 영정사진 촬영, 희망하는 장례 스타일 찾기, 수목장 견학, 묘비에 쓸 문구 작성, 상속 준비, 사후 정리 등 포괄적이다. 특히 인기를 끄는게 엔딩 노트다. 이는 노인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엔딩 노트를 통해 자신의 삶을 되돌아 볼 시간을 갖고, 내가 추구해야 할 인생의 가치관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고, 현재 내가 누리고 있는 귀중한 시간과 생명의 소중함에 감사하며 인생의 아름다운 마무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잘 사는 일에만 골몰하지 정작 잘 죽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 지는 깨닫지 못하고 산다. 얼마전 45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가수 신해철씨의 비보를 접하면서, 준비되지 않은 이별이 그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게 얼마나 큰 슬픔과 안타까움을 줄까 생각하며 엔딩 노트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게 된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마른 수건 쥐어짜기

얼마 전 아는 형님이 술 한잔 하자 해서 나갔다. 술이 거나하게 오른 형님은 보자마자 난데없이 나 사업 때려 치련다라며 이야기를 쏟아냈다. 건설업을 하는 이 형님은 매출이 수백억에 달하지만, 진짜 남는 게 없단다. 장사꾼의 거짓말 중 하나가 이거 팔아서 남는 거 없어요라는데 형님의 주정 아닌 주정을 듣다 보니 그냥 하는 말은 아닌듯싶다. 남지도 않는 공사를 실적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할 때도 많단다. 그런데 최근 세무당국으로부터 가공경비 조성 혐의로 세무조사를 받게 된 것이다. 노무비 중 지급조서가 누락된 것이 있어 조사를 받게 됐다. 사실상 불법체류, 신용불량자 등 막노동 현장에서 근로자들의 지급조서를 만드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고 실제 영업이익이 많은 것도 아닌데 세무조사를 받게 되면 가산세 등 추가 납부 세금이 만만치 않다. 세금 적게 내려고 일부러 숨긴 것도 아니고 비자금을 만들려 한 것도 아닌데 죄인처럼 조사를 받는 것이 너무도 억울하단다. 최근 세무조사 확대, 세제혜택 축소 등을 놓고 세수부족에 시달리는 정부가 마른 수건을 쥐어짜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울산에서 한 주민이 다운계약서 로 세금을 적게 냈다고 양심선언을 하며 덜 낸 세금을 구청에 냈단다. 울산시 동구 세무과 민원실 책상 위에서 돈이 든 봉투와 함께 편지가 발견된 것이다. 아직 세상에는 정직한 사람이 많고, 정직하게 세금을 납부하려는 주민이 더 많다. 최근 세금을 둘러싼 논란의 중심에는 조세형평이 있다. 나만 세금을 많이 내고 있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당연히 조세에 대한 불만이 생기고 세금을 둘러싼 불신이 쌓이게 된다. 실제 내야 할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는 탈세가 많다면 조세의 형평에 대한 심한 박탈감을 가져온다. 세무당국은 탈세를 일삼는 악질적 조세포탈범들은 끝까지 추적해 양말 한 짝까지 추징해야 한다. 그러나 세무당국이 세금 징수를 목적으로 열심히 정직하게 살아가는 서민들의 마른 수건을 쥐어짜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최원재 경제부 차장

[지지대] 외로우면 더 춥다

단풍잎이 주는 화려함도 잠시, 어느새 겨울이 코앞에 바짝 다가섰다. 왠지 올겨울은 더 추울 거란 생각이 든다. 장기화한 내수부진으로 꽁꽁 얼어붙은 경제가 좀체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는데다, 정부가 각종 경기부양책을 쏟아내도 시장에서 느끼는 체감온도는 전혀 올라가지 않고 있으니 말이다. ▷빈자(貧者)는 여름나기가 쉽고, 부자(富者)는 겨울나기가 편하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가난한 사람에게 겨울나기는 쉽지 않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연탄 한 장에 의지해 겨울을 나는 홀로 사는 노인들은 점점 늘고 있다. 지난해 독거노인 수는 125만명으로 추산됐다. 65세 이상 노인 5명 중 1명꼴인 셈이다. 2035년에는 현재 독거노인의 3배 수준인 343만명에 달할 전망이다. ▷독거노인의 증가는 평균수명이 길어진 데 따른 고령인구 증가에 기인한다. 여기에 황혼이혼의 증가, 부모에 대한 부양의식 약화 등을 들 수 있다. 문제는 이들 대부분이 소득, 건강, 사회관계 등 여러 방면에서 위기상황에 놓여 있다는 거다. 간혹 신문방송에 나오는 독거노인의 안타까운 죽음은 이런 상황을 극단적으로 보여준다. ▷몇 해 전 외로우면 추위를 더 탄다는 연구 결과가 있었다. 캐나다 토론토대학의 한 연구팀이 대학생 65명을 두 그룹으로 나누고는 한 그룹은 자신이 다른 사람들로부터 버려진 경우를, 다른 그룹은 사람들 속에 포함돼 함께 어울리는 경우를 연상하도록 했다. 방 온도를 똑같이 했는데도, 자신이 사회로부터 고립돼 외롭다고 생각한 사람은 방 온도를 실제보다 더 낮다고 생각했다. 홀로 사는 노인에게 겨울이 더 혹독한 이유다. ▷충청남도는 지난 2010년부터 독거노인 공동생활제를 역점 사업으로 추진 중이다. 농어촌 독거노인들을 위해 마을회관이나 주택을 개조 한 뒤 난방비 등 운영비를 일부 지원하는 건데, 날씨가 추워지면서 이 사업을 시작하는 지자체들이 늘고 있단다. 공동생활을 하는 노인들은 밥걱정, 난방 걱정은 물론 외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어서 좋고, 지자체는 한데 모아서 관리하니 예산이 절감돼 좋다고 한다. 서둘러 벤치마킹해야 할 대상이다. 박정임 경제부장

[지지대] 민선직과 임명직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민선직이 임명직에 비해 비교 될 수 없는 우월성을 갖는다. 국민이 직접 선출 했기 때문이다. 대통령에 선출되면 중앙부처 각부장관의 임명 즉 조각을 먼저 한다. 막중한 국무위원을 임명하는 것이다. 이 때에 국무총리가 제청권을 갖는 것으로 되어 있으나 이는 격식일 뿐 사실상 대통령의 의중을 거역할 순 없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헌법상 국무총리가 임명시 제청권을 갖되 해임 제청권은 모호한 점이다. 모든 공무원이 국민에게 책임을 지는 것은 원칙이다. 그러나 책임을 지는 형식은 공직의 신분에 따라 다르다. 각 부처 장관의 경우, 국민에게 책임을 지는가? 임면권자 즉 대통령의 신임을 통해 책임을 지는 것이다. 이러한 장관직을 옛날보다 가볍게 보는 것은 지방자치 정착 후 새로 생긴 경향이다. 실제로 장관을 지낸 이가 광역자치단체도 아니고 기초단체장에 출마한 전 예가 있으니, 조선시대 같으면 오늘날의 장관과 맞먹어 판서를 지낸 이가 정이나 종의 4품계인 지방관아의 장을 탐한 격이다. 민선의 위력이라 할 것이다. 민선이 갖는 우월성은 이런 가치 차이에도 있으나 연이나 직위에 대한 근거의 차이에 있다. 과거의 사례를 들어 설명 하겠다. 일부 시도 교육감이 고유권한에 속하는 전교조 전임자 복귀명령 위반자에 대한 징계를 교육부가 행정 대집행한데 반발한 것은 사안이야 어떻든 과거엔 상상도 못할 일이다. 교육부 장관이란 임명직은 임면권자의 주관적 신임 여부에 달렸으나 시도교육감은 민선으로 뽑은 객관적 근거와 임기가 있기 때문이다. 시도지사 역시 마찬가지다. 예를 들면 광역단체의 기구나 인원 등에 행정안전부 장관의 승인을 받게 한 것은 모순이다. 이런 승인은 지방의회가 없었을 적에 방만한 운영을 막기 위함이었으나 지금은 당해 지방의회 의결만으로 충분하다. 이는 내무부 시절의 잔재다. 지방자치 20년이 될 때까지 소위 내무부 제도를 운용하는 것은 개혁에 반한다. 지방자치 20년 사업으로 지방자치에 역행하는 제도와 법령을 정비하는 것도 의미있는 개혁이라고 믿는다. 임양은 언론인

[지지대] 서서 일하기

노인과 바다의 작가 어네스트 헤밍웨이는 평소 서서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습관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있다. 영국 정치가 윈스턴 처칠, 미국 3대 대통령 토마스 제퍼슨도 의자없이 책상 앞에 서서 일을 했다. 일의 집중도를 높이고 긴장감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이같은 헤밍웨이식 자세가 살을 빼는데 효과적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영국 체스터 대학의 운동과학자인 존 버클리 박사는 사무실에서 일할 때 하루 3시간씩 헤밍웨이처럼 일하면 하루에 144칼로리를 추가로 소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주 5일 근무를 기준으로 주간 단위로 환산하면 3천 칼로리가 되며, 연간 3.6kg에 해당하는 지방을 뺄 수 있다는 것이다. 버클리 박사는 영국인들의 운동량이나 스포츠 활동이 꾸준한데도 불구하고 허리둘레가 늘어나는 것은 식생활과 함께 앉아서 생활하는 습관이 큰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하루의 3분의 1, 혹은 절반 이상을 사무실에서 보낸다. 오랜 시간 같은 자세로 앉아서 일하는 것은 건강을 위협한다. KBS 생로병사의 비밀 앉지 말고 일어서라 편에선, 장시간 앉아있는 사람들이 그렇지않은 사람들에 비해 당뇨병 발생 위험이 12%가량 높으며, 심혈관 질환 발병 위험 또한 47%가 높다고 전했다. 장시간 앉아 일하는 직장인들은 척추 건강 위험에도 노출돼 있다. 오래 앉아있다 보면 자세가 비틀어지게 되고 바르지 않은 자세는 허리 디스크, 목 디스크, 거북목증후군 등을 야기한다. 서있을 때 보다 앉아있을 때 척추에 하중이 2~3배 더 늘어나면서 부작용이 생기는 것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업들이 도입한 것이 스탠딩 워크(Standing Work) 즉, 서서 일하기 문화다. 책상 높이가 자유롭게 조절되는 책상을 구비하거나, 서서 일하는 공간을 따로 마련해 직장인들이 서서 일할 수 있도록 유도해 척추 및 허리 건강을 챙기자는 취지다. 서서 일하기 문화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IT기업들의 주도로 시작됐다. 최근 국내에서도 다음카카오 등 여기에 동참하는 기업이 늘고있다. 직립보행을 하도록 진화해 온 인간은, 본래 서서 일했다. 종일 앉아서 일하기 시작한 것은 수십 년 밖에 안된다. 건강하게 살려거든, 서서 일해라. 여건이 갖춰져 있지 않다면, 30분에 한 번 정도는 일어서서 목과 허리를 풀어주는 것이 좋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위기의 문·사·철

문사철(文史哲)은 문학ㆍ역사ㆍ철학을 아울러 이르는 말이다. 보통 인문학이라고 분류되는 대표 학문들로 지성인이 기본적으로 갖춰야 하는 교양을 의미한다. 대학에선 인문학을 통해 주체적 교양인을 길러낸다. 그게 대학의 목적중 하나다. 그런데 대학에서 인문학이 내몰리고 있다. 정부가 취업률을 기준으로 대학 구조조정을 밀어부치고, 대학들이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인문학과 통폐합과 폐지가 잇따르고 있다. 인문학의 위기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김태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교육부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최근 10년간 인문계열 입학정원은 2천215명(4.7%)이나 감소했다. 대학 학과 수는 같은 기간 16.6% 늘었지만, 인문계열 학과 수는 1.7% 줄었다. 2011~2013년 통폐합된 인문계열 학과는 43개에 이른다. 통폐합된 학과는 문화콘텐츠학과나 디지털콘텐츠학과 등으로 바꿨다. 아주대, 용인대, 인하대, 한양대 에리카캠퍼스 등 10여개 학교가 문화콘텐츠학과를 개설했다. 이들 학과는 소설, 시, 근현대사 대신 공연예술기획론 출판기획론 만화산업이론 등을 가르친다. 취업률과 경쟁력을 높인다는 명분으로 응용 인문학으로 대체한 것이다. 대기업 채용 시장에서 인문학과는 서류전형에 끼워주지도 않다보니 이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인문학과 통폐합으로 석ㆍ박사급 연구자들이 갈 곳을 잃으면서 인문학 연구와 교육수준은 갈수록 저하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 대학 밖에선 인문학 열풍이 뜨겁다. 취업률을 따지는 대학의 논리와는 달리, 기업에선 인문학적 소양을 중요한 잣대로 평가한다. 이 때문에 취업준비생들은 인문학적 스펙을 쌓느라 애쓰고 있다. 한 학기 수강료가 1천만원이 넘는 고급 인문학강좌나 수백만원짜리 인문답사여행에도 기업 CEO들이 몰리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에도 인문학 열풍이 불고있다. 수원시는 인문학 중심도시를 표방하며 도서관ㆍ박물관 등 곳곳에서 인문학 강좌를 여는 등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인문학으로는 먹고살기 힘들다는 대학의 주장과, 인문학이야말로 먹고사는 일의 동력이 된다는 대학 밖의 논리가 충돌하는 셈이다. 대학이든 기업이든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창의성을 필요로 한다. 창의성의 원천은 인문학이다. 실용학문 또한 인문학적 소양이 없으면 안된다. 대학이 인문학을 다시 살려야 하는 이유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낙하산인사 논란 해방

민선 5기 김문수 전 지사는 임기 내내 도의회 다수당인 새정치연합으로부터 측근 인사들을 산하기관이나 도청에 채용한다고 비판받아왔다. 회전문 인사,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에 시달렸다. 김 전 지사에 이어 같은 당인 남경필 지사가 민선 6기를 시작하게 됐다. 지난 6월4일 남 지사는 50.43%의 특표율로 승리했다. 그러나 김진표 후보도 49.56%의 득표율을 보였고 이같은 결과가 정치적 실험대인 연정에 당위성을 부여했다. 압도적 승리가 아닌 만큼 상대방은 인정하고 이에 투표한 도민들의 의견을 정책으로서 민선 6기 도정에 반영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최근 연정 진행상황을 보면 이같은 이유는 찾아보기 어렵다. 사회통합부지사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놓고 경기도와 도의회 새정치연합은 힘겨루기를 시작했다. 연정 합의문상 인사청문대상인 고위공무원을 놓고 집행부는 사회통합부지사가 포함된다는 입장인 반면 도의회 새정치연합은 우리가 파견보내는 만큼 대상이 아니다라는 주장이다. 또 연정을 위해 경기도는 도의회 새정치연합에 6개 산하공공기관장에 대한 인사 추천권을 제공했다. 사회통합부지사가 아닌 행정1부지사의 소관인 경기도평생교육진흥원과 경기영어마을이 포함됐다. 여기에 남 지사측은 사회통합부지사 소관에 포함된 계약직 공무원 추천도 새정치연합측에 양보할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민의 의견을 반영, 정책에 대한 연정이 자리 나눠먹기로 시작되는 셈이다. 지난 8월 경기도와 도의회 새정치연합은 20개 항으로 구성된 연합정치 실현을 위한 정책에 합의했고 도민을 위한 각종 정책 마련에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그런데 무엇에 최선을 다했는지 궁금하다. 정책 연정에 대한 모습은 없다. 단 한가지 확실한 성과는 있었다. 민선 6기 남경필 지사는 김 전 지사와 달리 회전문 인사,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을 받지 않을 것 같다. 김동식 정치부 차장

[지지대] 현미경

현미경은 렌즈의 시스템으로 이뤄지는 광학기기다.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 생물의 상을 확대시켜 관찰하는데 용이하다. 대부분 초등학교 과학시간에 처음 접하게 되는 현미경은 학생들에게 신비롭고 큰 세상을 열어준다. 과학에 관심이 있는 장래 과학자들의 시발점도 현미경이 아닌가 싶다. 현재와 같은 구조를 갖게된 현미경을 발명한 사람은 1590년 네덜란드 인인 얀센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에는 해양탐사에 주로 사용되었으며 망원경 모습이었다. 이후 현미경의 기술이 발전되면서 20세기에는 의학, 재료, 금속, 신소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현미경이 사용되고 있다. ▶국정감사가 지난 27일 사실상 마무리됐다. 안행위와 국토위는 각각 지난 22일과 23일 경기도에 대한 국감을 펼쳤다. 하지만 환풍구 국감에서 벗어나지 못한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수많은 사상자를 낸 판교테크노밸리 추락사 사건에 대해 집중되다 보니 민선 6기 남경필 호에 대한 국감이 미흡했다는 여론이다. 국감이 마무리 되면서 새누리당은 국민의 편에서 실제 체감할 수 있는 생활밀착형 민생국감을 치뤘다고 스스로 평가하고, 새정치민주연합은 인사적폐와 방산 비리 등 현 정부의 6가지 적폐를 확인했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현미경 국감을 기대한 국민들의 눈높이에 다다랐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일부 의원들은 날카로운 지적과 대안까지 제시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대부분의 국민들은 호통치기 등 해마다 반복되는 구태를 올해도 어김없이 이어갔다고 평가하고 있다. 경기도에 대한 국감이 열리는 날에는 국감 폐지를 요구하는 공무원들의 시위가 있기도 했다. 경기도청 공무원노조는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국정감사와 관련, 개별 국회의원들이 경쟁적으로 막대한 양의 자료를 요구하면서 대민 행정서비스의 마비를 초래하는 등 지방자치제도의 근간을 해치고 있다며 폐지를 촉구한 것이다. 세월이 흐르면서 현미경이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사용되는 것처럼, 1년 뒤에 열리는 2015년 국정감사는 올해보다 나은 진화하는 현미경 국감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현미경을 통해 큰 세상을 보는 것 처럼, 현미경 국감을 통해 대한민국 호가 큰 세상으로 나갔으면 한다. 정근호 정치부장

[지지대] 진실과 사실

흔히 우리는 진실과 사실을 혼용한다. 사실을 진실로 믿기 쉬우나 이 두 가지는 좀 다르다. 이를 말로 딱히 표현하긴 어려워 예를 들어 설명하고자 한다. 가령 이른 아침 어느 건널목에서 차에 치어 죽은 노파가 있다면 이것은 사실을 말하는 것이다. 허나, 그 노파가 이즈음에 많은 조손 가정의 할머니로 소풍 길에 나선 손주에게 좀 더 따뜻한 밥을 주기 위해 아침 일찍 학교에 다녀오는 길이면 노파의 죽음은 할머니의 사랑이 진실이다. 만약 그 노파가 손주와의 생계를 위해 파지를 줍거나 하면 무책임하게 집 나간 아이 부모의 가출을 짚어 볼 수 있다. 사실이 표면적 관찰이라면 진실은 이면적 관찰이라 하겠다. 이면적 관찰은 사안을 통찰하는 장점이 있는 반면에 잘못하면 표면적 관찰을 왜곡 할 수 있는 단점이 있다. 그러나 사회는 합리적 실체의 진실을 추구하는 게 통념이다. 세월호 사건의 본질은 수사권이나 기소권에 있기보다 진실 규명에 있다고 했다. 특별법 제정을 두고 새누리 여당과 협상을 벌인 문희상 새정치민주연합 비대위원장의 야당 측 얘기다. 국회의 국정조사도 했고 국정감사도 했다. 한데, 진실은 아직도 미궁이다. 때 마침 광주지검의 세월호 선원 결심공판이 그저께 있었다. 이 날 공판에서 검찰은 선장에게 사형을 구형하는 등 15명 가운데 8 명에게 중형을 구형했다. 어린 생명들이 세월호에 갇혀 있는 동안 어른들의 구조의 손길은 없었다 검찰 논고가 밝힌 중형 구형 이유다. 배가 침몰하는 동안에 선장 등은 자기만 살겠다고 도망쳤다는 것이다. 검찰 논고는 세월호사건에서 지금까지 밝혀진 공식 이유 중 가장 신뢰도가 높은 실체적 진실이라 할 것이다. 사건발생 6개월이 넘었다. 사법부를 통해 볼 진실이 처음이다. 변죽만 울리는 국회, 즉 정치권은 무엇 하는가? 부끄럽게 여겨야 할 것이다. 임양은 언론인

[지지대] 생년월일 정정

삶을 살다보면 다양한 이유로 내 나이가 한 살만 어렸으면, 아니면 한 살만 많았으면 싶을 때가 있다. 한창 일하는 사람들은 한 살이라도 줄여 정년을 연장하고 싶을 것이고, 반대로 정년 후 은퇴 크레바스에 빠져 힘겨운 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나이를 한 살 늘려 한 해라도 빨리 연금을 받고싶을 것이다. 또 결혼이 늦어진 일부 미혼여성들의 경우엔 나이를 한 살이라도 줄여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할 것이다. 생년월일을 바꾸는 사람들이 늘고있다. 한 해 평균 500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년간 법원에 생년월일 정정 신청을 낸 사람은 2011년 502건, 2012년 559건, 2013년 481건 등 매년 500명 가량이 생년월일을 바꾸려는 것으로 조사됐으며, 이 중 400명 가량이 정정 허가를 받아가고 있다. 생년월일을 바꾸려는 이유는, 예전엔 단순히 잘못 기록된 생년월일을 바로 잡으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으나 최근엔 정년을 연장하거나(정년 연장형), 국민연금ㆍ개인연금 등 연금을 조기에 수령하기 위한( 연금 조기 수령형) 이들이 많다. 현행법상 생년월일을 바꾸려면 당사자가 정정 서류를 마련해 관할 법원에 신청해야 한다. 신청자는 날짜가 기록된 돌 사진, 출생증명서, 학교 생활기록부 등 현재 생년월일이 틀렸다고 증명해 줄 만한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친ㆍ인척이나 출생 당시 상황을 증언해 줄 만한 지인 등의 증언도 참고 자료로 활용된다. 법원은 제출된 서류와 증언을 토대로 심사를 진행하고, 법원장이 최종 결정을 내린다. 하지만 법원이 정정 신청을 냈다고 모두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다. 생년월일을 입증할 만한 증거가 충분치 않으면 기각된다. 지난 5년간 법원에 접수된 2천418건의 생년월일 정정 신청 가운데 458건이 기각됐다. 5명에 1명은 불순한 목적으로 제도를 악용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실제 생년월일 정정 신청을 악용해 자신의 잘못된 과거를 세탁하려는 이들도 적지않다. 이름을 바꾸고 생년월일을 바꾸면 서류상 전혀 다른 사람이 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법원은 심사 과정에서 범죄 기록, 개인 회생ㆍ파산 등의 채무관계, 개명(改名) 여부 등을 꼼꼼하게 살펴본다. 나이를 늘리고 싶은 이유도, 줄이고 싶은 이유도 참 다양한 세상이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한국판 링컨법

미국에서는 150여년 전부터 부정한 방법으로 정부계약을 따내고, 재정보조를 받은 사실이 드러나면 정부가 입은 손해액의 3배를 환수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일명 링컨법으로 불리는 부정청구금지법(False Claims Act)이다. 이 법은 남북전쟁 중이던 1863년 링컨 대통령 시절 연방정부 차원에서 제정됐다. 이후 뉴욕, 캘리포니아 주 등 32개 주가 같은 법을 제정했다. 미국은 링컨법을 통해 2000년 15억7천700만 달러(약 1조6천720억 원)에서 2012년에만 49억5천900만 달러(약 5조2천600억 원)를 국고로 환수했다. 링컨법에서는 법무부 장관과 일반 국민이 모두 소송 제기의 당사자다. 국민이 부정청구에 대해 정부를 대신해 직접 법원에 소송(Qui tam퀴탐)을 제기할 수 있는 점이 특색이다. 퀴탐은 왕과 자신을 위해 소송을 제기한다는 뜻의 라틴어. 국민은 정부의 이름으로 민사소송을 제기하고 법무부가 이에 참여해 공동소송으로 진행할 수도 있다. 영국에서는 2002년 범죄수익 환수법률(Proceed of Crime Act)이 제정돼 범죄수익 환수를 위한 재산환수청을 설치해 범죄수익을 몰수 또는 환수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부정한 방법으로 국가 재정을 축낼 경우 정부가 해당 금액을 모두 환수하는 한편 부정하게 얻은 이익의 최대 5배를 부가금으로 받아내는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추진된다. 정부가 부과한 환수ㆍ부가금을 내지 않으면 부동산 등 보유재산을 압류한 뒤 공매 처분하고, 제보자에게는 최대 20억 원의 보상금을 지급하는 방안도 도입한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추진하는 공공재정 허위ㆍ부정청구 등 방지법(재정환수법)의 주요 내용으로, 일명 한국판 링컨법으로 불린다. 권익위는 다음달 입법예고를 거쳐 12월 초 국회에 법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지난 한해 사정기관이 적발한 국고보조금 비리 액수만 1천700억원에 이를 정도로 정부 재정을 눈먼 돈으로 여기는 사례가 빈번하다. 재정환수법에는 나라 곳간인 공공 재정을 쌈짓돈처럼 주무르는 모든 부정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가 재정을 좀먹는 국고 보조금, 출연금 횡령을 비롯해 원래 목적과 다르게 예산을 남용하는 행위를 원천적으로 봉쇄한다. 나랏돈은 주인이 없다는 비뚤어진 관행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기본을 지키는 사회

세월호 참사의 아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판교의 한 야외공연장에서 2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비극이 또다시 일어났다. 국민들은 또 한번 충격에 휩싸였다. 이번 사건 역시 경주 코오롱 마우나 리조트 붕괴, 세월호 침몰, 고양버스터미널 화재 등의 올해 잇따라 발생했던 대형사고처럼 기본이 지켜지지 않은 인재라고 난리다. 사고직후 수사기관은 행사를 주최한 언론사, 기획사 등 주최측을 대상으로 과실에 대한 수사를 벌이고 있다. 그러나 이번 판교 야외공연장 붕괴사고는 세월호 참사, 고양버스터미널 화재 등의 사건과는 다소 차이점이 있다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물론 우리사회에 팽배한 안전불감증에서 비롯,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던 사고라는 점에서는 일맥상통하지만 여타 사건과는 달리 시민들의 기본 의식 결여가 이번 사고의 가장 안타까운 부분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사전적으로 기본이라는 단어는 사물이나 현상, 이론, 시설 따위의 기초와 근본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간단하면서도 좀처럼 지키기 어려운 단어이다. 성인이라면 환풍구가 어떤 용도로 만들어졌는지는 최소한 알고 있을 것이다. 1.5m 높이의 환풍구에 올라가면 안된다는 기본만 지켜졌다면 16명의 안타까운 희생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에서 안타까움이 크다. 더욱이 행사 사회자가 안전을 강조하며 환풍구 위로 올라간 이들에게 내려오라는 이야기를 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당초 환풍기를 만들면서 안전펜스를 둘러치지 않은 점, 행사 주최측이 안전요원을 배치하지 않은 점 등의 잘못을 희석하자는 뜻은 절대 아니다. 단지 이번 사건이 최소한의 기본만 지켜졌다면 절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에서 탄식스러울 뿐이다. 더욱이 이번 사건이 세월호 참사 때와 같이 사고 원인을 밝히고 예방대책을 세우는 것보다는 어떻게 대처하는 게 우리에게 유리할까라는 청치권의 셈법을 난무하고 있는 것도 우려스럽다. 이제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기보다 이번 사건을 교훈삼아 기본이 잘 지켜지는 성숙된 시민의식을 발휘, 제2, 제3의 판교사건을 방지해야 할 것이다. 박수철 사회부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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