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교황 방한 효과

이연섭 논설위원 yslee@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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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선물했다. 광복절과 주말이 겹친 연휴, 국민들은 교황의 낮은 행보를 지켜보면서 미소 짓고 감동 받으며 모처럼 행복해했다.

가장 큰 선물은 ‘위로’였다. 교황은 평화와 화해, 소통과 치유의 메시지로 사회적 스트레스를 크게 낮춰줬다. 특히 세월호 유가족,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등과의 교감으로 당사자뿐 아니라 사회에 퍼져있는 고통의 흔적을 어루만져줘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로 하여금 큰 위안을 느끼게 했다. 음성 꽃동네에선 제대로 걷지도, 몸을 가누지도 못하는 중증 장애인들에게 서슴없이 다가가 꼭 안아주며 상처와 고통을 보듬어줬다.

교황의 방한은 한국을 알리는데도 큰 몫을 했다. 교황은 일거수일투족이 전 세계에 보도될 만큼 스타 중의 스타다. 교황의 이번 방한엔 한국 상주 외신 말고도 23개국 127개 매체의 외신기자 350명이 한국을 찾았다.

CNN과 BBC 등은 지난 16일 광화문 시복 미사와 17일 해미읍성에서 열린 아시아청년대회 폐막 미사를 생중계했다. 경복궁과 더불어 한국을 대표하는 광화문에서 교황이 시복 미사를 집전하는 모습이 150여개 국가로 중계됨으로써 거둔 홍보 효과는 어마어마할 것이다.

경제효과도 상당하다. 지난해 7월 프란치스코 교황이 브라질을 방문했을 때 브라질관광공사는 경제효과를 5천억원대로 추산했다. 아직 국내에선 교황 방한의 경제효과를 분석해 발표한 곳은 없지만 역시 수천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교황의 방한은 얼어붙은 내수경기에도 온기를 불어넣었다. 주식 시장에는 ‘교황 수혜주’까지 등장했다. 쏘울이 의전차량으로 선정되면서 기아차의 주가가 들썩였다. 교황과 수행원들이 마신 물, ‘석수’를 생산한 하이트진로의 주가도 최근 한달 사이 16% 급등했다.

광화문 광장에 인접한 호텔은 시복식이 열린 16일, 객실 예약율 100%를 기록했다. 주변 식당과 편의점 또한 대박이었다. 서점가도 교황 열풍에 힘입어 모처럼 활기를 띠었다. 이와함께 충남 당진 김대건 신부 생가와 서산의 해미읍성 등은 앞으로 관광객이 몰려 지역경제가 활성화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교황의 방한 효과는 여러모로 상당히 크다. 하지만 경제 효과만을 따지기 보다, 물질주의를 멀리하고 가난한 사람을 위하라는 교황의 메시지가 우리 사회에 던지는 의미를 깊이 되새겨봐야 할 것이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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