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손학규가 새정치민주연합의 전신 민주당의 대선 후보였다면 어찌 됐을까? 당락은 몰라도 판세는 아마 달랐을 것이다. 그가 국회의원 수원병 730 재보궐선거에 출마했다가 낙선, 이튿날 “지금 물러 나는 것이 순리”라며 정계 은퇴 선언을 했다.
그의 강점이라면 100일 민생 탐방이다. 지금부터 8년 전 경기도지사를 그만 둔 당일 전라남도 장성군 황룡면으로 민생 탐방을 떠났다. 여느 정치인처럼 사진만 찍고 마는 것이 아니다. 뙤약볕이 내리쬐는 농어촌 들판에서 지역민들과 함께 땀 흘리며 일을 체험한 것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문민정부 시절엔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냈다. 2007년 긍정과 부정의 시비 속에 영화를 누렸던 새누리의 전신 한나라당을 탈당했다. 민주당에 가서도 당 대표를 두 번 지내는 등 위기 때마다 당을 구했다.
그의 탈당은 정치 이념의 차이보다 한나라당의 당내 역학 구도 때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손학규의 은퇴는 이번에 국회의원직을 발판 삼아 다시 차기 당내 대권을 꿈꾼 것이 좌절된 탓도 있지만 무명의 정치신인에게 진 게 민선 지사를 역임한데 비추어 적잖게 충격을 받았던 것 같다. 그러나 은퇴는 너무 성급했다는 일부의 평도 없진 않다. 그의 국회 내 은퇴 선언식장은 21년의 정치인 생활을 기념하는 화환 하나 없이 초라 했다. 마치 염량세태를 보는 듯 했다.
우리네 정치 판에서 은퇴를 번복했던 예가 없지는 않다. 돌아가는 정치환경과 사회정서 여부가 문제일 것이다. 하지만 당장 문제다. 그는 서강대 교수를 하다가 정치에 입문 했으나 67세에 학계로 돌아 가기엔 너무 늦지 않았나 싶다. 아무래도 약사인 부인이 약국 간판을 다시 달 것 같다.
임양은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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