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효(孝)

효라고 하면 어른들이 부모 대접 받거나 노인 대접 받을 요량의 이기심에서 강조하는 걸로 일부 젊은이들은 생각한다. 그러나 아니다. 어른 대접에는 어른노릇도 있어야 하고 대접도 대접이지만 효는 무엇보다 인성의 근본이다. 사람이 사람다울 수 있는 출발이 곧 효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짐승 세계엔 효가 없다. 어미의 새끼 보호 기간이 끝나 새끼가 독립하고 나면 어미와 새끼는 서로 몰라 볼 뿐만 아니라 어미와 생존경쟁 대열에 선다. 각종 강력사건 등의 사회적 범죄의 발호는 사회의 인성 결핍에 기인 된다. 좀 더 인성이 찬 사회 역시 효를 아는 데서 시작된다. 대한민국 교육법은 교육 이념을 홍익인간에 두고 있다. 인간의 보편적 가치인 공통이익을 널리하자는 것이다. 그 정신문화의 기준이 효가 되는 것은 효의 덕성이 인간에서만 함양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수원은 효의 도시다. 정조 임금의 효 실행으로 생긴 당시의 신도시가 수원인 것이다. 정조 왕은 아버지 사도세자의 능침을 양주서 지금의 화성 현륭원으로 옮긴 뒤 11년 동안에 무려 열두 번을 배알한 효의 화신이다. 이런 효 실천의 인성은 그 재위시 문화융성, 실용주의의 황금기를 이룩했는데 예를 들어 내탕금을 들인 화성의 유상 축성, 현륭원 행차 때마다 연도의 백성들로부터 직소를 듣곤 한 현대적 계몽군주의 애민사상을 낳았던 것이다. 차제 경기일보사가 수원시와 공동으로 오는 10월24일부터 26일까지 전국 초중고등학생 효 실천 토론 대회를 경기발전연구원과 경민대 주관으로 경기도인재개발원에서 갖는 것은 매우 뜻 깊다. 미래의 주역인 후학들에게 인성의 원천인 효 사상을 계발시키는 것은 시급하고 절실한 문제다. 나라의 교육이념에도 합치된다. 미래사회를 한층 밝게 밝히는 일이기도 하다. 특히 효 사상은 만물 중 인간에만 허용된 가운데 동양 삼국에서도 한국이 제일 발달한 고유의 정신문화다. 마땅히 전승돼야 한다. 많은 참가와 관심이 있기를 바란다. 임양은 언론인

[지지대] 밥보다 커피

우리나라에 커피가 들어온 시기는 1890년 전후로 알려져있다. 최초로 커피를 팔았던 다방은, 1902년 손탁호텔 안의 정동구락부로 일반인들이 쉽게 이용할 수는 없었다. 고종은 1895년 러시아공관에서 처음 커피를 접한 이후 커피 애호가가 됐다. 고종의 커피 시중을 들던 러시아인 손탁은 서울 정동에 왕실 땅을 하사받아 손탁호텔을 열었고, 여기서 가배()를 팔기 시작했다. 커피는 이때 서양에서 들어온 탕이라는 뜻으로 양탕국으로도 불렸다. 커피는 세계 60억 인구의 절반이 마실 정도로 인기다. 세계 무역품 중 석유 다음으로 많은 교역량을 차지한다. 2012년 우리나라 커피시장 규모는 4조1천300억원으로 2011년(3조6천910억원) 대비 11.8%가 성장했다. 커피전문점도 급증해 최근엔 딱딱한 사무실이나 도서관을 벗어나 커피전문점에서 일하거나 공부하는 직장인과 학생들이 늘었다. 커피점을 업무 공간으로 활용하는 사람이 늘면서 커피와 오피스의 합성어인 코피스(Coffice)족도 생겼다. 직장인들은 하루 1~2잔, 많게는 5~6잔의 커피를 마신다. 이제 커피는 생활이고 습관이 됐다. 아침밥 안먹는 직장인은 많지만 커피 안마시는 직장인은 드물다. 한국인의 주식이 밥에서 커피로 바뀔 정도다. 지난해 우리나라 성인이 일주일에 가장 자주 먹는 음식이 커피로 나타났다. 질병관리본부가 성인 3천80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13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커피를 주당 평균 12.3회 마셨다. 이어 배추김치(11.8회), 잡곡밥(9.5회), 쌀밥(7회) 등의 순이었다. 커피 섭취는 2012년 12.1회에서 2013년 12.3회로 늘어났다. 같은 기간 배추김치와 잡곡밥, 쌀밥 등은 조금씩 줄어들었다. 하루 섭취한 열량 중 커피로부터 얻는 열량은 남자가 1998년 0.6%(10㎉)에서 2012년 2.3%(56.7㎉)로 4배 가량 늘었다. 여자도 1998년 0.6%(10㎉)에서 2012년 2.2%(38㎉)로 3.7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쌀밥에서 얻는 열량은 남자가 46.6%에서 35.1%, 여자가 46.0%에서 34.4%로 급격히 줄었다 식사 대신 커피 섭취가 늘면서 국민건강에 대한 우려가 높다. 설탕이나 시럽, 크리머 등이 첨가된 커피를 많이 마시면 심혈관계질환, 당뇨, 대사증후군 등 만성질환 위험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커피, 너무 사랑하지 말길.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쌀의 진화

요즘 노랗게 물들어가는 들녘을 보노라면 마음이 풍요롭다. 하지만 농부들의 맘은 그리 편치않다. 내년부터 쌀 시장이 전면 개방됨에 따라 우리의 쌀 산업 기반이 중대한 기로에 놓이기 때문이다. 쌀 소비가 줄어 걱정인데 싼값에 외국 쌀이 들어오면 쌀 재배 농민들이 큰 타격을 입을 것 아니냐는 우려다. 우리 국민의 1인당 밥쌀 소비량은 해마다 줄고있다. 1995년에 한 명이 연간 106.5kg을 소비하던 것이 지난해에는 67.2kg으로 감소했다. 2024년 쌀 소비량은 51kg까지 줄어들 것이라는 예측이다. 1인당 쌀 소비량이 1kg 감소하면 1만ha 내외의 벼 재배면적이 축소된다. 이에 우리 쌀의 생산기반을 지켜내기 위해 쌀 제품의 다양화 등 쌀 소비 촉진운동이 펼쳐지고 있다. 쌀은 단순한 영양공급에서 벗어나 건강에 좋은 다양한 기능성 쌀과 즉석밥ㆍ국수ㆍ술 등으로 개발되고 있다. 기능성 쌀의 진화는 놀랍다. 웰빙을 추구하는 요즘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다양하게 나와있다. 최근 알코올중독 치료 기능을 지닌 밀양 263호라는 품종이 개발됐다. 사람의 뇌ㆍ척수 등에 많은 억제성 신경전달물질인 가바(GABA)를 많이 함유해 음주 충동이 줄어들게 된다. 가바는 고혈압을 낮추고 숙취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 고아미 2호ㆍ3호는 일반 쌀보다 3배 이상 많은 식이섬유를 함유해 다이어트용으로 불린다. 식이섬유는 소화될 때 당이나 중성지방이 과도하게 흡수되지 않게 한다. 하이아미는 쌀눈에 라이신이라는 성분이 많이 들어있어 성장기 어린이가 먹었을 때 키가 클 수 있도록 도와준다. 쌀의 표면에 다양한 성분을 입힌 코팅쌀도 개발됐다. 동충하초 등의 버섯 추출물을 입힌 버섯쌀, 아미노산을 찹쌀 표면에 붙인 아미노산쌀, 감귤 껍질에 함유된 플라보노이드라는 항산화 물질을 코팅한 감귤쌀 등이 나와있다. 흑광 흑진주 건강홍미는 노화 억제에 탁월하다. 성인병 예방에 도움이 되는 발아현미용 삼광과 큰눈도 있다. 조생흑찰은 위염을 일으키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을 없애는데 효과적이다. 홍국쌀은 모나콜린K 성분이 콜레스테롤을 낮춰주고 혈관개선에 도움을 준다. 밥으로 먹는 쌀의 소비량은 줄고 있지만 기능성 쌀 수요는 늘고있다. 진화된 기능성 쌀이 시장 개방을 앞둔 농가에 안정적 소득원으로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담뱃값 인상과 지자체

담뱃값 인상을 놓고 찬반 논란이 가을 뙤약볕 만큼이나 뜨겁다. 정부가 내년 1월1일부터 담뱃값을 2천원 올리기로 한 것에 대해 비흡연자들은 가격인상으로 금연을 확대해야 한다는 정부의 논리에 동조하는 편이지만 흡연애호가들은 증세를 위한 꼼수라며 반발하고 있다. 필자도 20년 넘게 담배를 사랑해온 끽연가지만 선진국에 비해 담배 가격이 다소 낮은데다 담뱃값 인상분이 비흡연가나 또는 흡연가의 건강을 위해 사용되야 한다는 생각에서 인상에 대한 저항은 다소 적은 편이다. 하지만 정부의 이번 인상방침이 일선 지자체에는 별다는 도움이 되지 않은 채 단지 국세를 더 걷기 위한 권모술수에 지나지 않는 다는 점에서는 울분과 반발을 감출수 없다. 현재 갑당 2천500원인 담뱃값에는 시군세인 담배소비세 641원과 지방교육세 321원, 건강증진부담금 354원, 부가가치세 234원 등 모두 1천550원 정도의 세금이 징수된다. 이렇게 해서 수원시 560억원 등 일선 지자체들은 매년 평균 300억~400억원의 담배소비세 수익을 얻고 있다. 지속되는 경기침체로 세수가 점차 감소, 지방재정이 붕괴되고 있는 상황에서 담배소비세가 그야말로 효자 자금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입법예고를 통해 지방세 일색이던 담배 관련 세금에 국세인 개별소비세 항목을 신설, 갑당 594원의 징수키로 결정, 막대한 국세를 거둬들이겠다는 꼼수를 부렸다. 결국 담뱃값 인상으로 국고만 배를 불리고 지자체의 세수증대는 미비, 그림의 떡이 된 셈이다. 증세 없이 복지를 확대하겠다던 정부가 국민건강을 핑계로 국세를 올리기 위한 잔머리를 쓰고 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된 것이다. 여기에 정부는 내년부터 2~3년에 걸쳐 주민세와 자동차세(자가용 승용차 제외)를 2배가량 대폭 인상한다는 방침이다. 대기업, 고소득 자영업자 등의 증세는 눈치만 보고 서민증세에만 혈안이 된 강한자에게 약하고 약한자에게 강한 정부를 누가 신뢰할 것인가. 서민을 위하고 지자체 재정자치 실현을 위해 노력하는 정부정책을 기대해본다. 박수철 사회부 차장

[지지대] 새 경기문화 CEO

경기도 양대 문화기관이 있다. 경기문화재단과 경기도문화의전당이 그것이다. 최근 이 두 기관의 수장이 모두 새 인물로 채워졌다. 지난 6월 경기도 남경필호 출범 4개월이 지난 지금 비로소 경기도 문화기관장들이 제대로 된 진용을 갖추게 된 것이다. 단체장이 공석인 그 몇 개월 동안 경기도 문화기관들은 안정적인 역할을 할 수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CEO가 없는 상태에서 조직은 능동적이기보다 수동적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들 기관 CEO들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 보인다. 신임 조창희 경기문화재단 대표는 정무기능이 중요시되는 문화체육관광부 종무실장(1급)을 지낼 정도로 대외 관계가 원만한 것이 큰 장점으로 평가된다. 조 대표는 특히 경기도에서 처음 실시한 인사청문회 검증절차를 통과해 향후 재단 조직을 이끌어 나갈 원동력을 확보했다. 조 대표의 풍부한 행정경험을 재단 운영에 접목한다면 재단이 한 단계 도약할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신임 정재훈 경기도문화의전당 사장은 줄리어드 음대와 예일대에서 바이올린을 전공한 예술학자 출신으로 공연예술계의 현주소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만큼 공연 예술 전문기관인 경기도문화의전당의 나아갈 방향성을 명확히 알고 있을 것으로 본다. 이들 양대 신임 경기문화기관장에 대한 첫인상은 다행히 좋아 보인다. 단 이들이 열악한 경기도 문화ㆍ예술계의 현실을 제대로 알고 있는지는 행보를 더 지켜봐야 알 수 있다. 민간기업들의 치열한 경쟁이 당연한 기업 문화가 된 지 오래다. 언제부턴가 공공기관 역시 치열한 경쟁이 필요해졌다. 조직이 발전하려면 치열함이 있어야 한다. 이는 위기의 경기도 문화기관들에 더 요구된다. 대외적으로 문화관련 예산이 줄어드는 상황을 넋 놓고 바라볼 수만은 없다. 스스로 뛰어 성과를 내고 당당히 요구할 줄 알아야 할 것이다. 소외된 곳을 살피고, 보다 적극적이고 치열한 사업 추진이 반드시 필요하다. 새 CEO를 맞은 경기문화기관들의 도약을 기대해 본다. 이선호 문화부장

[지지대] 국회, 직권상정해야

대한민국 국회는 하늘 아래 둘도 없는 농땡이 국회다. 이 나라에서 건달 직업을 손꼽으라면 단연코 최상급의 대우 속에 놀고 먹으면서 방탄 등의 비호 특혜까지 누리는 국회의원이다. 국민이 보는 국회상은 본보 11일자 국회해산까지 나오는 추석민심 외면말라 제하의 사설에서 이미 상론한 바 있어 생략한다. 이러한 국회의 지배를 받아야 하는 우리 국민 처지가 참으로 서글프다. 문제는 정기 국회의 정상화다. 국회는 회기 100일 중 벌써 2주 정도를 허비했다. 정기국회의 조속한 정상화로 속죄해야 한다. 그러나 이를 협의 할 야당 지도부가 없다. 박영선 민주당 원내대표는 세월호 특별법과 관련해 여야 합의안을 두 번이나 번복하고, 당의 비대위장 외부 영입이 실패한 후 탈당설이 나도는 가운데 당내 각 계파의 압력을 받고 있다. 의사일정에 여야 합의가 국회법의 요구라면 과반 의석의 여당 단독 국회도 국회법에 의한다. 종 다수결 원칙이다. 국회의장의 결단이 필요 하다. 현안의 민생법안을 직권상정 해야 하는 것이다. 시험지를 받으면 정답이 분명한 것부터 먼저 쓴다. 그렇지 않고 논란이 있는 문제를 먼저 가지고 시간을 보내는 어리석은 수험생은 아마 없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이견이 없는 민생법안과 논란이 있는 세월호 특별법안을 분리 처리하자는 여당의 주장에도 야당은 병행 처리를 요구, 민생을 발목 잡고 있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국회가 너무 할 일을 안 했다며 모든 일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국회의장은 물론 중립에 서야 한다. 하지만 의회의 정상화 책임도 있다. 정 의장이 주재한 여야 부의장 상임위원장 연석회의가 실패로 돌아 갔으면 직권 상정을 해도 무방하다. 기계적인 중립보다 영혼이 있는 중립을 주문하는 것이다. 정기국회는 국정감사와 내년도 정부 예산 심의가 주된 업무다. 예산안 심의에 법정 시한을 놓치고 임시회를 소집하던 폐단을 없애기 위해서는 국회의장이 민생법안 91건을 본회의에 직권상정 해야 된다. 집권 여당은 정국을 주도할 책임이 있다. 그 책임을 다 하고 있는가? 임양은 언론인

[지지대] 빚 탕감 프로젝트

롤링 주빌리(Rolling Jubilee)는 장기 채무자의 채권을 금융회사로부터 매입해 불태워 가혹한 채권 추심에 시달리는 채무자를 해방시켜 주는 사회운동이다. 2008년 월가의 탐욕으로 대출자의 상환 능력을 무시한 묻지마 대출이 늘어나면서 미국에서 악성 채무자가 늘어났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2012년 11월 시민단체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에서 시작한 프로젝트가 빚 탕감 운동(롤링 주빌리)이다. 당시 시민들에게 7억여원을 모아 부실채권 155억여원을 매입, 모두 불태웠다. 롤링 주빌리는 일정 기간마다 죄나 빚을 탕감해주는 기독교 전통인 희년(禧年ㆍ주빌리)에서 비롯됐다. 구약성서 레위기 25장에선 이스라엘인들이 50년마다 한번씩 희년을 기념하도록 했다. 희년을 맞으면 노예로 팔렸던 사람들이 노예에서 풀려나고, 조상의 재산을 저당 잡혔던 사람들은 재산을 돌려받았다. 한국판 롤링 주빌리 프로젝트도 시작됐다. 금융소비자네트워크 주관으로 4월 국회 앞에서 4억6천만원의 부실채권을 소각해 119명의 빚을 탕감한 것을 시작으로, 7월에는 사회적 기업인 에듀머니와 희망살림, 민생연대 등 사회단체가 10억원어치 부실채권을 매입해 99명의 부채를 탕감했다. 8월에도 한국복음주의연합 등 종교단체가 1억9천만원의 부실채권을 소각해 50명을 구제했다. 이를 통해 지금까지 모두 439명이 총 268억원의 빚에서 벗어났다.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성남시도 시동을 걸었다. 성남시는 지난 12일 사단법인 희망살림, 종교단체협의회, 전통시장 상인회 등과 공동으로 빚 탕감 프로젝트 출범식을 가졌다. 시와 시민단체 등은 이날 성남지역 6개 채권매입추심업체에서 기부받은 10년 이상 장기 연체 부실채권 26억원어치를 소각해 171명의 채무자를 구제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6월말 기준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1천40조204억원으로 1년 전보다 6.2%(60조3천840억원)나 늘었다. 1인당 빚이 2천만원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빚 탕감 프로젝트는 가정 파탄의 원인이 되는 장기 연체 부실채권을 없애 가계부채를 줄이고 추심으로 고통받는 시민을 구제하는데 도움이 되고있다.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더 큰 문제는 채무조정 노력없이 무조건 부실채권을 채권매입추심업체에 헐값에 파는 금융회사들의 도덕적 해이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손목 위의 전쟁

컴퓨터를 이젠 입는다. 웨어러블(wearable) 컴퓨터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 군사 훈련용으로 개발을 시작, 최근 활용범위가 넓어져 옷이나 모자, 신발, 안경, 시계처럼 자유롭게 몸에 착용하고 다닌다. 웨어러블 컴퓨터는 차세대 PC분야 중 가장 높은 시장 잠재력을 갖고 있다. 미래 일상생활에 필요한 디지털 장치와 기능을 의복 내에 통합시킨 차세대 의류인 스마트 의류도 웨어러블 컴퓨터의 일종이다. 전문가들은 아이폰이 컴퓨팅 기기의 혁명을 가져왔다면 웨어러블 컴퓨터는 생활 혁명을 가져올 것이라고 한다. 컴퓨터를 신체에 장착함으로써 두 손이 자유로워질 뿐만 아니라 24시간 몸이 인터넷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웨어러블 컴퓨터는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를 몸에 붙인다는 수준을 넘어, 인간의 외뇌(外腦)가 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지금 디지털업계는 손목 위 스마트 경쟁이 뜨겁다. 애플의 첫 웨어러블 제품인 스마트워치가 얼마전 애플워치라는 이름으로 공개됐다. 스마트워치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이보다 앞서 기어S를 새로 내놨고, LG전자도 G워치R을 발표하면서 시장에 뛰어들었다. 여기에 소니와 모토로라까지 새 제품을 선보이면서 손목 위의 전쟁이 시작됐다. 애플워치의 화면은 사각 형태지만 표시되는 내용은 원형 모양이다. 사각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기어S와 둥근 시계 모양인 G워치R의 디자인 특성이 함께 어우러진 듯하다. 심박동과 운동량 측정 등 헬스 기능, GPS 등을 기본적으로 모두 갖췄지만 스마트워치를 대하는 업체의 인식엔 차이가 있다. 삼성전자는 시계보다 스마트기기 기능에 초점을 맞췄다. 유일하게 스마트폰과 연동없이도 독립적으로 통신을 할 수 있게 해 손목 위에 또 하나의 스마트폰을 장착한 효과가 나도록 했다. 반면에 LG전자는 시계를 대체할 기기임을 강조하고 있다. 아날로그 시계에 근접한 원형 디자인으로 스마트기기 착용을 부담스러워하는 소비자층을 뚫겠다는 것이다. 애플은 개인의 취향과 사용 목적에 따라 선택할 수 있도록 크기와 색상 등의 옵션을 조합하면 34가지 모델이 가능토록 했다. 그동안 스마트폰에 집중됐던 글로벌업체들의 경쟁이 웨어러블 기기로 확대되고 있다. 향후 웨어러블에서 더 나아가 생체이식형으로 발전해 나갈 것이란 전망이다. 인간이 자꾸 기계에 예속되는거 같아, 한편 씁쓸하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연정’과 경기도민

인류의 역사 속에서 정치는 항상 우리 삶을 지배해왔다. 거친 환경 속에서 생존을 위한 의식적 도구로서 정치는 하나의 수단으로 발생했다고도 한다. 이같은 정치는 점차 일정한 형식을 갖추게 되고 부족국가, 봉건제, 절대왕정 등을 거쳤다. 또 18세기 유렵의 시민사회혁명을 거쳐 지금 전세계적으로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는 정치=민주주의 등식이 성립하고 있다.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만큼 정치의 형식, 즉 제도도 다양하게 만들어졌고 발전해왔다. 이 과정에서 많은 혼란이 있었고 시행착오를 겪은 뒤 여러 국가들은 자신들의 문화ㆍ역사 등을 바탕으로 한 나름대로의 정치제도를 마련했다. 영국과 독일은 의원내각제, 미국과 프랑스는 대통령 중심제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대한민국 수립 후 현재까지 대통령 중심제를 표방하고 있다. 지방자치도 시ㆍ도지사 중심제로 자리잡았다. 이런 가운데 경기도는 민선 6기를 맞아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연정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비공식적인 정치 실험을 벌이고 있다. 남경필 지사가 지방선거 과정에서 독일식 연정 도입을 공약으로 내세웠고 새정치민주연합측도 이에 동의하면서다. 이후 타 지자체와 달리 경기도는 셀 수 없을 만큼의 물밑 협상과 수차례의 합의문 작성을 거쳐 산하공공기관 4곳에 대한 청문회까지 진행하고 있다. 연정에는 아무도 이견을 제기할 수 없다. 선거에 패배한 정당의 지지도가 적지 않은 상황에서 상생하고 화합하고 소통하겠다는 좋은 뜻에 반대할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치는 연구실에서 행해지는 실험이 아니다. 실험의 대상자는 경기도를 구성하는 하나하나의 도민들이다. 연정의 최종 목적이 도민 만족이라는 대명제에 있다면 모든 갈등이나 이해 관계는 그 안에 포함돼야 한다. 정치적 이해관계, 정당간 골 깊은 감정, 서로에 대한 불신 등도 도민 앞에서는 모두 지워야할 숙제들이다. 연정을 통해 이뤄내야하는 최종 목표는 도민들의 행복이다. 그것이 연정의 목적이자 도민들이 지금의 경기도 정치지도자들을 선택한 이유다. 최근 산하기관장 인사청문회가 도정의 가장 큰 이슈다. 연정의 첫번째 성과물이 될지, 아니면 연정의 걸림돌로 작용할지 그 판단은 도민들이 내리고 그 과정도 도민들이 지켜보고 있다. 이점을 경기도의 정치지도자들은 명심해야 할 듯 하다. 김동식 정치부 차장

[지지대] 운동선수와 추석연휴

추석 전날 오후부터 추석날 오전까지 하루는 쉬게 해야죠. 모처럼 긴 연휴 탓에 많은 사람들이 추석 명절을 맞아 고향과 가족을 찾아 즐거운 한 때를 보냈을 것이다. 그러나 항상 안정적 컨디션을 유지해야 하는 운동선수들에게는 아무리 긴 법정 휴일이라도 쉴 수가 없다. 큰 대회를 앞둔 선수들일수록 긴 연휴는 더욱 그림의 떡이다. 몇일전 추석 연휴를 앞두고 만난 경기도내 모 시청 직장운동부의 한 지도자는 몇일간 쉬느냐?는 필자의 질문에 추석 전날 오전 운동을 마친 뒤 선수들에게 단 하루의 짧은 휴가를 주고, 추석 당일 오후에 다시 소집돼 훈련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운동이 직업이고 미래인 엘리트 선수들에게 있어서 추석 연휴가 갖는 의미는 그리 크지가 않다. 매년 추석이 전국체전을 불과 한달 남짓 남겨두고 찾아오기 때문에 개인의 명예와 고장의 영예를 위해 체전에 참가하는 선수들에게 있어 잠시도 쉴 틈이 없기 때문이다. 무더운 여름철 굵은 땀방울을 흘리며 기량을 다져온 선수들에게 자칫 2~3일의 휴식이 심신의 안정을 주기는커녕, 기름진 명절음식으로 컨디션을 망가뜨려 회복에 휴식 기간보다 몇 배 이상 많은 시간이 소요될 수가 있다. 특히, 남자 선수들에 비해 짧은 휴식으로도 피하지방이 늘어나는 여자 선수들의 긴 휴식은 독(毒)이 돼 돌아올 확률이 높아 지도자들은 연휴기간 선수들에게 최소한의 휴가를 주곤 한다. 이 같은 이유로 오는 19일 개막하는 아시아인의 스포츠 축제 제17회 인천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국가대표 선수들은 5일간의 추석 황금연휴 기간에도 휴식없이 태릉과 진천선수촌 등에서 정해진 스케줄에 따라 막바지 담금질 훈련을 이어갔다. 개인의 영광은 물론 국민들에게 기쁨과 희망을 선사하는 운동선수들은 명절날 조상에게 차례를 지내고 성묘를 할 시간조차 자신의 의지대로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들의 몸은 어느 개인의 것이 아닌 고장과 국가의 것으로 맡은 소임(메달 획득)을 이루기 위해 훈련하고 또 훈련하는 것이다. 몇일 뒤면 아시안게임의 뜨거운 열기와 감동이 여러분 곁으로 찾아가게 된다. 스포츠 스타들이 연출하는 그 감동의 이면에 추석 연휴도 마음놓고 쉴수 없었던 과정이 있었다는 것을 이해한다면 그들에게 더 큰 박수를 보내야 할 것이다. 황선학 체육부장

[지지대] 공공기관 이전의 슬픈 현실

공공기관이 떠나고 있다. 국가균형발전이라는 핑계로 추진된 국가 프로젝트이지만 조직에서 일하는 사람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이전이 과연 어떤 발전을 가져올지 막막하기까지 하다. 지난 7월 전주 혁신도시로 농촌진흥청이 이전했다. 공공기관 이전의 문제점을 알아보고자 전주로 향했는데, 그곳에서 만난 농진청 직원들은 하나같이 웃음기 빠진 굳은 얼굴이었다. 사랑하는 아내와 자식들을 수도권에 두고 자신만 전주의 조그마한 원룸에서 생활하는 기러기 아빠라는 슬픈 현실이 그들을 그렇게 만든 것이다. 이전 문제는 가족 분열만 가져온 게 아니다. 이전부지 매입과 본사 신축, 사택 마련 등에 수많은 예산이 투입되면서 기존 지사들의 노후화된 건물을 리모델링할 돈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실례로 한국농어촌공사 평택지사는 40년이 넘은 건물을 사용하면서 겪는 불편사항이 한둘이 아니라고 직원들은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다시 전주로 돌아가면, 농진청을 비롯해 많은 기관이 입주를 시작하고 있는데 그에 걸맞는 상권이 형성되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상가에 입점한 업종은 안마시술소와 부동산, 그리고 식당이 전부다. 심지어 불륜 문제를 걱정하는 직원들도 있다. 집과 멀리 떨어져 있으면서 자연스럽게 가족보다 더 가까워지는 직원 간의 이성문제가 생기지 말라는 법이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또하나, 대다수 수도권에 터를 잡았던 공공기관들이 진주, 전주, 나주 등 경상도와 전라도로 이전하면서 소위 윗분 관리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예산 작업을 위해 국회와 정부 부처를 관리해야 하는데 공공기관 본사들이 지방으로 옮겨가게 되면 관리가 안 돼 결국 원하는 머니(money)를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기획과 예산, 홍보를 담당하는 서울팀 구성은 필연적이라고 말한다. 핵심 부서를 뺀 지방 본사는 의미가 없다고들 벌써부터 아우성이다. 이전을 되돌릴 수는 없다. 하지만, 이전이 가져온 갖가지 문제를 수수방관해서도 안 된다. 정부와 해당 기관의 현명한 대처가 절실히 필요한 때다. 김규태 경제부 차장

[지지대] 7천700원과 1만2천원

▲길에 7천700원과 1만2천원이 떨어져 있어 하나를 줍는다면 백이면 백 모두 1만2천원을 주울 것이다. 반면 비슷한 물건을 살때 7천700원을 낼 지, 아니면 1만2천원을 낼 지를 묻는다면 누구든 7천700원을 선택할 것이다. 이는 사회생활을 영위하는 모든 개체들이 갖고 있는 비용절감의 순리이기 때문이다. 이에 비추어 수원시민들에게 영통과 캐슬호텔에서 인천공항을 갈 때 1만2천원을 내고 가시겠습니까 아니면 영통인천공항 8천300원, 아주대인천공항 7천700원, 광교중기센터인천공항 7천400원을 내고 가시겠습니까 묻는다면 답은 뻔하다. 이 뻔한 답이 어처구니 없게도 틀어져 버렸다. ▲최근 수원인천국제공항을 운행하는 공항버스보다 최대 4천600원이 싼 버스노선인가 신청을 경기도에 한 업체가 두달여 만에 이를 취하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 여객 사장이 남경필 경기지사 동생이란 이유다. 노선인가 신청을 내자마자 경기도의회 새정치연합은 노선변경 특혜 논란을 제기하며 편파적 봐주기 행정이라고 맹비난했다. 법원 판례를 무시하고 도 법무담당관이나 법제처에 질의도 하지 않은 채 신청을 받아 중앙정부 판단을 의뢰했다는 것이다. 일견 친인척과 관련돼 있으니 문제가 있어 보인다. ▲하지만 이같은 주장은 지나치게 정치적이다. 일단 싼 버스요금을 갈구하는 수원ㆍ용인 시민들의 바램을 지역정치인들이 외면해서다. 더불어 내가하면 로맨스, 남이하면 불륜이란 식의 사고도 엿보인다. 이 업체는 남 지사의 부친이 운영하던 회사로 이미 수십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 남지사가 당선되기 전부터 이런 싼 노선에 대한 연구를 해 왔고 단지 신청 시기가 당선된 시점과 맞아 떨어졌을 뿐이다. 이왕 정치적 시각으로 바라봤다면 17년간 독과점을 인정하고 있는 폐단에 대해서도 잣대를 들이댔어야 했다. ▲남지사의 동생은 수원시민이 싼 가격에 공항에 가야한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고, 정당한 절차대로 신청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형이 불필요한 오해를 받아 정치적 부담을 받는 것 같아 취하를 결정했다고 한다. 지나친 정치적 비약으로 수원시민이 부담을 덜 기회들 잃어 아쉬움이 많다. 입장을 번복한 수원시나 경기도 모두 이번엔 그렇다 치고 다음엔 어떤 업체가 됐든 정치적 눈치보다 주민 눈치를 먼저 보아야 한다. 정일형 사회부 부국장

[지지대] 국회의원의 대표성

국회는 국민 수임으로 국가의 헌법 기관이다. 따라서 그 구성원인 국회의원은 국민의 위임 기능과 선거구 즉, 지역 대표성을 갖는다. 흔히 지방자치로 지역 주민의 대표성은 지방의원이 갖는다지만 말이 아니다. 지방의원이 다 대표성을 갖지 못한다. 기초의원은 기초단체, 광역의원은 광역단체의 주민을 대표하는데 비해 국회의원은 국가의 대표성을 가진다. 국회의원의 대표성이 강조되고 있다. 지난 730 재보선에서 수원 을구의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수원 병구의 이명박 전 대통령 임태희 비서실장, 김포의 김두관 전 안행부 장관 등이 지역대표성 미흡으로 예상을 깨고 무명의 토박이 등에 낙선의 고배를 마신 게 이 때문이다. 선거구는 국회의원의 뿌리다. 그런 의미에서 전국을 선거구로 한다는 전국구 즉, 비례대표 국회의원은 지역구 관리에 신경을 안 써 편하다지만 실제로는 불행한 셈이다. 사실상 전국구는 지역에 뿌리가 없기 때문이다. 국회의원이 국민의 수임을 빙자하여 지역 대표성을 외면하는 것은 의무를 망각하는 일종의 배임과 같다. 국회의원이 선거구의 지역발전에 관심을 갖고 기여하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지방의원과 다른 것은 기여가 국가를 상대로 하는 점이다. 그리고 국가를 상대하는 것 중 중요한 건 정기국회의 예산편성이다. 국고 지원이 관건이다.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최경환 경제부총리 주재로 열린 시도재정협의회에서 도내 도로 및 교통 등과 관련한 현안에 1조3천781억원의 국비지원을 요청 했다. 인천광역시 역시 소정의 소요금액을 요구했을 것이다. 그러지 않아도 중앙 정부의 복지 시책으로 광역단체마다 지방재정의 건전성이 위협받는 판이다. 여기에 타 시도 출신 국회의원에 비해 경기도와 인천 출신 국회의원들의 응집력이 미약해 걱정된다. 그러나 지역발전에 여야가 없다. 광역화사업으로 인근에 지역이 따로 없다. 유권자들은 경기 인천 출신 국회의원들의 관심과 단합을 기대한다. 임양은 언론인

[지지대] 달라진 추석 풍속도

민족 최대 명절인 추석 연휴가 며칠 앞으로 다가왔다. 추석 하면 으레 귀성길, 고향집, 차례(茶禮) 같은 단어들이 떠오른다. 하지만 요즘은 추석=가을 휴가로 바뀌고 있는 분위기다. 특히 올해 추석은 연휴가 길어 고향집 대신 여행계획을 세운 이들이 많다. 일요일이 끼어있는 추석 연휴에 대체휴일제가 적용돼 연휴가 닷새로 늘어났고, 여기에 목ㆍ금 이틀간 휴가를 낸다면 거의 열흘간의 황금연휴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닷새 이상 이어지는 추석 연휴에 직장인들은 평소 가지 못했던 국ㆍ내외 여행을 계획하느라 각 항공사 티켓이 일찌감치 동이 난 상태다. 평소 엄두를 못냈던 장거리 유럽노선까지 예약이 몰리고 있다. 연휴 하루 전날 부터 사흘간 해외로 떠나는 사람은 최소 2만명. 프랑스 파리나, 스페인 등 인기 노선은 벌써 예약이 마감됐고 엔저에 추석 특수까지 겹친 일본도 예약이 40% 이상 늘었다. 제주행 비행기와 호텔, 리조트 등의 예약도 끝나는 등 국내 여행 열기도 뜨겁다. 추석 풍속도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추석 연휴에 여행을 즐기는 이가 많다보니 차례를 대행하는 사례가 늘고있다. 일정 비용을 내면 사찰과 성당에서 합동제례와 위령미사를 지내주는데 여기에 신청자가 급증하고 있다. 차례상 마련 대행은 벌써 오래 전부터 인기다. 최근엔 차례를 지내지 않는 가구도 많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례를 지내지 않는 가구가 30%에 달한다는 집계도 있다. 명절의 의미가 차례를 지내는 전통보다 가족단위로 친목을 도모하거나, 얼굴을 보는 날로 변하는 추세다. 굳이 차례라는 형식을 갖추지 않더라도 부모님을 찾아뵙고 인사 드리면서 정을 나누면 된다는 탈형식이 자리를 잡아가는 것이다. 제례를 숭상하는 유교문화가 쇠퇴한 것도 원인이다. 추석 연휴 기간 성형수술도 유행이다. 서울 강남의 성형외과들은 추석 연휴 스케줄이 빼곡할 정도로 예약이 꽉 찼다. 수술후 1주일 정도 회복기간을 가질 수 있어 쌍커플부터 코 성형, 안면윤곽술 등 이뻐지려는 여성들로 북적인다. 부모님들이 서울로 올라오는 역귀향이 늘면서 눈가 주름제거 수술이나 보톡스 등도 인기다. 추석 풍속도가 급속히 바뀌면서 명절의 전통성이 사라질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시대에 따라 달라지는 풍속을 어찌 하겠는가. 명절의 의미는 살리면서 마음은 넉넉하게 가지려는 지혜가 필요해 보인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극한 스펙쌓기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는 것보다 더 어렵다는 것이 요즘 젊은이들의 취업이다. 대학생이나 취준생(취업준비생)들은 좁디 좁은 취업 관문을 뚫기 위해 학점 관리 외에 스펙쌓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등록금 빚도 갚지 못한 상황에서 또 빚을 내가며 토익ㆍ토플 학원에 다니고 스피치 학원에도 다닌다. 이런 저런 자격증도 따고, 인턴이나 봉사활동에도 적극적이다. 하지만 이런 것쯤은 누구나 다 하는 평범한 스펙이다. 교환학생이나 어학연수, 국토대장정도 이젠 특별한 경력이 아니다. 어지간한 경험으로는 차별화가 되지않는 시대, 기업들도 토익ㆍ학점과 같은 계량화된 수치를 넘어선 지원자 저마다의 스토리를 중시한다. 이런 것들엔 더 이상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그래서 청년구직자들은 좀 더 세고 특별한 스펙 쌓기에 나서고 있다. 이력서에 한 줄 보태려 남들이 하지않는 극한(極限)ㆍ고난도의 체험을 하는 것이다. 극한 스펙은 아프리카 사하라사막, 중국 고비사막까지 누비고 남극에서 극지 체험을 한다. 또 아마존 정글을 완주하고, 미국 대륙 6천㎞를 자전거로 횡단하기도 한다. 실제 250㎞ 고비사막 레이스에서 세계 여자 3위를 기록한 양유진씨(25ㆍ경희대 체육교육학과)는 취업을 위해 남들 한다는 건 이것 저것 다 해보다 차별성을 갖기위해 더 강도 높은 도전에 나서게 됐다. 윤승철씨(25ㆍ동국대 문창과 졸업)도 2011년 사하라사막 레이스에 참여했고 남극에서 마라톤도 완주했다. 한양대 4학년때 남미 볼리비아의 와우나 포토시(6천88m)에 힘겹게 네 발로 기어 올랐던 허혁씨는 이때의 극한 체험을 어필해 대기업에 취업할 수 있었다고 한다. 서류 통과 한번 못했던 여성 취준생이 철인 3종 경력을 써넣은 뒤부터 면접까지 올라 갈 수 있었던 사례도 있다. 기업 인사 전문가들은, 이들의 이색 경험이 눈길을 끌지만 회사의 업종과 직무와 연관이 있는 경험이라야 의미가 있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청년구직자들은 남들보다 튀는 스펙에 자신만의 독특한 스토리를 만들어내기 위해 고통을 감내하고 큰 돈을 들여가며 절박하게 취업 문을 두드리고 있다. 이들의 눈물겨운 노력이 안쓰럽고 맘이 저리다. 청년실업이 진짜 심각한 수준이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김수창과 검찰

야외에서 음란행위를 하다가 현행범으로 체포된 김수창 전 제주지검장의 처리를 놓고 검찰이 고민하는듯 하다. 일단 일반사건과 차별없이라는 공식입장을 밝혔지만, 국민들의 시각이 그렇지 않기 때문일게다. 그쪽 검찰의 수장이었는데 과연 공정한 수사가 가능할 것인가 하는 국민들의 의구심과 함께 법정형으로 정해진 공연음란죄의 1년 이하 500만원 벌금형을 과연 일반 시민의 심리상 받아들일 수 있느냐에 대한 부분까지 고려하면 답을 내놓기가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검찰의 고민을 꿰뚫어 보듯 일부 여성단체 등은 벌써부터 더 큰 책임을 물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들은 성폭력 범죄를 엄정히 수사해야 할 검찰 고위간부의 공연음란 행위는 사소하거나 희화화할 일이 아닌 성폭력 범죄라고 주장한다. 물론 비판의 목소리만 있는 것은 아니다. 검사장 자리에서 졸지에 잡범으로 전락하며 나락에 빠진데다 가족들이 받은 정신적 피해를 감안할 때 이제는 조용히 법에 맡겨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술도 잘 마시지 않는 깨끗한 생활 스타일과 다소 깐깐하더라도 할 말 다하는 김 전 검사장의 모습을 옆에서 지켜본 일부 여검사들은 착찹함까지 느끼고 있다는 동정론도 전해진다. 하지만 검찰은 이번 기회에 깊은 고민을 해봐야 한다. 수십억원의 금품을 받고 업무를 봐주거나 하는 등의 중범죄도 아닌데, 이렇게까지 크게 사회적 이슈가 된 이유에 대해서 말이다. 검사라는 권력을 가지고 누릴만큼 누리고 있는 집단으로 보고 있는 것이 국민들의 시각이지 않을까. 이때문일까? 가장 가슴깊이 와닿는 검찰 내부의 전언은 김 전 검사장 사건을 비롯 일부 불미스러운 사건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검사들부터 스스로 바꿔야한다는 목소리다. 반복되는 야근을 할 수 밖에 없는 과중한 업무와 범죄로부터 국민의 안전을 책임진다는 사명감 등으로 국가와 민족을 위해 봉사한다는 것이 검사들의 마음가짐이라지만, 일련의 사태를 통해 자신들의 생각과 국민들의 생각은 전혀 다른 것일 수도 있다는 위기감에서 나온 얘기일 것이다. 자성의 목소리를 내는 검찰의 모습이 보기좋다. 이를 바탕으로 더욱더 높은 도덕성을 갖춘 검찰을 기대해 본다. 이명관 사회부 차장

[지지대] 고독사(孤獨死)

최근 3년간 무연고 사망자가 2천279명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다. 2011년 682명, 2012년 719명, 2013년 878명 등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특히 100명 중 3명은 아예 백골로 발견되거나 발견 당시 부패 정도가 심해 성별을 구별할 수 없는 지경이라고 한다. 연고가 없거나 연고가 있더라도 형편이 어렵다는 이유 등으로 시신 인수를 포기한 것을 무연고 사망이라고 부른다는 점을 고려할 때, 고독사(孤獨死), 즉 혼자 살다 숨지는 경우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이란 추측이다. ▲예상과 달리 홀로 쓸쓸히 죽어가는 이른바 고독사가 노인만의 문제는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인 김춘진(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시도별연령별 무연고 사망자 현황 자료를 보면, 지난해 서울시에서 발견된 무연고 사망자 중에서 나이를 확인할 수 있는 255명을 연령별로 나눠보면, 50대(51~60세)가 87명(34%)으로 가장 많았다. 경기도 역시 무연고 사망자 143명 중 50대가 35명(24.5%)이나 됐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혼자 사는 노인은 125만명으로 추산됐다. 2000년(54만명)과 비교해 2.2배로 불어난 수치다. 2035년께는 혼자 사는 노인이 지금의 3배인 343만명에 달할 것이란 예상이 아니어도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고독사를 막기 위한 국가 차원의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우리나라 노인자살률이 2010년 10만명 당 80.3명으로 OECD 국가 가운데 1위를 기록하는 상황에서 홀로 사는 노인들을 위한 안전장치는 기본이다. ▲일본에서는 홀로 사는 노인들에게 도시락을 배달하는 업체가 생겼는데, 중요한 임무(?)는 도시락 배달보다는 그들의 생사를 확인하는 데 있다고 한다. 프랑스 파리에는 가톨릭에서 운영하는 Ensemble 2 Generations(두 세대가 같이)라는 단체가 혼자 살면서 여유 방이 있는 노인들에게 방을 구하는 학생들을 연결해 주어 같이 살게끔 해 주고 있다. 언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를 노인의 입장에선 함께 거주하는 사람이 있어서 좋고, 학생의 입장에선 비싼 방세를 절약할 수 있어 인기라고 한다. 어쩌다 옆에 누군가가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안도해야 하는 세상이 왔는지 모르겠다. 박정임 경제부장

[지지대] 자식농사

아들이고 딸이고 간에 자식 키우는 것을 흔히 농사에 비유해 자식농사라고 한다. 예를 들면 아들 딸이 잘된 집을 가리켜 그 친구 자식농사 하나는 잘 지었다며 덕담 삼아 말한다. 농사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비가 많이 와도 걱정, 덜 와도 걱정인 게 농사다. 농사나 짓는다고 하는데 농사나가 아니다. 각설하고, 자식농사처럼 어려운 것도 드물다. 대개는 부모 마음대로 잘 안되는 것이 자식농사다. 공자(孔子) 일화다. 공자가 말년에 지금의 산둥성인 노(魯)나라 고향 곡부현(曲阜縣)에서 후학을 육성할 때다. 한번은 제자들이 선생이 친아들은 얼마나 잘 가르치겠나 싶어 공자 아들에게 물었다. 그랬더니 그 아들은 빙그레 웃으면서 정훈(庭訓)이라고 써 보이는 것이다. 어쩌다 자기 아버지를 마당에서 마주치면 요즘은 무슨 책을 읽느냐고 물을 정도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공자 제자 가운데는 성현의 지위에 오른 이가 있어도 공자 아들이 성현에 올랐다는 말은 과문한 탓인지 아직 듣지 못했다. 하물며 범부에 있어서는 더 말 할 것도 없다.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군대에 간 맏아들 때문에 한동안 곤혹을 치렀다. 더 일찍이 사과하지 않았다는 비판은 부정(父精)의 인지 상정을 모르는 소리다. 남 지사 아들인 ○사단 남모 상병이 후임병에게 가혹행위와 성추행을 저질렀다고 한다. 마땅히 엄벌에 처해야 할 죄목이다. 사단 보통군사법원은 남 상병이 혐의를 시인하고 폭행 정도가 가벼우며, 바지의 지퍼부분를 툭툭 쳤다는 성추행은 흔히 있는 장난으로 보인다며 군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그런데도 상급 부대에서 무슨 보강수사를 한다고 한다. 누구의 아들임으로 특혜가 있어선 안되는 것처럼 누구의 아들임으로 불이익이 있어서도 안된다. 남 상병에게도 인권은 있다. 그도 아마 누구의 자식이란 말이 듣기 싫을 것이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아버지 되는 사람으로 자식을 잘못 키운 점을 국민 앞에 사과한다고 했다. 정모 전 의원 막내는 세월호와 관련해 엉뚱한 글을 올려 정 전 의원의 속을 썩였다. 뉘집 할 것 없이 어려운 게 자식농사가 아닌가 한다. 임양은 언론인

[지지대] 아이스버킷 챌린지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은 내가 좋아하는 책이다. 죽음을 앞둔 노교수와 그의 제자가 매주 화요일에 만나 인생수업을 하는 내용이다. 바쁜 일상 속에서 영혼의 결핍을 느끼던 저자는 루게릭병을 앓으며 죽음을 앞두고 있는 대학시절의 은사 모리 교수와 재회, 세상ㆍ가족ㆍ죽음ㆍ사랑 등을 주제로 삼아 대화를 나눈다. 그 섬에 내가 있었네의 작가 김영갑은 내가 좋아하는 사진가다. 제주에 반해 온 몸을 던져가며 오름과 바람, 구름, 바다 등의 풍광을 담아오던 김영갑은 루게릭병으로 6년여간 투병하다 2005년 세상을 떠났다. 그는 돈이 생기면 필름을 사느라 당근과 고구마 등으로 허기를 메우며 사진을 찍었다. 그의 사진은 2002년 문을 연 갤러리 두모악에서 만날 수 있다. 모리 교수나 김영갑 작가 모두 루게릭병으로 사망했다. 세계적인 천체물리학자 스티븐 호킹도 장기간 이 병으로 투병 중에 있다. 루게릭병으로 불리는 근위축성측삭경화증(ALS)은 퇴행성 신경질환으로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희귀난치병이다. 근력 약화 및 근위축이 특징으로 사지마비, 언어장애, 호흡기능 저하로 수년내 사망에 이르게 된다. 이 병은 1930년 미국 뉴욕 양키스팀의 전설적인 야구스타 루게릭 선수가 발병 후 2년 뒤 38세에 사망해 그 선수의 이름을 따 루게릭병으로 불려지게 됐다. 미국에 약 3만명, 세계적으로 10만명 정도가 이 병을 앓고있고, 우리나라엔 1천200여명이 투병하고 있다. 루게릭병의 위험성을 알리고 환자를 도우려는 기부운동으로 지구촌이 들썩이고 있다. 얼음물 뒤집어쓰기 릴레이 아이스버킷 챌린지(Ice Bucket Challenge)가 그것으로 페이스북과 유튜브 등 SNS를 타고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7월 말 시작된 캠페인은 지명받은 사람이 양동이에 든 얼음물을 뒤집어쓰거나 100달러를 ALS협회에 기부하는 것이다. 그리고는 도전을 받을 세명을 다시 지목한다. 이 유쾌한 캠페인은 빌 게이츠, 마크 주커버그, 레이디 가가, 베컴, 메시 등 전 세계 유명스타들을 거쳐 지난 주말 국내에 들어와 배우 조인성과 야구선수 조인성, 손흥민, 비 등 스타들이 대거 참여했다. 캠페인에 대해 외국 유행을 따라했다는 비판과 함께 유명인사들의 자선 과시, 보여주기식이란 지적도 있다. 그래서 중요한 건 잠깐의 이벤트가아닌 지속적인 관심이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할류족

요즘은 잘 모르겠는 신조어도 많다. 하빠도 그렇다. 하빠는 발음이 서툰 아기들이 아빠 역할을 하는 할아버지를 부르는 말이란다. 할아버지들이 손자 손녀 육아에 뛰어들면서 하빠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은퇴 후 집에서 삼시 세끼 밥만 축낸다며 삼식이라 놀림을 당하던 할아버지들이 육아의 주축으로 나서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해 출간된 하빠의 육아일기는 전직 경찰서장이 세명의 손자를 돌보며 펴낸 것으로 하빠의 유행을 더욱 부추겼다. 맞벌이 부부가 증가하면서 손주 육아를 책임지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늘고있다. 2012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젊은 맞벌이 부부 510만 가구 중 250만 가구가 육아를 조부모에게 맡기는 것으로 조사됐다. 맞벌이 부부 자녀 2명 중 1명은 할머니 할아버지가 맡아 키우는 셈이다. 이에 따라 할류라는 또 하나의 신조어가 생겼다. 힘들게 직장 생활을 하는 딸, 아들, 며느리를 돕겠다는 마음도 있지만 자녀 때와는 달리 여유를 갖고 손주를 키우면서 진정한 육아의 즐거움을 느끼는 할류족도 많다. 자식을 키울 때는 멋모르고 정신없이 지나갔는데 손주는 뭔가 알고 키우니까 재밌다는 것이다. 힘든 것보다는 아이가 주는 기쁨이 많다고. 할류족은 그래서, 손주를 떠맡아 키운다는 수동적 자세보다는 자녀보다 손주를 더 잘 키워보겠다는 적극적인 자세를 가졌다. 두 외손자를 키운 3년간의 추억을 모은 책 네가 기억하지 못할 것들에 대하여를 펴낸 정석희씨는 내 일생에서 가장 잘한 일 중 하나를 들라면 손자 녀석 둘을 우리 집에서 키운 것이라고 말한다. 요즘 K-POP 한류도 뜨지만 할류도 뜨고 있다. 소비 시장에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큰 손으로 떠오르면서 할류 열풍이란 말까지 생겼다. 할류족 때문에 아이를 업을 때 두르는 포대기며 면기저귀 같은 옛날 육아용품도 다시 인기다. 할류족을 타깃으로 한 육아서적도 속속 출간되고 있다. 하빠의 육아일기에 이어 기업과 지자체에서 예비할머니 육아 서포트 강의를 하는 인선화씨의 워킹맘과 할머니가 함께 읽는 명품할머니 육아, 요리연구가 강홍준씨의 푸드스타일리스트 할머니가 만든 건 다 맛있어라는 책 등이 인기다. 할류 유행 속에 할머니 할아버지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아이들이, 커서 가족의 소중함과 어른에 대한 공경심을 잃지않고 살아가길 바란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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