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적재적소(適材適所)

경기도가 최근 인사의 4원칙을 발표했다. 4가지 인사원칙은 △행정직과 기술직 간 균등한 보직 기회 부여 △전문성 향상을 위한 인센티브 강화 △실국간 형평성을 고려한 승진인사 실시 △격무기피 부서 장기근무자 배려 등이다. 실제 남경필 경기지사가 도청 안살림을 책임지는 인사과장과 총무과장에 기술직과 여성 공무원을 임명했다. 이번 인사를 놓고 도청 안팎에서 말이 많다. 일단 남 지사가 발표한 인사의 원칙을 적용한 것으로 보인다. 남 지사의 인사를 잘했다, 못했다 평가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인사의 원칙 얘기를 하고 싶은 거다. 인사와 관련한 고사성어 중에 적재적소(適材適所)라는 말이 있다. 아직 세상 물정 잘 모르지만 인사의 원칙은 이 말 안에 모든 게 함축돼 있는듯하다. 그 일에 마땅한 능력이 있는 사람을 배치해 해당 조직원과 조화롭게 융화하는 것. 이를 통해 최대한의 시너지효과를 거두는 것 말고 인사에 무엇을 고려해야 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의 신년기자회견에서 모기자가 역대 정권 중에 지역 안배가 제일 안 되는 정권이라며 균형 있는 인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균형, 형평, 배려, 소외, 기피 이 같은 단어는 인사를 얘기할 때 나오지 말아야 한다는 얘기다. 적재적소에 인재를 배치하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을 것이라고 냉소(冷笑)하는 이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야구는 비교적 계량화된 스포츠다. 타율이 좋고 장타를 많이 친 선수를 4번에 배치한다. 축구에서 수비능력이 좋은 선수를 수비수로 공격 능력이 좋은 선수를 공격수로 배치한다. 볼배급과 공수 전환이 빠른 선수를 미드필더로 기용한다.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할 수 있는 공정하고 합리적인 계량화된 시스템이 필요하다. 누가 대통령, 도지사, 축구대표팀 감독이 되든 적재적소의 원칙을 적용하면 사람이 바뀌고 시대가 바뀔 때마다 등장하는 인사의 원칙이니 인사혁신이니 하는 얘기가 나오지 않을듯싶다. 최원재 정치부 차장

[지지대] 중산층 임대 ‘00 스테이’

설움 중에 제일은 집 없는 설움이다. 70~80년대를 소재로 하는 드라마에선 어김없이 셋방살이의 아픔이 등장한다. 세 살이 하는 가정의 아이는 큰 소리로 울지도 못했다. 주인집 아이가 싸움을 걸어와도 절대로 때려선 안 된다. 지금은 주택임대차 보호법에 따라 2년간은 버틸 수 있다. 당시는 집주인이 나가라고 하면 짐을 싸야만 했던 시절이다. △내 집 장만은 쉬운 게 아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4월 서울 지역의 5인 이상 사업장 상용근로자 1인당 월급은 320만원이었다. 같은 시점 서울지역 85㎡ 아파트의 평균 매맷값은 4억9천300만원으로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았을 때 13년을 모아야 하는 액수다. 전셋집을 구하려 해도 8년 이상 걸린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집에 대한 개념이 바뀌었다. 주택에 대한 인식이 소유에서 거주로 변하면서 임대주택에 대한 수요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집을 사야 하는 부담은 줄었지만 이미 언급했듯, 임대인(집주인)이 개인이다 보니 개인 사정에 따라 계약이 달라져 주거 안정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임대차 시장이 기업 중심이 되면 해결될 수 있다. 정부가 중대형 건설사들을 임대주택 시장에 참여시켜 고품질 임대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나선 이유다. 이름도 편안하게 거주한다는 뜻에서 스테이를 붙였다. 임대 기간도 8년 장기임대(준공공임대)와 4년 단기임대로 구분했다. 새로운 개념의 주거 형태란 점에서 뉴를 달았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최장 8년까지 자이 스테이 혹은 푸르지오 스테이 등에 거주할 수 있는 것이다. △기업형 임대주택은 보증금 3천만1억 원 정도에 월 임대료가 지방 40만원, 수도권 60만원, 서울은 80만원 안팎이 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월세는 건설사가 땅값을 얼마에 확보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월세가 애초 예상보다 올라간다면 분양마저도 어려워진다. 정부는 대기업을 끌어들이려고 민간이 지은 임대주택이 의무임대기간 뒤 팔리지 않을 때 이를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사준다는 매입 확약 조치를 내놨다. 자칫 부채로 신음하는 LH의 부담만 키울 수 있다는 뜻이다. 박정임 경제부장

[지지대] 개(犬) 영웅?

2014년 1월, 뉴욕 수사당국이 전직 소방관 8명을 기소했다. 전직 경찰 72명도 함께 넘겼다. 13년전 9ㆍ11 테러 현장에 투입됐던 사람들이다. 죄명은 장애급여 부당 수령 혐의다. 테러 현장에서 얻은 장애를 속여 돈을 챙겼다. 멀쩡히 낚시 여행, 수상 스키를 즐기는 모습이 체증됐다. 의사와의 상담 때 해야 할 말과 행동까지 연습했다고 했다. 이렇게 챙긴 돈이 4천300억원이다. ▶9ㆍ11 폐허 앞에 선 부시 대통령 곁에 소방관이 있었다. 부시의 이 연출은 성공했고, 미국민은 그들을 9ㆍ11 영웅이라 불렀다. 위기의 미국 여론이 이들을 중심으로 한 데 모였다. 지금도 그라운드 제로 한 모퉁이에는 산화한 소방대원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그런 영웅들이 저지른 예산 도둑질이었다. 수사를 담당한 사이러스 밴스 검사는 이들을 뉴욕 사기꾼들(New york swindlers)이라고 표현했다. 무리한 영웅 만들기가 빚어낸 참 담한 반전이다. ▶2003년 5월 13일, 경북 예천 민가에 전투기가 추락했다. 집은 불탔고 조종사는 순직했다. 언론은 조종사가 민가 피해를 막기 위해 끝까지 조종간을 잡고 있었다고 소개했다. 2014년 7월17일, 광주시 장덕동 한 아파트에 소방 헬기가 추락했다. 조종사 등 탑승자 5명이 전원 순직했다. 이때도 언론은 조종사들은 끝까지 조종간을 놓지 않고 안전한 곳을 택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방송 어디에서도 조종간의 출처는 밝히지 않았다. 애초에 출처가 확인될 수 없는 거짓 영웅담이었다. ▶의정부 화재 직후, 인터넷 검색어에 영웅 소방관이 등장했다. 그중 한 명이 화마(火魔) 속에서 강아지를 구한 소방대원이다. SNS에서는 화장실에서 떨고 있던 (강아지)녀석을 찾았습니다. 땀에 펑 젖은 소방관, 이분이 영웅이십니다라는 소개글이 올랐다. 먼저 대피한 주민이 안타까워하자 몸을 던져 강아지를 구해냈다는 이야기다. 13명의 사람을 구한 또 다른 소방관 얘기보다 검색 수가 많았다. ▶사람 4명이 숨진 화재다. 그중엔 결혼을 두 달 앞뒀던 예비 신부도 있다. 다친 사람이 126명이고, 재산을 잃은 사람이 226명이다. 대낮에 난 불인데도 2시간 넘도록 탔다. 주민들은 초기 진압에 실패한 소방당국을 원망한다. 책임 여부를 떠나 이번 화재가 실패한 소방 작전의 예(例)로 기록될 것만은 틀림없다. 그런 참담하고 실패한 소방 현장에서 생산된 강아지 영웅담이다. 영안실에서병상에서대피소에서 고통받고 있을 사람들이 이 개(犬) 영웅담을 어떻게 받아들이겠는가. 김종구 논설실장

[지지대] 열정 페이

패션 및 유통업계엔 열정 페이란 말이 유행이다. 열정(熱情) 페이(payㆍ급여)는 하고 싶은 일을 하게 해줄테니 너희의 열정으로 쥐꼬리만한 페이를 극복해보라는 냉소적인 의미가 담겼다. 일할 기회를 줬다는 구실로 취업 준비생을 착취하는 행태를 꼬집고 있다. 주로 선배들의 경험과 노하우가 필요한 패션, 미용, 방송계에서 많이 나타났으나 일반 대기업과 공기업, 편의점 등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최근 의류업체 인턴과 패션디자이너 지망생 등으로 꾸려진 패션노조와 청년유니온이 패션 디자이너 이상봉씨를 2014 청년 착취대상으로 선정했다. 이씨가 운영하는 디자인실이 야근수당을 포함해 수습은 월 10만원, 인턴은 30만원, 정직원은 110만원의 급여를 준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많은 비판을 받았다. 지난해 패션노조는 유명 디자이너가 운영하는 대다수의 의상실 인턴 급여가 최저임금은 커녕 교통비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고발했다. 피팅모델비를 아끼기 위해 인턴들에게 44~55사이즈를 유지하도록 강요하는 디자이너도 많다고 한다. 더욱 심각한 것은 대기업에서도 사원을 채용할 때 인턴 형태로 열정 페이를 강요한다는 것이다. 얼마 전 편의점 GS25의 열정 페이도 갑질 논란에 휩싸였다. 경력이나 스펙에 도움도 안되는 편의점 아르바이트조차 열정 페이를 요구하는 글이 올라오자 네티즌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GS25의 한 점주는 구인사이트 아르바이트 모집 공고에 돈 벌기 위해 편의점 근무(하는 건) 좀 아닌 것 같다. 열심히 하는 분은 그만큼 챙겨드리도록 하겠다는 글을 올렸다. 그리고는 시급을 2014년 최저임금인 5천210원으로 제시했다. 게시글은 SNS 등을 통해 퍼지며 취업 준비생들의 공분을 샀다. 지난 8일에는 위메프가 정직원 채용을 빌미로 수습직원에게 2주간 정직원 수준의 영업을 시킨 뒤 2주 만에 전원 해고한 사실이 알려지며 청년들의 분노를 가중시켰다. 위메프는 하루 14시간가량 일한 수습직원들에게 해고 뒤 시급 3천원꼴인 일당 5만원을 지급했다고 한다. 열정 페이는 기성세대가 젊은층에 가하는 또 하나의 폭력이다. 업계 관행이라며, 배움과 경험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이유로 노동력을 착취하는 행위는 범죄다. 젊은이들이 더 이상 열정이란 명분하에 청춘을 착취 당하지 않도록 당국은 고강도 근로 감독에 나서 불합리한 관행을 철퇴시켜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가짜 기부금 영수증

지난해 발표된 미국 400대 부호 조사에서 마이크로소프트 공동 창업자인 빌 게이츠가 1위를 차지했다. 빌 게이츠는 총 재산 810억 달러, 우리돈 85조5천억원을 보유해 21년 연속 최대 부호로 조사됐다. 그는 기부도 1등이다. 2013년 빌 게이츠 부부는 26억5천만 달러(2조8천억원)를 기부했다. 이들이 지금까지 낸 기부금은 302억 달러(32조원)에 달한다.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은 670억 달러의 자산을 보유해 2위에 올랐다. 버핏은 2013년 26억3천만 달러를 기부했고, 지금까지 기부 금액은 21조원이 넘는다. 미국의 부호들은 천문학적 재산으로 부러운 시선을 받는 동시에 통 큰 기부로 박수를 받고 있다. 미국의 기부문화는 부자들뿐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널리 확산돼 있다. 기부에 따른 세제 혜택이 후한 것이 기부문화 정착에 일조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기부문화 활성화를 위해 법적으로 인정되는 단체 등에 기부를 했을 경우 전액 또는 일정액을 공제해주는 기부금 소득공제를 실시하고 있다. 그런데 해마다 연말정산 시즌이면 기부금 소득공제가 도입 취지와 달리 이상하게 변질돼 부작용을 낳고 있다. 나눔을 통한 기부문화 확산이 아니라 세금 혜택을 받기 위한 도구로 악용되고 있다. 연말정산 때면 교회나 사찰에 종교단체 기부금 영수증을 끊어달라는 요청이 쇄도한다. 종교단체에 기부하면 과세대상 소득의 10% 한도 내에서 그 금액에 15%를 곱해서 세액공제를 해주기 때문이다. 이에 기부금 영수증을 팔고 사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실제 신도가 아닌 사람에게 금품을 받고 연말정산용 허위 기부금 영수증을 발급해 준 혐의로 경북 의성의 한 사찰 주지가 지난달 구속기소됐다. 이 사찰은 2011년 12월부터 이듬해 12월까지 회사원 및 공무원 529명에게 6천424만원을 받고 20억4천700만원 상당의 허위 영수증 748매를 발급했다. 근로자들은 세금을 덜 내게 되고, 기부금이 적은 작은 종교단체들은 가외 수입을 올릴 수 있어 양측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이 같은 일이 벌어진 것이다. 종교단체는 소득세 과세 대상이 아니라서 기부금 영수증 액수를 허위로 많이 적어줘도 외형이 늘어나 세금 부담이 커질 염려가 없다. 돈 몇 푼에 눈멀어 거짓 기부금 영수증을 팔고 사는 종교단체나 직장인 모두, 양심 불량이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우정, 그리고…

지난해 말 많은 모임 중 유독 가슴이 먹먹해짐과 동시에 유쾌했던 자리가 있었다. 바로 국민학교(많은 전학을 다니느라 6학년 2학기)부터 고등학교까지 함께 했던 10명의 죽마고우와의 만남. 기쁠 때나 슬플 때나 항상 곁에 있는 친구들이지만, 그날은 한 친구가 준비한 깜짝 이벤트로 그 의미가 다르게 다가왔다. 이벤트를 준비한 친구는 모두가 모여야만 하는 기회를 만들었다며 이유는 묻지 말고 모두 정장 차림으로 오라고 했다. 그리고 덧붙였다. 미국에 있는 00이도 이날 자리에 온다고. 정장을 입고 오라는 친구의 말에 궁금증을 가지고 친구들을 만나러 갔다. 이내 궁금증은 풀렸다. 친구가 준비했던 이벤트는 이른바 드라마 신사의 품격 콘셉트로 찍는 단체 사진 촬영이었다. 함께 찍었던 마지막 사진이 고등학교 졸업 때여서, 또 하나의 추억을 공유하자는 것이 이유다. 따져보니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어느덧 25년이었다. 누군가 결혼도 25년이면 은혼식인데, 우리가 그런 상황이네라고 말했고, 다른 한 친구는 25년 후 금혼식에도 건강한 모습으로 함께 해야지라고 화답했다. 깜짝 이벤트 영향이었는지, 밤 9시30분 촬영 예약을 했던 스튜디오에는 다른 약속이 있어 저녁을 함께 하지 못했던 친구들까지 함께 해 10명의 완전체가 됐다. 처음에는 조금 유치한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들었지만, 결과적으로 사진은 아주 멋있게 나왔다. 더욱 우리를 들뜨게 했던 것은 그 과정이다. 사진을 찍으면서 우리가 함께 했던 아름다운 추억과 지금 이 순간, 그리고 함께 할 미래까지 머릿속을 스쳐갔다. 며칠 후 수백 장의 사진이 이메일로 왔다. 그중 2장을 선택하라는 미션과 함께. 다시 한번 그날 느꼈던 잔잔한 감동이 몰려왔다. 몇몇 후배에겐 사진을 보여주면서 자랑 아닌 자랑도 했다. 매일 기사를 쓰는 컴퓨터 모니터의 메인사진도 바꿨다. 그리고 컴퓨터를 켜면서 하루 업무를 시작하는 관계로, 매일 친구들과 조우하고 있다. 나에게도 이렇게 든든한, 그러나 보이지 않는 엄청난 빽(?)이 있는 것을 느끼며. 이명관 사회부 차장

[지지대] 이산가족 상봉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 얌전한 몸매의 빛나는 눈 고운 마음씨는 달덩이 같이 이 세상 1983년 6월 KBS 이산가족 찾기 생방송의 주제곡이다. 휴대전화가 없고 가족찾기 시스템이 없던 1980년대 이산가족찾기 생방송은 전 국민을 텔레비전 앞으로 모이게 했다. 당시 30년여 만에 만나는 가족들은 서로 부둥켜안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으며, 시청자들도 볼로 흘러내리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지난 6일 누적 관객 수 800만명을 돌파하고 이번 주말 1천만 관객을 눈앞에 두고 있는 영화 국제시장. 그때 그 시절 굳세게 살아온 우리들의 이야기다. 영화의 주 무대인 부산 국제시장은 주인공 윤덕수(황정민) 처럼 한국전쟁 후 피난민들이 내려와 장사를 하며 정착한 곳. 윤덕수의 파란만장한 인생사를 통해 아버지 세대의 삶을 재조명한 작품이다. 영화를 본 관객들의 영화평이야 엇갈릴 수 있지만, 가장 눈물샘을 자극한 장면은 단연 이산가족 찾기 방송이 아닌가 싶다. 특히 북쪽에 가족을 두고 내려온 실향민들의 눈물은 더했을 것이다. 영화의 주인공이 잃어버린 여동생을 찾는 장면처럼 생사를 알 수 없는 아버지, 어머니, 오빠, 동생 등을 만날 수 있기를 고대하면서 말이다. △지난해 2월 3년4개월 만에 재개된 이산가족 상봉을 통해 763명의 남북 가족들이 짧은 만남을 가졌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산가족 상봉자들의 고령화가 두드러지고 있다. 이산가족정보통합시스템에 따르면 신청자 13만여명 중 6만여명이 사망하고, 생존한 6만여명 중 절반이 넘는 신청자가 80세 이상인 것으로 조사됐다. 을미년 청양의 해에 들어서면서 꽁꽁 얼어붙었던 남북 관계가 개선의 움직임을 보이면서 이산가족 상봉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올해는 이산가족들이 생사를 확인하고 상봉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정근호 정치부장

[지지대] 죽음 마케팅 : 영화 ‘님아~’

Waiting game for Sudanese child(수단 아이를 기다리는 게임). 1994년 퓰리처상 수상작이다. 아사(餓死) 직전에 아이와 그 아이가 죽기를 기다리는 독수리로 해석된다. 작가 케빈 카터는 극적인 연출을 위해 셔터 찬스를 기다렸다고 말했다. 여론은 싸늘했다. 아이부터 구했어야 했다는 지적이 터져 나왔다. 돈을 위해 인간의 존엄성을 해친 사진으로 전락했다. 수상 3개월 만인 같은 해 7월, 케빈은 들끓는 비난 속에 자살했다. ▶어머니가 아이를 살짝 땅바닥에 내려놓았을 뿐이었어독수리가 휙 하고 날아와서 앉았대몇 장 찍는데 독수리가 휙하고 날아가 버렸다더군. 20여년 뒤, 후지와라 아키오는 아프리카에서 온 그림엽서(繪はがきにされた少年ㆍ2007 출간)에서 당시의 촬영 순간을 폭로했다. 케빈 동료에게 들은 목격담이었다. 아무것도 아닐 수 있었던 사진이다. 거기에 죽음 마케팅이 더해지며 퓰리 처상 수상감동비난자살로 요동쳤다.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가 시작된다. 묘지 앞에 앉은 한 할머니가 울고 있다. 이어 거친 할아버지의 숨소리가 극장을 메운다. 할머니(89)와 할아버지(98)의 행복한 모습도 있다. 하지만, 이내 98세 할아버지의 병세(病勢)가 전편에 흐른다. 가쁜 기침을 몰아쉬며 고통스러워 한다. 의식을 잃은 할아버지 머리맡에서 아들과 딸이 크게 운다. 위독 장면과 회복 장면이 몇 번 거듭되다가 할아버지는 숨진다. 염(殮)한 할아버지의 모습이 화면 가득 채워진다. 영화는 다시 한번 묘지 앞에서 울고 있는 할머니 모습으로 끝난다. ▶죽음을 마케팅 삼았다고 단정할 순 없다. 하지만, 죽음을 빼놓고는 이 영화를 논할 수 없다. 이미 방송을 통해 알려진 백발(白髮)의 사랑 이야기다. 그런 구문(舊文)을 2년간 재탕(再湯)했다. 할아버지의 생명이 위기를 맞을 때마다 앵글이 맞춰졌다. 촬영은 할아버지의 산소 앞에서 끝났다. 어차피 그 영사기는 할아버지의 죽음까지만 돌 계획이었던 듯하다. 400만 관객이 들었고 영화는 50억원을 벌었다. ▶캐빈은 자신의 촬영을 기아의 공포를 알리기 위함이었다고 강변했다. 하지만, 많은 이들에겐 죽음을 소재 삼은 마케팅일 뿐이었다. 감독은 님아~를 노년의 사랑을 남긴 기록이었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어떤 이들에겐 할아버지의 임종을 기다리며 돌아간 질 나쁜 영사기일 뿐이다. 님아~에 매겨진 관객의 평점은 별 4개 반이다. 기자ㆍ평론가들은 별 3개를 줬다. 필자는 별 1개도 줄 생각이 없다. 목숨이 예술의 소재가 되는 것은 대단히 예외적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김종구 논설실장

[지지대] 새해 사자성어

새해가 되면 각 분야에서 사자성어를 발표한다. 사자성어는 짧은 네 글자의 조합을 통해 정치적 상황이나 사회상 등을 반영하거나, 한 해의 방향성과 목표를 정해 구성원들에게 희망을 갖자고 주문하는 경우가 많다. 대학 교수들은 새해 바람을 담은 올해의 사자성어로 정본청원(正本淸源)을 꼽았다. 근본을 바로 하고 근원을 맑게 한다는 뜻으로 한서(漢書)의 형법지(刑法志)에 나오는 문구다. 이승환 고려대 교수는 정본청원 추천 이유에 대해 관피아의 먹이사슬, 의혹투성이의 자원외교, 비선조직의 국정 농단과 같은 어지러운 상태를 바로잡아 근본을 바로 세우고 상식이 통용되는 사회를 만들자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 사자성어를 고른 윤민중 충남대 명예교수는 2014년에 있었던 참사와 부정부패 등은 원칙과 법을 무시한 데서 비롯됐다며 새해에는 기본을 세우고 원칙에 충실한 국가, 사회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정본청원은 지난해 우리 사회가 세월호 참사 등 각종 사건ㆍ사고로 그만큼 혼란스러웠다는 인식을 반영한 것이다. 앞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도 지난 1일 신년인사회에서 새누리당은 올 한 해 정본청원의 철저한 개혁 정신으로 혁신의 아이콘이 돼야 한다며 이 사자성어를 언급한 바 있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정통인화(政通人和)라는 사자성어를 제시했다. 정 의장은 정치가 잘 이뤄져 국민이 화합하고, 경제와 민생이 활짝 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자는 뜻이라며, 제 할 일 제대로 하는 국회, 특권집단이라는 비난을 듣지 않는 국회가 되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행하지 않으면 돌아오는 것도 없다는 뜻의 공행공반(空行空返)을 화두로 내놨다. 행동의 목적은 개혁이다. 최 부총리는 공공ㆍ노동ㆍ교육ㆍ금융부문의 구조개혁을 통해 30년 이상 오래 갈만한 튼튼한 경제시스템을 설계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중소기업계는 2015년 필사즉생(必死則生)의 한 해를 보내겠다는 다짐을 보였다. 직면한 경영환경이 생사를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최악인 만큼 죽기를 각오하고 경영에 임하겠다는 의미다. 그런가하면 구직자와 직장인들이 꼽은 새해 사자성어는 원하는 모든 것을 이룬다는 뜻의 소원성취였다. 새해 사자성어엔 희망과 각오가 담겨있다. 사자성어대로 소원성취, 만사형통하는 한 해이기를 기원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2015년 트렌드

2015년 을미년엔 어떤 트렌드가 유행할까? 작년 말부터 2015년은 ○○○라고, 사회적 현상과 소비, 문화 트렌드를 예측하는 책들이 줄지어 출간됐다. 아프니까 청춘이다의 저자 김난도 교수가 이끄는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가 내놓은 트렌드 코리아 2015는 새해 핵심 키워드를 카운트 십(COUNT SHEEP)으로 정했다. 김 교수팀은 매년 각 연도에 해당하는 12간지 동물에 빗대어 키워드를 발표, 시대를 관통하는 주요 흐름을 예측하고 있다. 올해 카운트 십은 잠이 안올 때 양 한 마리, 양 두 마리 세듯 평범한 일상에서 작은 행복을 추구한다는 의미를 담으면서, 양의 순한 이미지처럼 결단력이 떨어지는 대중을 의미하고 있다. 이 책은 대한민국 전체가 결정장애에 시달리면서 썸 현상이 더욱 대중화 되고, 정보과잉시대에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끊임없이 망설이는 대중을 뜻하는 햄릿증후군이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셀카봉으로 자신의 일상을 매순간 담으려는 자기 과시형인 셀피(Selfie)족, 럭셔리한 문화에 지친 이들이 평범함으로 회귀하는 놈코어(Normcore)족, 손주 돌보기 등의 희생보다는 인생을 즐기려는 할머니를 뜻하는 어번 그래니(Urban Granny) 문화가 두드러질 것으로 예측했다.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이른바 꼬리경제 현상도 주목했다. 1+1이나 덤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에게 덤이 제품 구매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는 것이다. 라이프 트렌드 2015에서는 2015년 대세를 가면을 쓰는 사람들로 정의했다. 해고를 당해도 페이스북에는 웃는 모습과 함께 꿈을 위해 사표를 냈다고 쓸 수밖에 없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 속 가식과 위선을 가면에 비유한 것이다. 이에 SNS 이탈이 두드러지고, 시골로 이주해 삶의 여유를 찾는 킨포크(Kinfolk) 스타일이 유행할 것으로 내다봤다. KOTRA가 발표한 2015 한국을 뒤흔들 12가지 트렌드에서는 가족을 위해 장을 보는 남성을 뜻하는 맨플루언서(Manfluencer)를, 모바일 트렌드 2015에서는 온라인ㆍ오프라인ㆍ모바일 등 다양한 경로가 유기적으로 결합된 서비스인 옴니채널(Omni Channel)을 키워드로 꼽았다. 사회의 흐름을 읽을 수 있는 트렌드 예측을 들여다보면 올 한해도 변화무쌍 할 것 같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새해 소망

2015년 을미년(乙未年)의 이틀째 날이다. 올해는 청양(靑羊)의 해로 청양은 개인과 가정에 큰 행운을 불러온다는 속설이 있다. 또한 양은 성질이 온순하고 무리를 지어 사는 순한 동물로 평화와 온화를 상징하는 동물이기도 하다. 새해가 되면 누구나 할 것 없이 새해 소망을 밝히고 그 소망이 이뤄지기를 간절히 기원하고 노력한다. 행여 의지가 약해져 작심삼일에 그쳐질까 공개적인 자리에서 다짐을 밝히기도 하고 새로 구입한 다이어리에 빼곡히 적어두거나 새해 해돋이에 나서기도 한다. 보통 우리나라 사람들은 새해 담배나 술을 끊겠다는 다짐부터 취업, 가족건강, 내집 마련, 대학합격, 결혼 등을 소원하고 나아가 정치경제사회의 안정과 안전을 희망한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자사 20~30대 회원을 대상으로 신년 소망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직장인은 높은 급여와 저축으로 자금 축적, 대학생 및 취업 준비생은 취업 성공이 각각 1위를 차지했다. 그만큼 지난해 경제상황이 심각했다는 방증이다. 특히 온 국민을 충격에 빠뜨렸던 세월호 참사를 비롯해 윤일병 구타 사망, 판교 환풍구 추락, 포천 고무통 살인, 팔달산 토막살인, 대한항공 땅콩회항 등 우리사회의 민낯을 드러낸 사건사고가 유달리 많았던 한해이기도 하다. 이런 탓에 올해는 그 어느해보다 평화와 희망이 가득한 한 해가 되길 바라는 시민들의 마음은 더욱 간절하다고 할 수 있다. 건강이나 대학합격 등 지극히 개인적인 일까지 책임지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국민들이 대형 사건이나 범죄가 없는 안전한 사회에서 안정적인 경제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국가와 사회의 가장 기본적인 책무일 것이다. 참여와 소통을 중심으로 한 정치와 행정, 배려와 기본을 중시하는 국민 등이 조화를 이뤄 모쪼록 2015년 새해에는 지긋지긋한 경제상황 해결과 안전한 사회 구현을 새해 소망으로 삶는 일이 되풀이되지 않아야 할 것이다. 경기도민, 나아가 대한국민 모두가 행복하고 건강한 한해를 보낼 수 있길 바라고 기원해본다. 박수철 사회부 차장

[지지대] 광복70년 그리운 금강산

올해는 광복 70주년이다. 1910년 을사늑약 이후 35년 동안 치욕스런 일제 강점기를 겪은 우리 민족. 1945년 8월15일 드디어 광복을 맞게 된다. 이후 70년이란 긴 세월이 흘렀다. 사람 나이로 치면 고희를 맞은 격이다. 그러나 이 기간에 우리는 남북 분단이라는 아픔도 겪고 있다. 광복 70년의 역사는 남북분단 70년의 역사이기도 한 것이다. 2015년 광복 70주년을 생각하다 2004년 금강산에 다녀온 기억이 떠올랐다. 당시 기자협회 행사가 금강산에서 열렸는데 난생처음 북한 땅을 밟는다는 게 기대도 됐지만 두려움도 컸다. 2박 3일이라는 짧은 기간이었지만 북한 사람들과 직접 대면하고 이야기도 나누면서 그동안 잊고 있던 통일이라는 것도 한번 생각할 수 있었다. 금강산 관광이 한참일 때 매년 수만명의 남한 사람들이 금강산 온정리에 몰렸는데 금강산 관광은 비슷한 비용이 드는 동남아 관광 등에서 느낄 수 없는 무언가가 있었다. 한 민족이지만 뭔가 다른 그들이지만 결국 우리는 한민족이라는 점을 느꼈던 것 같다. 그리고 통일이 왜 필요한지 인식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아름다운 금강산의 풍광을 볼 수 있었다는 점은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지금 더 소중하게 생각된다. 정부가 광복 70주년을 맞아 여러 가지 기념사업을 추진한다고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4년 광복절 기념사에서 한반도 광복 70주년을 공동 기념하는 문화사업을 추진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이어 올해 신년사에서는 단절과 갈등의 분단 70년을 마감하고, 신뢰와 변화로 북한을 끌어내서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통일기반을 구축하고 통일의 길을 열어갈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정홍원 국무총리 역시 정부는 광복의 참된 의미를 되살려 한반도에 항구적 평화와 통일의 시대를 앞당기기 위해 북한과의 대화와 협력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히는 등 광복 70주년을 맞은 박근혜 정부의 분단 극복 의지는 확고하다고 하겠다. 남북 관련 새로운 사업은 반드시 필요하다. 다양한 대북 관련 사업과 정책은 통일을 앞당기는데 큰 역할을 할 것이다. 정부의 대북관련 사업에 그동안 중단됐던 금강산 관광도 다시 시작해 보는 것은 어떨까?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한번쯤 그려봤던 금강산을 올해 직접 오를 수 있는 날을 기대해 본다. 이선호 문화부장

[지지대] 2015년은?

2015년, 즉 내년은 을미년이다. 양의 해다. 양은 인류와 함께 범세계적으로 성장하였다. 인류가 농경사회로 정착하기 전에 양의 일부가 가축화한 것으로 학계는 보고 있다. 그러니까 중석기시대에 해당한다. 우리나라는 이미 삼한시대부터 길렀다. 양은 다양하고 또 염소와 비슷하다. 다 같은 포유류의 같은 과에 속하고 매우 민감하며 유순한 점은 같다. 그래서 평화를 상징한다. 양은 면양을 비롯한 가축동물 수 종과 야생종 수 종, 그리고 염소 등 여러 종의 가축과 수 종의 들염소가 있으나 십이지는 양을 이른다. 양은 모육 겸용인 반면에 염소는 육용 위주인 점이 다르다. 특히 흑염소는 보양보식용으로 쓰인다. 양과 염소는 아주 비슷하여 구별하기 어려우나 양의 뿔은 단면이 삼각형이고 대개는 뒤쪽 아래를 향해 굽는다. 둘 다 고산지대를 좋아하고 물을 거의 마시지 않는다. 수분은 먹이에서 얻는 것으로 충분한 것이다. 우리 조상들은 양을 어질고 착하며 참을성 있는 동물로 징표 삼아 곧잘 지명에 이용하였다. 국토지리정보원에 따르면 양과 관련된 지명이 40곳에 이른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본 을미년은 순탄치 않았다. 우선 1895년 일본은 국모인 명성황후 시해 사건을 그들 낭인을 앞잡이로 저질러 조선조의 국운을 바꾸었다. 그 후, 김홍집 내각 등 을미개혁과 일부 유생들이 참여한 을미의병이 있었으나 기운 국운을 바로 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1937년, 일본의 난징 대학살 사건 부인을 가리켜 역사 부정은 역사범죄를 다시 저지를 가능성을 말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일본의 아베 내각은 재집권을 가속력으로 국가 지상주의로 치닫고 있다. 명성황후 시해 사건은 불과 120년 전의 일임을 유의해야 한다. 하지만 표면적으로는 다 평화를 표명한다. 내년 을미년은 평화 속에 어느 때보다 정중동의 움직임이 있는 동북아 정세가 될 것 같다. 한중일과 러시아 관계도 그렇고 남북 관계 역시 그렇다. 임양은 언론인

[지지대] 존버 정신

암 투병 중인 소설가 이외수씨가 근황을 전했다. 트통령으로 불리는 이씨는 지난 18일 트위터에 2차 항암에 들어갔습니다. 당연히 고통스럽습니다. 네군데나 생겨난 혓바늘은 가라앉지 않은 채로 모든 신경을 자극합니다. 잘 먹어야 한다지만 항암제가 투여되는 순간부터 식욕이 천리나 멀리 달아나 버린 상태입니다라며, 하지만 제가 겪었던 군대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닙니다. 여러분의 눈물겨운 사랑과 세상에 대한 희망을 밑천으로, 아무리 힘들어도 날마다 존버 하겠습니다라고 썼다. 이외수씨는 삶이 힘겹다고 하소연하는 이들에게 자주 존버 정신을 외쳐왔다. 영혼의 멘토라 불리는 혜민 스님의 책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에도 존버 정신이 나온다. 이외수 선생님께,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으신지 여쭈니 이렇게 대답하셨습니다. 존버 정신을 잃지 않으면 됩니다 아, 존버 정신 그런데 선생님, 대체 존버 정신이 뭐예요? 스님, 존버 정신은 존게 버티는 정신입니다 그냥 웃어버릴 일은 아니다. 위트와 유머가 담긴 직설적 화법으로, 농담같지만 실제 악으로 깡으로 버티는 삶을 사는 국민이 상당수다. 얼마전 인기리에 종영된 드라마 미생에서 오상식 차장이 회사를 그만두면서 계약직 사원 장그래에게 버텨라. 이겨내라고 한 대사에도 많은 시청자가 공감을 표했다. 영화잡지 기자출신 허지웅의 에세이집 버티는 삶에 관하여도 관심을 끈다. 작가는 버티는 삶이란 웅크리고 침묵하는 삶이 아닙니다. 웅크리고 침묵해서는 어차피 오래 버티지도 못합니다. 오래 버티기 위해서는 지금 처해있는 현실과 나 자신에 대해 냉정하게 판단할 수 있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그래야 얻어맞고 비난받아 찢어져 다 포기하고 싶을 때마저 오기가 아닌 판단에 근거해 버틸 수 있습니다. 요컨대, 버틸 수 잇는 몸을 만들자는 것입니다.라고 말한다. 힘들고 어려운 세상, 버티기 위해서는 내가 하는 일에, 그리고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한 열의와 정확한 목표가 있어야 한다. 힘들고 어렵고 불가능해 보이지만 고민하고 연구하고 최선을 다하다 보면 결국 해결책이 나오고 경쟁력이 생긴다는 것이다. 올해도 어려웠는데 내년에도 어렵다고 한다. 올해 버텨낸 것처럼 내년에도 잘 버티는 한 해이기를 소망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금연

며칠 전 수원시 중심상가지역에서 송년회가 있어 한 음식점을 찾았다. 송년회 도중 걸려온 휴대전화 통화를 위해 음식점 밖으로 나가보니 서너명의 직장인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영하의 추위 속에서 흡연을 하며 담뱃값 인상과 금연구역 확대로 인해 흡연자들이 점차 위축되고 있는 것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이들 애연가들의 주장은 대략 이랬다. 흡연으로 지방세수 증대에 얼마나 기여하는데 (흡연자들이)홀대를 받고 있다는 것과 이 기회에 담배를 끊어야겠다는 등 흡연에 따른 불편함과 새해 1월1일부터 담뱃값이 일괄적으로 2천원 인상되는 것에 대한 불만의 토로였다. 또한 내년 1월1일부터 적용되는 모든 음식점에 대한 전면 금연구역 확대 적용에 대한 불편함도 포함됐다. 보건복지부는 국민건강증진 및 간접흡연 피해 예방을 위해 2011년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라 시행해오던 금연구역 지정을 2015년 1월1일부터 면적에 관계없이 모든 음식점(일반음식점, 휴게음식점, 제과영업소)으로 확대시행 한다. 이를 위반할 경우 업소는 최초 적발시 170만원의 과태료 부과에 이어 2차 330만원, 3차 5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되고 금연구역서 흡연한 사람에게는 10만원이 부과된다고 한다. 흡연자들의 설 자리가 더욱 줄어드는 것이다. 필자는 지난 7월말 20여년간 하루 한 갑 이상 피워온 담배를 끊었다. 건강문제와 가족, 직장 동료 등 간접 흡연자들의 역한 담배 냄새에 따른 원성, 흡연 장소를 찾아 나서야 하는 불편함 등 흡연자들이 겪는 일상적인 이유에서다. 솔직히 금연을 시도할 때만 해도 성공하리라는 자신감이 없었다. 중독성이 강한 담배를 끊는다는 것이 그동안 여러차례 금연 실패를 겪으면서 여간 쉬운일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일주일만 지나면 새해가 밝아온다. 2015년 새해를 맞이하면서 모든 사람들이 새로운 설계와 목표를 설정할 것이고, 특히 흡연자들 가운데 상당수는 금연에 도전할 것이다. 담뱃값 인상과 금연구역 확대 등으로 인해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은 사람들이 금연을 시도할 전망이다. 부디 작심삼일(作心三日)이 아닌 금연에 성공하는 사람들이 많기를 바란다. 황선학 체육부장

[지지대] 비서실

대통령 비서실이 있는가 하면 지방자치단체장에도 비서실이 있다. 옛 조선 왕조시대에도 있었다. 조선 역대 왕조의 비서실은 승정원이다. 왕명의 출납, 어전회의, 내탕금 등을 관장했다. 업무가 막중하다. 업무는 호가호위도 가능할 만큼 막중했으나 직급은 얕았다. 승정원 우두머리인 도승지가 겨우 정3품으로 정2품인 육조판서 아래다. 도승지가 그러하니 좌우승지, 승지, 부승지 등 품계는 고작 종3품에 정4품에 머물렀다. 조선 왕조에서 유명했던 도승지는 세조를 옹립한 한명회, 임진왜란시 그의 사후에까지 선조로 하여금 야반에 임진강을 무사히 건너게 한 이항복 등이다. 지금은 국회의원은 물론이고 장관급이 대글 대글 한다. 수석비서쯤 되면 장관대우를 받는다. 그러나 국정의 중심, 나라의 정책 산실은 어디까지나 국무회의다. 국정의 폭이 넓어져 대통령 비서실이 커졌으나 비서는 원래 입이 없다. 비서실 소리가 커지면 그 조직이 불행 해진다. 자유당시절 이승만 대통령 박 모 비서관은 장관의 대통령 면담을 좌지우지 했다. 나라의 비서실도 그렇고 지방단체장 비서실도 비서실이 설쳐 잘된 전례가 없다. 최근엔 포천시장 비서실장이 말썽이 되어 경찰에 의해 구속되었다. 대통령 비서실 역시 조용하지 않다. 연일 검찰수사 속보가 쏟아진다. 소위 청와대 문건유출 사건은 수사가 끝나야 흑백을 알겠지만 때가 좋지 않다. 결국은 부리는 이의 잘못이라면 그런 사람을 부린 대통령의 잘못으로 돌아간다. 한 언론 보도에 의하면 박 대통령의 최근 지지도는 37%로 집권이후 최저라고 한다. 통진당 해산 등 대통령이 이 시기에 나라의 정체성을 살리는 목소리가 아쉽다. 그런데도 소리를 내지 않고 있다. 아마 비서실 때문일 것이다. 절대 권력자인 임금도 승지가 쓴 어전 회의록을 생전에 못 보았다. 하물며 허위문건의 유출에 있어서야. 기강이 이래서는 안된다. 하지만 사람을 부리기에 달렸다. 인사에 박근혜 대통령의 눈이 트이기를 기대해 본다. 임양은 언론인

[지지대] 2014년 신조어

신조어는 이 시대 우리 사회의 모습을 반영한다. 2014년엔 심각한 청년 취업난을 반영한 신조어가 특히 많았고, 세월호 참사 이후 부조리한 관행ㆍ권위에 문제를 제기하며 만들어진 용어도 많았다. 특히 경제가 장기 침체되면서 점점 심해지는 청년 취업난을 보여주는 신조어들이 쏟아졌다. 최근 국내에 진출한 스웨덴 가구업체 이케아(IKEA)에 빗대 이케아 세대라는 말이 생겼다. 실용적이고 세련되지만 가격이 저렴해 언제라도 다른 제품과 대체할 수 있듯 낮은 몸값에 뛰어난 능력을 지녔지만 낮은 급여와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젊은 세대를 일컫는 표현이다. 등록금 대출을 받았으나 취업이 늦어져 빚을 갚지못해 신용불량자가 된다는 청년실신도 같은 맥락의 신조어다. 실신은 실업자와 신용불량자의 앞 글자를 딴 것이다. 기업들이 이공계 출신을 선호해 상대적으로 인문계 졸업자들의 취업난이 심화되면서 인구론이란 말이 나왔다. 인문대 졸업생의 90%는 논다는 의미다. 직장에 들어가도 연봉ㆍ복리후생 등에 만족하지 못하고 다시 취업시장으로 돌아오는 돌취생도 있다. 잉글리시 푸어도 등장했다. 취업준비를 위해 대학생 상당수가 생활비의 80% 가량을 영어에 투자하면서 생겨난 용어다. 이처럼 많은 비용과 시간을 쏟지만 높은 구직의 벽을 넘지못해 30대 이후에도 부모의 경제적 지원을 받는 빨대족을 양산했다. 사회적 약자 입장에서 그동안 관행으로 굳어졌던 부조리나 부패 등에 문제를 제기하고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려는 경향을 담은 신조어들도 관심을 끌었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 회항과 박현정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의 막말 사건으로 상사가 아랫사람을 함부로 대하는 이른바 힘희롱이 이슈가 됐다. 직장상사나 교수의 성희롱 등을 포함해 갑을 관계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표현한 말로, 예전엔 쉬쉬했지만 이제는 가만히 있지 않고 드러내고 있다. 세월호 침몰 원인이 오랫동안 쌓인 관행ㆍ부패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관피아(관료+마피아)란 말이 오르내렸다. 세월호 참사, 윤 일병 폭행 사망 사건 등 부조리한 사회 이슈에 적극적으로 발언하는 40~50대 주부를 가리키는 앵그리 맘(angry mom)도 화제였다. 그러고보니 올 한해 신조어들은 우울했다. 2015년의 신조어는 희망적이고 긍정적이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회식 지킴이

여군 해군 A중위(26)는 지난해 임관했다. 그리고 올 한해 동안 세 차례나 근무지를 옮겼다. 서류에 적힌 인사이동 사유는 본인 희망이다. 하지만 실제 상황은 다르다. 무려 네 차례의 성추행 사건에 연루되면서 자의 반 타의 반 이뤄진 결과다. 시작은 지난해 12월부터였다. 부대 직속상관인 한모 소령으로부터 각종 성적 폭언을 들었다. 남자의 성기를 언급하는 표현도 있었다. 지난 3월에는 또 다른 직속상관인 김모 대위가 훈련 중 함내 여군 침실로 무단 침입해 A중위에게 입맞춤을 시도했다. 견디기 어려웠던 A중위는 전출을 요청했다. 옮긴 부대에서 선임인 김모 중위는 룸살롱을 언급하며 성희롱을 했다. 또다시 옮겨 간 부대에선 직속상관인 임모 중령이 술자리 동석 요구와 성적인 발언을 일삼았다. 이를 보다못한 제3자가 신고해 조사가 시작되면서 A중위가 그동안 겪은 군 일상이 세상에 공개됐다. 임관 18개월이 지난 지금 A중위는 언제 끝날지 모르는 재판, 직속상관의 징계, 부대 내 따가운 시선들, 무엇보다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자신의 미래 등으로 괴로워하고 있다. 해군이 여군에 대한 성희롱ㆍ성추행을 막기위해 이달부터 전 부대에서 회식 지킴이 제도를 시행 중이라고 한다. 여군 대상 성범죄가 주로 술이 오가는 회식 자리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각 부대는 위관급 이상 장교 중에서 가급적 여군을 회식 지킴이로 임명토록 했다. 회식 지킴이는 회식 때 술을 마시지 못하며 여군에 대한 성희롱ㆍ성추행이 벌어지는지를 감시한다. 여군 앞에서 성적 농담 또는 성적 비하 발언을 하거나 부적절한 신체접촉을 하는지 등을 집중 체크한다. 여군에 대한 음주 강권 및 여군의 과도한 음주 여부 등도 파악한다. 회식이 끝난 뒤엔 여군이 무사히 복귀했는지를 확인하고 부대로 돌아와 그날 회식의 이상 유무를 상부에 보고해야 한다. 여성가족부가 2012년 6개 공공기관 일반직원 2천15명과 성희롱 업무 담당자 5천942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성희롱ㆍ성추행이 가장 많이 일어나는 곳으로 87%가 회식 장소를 꼽았다. 이에 회식자리에서 벌어질 수 있는 성범죄 예방을 위한 고육지책으로 회식 지킴이가 등장하게 된 것이다. 과도한 조치라는 얘기도 있지만 오죽하면 이런 회식 감시인까지 등장했을까. 그냥 웃어 넘기기엔 씁쓸한, 낯 부끄러운 대한민국의 자화상이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강력범죄=수원’ 공식 안된다

경기도 수부도시, 수원화성의 도시, 효의 도시, 삼성의 도시, 축구의 도시. 필자는 소위 얘기하는 뼈 속까지 수원 토박이다. 그만큼 수원 출신임이 자랑스러운 사람이었고, 사람이고, 사람일 것이다. 얼마전 대학 동기와 오랜만에 전화 통화를 한 적이 있다. 늦은 결혼으로 이제 돌 잔치를 한다고 공지하는 것이 그 친구의 주된 목적이었지만, 이어진 대화는 수원 사람임이 조금은 낯 뜨거워지는 내용으로 이어졌다. 대학 졸업후 근 10여년만에 연락된 만큼 통화 끝자락에 언제 시간되면 수원에서 소주나 한잔 하자는 필자의 제안에 친구는 일언지하에 거절의 메시지를 던졌다. 강력범죄의 도시, 수원에는 가고 싶지 않다고. 차라리 서울로 오면 본인이 술값을 내겠다고. 통화를 끊고 한참을 씁쓸한 마음에 멍하니 앉아 있었다. 그럴 만도 한 것이 2년전 전 국민을 충격과 경악으로 몰아 넣었던 오원춘 사건도 수원에서 발생했고, 최근 부녀자들의 귀가 시간을 앞당긴 팔달산 토막살인 사건 역시 수원이기에 타지에 사는 사람들 눈에는 그렇게도 비춰질 수 있겠다. 정조대왕의 효 정신을 이어받아 효 문화를 강조하는 수원의 이미지가 왜 이렇게까지 실추된 걸까. 당장 수원의 구도심, 즉 과거 수원 상권의 번성을 이루던 지역들은 계속되는 부동산 경기 침체와 낙후된 도시지역의 특성상 중국인을 비롯한 외국인 노동자의 천국이 된지 오래다. 그래서 오원춘 사건의 가해자도, 팔달산 토막살인 사건의 가해자ㆍ피해자도 모두 중국인일지 모르겠다. 수원 고등동의 경우 주민 1만1천여명 가운데 등록 외국인이 전체의 25%인 2천800여명에 달하고 인근 매산동은 2천여명, 매교동은 1천100여명에 이른다는 통계자료가 이를 대변해준다. 이런 상황을 맞은 지 이미 십수년이 지났지만 토박이 범주에서 아주 많이 벗어난 이들에 대한 준비가 소홀했던 것은 아닐까. 어쩌면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일수도 있지만 지금이라도 제3의 강력범죄 대상지가 또다시 수원이 되지 않도록 민ㆍ관이 머리를 맞대고 준비에 나서야 할 때이다. 김규태 경제부 차장

[지지대] 하지 말아야할 진실조작

△요즘 세간의 최대 화두는 단연 대한항공 땅콩 회항과 청와대 권력암투다. 회사건, 회식자리건 간에 이 두 이야기를 빼면 할 말이 없을 정도다. 두 이야기는 있는 그대로 자체가 흥미거리이기도 하지만, 좀 더 들여다 보면 본질을 둘러싼 의혹들이 더 많아 좀처럼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두 사건을 더욱 점입가경으로 치닫게하는 것은 아마도 본질을 숨기려 진행되는 증거조작의 시도가 아닌가 싶다. △증거조작을 들고 나오니 대학때 생각이 떠오른다.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이다. 군부독재 정권하에서 민주화를 외치던 고 박종철은 1987년 1월 15일 아침, 그 유명한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고문을 견디다 못해 사망했다. 남영동 대공분실은 이미 고인이된 김근태 등 수많은 민주화 인사들을 고문하고 인권을 유린했던 곳이다. 문제는 박종철이 심한 고문으로 사망하자 공안당국은 이를 숨기려 증거조작에 나섰고 언론이 이를 터뜨렸다. 궁지에 몰린 5공 군사정부는 김종호 내무부장관과 강민창 치안본부장을 해임시키고 이는 종국에 국민들 앞에 6ㆍ29 선언을 발표하는 계기로 역사의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런 증거조작이 작금 대한항공 땅콩 회항과 청와대 권력암투 사건에서도 시도되고 있어 경악을 금치 못하게 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오너의 딸이 연관되자 승무원의 진술을 뒤엎으려 회유하거 나선 것도 모자라 해병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증거조작을 시도, 진실 덮기에만 급급해 하는 모습이다. 청와대 실세들의 암투에서도 관련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태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서로 진실은 외면한 채 증거인멸이나 혹은 새로운 증거랍시고 내세우며 치열한 논쟁만을 거듭하고 있다. △국민들이 알고 싶어하는 것은 증거가 아니다. 진실이다. 진실에 접근하기위하 증거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따라서 조작된 증거는 진실을 호도하는 만행이나 다름없다. 세간에 회자되는 말중에 대한민국 헌법위의 또하나의 법이 있다는 말이 있다. 그 법은 다름아닌 국민정서법이다. 두 사건의 당사자들이 한번쯤 돌아봐야할 법이 아닌가 싶다. 정일형 사회부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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