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커피가 들어온 시기는 1890년 전후로 알려져있다. 최초로 커피를 팔았던 다방은, 1902년 손탁호텔 안의 정동구락부로 일반인들이 쉽게 이용할 수는 없었다.
고종은 1895년 러시아공관에서 처음 커피를 접한 이후 커피 애호가가 됐다. 고종의 커피 시중을 들던 러시아인 손탁은 서울 정동에 왕실 땅을 하사받아 손탁호텔을 열었고, 여기서 ‘가배()’를 팔기 시작했다. 커피는 이때 서양에서 들어온 탕이라는 뜻으로 ‘양탕국’으로도 불렸다.
커피는 세계 60억 인구의 절반이 마실 정도로 인기다. 세계 무역품 중 석유 다음으로 많은 교역량을 차지한다. 2012년 우리나라 커피시장 규모는 4조1천300억원으로 2011년(3조6천910억원) 대비 11.8%가 성장했다. 커피전문점도 급증해 최근엔 딱딱한 사무실이나 도서관을 벗어나 커피전문점에서 일하거나 공부하는 직장인과 학생들이 늘었다. 커피점을 업무 공간으로 활용하는 사람이 늘면서 커피와 오피스의 합성어인 ‘코피스(Coffice)족’도 생겼다.
직장인들은 하루 1~2잔, 많게는 5~6잔의 커피를 마신다. 이제 커피는 생활이고 습관이 됐다. 아침밥 안먹는 직장인은 많지만 커피 안마시는 직장인은 드물다. 한국인의 주식이 밥에서 커피로 바뀔 정도다.
지난해 우리나라 성인이 일주일에 가장 자주 먹는 음식이 커피로 나타났다. 질병관리본부가 성인 3천80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13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커피를 주당 평균 12.3회 마셨다. 이어 배추김치(11.8회), 잡곡밥(9.5회), 쌀밥(7회) 등의 순이었다. 커피 섭취는 2012년 12.1회에서 2013년 12.3회로 늘어났다. 같은 기간 배추김치와 잡곡밥, 쌀밥 등은 조금씩 줄어들었다.
하루 섭취한 열량 중 커피로부터 얻는 열량은 남자가 1998년 0.6%(10㎉)에서 2012년 2.3%(56.7㎉)로 4배 가량 늘었다. 여자도 1998년 0.6%(10㎉)에서 2012년 2.2%(38㎉)로 3.7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쌀밥에서 얻는 열량은 남자가 46.6%에서 35.1%, 여자가 46.0%에서 34.4%로 급격히 줄었다
식사 대신 커피 섭취가 늘면서 국민건강에 대한 우려가 높다. 설탕이나 시럽, 크리머 등이 첨가된 커피를 많이 마시면 심혈관계질환, 당뇨, 대사증후군 등 만성질환 위험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커피, 너무 사랑하지 말길.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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