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메르스 新풍속도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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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가 장기화 되면서 시민들의 불안감이 가시지 않는 가운데 생활 풍속도까지 바꿔 놓았다. 온라인과 SNS를 중심으로 메르스를 피해 생활하는 법이 공유되고 ‘메우세(메르스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운동이 전개되고 있다.

학부모들 사이에선 ‘등교 전엔 마스크와 비타민, 하교 후엔 체열’이 기본 공식으로 통하고 있다. 많은 학교가 휴업을 했다가 다시 등교하게 되면서 학부모들은 예방에 각별한 신경을 쓰고있다.

10대 학생이 감염된 사실이 드러났고, 격리 학생이 200명 가까이 되자 많은 학부모들이 손 세정제와 마스크를 사용토록 하고 비타민도 챙겨 먹이고 있다. 또 귀가하는 대로 손을 씻게 하고 체온까지 재고 있다.

메르스 공포가 확산되면서 직장인들 사이에선 인사법이 달라지고 있다. 손바닥을 통해 세균과 바이러스가 전염될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악수를 자제하고 있다.

실제 지난 주말 한 대형교회에선 ‘성도 간의 인사는 악수가 아닌 가벼운 목례로 대신하자’고 공지하기도 했다. 일부에선 서로 주먹을 부딪쳐 인사하는 ‘피스트 범프(Fist Bump)’가 등장했다. 지난해 미국에서 에볼라 바이러스가 유행했을 때 오바마 대통령이 즐기는 주먹 인사가 손바닥을 마주치는 하이파이브보다 위생적이란 얘기가 나돌았다.

회식에서도 변화가 있다. 메르스가 침을 통해 감염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같은 잔으로 함께 술을 마시는 술잔 돌리기에 대해 일부 기업에선 자제령을 내렸다. 메르스로 예민한 시기라 술 문화 자체를 조심스러워 해 음식점 매출도 부쩍 줄었다. 모임이나 술자리가 대폭 줄면서 경찰서도 조용해졌다. 실제 파출소나 지구대엔 신고 건수가 메르스 발병 이전보다 20~30% 줄었다고 한다.

메르스 감염 위험에 사람이 많은 곳에 가지 않으면서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매상도 급감했다. 영화관과 공연장의 관람객도 부쩍 줄었다. 대신 식재료와 생활용품 등을 온라인 쇼핑을 통해 주문하면서 인터넷 쇼핑 이용이 급증하고 배달식도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

일상 생활 자체를 온라인으로 하는 경우도 늘었다. 학원이나 교회에서 동영상으로 수업 및 예배를 하는가 하면, 학부모 모임 등을 단체 카톡이나 카카오스토리에서 펼치고 있다.

메르스로 인해 경제ㆍ사회적으로 피해가 크고 불편이 많다. 하루 빨리 진정돼 평화로운 일상을 되찾을 수 있기를 고대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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