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병원 피해-애국심?

김종구 논설실장 kimjg@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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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번 환자 A(50)는 의사다. 지난달 17일 B를 치료하면서 감염됐다. 예전부터 보던 환자였다. 평택성모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찾아왔다. 고열에 호흡곤란 증세까지 보였다. 의사로서 당연히 치료해야 할 상황이었다. 환자와 50㎝도 안 되는 거리에서 마주 앉아 10분 정도 진료했다. 질병관리본부로부터 메르스 정보를 받은 것은 20일이다. 이후 여러 증세가 나타났고 22일부터 자가 격리에 들어갔다. 지금은 완치됐고 다음 주부터 진료를 시작할 계획이다. ▶A의 병원은 365열린의원(서울 강동구)이다. 정부가 7일 공개한 메르스 병원에 포함됐다. 당장은 물론 향후 병원 운영에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이에 대한 A의 생각은 뜻밖에 담담하다. “(정부의 병원 공개는)잘한 일이라 생각한다. 공개 안 하면 시간을 지체하게 돼 병이 깊어지고 많은 사람에게 옮긴다. 우리 병원은 당장 타격을 입겠지만 꼭 해야 할 일은 해야 하지 않겠나. 사태가 진정되고 나면 (병원 운영 문제가) 회복될 것이라고 믿는다.” ▶애국심마저 느껴지는 말이다. 이름이 공개된 병원들이 받고 있는 타격은 심각하다. 명단에 포함된 동탄성심병원 관계자는 “하루 평균 2천여명이던 환자가 메르스 사태 이후 300~400명으로 줄어 매일 2~3억원의 손해를 보고 있다. 메르스 사태가 끝난 후에 다시 정상적으로 병원이 운영될지 큰 걱정이다”고 말했다. 병원 개원에는 천문학적 대출이 따르게 마련이다. 자칫 명단 공개로 인한 병원 도산이 줄을 이을 수도 있다. ▶대한민국은 자본주의다. 의료시설의 기본은 사립(私立)이다. 명단 공개 여부는 기본적으로 병원의 권리다. 그런데도 많은 병원이 정부 지시를 따랐다. 병원 공개에서 오는 피해도 묵묵히 견뎌내고 있다. 사태 초기, 병원 이름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것도 다름 아닌 의료계였다. 병원의 이익보다는 환자나 국민을 생각하는 의사들이 적지 않음에 많은 이들이 감사해 한다. ▶환자를 진료하려면 의사는 환자 곁으로 가야 한다. 환자 곁으로 가면 감염의 위험은 커진다. 메르스 확진 의사들도 이런 업무수행을 하다가 병을 얻었다. 그런 의사들에게 무한정 피해를 강요한다면? 어떤 의사가 환자를 진료하고 어떤 병원이 환자를 받겠는가. 그래서 이제부터 논의해야 하는 것은 병원 피해 보상이다. 방법은 많다. 세금의 면제 또는 유예, 대출 상환의 연장 또는 감면을 생각할 수 있다. 책임의 경중을 가려 직접 보상하는 방법도 있다. 어느 방법이든 만들어 내야 한다. 이것 역시 메르스 사태가 남긴 숙제다.

김종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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