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생계비 대출 상담에만 1주일... 인천 지자체도 힘 보태라

소액생계비대출 상담 창구가 장사진을 이룬다고 한다. 서민금융진흥원이 금융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지원하는 긴급 대출이다. 한도가 100만원에 지나지 않고 대출 이율도 낮지 않다. 그럼에도 매일같이 길게 줄을 선다고 한다. 대출 상담을 받는 데만도 1주일씩이나 기다리는 실정이다. 신용불량으로 단돈 몇 십만원도 어디 기댈 곳 없는 이들이다. 최대 100만원이라고는 하지만 긴급 의료비 등 특수한 경우에만 해당한다. 처음에는 대개 50만원 대출에 그친다고 한다. 우리 사회 저변에 벼랑 끝에 몰린 사람들이 이렇듯 많은 것이다. 인천에는 2곳의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가 있다. 지난 22일 이 센터들의 상담 창구 풍경을 들여다보자.(경기일보 23일자 1면) 인천 계양구 계산동 계양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에서는 이날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100여명이 상담을 받았다. 사전 예약을 통해 상담을 받지만 하루 치 예약을 다 소화할 수 없을 정도다. 지난 3월 말부터 시행했지만 여전히 예약 홈페이지가 느려질 만큼 몰린다. 같은 날 인천 남동구 구월동의 인천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도 같은 모습이다. 창구마다 상담을 받으러 온 사람들이 가득 기다린다. 예약을 하고서도 1주일씩이나 기다린 끝에 그나마 상담 창구에 앉은 사람들이다. 상담 창구를 찾은 이들의 사연은 애절하다. 70대의 한 어르신은 밀린 임대주택 임차료와 끊긴 전기·가스요금을 정리하려 센터를 찾았다. 한때 기초수급대상자 지원을 받았지만 최근에 하던 일이 있어 이마저 끊겼다. 가족들과도 연락이 끊겨 당장 손 벌릴 곳이 없다. “100만원도 지금의 나에게는 가뭄에 단비 같은 돈”이라 했단다. 소액생계비대출 상품은 지난 3월27일 출시했다. 이후 인천에서는 지난 4일까지 2천152명이 이 긴급대출을 받았다.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 영업일만 따지면 29일 동안이다. 금액은 13억2천680만원이다. 평균 61만원 정도씩 받아간 셈이다. 소액생계비대출은 당장 생계비가 부족한 저신용, 저소득 취약계층을 위한 것이다. 연체 이력에 따른 신용불량으로 자칫 불법 사금융을 이용하지 않도록 하는 소액대출이다. 대출 한도가 100만원이고 이율도 15.9%로, 은행과 비교하면 4배나 비싸다. 이런데도 몰리는 것은 그나마 문턱이 낮기 때문이다. 고금리 고물가 등 최근의 경제 상황에 이들 금융취약계층이 가장 먼저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우선 이 같은 정책금융상품의 공급량을 크게 늘려야 할 상황으로 보인다. 나아가 인천시나 군·구 지자체들도 한계 상황의 주민들을 위한 긴급생계비대출에 나서야 할 것이다. 바로 인천시민들이 소액생계비대출에 목을 매는데도 정부에만 떠넘길 일은 아니지 않은가.

[사설] 전세사기 지원 편싸움 인천시의회... 정치 산수만 배웠나

인천시의회가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을 놓고도 ‘정치 싸움’만 주고받는다고 한다. 그것도 별 실효성도 없는 시의회 결의안 채택을 놓고서다. 여야가 갈려 한쪽 편에서 발의하면 다른 편에서 끌어내리는 식이다. 상대편을 끌어내리는 방법도 진화해 ‘결의안 보류 동의안’까지 등장했다. 이러는 사이 전세사기 피해자들만 가슴에 피멍이 든다. 조직적 전세사기범들에게 전재산이나 다름없는 보증금을 털린 사람들이다. 어차피 별 도움도 못될 시의회 결의안이니, 가만히 있느니만 못한 모양새를 보였다. 중앙 정치의 못난 모습만 닮아가는 지방 정치의 자화상인가. 인천시의회는 지난 19일 임시회 본회의에서 ‘주택 전세사기 대책 촉구 결의안에 대한 보류 동의안’을 통과시켰다. 여당 소속 한 시의원이 상정한 이 안건에 대해 국민의힘 소속 시의원 23명이 모두 찬성표를 던진 것이다. 이 보류 동의안은 최근 민주당 소속 시의원들이 발의한 안건에 대한 대항마였다. 민주당이 낸 주택 전세사기 대책 촉구 결의안이다. 상대방이 낸 이 안건을 보류시키자며 다수결로 밀어붙인 것이다. 민주당이 상정한 결의안도 처음부터 문제가 있었다. 시의회 차원의 사전 논의나 협의도 없이 민주당 소속 의원 14명만 발의에 참가했다. 그것도 중앙당의 당론에만 맞춘 내용의 결의안이었다. 전세사기를 사회적·경제적 재난으로 규정, 선(先)지원 후(後)구상권 청구 내용의 특별법 제정을 촉구했다. 또 피해자 인정 조건 및 지원 대상 범위를 크게 넓히자는 내용이었다. 민주당만의 이런 결의안에 대해 국민의힘 소속 시의원들은 의원총회를 열었다. 처음엔 아예 부결 처리하자는 주장도 나왔으나 ‘보류’시키기로 결론냈다. 그런데 국민의힘도 상임위(건설교통위원회) 심의 때는 이 결의안을 그냥 통과시켰다. 결의안 내용의 적절성 여부에 대한 토론이나 논의도 없었다고 한다. 그래놓고는 수일 만에 방침을 바꾸고 이어 본회의에 보류 동의안을 들이민 것이다. 인천은 전국에서도 전세사기 피해자가 가장 많은 곳이다. 그런 지역의 지방의원들이 피해자 지원을 놓고서는 정치 산수에만 몰두한 것이다. 애초에 민주당 시의원들끼리만 결의안을 마련할 때는 어떤 속셈이었을까. 뻔히 보인다. 결의안이 효과가 있든 말든, 생색내기에 바빴을 것이다. 민주당만이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위해 싸우는 정당이라고. 보류 동의안을 고안해낸 국민의힘도 그 정도 수준이다. 그냥 부결시키자니 전세사기 피해자들에 눈치가 보였을 것이다. 22일 국회가 전세사기특별법에 마침내 합의했다. 자신들을 뽑아 준 시민들이 전세사기로 우는 판에 인천시의원들은 당리당략에 바빴던 것이다.

[사설] 순찰 시간 쉬는 경찰... 기본 무너지면 시민이 불안하다

엊그제 인천에서 ‘인천의 도시 이미지 어떻게 만들것인가’ 주제의 토론회가 열렸다. 여기서도 강력범죄 관련 뉴스 보도와 도시브랜드의 상관관계가 거론됐다. “인천지역 강력범죄 기사 건수는 전국 3위지만, 기사 제목에 ‘인천’이 들어가는 노출 빈도는 2위로 실제보다 높은 편이다.” 인천의 도시 이미지가 자칫 범죄와 엮일 것을 우려한 것이다. 실제 강력범죄 3위는 인구수와 비례한 정도다. 그런데도 우리 주변에서 온갖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는 것 또한 사실이다. 최근의 조직적 전세사기를 비롯해 아동 학대, 학교폭력, 가정폭력, 중고차 사기단 등등. 시민들조차 “또 인천이냐”할 판이다. 이런 가운데 인천 치안 일선의 순찰 활동 태만이 도를 넘었다는 자탄이 나온다. 순찰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경찰 임무의 출발선 아닌가. 최근 지구대나 파출소에 근무하는 인천 경찰들이 순찰 활동에 너무 소홀하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미추홀구 등에서는 전세사기 피해로 인한 극단적 선택이나 일가족 살인 사건 등 강력사건이 잇따르는 요즘이다. 시민들이 불안해할 정도다. 그런데도 최근 미추홀구의 한 경찰지구대에서는 방범 취약 시간대인 야간에 순찰 활동이 공백 상태를 보였다. 근무일지상 관내 지역을 돌고 있어야 2대의 경찰 순찰차가 모두 지구대 앞 주차장에서 쉬고 있었던 것이다. 경찰관들은 차 안에서 유튜브 동영상을 보는 등 그냥 시간만 보냈다. 나중 112 신고를 받고서야 출동했다고 한다. 같은 날 남동구의 한 파출소 앞 주차장에도 2대의 순찰차가 그냥 서 있었다. 파출소에는 순찰 출동을 보고하고서도 파출소 앞만 순찰한 셈이다. 순찰을 나가는 대신 차 안에서 세상 가장 편한 자세로 쉬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런 시간에 관내 방범 취약 지역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질지 누가 알겠는가. 이 같은 순찰 공백이 시민들 입길에까지 올랐다는 것은 예삿일이 아니다. 순찰은 경찰 치안 활동의 기본이다. 예비 범죄자들이면 순찰차의 경광등이나 사이렌 소리에도 움찔할 것이다. 동네를 훑고 다니는 경찰관들의 순찰 활동에 시민들은 안도한다. 치안 활동의 이런 기본이 무너지면 ‘철통 치안’도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다. 군에서도 ‘경계에 실패한 장수는 용서받지 못한다’고 하지 않는가. 경찰이 뒤늦게 기강을 잡는다며 해당 경찰관의 감찰에 나섰다고 한다. 경찰도 실수할 수가 있고 하필 그때 애꿎은 상황에 몰렸을 수도 있다. 시민들도 그런 표적 감찰식 사후 처리를 바라는 게 아니다. 그보다는 치안의 기본이 무너진 조직 분위기나 기강 해이의 근원을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사설] 현수막 특권 고수 인천시의회... 누가 시켜서인가

인천시의회가 정당 현수막 규제에 대놓고 반대하고 나섰다고 한다. 인천시가 상정한 관련 조례 개정안에서 핵심 조항을 빼버리고 통과시켰다. 시민들 여론은 어떠하든 조례 개정 자체가 마음에 안 든다는 의사표시다. 명분은 지난해 말 국회가 통과시킨 상위법과 맞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정부가 재의 요구를 해오면 어떡하느냐는 걱정이다. 시 집행부가 곤란한 입장에 처할까 걱정해 주는 건가. 그보다는 정치 현수막에 대해서는 가타부타 하지 말라는 얘기로 들린다. 인천시가 이번 시의회에 옥외광고물 조례 일부 개정(안)을 상정했다. 옥외 광고물 중 정당 현수막의 설치 기준을 정하는 내용이다. 정치 현수막 사태는 지난해 말 국회에서 비롯했다. 별로 하는 일도 없는 국회가 옥외광고물법을 슬그머니 바꾼 것이다. 정치 현수막은 언제 어디든지 얼마든지 내걸어도 괜찮다는 법이다. 이후 벌어진 소동은 현수막 공해, 정치 공해를 불러왔다. 시민들 눈길 가는 곳이면 어디서건 정치 현수막이 펄럭였다. 시민들은 보행과 운전을 방해받고 소상공인들은 간판이 가려져 장사에 차질을 빚었다. 인천에서는 20대 대학생이 정치 현수막 줄에 목이 걸려 다치기도 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가. 무소불위, 아무런 제한을 받지 않는 현수막 특권 때문이다. 이런 사안임에도 인천시의회는 개정 조례안 중에서 핵심 조항을 삭제해 버렸다. 12조 2항이다. 정당이 상위법에 따라 정치적 표현의 현수막을 걸 때는 지정 게시대를 이용하도록 규정한 조항이다. 한곳으로 모아 그나마 시민 피해를 줄여보려는 고육지책이다. 그런데 시의회가 심의 과정에서 이 조항을 들어내 버렸다. 정치 현수막이 지금처럼 계속 난립해도 군·구 등에서는 아무런 조치를 취할 수 없다. 그 난리를 치고도 정치 현수막 개선 논의를 원점으로 되돌린 셈이다. 시민들이 눈살을 찌푸리거나 말거나 정치 현수막은 손대지 못하도록 하고 싶은 것이다. 계속 이대로 맘껏 내걸고 싶은 것이다. 내년 총선이 점점 다가오니 더 그런가 보다. 혹시 상전인 국회의원 등이 시의원들에게 시킨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그 악법을 그대로 두는 걸 보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시민들이 왜 정치 현수막을 싫어하는가. 꼭 일상의 생활을 방해 받거나 장사에 지장을 받아서만이 아니다. 욕설에 가까운 상대 비방이나 낯간지러운 자화자찬을 쳐다보기 싫은 것이다. 사자성어로 말하면 정치혐오다. 정치 하는 이들은 이런 생각일 것이다. 싫어하든 말든 지명도만 높이면 된다. 그러면 시민들은 다시 그 나물에 그 밥들을 찍어줄 것이다. 정치 현수막 사태가 우리 정치의 백년하청을 고착화할까 걱정이다.

[사설] 재외동포청 품은 인천...글로벌 도시의 내실 다져야

신설 재외동포청이 마침내 인천으로 온다. 재외동포들의 교류·협력과 차세대 동포들에 대한 정체성 교육 등의 정책을 총괄하는 기구다. 여러 부처에 분산해 있는 영사·법무·병무 등의 민원 서비스도 원스톱으로 제공한다. 현재 한국의 재외동포는 193개국 750만명으로 세계적으로도 5번째 규모다. 인천은 이제 이런 막중한 재외 한인 사회의 실질적, 정서적 구심점 역할을 맡는다. 1902년 12월22일 인천 제물포항을 처음 떠났던 한민족 근대 이민의 역사가 120년 만에 다시 인천으로 돌아오는 셈이다. 이런 역사적 상징성과 도시 정체성에 비춰 볼 때 참으로 타당한 결정이라 할 것이다. 지난 8일 외교부가 재외동포 전담 지원 기구인 재외동포청의 청사 위치를 인천으로 확정했다. 본청을 인천에 두고, 재외동포서비스지원센터는 서울 광화문에 둔다. 외교부는 편의성과 접근성, 지방균형발전과 행정조직의 일관성 측면에서 본청을 인천에 둔다고 했다. 다만 정책수요자인 재외동포들의 업무 효율성을 고려해 서울에 지원센터를 열기로 했다. 막바지에는 외교부 관료사회 등을 중심으로 재외동포청을 서울에 붙잡아 두려는 움직임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결정에 대해서는 어느 지역도, 어느 집단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근대 이민의 출발지라는 역사적 정체성과 상징성이 워낙 뚜렷해서다. 재외동포들이 모국을 드나들 때 가장 먼저 발을 딛는 곳 역시 인천국제공항이나 인천항 아닌가. 유정복 인천시장은 이날 “이제 인천이 750만 재외동포와 함께하는 1천만명의 글로벌 허브도시로 도약할 것”이라고 그 의미를 되새겼다. 또 인천을 재외동포 비즈니스의 허브로 만들고 한상네트워크를 통한 글로벌 비즈니스 도시로 이끌 것이라고도 했다. 재외동포청 유치와 인천의 미래를 연계한 의미 부여다. 이에 인천시도 재외동포청 유치로 인천에 다양한 다국적 기업들의 투자 유치가 이뤄지고 재외동포들의 정주여건을 확충하는 기회로 활용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재외동포들에게 보건·의료·교육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웰컴센터’도 열 계획이다. 이번 재외동포청 유치는 인천 지역사회가 드물게 성취를 거둔 낭보다. 인천은 그간 여러 사업·기관의 유치 경쟁에서 뜻을 이루지 못했다. 우수한 입지 여건에도 불구, 늘 균형발전이나 수도권 역차별 논리에 밀리곤 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인천의 이민사 자산을 십분 활용, 미리부터 이니셔티브를 잡아 주도했다. 유정복 시장을 비롯해 한마음 한뜻으로 열기를 보탠 지역사회와 정·재계 등의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이제 750만 재외동포와 함께 글로벌 비즈니스 도시로 나아가기 위한 내실을 다질 때다.

[사설] 퍼지는 ‘전세 포비아’... 사회 신뢰 무너질까 걱정이다

인천에서 촉발한 대규모 전세사기의 여파가 전체 부동산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직접 피해자들의 트라우마는 물론 아예 전세 시장 자체를 믿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한다. 대출이 있는 주택에 대해서는 전세를 찾는 이들이 처음부터 손사래를 친다. 그야말로 ‘전세사기 포비아’다. 대출이 없는 집을 찾아 전전하거나, 아니면 월세로 계약한다. 같은 아파트 단지 안에서도 대출 유무에 따라 전세보증금이 1억 이상 차이 난다. 전세사기 파동도 모자라 깡통전세, 역전세까지 시한폭탄 상태다. 어쩌다 이 지경까지 이르렀는가. 인천지역 아파트 전세 시장에 ‘전세사기 공포’ 현상이 확산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우선 금융권 대출을 많이 끼고 있는 집에는 전세를 들려 하지 않는다. 대출 유무에 따라 전세 가격이 절반 가까이 차이 나기도 한다. 인천 송도국제도시에서는 전용 면적 84㎡ 아파트의 전세 가격이 대출 때문에 1억원대까지 떨어져 있다. 인천지역 전월세 거래 통계에 따르면 지난 4월 한 달 아파트 전세거래는 2천348건에 그쳤다. 최근 5년간 가장 적은 거래다. 84㎡ 기준 평균 전세 가격도 2021년 4월 1억9천303만원에서 지난달에는 1억6천721만원으로 떨어졌다. 특히 담보 대출이 있는 아파트의 전세가격은 반 토막이다. 송도의 한 아파트 단지 84㎡의 평균 전세 가격이 2억4천~2억7천만원이다. 그러나 대출이 있는 아파트는 1억8천만원대에 그친다. 서구 검단신도시 한 단지의 경우 94㎡의 전세가격이 3억원에 이르지만, 대출이 있는 매물은 1억5천만원으로 절반 수준이다. 자칫하다가는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지도 모르는, 깡통전세를 우려해서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집값 하락이 이어지는 것도 전세 세입자들의 불안감을 부채질한다. 그간 최우선변제금이나 근저당권 등에 크게 신경쓰지 않았던 전세 세입자들이 크게 예민해져 있는 것이다. 차라리 월세를 얻거나 보증금을 올려 주더라도 대출을 끼지 않는 집을 선택한다. 전세는 오랜 세월 서민들의 ‘주거 사다리’ 역할을 하며 정착한 임차제도다. 현재도 325만2천여가구(15.5%)가 전세로 거주한다. 민법상 전세권이라는 물권까지 있는 만큼 일시에 인위적으로 버릴 수 있는 제도도 아니다. 문제는 전세에 대한 서민들의 불안감이다. 마음놓고 전세도 못 얻는다니. 이대로 가면 우리 사회 저변의 기본적인 신뢰 체계가 흔들릴 것이 우려된다. 확산하는 전세 불안감을 해소하려면 사적 거래지만 제도권에 흡수해야 한다. 집주인에게 전세권 등기 설정이나 전세보증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것 등이다. 전세보증금을 집값의 일정 비율 이하로 제한할 수도 있을 것이다.

[사설] 세금들인 소상공인 배송센터...시장에서 살아남을까

인천시가 10억원을 들여 공동배송센터 사업을 시작한다고 한다. 인천 소상공인 업체들의 상품 배송 등 물류 수요를 처리하는 사업이다. 인천 소상공인들의 택배 비용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다. 취지는 그럴듯해 보인다. 그러나 물류는 본래 시장의 몫이다. 지자체가 시민 세금으로 민간 영역의 운송 서비스 사업에 뛰어들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시장이, 또는 그 서비스의 수요자들이 받아주느냐다. 서울시의 제로페이처럼, 세금을 쏟아붓고도 애초부터 경쟁력이 없어 시장에서 밀려난 사례는 차고 넘친다. 인천시가 다음 달부터 소상공인 배송센터 운영에 나설 계획이다. 인천지역 대기업 택배업체의 물류센터 유휴부지에 배송센터를 지어 운영을 위탁하는 구조다. 여기서 인천지역 200곳 소상공인 업체의 상품을 수도권 및 전국에 배송한다. 기존 민간 택배업체를 통하는 배송보다 비용을 낮춰주고 당일 배송이 가능토록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작부터 여기저기서 삐걱거린다. 배송센터가 들어설 부지 찾기부터 만만치 않다. 배송 및 집하 거리를 줄이기 위해서는 소상공인이 많이 몰려 있는 지역에 지어야 한다. 그러나 기존 대기업 택배업체의 물류센터는 대부분 외곽인 인천항 일대에 있다. 현재 인천시는 소상공인의 물류 수요가 많은 곳이 어디인지를 찾는 기초조사도 마치지 못한 실정이다. 이런 사정이다 보니 배송센터를 운영할 사업자 공모도 난항을 겪었다. 지난달 공모에서 단 1곳 사업자만 참여해 유찰했다. 최근의 재공모에도 이 업체만 참여, 결국 운영 사업자로 선정했다. 그러나 사업 시작 한달 여를 남기고도 택배요금 할인 폭 등에 대한 정책 결정도 나온 게 없다. 물류는 규모의 경제가 가장 크게 작용하는 산업이다. 규모의 경제와 관련, 물류 전문가들의 전망은 회의적이다. 200여 소상공인의 물류 수요로는 사업 유지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문제는 또 있다. 인천시의 공동배송센터가 기존 중간 집하업체들의 밥그릇만 뺏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 배송센터의 사업 방식이 현재 택배업계에서 이뤄지는 중간 집하업체의 배송 방식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이 중간 집하업체들도 따지고 보면 인천 소상공인들이지 않은가. 2019년 서울시는 자영업자들의 수수료 부담을 덜어준다며 제로페이를 내놓았다. 그러나 자영업자도 소비자도 외면했다. 혜택도 별로고 오히려 불편해서였다. 팬데믹 시대에 여러 지자체들이 벌였던 공공 배달 앱 사업들도 마찬가지였다. 민간기업들이 사활을 거는 시장의 생리는 그리 간단치 않다. 세금이 뒷받침 한다면 굳이 경쟁력을 갖추려 애쓸까. 그리고 소상공인 배송센터의 운영 적자가 지속된다면 그 때는 또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사설] 기업간 복리후생 양극화… 인천시가 먼저 나서라

어제는 50주년을 맞은 근로자의 날이다. 일하는 이들의 권익과 복리 증진은 변함없는 화두지만 여전히 미완의 과제다. 특히 기업 규모별 근로자 복리후생 격차가 그렇다. 일하는 이의 근로의욕을 떨어뜨리고 상실감을 안겨준다. 고용시장의 유연성이나 일자리 미스매치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특히 인천은 일찍부터 국가산단이 많이 들어서 대기업과 수직계열화 관계의 중소 사업장이 많다. 지역 기업의 심각한 구인난에는 이 같은 복리후생 격차도 작용한다. 일자리가 비어 있어도 일손을 구하지 못할 정도다. 지자체의 재정지원 등 공적 부조를 통해서라도 그 격차를 완화할 때가 됐다. 인천 주안국가산업단지 한 자동차부품 협력업체의 사례를 보자. 재직 10년 차 직원이어도 대기업 직원들이 받는 자녀학자금 지원 등은 남 얘기다. 여름휴가 등에 맞춘 상여금이나 장기근속휴가 등도 마찬가지다. 인천지역 근로자 122만3천여명 중 대기업(300인 이상) 종사자는 16만5천여명(13%)에 지나지 않는다. 소규모 기업 (50인 미만) 근로자가 83만3천여명으로 68%를 차지한다. 인천 근로자 87%가 중소기업에서 일한다. 인천 산업생태계의 특성이기도 하다. 남동·부평·주안 국가산업단지 등에 대기업 협력업체들이 많은 탓이다. 인천의 대기업 근로자 평균임금은 511만4천원이다. 그러나 소규모 기업은 274만5천원에 그친다. 여기에 복리후생 격차까지 보태지는 것이다. 인천시는 지난 2021년 ‘노동정책기본계획’을 수립했다. 공동근로복지기금 재정지원사업도 들어있다. 정부와 지자체, 관련 대기업이 함께 기금을 조성한다. 이 돈으로 지역 중소기업들이 일정 수준의 복리후생제도를 운용토록 지원한다. 그러나 2년이 지나도록 계획으로만 남아있다. 반면 경남도는 지난 2020년부터 공동근로복지기금의 운영에 들어갔다. 경남도가 재정을 지원하고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나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이 참여했다. 협력회사 등의 복리후생을 지원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는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다. 생산성이나 개인 능력 차까지 부정하는 기계적 평등을 추구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본적인 복리후생은 국가와 사회가 공적 부조를 통해 그 갭을 줄여 나가는 게 맞다. 인천시는 기금 조성이 강제할 수 없는 부분이어서 시작을 못했다고 한다. 공동근로복지 재정지원사업은 결국 저소득층 복지와 지역경제를 위한 투자다. 인천에는 반도체와 바이오, 항공, 항만 등 경쟁력 있는 지역 특화산업들이 있다. 다만 인천시 등의 충분한 재정지원이 선행해야 할 것이다. 지역 대기업들이 공동근로복지기금에 스스로 나서도록 하려면 말이다.

[사설] 귀어인 650명 유치 목표... 현장 살펴야 달성한다

인천시가 앞으로 5년간 수행할 귀어귀촌 지원계획을 내놓았다. 인천의 바다로 새로이 유입해 올 귀어귀촌인들의 안정적인 지역 정착을 돕기 위한 사업이다. ‘귀어를 꿈꾸는 오늘, 희망이 있는 인천 어촌’이라는 비전도 제시했다. 목표는 젊고 유능한 어업인들을 유치해 어촌 유입인구를 확대하는 것이다. 지난달 인천연구원의 ‘인천시 귀농어촌 이주지원센터 설립 및 운영 방안 연구’를 반영한 중기계획이다. 당시 인천연구원은 강화·옹진 지역의 인구 감소와 귀농어촌 이주지원사업을 연계했다. 인천 농어촌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외부 인구 유입이 가장 현실적이라는 것이다. 심각한 저출산 현상은 당분간 되돌리기가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귀어귀촌 지원계획은 4개 분야 12개 추진과제를 담고 있다. 귀어귀촌에 대한 홍보 강화, 맞춤형 귀어귀촌 지원, 안정적 어촌정착 지원, 살기 좋은 어촌마을 조성 등이다. 먼저 도시민들의 귀어귀촌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 홍보·정보 제공의 원스톱 플랫폼을 마련한다. 이를 통해 수도권 도시민들이 인천 어촌마을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킨다는 전략이다. 도시민의 귀어 초기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사업도 있다. 홈스테이나 도시청년 어촌체험 등의 사전 체험 기회를 확대한다. 또 귀어학교를 통한 도시민 어업기술교육과 귀어인 인턴제, 창업·주택자금 등을 통해 귀어 창업을 지원한다. 신규 창업 어가에 대한 멘토링과 영어정착자금 지원, 수산장비 임대 등의 사업도 있다. 안정적인 어촌 정착을 돕기 위해 귀어인의 집이나 빈집 리모델링 등의 주거지원도 한다. 인천연구원이 효율적인 귀어유인책으로 제시한 귀어귀촌지원센터도 설치한다. 이 전담 기구를 통해 귀어귀촌을 활성화하고 수산업이나 어촌 지역사회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춘다는 것이다. 인천시는 이 계획을 토대로 앞으로 5년간 650명의 귀어인을 인천 어촌지역으로 유치한다는 목표다. 이렇게 되면 어촌마을의 청년 귀어인 비율을 30%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고 한다. 갈수록 고령화하는 인천 어촌마을이 젊어진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좋은 일이다. 그러나 탁상 계획과 현실 사이에는 늘 거리가 있기 마련이다. 실제 어촌마을에서는 귀어귀촌을 가로막는 진입 장벽이 여전히 높다. 어촌계 가입 문제, 외지인에 대한 배타적 감정 등이다. 귀농 귀어 유입은 단순 인구 유입에만 그치지 않는다. 지역자원 배분과 산업 활동 또한 승수효과를 낸다. 인천의 귀어귀촌 유치는 수도권에서 거리가 먼 지역들과 비교하면 경쟁력이 높다. 이번 5개년 계획에 창의성과 현장성을 더 보태야 인천 어촌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다.

[사설] 학생수 감소에 교원 감축, 무조건 줄이는 게 능사는 아니다

출산율이 떨어져 학생 수가 줄어든다고 교사 수를 무조건 줄이는 게 옳은 걸까? 반대와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학급당 학생 수’가 교육의 질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인이고, 과밀학급이 여전히 많기 때문이다. 고교학점제 전면 실시를 앞두고 다양한 선택 과목 개설에 어려움도 예상된다. 교원 양성기관인 사대와 교대의 정원은 그대로여서 교원 공급 과잉 문제도 야기될 것이다. 교육부가 ‘중장기(2024~2027년) 초·중등 교과 교원수급 계획’을 24일 발표했다. 핵심은 학령인구 감소로 2027년까지 초·중·고 신규 교사 채용을 최대 30% 줄인다는 내용이다. 초등교원은 2024·2025학년도 신규 채용을 3천200∼2천900명 선, 2026·2027학년도는 2천900∼2천600명 선으로 채용한다. 중등은 2024·2025학년도엔 4천∼4천500명으로, 2026·2027학년도엔 3천500∼4천명으로 줄이기로 했다. 교원수급 계획은 2021년 통계청 장래 인구추계를 바탕으로 마련했다. 교육부는 중장기 교원수급 계획을 통해 초등은 2027년까지 교사 1인당 학생 수(12.4명), 학급당 학생 수(15.9명)가 OECD 평균(2020년 기준 각 14.4명, 20.3명)보다 낮아져 교육여건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했다. 중·고교도 2027년 교사 1인당 학생 수(12.3명)가 OECD 평균(2020년 13.6명)보다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학급당 학생 수(24.4명)는 2028년 이후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교원 감축은 저출산으로 인한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조치라는데 걱정하는 이들이 많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교원 정원 감축은 학생 개인 맞춤형 교육으로 미래교육을 구현해 세계 선도국가로 나아가고자 하는 앞날을 어둡게 한다”며 감축 계획 재검토를 요구했다. 교육감들은 “정부가 ‘교사 1인당 학생 수’를 근거로 우리 교원 수가 선진국 수준인 것처럼 얘기하지만 실제 교육이 이뤄지는 단위는 학급으로 ‘학급당 학생 수’가 교육의 질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며 “현재 전체 학교의 24.7%가 과밀학급”이라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교원 정원을 감축하면 과밀학급이 더 늘어 교육의 질이 떨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학교에 대한 사회적 요구와 기능이 복잡하고 다양해졌다.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학생 수가 준다고 무조건 교원 수를 줄이는 건 옳지 않다. 경제성만 따져서는 저출산 현상을 타개하고, 지역·계층 간 교육 격차를 해소하기 어렵다. 양질의 교육이 훼손될 수 있다. 섣부른 교원 감축이 부작용을 낳을 것이란 지적을 명심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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