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민간사업자에 휘둘려 표류하는 청라 앵커시설 사업

경제자유구역 개발에는 첨단산업 클러스터나 대학, 병원 등의 앵커시설이 중요하다. 새롭게 조성되는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는 자족 시설이어서다. 개발 15년이 넘은 인천경제자유구역 청라국제도시의 경우, 아직 이렇다 할 앵커시설이 없다. 청라 개발계획에는 국제금융단지와 로봇랜드, 청라시티타워 등 대형 프로젝트들이 있었다. 그러나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사업을 맡긴 민간시행사가 돈이 되는 아파트만 지어 팔고 앵커시설 개발은 방치한 결과다. 참다 못한 청라주민들까지 들고 나섰다고 한다. “이제 그만 손을 떼고 빠져라”는 것이다. 최근 청라주민총연합회 카페 등 지역 커뮤니티에는 청라 앵커 사업 추진에 대한 불만과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다. “한양과 보성산업이 수익에만 급급, 투자 유치 등은 나몰라라 한다”, “청라 사업에서 이들을 제외시켜야 한다”. 지역 주민단체들은 조만간 이런 요구를 행동에 옮길 예정이라고 한다. 저간의 사정을 들여다보면 그럴만 하게 됐다. 먼저 국제금융단지 개발을 맡은 청라국제금융단지㈜는 같은 그룹사인 한양과 보성산업이 대부분의 지분을 갖고 있다. 이 업체는 금융단지 부지에서 1천534가구의 아파트 개발 사업을 먼저 끝냈다. 지난해에는 702가구 규모의 오피스텔도 분양했다. 그러나 청라국제금융단지에 들어서야 할 호텔 및 관광복합시설이나 상업시설 개발은 진척이 없다. 이 때문에 사업부지의 30%가 여전히 빈땅으로 방치 중이다. 한양과 보성산업이 아파트 등 수익사업만 빼먹고 정작 본사업은 나몰라라 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사실상 한양이 주도하는 ㈜인천로봇랜드도 마찬가지다. 사업 착수 15년째지만 공정은 0.77% 수준이다. 한양과 보성산업이 90%의 지분을 가진 청라시티타워㈜의 사업 추진도 표류를 거듭한다. 최근 LH가 사업비를 최종 확정했지만 청라시티타워㈜는 공사비 분담을 거부하고 있다. 게다가 당초 계약과 달리 시티타워 사업에 오피스텔을 추가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어느 것 하나 사업 전망이 투명한 곳이 없다. 청라국제도시 앵커시설의 추진은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책임을 지고 이끌어야 할 사업이다. 참여 민간기업은 사업 추진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편의적 위탁 시행사일 뿐이다. 그런데도 그간의 사업 추진 과정을 보면 인천경제청이 민간 사업자에게 휘둘리는 모양새다. 민간사업자는 기본적으로 수익이라는 동기 부여에 따라 움직인다. 사업을 맡긴다면 그 권리와 책임의 한계를 분명히 하되, 그 선을 넘으면 당초 계약에 따라 조치해야 할 것이다.

[사설] 겸양과 절제를 잃은 권력은 시민들 불행이다

인천시의회 교육위원장이 시중의 입방아에 회자되고 있다. 지난 19일 이른 아침부터 인천시교육청 간부들을 대거 불러놓고 반말과 고성으로 닦달해서다. 이날 인천의 어느 중학교 개교식에 초대받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학교 개교 행사에 시의회 교육위원장을 초청하지 않은 것이 얼마나 큰 잘못인지 시민들은 알지 못한다. 다만 시민들이 뽑은 시의원 신분으로, 공적인 공간에서 반말과 고성으로 관계자들을 윽박지르는 것은 지나쳐 보인다. 대의기관의 권위는 군림하거나 강요해서 얻어지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이날 인천시의회 교육위원장실에는 아침 일찍부터 시교육청 간부 등 십수명이 불려와 머리를 들지 못하고 있었다. 시교육청 행정국장을 비롯, 인천서부교육장, 서부중등교육과장, 아라중학교 교장, 학교설립과장, 시의회 교육수석전문위원 등이다. 의전에 실패한 교육위원회 소속 직원들도 있었다. 화풀이성 윽박과 고성은 20분 넘게 이어졌다고 한다. “학교 행사에 교육위원장과 교육위원을 부르지 않는 게 말이 되느냐”, “이 사안은 교육청이 교육위원장을 무시하는 처사다”, “오는 임시회 5분 발언에서 이 문제를 짚고 넘어가겠다”, ”행정사무감사에서도 반드시 다룰 것”이라고도 했다. “(나는) 그렇게 몰고 갈거야. 뭐 이렇게 하면 뒤집어지지”. 관련 동영상에는 “교육감 내가 가만 안 둘거야”라는 엄포도 터져 나온다. 교육계에서는 교육위원 제도의 구조적 모순이라 보는 듯하다. 즉 ‘교육=정치적 중립’이라는 헌법상의 대전제에도 불구, 교육위원들은 정당의 공천을 통과한 이들이 맡는 이중구조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개교 행사와 직접 관련이 없는 교육청 간부들을 불러 혼쭐을 내는 ‘피감기관 길들이기’가 벌어진다는 것이다. 행정 범주에서 개교식은 해당 학교장의 몫이라고 한다. 상식적으로도 입학하는 학생들과 교사, 그리고 학부모들이 주인공인 행사 아닌가. 지방자치 30년이지만 호화 외유, 부패 비리 등 지방의원들의 일탈은 여전하다. 의전을 둘러싼 갈등도 전국 곳곳에서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시민들이 운집한 행사장에서 자리 배치가 맘에 들지 않는다고 집단 퇴장하기도 했다. 군의회 의장보다 도의원이 왜 먼저 축사를 하느냐는 시비도 있었다. 선거 때는 ‘머슴’이나 ‘심부름꾼’을 자처하다가 배지만 달면 ‘귀하신 몸’으로 변신한다. 국회든 시의회든 대의기관은 권력을 휘두르는 자리가 아니다. 그러나 현실은 권력화돼 있다. 그 권력이 겸양과 절제를 잃으면 시민들이 불행해진다.

[사설] 연수구 MZ하우스... 청년들 아픔에 다가가는 일이다

인천 연수구가 청년들의 전·월세 사기 피해를 계약 단계에서부터 피해 나갈 수 있도록 하는 ‘MZ하우스’를 운영한다고 한다. 지자체가 청년들의 전세 사기 피해에 직접 대처하는 첫 사례다. MZ하우스는 연수구 관내에 문을 열고 있는 건실한 부동산중개소업소들 중에서 선정한다. 이들 업소를 통해 청년들이 위험 소지가 있는 부동산 물건들을 피하도록 도와주는 시스템이다. 전세 사기나 깡통전세에 따른 서민들의 피해가 사회문제화하고 있는 요즘이다. 깡통전세는 집주인이 받은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보증금의 합계가 매매가에 육박하거나 넘어서는 경우다.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해 이사를 못하는 것은 물론, 경매로 넘어가면서 고스란히 떼이기도 한다. 국토부의 전국 전세가율 통계에 따르면 수도권 읍면동 1천369곳 중 319곳(23.5%)의 빌라(다세대·연립주택) 전세가율이 80%를 넘어서는 깡통전세 위험지역이다. 전세가율이 70~80%인 집이 경매에 넘어가면 보증금을 떼일 확률이 커진다. 빌라는 주로 서민, 청년층이 많이 거주한다. 그런데 수도권 빌라 4곳 중 1곳이 이런 위험에 노출돼 있다. 특히 수도권 13개 동에선 빌라 전셋값이 매매가격을 추월해 있다. 인천 남동구 남촌동, 안산 상록구 사동, 서울 강서구 등촌동 등이 대표적이다. 빌라가 많은 인천 미추홀구 등은 진작에 경고등이 켜져 있는 상태다. 깡통전세가 늘어나자 사기꾼들까지 가세, 아예 서류를 위조해 집을 팔아넘기는 등의 전세사기도 빈발하고 있다. 전세사기는 부동산 거래 경험이 적은 청년·신혼부부 등 취약계층에 피해가 쏠린다. 전세금이 재산의 전부인 이들이 사기를 당하게 되면 주거 사다리는커녕 사회 정착에 대한 희망조차 박탈당할까 걱정이다. 길을 잃은 주택정책의 폭주 끝에 애꿎은 청년들이 신음하고 있다. 연수구는 지난 2월부터 청년들의 안전한 전·월세 계약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사업을 구상했다. 이를 위해 공인중개사 단체 등과 2차례 간담회도 가졌다. 연수구의 인증 표시를 내건 MZ하우스에서는 처음부터 깡통전세급의 부동산을 취급하지 않는다. 청년들이 부득이하게 거래해야 할 경우, 선순위 권리관계 및 위험성을 자세히 안내한다. 생각 같아서는 법무·세무 전문가들로 ‘연수구 안심 전세계약 자문단’도 꾸렸으면 싶기도 하다. 정부도 내년 초 ‘자가진단 안심전세 앱’을 출시할 예정이다. 좀 미흡하다 해도 연수구의 MZ하우스는 고무적이다. 이 시대 청년들의 아픔에 다가가려는 목민(牧民)의 자세이기 때문이다.

[사설] 이제라도 중심 잡고 청라시티타워 바로 세워야

인천 서구 청라국제도시의 랜드마크 사업인 청라시티타워 건설에 다시 브레이크가 걸렸다고 한다. 이번에는 이 사업을 책임지고 추진해야 할 민간사업자인 청라시티타워㈜가 스스로 분란을 일으키고 나섰다. 지난달에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사업자·시공사간 최종 합의된 총사업비를 승인하지 않아 사업을 발묶었다. 이 문제가 가까스로 해결되자 이번엔 사업자가 또 다른 조건을 달고 나서며 들어주지 않으면 손 떼겠다는 것이다. 청라시티타워㈜는 최근 당초 공모 조건에도 없는 오피스텔 건축을 위한 용도변경을 요구했다고 한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에 대해서는 청라시티타워 내 복합시설에 오피스텔을 반영한 도시계획시설 변경을 요청했다. 또 LH에 대해서는 오피스텔을 분양해 수익을 낼 목적으로 복합시설 부지를 매각해 줄 것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청라시티타워㈜는 지난 2017년 인천경제청과 LH의 공모를 통해 이 사업을 따냈다. 당시 공모 조건은 복합시설(지하 2층~지상 3층)에는 전망대와 쇼핑몰, 카페 등 관광·문화시설과 상가만 들이도록 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 공모 조건을 뒤집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 같은 요구가 받아들여지면 사업자는 350가구 이상의 오피스텔을 분양해 최소 2천500억원 이상의 분양 수입을 챙길 수 있다고 한다. 벌써부터 특혜 논란이 나오는 이유다. 청라시티타워 사업이 기공식을 치르고도 4년째 갈지(之)자 걸음인 데는 비정상적인 사업 구조도 한몫한다는 분석이다. LH가 주도권을 잃고 90% 지분을 가진 사업자에 계속 끌려다니고 있어서다. 따라서 이번 기회에 사업의 주체인 LH가 협약을 해지하고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청라시티타워㈜와의 협약을 해지하고 재공모를 하거나 LH가 직접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사업자는 현재 공사 착수를 위한 시공사와의 최대보증금액 계약조차 외면하고 있다. 청라시티타워㈜는 최근 건설 원가 상승으로 적자가 불가피해 이대로는 사업 추진이 어렵다는 주장이다. 물론 민간 사업자가 일방적으로 손해를 보는 사업을 강요할 수는 없다. 그러나 건설 원가 상승은 현재 건설 분야 전반의 문제다. 비지니스 세계에서 계약은 권리와 의무가 동시에 수반하는 헌장 같은 것이다. 그런데도 청라 주민들과 인천시민의 기대가 큰 청라시티타워를 인질로 삼아 또 한번 사업을 흔들고 있는 것이다. 더 이상 용인해서는 안된다. 인천경제청과 LH는 이제라도 중심을 잡고 청라시티타워 사업을 바로 세워야 할 것이다.

[사설] 쏟아지는 트램 사업... 합리적 사업성 평가 잣대 있어야

트램은 도심의 일반도로 위에 깔린 레일 위를 주행하는 노면전차다. 1920년대 이후 버스에 밀려 퇴장했으나 독일 등 유럽 도시들에서는 여전히 운행 중이다. 한국에서도 1960년대 후반 자취를 감췄다. 그런데 한 세기 전의 이 교통수단이 다시 각광받고 있다. 친환경성과 경제성 때문이다. 환경오염 걱정이 없고 사업비도 지하철의 6분의 1 수준이다. 인천을 비롯, 전국 대도시들에서 트램을 도입하려 한다. 그러나 곳곳에서 난관에 부딪혀 있다고 한다. 돈줄을 쥔 정부는 사업성을 짜게 매겨 억누르고 지자체는 공약사업이라며 어떡하든 추진하려 한다. 이 틈에 재원과 행정 낭비만 쌓여 간다. 인천시는 현재 모두 5개 노선의 트램 사업을 추진 중이다. 부평연안부두선과 송도트램, 주안송도선, 영종트램, 제물포연안부두선 등 87.79km 규모다. 대부분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B노선과 연계해 있다. GTX와 환승시스템으로 연계해야 사업성을 확보하기 때문이다. 인천시는 지난달 먼저 GTX-B 부평연안부두선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 사업 선정을 신청했다. 트램 사업의 첫 단추인 셈이다. 그러나 조사 대상 사업에 오를지조차 불투명하다. 뿌리 사업인 GTX-B 자체가 흔들리고 있어서다. GTX-B 예산이 절반으로 깎인 데다 사업자 선정도 유찰을 거듭해서다. 트램이 갖고 있는 한계점도 사업성 확보에 걸림돌이다. 지하철보다는 사업비 부담이 작지만 상부에 건축물을 올릴 수 없고 차로가 줄어드는 단점이 있다. 초창기 트램과 달리, 지금은 트램 설치를 위해 지하 매설물 및 지장물 이설 비용도 치러야 한다. 같은 맥락은 아니지만, 대전 도시철도 2호선(트램)의 경우 사업비가 처음 추산치보다 2배 이상 불어나 시작부터 흔들리고 있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 트램의 사업성을 평가하는 정부의 잣대가 불합리하다는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다. 트램의 특성을 반영, 친환경성과 편리성 등도 사업편익으로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하철이나 경전철을 평가하는 지표를 그대로 트램에 적용하니 사업성이 낮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잣대를 달리하는 것도 역차별이라는 지적이다. 물론 재정 운용을 책임진 정부의 어려움도 있을 것이다. 최근 곳곳의 트램 사업들 역시 대부분 선거 공약의 산물인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친환경성과 간편한 이용성 등 트램의 이점이 가려져서도 안될 것이다. 우후죽순 쏟아지는 트램 사업들 중에서도 옥석을 가릴 수 있는 합리적인 사업성 평가 잣대가 필요한 시점이다.

[사설] 시민 지키는 재난경보시설, 최우선 관리돼야

시민들에게 집중 호우 등 재난 비상상황을 전파하는 인천의 경보시설(사이렌) 대부분이 낡아 제 구실을 못할 정도다. 해마다 내구 연한이 지난 사이렌을 교체해 나가야 하지만 예산 심의 과정의 우선 순위에서 계속 밀려난 결과다. 빠듯한 예산을 쪼개다 보면 ‘언제 한 번 쓰일지도 모를 경보시설은 나중에나’ 하기 쉬울 것이다. 그러나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한 재난경보시설은 평소에 충분히 관리돼야 한다. 재난은 항상 방심하는 사이 우리를 급습하기 때문이다. 인천시는 지역 내 시청, 군·구청, 동사무소 등 공공기관의 건물 옥상 등에 모두 185개의 사이렌을 설치해 운영 중이다. 사이렌은 집중 호우, 화재, 전시 등 비상 상황이 발생했을 때를 대비한 시설이다. 정부와 지자체가 비상 상황 경보를 발령하면 직접 주민들에게 대피 행동 등을 알리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 사이렌 185개 중 71개는 내구 연한이 지난 노후 시설이다. 행정안전부는 사이렌의 내구연한을 9년으로 정해 놓았다. 사이렌이 낡아 기능을 못하거나 음량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 만큼 주기적으로 교체토록 한 것이다. 그러나 설치된 지 15년이 지난 사이렌이 3개, 14년이 지난 것도 16개에 이르는 등 전반적으로 낡아 있다. 이 때문에 내년이 되면 새로이 내구연한을 넘긴 사이렌이 29개, 2023년에는 16개 등 해마다 노후 시설이 쌓여 가는 실정이다. 2년이 더 지나면 전체 사이렌 중 116개(63%)가 내구연한을 넘기게 된다. 재난 상황 시 필수적인 사이렌이 10개 중 6개꼴로 낡아 고장 등의 우려를 안고 있는 것이다. 이런데도 사이렌 교체 사업은 더디다. 사이렌 1개당 교체 비용은 7천만원이지만 인천시는 해마다 4개 정도만 교체하고 있다. 이때문에 전체 사이렌의 노후화를 따라 잡지 못하고 있다. 시의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사이렌 교체 예산이 삭감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어서다. 이번 힌남노 태풍은 재난 상황에 대한 대비 태세의 중대성을 다시금 일깨워 줬다. 포항의 침수 주차장 참사는 인근 하천의 범람 사태가 주된 원인으로 보인다. 하천 범람 등의 중대 위험이 닥쳤을 때 경보시설은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 줄 수 있는 보루가 될 것이다. 안전 안내 문자 등 디지털 재난 경보도 물론 갖춰져 있다. 그러나 화급한 재난 상황에서는 사이렌 등 아날로그 경보시설 또한 필수적이다. 시민의 안전을 담보하는 재난경보시설이 우선 순위에서 밀려나서는 안될 것이다.

[사설] 한가위 보름달처럼 마음만은 풍요로운 추석이기를

다시 추석이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하던 그 추석(秋夕)이다. 가을 달빛이 가장 좋은 저녁이라는 뜻이다. 곧 민족 대이동도 시작될 것이다. 저마다 고향 마을 뒷산에 떠오르는 한가위 보름달을 생각하며 길을 재촉할 것이다. 이런 설레임도 거의 3년만이다. 지난해와 그 지난해 추석은 코로나 19 봉쇄로 추석 다운 추석을 누리지 못했다. 신라 초기부터 쇠기 시작한 추석이다. 수천년간 한민족의 유전자에 새겨진 명절이다. 떨어져 살던 가족들이 한데 모여 송편을 빚고 조상들에게 머리를 조아리는 그 추석이다. 기억에 드물도록 일찍 찾아온 추석이다. 그래서 폭염에 시달리던 무렵에는 무더위 추석을 걱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시절은 어김이 없어 아침저녁 서늘한 바람이 불어주었다. 그런데 추석 태풍도 함께 닥쳤다. 아침 뉴스에서 본 남쪽 지방의 힌남노 물난리는 추석을 맞는 마음을 아프게 한다. 온통 침수된 지하 주차장에서 같은 아파트 주민들이 한꺼번에 변을 당하다니. 이들에게는 지금 추석을 맞을 겨를도 없을 것이다. 누구에게도 남의 일일 수 없다. 따뜻한 위로가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이 될 것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그 무엇에도 앞서 태풍의 상처를 달래주고 복구하는 일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다락같이 치솟는 물가도 추석 앞의 서민들을 힘들게 한다. 과일 채소 어물 등 추석 성수품들이 지난해보다 2배 이상 뛰었다. 주머니 가벼운 서민들은 시장을 찾았다가 들었다 놓았다만 되풀이한다는 것이다. 시장 상인들도 마음이 무겁긴 마찬가지다. 서울 어느 시장 가게에는 이런 안내문이 붙었다고 한다. “제발 많이 달라 하지 마세요. 너무 너무 힘듭니다.” 어느새 굳어진 명절증후군도 마음의 짐이다. 즐거운 명절조차도 너무 법도를 따져 온 결과다. 다행히 성균관에서 간소한 차례상 표준안을 내놓았다. 대표적 명절 노동인 ‘전 부치기’는 안해도 된다는 것이다. ‘홍동백서‘니 ‘조율이시’ 등도 처음부터 있지도 않았던 군더더기 예법이라고 한다. 역대급 태풍과 온갖 힘든 일 뒤끝에 맞는 추석이다. 그 어느 해보다도 가족과 이웃에 위로와 즐거움의 나눔이 소중한 올 추석이다. 명절 스트레스도 우리들 마음속에서부터 걷어내자. 찬물 한 그릇이면 어떤가. 차례상의 가짓 수보다는 옷깃을 여미고 마음을 모으는 게 먼저 아닌가. 잠시 SNS도, 유튜브도 끄고 지내보자. 그래서 모질고 험한 말들과는 멀어지고 가족과 이웃들에 더 다가가자. 전쟁과 폭우, 폭염과 태풍 끝에 맞는 추석이다. 그래도 모두에게 한가위 보름달처럼 마음만은 풍요로운 추석이기를.

[사설] 서로 네 몫이라는 무상급식 비용... 선거 끝나서인가

인천시와 인천시교육청이 내년도 학교 무상급식 비용을 놓고 다투고 있다. 시교육청은 내년도 무상급식 예산을 올해보다 31%나 늘릴 계획이다. 인천 학생들의 급식단가를 서울, 경기 수준으로 올리고 최근의 물가 인상분을 반영한 결과다. 그러나 시는 어느 정도의 급식비 인상에는 동의하지만 재정 여건상 어렵다는 입장이다. 그나마 내년부터는 시교육청의 급식비 부담 비율을 더 높여 시나 군·구의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조건까지 달았다. 인천시교육청은 내년도 급식예산을 2천945억5천100만원으로 잡고 있다. 식품비가 평균 27%씩 오른 데다 학생 1명당 급식단가를 높이려면 올해보다 31% 더 들게 됐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시는 교육청 인상폭의 3분의 1 정도인 2천516억3천600만원의 급식예산을 제안했다. 그러면서 내년 학교 무상급식 재원 분담률을 시교육청 47%, 시 32%, 군·구 21%로 조정할 것을 요구했다. 현재는 시교육청 43%, 시 34%, 군·구 23% 등이다. 시와 군·구 분담률에서 각 2%씩을 덜고 시교육청이 4% 더 부담하라는 것이다. 시는 서울과 경기의 교육청 분담률이 50%에 달하는 점을 들어 분담률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한다. 그러나 시교육청은 이럴 경우 100억원에서 200억원을 추가 부담해야 해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런 일이 처음은 아니다. 학교 무상급식을 추진하면서 시와 시교육청은 번번이 재원 분담 비율을 놓고 마찰을 빚어 왔다. 민선 6기 때도 2018년도 고교 무상급식 시행과 관련해 서로 더 부담하라며 부딪쳤다. 시는 초·중교와 같이 운영비·인건비는 시교육청이 100% 부담할 것을 주장했다. 그러나 시교육청은 고교 무상급식에 드는 식품비·운영비·인건비에 대해 시교육청은 20%만 분담하겠다고 해 갈등을 빚다 결국 현재의 분담률로 낙착됐다. 때마다 되풀이되는 갈등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마음은 씁쓸하다. 보편복지의 대명사가 된 학교 무상급식은 정치권에서 시작된 것이다. 표를 얻기 위한 무상 공약에는 여야가 다르지 않았고, 단체장 후보냐 교육감 후보냐의 차이도 없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는 서로 네 몫이라며 떠밀고 있다니 급식판을 들고 줄을 선 아이들이 안됐다. 또 하나, 내국세의 21%가 강제 할당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매년 6조원씩 남아돌아 주체를 못한다는데. 물론 그 돈과 이 돈은 다르다 할 것이다. 그러나 직접 세금 내는 시민들이 보기에는 도무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사설] 인천공항 패스트트랙 서비스, 전향적 검토가 필요하다

비즈니스 패스트트랙은 기업인 등 프리미엄 승객들이 전용통로를 통해 출입국 절차를 빠르게 받을 수 있는 서비스다. 보안 검색이나 출입국 심사에 걸리는 시간을 줄여준다. 그런데 세계 최상위권의 인천국제공항에는 이런 서비스가 없다.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이 서비스를 도입하려는 데 대해 정부가 줄곧 제동을 걸어서다. 사회적 위화감을 조성할 우려가 있고 국민정서에 맞지 않는다는 게 반대 이유다. 코로나19 사태로 3년째 얼어붙었던 세계 항공수요가 이제 막 기지개를 켜고 있다. 이때를 맞아 인천국제공항공사가 다시 비즈니스 패스트트랙 서비스의 도입에 나섰다고 한다. 보다 효율적인 출입국 절차를 갖춰 국가 관문 공항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교역 중심의 국가경제구조에서 비즈니스 승객에게 신속한 출입국 서비스를 제공하고 외국 투자유치를 지원한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인천공항은 개항 때부터 공항 운영 체계상의 특화 서비스는 없었다. 그러다 2013년 교통 약자 패스트트랙을 도입한 이후 그 대상 범위를 확대해 왔다. 처음 교통약자 및 사회적 기여자에서 시작해 장관급, 노약자 등을 추가시켰다. 세계 20대 공항 중 패스트트랙을 운영하지 않는 곳은 인천국제공항이 유일하다. 특히 베이징, 나리타, 홍콩, 싱가포르 등 주변 경쟁 공항 등에서는 일찍부터 패스트트랙을 시행하고 있다. 국제선 환승 여객 유치 등 인천국제공항의 경쟁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서비스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기존의 교통약자 중심의 패스트트랙에 비즈니스·퍼스트 클래스의 프리미엄 여객과 비용을 지불하는 희망 일반 여객을 추가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교통약자는 현재와 같이 무료이나 프리미엄 여객은 항공사가, 희망 일반 여객은 당사자가 비용을 부담한다. 공항공사는 올 하반기 우선 시범 운영을 희망하고 있다 패스트트랙은 특화 서비스 제공이라는 측면뿐 아니라 일반 여객들에도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 보안검색이나 출입국 심사 수요가 분산돼 출입국장 혼잡도나 대기 시간을 줄여줄 수 있는 것이다. 공항공사는 패스트트랙 운영에 따라 발생하는 수익을 교통약자 지원 또는 사회공헌사업 등에 재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사회적 위화감이나 국민정서 등의 반대 명분은 이제 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느낌이다. 이런 정도의 특화서비스까지 배척할 만큼 우리 사회가 취약하다고는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의 서우두·다싱공항도 잘 운영하고 있는 서비스다. 인천국제공항의 패스트트랙, 이제 전향적으로 검토할 때가 됐다.

[사설] 충전 못해 발동동 전기화물차... 이런 게 민생문제다

친환경 전기차 보급이 급증하고 있다. 보조금 정책에 최근의 유가 급등이 가세해서다. 올 상반기만 해도 6만9천여대가 더 늘어 76%의 증가세를 보였다. 전기화물차도 마찬가지 추세다. 2019년 말 1천100대에서 지난해 말 4만3천대로, 다시 지난 3월 말에는 5만1천대로 늘었다. 인천도 마찬가지다. 전체 전기자동차 1만8천329대 중 화물차가 17%(3천80대)를 차지한다. 문제는 충전 인프라 부족 사태다. 특히 전기화물차는 충전 인프라가 더 부족해 가는 곳마다 ‘눈총’을 받는다고 한다. 현재 인천의 전기차 충전시설은 급속 664개, 완속 4천957개 등 5천639개 규모다. 그러나 전기화물차 전용 충전소는 단 1곳도 없다. 일반전기차에 비해 전기화물차의 충전 여건은 기술적으로도 더 열악하다. 전기화물차는 하루 운행 거리가 긴 데다 1회 충전당 주행거리가 짧아 더 자주 충전해야 한다. 가장 많이 보급돼 있는 1t 포터나 봉고 전기차의 충전 최대 주행거리가 211㎞ 정도다. 전기냉동화물차의 경우 주행 충전과 냉동칸 온도 유지 충전 등 2개의 충전기가 필요하다. 이러니 전기화물차들은 가는 곳마다 ‘눈칫밥 충전’ 신세다. 1t 소형트럭 위주의 전기화물차들은 화물차 전용 주차장이 아닌 아파트 등 거주 지역에 주차한다. 전기화물차와 일반전기차들이 주거지 주차장 내 충전 시설 사용을 놓고 갈등을 빚기 일쑤다. 대부분 일반전기차보다는 충전 시간도 더 소요되니 ‘비매너 충전’ 등의 지적을 받는다. 최근 SNS 상에는 화물전기차를 ‘공공의 적’으로 지목하는 글까지 올랐다고 한다. “고속도로 휴게소마다 전기화물차가 모두 차지해 한 시간을 기다려 겨우 충전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무엇이 생업에 바쁜 전기화물차들이 충전을 못해 발을 동동 구르게 만들었나. 친환경차 보급에 급급한 나머지 충전 인프라 확충은 소홀했던 것이다. 내년부터 서울에서는 택배용 차량에 디젤 번호판이 금지된다고 한다. 전기화물차 충전난이 더욱 악화될 것이 걱정이다. 최근 화물차차고지나 화물차휴게소에 충전시설을 확충하는 내용의 법률안이 발의됐다고는 한다. 법 개정이나 중앙정부만 바라보고 있을 일이 아니다. 전기화물차를 운행하는 이들은 그날그날 가족의 생계를 걸고 생업전선을 바삐 뛰는 서민들이다. 인천국제공항과 인천항을 둔 물류도시 인천에 전기화물차 충전소 하나 없다니. 서민들 일상의 생계활동을 지원하는 것이야말로 민생대책이다. 인천시가 바로 나서야 할 민생 현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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