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 재난중에 外遊라니…

지금이 어느 때인가. 90년만의 혹심한 가뭄으로 전국의 논밭이 타들어 가는 재난을 겪고 있다. 모내기 못한 농민이 자살했고, 말라 죽어가는 농작물을 지켜봐야 하는 농민들의 탄식과 한숨이 깊어지고 있으며, 쩍쩍 갈라지고 있는 논밭을 바라보는 국민들도 수심에 잠겨 있다. 이제 하늘만 쳐다보다 지친 농민들이 타들어 가는 논바닥에 양수기로 물을 대느라 뜬눈으로 밤을 새우고, 늦게나마 민·관·군도 모두 나서 가뭄 극복에 온힘을 모으고 있다. 이러한 때에 농민들의 시름과 고통을 아는지 모르는지 일부 정치인과 공무원들이 보여주는 지각없는 처신들이 국민들을 분노케 한다. 가뭄 비상속에 안성시의 과장과 면장 등 11명의 공직자들이 집단 휴가를 내고 중국관광을 다녀왔는가 하면 농민과 자원봉사자들이 물을 대느라 땀을 흘리고 있는 인근 골프장에는 평일에도 정치인과 고위공직자들이 줄지어 찾아 희희낙락 골프를 즐기고 있다는 보도도 있다.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다. 더욱이 가뭄대책을 세우고 현장지휘해야할 자치단체장들이 외유중에 있는 것은 한심한 일이다. 현재 외유중인 도내 자치단체장은 임창열지사를 비롯 김영희 남양주시장·백재현 광명시장·신중대 안양시장·김선흥 강화군수 등 5명이다. 이들의 외유 사유는 외자유치를 제외하고는 효과도 뚜렷하지 않은 자매결연 도시와의 우호협력증진 방안 논의 또는 산업박람회 참관 등으로 그렇게 시급한 사안도 아니다. 그런데도 국내의 위급상황을 팽개치고 한가롭게 해외 나들이를 하고 있으니 지역의 살림을 맡은 단체장으로서의 책임의식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석달 넘게 계속되는 가뭄에도 경기지역은 모내기를 99% 끝냈다고 하나 앞으로 보름 정도 더 비가 오지 않으면 모를 낸 논도 갈아 엎어야할 판이다. 채소 고추 마늘 과수 등 밭작물은 이미 말라 죽어가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식수와 공업용수도 걱정이다. 기상청은 이달 하순경이나 장마가 시작될 것이라고 예보하고 있어 앞으로 보름정도가 최대 고비인 셈이다. 그동안 학생 군인 공무원들이 총동원돼 가뭄극복에 발벗고 나서야 한다. 특히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지금까지 뭘했나를 반성하고 심기일전해야 한다. 우리는 지금보다 훨씬 덜 기계화했던 70년대에도 지하수맥을 발굴하고 양수기와 긴 호스를 써서 모진 가뭄을 극복하고 풍년을 일구어낸 자랑스런 경험을 갖고 있다. 모두들 농촌돕기에 나서 가뭄피해를 최소화 하는데 노력해야 한다.

항공대란 반드시 막아야 된다

민주노총이 주도하는 노동파업이 오늘 강행될 예정이다. 이미 18개 병원노조, 사회보험 노조 등 100여개 업체 사업장에서 최소 5만여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연대 노동파업이 전개될 예정이다. 정부와 업계에서 자제를 호소하고 있지만 최근 있었던 대우자동차 노조와 울산 효성 파업에 대한 공권력 투입으로 악화된 작금의 상황에 비추어 쉽게 타결될 가능성은 없다. 더욱 문제가 되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노조가 파업에 동참할 태세여서 사상 초유의 항공대란이 우려된다. 이미 아시아나 항공 노조는 파업을 결정한 상태이며, 대한항공 노조도 중앙노동위원회가 파업을 불법으로 유권해석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예정대로 파업을 강행할 태세이기 때문에 현재로서 항공대란의 가능성은 높다. 병원등과 같은 주요 사업장에서의 파업도 국민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기 때문에 파업에 신중을 기해야 됨은 물론 이지만 특히 항공회사 노조 파업은 국가경제나 대외신인도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 크기 때문에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될 것이다. 최근 항공을 이용하는 승객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더구나 전자부품, 반도체 등 고가격·소품목이 대부분 항공화물에 의하여 수송되고 있다. 현재와 같이 시간을 다투는 수출시장에서 유통문제가 야기되는 항공대란이 발생하면 수출이 받는 타격은 실로 막대하다. 그리고 최근 컨페더레이션스컵, 국제상업회의소 총회 등 각종 이벤트로 인하여 많은 외국 손님들이 항공기를 이용하고 있는데, 만약 항공대란이 발생하여 이들이 항공여행에 불편을 겪는다면 한국방문에 대한 인상이 좋겠는가. 특히 금년을 ‘한국방문의 해’로 정하여 해외 관광객 유치를 위한 각종 홍보활동을 전개하였는데 이를 항공파업으로 답한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항공대란은 반드시 막아야 된다. 우리보다 노동운동이 극렬한 서구에서도 항공파업과 같은 국가기간산업에 대한 파업은 극도로 자제하고 있다. 정부도 파업자제와 엄정한 법집행을 강조하는 판에 박힌 면피성 대책이나 발표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노사대화를 유도하여 항공대란이 없도록 해야 된다. 또한 정부나 항공회사는 파업에 대비한 비상대책 마련에 차질이 없어야 된다. 가뭄 때문에 전국민이 이를 극복하느라 야단인데, 생계형 파업도 아닌 항공파업에 과연 국민들이 박수를 보낼 수 있을지 민노총을 비롯한 우리 모두 깊이 생각해야 된다.

민주노총에 告한다

본란이 수차에 걸쳐 민주노총의 파업자제를 호소한 것은 김대중 정권을 위해서가 아니다. 권력층이나 유산계급을 위해서도 아니다. ‘사람답게 살고싶다’, ‘상부는 부정부패, 하부는 구조조정’등의 구호를 내걸고 있다. 힘없고 돈없는 노동자의 절실한 절규이긴 하다. 그래야 경제가 산다며 노동자의 작은 밥그릇은 구조조정이란 이름으로 송두리째 빼앗고 더 빼앗으려 한다. 그러는 힘있고 돈있는 위인들의 큰 밥그릇은 송두리째 지키고 있다. 슈뢰더 독일총리의 친동생은 작은 업체의 하수도 설비공으로 일하다가 구조조정으로 실업자가 됐지만 스스로의 힘으로 새 일자리를 구하고 있다고 한다. 의료보험 공단의 무슨 이사장으로 있으면서 막대한 국민부담금을 손실내고도 끄덕없는 누구의 사돈네 팔촌과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이 정부는 입만 열면 개혁을 내세우지만 자체의 개혁성은 조금도 찾아볼 수 없다. 자신의 개혁은 외면한채 남에게만 개혁의 미명으로 희생을 요구하는 것이 이 정부다. 개혁이 지지부진하여 성과가 나타나지 않은 것은 이때문이다. 세계적 신용평가 기관인 스탠더드사는 정부의 시장개입이 지나치다며 한국의 하반기 신용등급을 하향 결정할 움직임이다. 정부가 그동안 시장원리를 입버릇처럼 외쳐온 것이 한낱 구두선에 불과함을 입증해 준다. 공적자금은 연간 이자만도 46조원에 이를만큼 산더미처럼 부풀고 재벌정책은 마냥 겉돈 가운데 되레 부메랑을 맞고 있다. 대외경쟁력 강화를 그토록 외쳐왔음에도 불구하고 기업의사 결정은 35위, 금융산업 효율성는 43위에 그쳐 준선진국 그룹에서도 바닥권을 밑돌고 있다. 공장 하나를 지으려면 전두환정권때와 마찬가지로 관청을 백번은 오가야 해 그간의 규제혁파 소리가 무색한 가운데 기업이민이 속출하고 있다. 무엇 하나가 싹수 있는 것이라곤 이토록 없지만 그래도 불법파업 자제를 호소하는 것은 김대중정권이 두려워서가 아니다. 대통령의 엄단방침이나 진념재경의 강경책이 겁나서가 아니다. 비록 초가삼간이지만 뭐가 보기싫어 불태울 수는 없기 때문이다. 노동운동이 노동운동의 한계를 떠나 정권 저항운동으로 가는 것은 노동계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부도덕한 정권, 무능한 정권을 응징하는 길은 국민을 불안케 하는 과격투쟁이 아니고도 주권행사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총파업이 자제돼야 하는 이유는 명료하다. 국민생활, 국민경제를 위해서다. 정녕 국민과 함께가는 노동운동을 지향하고자 한다면 인내할줄 아는 깊은 성찰이 있기를 바란다.

컨페드컵대회를 마치고

2002 월드컵 축구대회의 워밍업이라 할 2001 컨페더레이션스컵 대회가 일본 돌풍속에 끝났다. 일본 축구의 눈부신 약진은 이유가 있다. 유년축구에서 프로축구까지 선수층이 우리보다 훨씬 두텁다. 브라질 축구유학도 시켰다. 여기에 일본형 전술을 개발했다. 특히 일본형 전술은 동양인의 신체적 열세를 커버하는 경제축구로 우리에게도 타산지석의 교훈이 된다. 월드컵축구대회를 불과 1년미만 앞두고 있다. 국가대표팀의 절실한 기량강화에 물론 힘써야 겠지만 하루아침에 잘되는 것은 아니다. 이런 가운데나마 숙원의 예선통과 실현도 중요하나 흑자대회 또한 중요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약11조원의 생산 및 부가가치 유발효과가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내년 월드컵은 지구촌의 텔레비전 중계 시청인구만도 연6백억명을 넘어 올림픽시청 인구의 약 3배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흑자대회엔 치밀한 준비가 요구된다. 더욱이 마케팅을 비롯한 개최지의 자율성이 아주 높은 올림픽과는 달리 월드컵은 개최수입의 상당부분이 국제축구연맹(FIFA)에 귀속된다. 이런 제약속에서 프랑스 대회같은 흑자대회의 성공을 위해서는 마케팅 업무를 외부에 주지않고 조직위원회 내부로 통합하는 프랑스식 접근이 검토돼야 한다. 아울러 마케팅 기회를 최대한 살려야 한다. 일본은 벌써 캐릭터처럼 부가가치가 놓은 분야일수록이 월드컵 마케팅이 활발한 반면에 우리는 여전히 아직도 미흡한 수준이다. 월드컵대회 장외준비로 흔히 숙박시설같은 것을 내세운다. 물론 그런게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나 보다 더 큰 안목을 키워야 한다. 성공적인 대회 평가는 장내경기 및 관중동원의 측면뿐만이 아니고 장외수익의 극대화가 병행돼야 비로소 가능하다. 수원·인천 경기의 성공평가 역시 마찬가지다. 전 세계에 수원과 인천이란 도시가 방영된다. 일찍이 서울 올림픽대회때도 없었던 기회다. 이런 기회를 최대한 살리는 마케팅개발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이에 얼마나 부응하고 있는지가 무척 궁금하다. 일본과 함께 치르는 공동개최국으로서 경기력이 일본을 앞서면 더욱 좋겠지만 결과는 예측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장내 경기는 설사 그렇더라도 장외경기마저 만약 일본에 뒤진다면 말이 아니다. 지금부터라도 월드컵대회의 생산 및 부가가치 창출에 비상한 노력이 있기 바란다.

가뭄국난 극복에 총력을

논도 타고 밭도 타고 농민들 가슴도 탄다. 기상관측사상 최악의 가뭄으로 폐농의 위기에 처했다. 오는 21일은 하지다. 모내기를 못한 논은 하지를 넘기면 이앙해봐야 소용이 없다. 모내기를 한 논도 하루가 다르게 성장해야할 모가 비비 꼬이면서 죽어가는 논이 많다. 당장 시급한 비는 좀처럼 뿌릴기미가 없다. 이달 말쯤이나 장마전선이 북상할 것이라니 농사는 앞으로 10여일이 고비인마당에 정말 큰 일이다. 농민은 농민대로 자치단체는 자치단체대로 애를쓰고 소방차나 레미콘차가 물을 실어 나르기도 한다. 하지만 역부족이다. 양수기도 귀하고 호스도 구하기가 어렵고 관정업자는 웃돈을 준다해도 만나보기조차 어렵다는 것이 현지 소식이다. 여러 기관에서 한해성금을 모금하는 것은 잘한 일이긴 하다. 그러나 한해극복은 수해성금과 다른 면이 있다. 수해성금은 이재민구호 및 수해복구 등 사후조치 성격이 강한 반면에 한해극복은 사전조치 성격이 강하다. 성금을 모아 현지로 배정해 장비가 투입되는 동안 논바닥은 이미 갈라 터지거나 모가 타죽는다. 농림부는 최악의 가뭄을 당하고도 정확한 피해조차 집계를 못내고 있다. 피해상황이 날로 다를만큼 심화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안다. 정부는 당장 즉효성 있는 거국적 한해대책에 나서야 한다. 국방부는 작전명령으로 군장비와 병력을 한해현장에 더욱 대거 투입하고 행자부는 전공무원을 한해극복 비상체제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경제부처는 한해극복 지원에 따른 제반 장비 및 유류 등의 민간유통이 원활하도록 적극 도와야 한다. 이밖에 건교부는 수자원관리 등 각 부처마다 한해극복에 연관지어 해야할 일을 찾아 나서는 거국적 대책이 절실하다. 본란은 일찍이 한해와 관련, 두어차례 범정부차원의 대책을 촉구한바가 있다. 그런데도 위기만큼 인식이 따르지 못하는 것은 실로 유감이다. 농민들은 밤을 새워 물대기전쟁을 벌이고 있다. 폐농을 비관해 농약을 들이마시는 농민이 있다. 피해는 계속 확산되고 있다. 지금같은 가뭄은 가히 국난이다. 가뭄국난을 당하고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정부는 즉각 거국적 한해대책에 나설 것을 거듭 촉구한다.

청와대측 말흘리기, 그 ‘진실’?

청와대의 남북 물밑대화시사는 책임있는 발표가 돼야한다. 오는 13일의 대통령기자회견이 알맹이 있는 내용이 될 것이라는 말을 부정하고 싶진 않다. 기대하고 싶다. 그러나 정보를 신문에 흘리는 식의 발표는 무책임하다. 이도 모자라 민주당 장모의원의 8,9월 답방 물밑설이 나왔다. 왜 이리 중구난방인지 모르겠다. 그간 물밑접촉이 있었을 것이라는 것은 능히 짐작한다. 문제는 접촉이 아니고 성과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측의 긍정적 신호가 있었다’고 했다. 말을 그렇게 흘린 것으로 보도됐다. 하지만 이런 발표는 책임있는 자세가 아니다. 최근 김대중대통령은 김정일위원장의 서울답방을 거듭 촉구했다. 보기에 따라서는 지나치게 매달리는 인상을 주었다. 북측 상선이 동·서·남해를 안방 드나들듯 휘젓고, 농민은 가뭄으로 자살하는 사람이 나올지경이고, 부시 미행정부의 대북정책 발표는 우리측엔 사전 통보없이 전격 발표했다. 이런저런 악재속에 대통령은 현충일 추념식장에서까지 김위원장더러 빨리 와달라고 했다. 물론 서울답방은 바람직하며 대통령 말대로 약속했던 일이다. 그러나 당장 더 시급한 일도 있다. 가령 가뭄만 해도 농림부의 한해대책비 1천억원 추가지원만으로는 해결이 요원하다. 군장비, 병력 동원같은 범정부차원의 대책이 요구된다.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이 이런 것을 강조하고 지시해야 하는데도 아직 한마디가 없다. 가뭄피해는 농작물에 의해 식수난과 공업용수 기근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농민을 비롯한 국민들 입장에서는 이에대한 언급없이 마냥 답방요구만 되풀이 하는게 무척 섭섭하게 보일 수 있다. 임시국회에서는 북 상선의 영해 침범을 수수방관한데 대한 여야의 질타가 있었다. 이같은 시점에서 청와대측이 흘린 답방관련 발표는 믿기도 어렵고 안 믿기도 어려워 국민을 더욱 헷갈리게 만든다. 대통령의 답방 매달리기를 합리화 시키려는 구실인지 어쩐지 진실을 알수가 없다. 공식발표가 아닌 흘리기식 발표는 나중에 틀려도 책임을 지기는 커녕 오히려 언론에 책임을 미룬다. 만약에 외교 관례상 공식발표가 불가했다면 흘리기식 발표도 삼가야 하는 것이 정도다. 진실이 어떻든 청와대 비서실에서 언급하는 것부터가 적절치 않다. 언급하려면 정부조직의 주무부서가 해야한다. 청와대비서실은 의사결정기관이 아닌 대통령 보필기구에 불과하다. 비서실 목소리가 정부조직에 우선하는 것은 결코 정상일 수 없다. 비정상이 정상을 압도하는 것은 대통령에게 누가 돌아갈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하는 것이다. 김위원장 답방은 저들의 입장도 있다. 더이상 보채지 말고 지켜봐야 하는것이 순리다.

삼성전자 이전 안된다

삼성전자 수원공장 백색가전 생산라인의 전남 광주 이전설이 또 제기돼 지방경제가 긴장하고 있다. 지난 95년 냉장고 생산라인을 광주 하남단지로 이전한 이후 96년 일부 생산라인의 이전을 추진하다 IMF 등의 영향으로 중단한데 이어 99년 삼성자동차 빅딜문제로 야기된 부산지역 경제계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한 궁여지책으로 제기했던 부산이전설이 있은지 2년만에 이번이 세번째 이전설이다. 이전내용은 수원공장 세탁기 4개 라인과 에어컨 17개 라인을 오는 2003년 6월과 12월까지 광주로 옮긴다는 것으로 일정과 규모가 구체적이다. 물론 기업이 시장경제원리에 입각, 스스로 공장을 이전하는 것은 기업의 자유다. 그러나 삼성측이 이번에 내세운 이전이유는 애매모호하기 이를 데 없다. ‘생산성 저하’운운하는 이유가 석연치 않고 이해하기도 어렵다. 교통 등 여러 여건을 고려할 때 ‘수원’의 입지가 ‘광주’보다 월등하게 낫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다 아는 사실이다. 공장이 서울과 가까울수록 여러면에서 유리하다는 것은 우리 경제여건상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광주의 인건비가 싸다고 주장할지 모르나 국내의 좁은 노동시장에서 인건비 차등을 기대한다는 자체가 무의미한 일이다. 더욱이 막대한 이전 비용을 감안하면 ‘생산성’운운하는 것은 말도 안되는 소리다. 모든 것이 시장원리와는 거리가 멀다. 그렇지 않아도 지난 95년 총선전략으로 전자레인지·세탁기·냉장고 등 생산라인의 광주이전 결정이후 냉장고 라인만 옮겼을 뿐인데도 수원경제는 막대한 타격을 받았다. 그동안 삼성전자가 지역경제에 미친 영향은 지대하다. 수원경제의 의존도가 50%에 이르고 경기도 전체 제조업 고용률중 24%를 차지하고 있다. 생산라인 근로자가 3천여명에 달하고 협력업체도 수원 안양등지에 1천700여개나 된다. 이런 상황에서 21개 생산라인이 빠져 나간다면 수원지역의 산업슬럼화는 물론 경인지역의 타격은 불을 보듯 뻔하다. 물론 삼성측은 생산라인이 빠진 자리를 정보통신연구소 등이 메울 것이라고 하나 협력업체의 고용효과 등 경제활성화측면에선 생산라인과는 비교될 수 없다. 결국 수원경제의 피폐를 초래할 삼성전자의 광주이전은 시장경제원리에도 맞지 않을 뿐아니라 막대한 이전비용이 소요된다는 점에서 국가적 낭비이며, 무모한 일이다. 삼성측의 심사숙고를 기대한다.

인천공항 교통질서 잡아야

개항한지 두달이 지났는데도 인천국제공항을 이용하는 교통불편이 여전하다. 특히 승객이 적은 새벽시간에는 버스들이 아예 운행을 하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하여 이른 시간대에 비행기에서 내린 승객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고 한다. 반면 버스 대신 승객들을 노리는 택시 ‘삐끼’들의 호객행위는 날이 갈수록 기승을 부리고 있다. 더구나 버스회사들은 이른 시간대엔 알짜 노선으로 알려진 김포공항, 서울 강남 도심공항터미널행 등 일부 노선에만 집중 배치하고 있어 불만을 사고 있다. 서울시내 변두리 노선은 오전 6시30분 이후에나 이용할 수 있으며 하남, 성남, 남양주, 용인, 대전, 원주, 청주, 춘천 등 지방 승객들은 공항에서 몇 시간씩 기다리다가 웃돈을 주고 비싼 택시를 이용해야 하는 고충을 겪고 있다. 이들 지방행 버스들은 빨라야 오전7시부터나 운행을 개시하기 때문이다. 문제가 더욱 심각한 것은 버스를 기다리는 승객들에게 ‘삐끼’들이 접근, 택시승차를 반강제로 권한다는 점이다.이런 행위를 외국인들에게도 보여 한국의 이미지를 관문에서부터 먹칠하는 것이다. 이렇게 극심한 교통 무질서는 인천공항을 벗어나 36.5㎞의 공항고속도로에 들어서면 극을 달린다. 공항고속도로가 수도권의 대표적인 ‘자동차속도 시험장’으로 변하는 것이다. 인천공항에 이르는 유일한 도로인 이 길을 스피드 레이스코스, 고속도로 연수코스, 새차 길들이기 코스 등으로 이용하려는 고급승용차와 외제차 운전자들이 연일 수도권에서 모여들기 때문이다. 제한속도인 시속 100㎞를 어기고 120㎞이상의 속도로 질주하는 게 예사여서 대형참사가 심히 우려된다.특히 인근 영종·용유도내의 을왕리해수욕장 및 선착장 일대 유흥업소에서 술을 마신 후 음주상태로 공항고속도로를 이용하는 운전자들이 많은 점도 큰 문제점이다. 인천공항고속로는 안개와 바람 등으로 사고위험이 높은데다가 교통사고로 고속도로가 막힐 경우 제2연륙교, 철교 등 대체 교통수단이 없어 인천공항의 운영에 큰 차질을 빚게 된다는 점에서 강력하고도 지속적인 교통단속이 특히 요구된다. 인천공항과 버스업체, 경찰은 이용객들에게 불편을 주지 않도록 버스를 적절히 배차하고 엄포용 무인 속도측정기보다는 교통단속을 실시하여 대형참사를 예방하기 바란다.

바다를 지키자

본보가 ‘미래의 보고, 바다를 지키자’는 제하로 6회에 걸쳐 심층보도한 특집 기획물은 오늘날 우리나라 바다의 중요성을 재삼 인식시켜 주었다. 인재로 인하여 중병을 앓고 있는 바다의 건강상태를 매우 시의적절하게 진단했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는 우리나라의 바다는 그야말로 보고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우리의 바다는 안타깝게도 육지에서 떠내려온 각종 쓰레기와 공장 폐수 등으로 생명력을 잃어가고 개발이란 명목아래 갯벌과 섬들이 무참히 파괴돼 가고 있다. 악취가 진동하는 갯벌은 죽음의 땅처럼 시커멓게 변했고 자동차 폐타이어, 깨진 농약병, 비닐봉지 등으로 쓰레기장이 되었다. 여기에다 인천·경기지역의 갯벌은 대규모 건축사업, 쓰레기 매립용지, 발전용지 등으로 매년 수십∼수백㎢가 훼손되고 있다. 섬 주민들이 뭍으로 이주하는 현상이 폭증한 것도 바다의 오염과 함께 문화적 혜택의 사각지대임을 뜻하는 것이기 때문에 심각하다. 옹진군의 경우 지난 90년대 2만여명이던 인구가 지난해 그 절반수준인 1만4천8명이었다. 20년전보다 무려 3배 가량 줄어든 것이다. 섬들이 인위적 형태로 사라지고 있는 것도 큰 문제점이다. 지난 70년대까지 아람드리 나무 수천그루가 장관이었던 화성시 섬들이 미공군기의 폭격 연습장으로 사용돼 절경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바다새들의 해상 낙원이었던 농섬이 폭탄 투하 연습으로 지도상에서 영원히 모습을 감춘 것이 그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바다는 지구상에 남아 있는 생태계의 보고로 ‘바다 지키기’는 인류가 지켜야 할 필수적인 과제이다. 따라서 먼저 바다오염 문제를 해결하고 해양생물의 산란지를 지키기 위해 해역을 보호구역으로 지정해야 한다. 특히 날이 갈수록 줄어드는 어획량을 극복하기 위해 ‘잡는 어업’에서 ‘양식 어업’으로 형태를 바꾸는 것도 중요하다. 육지와 마찬가지로 바다 역시 눈앞의 개발논리에 편승한 갯벌 매립 행위등이 지양돼야 하는 것이다. 바다를 육지처럼 생각하는 인식의 전환이 절실한 오늘날 본보가 지적한 바다에 관한 문제점들이 해결될 수 있도록 당국의 적절한 조치가 있기를 촉구한다.

안보허점 보여선 안돼

지난 주말 북한 상선이 제주 해협을 침범한데 이어 4일 서해안 백령도 인근 북방한계선(NLL)은 물론 동해안 독도영해까지 침범해 국민들을 놀라게 하였으며, 새삼 정부의 대북정책이 과연 어떠한 기조 하에 수행되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다행히 정부의 강력한 항의와 북한상선의 마지못한듯한 항로 변경으로 큰 사고 없이 사건이 마무리되기는 하였으나, 많은 국민들은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하여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번 사건 발생시 국회에서 북한상선의 영해 침범에 대한 정부 대책의 문제점을 제대로 지적하지 않았다면, 또는 국민들로부터 정부정책에 대한 강력한 비판이 제기되지 않았다면 북한 상선은 사전 통보도 없이 우리의 영해를 유유자적하며 통과했을것 이고 우리의 막강한 해군은 이들의 안전 항해를 인도하는 임무를 수행하였을 것이니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일이 아닌가. 이번 사건의 전말을 보는 국민들의 심정은 착잡하다. 더구나 호국의 달인 6월을 맞이하여 군이 안보에 주력하기보다는 우리의 영해를 불법으로 침범한 북한 상선을 인도하여 주는 업무나 수행하고 있으며, 정부는 충분한 검토나 국민적 설득도 없이 사전에 통보만 하면 북한 상선이 영해를 들어와도 그대로 통과시키겠다고 했으니 과연 무엇을 기준으로 이런 정책을 결정하였는지 알 수 없다. 최근 남북관계는 답보상태에 있으며, 더구나 남북정상간의 역사적인 6·15공동선언이 발표된 지 벌써 1주년이 되었으나, 정상회담 이후 초기에 국민들이 기대했던 것과는 다른 상황이 전개되어 많은 국민들이 실망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때문에 정부는 북한과의 대화채널을 복원하려고 하는 차원에서 북한상선의 영해 침범을 유연하게 대응했는지 모르지만 그러나 그것은 안보차원에서 큰 잘못이다. 우리는 북한측이 최근 남북관계 개선에 있어 취하고 있는 태도를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 북한은 남한과는 달리 김정일 위원장 개인에 의하여 주도되는 체제이기 때문에 돌발 변수에 대한 예리한 분석이 요구되며 정부도 단기적인 정권 차원보다는 장기적인 민족적 차원에 대북정책을 인내를 가지고 추진해야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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