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 일석이조

영업용 택시를 타고 행사장에 가는 길이었다. 앞에서 자가용을 몰고 가던 사람이 차창 밖으로 담배를 훽 던져 버렸다. 반도 피우지 않은 담배가 차도에 떨어졌다. “저런, 죽일×” 택시운전사가 신음처럼 되뇌였다. 다른 길로 접어 들었을 때였다. 인도에 서서 담배를 피우던 청년이 담배꽁초를 거리에 버리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청년이 서 있던 자리 옆에 휴지통이 설치돼 있었다. 휴지통 밑에는 다른 사람들이 버린 담배꽁초들이 휴지와 함께 흐트러져 있었다. “담배꽁초를 아무데나 버리는 사람은 벌금을 한 10만원쯤 물렸으면 좋겠습니다.” 지지대子가 한마디 했다. “저런×들은 벌금 내라면 되레 죽이려고 대들 겁니다. 벌금이 아니라 담배 피우던 손가락을 잘라버려야 합니다. 휴지통이 앞에 있는데 왜 거리에 버립니까.” 아까 ‘죽일 ×’이라고 욕을 한 택시운전사는 ‘손가락을 잘라버려야 한다고까지 과격하게 말했다. ‘대한민국은 법이 너무 물러 터졌다’는 탄식도 했다. 환경부가 내년 1월1일부터 쓰레기 무단투기자를 신고하면 과태료 부과금액의 80% 이내에서 포상금을 지급한다고 17일 밝혔다. 담배꽁초나 휴지를 버리는 사람을 신고할 경우는 4만원의 포상금을 지급한다고 한다. 최고 80만원까지 포상금을 지급한다는 환경부의 쓰레기 무단투기 방지대책은 사실 너무 늦은 감이 있지만 유감스러운 것은 과태료 부과금액이 너무 적은 것이다. 담배꽁초 투기의 경우 적어도 1백만원쯤으로 정했다면 어떠했을까. 실직자가 많은 오늘날이다. 실직자들이 쓰레기 무단투기자 전문신고인이 되었으면 좋겠다. 쓰레기 줄어 들어 환경 좋아지고 실직자들에게 수입이 생긴다면 그야말로 일석이조 아닌가./淸河

쓰레기투기신고 ‘포상제’

담배나 휴지등을 길거리에 버리지 않아야 하는 것은 기초질서에 속한다. 이를 위한 기초질서 확립운동이 과거에 수차 있었다. 그런데도 미흡하다. 길거리에는 지금도 담배꽁초며 휴지부스러기 투성이다. 쓰레기종량제실시 이후에는 수거봉투가 아닌 보통 비닐봉지에 담은 쓰레기뭉치가 길모퉁이 곳곳에 버려진채 나뒹굴기도 한다. 여름철 휴양지나 명절 귀성·귀경의 대이동을 겪고난 고속도로 및 국도변은 무단투기된 쓰레기 더미로 몸살을 겪곤 한다. 심지어는 건축폐기물이나 산업폐기물을 트럭으로 날라 후미진 산간 또는 농지에 몰래 버리고 야반도주하는 사례가 허다하다. 공중도덕의 결핍현상이다. 이같은 무단투기는 공중도덕에 의해 규제돼야 하는데도 그렇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환경부가 내년 1월1일부터 담배꽁초나 쓰레기, 그리고 폐기물의 무단투기행위를 시민감시에 의해 막고자 하는 포상금제 실시는 이유가 있다고 본다. 무단투기행위를 적발, 신고한 시민에게 유형별로 최하 5만원에서 최고 80만원까지 부과되는 과태료의 80%를 지급하는 포상금제는 물론 문제점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이의 적발을 일삼아 나서는등 여러가지 부작용이 예상될 수 있다. 그렇긴 하지만 도덕률의 준수를 더이상 기대할 수 없는 현실에서 강제력을 지닌 법규로 제재를 가할 수밖에 없는 고충은 충분히 인정한다. 문제는 환경부가 규칙으로 정한 ‘쓰레기투기신고포상금제’가 얼마나 실효를 낼 것인가에 있다. 포상금을 받으려면 무단투기하는 장면을 카메라로 찍어 투기물을 증거물 삼아 관할 구청이나 동사무소에 신고하도록 돼 있다. 차량을 이용한 불법 투기는 차량번호 모델 색상 운전자의 인상착의까지 소상히 밝혀야 한다. 행정벌을 과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증거확보가 확실해야 하는 것은 이해가 된다. 그러나 일상 소지품이 아닌 사진기나 비디오카메라로 때마추어 촬영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또 기왕 주기로 한 포상금 같으면 무단투기 사실이 확인되면 과태료가 징수되기 전에라도 미리 줄 필요가 있다. 자치단체의 일상업무가 아닌 이의 확인작업에 성의있는 노력 또한 전제된다. ‘쓰레기투기신고포상금제’ 실시는 앞으로 40여일이 남았다. 환경부는 이에대한 세부절차, 업무요령 등에 더욱 만전을 기해 실효성 있는 시책이 되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이를 계기로 포상금도 포상금이지만 쓰레기 무단투기행위가 추방되는 시민정신의 성숙이 있기를 희망하고자 한다.

지방재정 개선책 시급하다

5년째 맞는 민선 지방자치의 살림살이가 악화일로에 있는 것은 심각한 일이다. 경기도가 도의회에 제출한 행정사무감사자료에 따르면 도내 31개 시·군 중 고양시 등 18개 시·군의 재정자립도가 지난해보다 4.0%포인트에서 최고 10.6%포인트나 낮아졌고, 아직도 재정자립도가 50%미만인 시·군이 10개나 되는 등 지방재정이 열악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연천 양평 여주 가평군의 재정자립도는 아직도 20∼30%대에 머물고 있어 도내 지자체의 평균 자립도(69.2%) 역시 작년(72.0%)보다 2.8%포인트 낮아졌다. 또 31개 시·군의 전체 부채규모도 95년 이후 매년 평균 13.1%씩 늘어 올 6월말 현재 3조9천291억원에 이르고 있다. 이같은 상황은 물론 근본적으로 지방세원의 한계로 인한 세수부족에 따른 것이지만, 올해 재정자립도가 갑자기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은 자치단체들의 재정운용 방식에 적지 않은 문제가 있음을 드러낸 것이다. IMF사태로 지방세 수입이 감소한 것을 충분히 체감했다면 각종 사업비 등 지출규모도 줄여야 할 터인데 씀씀이는 달라지지 않아 중앙 의존도가 높아진 것이다. 매년 늘어나는 빚더미에 올라 앉아 있으면서도 씀씀이는 흥청망청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러다간 최악의 경우 파산하는 자치단체가 언제 나올지 모르는 일이다. 지자체들은 제도와 여건 탓만 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 짜임새 있는 살림살이를 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무엇보다 재정악화의 직접적인 원인은 각 지자체가 불요불급한 선심성 사업을 무모하게 벌이기 때문이다. 차기 선거를 의식한 단체장들이 외형적 성과에 급급해 무리하게 일을 벌여놓고 빚을 끌어들이는 일이 적지 않다. 대책없이 무작정 빚만 지는 자치행정은 결국 주민에게 부담이 될 뿐이다. 중앙정부도 제도적 보완책을 서둘러야 한다. 정부는 최근 내국세 총액의 13.27%였던 지방교부세 법정률을 15% 인상했지만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다. 지방교부세율의 탄력적인 인상과 함께 보통교부세의 차등배분으로 지자체간 균형개발을 꾀해야 할 것이다. 지자체의 재정이 취약하면 완전자치는 이루어지기 어렵다. 지자체 스스로 수익사업개발에 노력해야 함은 물론 중앙정부의 근본대책이 절실한 것이다.

빈민

전에도 맞벌이 부부가 많긴 많았다. 그러나 의미가 지금과는 달랐다. 전의 기준을 분명하게 언제라고 잡기는 좀 어려우나 대체로 IMF이전으로 보면 될것같다. 그리하여 전에는 맞벌이 부부의 한쪽 수입은 저축을 많이 했다. 남편 수입으로 생활을 하면 아내의 수입으로는 적금을 붓곤 했다. 지금은 그럴 형편이 못된다. 웬만한 수입의 부부 맞벌이로는 다 합쳐도 생계를 꾸려가기가 바빠 여간해서는 저축하기가 어렵다. 노동임금이 회복안된 탓도 있지만 그만큼 물가가 올라 지출요인이 늘었기 때문이다. 고급노동 인력의 맞벌이 부부는 형편이 다를지 몰라도 단순노동의 서민층 맞벌이 부부 형편은 대개가 이러하다. 맞벌이 부부 뿐만이 아니고 자녀까지 돈을 번다고 벌어도 생계를 어렵사리 꾸려가는 가구가 적지 않다. 가령 공공요금 따위가 몇배 올라도 생계비지출의 비율이 코끼리 비스켓 까먹기처럼 아무 영향이 없는 권력자나 고소득자는 몰라도 단돈 천원 한장이 아쉬운 영세·서민들은 타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문제는 이러한 서민생계의 심각성을 높은 자리에 있는 권력층이 제대로 파악하고 있느냐 하는데에 있다. 물론 말로는 안다하겠지만 실제로 체험하지 않는 민생고를 어찌 알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참여연대’와 유엔개발계획(UNDP)이 발표한 우리의 최저 생계선 이하 빈민이 1천만명이 넘는다는 수치를 놓고 정부가 여러가지로 반론에 나섰다. 정부측 반박은 ‘과대추산’이라는 것이 그 요지다. 들쭉날쭉하는 수치놀음이 본질적 핵심이 될 수는 없다. 복지국가에서 빈민의 기준은 무엇일까. 영세·서민층의 뼈저린 고통을 권력자들이 얼마나 알고 있는가를 묻고 싶다./白山

특별검사에 대한 기대

국민의 비상한 관심속에 출발한 특별검사제도가 새삼 국민들의 기대와 우려속에 조사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우리로서는 처음으로 도입된 특별검사제도이기 때문에 여러가지 기대되는 바가 많다. 일반시민은 물론 많은 시민단체의 요구에 의하여 검찰의 조사가 믿을 수 없으므로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하여 도입된 제도이기 때문에 특별검사제도가 성공하느냐의 여부는 국민적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이러한 관심속에 고관부인 옷로비 사건을 조사중인 최병모(崔炳模) 특별검사팀이 지난 6월 검찰 수사결과와는 달리 라스포사 사장 정일순(鄭日順)씨에 대하여 구속영장을 청구하였다. 특검팀에 의하면 정일순씨는 최순영(崔順永) 전 대한생명 회장의 부인 이형자(李馨子)씨로부터 1억원에 가까운 돈을 받아내려고 하였다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그러나 특검이 신청한 구속영장은 서울지법에 의하여 보완수사가 필요하고 또한 도주우려도 없다는 이유로 영장이 기각되었다. 동일한 사건이 불과 얼마되지도 않았는데 검찰과 특별검찰에서 조사된 내용이 서로 다르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물론 지난 6월 검찰조사에서도 정일순씨가 이형자씨에게 전화로 옷값 지불을 요구한 점에 대하여 사기 미수죄적용을 검토했으나, 범의(犯意)를 인정할 수 없다고 했는데 특검팀은 이를 인정한 것이다. 특검팀은 이외에도 정일순씨가 전 검찰총장 부인 연정희(延貞姬)씨에게 호피무늬 반코트를 전달한 시점과 반환한 시점이 다르다는 사실도 밝혔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국회청문회에서 정일순씨는 물론 이형자, 연정희씨등도 위증한 것이 인정될 수 있어 사건의 파장은 더욱 클 수 있다. 특검팀은 정일순씨에 대하여 물증을 보완하여 영장을 다시 청구하겠다고 하였으니, 과연 영장이 집행될지는 두고 볼일이다. 우리로서는 모처럼 국민들의 기대속에 출발한 특검제도가 사건의 진실을 밝혀내는데 있어 외부로부터 압력없이 소신있게 조사하기를 기대한다. 만약 특검팀까지 사건의 진실을 제대로 규명하지 못하면 이 사건은 영원히 밝혀지지 못할 것이다.

수능 이후 학생지도 문제

어제 전국적으로 내년도 대학입시를 위한 수능시험이 실시되었다. 그 동안 수능시험을 준비하느라 밤낮으로 고생한 수험생들에게 격려를 보낸다. 또한 이들을 지도해 준 선생님들, 그리고 수험생 이상으로 고생한 학부모들의 노고에 대하여 새삼 위로를 보낸다. 수능시험은 대학에 가기 위하여 필수적으로 거쳐야 되는 것이기 때문에 전국민적인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우선 수능시험을 치른 학생들은 자신의 점수와 적성에 맞는 대학을 선택해야 되는 어려운 과제를 만나게 된다. 단순히 점수에 맞는 대학을 선택하기 보다는 자신의 특성과 장래, 사회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전공을 선택해야 될 것이다. 점수가 높다고 자신의 적성은 고려치 않고 무조건 일류 대학을 택하였다가 입학 후 후회하는 경우도 많다. 때문에 대학에서 배부하는 전공에 대한 자료, 그리고 담임선생님을 비롯한 학부모들과의 격의없는 의견교환이 요구된다. 고3의 경우, 수능시험 이후에는 거의 수업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미 수능 시험이라는 대사를 치른 학생들이 학교에서 정상적인 수업을 한다는 것은 기대할 수 없다. 각자 선택한 대학에 알맞는 준비를 하게 될 것이다. 논술고사에 대비한 준비도 필요할 것이며, 또한 예체능계는 실시시험 준비를 할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학생들은 특별한 준비없이 대학입시때까지 계획없는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 특히 대학입시에 자신이 없는 학생들은 탈선하는 사례까지 발생하여 수능 시험 이후 사회적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미 어제 저녁때 시내 곳곳 유흥가에는 많은 수험생들로 성시를 이루었으며, 때로는 탈선행위가 자행되어 물의를 빚기도 했다. 수능 이후 학생지도는 선생님에게만 의존해서는 안된다. 무엇보다도 학부모들이 해이해 지기 쉬운 학생들의 생활태도를 적절하게 통제하여 줄 필요가 있다. 대학도 이 기회에 수험생들을 초청하여 대학을 설명하는 시간을 갖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우리 모두 수능시험이후 탈선하기 쉬운 시험생들에게 관심을 가져야 된다.

부천택시기사의 3중고

생존권 사수 및 임금투쟁을 위해 전면파업에 돌입한 부천관내 택시회사의 기사들이 무관심, 무반응, 무대책이라는 3중고에 악전고투하고 있다. 이들 기사들은 최저임금에도 못미치는 임금이지만 3년째 꽁꽁 묶인채 한달 25일을 근무기준으로해 받는 평균임금은 33만여원이다. 반면 하루 사납금은 주간 6만여원, 야간 6만2천여원. 이에 동창산업 노조가 지난달 20일부터 택시노동자 생존권 사수 및 임금투쟁을 내걸고 29일째 전면파업에 나섰고 삼신교통 등 4개 택시회사노조도 15일과 18일부터 역시 전면파업에 돌입했다. 그러나 정작 부천시와 회사측은 느긋하다 못해 전혀 신경쓸 필요가 없다는 반응이다. 관내 8개 택시회사의 차량보유대수 882대에 비해 개인택시는 1천634대로 무려 2/3를 차지하고 있고 유통업계의 셔틀버스 등으로 시민불편은 거의 없다는 이유 때문이다. 여기에 택시기사들의 경우 대부분이 그날그날 번돈으로 생활을 꾸려가야 하는데다 파업을 한다고 해도 1만∼2만원의 임금인상을 위한 파업장기화는 절대 불가능하다고 판단,‘해볼테면 해봐라’는 식으로 팔짱만 끼고 있다. 시와 회사측은 또 IMF로 회사경영이 악화됐고 공공요금 인상억제라는 공동의 대의명분을 들어 택시노조의 요구를 묵살하고 있어 기사들을 허탈감에 빠지게 하고 있다. 이런 택시기사들에게 승객에 대한 무조건적인 친절서비스와 무리한 합승행위 금지 등은 이제 공허한 메아리로 들린다. 시민의 발과 눈과 귀가 돼야 할 택시기사들의 전면파업은 분명 이유있는 몸부림이자 생존권 싸움이다./부천=조정호기자(제2사회부) jhcho@kgib.co.kr

倫理觀

인천시 중구 인현동 호프집 화재참사 희생에 포함된 학교가 과시될 수는 없다. 오히려 학생지도가 잘못된 점을 부끄럽게 여겨야 할 이유가 있다. 화재로 희생된 15개 고등학교의 학생 대표들이 무슨 성명서 발표를 서두르는 것을 학교측이 만류한 것은 잘한 일이다. 교내에서 자유로운 의견 토론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연대해서 사회에 성명서를 내는 행위는 합당치 않다. 기성세대의 무책임을 지탄하려던 것으로 알고 있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기 때문에 경찰에 이어 검찰의 다각적인 재수사가 펼쳐지고 있다. 그러나 ‘호프집 출입을 탓하기 전에 갈만한 공간마련을 못해준 것이 기성세대의 책임’이라는 주장엔 동의할 수 없다. 청소년을 위한 공간부족은 상대적 인식의 차이다. 갈곳이 마땅한 데가 없어 하필이면 술집에 갔다는 투의 말은 있을 수가 없다. 아무리 미성년이라 해도 고등학생쯤 되면 그만한 판별능력의 지성은 갖춰야 한다고 믿는다. 그보다는 일시의 호기심에서 호프집에 들른 것이 어른들 잘못으로 집단 참사의 결과를 낸 것은 심히 유감이라고 말하는 것이 더 설득력이 있다. 더욱 바람직한 것은 술집에간 사실을 뉘우치고 다시는 그같은 주점출입이 없을 것을 다짐하면서 어른들의 잘못을 지적할 줄 아는 용기다. 그러나 이도 성명서 형식으로는 걸맞지 않다. 기성세대의 그같은 사고에 대한 사회방어가 미흡했던게 큰 잘못인 점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그로인해 고등학생들의 술집출입이 큰 목소리로 변하는 것이 용인될 수는 없다. 사회가 이에대해 해야할 말을 못하는 것은 어른다운 자세가 아니다. 꾸짖을 일은 마땅히 꾸짖을 줄 알아야 한다. 지극히 불행한 사고이지만 그렇다고 윤리적 가치관이 달라질 수는 없는 일이다./白山

일그러진 검찰像

우리는 요즘 검찰의 일그러진 모습을 본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언론대책문건이 문일현 기자의 단독 작성, 즉 해프닝으로 끝나간다. 태산명동에 서일필도 못된다. 검찰수사가 여권인사를 비껴가는등 여러가지로 미진한 것은 이미 세상이 다아는 일이므로 새삼 여기에 언급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이런 가운데 옷로비의혹사건 특검팀 수사는 당초의 검찰수사가 축소된 짜깁기였음이 드러나 세인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라스포사 정일순 사장이 신동아그룹 최순영 회장 부인 이형자씨에게 1억원의 옷값대납을 요구한 혐의를 밝혀낸 특검수사는 무혐의로 종결지은 검찰위상에 치명상이 되고 있다. 정일순씨의 구속이 강인덕 전 통일원장관 부인 배정숙, 김태정 전 법무부장관 부인 연정희씨 등에게 어떤 영향이 미칠 것인지는 더 두고 볼 일이나 당초의 검찰수사가 근본적으로 잘못된 것만은 부인될 수 없을 것같다. 언론대책문건의 무기력한 검찰수사, 옷로비의혹사건의 특검수사 반전이 검찰의 무능때문이라고는 절대로 믿지 않는다. 언론대책문건이나 옷로비의혹사건쯤 제대로 못밝혀낼 검찰이 아니다.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된 중립화가 보장되지 않음으로써 이리당하고 저리당하는 검찰 모습에 오히려 측은한 감마저 갖는다. 미국에서는 이미 실패한 것으로 낙인찍힌 특검제가 새삼 기대되는 것은 우리들은 미국처럼 검찰의 중립화가 보장되지 않은 탓이다. 어떤 큰 사건이 있을때마다 역대 청와대 고위층은 ‘한점 의혹없이 수사하라’고 말은 그랬다. 하지만 그 말을 곧이들을 사람이 얼마나 될 것인지는 경험상 의문이다. 사회공익을 대표하는 국가의 소추기관이 정권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것은 국민의 불행이다. 또 정권의 불행이기도 하다. 집권기간 검찰권의 프리미엄을 누리다가 그것이 부메랑이 된 예를 많이 보아왔다. 정권마다 법률해석, 그리고 수사방향의 도덕성을 다르게 강요하는 정치권력은 결국 또다른 검찰의 모습에 의해 그 자신도 재앙을 받곤 했다. 지금의 정권은 과연 이같은 전철에서 예외일 수 있겠는가 엄히 반성해야 한다. 우리는 기회있을 때마다 검찰중립화의 영단을 촉구해 왔다. 검찰중립화야말로 참다운 개혁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여자문제로 부모살해한 10代

참으로 끔찍스럽고 소름끼치는 일이다. 인간의 탈을 쓰고 이럴수가 있는지 이토록 황폐해진 우리사회의 윤리의식이 비탄스럽다. 고교 휴학생이 여자문제로 부모를 흉기로 무참하게 찔러 살해하고 동생도 중태에 빠뜨린 수원의 존속살인사건은 이성이 마비되고 나면 그 어떤 야수보다도 잔인할 수 있는게 바로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준 사건으로 인간심성 자체의 잔혹성에 전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5년 연상의 여자와 사귀는 것을 평소 꾸짖어온 부모가 잠든 한밤중에 흉기로 온몸을 50여곳이나 찔러 살해한 포악스럽고 잔인하기 이를데 없는 범행은 인간성을 상실한 인면수심의 극단적 상황이 어떠한 것인가를 보여준 것이기도 하다. 10대 범인은 경찰에서 ‘부모님이 없어져야만 누나(애인)와 살 수 있다는 생각에서 부모를 살해하게 됐다’고 뇌까렸다니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은 물론 부모와 가족의 목숨과도 바꿀 수 있다는 반인륜적 범행은 스스로가 사람이기를 포기한 자기 파멸적 행위라고 볼 수밖에 없다. 이는 오늘날 우리 사회에 번지고 있는 인명경시 풍조와 극단적인 이기주의의 사회병리 현상을 그대로 나타낸 것으로 범인의 패륜이 치가 떨리게 가증스럽기만 하다. 결국 그의 잔혹한 범죄는 한마디로 우리사회의 병리현상이 낳은 산물이라고 말할 수 있다. 사회적 병리의 근본을 치유해 나가지 않는한 패륜적 범죄는 사라지지 않는다. 우선 우리사회의 갖가지 모순을 줄여나가는 구조적 처방과 함께 올바른 가치관 정립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가정과 사회, 학교의 교육기능회복이 시급한 과제인 것이다. 이번 사건의 범인도 평소 동생보다 못한 학교성적에 열등감을 가져왔고 끝내 고교를 휴학해야 했으며, 부모로부터 매를 맞은뒤 자살을 기도하는 등 가정적 문제를 지니고 있었다. 요즘 핵가족제도가 보편적인 현상이 되어가고 있으나 핵가족화 현상은 노인문제와 함께 청소년의 정서에 문제를 야기한다. 제도적으로 가족의 해체를 막고, 교육을 통해 산업사회의 올바른 가치관을 심어주는데서부터 문제를 풀어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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