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직한 시금고 선정

연초부터 시·군금고 재계약을 놓고 의회, 해당 금융기간, 시민단체, 학자들까지 뜨거운 논쟁을 벌여왔다. 이런 가운데 도내 31개 시·군중 27개 지자체가 단일금고 수의계약방식으로 재계약을 마쳤고 나머지는 제한경쟁입찰방식으로 복수금고나 단일금고 선정을 결정키로 했다. 이에따라 제한경쟁입찰방식을 택한 시·군에서는 금고입찰제안서에 적정예금금리보다 월등히 높은 금리제시를 유도하거나 기부금·지원금을 경쟁적으로 많은 조건에 의해 시금고가 선정될 소지가 있다며 금융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IMF환란과 대우사태에서 우리는 금융기관의 고금리 제시에 의한 예금유치가 엄청나게 위험한 발상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 이때 일부 시·군의 고금리 및 과다한 기부금에 의한 금고유치경쟁은 시정돼야 할 것으로 여겨진다. 또한 일부 시·군이 검토중인 복수금고는 시세 수납 및 지출업무의 OCR처리가 필수적이고 이를 시금고가 직접 겸하고 있어 복수금고 도입시 일반회계 시금고 및 특별회계 시금고를 각각 운영함으로써 금고운영비용이 2배로 증가되는 단점이 내포돼 있다. 특히 단일금고에서 복수금고로 선정될때 엄청난 새로운 전산시스템개발비용이 소요됨은 물론 시금고에서 구청금고로의 이체나 빈번한 회계간 정산의 복잡성 등 많은 문제점이 지적돼 서울시에서도 금고운영자문위원회를 네차례나 개최한 결과 단일금고은행이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내린바 있다. 금고선정이 각 시·군이 처한 여건에 따라 그 장단점을 심사숙고한 결과라고 볼때 수의계약또는 경쟁입찰중 어느 것을 택하던 나무랄 일이 못되지만 복수금고도입이나 지나친 고금리, 기부금의 경쟁적 유도로 시금고가 선정돼서는 안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바람이다./안양=유창재기자(제2사회부) cjyou@kgib.co.kr

곰같은 사람

뭇짐승 가운데 왕인 사자가 곰과 원숭이, 토끼를 시종으로 삼았다. 그런데 차차 지내보니 곰은 미련하기 짝이 없고 원숭이는 너무 교활했다. 토끼는 살살 눈치만 보면서 잔 꾀를 부렸다. 그래서 사자는 무슨 구실이라도 만들어서 이 세 시종들을 모두 잡아 먹어 버려야겠다고 벼르고 있었다. 어느 날 사자 왕이 세 시종을 불러다 놓고 커다란 아가리를 쫙 벌리며 물었다. “내 입에서 무슨 냄새가 나느냐?” 곰은 비린내가 너무 고약하다고 솔직하게 대답했다. 사자왕은 대왕의 체면도 돌보지 않고 마구 말을 하니 죽어 마땅하다고 곰을 잡아 먹었다. 원숭이는 “냄새가 정말 향기롭다”고 말했다. 왕을 속이는 교활한 놈이라고 원숭이도 잡아 먹었다. 토끼는 이렇게 대답했다. “소인은 요새 감기에 걸려 코가 막혀서 냄새를 전혀 맡을 수가 없습니다. 며칠 후 감기가 물러가면 다시 맡아 보겠습니다” 사자왕은 하는 수 없이 토끼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밖으로 나온 토끼는 그 길로 깊은 산속을 향해 줄행랑을 쳐버렸다. 요즘 한국사회에는 정계와 재계 등 가릴 것 없이 실권자 앞에서 사실대로 말하는 곰 같은 사람이 적다. 원숭이 같이 아부하는 부류들이 더 많고, 토끼처럼 살아남을 궁리만 하려고 잔꾀를 부린다. 토끼처럼 임기응변에 능한 자는 판단을 흐리게 한다. ‘그 일은 틀렸다고 생각합니다. 내 의견은 이렇습니다’라고 곧이 곧대로 말하지 않는다. 금방 죽임을 당하더라도 사자 입에서 냄새가 지독히 난다고 직언하는 곰같은 사람이 필요한 시대이다. /淸河

수도권정책 바꿀때 됐다

정부의 수도권정책이 줏대없이 계속 오락가락하고 있어 국정의 신뢰성이 떨어지고 있다. 얼마전 산자부와 건교부가 입법예고까지 했던 공업배치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시행령 개정안을 놓고 비(非)수도권 지자체의 눈치를 보며 미적거리더니 이번엔 국무조정실이 흔들리고 있다. 국무조정실은 최근 차관회의에서 지난 4월 입법예고한 수도권 자연보전권역내 외국자본의 대규모 관광지 조성을 허용하는 수도권정비계획법 시행령개정안을 역시 비수도권 지자체의 반대로 수정키로 했다. 경기도의 외자유치사업이 무산될 처지인 것이다. 국가차원에서 주요 핵심정책으로 추진된 외자유치 및 규제완화 시책이 지역이기주의에 사로잡힌 지자체의 억지때문에 국정이 흔들리는 것은 국가발전을 위해 크게 우려할 일이다. 이러고도 앞으로 어떻게 주요 정책들을 추진할 수 있는지 정부의 국정수행능력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건교부가 입법예고한 개정안은 작년 경기도를 방문한 김대중대통령의 확약으로 마련된 것으로 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한 각종 규제완화시책에 따른 것이었다. 그런데도 국무조정실이 지역간 균형개발과 외자유치의 시급성이 사라졌다는 이유로 주요정책을 뒤집는 것은 국정의 불신을 자초하는 일이다. 사실 그동안 경기 인천은 각종 수도권관련법에 묶여 주민들이 생활불편은 물론 경제활동에 많은 지장을 받아왔다. 특히 자연보전권역내 관광지조성 허용규모를 제한함으로써 경기도가 IMF이후 주력해온 외자유치가 순조롭지 못했다. 이런 터에 건교부가 관계법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것은 이제까지 수도권에 대한 규제가 결국 국제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걸림돌임을 깨닫고 이를 개선하려는 노력으로 이해하고 환영했었다. 그럼에도 강원도의 반대로 1개의 특정 외국기업을 제외한 모든 사업을 불허하려는 것은 형평성 논란과 함께 국제신인도를 크게 떨어뜨리는 일이다. 두말할 것도 없이 수도권에만 적용되는 각종 규제는 이제 경쟁력제고와 국익차원에서 대폭 풀어야 마땅하다. 그럼에도 비수도권 지자체가 규제완화를 반대하는 것은 근시안적 이기주의의 아집일 따름이다. 정부는 이제 세계화·지방화가 가일층 성숙되는 시대여건에 맞게 규제일변도의 수도권정책을 보다 개방적이고 합리적으로 전환해야할 것이다.

소음·진동규제법 개정안-김인영 의원등 발의

국민의 기본권에 속하는 행복추구권은 지역등 여건에 따라 가변성이 용인되는 것이 아니다. 지역은 물론이고 어떤 사회적 환경조건에서도 다같이 균점돼야 한다. 만약 법률이 이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헌법 합치여부의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환경공해 분야인 소음은 시민생활의 쾌적성을 크게 저해한다. 이때문에 관련 법률은 기준치를 초과하는 각종 소음에 상응한 규제를 가하고 있다. 소음발생 요인을 원천적으로 줄이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불가피한 경우에는 배상의 의무까지 지운다. 산업문명의 발달이 유발한 소음공해는 정보화시대 들어서도 여전히 삶의 질을 위협하고 있다. 항공기소음 역시 예외가 아니다. 항공기소음이야 말로 그 진동의 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런데도 이에관한 규제가 없다가 ‘소음·진동규제법’이 뒤늦게나마 제정된 것이 민간항공기만 대상으로 한것은 사려가 깊지 못했다. 군용항공기의 소음 및 진동은 민항기와는 비할바가 없을만큼 더욱 막심한데도 인근주민들은 그같은 폐해속에 무방비상태로 노출돼 왔다. 법률의 이런 허점을 보완하기 위한 ‘소음·진동규제법’개정법률안이 김인영 의원을 비롯한 여·야의원 29명에 의해 국회에 발의돼 기대되는바가 크다. ‘군용비행장주변지역은 군용기의 비행 및 이착륙시의 소음과 진동으로 피해가 막심하므로 이의 피해방지와 쾌적한 생활환경보호를 위해 항공기 소음규제 대상에 군용비행장을 포함한다’는 제안이유는 지극히 타당하다. 개정안은 이에 따라 항공기소음방지를 위한 필요조치로 ‘군용비행장을 포함한 정기국제노선이 개설된 공항으로 한다’는 규정을 모 법에 반영해 놓고 있다. 또 항공기 소음의 규제대상 공항을 정하는 협의조항을 신설했다. 군용비행장은 막중한 국가안보의 작전을 맡아 수행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비(非) 비상시에 이착륙항로권에 드는 특정지역의 국민들 고통만을 더이상 담보로 삼는 것은 형평에 어긋나 재고돼야 한다. 이는 지역에 구애됨이 없이 모든 국민이 다같이 향유하는 행복추구권의 기본권보장에 위배된다. 불가피한 소음공해에는 민항과 마찬가지로 국가가 마땅히 응분의 피해보상을 해줄 의무가 있다. 수원의 서부지역과 남부지역 일부는 군용비행장의 항로에 속해 많은 시민들이 체험하지 않고는 말못할 엄청난 소음 및 진동에 시달리고 있다. 비단 수원만이 아니다. ‘소음·진동규제법’개정의 필요성은 상당한 지역이 겪고 있는 거의 전국적인 현상이다.

논픽션

한국 고대소설의 대표적 작품인 ‘춘향전’은 주인공 이몽룡과 여주인공 춘향의 연애 이야기를 중심으로 하여 당시의 사회적 특권 계급의 횡포와 이속(吏屬) 및 농민들의 생태와 감정을 묘사한 작품이다. 특히 변학도의 관권에 대한 천민의 항거와 자의식의 발로를 높이 평가하며 춘향의 정절을 당시 부도(婦道)의 거울로서 찬양하는 내용인데 작자 및 시대는 미상으로 알려져 왔다. 그런데 ‘춘향전’의 주인공 이몽룡이 실제인물이라는 고서가 나와 흥미를 더해 준다. 창녕 성씨 가문에서 대대로 전해 내려왔다는 ‘교와문고’에 따르면 조선 광해군 때 남원 부사였던 성안의의 아들 성이성이 이몽룡의 실제모델이라는 것이다. 성이성의 4대 후손 성섭이 쓴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교와문고’에 암행어사였던 성이성의 행적을 소개하는 부분중에서 “우리 고조 은교공(성이성)이 일처에 이르렀을 때…걸인의 행색을 하고, 자리에 앉기를 청하니 대취한 관리들이…금중미주는 천인혈이요 옥반가효는 만성고라”는 구절이 나온다. 바로 ‘춘향전’의 하이라이트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교와문고’에는 또 암행어사 성이성이 두번째로 남원을 찾아갔을 때 혼자 소년시절의 추억에 잠겨 눈 내리는 광한루에서 밤잠을 이루지 못했다는 대목이 나온다. 당시 양반 가문에서는 기생과의 스캔들을 큰 창피로 여겨 소년시절 성이성의 ‘불장난’을 몹시 부끄럽게 생각했으며 이에따라 ‘춘향전’의 주인공도 성몽룡이 아닌 이몽룡이 됐을 것이라는 추정이다. 광해군 때 허균이 지은 ‘홍길동전’의 주인공 홍길동이 실존인물이라고 알려진 터에 이몽룡도 실제인물이 사실이라면 ‘춘향전’과 ‘홍길동전’은 대단히 중요한 논픽션으로 재평가 돼야 한다.

지자체 장묘문화 개혁 시각

화장보다는 매장을 선호하는 구태의연한 장묘문화로 인하여 아름다운 우리의 국토가 점차 줄어들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은 오래전부터 있어 재론의 여지가 없다. 정부에서 심지어 보조금까지 주면서 납골당을 만드는 운동을 장려하고 있으며, 종교계를 비롯한 일부 사회지도급 인사들은 사전유언으로 화장을 한 다음 납골당에 보관하는 것을 사회적으로 약속하여 납골묘 장려운동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지자체에서 이런 장묘문화 개혁운동에 역행하는 정책을 집행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포천군은 납골묘지를 유치하려는 주민들의 요구에 외면하고 있어 과연 지자체가 장묘문화 개선운동의 시대적 흐름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지 의문시되고 있다. 님비(NIMBY) 사고(思考)에 의해 납골당과 같은 일종의 협오시설을 유치하기보다는 각종 혜택을 준다고 해도 오히려 유치 반대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상황에서 주민들의 95%이상이 유치를 찬성하고 있다면 이는 지자체가 권장할 사항이 아닌가. 모든 지자체가 이런 것은 아니다. 최근 안양시는 오는 2001년까지 4천1백위를 안치할 수 있는 공설납골당을 설치할 방침으로 각종 장묘문화 개혁운동을 전개하고 있어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안양시 소속 공무원 970여명이 ‘화장 공동 유언장’에 서명하였으며, 일반시민들도 2천여명이 서명하였을 뿐만 아니라 시 청사내에 지난달 29일 가족 납골묘 2기를 설치하여 화제가 되고 있다. 안양시의 장묘문화 개혁운동은 다른 지자체의 모범적 사례로써 부각되고 있다. 양평군도 최근 용도지역 변경을 통하여 대규묘 납골묘지 조성허가를 해 주었다. 포천군과 유사한 상황인데도 양평군은 긍정적으로, 포천군은 부정적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지자체는 지역의 장기적인 발전 차원에서 매장으로 인하여 점차 줄어드는 토지를 계획적으로 이용하기 위한 정책을 장려해야 할 것이다. 단순한 탁상행정이나 또는 규정에 얽매이기보다는 시대적 흐름에 적응하는 유연한 행정, 개혁적 행정이 필요한 것이다.

역사유물 파버리는 無知

인천 문학산 일대의 역사유적과 중요 유물들의 보존이 위기직면에 놓여 있다는 보도가 우리를 안타깝게 한다. 인천시가 문학산을 답사한 향토사학자들로부터 백제우물터와 함께 그 주변에서 선사시대 유물이 다량 발견됐다는 신고를 받고도 수년간 이에 대한 고증작업을 벌이지 않고 방치하고 있어 보존되어야 할 우리민족의 유적 유물이 인멸될 처지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문학산은 선사시대부터 조선조에 이르기까지 각종 유적 유물이 다량 발견되고 있는 역사유적의 보고인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조선조 안정복(1712∼1791)은 ‘동사강목’에서 문학산 성내에 비류정(沸流井)이라는 우물이 있다고 했고, 김정호(1800∼1864) 역시 대동지지에서 ‘비류정’의 존재를 기록했다. 향토사학자들은 이에따라 수년전 답사를 통해 백제정이라고 불리는 우물을 찾아냈으며, 지난 93년 미추홀문화연구회는 백제우물터 주변 지표조사에서 선사시대의 빗살무늬토기와 그물추, 그리고 삼국·고려시대 추정의 도자기파편 수십점을 발견 인천시에 보고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시측은 문화재위원 등이 1∼2차례 현장답사만 했을뿐 고증작업을 하지않았고, 백제우물터를 도로부지로 편입했다가 향토사학자들의 반발로 취소하는 소동까지 벌였다. 우리민족의 유적 유물을 발굴 보존해야할 행정기관이 향토사학자와 학계가 발굴한 유적을 고증도 하지않고 깔아 뭉개려한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인천시의 역사유적에 대한 무지와 무식견이 한심스럽기만 한 것이다. 시측의 무지로 인한 유물수난은 이것뿐이 아니다. 지난 봄엔 문학터널공사를 하면서 학산서원터의 표지석과 다량의 유물들을 흙과 함께 버렸고, 문학운동장 공사때도 삼국·조선시대의 각종 유물들이 버려지는 것을 보다못한 향토사학자와 경기문화재단 학예사들이 10여점을 수거하기도 했다. 문화재와 역사유물은 조상의 숨결을 만나고 역사의 향기를 체험할 수 있는 민족문화의 자랑스런 유산이다. 이 소중한 국가의 문화적 자산이며 사료가치가 큰 유물이 무분별한 개발에 밀려 인멸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시 당국은 유물발견지역에 대한 지표조사와 함께 발굴된 유물은 고증을 거쳐 보존관리에 철저해야 함은 물론 그 지역이 개발논리로 마구 파헤쳐지는것도 중지해야 할 것이다.

세비인상보다 정치개혁을

국회의원들이 국민과 약속한 정치개혁은 하지 않고 국민의 혈세를 축내는 세비나 인상하려고 획책하고 있어 이에 대한 국민들의 비난이 대단하다. 아직도 많은 국민들이 IMF로 인한 구조조정으로 일자리를 잃어 길거리를 헤매고 있는 등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는데, 세비를 14%인상하고 또한 살림이 어렵다고 가계지원비까지 신설하는 국회의원들의 무신경(無神經), 무체면(無體面)에 국민들은 그저 아연실색일 뿐이다. 국회 정치개혁특위는 선거법 등 정치관계법을 개혁차원에서 개정하겠다고 공언하였으나, 이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고 지난 달 말 특위자체를 해체했다. 중요 쟁점인 선거구제는 각 정당 자체가 합의된 당내 의견을 분명하게 제시하지 못한 채 여야는 물론 당내에서도 이견이 분분하다. 지구당 폐지도 여야간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는 상황이며, 정경유착을 근절하기 위하여 법인세 1%를 정치자금으로 선관위에 의무 기탁하는 문제 역시 합의되지 못한 상황이다. 지난달 중순 여야 총무는 특위활동시한인 11월30일까지 정치개혁에 대한 입법을 여야간의 합의에 의하여 마무리하겠다고 하였으나 이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여야당은 국회의원 정수를 299명에서 270명으로 줄이겠다고 지금까지 일관되게 약속한 사항임에도 불구하고 최근 현행 국회의원 정수를 그대로 유지할 움직임을 나타내고 있다. 야당인 한나라당은 선거법 개정에서 현행 의원정수를 그대로 유지하는 개정안을 제출하였으며, 여당도 굳이 의원수를 줄일 필요가 있느냐는 견해에 묵시적으로 동의하고 있다. 이는 국민에 대한 약속 위반이다. 정치에 대한 불신이 극도에 달한 지금의 상황에서 의원들 스스로 기득권이나 유지하려고 한다면 정치개혁은 안된다. 개혁을 하겠다는 의원들이 개혁은 하지 않고 밥 그릇이나 챙기려고 세비인상이나 추진한다면 이를 국민들은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국회의원들은 세비인상을 즉각 철회하고 예산심의 등 민생현안은 물론 정치개혁을 조속히 추진하여 신뢰받는 국회상을 정립하기 바란다.

교원정년 환원론

최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장으로 당선된 김학준 신임 교총회장이 본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교원정년 환원’을 반드시 실현하겠다고 거듭 공언했다. 정계와 교육계 등 요직을 두루 역임했고 현재는 시립인천대학교 총장인 김 회장이 차지하는 사회적 비중도 그렇지만 전체교원 40여만명중 27만6천여명이 가입된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의 영향력을 생각할 때 교원정년 환원론은 교육계는 물론 국민적인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65세에서 62세로 단축된 교원정년의 환원주장은 김학준 교총회장 뿐만이 아니라 교총회장 선거에 출마한 모든 후보들의 공약사항이어서 앞으로의 귀추가 더욱 주목된다. 그만큼 시급한 현안이기 때문이다. 교직사회의 구조조정이라는 명분하에서 단행된 교원정년 단축은 사실 교권을 크게 흔들었고 교원 당사자는 물론 수많은 가족들의 사기를 저하시켰다. 교원정년 단축은 격렬한 찬·반 논쟁이 있었지만 3만여명의 교원들이 교단을 떠나는 아픔을 겪었다. 그러나 지금은 교원들이 부족해 교사자격증 소지자를 기간제교사로 채용하고 있는 실정이어서 교육정책이 정치적인 논리에 따라 즉흥적으로 이뤄졌다는 따가운 비판을 받고 있다. 경기도의 경우 2000학년도 초등교사가 1천여명 이상이나 부족한 현실이 그 실례중 하나이다. 교권확립차원에서 교원연금을 공무원연금에서 분리하고, 재원이 뒷받침되지 않는 교육자치 거론은 탁상공론에 지나지 않는다는 등 현 정부의 교육정책을 정면으로 반대, 비판하고 나선 김학준 교총회장의 주장을 우리는 전체 한국교원의 목소리로 생각하고자 한다. 다만 우려하는 것은 교원정년 단축을 찬성하고 희망하는 많은 학부모들과 교육대학생들의 반발 등 이견 차이를 어떻게 좁히느냐 하는 문제이다. 학생과 학부모가 없는 학교와 교원은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 국가의 백년대계인 교육일선에 있는 교원은 직장인이라는 단순한 차원을 초월한 그 어떤 사명감이 있어야 한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의 활동을 특히 주시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외근형사에게 절실한 것

전국이 새마을운동으로 한창 달아 올랐던 70년대엔 웬만한 건물 외벽에는 큼지막한 고딕체로 써놓은‘체력은 국력’이라는 구호를 쉽게 볼 수 있었다. 이 말은 국민의 건강한 체력이 뒷받침 돼야 산업 경제 수출 등 당대가 추구하는 선진국으로 향하는 밑거름이 될 수 있다는 자극을 불어넣기 위해 누군가 머리를 짜낸 것으로 생각된다. 흔히들 경찰의 꽃으로 외근 형사를 꼽는다. 이는 화려해서가 아니라 국민생활과 직결되는 각종 범죄의 범법자들을 색출하고 검거하는데 최일선에서 사방팔방으로 고된 몸을 움직이는 그들을 지칭해 붙여진 것이다. 이런 꽃들이 격무와 피로에 누적돼 안스러울 정도로 지쳐 있다. 경찰은 88올림픽 성료후 80년대말부터 매주 수요일 일정시간을 체력단련의 날로 지정, 외근형사는 물론 전부서 직원들이 개인별 특기종목이나 기타 운동을 통해 체력을 보강하도록 했었다. 그러나 경찰관들의 체력향상을 도모하기 위해 시행됐던 체력단련의 날이 처음 몇년은 그런대로 지켜졌지만 언제부턴가 감쪽같이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얼마전 화성경찰서 외근형사로 맹활약하다 파출소로 근무지를 옮긴 30대 경찰관이 최근 갑자기 병원에 입원했다. 진찰결과 뚜렷한 병명이 나오지 않았다. 수년간 외근형사로 활동하면서 쌓였던 피로가 환경변화로 다소 긴장이 풀리면서 나타난 증세가 틀림이 없다고 동료들은 이구동성으로 지적한다. 노동과 운동은 엄연한 차이가 있다. 격무와 피로에 지친 이들에게 지금 절실히 필요한 것은 그들 자신의 체력을 적절하게 유지토록 하는 시간적인 배려일 것이다. /화성=조윤장기자(제2사회부) yjcho@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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