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난과 공무원보수 현실화

공무원 기본급이 내년에 개인별 업무성과에 따라 최고 39%나 인상되는 것은 파격적이다. 경기도가 정부지침에 따라 마련한 내년도 공무원 인건비 내역을 보면 공직사회의 현실인식과 고통분담 노력이 미흡하지 않나 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정부는 공무원보수 현실화를 위해 내년에 처우개선비 명목으로 기본급의 6.7%를 지급키로 하는 한편 ‘성과상여금’도 직급별로 3종류로 나눠 월 보수액의 50∼200%를 지급키로 했다는 것이다. 이에따라 경기도 본청의 경우 전체 직원 5천643명의 기본급 총액이 올해보다 82억5천760만원 늘어난 292억3천307만원으로 책정돼 내년부터 기본급이 개인별 직무성과에 따라 최고 39%까지 인상되는 셈이다. 더군다나 이번에 새로 별도 예산으로 편성해 지급하는 인센티브 상여금과 가족·자녀학비, 모범업무자 격려금 등 각종 신설 수당을 포함하면 실제로 봉급이 최고 39% 이상 늘어나는 공무원은 상당수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이같은 각종 수당 신설 지급은 2004년까지 공무원 봉급을 중견 민간기업 수준으로 개선하기 위한 보수 현실화 조치에 따른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제2 경제위기설이 나도는 가운데 대부분의 국민들이 IMF사태 때와 같은 고통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공무원 봉급만을 이처럼 대폭 인상하는 것에 대해 국민과 IMF 희생자들에게 어떻게 설명하고 설득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물론 IMF사태 이후 기본급 삭감과 공무원 연금법 개정에 따른 부담 가중 등으로 불만이 누적된 점을 감안할 때 기본급 인상과 각종 수당 신설로 사기를 진작하고 분위기를 쇄신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에 반대하려는 것은 결코 아니다. 다만 현실적으로 어느 선이 적정한가 하는 ‘정도’의 문제다. 아무리 저하된 사기진작을 위해서라도 한꺼번에 봉급을 대폭 인상하는 것은 여러가지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예컨대 공무원 봉급인상이 민간임금의 가이드라인이 되어 연초 민간기업근로자들의 대폭 인상을 유도하고 공공요금 등 물가인상을 부추기는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소지가 많다. 따라서 공무원 봉급인상은 민간기업 근로자들의 임금이 경제성장률과 물가동향 등 여러 여건을 감안해 결정되듯이 이에 기초해서 결정해야 할 것이다. 공무원 보수 현실화는 아무리 급해도 단계적 점진적으로 추진함으로써 민간기업에 표상이 되어야 한다.

농민

물론 살기 위해 먹는 것이지만 먹기 위해 산다는 말이 있듯이 옛날이나 지금이나 사람은 먹고 사는 것이 제일 큰 문제다. 어찌 사람뿐인가. 목숨이 있는 동물들은 먹이를 구하는 일이 가장 큰 중대사다. 그래서 옛날부터 백성들은 먹는 것을 ‘하늘’로 어겼으며 국가는 양식을 중시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역대의 민란이 거의 민생고, 즉 먹는 문제때문에 일어났다. 제왕들은 어떻게 하면 백성을 잘 먹일 수 있느냐를 국정의 가장 큰 일로 여겨 제왕이 처리해야 할 여덟가지 중요한 나랏일을 두었고 먹이는 문제, 곧 식(食)을 으뜸으로 꼽았다. ‘삼국사기’에 의하면 우리나라가 최초로 벼 농사를 짓게 된 것은 백제 2대왕 다루왕(多婁王) 6년(33년)이다. 이때부터 줄곧 중농정책을 실시해 왔다. 수로를 내는가하면 제방을 쌓아 저수지를 만들었으며 백성을 부리되 농사철은 피했다. 수시로 농사의 중요성을 일깨웠고 왕이 직접 모범을 보이기 위해 쟁기를 잡았다. 추수때에는 친히 임하기도 했다. 풍년을 기원하였고 비가 오지 않으면 기우제를 지냈다. 심지어 씨앗을 바치고 보관하는 데에도 장중한 의식을 행하였다. 농사에 대한 경건한 마음은 종교를 능가했을 정도였다. 그런데 지금은 중농(重農)은 커녕 경농(輕農)이 되었다. 아니 천농(賤農)으로 바뀌었다. 농민들이 농촌을 떠나며 폐농을 선언할 정도이니 우리나라의 농정(農政)이 농업을 얼마나 천시하는가를 알 수 있다. 실례로 경기도가 내년도 농촌지원 및 관련사업 예산을 올해보다 516억3천여만원이나 대폭 삭감한 것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심’을 외면한 행정의 본보기라고 하겠다. “나라는 백성으로 근본을 삼고, 백성은 먹는 것으로 하늘을 삼는 법이다. 농사라는 것은 옷과 먹는 것의 근원으로서 제왕의 정치에서 먼저 힘써야 할 부분이다.” 세종대왕이 남긴 말씀을 오늘날의 정치가나 장관들이 몇명이나 알고 있는지 궁금하다. /淸河

시화호 개발계획 통일해야

지난 1994년 시흥시 오이도∼안산시 대부도를 잇는 길이 12.6㎞의 방조제가 만들어지면서 생긴 인공담수호인 ‘시화호’는 호수면적만 1천700만평에 달하고 주변 간척지까지 합치면 5천만여평에 이르지만 그동안 우리나라 간척사업의 대표적인 실패작으로 꼽혀온 ‘죽음의 호수’였다. 그러나 수많은 환경·시민단체들의 끊임없는 노력으로 ‘죽음의 호수’가 ‘생명의 호수’로 거의 기적적으로 되살아나자 시화호 일대 개발을 놓고 중앙정부와 해당 자치단체 및 시민단체와 중앙정부가 갈등을 빚고 있어 또 다른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먼저 해당자치단체인 안산시·화성군·시흥시가 서로 다른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안산시는 세계적으로 보존가치가 높은 공룡알 화석과 발자국이 발견된만큼 시화호 일대를 환경교육의 장으로 활용하자고 주장하면서 관광모노레일과 해양스포츠센터 등을 갖춘 테마파크 조성을 내세우고 있다. 화성군은 공룡알과 발자국 화석이 발견된 송산면 무인도 5개섬 등을 문화재보호구역으로 지정하고 자연사박물관을 건립하는 동시에 농지확대와 식량자급을 위한 농경지 조성을 요구하고 있으며 시흥시는 환경시설유치에 반대하며 산업용지개발을 최소화하고 시화 배후 주거도시의 생활환경개선을 위한 녹지공간과 휴식·휴양공간 확보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건설부는 363만평 규모의 산업단지조성과 1천815만평에 이르는 도시건설을 계획하고 있고 농림부는 1천9만평에 달하는 농경지를 조성하는 한편 인근 대부도와 연계한 관광과 농업을 결합시키는 사업을 구상중이다. 또 해양수산부는 시화호일대의 조수간만차가 큰 점을 활용한 조력발전소와 항만 건설을 통한 국가기간산업 확충에 나설 계획을 추진하고 있고 환경부는 수도권 일대의 폐기물처리를 위해 시화호 북쪽 간석지 일대에 환경부 지정 폐기물처리장 등 환경시설을 입주시킬 계획을 지난 5년전부터 세웠다고 한다. 시화호가 죽어간다고 비난이 드높을 때는 모두 네 탓이라고 발뺌하던 과거지사를 생각하면 어처구니가 없지만 시화호 일대 개발을 둘러싸고 이같이 서로 다른 입장을 주장하는 것은 불필요한 소모전이다. 우선 시화호 개발의 정확한 개념정립과 함께 공청회를 통한 여론수렴부터 실시해야 할 것이다. 특히 시화호 개발을 둘러싼 자치단체와 중앙정부간의 계획에서 중앙정부의 계획은 철회돼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화성군과 시흥시, 안산시가 절묘하게 협력하여 통일된 시화호 개발 청사진이 완벽하게 나오기를 기대한다.

난개발 지역의 農地잠식

난개발 지역일수록 농지전용허가가 남발되고 있는 현상은 범상히 보아넘길 일이 아니다. 경기도에 따르면 난개발이 극성을 부린 작년부터 올 6월말까지 도내 31개 시·군에서 승인한 농지전용허가 면적은 2만6천737건에 4천725㏊나 됐다. 이 중 난개발의 대명사로 알려졌던 용인시가 409㏊(1천981건)로 가장 많았고 고양시 152㏊(1천195건) 평택시 137㏊(1천102건) 등 난개발 지역의 농지전용허가 면적과 건수가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식량의 안정적 확보를 위해 지자체 스스로가 농업기반을 확충해야 함에도 보전은 커녕 농지전용허가 남발로 농지허물기에 앞장서고 난개발까지 부추기고 있으니 한심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더군다나 지자체의 이같은 농지전용 완화정책에 편승 농지불법훼손사례가 크게 늘고 있는 것 또한 큰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용인시의 경우 농지불법전용사례가 지난해 83건 14㏊에서 올들어 6월까지 185건 41㏊로 늘었고 고양시도 194건에 16㏊나 됐다. 평균 1∼6건(0.02㏊∼4.89㏊)에 불과한 부천·안양·의정부시보다 불법전용 사례가 빈발하고 있는 것이다. 농지보전정책과 어긋나는 지자체의 전용허가가 남발되니까 지주나 투기꾼들이 인근 농지를 중장비로 뭉개버리거나 토사·잡석으로 매립, 형질을 변경시키는 불법행위가 늘고 있는 것이다. 농경지의 형질변경을 법으로 규제하고 있는 것은 논밭의 훼손을 방지 보전하고 그 이용도를 높여 농업생산력을 증진하기 위한 것이다. 농촌은 우리의 뿌리이기 때문에 때에 따라 농지가 공공용 목적으로 전용이 불가피하더라도 관계당국의 동의나 승인을 받는 엄격한 절차에 의해 이루어져야만 한다. 그렇지 않아도 경기도 농촌지역은 다른 지역과 달리 급속한 도시화로 해마다 농지가 크게 잠식당하고 있어 식량증산을 위한 미개간지 개발이 절실한 상태다. 때문에 지자체는 식량생산기반을 보전하고 난개발 방지차원에서도 농지의 무분별한 전용허가를 자제해야 한다. 한발 더 나아가 농지를 투기대상으로 삼아 부가가치를 노리고 고의적으로 훼손해 결과적으로 난개발을 부채질 하는 행위도 강력하게 단속해야 하며 처벌 또한 단호해야 한다. 불법훼손된 농지는 반드시 원상회복시켜야 함은 물론 재산형을 우습게 여기는 범법자는 체형으로 처벌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표준어 실종

서울역 건너편의 효자동행 전차 기점, 전차 꼭대기의 전선 도르레가 불꽃을 반짝거리며 막 떠나가는 야경. 마포나루에서 바라보는 여의도 비행장이 잠자듯 불빛만 가물거려 조용하기만했던 한강 수중 섬, 지금은 아파트도시가 된 강남의 말죽거리며 영동이 허허벌판이었던 그 시대의 서울이 진짜 정감넘친 서울이었다. 공룡처럼 거대해진 지금의 서울은 괴물도시이지 정감어린 서울이 아니다. 이처럼 서울의 본색이 퇴색되면서 그 순수성을 상실한지 벌써 오래다. 연대로 치면 1950년대까지의 서울이 진짜 서울이다. 팔도사람이 모인 짬뽕서울이 되면서 사방팔방으로 비대해진 지금의 서울은 언어의 혼돈을 가져왔다. ‘현대 중류사회에서 쓰는 말을 표준어’로 보는 설정기준이 종잡을 수 없게 됐다. 현대사회의 서울 중류층 말은 한두가지가 아니고 가지각색이다. 각 지방 사투리가 저마다 판을 치는 가운데 다방같은데선 정권따라 특정지역 사투리가 위세를 떨치고 행세하는 이상한 서울이 됐다. 원래의 서울말은 찾아볼래야 찾아보기가 어렵게 돼버렸다. 그 옛날, 시골에서 출발한 서울행 기차가 노량진이 가까워지면 시골사람들이 서울말을 따라 흉내내던게 유치한 것이었지만 그래도 그땐 서울말이란 것이 있었다. 물론 다원화, 다양화, 다중화 사회구조의 추세에서 서울 고유의 말을 지키기란 어렵다. 그러나 지방사투리에 표준어가 잠식당해 실종돼가는 것은 심각한 현상이다. 가뜩이나 사회가 거칠어진 탓인지 말조차 거칠어져 가고 있는 실정이다. 표준어에 대한 학문적, 사회적 개념의 재정립이 있어야 할 시기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白山

국정쇄신은 초심으로부터

최근 국민의 최대 관심은 대통령이 어떤 방식에 의하여 국정쇄신을 할 것인가에 집중되고 있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지난 주말 민주당 최고위원들을 만나 광범위한 국정쇄신 방안을 수렴하였으며, 어제도 총재특보단을 만나 민심의 동향을 파악하였으며, 그외에도 여러 가지 경로를 통하여 국정쇄신 방안을 논의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런 여론 수렴 과정을 거쳐 대통령이 내주 초 노벨 평화상 수상식에 참석한 후 귀국하여 국정쇄신 방안과 당정개편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끝없이 하락하는 주가, 치솟는 기름 값과 각종 물가, 매일 오르는 환율, 각종 이익집단의 무질서한 시위, 거리로 쏟아져 나오는 실업자, 취업을 못해 졸업이 무서운 대학 4학년생들, 늘어만 가는 노숙자, 터졌다 하면 수백억원씩 하는 금융사고 등등 어두운 이야기뿐인데도 국정을 책임진 대통령이나 여당은 이에 대한 뚜렷한 해답을 내놓지 못하여 국민들은 더욱 답답하다. 무엇보다도 국정쇄신을 위해서는 대통령은 물론 여당이 집권시 가졌던 초심으로 돌아가 철저한 자기 개혁을 통해 과감한 새로운 국정의 틀을 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2년10개월전 IMF체제로 인하여 벼랑끝에 놓인 국가를 구하기 위하여 혼신의 노력의 기울였던 초심을 다시 되새기면서 국정 시스템을 새로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하여 광범위한 여론을 수렴하여야 되며, 대통령과 여당은 적극 수용하는 자세가 요구된다. 국정쇄신은 광범위한 여론 수렴 작업을 필요로 하지만 그러나 더 이상 늦추면 실효가 없을 수 있기 때문에 조속히 단행해야 된다. 특히 최근 관료들은 복지부동으로 눈치만 보며 무사안일에 빠져있어 조속한 당정개편이 요구된다. 연말연시에 수많은 현안이 산적해 있음에도 공무원들이 사실상 일을 하지 않고 개각에만 관심을 나타내고 있으니 조속한 개각이 있어야 된다. 또한 이제라도 미진한 수사가 진행된 각종 금융사고는 철저하게 파헤치고 관련자들을 엄벌해 국민과 야당에게 한 약속을 지키며, 국회의원 숫자만 탓하지 말고 야당과 진정한 국정 파트너가 되어 상생의 정치를 펴야된다. 대통령이 당적 이탈을 해서라도 거국내각을 구성, 도덕성과 능력을 겸비한 인재를 고루 등용하여 국민들이 신뢰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지역과 정파를 초월한 거국내각 구성은 초심으로부터의 출발을 의미한다.

선출직, 장·차관 보수 동결해야

개혁의 일환인 구조조정은 희생이 수반된다. 기득권을 빼앗기고 기존의 밥그릇을 줄이거나 내놔야 한다. 개혁의 당위성은 대체적으로 인정하면서도 그 과정이라 할 구조조정이 지지부진한 이유가 이런 어려움에 있다. 남의 희생은 당연시하면서 나의 희생은 금기시한다. 권력층이 특히 이러하다. 내년에 공무원 보수가 6.7% 오르고 국회의원 세비가 13.4% 오른다. 우리는 지금의 국가사회개혁 싯점에서 선출직 공무원의 보수인상은 부당하다는 생각을 갖는다. 선출직 공무원은 대통령을 비롯, 광역 및 기초단체장과 국회의원 및 지방의원을 말한다. 지방의원은 수당이 이에 해당된다. 아울러 선출직은 아니나 직업공무원이라 할수 없는 정부의 총리, 장·차관급 보수 역시 동결돼야 한다. 공무원 보수인상은 직업공무원에 국한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모든 분야의 국민은 개혁 및 구조조정 차원에서 기득권을 내놓고 있다. 이런 실정에서 개혁을 주도하는 대통령이나 총리, 장·차관등이 공무원 보수인상에 편승, 개인의 이익을 챙기려는 것은 용인될 수 없다. 광역 및 기초단체장들은 자치단체 인력감원을 추진한다. 지방의원은 이를 추인하며, 국회의원은 개혁입법을 추진한다. 개혁과 구조조정으로 남의 밥그릇을 빼앗는 선출직 및 장·차관들이 자신들 보수인상을 당연시 하는 것은 권력의 집단이기다. 개혁에 앞장서야 할 핵심세력부터 집단이기를 서슴치 않는다면 누가 승복할 것인가를 생각해봐야 한다. 사회에 팽대한 개혁의 냉소가 바로 이같은 권력형 집단이기에 연유함을 깊이 성찰할 필요가 있다. 결코 직업공무원이라 할수 없는 대통령, 장·차관, 각급 단체장, 국회의원, 지방의원의 보수인상 편승은 개혁의지의 도덕성을 의심하기에 충분하다. 우리가 판단하기로는 보수의 동결로도 미흡하다. 오히려 깎아 보이는 것이 국민사회정서에 부응하는 도리라고 믿는다. 이미 선출직 공무원은 가족의 생계를 위한 자리가 아니며 장·차관 역시 마찬가지다. 국정쇄신은 말로만 해서 되는 것이 아니며, 사람바꾸기가 또한 능사일 수 없다. 권력의 상층구조부터 자신의 몫을 내놓을줄 아는 것이 국정쇄신의 참 면모라 할 것이다.

불신받는 국제상

초기의 노벨문학상 수상작가들은 대부분 지금은 이름도 기억할 수 없는 작가들이 많다. 그러나 레프 톨스토이, 베르톨트 브레히트, 제임스 조이스, 버지니아 울프, 마르셀 프루스트, 프란츠 카프카같은 대가들은 모두 노벨상을 타지 못했다. 노벨상 선정의 행정적인 문제가 그 원인이었다. 노벨문학상 선정은 1786년 ‘스웨덴어의 순수성과 활력, 위엄’을 지키기 위하여 설립한 스웨덴 학술원의 18인 선정위원회에서 이루어진다. 종신직인 스웨덴 학술원화원은 원로들이 대부분이다. 지난 1989년부터 문학상 선정위원회의 커스틴 에크맨, 라르스 길렌스텐, 크누트 안룬트 등 3인의 위원은 스튜르 알렌 사무총장의 직권 남용에 항의, 선정위원회 활동을 거부하고 있다고 한다. 알렌 사무총장은 스웨덴 문단에서 ‘책이라고는 읽지 않는 지적인 경리사원’으로 묘사되는 인물인데도 노벨상 선정의 모든 위원회에 관여하며 막강한 힘을 발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올해는 선정과정에 참여하고 있는 선정위원이 스캔들에 휘말렸다는 소식이다. 은퇴한 중국문학 전공 교수인 고람 맘키비스트 위원이 올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인 가오싱젠(高行健)의 번역자이며 또 노벨상 수상발표전에 출판사를 옮긴 것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요즘 영·미문학권에서는 노벨문학상을 과거처럼 대단한 영광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없다고 한다. 노벨문학상이 너무나 정치적으로 선택되고 있기 때문인 것이다. 노벨문학상뿐만이 아니다. 영국의 부커상, 프랑스의 공쿠르상, 미국의 전국도서상, 퓰리처상, 전국도서비평가상도 선정경위를 둘러싼 스캔들에 계속 휘발려 국제문학상의 권위가 추락하고 있다고 한다. 스스로 위안하는 소리같지만 한국문인들이 노벨문학상을 아직 받지 못한 것은 그러한 실정에서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른다. /淸河

김포시 직원들의 외유

지난달 30일 동남아시아와 제주도 관광에 나섰던 김포시청 직원들이 돌아왔다. 이들의 외유는 시가 지난 한해동안 시정발전에 기여하거나 근무평가를 통해 선정된 우수 모범공무원에 대한 보상 차원에서 이뤄졌다. 하지만 이들의 외유를 보는 시민들의 시선은 곱지만은 않다. 다들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허리띠를 졸라매자고들 하는데 주민들을 위한 공복이 이런 사회분위기는 아랑곳하지 않고 남의 나라 얘기인양 혈세를 써가며 외유에 나섰다는데 대한 서운함 때문이다. 또 이런 분위기 탓인지 외유를 다녀왔던 공무원들 가운데는 모범 공무원으로 선정돼 외국여행을 다녀왔다는 자랑은 고사하고 무슨 큰죄나 진 것처럼 외유자체를 감추려하는 이들도 있다. 성심을 다해 열심히 일한 공무원에 대한 보상과 선진행정을 보고 배워 실제 시정에 보탬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지방화 시대에 너무나 당연하고 또 우리 정서에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시기와 방법에 문제가 없었는지는 한번 짚어봐야 할 것이다. 직원들의 외유는 제2의 외환위기설이 나돌던 지난 10월 8박9일간의 유럽 4개국 외유와 3박4일 일정의 과장급 이상 공무원 부부동반 금강산 관광으로 시작돼 지난달 동남아시아와 제주도 관광 등 2차례에 걸쳐 이뤄졌다. 국내 여행에 나섰던 공무원 부인들까지 합쳐 모두 91명이 국내·외 여행을 다녀왔고 여기에 소요된 예산만도 1억여원이 넘는다. 시는 이미 지난해 신상필벌을 통한 공무원 사기진작에 나선다는 계획을 세우고 예산까지 세워놔 어쩔 수 없었다고 해명하고 있다. 온 나라가 제2의 경제위기설에 움추려 들고 그 어느 겨울보다도 더욱 매섭고 추운 겨울을 보낼지도 모르는 서민들로서는 서글픈 얘기다. 시는 주민들의 곱지 않은 시선이 야박하고 자랑거리를 숨겨야하는 순박한 직원들의 따뜻한 가슴이 잘못됐다고 하기에 앞서 먼저 주민들이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를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이다. /권용국기자<제2사회부/김포> ykkwun@kgib.co.kr

인천지역 山들을 살리자

지방자치단체들의 공공건물 건축과 각종 공사허가로 인해 한겨울에 인천지역 山들이 사라지고 있는 현실은 우리를 매우 안타깝게 한다. 인천의 대표적인 산으로 꼽히는 문학산(해발 213m), 계양산(394m), 청량산(154m) 등이 난개발과 폐기물 방치로 마구 훼손·파괴·오염되고 있는 것이다. 인천의 진산인 문학산은 일명 미추홀성으로 불리는 문학산성과 임진왜란 당시 김민선부사가 왜군을 맞아 싸우다 순직한 것을 기리기 위해 세웠다는 안관당터, 청동기시대 족장의 무덤으로 알려진 지석묘 등 다양한 역사유적을 갖추고 있는 산이다. 그러나 문학산은 역사유적의 보고답지 않게 북쪽 자락이 문학종합경기장, 서해안고속도로 등의 건설로 거의 자취도 없이 사라졌으며 문학종합경기장 건설 현장에서 발견된 1천여평에 달하는 청동기시대의 유구마저 허물어뜨렸다. 더구나 30여전까지 문학산 기슭에 있던 미군 유류보급기지에서 유출된 기름찌꺼기로 연수구 옥련동 산33 일대 농지 수십만평이 오염됐다. 어처구니가 없는 일은 인천시와 연수구가 이같은 오염사실을 수년전부터 알고 있으면서도 사후조치 등을 취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계양산성, 도호부청사 등이 있는 계양산의 경우도 공촌로 건설로 인해 수년전부터 생태계가 단절된데다 정상 인근에는 이미 통신시설 2곳, 한전송전탑 5개 등이 자리잡고 있을뿐 아니라 계양구가 다남동 산571 일대 70여만평 그린벨트지역에 관광위락단지조성을 민자유치 방식으로 추진하고 있는 중이다. 청량산 등도 자치단체가 건축법 등 관련법상 이상이 없다고 다세대주택 신축허가 등을 내주는 바람에 날이 갈수록 산림이 훼손되고 있는 실정이다. 지방자치단체들의 이러한 행정에 우리는 깊은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섬지역을 제외하면 해발 400m를 넘는 산이 없는 인천은 그렇지않아도 녹지가 부족한 판에 관공서가 산림훼손과 문화유적파괴에 앞장서고 있는 것처럼 보여지기 때문이다. 다시한번 지방자치단체들에게 바라건대 앞으로는 산림을 비롯한 자연경관을 최대한 보존하는 행정을 펴나가 달라는 것이다. 특히 시민단체들은 중지를 결집하여 인천지역 산들이 더이상 사라지지 않도록 더욱 노력해 줄 것을 기대하여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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