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글]짱구에게

짱구에게 김선민<수원 곡선초등4> 짱구에게 짱구야, 안녕? 나 선민이야. 요즘 경시대회, 한자 급수시험 때문에 머리 아프고 힘들지? 미안해, 나도 어쩔 수가 없어. 짱구라는 내 별명, 아빠께서 붙여 주셨잖아. 넌 마음에 드니? 난 모르겠다. 이것도 좋고 저것도 좋고… 이마 하나 때문에 붙여진 별명이 짱구잖아. 눈, 코, 입, 귀 등 여러 몸 부위들에게도 잘하고 좋은 점이 있는데 아빠께서 왜 이런 별명을 지어 주셨을까? 아, 눈에게 할 말이 있는데, 내가 그동안 책 누워서 보고, 컴퓨터 오래해서 많이 아팠지? 안경 때문에 시력이 나빠져 안경을 바꾸었는데 어지럽지 않니? 미안해. 내가 3학년 때 제일 도움이 됐던 것이 있어. 그건 두 손이야. 그림대회에 나가 계속 상 받은 것 손 덕분이야. 땡큐∼ 학교에서 친구들이 지어준 내 별명 아니? 내 성격이 사나워서 ‘히드라’란 별명, 짜증나게 들리지? 내가 마음을 고쳐야 하는데… 우리 가족은 네 명이야. 아빠, 엄마, 나, 강아지 장군이까지. 난 무엇이든 잘하는 우리 아빠가 최고인 것 같아. 그런데 수영장에서 안경을 벗으시면 무서워서 아빠한테 가질 못하겠어. 그리고 피아노 선생님이신 우리 엄마는 음악을 즐겨 들으시지. 그런데 요즘은 수영을 배우면서 아빠한테 구박만 받는 것 같아. 난 엄마가 잘하시는 것 같은데 왜 그렇게 구박하시는지 모르겠어. 나의 친동생벌 되는 우리 강아지 장군이, 내 친구들이 장군이 보고 싫어하는 애들이 없이 인기 폭발했지. 짱구야, 이제 내가 널 너무 힘들게 안 할게. 그리고 매일 학교에서도 공부 잘해서 좋은 성적을 거두도록 하자. 그럼 안녕! 선민이가 짱구에게

[생활문]전기의 절약

전기의 절약 남동우<안성 공도초등6> “동우야, 컴퓨터 다 했으면 플러그를 뽑아라.” “네.” 우리 가족의 일상적인 대화이다. 우리 가족은 전기 절약을 잘 하기 위해 노력해서 전기를 절약하라는 말을 자주 하거나 듣곤 한다. 아버지께서는 전기 제품을 사용하고 난 뒤에는 꼭 플러그를 뽑아두시고 형광등을 계속 켜 두거나 껐다 켰다 하지 않으신다. 어머니께서는 다림질을 하실 때에 작은 옷감은 다리미의 플러그를 뽑은 뒤에 남은 열로 다리시고 세탁물을 모아서 한꺼번에 빨래하신다. 내 동생은 원래 전기를 아껴 쓸 줄 모르고 불을 켜고 외출하거나 플러그를 뽑지 않은 적이 많았는데, 우리 가족이 전기를 아끼려고 노력하면서부터 그런 실수를 하지 않게 되었다. 나는 컴퓨터를 켜 두고 잠들거나 밤늦게까지 책을 보느라고 불을 켜 두고 잠들어 버릴 때가 있었지만 이제는 전기를 절약하기 위해 사용하지 않는 전기 제품의 플러그를 뽑아두거나 밤늦게까지 불을 켜지 않는다. 우리 가족이 전기를 절약하기 위해 모두 함께 노력하는 것도 있다. 화장실같이 불을 자주 켰다 껐다 하는 곳은 백열등 대신 3파장 전구를 사용한다. 또, 밤에는 불을 각 방마다 켜지 않고 거실에만 불을 켜서 전기를 절약한다. 우리 가족이 전기를 절약하기 위해 노력하다 보니 전기세도 적게 나오고 전기 절약 습관도 몸에 자연스럽게 배는 것 같아서 더욱 좋다. 앞으로도 전기를 절약하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

[생활문]나와 꼭 닮은 외사촌 동생

나와 꼭 닮은 외사촌 동생 한민주<수원 칠보초등3> 외할머니 댁에 갔다. 나는 외할머니댁에 들어서자 마자 외할머니, 외할아버지께 인사도 없이 먼저 준영이 방에 들어갔다. 준영이는 외사촌 동생이고, 제작년에 난 아기이다. 준영이 방에 가보니 준영이의 누나, 네 살된 세영이가 준영이 옆에서 자고 있었다. 준영이는 포대기 속에서 눈을 말똥말똥 뜨면서 나를 쳐다보았다. 준영이는 아직 머리털도 안나서 머리가 금빛이다. 내가 준영이를 껴안자 준영이는 방긋방긋 웃었다. 나 때문인지 서여이도 잠에서 깼다. 내가 “세영아.”하고 부르자 세영이는 나를 바라 보았다. 그때 아빠께서 들어와 꿀밤을 한대 주셨다. 외할머니와 할아버지께 인사를 안했기 때문이다. 나는 준영이를 내려 놓은 후에 할아버지, 할머니께 인사를 하고 다시 준영이 방에 가서 함께 놀았다. 그때, “띵동, 띵동” 벨 소리가 울렸다. 오늘이 바로 우리 가족끼리 저녁을 같이 하기로한 날이었다. 저녁이 되자 어른들께서는 어서 음식점으로 가자고 하셨다. 마루 옆에 있는 세영이가 그 소리를 알아 듣기라도 하듯 배를 만지며 방긋방긋 웃고 있었다. 우리는 갈비집으로 향하였다. 난 가자 마자 사이다, 콜라 등 음료수를 시켰다. 음료수가 나오자 나는 세영이 컵에 먼저 사이다를 듬뿍 따라 주었다. 그런데 갑자기 세영이가 옆에 있던 이모의 예쁜 치마에 사이다를 엎질렀다. 세영이는 그걸 보고 봐달라는 듯이 베시시 웃었다. 이모께서는 세영이의 볼을 살짝 꼬집어 주었다. 어느새, 고기를 다먹고 내가 갈비를 뜯자 세영이는 나를 빤히 쳐다 보았다. 나는 세영이에게 갈비를 주자 세영이는 입에 묻히면서까지 쪽쪽거리며 맛있게 먹었다. 어느덧, 캄캄한 밤이 되어 우리 가족은 헤어졌다. 나는 사탕을 듬뿍 가져다 세영이에게 준 뒤, 이마에 보뽀를 해 주었다. 나는 아까 본 옛날 사진이 기억났다. 나와 세영이는 많이 닮은 것 같았다. 나는 집에 가면서 엄마께 이것 저것 물어 보았다. 그때마다 엄마는 천천히 차근차근 나의 어릴적 일들을 가르쳐 주셨다. 세영이와 준영이도 나처럼 키도 크고, 예쁘게 자랐으면 좋겠다.

‘권노갑’이 민주당인가?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의 권노갑씨 퇴진론에 투영된 당내동향은 가히 공당의 자질을 심히 의심케 한다. 각자 의사의 선택이라 할 친권, 반권의 움직임은 있을수가 있겠으나 조직의 근간을 위해하는 험악한 분위기조성은 민주당이 그간 권씨 중심으로 얼마나 심히 경직돼 왔는가를 실감케 한다. 엊그제 열린 최고위원 회의장 주변에 몰려든 권씨 지지세의 전·현직 부위원장이란 사람들의 막말과 고성이 뒤섞인 집단시위, “법안도 예산도 모르는 최고위원들이 쓸데없는 얘기들이나 하고 다닌다”는 이해찬 정책위의장의 폭언은 ‘각목대회’시대 정당에서나 볼수 있었던 미숙한 모습이었다. 퇴진론을 음모론으로 몰아붙이려면 마땅히 상당한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고 믿는다. 충정의 고언을 덮어놓고 그런 식으로 매도, 언로를 봉쇄하고자 한다면 듣기좋은 소리나 듣자는 것 밖에 안된다. 당내 화합은 듣기 싫은 소리도 들어가며 융합시킬 줄 아는 것이 참다운 화합이다. 민주당이 이에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하고 분란을 일으키는 것은 평소 다져진 권씨 중심계파의 독선적 성역의식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 밖에 안된다. 권씨가 ‘그(정동영)를 정치에 입문케 한 것이 바로 나’라고 말한 것은 주목할 대목이다. 어떤 개인적 감정에서 한 말이라면 흘려 들을 수 있다. 그러나 설사 그것이 사실이라도 그랬으니까 자신에게 반기를 드는 것은 부당하다는 생각엔 동의할 수 없다. 지금과 같은 민주당의 구태적 경직성 연유가 바로 그런 패거리 인맥구축에 있다. 당운영 중심은 무엇이 당을 위하고 나라를 위한 것인가가 무항심의 기준이 돼야 한다. 과거의 개인적 은원관계가 중심이 되는 상전하복관계 구축은 붕당이지 정당의 민주화가 될수 없다. 민주당이 집권여당으로서 국민에게 환골탈태 해보이는 요체는 과거의 여당처럼 총재나 실질적 2인자가 곧 당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는 당내 민주화를 이룩해 보이는데 있다. 권노갑씨가 오늘의 김대중대통령을 위해 재야 투쟁시절부터 얼마나 말못할 고초를 겪으며 한몸을 던져 충성해왔는가는 능히 짐작한다. 그 반면에 집권후는 고사하고 재야 투쟁때도 한편으로는 얼마나 영화를 누렸는가도 능히 짐작한다. 역사는 세월의 흐름이며 흐름은 변화를 가져온다. 민주당이 특정계보의 정당이 아니라고 자신있게 말하려면 변화를 애써 거부하고자 하는 추태를 보이지 않아야 한다. 정동영 최고위원의 퇴진론 요구를 크게 키운 것은 권씨측이다. 정씨의 최고위원은 당원의 선출직이며, 당내 민주화요구의 그같은 힘이 선출직에 기인하는 것은 그나마 유의해야 할 점이다. 권씨의 최고위원은 어떻든 임명직이다. 퇴진여부는 전적으로 인사권자의 판단이다. 당정쇄신에서 김대중총재의 선택은 그 자신의 정치적 향배를 가름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道 정책基金 그림의 떡인가

모든 정책과 제도의 생명은 그 실효성에 있다. 정책과 제도의 취지가 아무리 옳더라도 소기의 목적이 달성되지 않거나 성과가 나타나지 않으면 그 정책과 제도는 무의미한 것이다. 우리는 이같은 상황을 경기도가 지난 93년부터 실업자 일자리 창출과 중소기업육성을 위해 조성한 각종 기금의 운용실태에서 실감하고 있다. 경기도가 도의회에 제출한 기금운용보고서에 따르면 도가 실업자 대책과 중소기업육성을 위해 1조4천500억원의 각종 기금을 조성 운용하고 있으나 집행률이 극히 미미한 실정이다. 실업대책기금의 경우 실업자 일자리 및 취업기반 확대를 위해 112억여원의 기금을 조성했으나 올해 집행률은 고작 0.04%에 불과했고, 외국산업단지 진출기금 17억원은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 또 중소기업 유통구조개선기금도 390억원 중 집행률은 3.9%에 그쳤으며, 1조원이 넘는 중소기업 구조조정자금과 운전자금 역시 집행률은 16.7∼17.1%였다. 두말할 것도 없이 경기도가 운용하는 각종 기금은 특정한 정책목적을 위해 조성된 것으로 그 목적에 합당하게 운용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런데도 경기도가 기금의 경직운용 탓으로 가용 재원을 최대한 활용해 최대의 수혜효과를 올린다는 기금 본래의 정책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유명무실하게 한 실책은 질책받아 마땅하다고 본다. 기금운용 관계자는 수혜대상자 대부분이 담보능력 부족으로 기금손실이 우려돼 지원을 할수 없게 됐다고 하나 이는 구차스런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이것이야말로 말썽 여지가 있는 일은 손도 대지 않는 무사안일한 공직사회의 고질적 행태가 아닐 수 없다. 일자리를 잃은 실업자와 돈 가뭄에 허덕이는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적극적이어야 할 공직자가 돈 떼일 것부터 걱정하며 금융지원을 아예 기피하는 것은 직무유기와 다름 없다. 각종 기금에 대한 이같은 소극적 운용행태는 정책기금 운용의 기술적 후진성과 경영마인드의 안일성을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따라서 경기도 당국은 기금대출을 대행하는 은행으로 하여금 여신심사 기술을 발전시켜 은행 자신의 책임으로 대출이 이뤄지도록 선진기법을 연구해야 할 것이다. 지금 우리 경제는 환란 이후 최대위기를 맞고 있다. 수많은 실업자들이 일자리를 찾아 헤매고 있으며 유수한 기업들이 돈줄 찾기에 허둥대고 있다. 이런 터에 막대한 정책기금을 사장시킨 채 이들을 외면해서야 되겠는가. 도 당국의 각성을 촉구해둔다.

쓴소리

유방(劉邦)과 항우(項羽)의 고사는 20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인구(人口)에 회자된다. 군사적으로 압도적인 우세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항우가 유방에게 패한 까닭은 무엇보다 성격탓이었다. 항우가 자신의 주장만 일삼고 고집을 꺾지 않는데 비해 유방은 언로(言路)를 열어 부하들의 의견을 경청했다. 진시황(秦始皇)에 이은 二世의 폭정에 견디다 못해 여기저기서 민란이 일어나던 진나라 말기 때의 일이다. 진의 운명은 풍전등화 같았다. 초왕(楚王)은 누구든지 먼저 진의 도읍 함양(咸陽·현 西安)에 진격하는 자를 그곳의 왕으로 봉하겠다고 공언했다. 함양에 먼저 입성한 사람은 유방이었다. 아방궁(阿房宮)에 들어간 유방은 말로만 듣던 진시황의 영화를 직접 목도하고 일말의 욕구를 느꼈다. 이런 낌새를 재빨리 눈치챈 강직하기로 이름난 부하 번쾌가 “아직 천하는 통일되지 않았습니다. 한시 바삐 밖에 나가 진을 치고 군사를 가다듬어야 합니다”라고 진언했다. 그러나 워낙 넋을 잃고 있던 유방은 듣지 않았다. 모사(謀士) 장량(張良)이 다시 나섰다. “지금 당신같은 일개 서민이 이런 곳에 들어올 수 있었던 것도 천도를 무시한 진시황이 학정을 펴서 뭇 백성들의 원성을 샀기 때문입니다. 지금 당신은 먼저 원성으로 들끓고 있는 천하의 백성을 위해 상복으로 갈아입고 그들을 어루만져 주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하온데 금은보화에 눈이 팔리고 미녀에 넋을 잃는다면 진시황과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옛말에도 ‘양약고어구(良藥苦於口), 이이어병(而利於病)이며 충언역어이(忠言逆於耳), 이이어행(而利於行)’이라고 했습니다. 제발 번쾌의 충언에 따르십시요.” 장량의 신언(愼言)을 듣고 유방은 지체없이 아방궁을 나와 언덕에 진을 치고 진의 백성들에게 약법삼장(約法三章)만을 발표함으로써 일거에 민심을 거둘 수 있었다. 누구나 알고 있는 이 고사가 그리워지는 이유는 요즘 정국은 번쾌나 장량처럼 충언을 하는 사람들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淸河

너무 가혹한 신용불량 낙인

경제난에 따른 서민경제의 붕괴로 금융기관 신용불량자가 급증하고 있어 그야말로 돈 없는 사람들은 죽을 지경이 되었다. 수백억원씩 불법대출을 해주는 경우도 있는 금융기관이 서민들의 자그마한 신용불량에는 가혹하기가 마치 중환자 앞의 저승사자와도 같다. 신용불량자가 되면 은행대출과 신용카드거래 등이 차단되고 경제활동에서도 제약을 받기 때문에 사실상 신용사회에서 사형선고를 받는 셈이다. 그런데도 금융기관에서는 인정사정이 추호도 없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금융공동전산망에 등록된 신용불량자(법인 포함)수는 10월말 현재 238만2천717명으로 경제활동인구 10명당 1명꼴이라고 한다. 이는 지난해말(225만65명)에 비해 13만명 이상 늘어난 것이며 11월말 현재는 24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신용불량자는 연체 뒤 3∼6개월 뒤 등록되기 때문에 최근의 급격한 경기위축을 감안하면 앞으로 수개월간 신용불량자 급증세는 계속될 것이 분명하다. 금융기관 신용불량자와는 성격이 다르지만 휴대전화·PC통신·인터넷회사 등도 자체적으로 요금을 연체한 회원을 ‘신용불량자’라는 굴레를 씌워 불이익을 주고 있다. 대출이나 사용료를 조금만 연체하면 ‘신용불량자’ 낙인을 찍으려는 금융기관과 업체들이 서민들을 도처에서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살기가 어려워 제때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하고 사용료를 연체하는 것이지만 이렇게 서민들이 신용불량자로 찍히는 것은 심각한 사회문제가 된다. 각종 악랄한 범죄발생의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신용사회에서 퇴출된 서민들이 궁여지책으로 월 10∼20%에 달하는 고리(高利)의 사채를 급전으로 빌려쓰거나 이른바 ‘카드깡’을 통해 돈을 빌렸다가 약속기한내 갚지 못해 폭행을 당하고 재산을 강제로 빼앗기는 등 낭패를 보는 불상사가 속출하는 것이다. 죄라곤 가난밖에 없는 서민층 신용불량자를 구제하는 방법은 금융기관에서 신용불량적용을 현행보다 연장해주는 길이 유일한 방법이 될 것으로 본다. 대출금 상환능력이 있는데도 비싼 연체료를 물면서 고의로 연체할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금융기관과 서민들은 결국 공존하는 관계가 아닌가. 서민들이 규정을 이행치 않았다하여 신용불량자로 금융공동전산망에 즉시 등록시킬 것이 아니라 금융기관들 나름대로 구제대책을 모색하기를 기대하여 마지 않는다.

모사꾼들

KBS1-TV의 인기사극드라마 ‘태조 왕건’에는 이른바 후삼국시대의 영웅 호걸들의 책사(策士)들이 등장한다. 마진국의 궁예에게는 종간과 아지태라는 책사가 있고 후백제의 견훤에게는 최승우와 능환이라는 책사가 있다. 사료에는 이들 책사의 기록이 거의 없다. 아지태만 ‘궁예에 붙어 정치를 혼란시켜 갈등을 촉발한 인물’이란 언급이 있을 뿐 최승우와 능환은 이름만 나온다. 자칭 미륵불의 현신이라는 궁예도 책사 아지태에 의해 탐욕과 야욕을 부리기 시작한다. 간악한 책사는 자신의 야망을 위해 왕(궁예)의 약점과 욕망을 자극하며 백성의 신음소리를 막는다. 궁예의 원래 책사이자 심복인 종간은 송악에서 철원으로 무리하게 도읍을 옮기는데 앞장선 아지태를 제거하려고 노심초사하면서 송악의 맹주 왕건을 지지하는 호족들을 멸문지화시키려고 계책을 꾸민다. 아지태와 종간의 생사를 건 갈등으로 천하의 구세주라는 궁예는 폭군으로 떨어지고 왕국마저 무너진다. 후백제의 견훤도 능환과 최승우란 두 책사의 갈등으로 인해 결국 멸망의 길로 접어든다. 세력다툼과 판단력이 뛰어난 최승우에 비해 충동적이고 과시적인 능환이 견훤의 장남 신검과 함께 반역을 도모했기 때문이다. 왕건은 처음에는 궁예가 가장 신뢰하는 대장군이었으나 궁예의 책사 종간에 의해 위기에 처했다가 나중에 책사 최응 등의 뛰어난 지략과 역량을 받아들여 고려의 태조가 된다. TV 드라마는 책사들을 상상력으로 살려내 스릴과 재미를 고조시키고 있지만 능환이 견훤부자의 갈등을 촉발시킨다는 것도 가설이다. 예로부터 최측근으로서의 간악한 책사는 충신을 가로막고 왕의 혜안을 흐리게 한다. 책사들의 갈등과 왕의 잘못된 선택은 파멸을 자초한다. 영웅(왕)의 파멸은 자신에게도 책임이 있지만 ‘인의 장막’도 큰 원인이다. 책사가 무엇인가. 모사(謀士)이다. 모사가 누구인가. 바로 참모다. 오늘날 우리 정치판에 올바른 참모들이 몇명이나 있는가. 매사가 불안하기 짝이 없다. /淸河

화옹호 수질대책 시급하다

시화호에 이은 두번째 경기도내 담수호인 화옹호의 물막이 공사 완료가 3년 앞으로 다가왔는데도 상류지역의 환경기초시설은 건설계획조차 세워지지 않았다고 하니, 제2의 시화호를 자초하는 것같아 불안하기 짝이 없다. 경기도에 따르면 농업기반공사가 지난 1991년부터 3천513억원의 예산을 들여 화성군 남양면∼장안면 앞바다 9천810m를 막아 바닥면적 1천730㏊의 화옹호를 조성중인데 현재 74%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상류지역에서 흘러 내려 오는 하수와 축산폐수 등을 정화 처리할 정부의 환경기초시설 공사는 아직 계획조차 세워져 있지 않다는 것이다. 화성군이 자체예산을 들여 추진할 예정인 하수처리시설공사도 물막이 공사 완료시기보다 3년이나 늦은 2006년 이후에나 완공될 예정이어서 하수유입으로 인한 화옹호의 수질오염이 더욱 우려된다. 이에 따라 경기도는 농업기반공사와 공동으로 지난 10월초 화옹호 수질개선대책안을 마련, 환경부에 건의서를 제출했다. 화옹호 상류에 농림부 예산으로 2005년까지 하수처리장 2곳과 축산폐수처리장 1곳을 설치한 뒤 경기도와 화성군이 사업비를 분할 상환하겠다고 건의한 것이다. 또 화옹호안에 인공습지 및 유수지와 인공 식물섬, 생태공원 등을 설치해 4등급 수질을 유지하고 이들 사업이 완료될 때 까지 2년간은 정기적인 배수갑문 조작을 통해 담수호의 물을 바다로 흘려보내 오염을 최대한 막는다는 방안도 제시했다. 그러나 환경부는 이러한 수질개선대책 건의에 대하여 아무런 회신이 없다고 한다. 만일 상류에서 흘러드는 하수의 정화대책없이 화옹호 조성이 완료된다면 호수물의 오염은 극심해 질게 분명하다. 화옹호를 왜 조성하는가. 방조제 공사 후 농경지에 공급할 농업용수를 저장하기 위해 막대한 사업비를 들여 추진하는 게 아닌가. 물막이 공사와 환경기초시설 공사가 병행돼야 농업용수가 저장이 되는데 만일 환경부의 판단이 늦어져 원래의 목적에 차질이 생기면 환경부는 화옹호의 수질오염에 대한 책임을 면할 수 없다. 그러나 그렇다하더라도 경기도와 농업기반공사는 기다리고 있을 것만 아니라 환경부와 직접 접촉하여 수질개선대책을 확정, 조속히 시행할 것을 촉구한다.

고교평준화 문제점 없나

요즈음 경기지역은 최근 교육개발원이 성남·고양·부천·안양 등 4개 지역의 고교 평준화를 골자로 하는 ‘수도권 고교 입시제도 개선안’을 경기교육청에 제출함으로써 지역 교육계는 물론 학부모들의 대단한 관심 속에 찬반논란이 열기를 더해가고 있다. 학교 교육의 정상화를 위하여 평준화를 더욱 확대해야 된다고 하는가 하면, 한편에서는 고교 평준화를 반대하는 일부 학부모와 동문들이 강력한 시위를 하고, 심지어 일부 지자체 단체장까지 가세하여 찬반 논란은 더욱 확산될 조짐이다. 1974년부터 17개 도시에서 실시된 고교 평준화 정책은 입시위주의 파행적인 학교교육을 정상화시키기 위하여 장기간에 실시된 대표적인 교육정책이다. 학교 교육을 파괴시키고 학력경시 풍조를 조장하였다는 비판이 있기는 하지만 그런대로 고교교육의 정상화를 위하여 정착된 정책이다. 이는 중학교 의무교육과 더불어 교육의 평등성이라는 차원에서 가치를 지니고 있다. 최근 외국은 고교교육까지 의무교육을 확대하고 있으므로 우리 나라도 고교 평준화를 확대, 이를 발전시켜 고교 의무교육의 총체적 실시를 위한 단계로서 준비될 수 있다. 고교 평준화 정책이 학교의 학생 선발권과 학부모의 학교 선택권을 제한하고, 또한 이는 무한경쟁 시대에 외국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하여 양질의 서비스를 통한 교육의 질을 높이겠다는 교육개혁의 취지에도 맞지 않기 때문에, 이는 당연히 철회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일리가 있다. 더구나 부존 자원이 부족한 한국의 경우, 경쟁력을 지닌 질높은 교육이 적극적으로 추진되어야 할 상황에서 새로 도시를 추가하여 고교 평준화를 실시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오히려 경쟁을 부추기기 위해서는 기왕에 실시되는 평준화지역도 해제시켜야 된다는 것이 평준화를 반대하는 지역 주민들의 일반적인 여론이다. 수도권을 중심한 고교 평준화 실시확대는 교육의 평등성, 질 높은 교육의 제공이라는 차원에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된다. 공·사립을 막론하고 일률적으로 평준화를 실시하기보다는 재정 자립도가 높은 사립학교는 수요자 부담 원칙에 의거 평준화에서 제외하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다. 고교 평준화가 황폐화된 교실을 더욱 부실화시키는 촉진제가 되어서는 안된다. 광범위한 여론 수렴과 교육백년지대계(敎育百年之大計)의 시각에서 정책이 검토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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