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한국 전체노동자의 절반을 넘어선 ‘비정규직’이란 기간을 정하지 않고 전일제(Full-time)로 일하는 정규직 노동자와 대비되는 개념이다. 통계청은 고용계약 기간이 1개월∼1년 미만인 임시직과 1개월 미만인 일용직을 비정규직으로 규정한다. 그러나 노동계는 학습지 교사 등 특수고용노동자, 파견 등 간접고용노동자, 고용기간 1년 이상의 계약직까지 비정규직으로 본다. 비정규직이 최소한 1천만명은 넘을 것이라는 노동계의 주장은 그래서 설득력이 있다. IMF사태 이후 금융·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상당수 정규직이 비정규직으로 대체된 것도 비정규직 양산의 한 원인이다. 지난 1998년 금융 구조조정 당시 은행들은 정규직 10∼20%를 정리해고한 뒤 대부분 계약직 형태로 재고용했다. 금융계뿐만 아니라 많은 직장들이 봉급을 삭감하면서 비슷하게 정규직을 하루 아침에 비정규직으로 추락시켰다. 비정규직은 주로 여성과 저학력층, 24세 이하 및 55세 이상을 중심으로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는데 서비스직, 기능직 등 저숙련 직종에 집중돼 있다. 임금은 정규직의 72.1% 정도에 불과하고 근로기준법 등 노동법의 보호를 받지 못해 차별대우를 받고 있다. 무엇보다도 해고위협에 따른 고용불안에 떨고 있는게 가장 큰 문제점이다. 전문직·사무직도 ‘계약직’으로 내몰렸고 언제 실업자가 될지 모르는 신세에 처해 있다. ‘法 밖의 근로자’인 비정규직의 서러움과 공포는 월평균 80만원대의 봉급생활도 ‘싫으면 말고’라는 경영자의 위협이다. 흔히 하는 말로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지, 중이 싫어한다고 절을 옮기겠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억울하면 출세하라’는 사회는 오래 가지 못한다. ‘하자는 대로 따라오면 된다’는 기업은 예전에도 있었다. 그러한 경영자가 기업을 망치고 근로자를 굶주리게 한 사실을 과거는 물론 지금도 말해 주고 있다. 진정한 자본주의는 ‘나 벌어 나 먹는다’가 아니라 공유하는 것이다. 기업주가 근로자를 무시하고 경시하면 지진보다, 화산폭발보다 더 가공할 재앙을 자초한다. 사각지대에 살고 있는 비정규직, 그리고 일자리가 없는 실업자들 가슴은 용암과 같다. 수많은 기업들이 경영부실의 원인을 규명하지 않는 무책임한 짓을 계속 자행하고 있어 걱정이 된다. /淸河

통행료 싫으면 시내로 가라?

‘고속도로 통행료가 부담스러우면 고속도로를 이용하지 말고 시내구간을 이용하면 된다.’ 이 말이 고속도로 통행료가 터무니없이 비싸 불평을 하는 운전자에게 한국도로공사 직원이 한 말이라고 하면 어떻게 해석해야 될지. 도로공사 직원으로서 지극히 당연한 대답일 수도 있으나, 과연 이렇게 쉽게 대답해야 되는 것인지 묻고 싶다. 오는 4월부터 한국도로공사는 신갈-안산간 고속도로의 동수원-북수원간 6.4㎞ 구간을 이용하는 차량에 대하여 900원의 통행료를 부과할 계획아래 톨게이트 공사가 진행중이다. 물론 이는 예정사항이고 현재 도로공사가 관계기관과 요금체계를 논의하고 있기 때문에 정확한 요금은 아직 책정되지 않았으나, 통행료 징수 방침은 분명하며, 더구나 관계자에 의하면 900원 내외가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동수원-북수원간 거리는 고속도로 통행료 최저 요금 거리인 20㎞의 3분의 1밖에 되지 않는 짧은 거리이다. 이렇게 짧은 거리에 900원이라는 통행료를 부과한다면 이는 도로공사의 횡포가 아닐 수 없다. 고속도로를 만든 것은 원활한 교통체계를 위하여 만든 것이지 여러 곳에 톨게이트를 만들어 통행료를 징수, 도로공사의 수입이나 올리라고 만든 것은 아니다. 불과 6.4㎞밖에 안되는 짧은 거리에 톨게이트를 만든 발상 자체가 문제가 있다. 지금 현재 곳곳에서 짧은 거리에 통행료를 부과하여 운전자들로부터 불만이 대단한데, 이를 해소할 생각은 하지않고 또 짧은 거리에 톨게이트를 만든다면 이는 도로공사의 횡포이고 소비자를 무시하는 행위이다. 더구나 일산, 구리 등등을 가려면 수차례의 통행료를 지불하여 짜증도 나고 또한 통행료 부담도 적지 않다. 통행료가 부담스러우면 시내구간을 이용하라는 안일한 도로공사 직원들의 태도는 문제이다. 통행료가 비싸 시내로 차가 몰리면 시내 교통 체증은 어떻게 할 것인가. 시내 교통체증을 완화하기 위해 만든 고속도로 아닌가. 6.4㎞정도는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운전자에게 서비스 구간이다. 서비스 구간에까지 통행료를 받아야 고속도로공사의 수지가 개선된다면 운영상의 문제이고 또한 도로공사의 서비스 정신은 최하위라는 것을 스스로 입증하는 것이다. 새삼 공기업으로서 도로공사의 서비스 정신을 강조하고 싶다.

교원 성과급제의 전제

교육공무원에 대한 성과 상여금제를 놓고 교원단체들이 크게 반발하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교육인적자원부가 범 정부차원의 공무원 성과 상여금제 시행계획에 따라 이달말 초·중·고 교사와 교감·교장 및 교육전문직에 대해 평가제와 성과급제를 실시키로 한데 대해 교원단체들이 ‘단기평가가 불가능한 교육의 성과를 경쟁논리로 재단해 교단분위기를 악화시킬 것’이라며 중단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어느 분야를 가릴 것 없이 각 부문에서 앞다툼을 벌이는 경쟁시대에서 교직사회라고 해서 경쟁체제 도입이 예외일 수는 없다. 특히 교사의 자질과 능력은 우수 인재 양성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으며, 국가나 조직의 경쟁력은 교육의 경쟁력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교사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교육인적자원부의 성과급제는 매우 긍정적인 시도라고 본다. 그동안 많은 교사들이 정년을 보장받는다는 안일한 생각 때문에 연구·교수활동을 소홀히 해온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교단활동에 헌신적인 교사와 아무런 차별없이 그런 나태한 교사들에게 동등한 보수를 지급하고 승진·승급도 시키는 철저한 연공서열식 제도 탓에 교직사회전체를 경쟁개념이 없는 무기력한 조직으로 만들고 있다는 지적들을 간과해선 안된다. 따라서 이같은 교직사회의 무경쟁 체제로 인해 붕괴위기에 처한 교육현장을 재건하고 교육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연공 누가(累加)방식의 보수체계를 개선해 개인능력을 반영하는 성과급제도의 도입이 바람직하다. 각 분야의 조직과 그 구성원들이 세계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칠 때 상대적으로 나태했던 분야가 공직·교직사회였다는 지적을 고려하면 교사평가제와 우수교사 성과급제도는 오히려 때늦은 감조차 없지 않다. 그러나 교사 성과급제도를 실시하기 위해서는 선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 교사들이 우려하는 것처럼 교사평가가 교장의 자의적 판단에 흐르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방식이 먼저 준비되어야 한다. 교과활동은 물론 인성교육과 학습평가, 그리고 주당 수업시간과 담임 보직여부, 특수공적이나 근무성적 평정 결과 등 피평가 교사들이 동감하는 요소들을 체크하는 평가방식이어야 한다. 아울러 학교별로 교사가 참여한 ‘성과금 심사위원회’로 하여금 공정하고 자율적인 평가가 되도록 해야 한다. 교원단체들도 교직사회의 무경쟁 시스템이 결국은 우리 교육의 장래를 망칠뿐 아니라 교사 자신들의 입지도 좁히게 된다는 점을 자각하고 경쟁체제 제도화에 정부와 숙의하는 노력을 보여야 할 것이다.

평택시장 판공비 공개

자치단체장의 통상 판공비라고 불리우는 업무추진비는 평소 관심의 대상이었다. 많은 시민단체가 지방곳곳에서 판공비 공개를 요구했다. 평택시민참여연대에서도 지난해 이의 공개를 요구한 적이 있다. 평택시가 올해들어 판공비 공개에 나서 주목을 끈다. 지난 1월의 업무추진비 집행내역을 시 인터넷 홈페이지 공개자료실을 통해 이미 공개했다. ‘깨끗하고 투명한 시정구현을 위해 시장 업무추진비 지출내역을 매월 정기적으로 시민들에게 정확히 공개키로 했다’는 것이다. 각종 정책회의 및 간담회, 시설 등에 대한 성금, 격려지원, 자료구입 등에 쓰인 1천300여만원의 집행내역이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려져 있다. 공개된 내역은 상대가 있기때문에 사실과 다를 수가 없다. 평택시의 판공비 자진 공개는 대체적으로 신선한 충격으로 시민들에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같다. 행정정보 공개는 자치행정의 근간이다. 시민의 알 권리 충족은 시정참여의 기회를 확대하고 이는 또 열린 행정을 구현한다. 관선자치는 행정정보의 독과점이었던데 비해 민선자치는 행정정보의 주민 공유화란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누구에게도 어떤 행정정보도 마땅히 공개돼야 하는 것이 자치행정의 원칙인 것이다. ‘관행상 공개되지 않았던 판공비를 공개에 나선 것은 행정정보에 성역이 있을 수 없다는 김선기 시장의 생각’이라고 한 시 관계자는 말한다. 깨끗한 시정, 투명한 시정 구현의 의지로 해석되기도 한다.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모든 시민이 언제 어느 때나 볼 수 있도록 하는 공개방법도 특이하다. 앞으로 이에 매월 실리는 평택시의 업무추진비 집행 내역서는 많은 시민들이 언제든지 찾아보는 새로운 인기게시판이 될 것같다. /이수영<제2사회부/평택>

경의선 일산구간 지하화해야

지난해 11월 착공한 경의선 복선 전철화 공사(용산∼ 문산 47Km) 가운데 고양시 일산구간 18Km는 고양시의 반대가 없더라도 당초부터 지하화로 설계했어야 옳았다. 그런데도 철도청이 화물열차의 이동이 어렵고 7천억원의 예산 추가소요를 이유로 공사를 강행하려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 열차가 지상으로 지나갈 경우 철로가 고양시 일산 신도시와 구시가지를 갈라 놓아 고양시가 양분돼 지역발전에 큰 장애가 될뿐 아니라 철도 건널목 주위는 현재보다 더욱 심각한 차량정체 현상이 빚어질 게 분명하다. 또 철로와 인접한 대단위 아파트 주민들은 물론 능곡·행신·대화동 일대 주거지역은 열차 소음으로 창문조차 열 수 없게 될 것이 뻔하다. 그러나 철도청은 계속 고압적인 자세를 보여 지자체와 주민들을 자극하고 있다. 고양시와 원만한 합의가 안될 경우 경의선 복선 전철화 사업을 국가 계획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의중을 내비치고 있는 것이다. 국가사업으로 밀어 붙이겠으니 알아서 처리하라는 태도가 아닌가. 대한민국의 각종 사업이 국가사업 아닌 것이 어디에 있는가. 현행 도시계획법상 고양시가 도시계획시설 변경입안 절차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해당 구간에 대한 사업시행이 불가능함을 철도청은 아마 무시하려는 모양이지만 대단한 착각이 아닐 수 없다. 경의선 지하화가 당연한 이유는 많다. 철도청이 지하철도는 화물운송이 곤란하다고 말하고 있으나 자유로, 통일로, 경의선이 만나는 임진각 근처에 물류기지를 만들어 화물의 출발 및 종착지로 사용하고 용산∼문산 구간은 여객 전용으로 이용하면 문제가 하나도 없다. 추가예산 소요를 이유로 내세우는 것도 타당치 않다. 경부선 고속철도나 인천국제공항에 투입된 막대한 경비를 감안하면 철도청의 예산타령은 핑계에 지나지 않는다. 당장 가시적으로 나타나는 구간 공사를 위해 백년대계를 그르치려는 졸속행정이 심히 우려스럽다. 고양시와 주민, 시민단체들이 거시적인 안목과 국가적으로 실(失)보다는 득(得)이 많은 명분을 갖고 반대하는데도 불구하고 지상 건설을 강행하려는 것은 사회분위기를 불안케하는 요인을 자초하는 일이다. 철도청은 2006년 12월까지의 공사기간이 다소 늦어지고 추가예산이 들더라도 지하화 방향으로 공사를 변경하기 바란다.

여전한 공직비리

공직사회가 여전히 혼탁하다. 정부가 지난 11월 하순부터 올 1월말까지 벌인 특별감찰결과 공직자 8천209명이 각종 비위사실로 적발됐다. 불과 두달간의 감찰활동에 걸려든 결과치고는 놀라운 규모다. 국민의 정부가 들어선지 3년이 지났는데도 공직사회에 아직도 큰 변화가 없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것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외쳐온 ‘공직비리 척결’이 김대중 정부에서도 헛 구호에 그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복무규정위배와 무사안일 등 공직기강 해이로 적발된 사람이 2천219명으로 전체의 27%를 차지하는 것은 개혁에 앞장서서 솔선해야 할 공직사회의 기강이 어떠한지 단적으로 말해준다. 공직사회 바로 잡기가 말처럼 그렇게 쉽지 않은 작업임을 깨닫게 한다. 공직부패의 전형적 유형인 금품수수 향응받기 사례가 449명에 달했고 업무부당처리도 2천583명에 달했다. 그 가운데 비교적 무거운 사안은 형사처벌과 함께 공직에서 추방하는 것이 당연하다. 다만 이번 특별감찰에서 적발된 비위공직자의 직급분포를 볼 때 공직사회에 대한 감찰이 고위직부터 말단에 이르기까지 골고루 행해졌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다. 3급이상 고위직이 4.3%이고 6급 이하 하위직이 6천명을 차지하고 있는 사실은 우선 표면상으로는 고위공직자의 부정부패와 권력형 비리가 현저히 감소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그나마 다행일 수 있다. 그러나 자체감찰 등이 혹시 송사리만 잡았다는 인식이 공직사회에 만연하다면 사기저하나 냉소주의같은 부작용을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국무조정실이 행정자치부와 교육직 등 각 기관별 비위공직자 적발 건수를 발표하면서 정작 검찰과 경찰 등 사정기관의 자체 감찰결과의 구체적 내역을 발표하지 않은 것은 이해할 수 없다. 핵심 권력 및 사정기관에 대한 감찰결과를 밝히지 않고서는 공직사회 내부에서부터 정부의 감찰활동에 대해 공감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공직사회의 비리척결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지속적 단속이 중요하다. 과거 역대 정권처럼 일과성으로 끝낸다면 사정의 효과는 반감될 수 밖에 없다. 사정기관의 지속적 감시 단속과 함께 부패방지법의 입법도 조속히 마무리 해야 한다. 내부고발자 보호를 비롯 자금세탁규제 강화와 재산등록대상 확대 및 심사 강화, 그리고 수뢰공무원의 취업제한 등 특단의 대책이 불가피 하다.

코미디드라마

창극은 오페라, 개그는 만담과 같다. 전래의 우리 공연문화는 그 장르가 서양과 별 다름이 없다. 고금을 비교해도 역시 비슷하다. 버라이어티쇼는 이를테면 남사당놀이와 맥을 같이한다. 현대 연극의 효시는 신파다. 재래형식을 벗어나 현대의 풍습과 인정가화 등 통속을 소재로 하는 공연이 신파극이다. 1909년 이인직의 신소설 ‘설중매’를 각색, 상연한 것이 처음이다. 윤백남, 조중환 등이 발전시켰다. 신파가 대중문화의 총아로 등장하면서 악극단이 주축이 되는 종합 공연문화가 한동안 성행했다. 국내 최초의 영화상영은 외화다. 1900년대말 서울 정동에 있었던 독일여성 경영의 손탁호텔에서 상류층 인사들을 대상으로 상영하곤 했다. 우리 영화는 1923년 윤백남 감독이 만든 극영화 ‘월하의 맹서’가 처음이다. 한국영화 초창기의 귀재로 손꼽히는 나운규를 윤백남이 발탁한 것이 그 이듬해 제작한 ‘운영전’에서였다. 텔레비전방송의 발달과 함께 TV드라마가 대중문화로 크게 작용하고 있다. 연출기법도 영화와 가까워져 드라마와 영화의 간격이 좁아졌다. 공연문화를 주도하는 텔레비전방송이 드라마의 개념을 코미디와 굳이 구분하는 것은 큰 오류다. 코미디는 곧 코미디드라마를 줄인 말일뿐 똑같은 영상연기의 범주의 속한다. 예를들면 메디컬드라마처럼 코미디드라마인 것이다. 코미디드라마 연기자들 가운데도 코미디언이라기보다는 개그맨으로 불리워야 더 격상되는 것처럼 여기는 풍조는 잘못된 인식이다. 개그는 코미디드라마의 한 분야에 불과하다. 만담이 희극의 한 분야였던거와 같다. 코미디언 김병조씨가 무명시절에 동사무소 주민등록 직업란에 ‘코미디언’이라고 적기가 저어해서 ‘방송인’이라고 했다는 말을 그가 하며 웃은 적이 있다. 코미디드라마는 이유없이 바보스럽고 넘어지고 해야 되는 것으로만 아는 것은 코미디드라마 발전을 크게 저해한다. 또 희극요소가 가미된 드라마를 ‘코믹드라마’라고 하는 것은 말이 아니다. 코믹드라마가 아니고 그것이 바로 코미디드라마인 것이다. 비극배우만이 배우가 아니고 희극배우도 배우다. 마찬가지로 연기의 한 분야인 코미디언도 탤런트다. 시청자들에게 개념의 혼란을 주는 방송은 대중문화를 오도하고 있다.

입춘(4일)이 벌써 지나고 우수(18일)를 앞두어서인지 대기에 춘색이 완연하다. ‘우수 경첩이 지나면 대동강 물(얼음)도 풀린다’고 했다. 올엔 절후가 빨라 겨울을 일찍 넘긴 탓으로 우수 경첩전인 지금쯤에도 아마 대동강의 얼음이 풀렸음직 하다. 지난 겨울은 유난히 추웠고 눈도 많이 내렸다. 예전 같으면 그만한 추위나 눈은 으레 있었던 일이지만 겨울답지 않은 겨울이 많았던 근래에는 오랜만에 보는 동장군의 매서운 맛을 단단히 치렀다. 20년만의 폭설이라고 했으니 고등학생 또레엔 생전 처음보는 눈이 내린 것이다. 절기는 생활과 참으로 민감하다. 길가의 군고구마 장수도 음력 대보름에서 하루만 지나도 그만 사람들 입맛이 변해 매상이 뚝 끊긴다고 말한다. 봄은 서민들에겐 희망의 계절이다. 가진것 없는 사람들은 무서운 것이 겨울철이다. 가진 이들은 오히려 겨울이 지내기 좋다지만 없는 사람들은 정말 힘들고 지겨운 것이 겨울넘기기다. 난방이다 뭐다 하여 생활비는 더 많이 들면서 벌이는 신통치 않는 것이 겨울이다. 높은 정액소득자 말고는 대개의 서민층 겨우살이가 이러하다. 대지가 기지개를 펴기시작하는 봄은 이래서 서민들 가슴에도 막연하나마 새로운 삶의 희망이 싹튼다. 뭔가 일꺼리가 많아져 벌이가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를 갖는 것이 봄이다. 봄이라지만 아직은 꽃샘추위가 남아 있어 때론 겨울의 마지막 뒷맛이 없진 않을 것이다. ‘이삼월(음력)에도 장독 깬다’는 옛 속담이 있다. 그렇긴 하지만 이젠 추워봤댔자 봄이다. 성미급한 개나리가 잎보다 먼저 터뜨리는 꽃망울이며 땅김을 타고 솟아오르는 봄나물의 생동을 막을 수는 없다. 대자연의 섭리, 봄의 약동은 이래서 우리들에게 더욱 친근감 있게 다가온다. 해마다 맞는 것이 봄이지만 올 봄이 더욱 반가운 것은 지난 겨울에 치룬 치도곤이 유별났기 때문인 것처럼, 어려운 겨울을 넘긴 것 만큼 좋은 봄이 됐으면 좋겠다. 만물이 소생하고 약동하는 이 봄에 매마른 우리의 가슴과 생활에도 새로운 윤택과 광명이 움트는 그런 봄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白山

대학 등록금 인상 재고해야

요즈음 학부모들이 자녀들의 대학 등록금 때문에 걱정이 태산같다. 어려운 입시과정을 거쳐 대학에 합격 하였으나, 턱 없이 비싼 등록금 때문에 기쁨도 잠시, 오히려 등록금 마련에 근심만 늘고 있다. 신입생들의 경우 공과대학은 무려 400만원이나 되며, 재학생들도 지난 해에 비하여 학교에 따라 차이는 있으나, 대부분 7∼10%가 인상되어 새학기를 앞둔 대학가에 학내 분쟁을 예고하고 있다. 등록금 인상에 따른 마찰은 매년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결코 새로운 양상은 아니다. 등록금 인상으로 인한 분쟁은 수년전부터 야기된 문제이며, 특히 한국 대학에서는 학생운동의 일환으로 제기되어 매년 되풀이되는 양상이다. 특히 학교 운영비의 대부분을 학생들의 등록금에 의존하고 있는 사립학교는 등록금이 주요 재원이기 때문에 인상은 불가피하며, 따라서 학생들과의 등록금 분쟁은 연례적 행사가 되었다. 등록금 인상문제는 사립대학에 국한된 문제만은 아니다. 국립대의 경우, 등록금은 교육인적자원부의 지침에 의거 5%를 인상하였으나, 기성회비 등은 서울대가 신입생의 경우 11.3%나 인상하여 등록금을 편법으로 인상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다른 국립대학도 비슷한 실정이기 때문에 사립대와 비슷한 등록금 분쟁이 예고되고 있다. 열악한 대학 재정을 타개하기 위하여 등록금 인상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현재의 경제 여건을 감안, 인상을 최소화하는 것이 요구된다. 모든 국민들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무리한 대학 등록금 인상은 학부모들에게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대학 당국도 등록금 인상 이전에 재정 지출을 최대한 억제하는 지혜가 요구되며, 특히 사립대의 재단은 대학에 대한 지원을 최대한 확대하여야 된다. 재단의 권리만 주장하지 말고 지원을 확대, 의무를 다해야 된다. 등록금 책정 이전에 대학 당국은 학부모나 학생들이 학교 재정 운영에 대한 의혹을 갖지 않도록 학교 재정에 대한 구체적 내용까지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요망된다. 형식적인 자료 공개가 아니라 실질적인 공개를 통하여 학교 운영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더 이상 등록금 분쟁이 확산되어 새학기 면학 분위기를 해치기 전에 대학 당국이 등록 결정에 대한 합리적 선택을 해야 될 것이다.

시화호 실패의 교훈

정부가 담수호포기를 선언한 시화호는 1987년 4월 첫 삽을 떴다. 시흥시 오이도와 안산시 대부도를 거쳐 화성군으로 연결되는 12.7㎞의 방조제 축조는 대역사였다. 그러나 환경기초시설에 대한 준비없이 7년만에 완공된 시화호는 민물을 가두면서부터 썩기 시작해 중금속 오염투성이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전두환, 노태우정부에서 김영삼정부를 거쳤다. 지금에 이르러 결국 담수호를 포기한 결단은 예상됐던 일이어서 이해는 한다. 그렇긴 하나, 책임지는 이가 없어 영 개운치 않다. 담수호 가운데 유람선이 떠돌고 시화호 물은 농·공업용수로 쓰겠다던 당초의 청사진이 얼마나 허황했던가를 실감한다. 방조제건설비만도 6천220억원이 투입되고 수질개선에 2천79억원이 들어갔다. 무려 8천299억원의 국민들 혈세를 쏟아 붓고도 결과가 이 모양이다. 해수호가 돼도 방조제건설에 따른 경제적효과가 살아 있다는 정부관계자의 말은 듣기 좋은 말일뿐 아직 실효가 없다. 앞으로 시화호 주변 개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문제다. 해양자연사박물관, 물류기지 등 건설이 검토되고 있다. 좋은 대안이 나오길 기대하긴 하지만 투자비용에 버금가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생태계 관리에도 문제점이 없지 않다. 시화호개펄은 1994년의 COD 5.2ppm에서 한동안 26ppm으로까지 악화됐다가 얼마전부터는 6ppm으로 회복돼 철새들이 찾아들고 있긴 하다. 그러나 여름철이면 수위를 낮춰야 하는 과정에서 많은 개펄이 장기간 노출돼 개펄의 생태계가 위협당하는 위험은 계속 상존한다. 방조제 축조로 전래의 자연생태계는 이미 파괴됐지만 새로운 생태계 생성마저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장차 후대의 환경재앙이 될 것을 우려하는 것이다. 시화호사업의 실패는 이처럼 환경문제에 중차대한 교훈을 일깨워주면서 국책사업에 대한 진지한 고려를 시사해준다. 사전사후 검증이 없는 주먹구구식 대단위 국책사업의 시행착오는 이제 시화호로 끝내야 한다. 한푼의 달러라도 벌어들여야 할 실정에서 무책임한 국책사업으로 국가 재정에 막심한 내부 손실을 입히면서 국토이용에 훼손을 가져오는 것은 반국가사범으로 지탄받아 마땅하다. 생각하면 세간의 현저한 과실에도 상대의 손해에 책임을 지고 공무원의 현저한 과실에도 국민에게 손배책임을 지는 마당에 정책입안의 현저한 과실에 책임질 사람이 없다는 것은 국정의 문란이다. 더는 국책사업에 국정의 문란이 없는 책임의식이 발현되기를 이 정부에 기대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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