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한완상작품’인가‘

공교육강화 종합대책’이란 것이 나왔다. 그런 대책이 나쁜것이 아니고 절실한데도 세간의 냉소적 시각을 면치 못하는 것 같다. 장관이 바뀌었으니 으레 나오는 소리로 치부하는듯 하다. 또 종전의 유사대책 경험으로 미루어 그런 대책이 내실있게 추진될 것으로 믿는 이들도 물론 드물다. 미래형 학교, 자립형 사립교, 학교폭력 근절, 고급두뇌 유출방지, 교원사기 진작, 선진국 수준의 교육환경 조성 등 종합대책이 포함한 주요내용중 그 어느것 하나 나무랄 것이 없다. 그러나 불행히도 그 어느것 하나 제대로 될 것으로 보는 확신또한 갖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교육의 황폐화는 오랜 고질이 원인이기도 하지만 이 정부 들어 더욱 가속화 한것은 개혁의 이름으로 난도질한 조령모개의 무모한 권력남용에 있다. 공교육 종합대책을 세운다고 교육이민이 억제되거나 중산층의 살인적 사교육비가 절감되는 것은 아니다. 한완상부총리겸 교육인적자원부장관이 아무리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다해도 지금의 구조에선 처방의 실효를 기대하기가 어렵다. 무엇보다 교육의 기본이 바로 서야한다. 교육이 활성화하고 신뢰를 얻을때 모든 일이 비로소 제자리로 돌아간다. 교육의 기본이 바로서기 위해서는 교육인적자원부부터 의식의 혁신이 앞서야 한다. 관료적 행태로는 절대로 교육의 질을 높일수가 없다. 교육은 교단이 항상 중심이 돼야한다. 교육행정이나 교육정책이 교육의 중심이 아니다. 교육행정등은 일선교단을 지원하기 위해 있는 것이지 교단위에 군림하기 위해 있는것은 아니다. 이런데도 작금의 실태는 행정이 교단보다 우위에 서 제멋대로 지배해오고 있다. 교육이 처한 문제점 해결은 그 방안이 교단으로부터 제시되는 교권확보에서 시작돼야 정상이다. 정부의 탁상정책이나 지시는 그 내용이 아무리 화려해도 탁상공론에 그친다. 예컨대 한완상장관이 한건주의로 강조하는 창발교육이란 것도 언어의 유희에 불과하다. 창의적 교육이 없었던게 아니다. 공부는 있어도 수업은 없는 인성빈곤의 척박한 교실을 회생하는 길은 교권우대가 우선되는 교육의 기본이 바로서야 가능하다. 공교육강화 역시 마찬가지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가 규제만능의 고정관념에서 스스로 해방되고자 하는 결단이 필요하다.

道 와 術

두 노비의 다툼에 “네말이 옳다” “네말도 옳다”고 하자 “하나가 옳으면 하나는 그른 법인데 어찌 둘다 옳을수가 있습니까”하는 말에 “네말 또한 옳다”고 한 것은 유명한 황희다. 조선조 태종때부터 관직에 60여년 있으면서 세종땐 영의정을 18년이나 지냈다. 마침내 관직을 물러나 병석에 누워 세종이 문병갔다. 허름한 집안에 청백리의 방바닥이 멍석인 것을 보고 왕이 놀라자 “늙은사람 등 긁는데는 멍석이 제격입니다”라고 했다. 그가 ‘네말도 네말도 옳다’고 한것은 사소한 시비에만 관대했을뿐 주관이 없는 무골호인이었던 것은 아니다. 주요 국사엔 시비를 분명히 가려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앙녕대군 폐세자땐 극력 반대하다가 태종의 노여움을 사 유배됐다. 다섯번 좌천되거나 파직되고 귀양살이를 세번에 걸쳐 4년동안 한 우여곡절을 겪었다. 의정부 논의에 배석한 병조판서 김종서를 혼낸 일화가 있다. 그의 앉은 자세가 바르지 못함에 “병판대감 의자가 잘못됐나보다…여봐라 빨리 고쳐 드려라!” 하고 큰소리치자 김종서가 급히 무릎을 꿇고 사과했다. 나중에 맹사성이 “왜 그에게 그토록 엄히 대하느냐”고 묻자 “우린 다 늙어 퇴물이고 그가 뒤를 이어야 할 것이니 바르게 인도하기 위함”이라고 대답했다. 아랫사람의 시비는 곧잘 따져 강직한듯 하면서도 윗사람의 시비엔 이눈치 저눈치를 살펴 꽁무니를 빼는 사람들이 많다. 이렇게 해서 출세한 사람들은 마치 곡예사 같은 처세술의 달인으로 대개 행세한다. 원칙논리 보다는 상황논리를 앞세운다. 세상살이 방법엔 술(術)과 도(道)가 있다. 술은 재주고 도는 근본이며, 술은 가변인데 비해 도는 불변이다. 황희는 술보다 도를 앞세우며 살았던 분이다. 이에비해 역사에 나타난 간신배들은 하나같이 술에 치우친 위인들이다. 현세에 그 누구도 도를 지키며 산다고 말하긴 무척 어렵다. 그러나 조물주는 인간에게 반성할줄 아는 영혼을 주었다. 술의 해악에 도를 지키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남을 지배하는 권력을 지닌 이들일 수록이 더욱 그러하다. 술의 권력자는 권력을 놓을땐 허전하고 두렵다. 도의 권력자는 권력을 놓을때 빚을 갚은 것처럼 후련해 한다. 황희는 권력에서 물러나면서 노구를 편하게 해주는 세종의 성은에 진실로 감읍했다. /白山

태극기에 대한 소회(所懷)

동양철학에서 온 세상의 만물이 생성되는 근원을 태극(太極)으로 이르고 있다. 태극기는 흰 바탕에 태극을 중심으로 네 귀에 검은색으로 건(乾)·곤(坤)·감(坎)·이(離)의 괘로 만들어진 우리나라 국기다. 국기는 국가와 국민을 대내·외적으로 상징하는 표본이다. 언제부턴가 기상에 관계없이 관청이나 공공기관 건물에는 365일 내내 태극기가 게양되고 있다. 눈비를 맞아도 강풍이 불어도 태극기는 이같은 악조건에 시달리며 사시사철 매달려 있다. 정부는 지난 96년 12월27일 기존의 ‘대한민국 국기에 관한 규정’을 개정·공포(대통령령 제15182호)한데 이어 이듬해 1월1일부터 일선 시·도를 비롯한 지자체와 관공서에 태극기의 연중게양을 권장했다. 태극기를 국민과 가까이 해 민족정체성을 확립하고 태극기를 사랑하는 분위기를 조성한다는 취지에서 일출시 달고 일몰시 뗐던 태극기 관리가 연중무휴(?) 게양으로 바뀐 것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정부가 권장한 태극기 관리에 몇가지 문제점과 실책이 배어 있다고 지적한다. 에너지절약 등 경쟁력 10%이상 높이기운동이 정부의 주요시책으로 펼쳐지는 마당에 밤에 태극기가 잘 보일 수 있도록 조명시설을 설치할 것을 이 지침은 권고하고 있다. 탈색이나 오·훼손 방지를 위해 특수천 및 가공방법 등의 연구, 개발과 함께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지침은 제시하고 있지만 도처에 내걸린 태극기는 비바람과 먼지 등 공해에 찌들어 병들고 있다. 거리를 가던 국민들이 태극기 하강식에 맞춰 잠시나마 경건한 마음으로 가슴에 손을얹고 국가와 국민을 떠올리던 모습이 세월이 많이 흐른 지금에 와서 그리워지는 이유는 왜일까. /조윤장기자<제2사회부/오산> yjcho@kgib.co.kr

인천국제공항

인천국제공항이 오는 29일 개항을 앞두고 구설이 무성하다. 활주로 간격이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규정한 동시 이착륙간격 1200m에 비해 3분의1밖에 안되는 414m간격에 불과하다. 보잉사등이 개발하고 있는 ‘하늘의 호텔’이라고 불리우는 600인승 초대형 항공기는 활주로등의 폭이나 길이가 작아 이착륙을 할수가 없다. 사정이 이런데도 예산도 없고 전문인력도 미흡하여 2단계 시설공사는 엄두 내지 못한다. 잘못하면 지난 1998년 개항한 홍콩 첵랍콕공항과의 경쟁력이 떨어져 세계속 공항이 아닌 지역공항으로 전락할지 모른다. 첵랍콕공항은 각종 안전망이 이중 삼중으로 되어 안전도가 높을뿐만 아니라 공항과 시내가 철도로 연결돼 교통이 편리하다. 이에비해 인천국제공항은 교통이나 안전도면이 떨어진다. 오늘자 본지엔 인천국제공항과 관련해 두가지 주목할 만한 기사가 보도됐다. 개항연기론 속에 외국컨설팅 용역사의 부분개항 권고와 인천공항공사의 인적 구조결함이다. 이 두기사는 시설 결함에 겹쳐 인적결함까지 드러내어 많은것을 생객케 한다. 정부는 무성한 개항연기 권유에도 불구하고 오는 29일로 예정된 개항을 강행키로 확정했다. 시험가동에 아무 흠이 없어도 몇달을 두고 검증해야 할판에 시험가동때마다 여기저기 흠이 드러나는 실정에서 개항이 뭐가 그리 급한지, 개항일까지 흠을 고쳐 완비토록 한다지만 글쎄, 그것이 제대로 될는지는 의심스럽다. 첵랍콕공항은 관제탑까지 마비될 만일의 사태를 배려하여 여유관제탑을 세워 쌍둥이 관제탑을 두고 있다. 하자투성인 시스템 오류의 개선없이 무턱대고 개항을 강행하는 배짱이 무척 불안하기만 하다. 축복속에 문을 열어야할 인천국제공항이 출생부터 구설이 심해 안타깝다. 이도 ‘빨리빨리병’때문이 아닌가 싶어 걱정되기도 한다. 그저 아무 탈이없는 개항이 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만일 예상됐던 걱정이 현실로 나타나면 개항을 강행한 책임자들은 마땅히 응분의 책임을져야 할 것이다. /白山

카드社 폭리 규제해야

고리대금업과 같이 지나치게 높은 현금서비스 수수료와 연체이자를 물려 막대한 이익을 취해온 신용카드회사들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13일 8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2개월내에 수수료율을 인하하라는 명령을 내렸지만 이러한 조치는 솜방망이에 지나지 않는다. 신용카드회사들은 지난해 조달금리에 비해 턱없이 높은 수수료와 연체이자로 전년보다 최고 6배나 많은 당기순이익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신용카드회사들은 공정거래위원회의 명령에 대해 “이의 신청을 하겠다”고 맞서고 있지만 이는 고객을 무시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신용카드회사들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초 일시적으로 초고금리 현상이 나타났을 때 현금서비스 수수료율, 연체이자율 등을 대폭 인상했다. 현금서비스 수수료율은 연 23.5∼28.1%로 은행의 가계대출금리 9%대에 비교하면 무려 3배에 이른다. 신용카드회사 전체 매출 가운데 현금서비스 매출이 절반을 넘게 차지하므로 카드회사들은 그동안 고리대금업을 해온 셈이다. 할부 구매시의 수수료율도 연 14∼19%로 지나치게 높다. 신용카드업계는 ‘은행에서 돈을 빌리기 어려운’사람들이 주요 고객이므로 신용위험도가 높고, 은행보다 조달금리가 높아 대출금리도 높을 수 밖에 없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자초한 점도 많다. 소득이 없는 대학생들이나 명의를 도용한 사람들에게 카드 발급을 남발하므로써 신용위험도가 높아진 것은 카드사의 잘못인데도 그 증가분조차 고객에게 모두 떠넘기고 있는 것이다. 신용카드회사들은 카드 사용의 폭발적 증가와 높은 대출 수수료, 연체이자 등으로 작년 한해 4배 가까운 수익을 올리며 사상 최대의 호황을 누렸다고 한다. 비씨·LG 캐피탈·삼성·국민·외환카드 등 상위 5개 카드회사(전체 매출액의 98.5% 차지)의 2000년 당기순이익 1조1천788억원으로 전년도의 2천 386억원에 비해 394%나 폭증했다는 것이다. 신용카드회사들의 이러한 폭리에 비해 80억원의 과징금 부과는 형식적인 조치에 지나지 않는다. 또 2개월 이내에 현금서비스 수수료율, 할부수수료율, 연체이자율을 조정하라는 명령을 내렸지만 인하범위를 정하지 않은 것도 너무 미온적인 대책이다. 신용카드회사들의 자율적인 안하결정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기대하기 어려우므로 정부는 신용카드업계에 대한 감독을 더욱 철저히 하여 서민경제를 보호하기 바란다.

陳捻, 그럴려면 뭣하러 왔나?

진념 부총리겸 재경부장관이 경기도 지역경제협의회서 보인 자세는 지나치게 무성의 했다. 경제활성화의 숨통이 트일 길을 기대했던 기업인, 학계, 언론인 등 150여명은 장황한 일방적 정부시책 홍보청취만 강요당해 시책의 이해는 커녕 소중한 시간만 허비한 꼴이 됐다. 경제각료팀 수장의 지역경제협의회 참석은 중앙과 지방의 코뮤니케이션이 이루어져야 하는데도 군림적 행태를 드러내어 대부분의 참석자들을 크게 실망 시켰다. 진부총리는 공장총량제 폐지, 과밀부담금확대 재고, 경기지방수산청 신설, 평택IC 설치 등 지역현안의 절실한 배경은 무시한채 무작정 부정적 답변으로만 일관했다. 이어 산자부 및 노동부 차관, 건교부 차관보와 기획예산처 경제예산심의관, 재경부 국장 등 5개 부처와 가진 질의에 대한 답변도 역시 건성으로 일관했을뿐만 아니라 부총리 일정이 바쁘다는 이유로 첨단벤처기업 부품공동구매, 지역신용보증재단 지원, 경기지방노동청설치, 정리해고 억제 등 초미의 당면과제 건의는 그나마 질의조차 못한채 끝나고 말았다. 이바람에 토론자가 모처럼 준비한 현안의 경기교육대학 설립, 신도시 건설에 관련한 문제점과 대책등은 거론조차 못하고 또 수많은 기업인들이 정성들여 자료를 만든 지역경제 활성화 질의는 하나도 답변을 듣지못해 결국 내실이 없는 무위한 양상이 됐다. 지역현안에 대한 진지한 토론 과정을 거쳐 지역경제가 필요로 하는 사항을 전향적으로 정책에 반영하는 노력을 갖는것이 모임의 목적으로 아는데 비해 막상 결과는 오히려 모임을 갖지 않은것 보다 못한 정도로 지역사회의 불만이 높다. 도대체 그토록 바쁘 본연의 지역경제 실상을 듣지못할 형편이면 지역경제협의회는 뭐하러 가진건지 심히 의문이다. 지역경제협의는 허울뿐 정부시책 강제주입 설명회 자리로 둔갑시킨 그의 무모한 의식이 정부에 도움이 된다고 보긴 어려울것 같다. 이모임은 각시·도에 돌아가면서 갖는것으로 알고있다. 잘 모르긴해도 타시·도에서도 역시 건성일것 같으면 아무 의미가 있을 수 없다. 지역경제는 국가경제의 시발점이면서 종착점이며, 종착점이면서 시발점이다. 지역경제 파악은 그만큼 중요하다. 진부총리는 겉치례 순회모임으로 대통령에게 지역경제 실상을 다 파악했다고 보고 할 것인지 궁금하다.

평택시의 하수종말처리장 건설

최근 평택시가 추진하고 있는 안중하수종말처리장 건설과 연계한 분뇨·축산폐수처리장 건설을 보면 의아심을 갖게 한다. 300여억원의 예산을 들여 건립하는 이 하수처리장은 시비 10%, 도비 10%, 국비보조 80% 등 총 80여원을 투입하는 분뇨·축산폐수처리장과 연계해 건설된다. 시는 이에따라 (주) 건화엔지니어링에 설계의뢰를 해놓고 있지만 현재 공법 등의 시비로 착수조차 못하고 있어 자칫하면 폐수처리장이 무용지물이 될 수 있는데다 매년 시가 10여억원 정도의 운영비를 들여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폐수처리장은 어느 공법도 완벽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게 관계전문가들의 지적이고 보면 공법문제를 놓고 갈등하는 시측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할만하다. 그렇다면 시측은 폐수처리장을 적은 예산으로 설치하는 공법을 택하고 하수처리장에 대한 투자를 조금 더해 규모를 보완하는 방안 등도 검토돼야 한다. 수십가지의 공법중 시는 B3·BID SUF·BCS공법을 선택하고 이중 하나의 공법을 택하기위해 이미 설치된 타 시·군을 방문하는등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렇게 시 공무원들이 다른 곳의 지자체를 돌며 평가한 내용을 보면 B3와 BIO SUF공법의 경우 조기투자비가 많이 들고 안정적 수질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연간 10여억원의 관리비가 소요되고 균을 일본에서 수입하기 때문에 막대한 시설비를 투자한 시설이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또 BCS공법의 경우는 조기투자비는 싸지만 안정적 수질을 확보할 수 없다는 것이 시측의 입장이다. 물론 어느 공법을 택할지는 시의 몫이다. 하지만 10년이 아닌 100년 대계를 보고 선택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할 때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최해영기자<제2사회부/평택> hychoi@kgib.co.kr

공기업 ‘낙하산 임원’퇴출

정부가 경영, 개혁부진의 책임을 물어 주택공사, 대한석공, 수자원공사 등 6개 공기업사장을 포함한 임원 7명을 임기와 관계없이 전격해임한 것은 평가할만하다. 이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의 경영평가 결과를 토대로 문제가 인정되는 공기업 임원역시 추가퇴출 할 것이라는 정부방침 또한 환영한다. 개혁의 소용돌이 속에서 유독 구태에 안주해온 것이 공기업분야였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경우 누적된 적자 속에 아직껏 퇴직금 누진제를 개선하지 않고 있을뿐 아니라 집단외유, 집기 일괄구입등에 약 70억원을 낭비한 것으로 드러나 빈축을 사고 있다. 정부산하 공기업 개혁은 이제부터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곧 임기가 만료되는 한국석유공사 사장을 비롯한 20여업체 50개 내외의 임원자리를 민주당과 자민련등 공동여권이 여전히 논공행상의 전리품화 하려는 움직임은 심히 당치않다. 공천탈락자나 옛동지에게 한자리 마련해주는 줄대기가 성행되고 있는것은 반개혁적 처사로 지탄받아 마땅하다. 정권 출범 초기의 낙하산 인사는 기왕 그렇다 치더라도 개혁의 대수술이 시작된 지금에 와서까지 관행의식을 버리지 못해 여권 유력인사 책상에 자천타천의 이력서가 쌓이는 것은 우려스런 현상이다. 또 민주당과 자민련이 배분몫을 두고 은근히 신경전을 벌이는것 역시 아직도 정신을 못차렸다고 보아 매우 개탄스럽다. 공기업 구조조정은 낙하산부대 추방부터 시작돼야 한다고 보는것이 본란의 지론이다. 상층구조의 혁신없이 하부구조의 개혁만으로는 소기의 성과를 결코 기대할 수가 없다. 정치적으로 투하되는 낙하산 인사는 한결같이 비전문가들이다. 이에비해 공기업은 그마다 다 특성이 있는 전문업종이다. 군사정권에선 퇴역장성이 판을 치던 공기업 임원진을 문민정부나 국민의 정부에서 정치실업자 구제소로 삼는다면 군사정권과 별반 다르다 할것이 없다. 청와대가 공석이 되는 공기업 임원자리를 공모하려는 것으로 들리는 것은 더두고 지켜 보아야 하고 또 늦긴했지만 다행스럽다. 공모도 좋지만 공기업마다 평생을 두고 봉직해온 자체내 전문가들이 많다. 이런 자체내 전문가들을 발탁하는 것은 조직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공기업 임원진 개편은 곧 공기업 개혁의 시금석이다.

한강水系 난개발 막아야 한다

산자수려한 한강수계 지역이 난개발로 병들어 가고 있다. 환경부 산하 한강유역환경관리청이 최근 한강수계 지역에 대한 개발실태를 조사한 결과 가평 용인 광주 여주 등 한강수계 수변구역에 전원주택단지와 연수원 골프연습장 등 대규모사업 200여건이 공사중이거나 시행계획중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 사업 거의가 도로개설 골재채취사업과 함께 대규모 사업부지가 필요하므로 이에 따른 환경훼손과 수질오염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한강유역환경관리청은 이 사업들이 지난해 8월 도입한 사전 환경성 검토 제도 시행 이전에 사업허가를 받아 소정의 형질변경 등의 절차를 거쳤기 때문에 법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환경부가 한강수계의 일정지역을 수변구역으로 지정하고, 사전 환경성 검토 제도를 도입한 것은 환경을 훼손할 우려가 있는 사업과 오염유발 사업을 규제, 상수원을 보호하기 위한 것임을 상기할 때 형식논리로만 이문제를 안이하게 생각해서는 안된다. 따라서 당국은 현재 진행중인 사업들이 사전 환경성 검토 제도 시행 이전에 허가받았다 하더라도 향후 환경훼손과 오염유발 여부를 따져 대책을 세울 필요가 있다. 예컨대 하수종말처리장과 아파트 건설에 소요될 골재 공급을 위해 여주군이 남한강 골재채취를 허가한 사업 등은 신중히 재검토해야 한다. 여주군으로서는 하상퇴적토를 준설, 골재판매수익을 올리고 둔치를 조성하는 등 일거양득을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문제는 그런 사업으로 한강의 생태계가 치명적 영향을 받고 자연환경이 완전히 망가지게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하천의 밑바닥에서는 원래 저생생물 박테리아 등의 유기물 분해작용과 각종 오염물질의 환원작용 등 하천의 자연정화작용이 일어나고 있는데 그곳을 긁어내고 주변에 오염을 유발할 인공적 시설물을 설치하게 되면 남한강의 생태계가 심각하게 교란될 것은 두말할 것도 없다. 따라서 200여건의 각종 개발사업이 한강수계에서 벌어질 경우 팔당 상수원의 수질을 오염시키고 한강 자연생태계를 근본적으로 파괴시키게 되지 않을까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당국은 앞으로 공사장주변 등의 오수관리실태를 수시로 점검해 상수원 수질오염을 단속할 것이라고 하지만 그동안의 관행으로 보아 안심할 수 없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환경훼손과 오염방지를 위한 최선의 방법은 원천적으로 그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다. 따라서 당국은 이미 허가된 사업들을 취소 또는 반려하는 방법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환경은 한번 훼손되면 복구가 어렵다는 점에서 미래지향적인 결단이 필요한 것이다.

북한 아동문학

북한에서는 ‘유년기’를 “대여섯살이나 예닐곱살 정도의 어린 나이 또는 그런 어린 아이”로 설명하고 있다. 북한의 교육제도로 보면 이 나이는 유치원생이나 인민(초등)학교 1학년생이다. 그런데 북한 문단에서는 어릴 때부터 김정일 총비서나 사회주의 체제를 찬양하는 마음을 심어주기 위해 아동문학의 한 형태로 ‘유년기문학’을 두고 있는 것으로 최근 알려졌다. 북한의 아동문학 최근호(2월호)는 유년기문학이라는 이름아래 ‘막내손가락’ ‘울다가 웃어요’‘눈사람과 나무인형’ 등 3편의 동요와 동시를 게재, 북한에서의 ‘유년기문학’을 보여 주었다. 북한에서 유년기문학이 언제부터 아동문학의 한 갈래로 자리잡아 왔는지는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근래 몇년사이로 추정된다. 1994년판 문예상식이나 1992년판 조선말대사전 등에도 유년기문학에 대한 설명이나 개념을 정리한 글이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에서 아동문학의 한 형태로 유년기문학이 등장한 것은 북한의 문예정책이 문학성이나 예술성보다는 기능성을 더 강조하는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또 북한은 체제와 환경을 문학의 최대가치로 여기는 것 같다. “판문점 넘어서/흰머리 날리며/이기고 돌아오신/우리 할아버지/흙 한줌 움켜쥐고/흐느껴 우시더니/나를 안고 볼 비비며/이젠 또 웃으시네/호호호 할아버지두/유치원생 나처럼/울다가 웃으셔요/웃다가 또 우셔요/장군님의 품에 안긴/이 감격 꿈만 같아/울다가 웃으신대/웃다가 또 우신대” 북송 미전향 장기수가 평양에 들어서는 모습을 그린 동요 ‘울다가 웃어요’를 보면 이 점은 명확하게 나타난다. 북한의 소년, 청년들은 유년기부터 이렇게 체제 우월감과 사회주의에 젖어 성장하는 것이다. 아동문학면에서 남과 북의 ‘문학정신 ’은 이렇게 다르다. 아동문학은 어린이들의 가슴에 아름다운 이상과 희망을 심어주는 예술이다. 문학을 통한 심성교육이다. 어린이들의 마음과 생각은 하얀 창호지와 같아서 최초의 영향으로 선연하게 채색된다. 유년기 때부터 사회주위 체제에 젖은 북쪽 어린이들과 우리 어린이들이 한자리에 어울리는 경우를 생각하면 마음이 편하지 않다. 아동문학의 남북교류는 그래서 시급하다. /淸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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