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문재인 정부의 SOC(사회간접자본) 예산은 올해보다 8천억 원이 늘어난다. 이는 문재인 정부가 집권 이후 유지하고 있는 SOC 예산 감축 기조를 수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문재인 정부는 이번에 증액된 SOC 예산에 대해서 생활 SOC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8월6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생활 SOC는 토목에 대한 투자가 아니라 사람에 대한 투자라고 설명을 했다고 한다. 최근 문재인 정부는 기존의 토목 SOC는 나쁜 SOC이고, 생활 SOC는 좋은 SOC로 구분하고 있는 듯하다. 그렇다면 SOC의 효과는 무엇인가. 또한 SOC의 역할은 무엇인가. 공공사업 등 SOC의 역할 등에 대해서는 오랜 기간 논쟁이 존재하며, 이러한 유사한 논쟁은 일본에도 존재한다. 전통적으로 일본의 자민당은 경기부양을 위해 공공사업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왔다. 이에 대해 2009년 중의원 선거에서 일본의 민주당은 불필요한 공공사업을 축소해 사회보장 등 육아지원의 재원에 활용하자는 공약(이른바 콘크리트에서 사람으로)을 제시했고, 이러한 주장은 일본 국민의 많은 지지를 얻었고 일본의 민주당은 집권에 성공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2011년 동일본대지진을 계기로, 공공사업 등 SOC 사업의 필요성이 재인식됐다. 2012년 12월 중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은 대지진, 재난 등에 따른 사회 인프라 붕괴를 회피하기 위한 공공사업의 필요성을 강조했으며, 이는 국민으로부터 폭넓은 지지를 받았다. 현재 아베 내각은 국토, 경제, 재해, 사고 등에 의해 치명적인 피해를 보지 않는 강인한 국토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국토강인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아베 내각은 국토강인화의 기본목표로서, 인명(人命) 보호, 국가 기능의 유지, 국민의 재산 및 공공시설의 피해 최소화, 신속한 복구부흥을 설정했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아베 내각은 무분별한 공공사업의 확대를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회피하고자 하는 최악의 사태를 특정화, 중점화해, 핵심적인 시책을 마련하고 있다. 핵심적인 시책을 결정함에 있어서, 일본 정부는 저출산에 따른 국민 수요의 변화, 사회자본의 노후화 등을 고려하고, 이와 동시에 일본의 재정위기적 상황을 고려해 시책의 지속가능성을 중시하고 있다. 핵심 시책은 국가 역할의 중요성, 영향의 크기와 긴급성 등을 고려해, 최대한 피해야 하는 최악의 사태 중에서 15개의 중점화 시책이 결정됐다. 예를 들면 대도시 건물, 교통시설 등의 대규모 붕괴 또는 주택밀집지의 화재에 의한 사상자의 발생, 쓰나미에 의한 대규모 사상자 발생 등을 절대로 일어나면 안 되는 최악의 사태로 규정하고 있다. 즉 아베 내각은 공공사업을 단순히 경기부양을 위한 정책수단으로 간주하는 것이 아니라, 재난, 재해가 발생할 경우, 국민의 생활, 안전에 중대한 영향을 주는 최악의 사태를 회피하기 위한 중요정책 수단 중의 하나로 보고 있다. 일본에 비해 한국은 지진 등 재난, 재해가 별로 없는 지역으로 간주해 왔으며, 상대적으로 재난, 재해예방에 대한 투자를 충분히 해오지 않았다. 그러나 한국에서 온수관 파열사고, KT 건물화재 등 SOC 사고가 계속되고 있으며, 또한 한국이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우려가 증대하고 있다. 즉 향후 공공사업 등 SOC의 필요성을 판단할 때, 경기부양에 따른 효과, 예산의 지속가능성 등의 고려뿐만 아니라, 재난, 재해에 따른 사회 인프라 붕괴의 사전방지 효과 극대화를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박성빈 아주대 국제학부장일본정책연구센터장
오피니언
박성빈
2018-12-25 20: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