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유럽연합(EU)의 미래

EU의 통합과정은 인간의 상상력이 창조한 이상향(理想鄕)을 추구하는 열정이 현실세계의 제약을 극복해가는 반세기를 넘어 1세기를 향해가는 장편의 드라마이다. 1951년 유럽통합의 대장정을 출범시킨 상상력에는 르네상스, 대항해시대(大航海時代) 그리고 산업혁명을 일으켜 근대 문명을 선도한 유럽의 자부심이 담겨있다. 그러나 최근 유럽통합호(號)는 그리스 신화의 영웅 오디세이가 험난한 지중해에서 고난의 항해를 겪는 것과 같은 형국에 처해 있다. 첫째, EU가입 후에도 파운드화 사용을 고수하면서 유럽통합에 한발만 담그고 있던 영국은 결국 공동의 번영에 대한 신뢰를 철회하고 시장개방과 유럽표준화 대신 영국의 정체성 보존과 노동유입 제한을 선호함으로써 유럽통합에 치명적인 상처를 남겼다. 영국의 탈퇴는 오디세이를 항해에서 이탈케 한 사이렌의 미성(美聲)처럼 EU의 해체를 유혹하는 항구적인 원심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둘째, 그리스는 3차례 구제금융(bail-out)의 조건으로 EU채권국들이 제시한 가혹한 재정긴축조치를 이행중에 있으나 IMF의 권고대로 채권국들이 그리스의 대외부채를 현재의 GNP 180% 수준에서 120% 정도로 탕감해주지 않는 한, 그리스의 재정위기와 구제금융의 악순환은 종결될 전망이 희박하다. 그리스정부는 긴축조치를 성실히 이행하여 부채경감 조치를 기대하고 있으나 채권단은 포르투갈 등 다른 구제금융 수혜국들과의 형평성 및 국내 정치적 부담으로 인해 부정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앞으로 그리스의 재정긴축의 성과가 미미하여 구제금융이 실패할 경우 채권국정부들은 그리스가 EU를 탈퇴토록 권고하거나, 그리스정부가 국민에게 더 이상 긴축정책의 고통과 희생을 설득할 수 없게 되어 EU의 자진탈퇴를 고려할 가능성도 있다. 그리스의 경제위기에서 유로화 사용의 위험을 목도한 동구의 신규 회원국들은 자국화폐 사용을 유지한 채 유로존 가입시기에 관해 장기간 결정을 연기하고 있다. 셋째, EU는 시리아 등 중동지역 난민들을 분담 수용하는 난민쿼터제에 합의하여 인도주의적 대의를 추구하고 있으나 EU 및 미국의 시리아 내전에의 적극적인 개입의지가 부족하여 난민의 EU유입 사태는 조속히 해결될 전망이 높지 않다. 앞으로 난민 수용에 관한 회원국들의 국내 정치적 부담이 가중되면 회원국간 이견 봉합이 더욱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다. 난민과 이민문제는 유럽 대륙에 극우 정당이 급격하게 부상하고 있는 배경이 되고 있다. 프랑스, 오스트리아의 극우정당 지도자들은 선거에 임하는 주요 정강으로 반이민과 EU탈퇴를 표방하면서 대중에게 영합하고 있다. 유럽통합의 역사는 지금까지 수차례 위기를 겪을 때마다 오히려 통합이 심화되어 체제가 강화되는 특이한 반전의 양상을 보여왔다고 한다. 금번에도 EU가 그리스 경제위기 와중에서 구조적 결함으로 노출된 재정적 통합을 진전시켜 통합의 복원력을 회복하여 오디세이의 신화(神話)적 항해가 계속될 지가 주목된다. 이는 EU를 모델로 하는 한국, 중국, 일본간 동북아 등 지역협력의 가능성 검토에 귀중한 교훈을 줄 것이다. 신길수 前 주그리스대사

[세계는 지금] 수에즈 운하사건과 EU 탄생 에피소드

영국이 지난 6월23일 국민투표를 통해 EU 탈퇴를 결정했다. 메이(MAY) 영국총리는 내년 봄부터 영국과 EU간 탈퇴 협상을 시작하여 2년 후인 2019년 봄이면 영국의 EU 탈퇴가 현실화될 것으로 전망했다.영국은 1958년 1월1일 출범한 EU의 전신인 EEC(유럽경제공동체)에 가입을 위해 부단히 노력하였으나 프랑스의 반대로 가입하지 못하고 있다가 1973년에야 가입하게 된다. 영국이 어렵게 가입했던 EU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이민문제로 인해 탈퇴하는 과정을 보면서 과거 수에즈 운하사건으로 인해 EU가 탄생하는 에피소드를 다룬 2006년 7월27일자 더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의 기사를 떠 올려본다. 1956년 7월26일 이집트의 나세르 대통령은 알렉산드리아에서 개최된 대중 연설을 통해 수에즈 운하의 국유화를 선언한다. 이에 대해 영국, 프랑스, 이스라엘 3국은 반대 입장을 공유하면서 수에즈 운하를 침공하기 위한 계획을 세운다.영국은 최근까지 점령하고 있던 수에즈 운하를 이집트에 넘겨준 것에 불만이었던 차에 원유 수송 등 중요한 해상통로인 수에즈 운하를 위협하는 이집트를 묵과할 수 없었다. 프랑스는 당시 알제리에서 식민전쟁을 치르고 있는 상황에서 아랍의 민족주의 확산을 잠재울 필요가 있었다. 이스라엘은 가지지역으로부터 침투하는 세력들을 방조하는 이집트를 손볼 기회를 찾고 있었다. 미국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11월 대통령선거에서 연임을 앞두고 외국에서의 분규에 휩싸이고 싶지 않고, 또한 영국과 프랑스의 이집트 침공으로 인해 아랍 등 제3세계국가들이 공산주의 진영으로 선회하는 것을 우려하여 3국에 의한 이집트 침공에 반대 입장이었다. 미국의 반대 입장도 불구하고 3국은 사전에 협의한 시나리오에 따라 이스라엘의 공수부대가 10·29 시나이 반도를 침공하고, 이어 영국과 프랑스가 이스라엘과 이집트를 중재한다는 명분으로 수에즈 운하 인근 해안에 상륙한다. 사전에 3국의 비밀 협의를 모르고 있었던 미국은 영국의 IMF 구제금융 지원을 빌미로 영국을 압박하여 영국을 수에즈 운하 군사작전에서 손을 떼게 한다. 1956년 11월6일 저녁 독일 아데나워(Adenaur) 총리와 함께 있던 프랑스 모레(Mollet) 총리는 영국 이든(Eden) 총리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전화에 따르면 영국은 프랑스와 함께 수에즈 운하에 무력 침공키로 했던 계획을 포기한다는 내용이었다. 이 소식을 접한 아데나워 총리는 “향후 프랑스와 영국은 미국에 비견되는 강대국이 절대 될 수 없다.독일은 말할 것도 없다” 라고 말하고 “국제무대에서 유럽국가들이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바로 유럽을 통합하는 것이다. 통합된 유럽이 프랑스의 미국에 대한 복수가 될 것이다.” 라고 말했다고 전해진다. 이런 과정을 통해 유럽경제공동체(EEC)의 탄생을 알리는 로마조약(Treaty of Rome)이 바로 다음해인 1957년 3월25일 서명된다. 이후 프랑스는 수에즈 운하사건으로 경험한 영국에 대한 배신감으로 인해 1973년까지 영국의 EU 가입에 철저하게 반대한다. 수에즈 운하사건이 EU 탄생의 하나의 계기가 되었다는 점을 회상하면서 영국의 EU 탈퇴는 과연 유럽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궁금해진다. 더 나아가 우리 경제와 외교에는 순풍으로 작용할지 역풍으로 작용할지… 지금부터 대비해 나가야 하겠다. 새삼 오늘따라 세계가 더 작게만 보인다. 김상일 道 국제관계대사·前 주시카고총영사

[세계는 지금] 아베 일본총리와 메이지 유신

최근 일본정가(政街)의 주목되는 동향은 집권 자민당에 의한 아베 총리의 임기연장 추진이다. 내년 3월 적어도 3연임은 가능토록 당규가 개정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아베 총리가 2018년 9월 3연임에 성공하여 일 역사상 최장수 총리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일국민은 왜 이렇게 아베 총리를 지지하고 있는 것일까? 일본 유수의 증권사 최고위직을 지낸 후 유럽지역에 근무했던 한 일본대사는 일국민의 아베 총리 지지 배경에는 ‘일본이 지금 때를 놓치면 더 이상 경제의 재기는 영원히 불가능할 것이라는 절박한 위기 의식을 일국민들이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였다. 지난 ‘잃어버린 20년’에 대한 좌절감과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한 불안감이 일본사회의 저변에 흐르고 있는 가운데, 아베총리와 자민당은 아베노믹스를 통한 경제부활과 과거의 일본 위상 회복을 천명하면서 이에 대한 일국민의 지지를 배경으로 일본을 보수우경화로 이끌어 가는 것으로 평가된다. 아베 총리는 임기가 연장되면 정치적 소신인 ‘평화헌법’의 개정을 완수할 시간적 여유를 갖게 된다. 아베 총리가 추진하는 개헌방향이 ‘국가 비상시 국민의 국가 순종의무’ 등 국민의무 6개조 신설 및 일왕(日王)을 현재의 상징적 지위에서 국가원수화 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아베 총리의 구상대로 개헌이 되면 새 헌법은 1890년 ‘이토 히로부미’가 주역이 되어 반포된 ‘일본제국헌법’이 일왕을 막부 시대의 명목적 지위에서 국가원수로 복원시킨 것과 취지가 유사하게 보여 과거사가 상기된다. 일본제국헌법에서 명문화된 일왕의 국가 최고통수권자로서의 권위는 메이지 정부가 추진한 근대화노선 대열에 국민들을 결집시켜 일본 근대화 성취에는 기여하였다고 보나, 이후의 군국주의 체제는 일왕의 현인신(現人神)적 절대권위를 내세워 일국민을 대외적 침략전쟁으로 끌고 가는 노선의 정당성 확보에 활용한 문제점이 있다.이러한 역사적 맥락에 비추어, 아베 총리의 개헌 배경에는 자신의 보수우경화 정책에 대한 폭넓은 국민적 통합과 지지를 도모키 위해 일왕의 국가원수적 권위를 활용하기 위한 의도가 있지 않는가 추론된다. 아베 총리의 평화헌법 개정에 대해 일국민의 부정적 여론은 여전히 매우 높은 편이기 때문이다. 아베 총리는 메이지 유신의 정신적 지도자인 ‘요시다 쇼인’을 흠모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메이지 유신 시대는 일국민들에게 희망과 열정과 영광의 시대로서 향수(鄕愁)의 대상이다. 메이지 유신의 시대정신이 ‘잃어버린 20년’을 극복코자 하는 일국민들의 노력에 영감의 원천이 될 수 있다. 우려스러운 것은 메이지 유신은 정한론(征韓論)에 이어 대동아공영(大東亞共榮)을 명분으로 한 침략전쟁으로 귀결되는 불행한 근세사를 보였음을 감안할 때, 아베 총리가 대외정책에서 메이지 시대정신을 현재에 보편타당성 있게 담아낼 수 있을지가 중요한데 미지수로 보이는 점이다.역사인식에서 보편적 성찰이 요망되는 보수우경세력 하의 일본과의 협력관계를 우리가 현명하게 이끌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지혜와 인내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신길수 前 주그리스대사

[세계는 지금] 메이지 유신과 아리타 자기

19세기까지 동아시아는 중국(淸)의 세력권에 있었으나 오랜 평화에 나태해진 중국은 영국과의 아편전쟁을 계기로 점차 쇠퇴한다. 섬나라 일본은 농업사회였으나 메이지(明治) 유신과 함께 산업혁명을 성공시켜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근대국가가 된다. 일본의 규슈 지방을 여행하면서 일본의 근대화를 가져온 메이지 유신은 임진왜란 때 납치된 조선 도공의 자기(瓷器)와 관계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고대 중국에서 옥(玉)은 생전에는 부귀(富貴)를 가져오고 사후에는 영생을 보장해 준다고 믿고 있었다. 당시 지배계급에서는 살아서는 옥기(玉器)를 사용하고 죽어서는 옥의(玉衣)를 입고 매장되기를 원했다. 옥의 생산지는 중국의 서부, 지금의 신장(新疆)이었다. 중앙아시아의 유목민족이 옥의 생산지를 지배하자 중국에는 옥의 공급이 끊어졌다. 중국 사람들은 옥의 대체품을 찾아야 했다. 옥과 비슷한 자기(瓷器)가 생산되기 시작했다. 자기는 도자기의 일종으로 도기와 달리 상당한 고열에 특수 흙인 자토(瓷土)가 필요하다. 중국 자기의 중심은 징더진(景德鎭)이다. 징더진이 자기 생산의 중심이 된 것은 인근의 카오링산(高嶺山)에 자기를 만들 수 있는 자토가 풍부했기 때문이다. 세계 어디서나 자토를 카오링이라고 부르는 것은 징더진 인근의 카오링산에서 유래된다. 징더진의 자기는 ‘옥처럼 희고 종이처럼 얇으며 거울처럼 밝다(白如玉 薄如紙 明如鏡)’는 명성을 얻어 유럽 왕실과 귀족들이 선호해 왔다. 17세기 후반 명청(明淸) 교체기의 전란에 징더진의 도공은 피난가고 자기를 굽는 가마는 파괴되었다. 징더진의 자기를 유럽 왕실에 공급해 온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는 주문받은 자기를 다른 곳에서 구해야 했다. 일본 나가사키(長崎) 데지마(出島)에도 상관을 가지고 있던 동인도 회사 상인들은 인근의 아리타(有田)를 찾았다. 일본 규슈(九州) 사가현(佐賀縣)의 아리타에는 도조(陶祖) 이삼평을 기리는 비석이 있다. 조선의 도공 이삼평은 16세기 말 임진왜란 때 일본군에 의해 공주 인근에서 납치되어 왔다. 이삼평은 아리타에서 자토 카오링을 발견하여 조선식 자기를 만들었다. 네덜란드 상인이 아리타를 찾았을 때 이삼평의 후손들이 징더진보다 더 아름다운 자기를 만들고 있었다. ‘아리타 야끼모노’로 불린 아리타 자기는 이마리(伊万里)항을 통해 유럽으로 수출되었다. 아리타 자기는 유럽 왕실과 귀족들의 인기를 얻어 황금처럼 비싸게 거래되었다고 한다. 사가현의 나베시마(鍋島)영주는 아리타 자기로 큰 재부(財富)를 형성할 수 있었다. 1853년 미국의 흑선내항(黑船來港)으로 250년 이상 일본을 지배해 온 도쿠가와(德川)의 에도(江戶) 막부가 흔들리고 있었다. 나베시마 등 규슈의 영주들은 도자기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제철소를 만들고 서양의 신무기를 구입하여 도쿠가와(에도) 막부를 전복시키는 반란에 참가한다. 보신(戊辰)전쟁(1868~1869)이라고 일컬어지는 일본의 내전에서 규슈 중심의 반군이 도쿠가와 막부를 무너뜨리고 왕정복고 즉 메이지유신을 성공시킨 이면에는 조선 도공이 만든 자기가 있었다. 유주열 前 베이징 총영사·㈔한중투자교역협회자문대사

[세계는 지금] 유엔 사무총장 선출과정과 원더우먼

필자가 시카고에서 총영사를 하고 있던 2014년 12월 초. 국제항공기구(ICAO) 총회 참석차 시카고를 방문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께 인사드릴 기회가 있었다. 반 사무총장이 한국인이라는 것을 미국 주류인사를 만날 때마다 자랑스럽게 이야기했던 기억이 있는데 이제 신임 유엔사무총장과 업무인계인수를 시작한다. 2006년 1월1일 취임한 반기문 제8대 유엔사무총장은 금년 12월31일로 임기를 마치게 된다. 2017년 1월1일부터 임기를 개시하는 제9대 유엔사무총장 선출과 관련해서 유엔은 지난 7월 말부터 선정 절차를 진행해 왔다. 유엔 헌장 97조는 ‘유엔 사무총장은 안전보장이사회의 추천으로 총회에서 선출된다’ 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에 따라 유엔 사무총장은 안보리 추천과 총회 결정 절차를 거쳐 최종 선출된다. 안보리의 유엔 사무총장 후보 추천은 5개 상임이사국(미국,영국,프랑스,중국,러시아)의 거부권행사의 대상이다. 종종 유력한 후보가 5개 상임이사국 중 일부가 거부권을 행사해 탈락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대신 5개 상임이사국들은 유엔 내 권력 집중을 방지하기 위해 유엔 사무총장 후보를 낼 수 없게 돼 있다. 또한 유엔 총회는 1997년 결의 51241을 통해 유엔 사무총장을 선출하는 데 있어 지역순환과 양성평등을 적절히 고려토록 하고 있다. 지금까지 유엔 사무총장은 서유럽 3명(트뤼그베 리, 다그 함마슐트, 쿠르트 발트하임), 아시아 2명(우 탄드, 반기문), 아프리카 2명(부트로스 부트로스 갈리, 코피 아난), 라틴아메리카 1명(하비에르 페레스 데 케야르) 등이며 여성이 사무총장으로 임명된 적은 없었다. 지금까지 동구권출신 특히 여성후보가 당선된 적이 없었다는 점을 감안해 금번 유엔 사무총장 후보로 여성후보가 7명이나 입후보했다. 여성 후보 선출에 대한 기대가 상당히 높았지만 궁극적으로는 국제무대에서 강대국 정치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으로 마감했다.10월5일 실시된 안보리 투표에서 안토니오 구테흐스(전 포르투갈 총리)를 제외한 나머지 9명의 후보들(13명 중 3명은 중도에 사퇴)은 5개 상임이사국으로부터 거부권을 받았고, 1995~2002년간 포르투갈 총리로 역임한 이후 2005~2015년간 유엔난민기구 대표를 역임하면서 난민전문가로 활동한 구테흐스 후보가 선출됐다. 금번 유엔 사무총장 선거에서 여러 국가들이 양성평등을 주창하는 유엔이 모범을 보여야 한다면서 여성후보를 사무총장으로 선출하자는 여론을 표명했으나 결과는 5개 상임이사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국제적인 관심과 여론을 도외시하는 모양으로 나타났다. 이에 머쓱해진 유엔은 쿠테흐스 전 포르투갈 총리가 유엔 사무총장으로 확정되자 곧바로 ‘원더우먼’을 여성권한 강화를 위한 명예홍보대사로 임명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2017년 1월1일부터 5년 임기를 시작하는 신임 유엔 사무총장이 유엔 헌장 1조에 나와 있듯이 세계의 평화와 안보를 유지하고, 국가 간의 우호관계를 증진하고, 국제문제를 해결하는 국제협력을 달성하는 역할을 하는 것뿐만 아니라 원더우먼과 함께 여성권한 강화에도 기여하길 기대해 본다. 김상일 경기도 국제관계대사·前 주시카고 총영사

[세계는지금] 김영란법, 기업문화 투명화로 한국 이미지 제고되길

부정 청탁 및 금품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소위 김영란법. 긴 해외근무 후 지난 5월 귀국한 이래 어느 모임에 가든 어김없이 나오는 단골 화두다. 다들 할 말이 많고 의견이 분분했다. 지난 9월 법이 시행되면서, 우리사회에 와야 할 것이 왔다며 법 취지가 잘 지켜져야 한다는 소리가 더 크게 들리는 듯하다. 그럼에도, 목적을 위해 수단방법 가리지 않는 비즈니스 풍토 속에서 청탁은 더 은밀해지고 그 비용도 더 커질 것이라는 회의론도 여전히 적지 않다. 이런 논란을 접하면서, 필자가 해외근무 중에 겪은 부끄러운 기억들이 떠올랐다. 우리의 부조리한 행태들에 대한 충고 또는 따끔한 지적들이다. 1990년대 우리가 일본 기업들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공들여 노력할 때였다. 어느 한국투자설명회에서 일본기업인들은 투자관련 인센티브 제도보다는 한반도안보문제와 노사문제에 관해 더 깊은 관심을 갖고 질문했다. 그런데, 설명회 후 비공식 모임에서 옆자리 일본기업인이 필자에게 일본 기업들이 한국투자를 주저하는 실제 이유가 무엇인지 아느냐고 물었다. 그리고는 한국에서 투자기업이 인허가를 받는 각 단계마다 누구에게 어느 정도의 향응이나 금품을 제공해야 하는지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했다. 접대비용도 비용이라서 이게 불확실하니 외국기업으로서는 총 투자비용을 산정하기 곤란하다는 것이다. 불투명한 청탁·접대 관행은 양질의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는데도 걸림돌이라는 것이다. 또, 90년대 초반 리비아에서, 공관장을 수행하여 태권도 용품들을 기증하러 리비아 태권도 회장을 방문했을 때이다. 경찰수장이기도 했던 그는 우선 감사의 뜻을 표한 뒤, 수년 전 모 한국기업이 태권도장을 지어준다고 약속했는데 아직 이행되지 않고 있다고 운을 뗐다. 그리고 한국 사람들은 한국기업이 대수로 공사 등 건설참여를 통해 리비아의 경제발전에 기여해왔다고 생각하는 것 같지만, 한국기업들이 오히려 리비아에서 더 큰 이익을 얻었다고 강조했다. 그런 한국 기업들이 문화사업 등에 건전하게 기여해주기 보다는 관료들에게 유형무형의 각종 편익을 제공하면서 자기들 관료 사회를 부패시키는데 기여했다고 일침을 놓았다. 그 때 얼굴이 화끈해졌던 기억이 잊혀 지지 않는다. 그리고 얼마 전까지의 크로아티아 근무 시절. 2014년 11월 한 정부각료가 한국을 방문했다. 얼마 후 주요언론은 그 장관 소속기관의 프로젝트에 관심 있는 한국기업이 초청하여 특급호텔 등 편익을 제공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결국 그는 국회의 이해상충(conflict of interest)위원회에 회부되어 조사를 받게 되었다. 최종적으로는 면책으로 결말이 났지만, 조사가 진행되는 상당기간 동안 언론과 외교가에 친한적인 정부각료는 물론 한국기업의 이름이 불미한 혐의로 오르내리는 게 무척 꺼림칙했다. 배경에는 다른 나라 경쟁기업의 신고가 있었을 것으로 추측되지만, 해외시장에서 우리기업의 활동방식에도 문제가 있어 보였다. 기업들의 해외 진출이 확대되면서, 우리기업들의 비즈니스 활동이 해당 국가의 여러 분야에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영향을 미치게 되고, 그래서 우리기업의 영업행태에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김영란법이 개선코자하는 부정청탁 행위도 그 중의 하나인 것이다. 법 시행초기 기술적 문제나 혼란도 있겠지만, 법이 의도하는 투명한 비즈니스 관행이 문화로서 정착되는 변곡점이 되기를 간절히 바래본다.서형원 前 주크로아티아대사

[세계는 지금] 미국 대통령 선거를 바라보며

미국 대통령 선거가 민주·공화 양당 후보 간 2차례 TV토론 전개 등 막바지에 와있다. 내년 우리의 대선과는 약 1년 정도의 시차를 두고 있는 미국의 대선에서 우리와도 밀접한 연관성을 가진 현상들이 눈길을 끈다. 첫째, 반세계화(globalization)정서가 국내정치에 미치는 영향이다. 세계화는 자유교역을 통해 국가의 생산력과 부의 증대를 가져왔지만, 사회계층간 부의 양극화 심화 및 중산층의 붕괴를 초래하여 저소득 하위층이 증가하는 문제점이 노정되고 있다. 중국 등 신흥공업국들의 부상으로 제조업부문의 경쟁력이 취약해진 미국과 유럽에서 저소득 노동자층을 중심으로 반세계화 정서가 표출되고 있다. 지난 6월 영국의 국민투표에서 EU탈퇴(Brexit)가 결정된 것도 세계화에 대한 반동현상으로 평가된다. 공화당의 비주류인 트럼프후보가 저소득 백인노동계층의 지지를 바탕으로 당내 경선에서 승리한 트럼프 현상은 브렉시트(Brexit)와 맥락을 같이 하는 점이 있다고 본다. 값싼 수입상품과 저임금 이민자들에게 일자리를 빼앗긴다고 좌절하는 계층이 트럼프 후보자의 불법이민 강성대책과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공약을 지지하고 있는 것이다. 반세계화 정서는 최근 프랑스, 오스트리아, 독일등지에서도 극우주의(far-right) 정당들이 주요 정치세력으로 급성장하는 배경을 이룬다. 둘째, 대통령의 국민통합 역량이다. 현 미국사회는 당파적 양극화와 첨예한 인종적 갈등이 만연되고 있어 그 어느 때보다 사회의 통합을 이루어 낼 대통령이 선출되기를 갈망하고 있다. 그러나 미 여론조사에 의하면, 양당 후보자들이 자질론과 도덕성의 관점에서 각각 유권자들의 비호감도가 높다고 한다. 대통령 당선자는 비호감도를 넘어 시대적 요청인 국민통합에 부응할 수 있을지가 성공적인 국정수행의 관건으로 보인다. 셋째, 후보자가 표방하는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이다. 미국의 일방적 희생으로 유지되는 동맹이나 교역은 불공정(unfair)한 것으로 보고 이의 시정을 위해 동맹국의 방위비 분담 증대와 자유무역협정의 수정이 필요하다는 시각이다.미국의 세계적 지도력 발휘보다는 실업난 해소 등 국내 민생현안에 우선을 두는 미국 우선주의는 외교적 고립주의와 보호무역 강화로 경사될 공산이 크며 반세계화 정서를 자양분으로 삼아 뿌리가 깊게 내려질 수 있다. 미국 우선주의는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향후 대선들에서도 후보자들의 주요한 선거공약으로 재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반세계화정서, 대통령 당선자의 사회통합 역량, 미국 우선주의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빈부 격차의 심화 및 중산계층의 몰락현상은 우리 사회도 적극 대처해야 할 공통적인 증상이며, 우리의 이념적, 지역적, 계층적 갈등을 해소하는 사회지도층의 노력도 중요하다.이러한 노력이 노블리제 오블리스라고 본다. 미국 우선주의는 북한의 핵위협에 처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전을 위한 한미간 긴밀한 공조에 그림자를 드리울 가능성도 있다. 미 대선 결과를 우리가 잘 반추해야 된다고 본다. 신길수 前 주그리스대사

[세계는 지금] 근무방식 바꿔 저출산 잡는다

지난달 초 개편된 일본의 내각에 새로운 각료자리가 신설됐다. 근무방식 개혁담당 대신. 일본 사회의 일하는 방식을 바꾸겠다며 우리의 장관자리를 새로 만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총리를 의장으로 하는 근무개혁실현회의를 설치하여 올해 말까지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마련하겠다는 청사진도 내놓았다.주된 논의는 △ 장시간 근무해소 △ 동일노동 동일임금 실현을 통한 정규직과 비정규직간 대우 균등화 △고령자 고용 촉진 △ 텔레 워크 (재택 및 원격 근무) 추진 △외국 인재의 활용 등이다. 일본이 근무 방식 개혁에 열을 올리는 것은 일하는 방식을 바꾸지 않으면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절박함 때문이다. 지금은 많이 희석됐다고 하지만 일본인들은 여전히 ‘회사형 인간’, ‘일벌레’라는 인상이 강하다. 일본의 샐러리맨들은 근무시간이 없이 일했다. ‘언제든지 어디서든, 무엇이든 일하는’ 근무스타일이 정형화됐기 때문이다. 그런 근무 시스템은 일본의 고도 경제성장에 크게 기여했으나, 글로벌화되고 다양화된 시대에서는 오히려 지속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인식되게 되었다.문제는 장시간 노동과 정사원 위주의 고용제도로, 그 틀을 깨겠다는 게 일본의 개혁 전략이다. 현재 일본 정사원의 연간 근로시간은 2천 시간으로 독일의 1천300시간, 프랑스의 1천400시간에 비해 월등히 많다. 장시간 노동의 악영향은 크다. 여성의 60%가 출산을 계기로 이직한다. 그래서 일을 원하는 여성들은 결혼을 기피하거나 출산을 미룬다. 설사 출산하고 계속 회사를 다니더라도 육아와 직장생활을 같이 하기 어렵다. 근로시간을 줄이지 않고는 저출산을 해결하기 어렵다는데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정사원 위주의 고용제도도 손질이 불가피해졌다. 비정규직 임금은 정규직의 60% 수준에 불과해 비정규직의 근로의욕 저하와 소득격차로 사회문제화 되고 있다. 그래서 정규직이냐 비정규직이냐에 따른 대우 차이를 줄여 여성이나 젊은이들이 유연하게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큰 틀의 변화에 경제계까지 동참하고 나선 것은, 여성과 고령자 등 다양한 인재들이 일하기 쉬운 직장을 만드는 것이 나라경제는 물론 개별 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도 불가피하다는데 경영자들의 인식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올해 초 우리의 전경련에 해당하는 일본 경단련이 개혁의 시급성을 제기한 데 이어, 지난 7월17일 일본의 주요 경제4단체 공동으로 최고경영자 선언을 내놓았다.주요 내용은 최고 경영자가 확고한 리더십을 발휘하여 근무시간 단축, 휴가실시 확대, 유연 근무제 실시 등을 위한 구체방안을 추진하기로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경제계의 변혁 움직임과 더불어 일본정부 역시 근무방식 개혁을 최우선 과제로 정해 드라이브를 걸었다. 일본의 저출산, 고령화 문제들이나 일하는 방식에 관한 논점들은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마치 우리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 저출산, 고령화 문제와 관련해 이런 저런 대책들이 나왔지만 이렇다 할 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문제의 근저에 깔려있는 일하는 방식에까지 파고 들어가 이를 최우선 개혁 어젠다로 삼고 추진하는 일본 정부와 경제계의 위기의식, 개혁리더십이 주목된다. 서형원 前 주크로아티아대사

[세계는 지금] 미국 대통령 선거 향후 일정과 전망

필자가 2016년 초 미국 시카고에서 총영사로 재직하던 시절 미국 중서부 지역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일리노이주의 유력한 공화당 정계인사를 만나, 그 당시에 화제가 되고 있던 미국 대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일리노이주의 하원의원과 상원의원을 18년간 역임하고 일리노이주 재무장관까지 역임한 ‘Dan Rutherford’는 필자에게 트럼프(Donald Trump) 캠프에서 본인에게 일리노이주 선거관련 자문역할을 해달라는 제의를 받았는데 일언지하에 거절했다고 한다.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게 보였던 트럼프가 7월 클리브랜드에서 개최된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공화당 후보로 선출되었다. 민주당에서는 클린턴(Hillary Clinton) 후보가 샌더스(Bernie Sanders) 후보와의 힘든 경쟁에서 승리하여 7월 말 필라델피아 전당대회에서 민주당 후보로 선출되었다. 미국 정치 역사상 처음으로 정치적 아웃 사이더와 최초의 여성 후보 간에 대선일정은 이제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두 후보 간의 지지율 격차가 1~2%로 좁혀진 가운데 두 후보가 거쳐야 할 가장 중요한 관문 중 하나인 TV토론회가 1차(9.26 오하이오주 데이튼), 2차(10.9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3차(10.19 네바다주 라스베가스)에 걸쳐 진행된다. 미식축구 결승전인 슈퍼볼 다음으로 시청률이 높은 TV토론회는 두 후보의 승패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 일정으로는 대통령 선거인단을 선출하는 선거가 11월 8일 전국적으로 실시된다. 인구가 가장 많은 주인 캘리포니아주는 55명, 가장 적은 주는 3명의 선거인단을 선출한다. 선거인단의 총수는 미연방 하원의원(435명), 상원의원(100명), 워싱턴 DC(3명)를 합친 총 538명으로 그중 과반수인 270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하는 후보가 승리한다. 미 대선과 같은 큰 선거는 많은 요인들에 의해 영향을 받는데 특히 금번 미국 대선은 막말과 스캔들로 얼룩져 결과를 가름하기가 더욱 어렵다. 전통적으로 미국 대선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인을 점검해 보면 첫째, 전통적으로 민주당과 공화당이 강세인 주들의 존재이다. 현재 50개 주 중 약 2/3는 거의 정해졌다고 보는데 대체로 민주당이 우세를 보이고 있다. 나머지 15개 주 중 부동주(swing states)인 플로리다주(선거인단 29명), 펜실베니아주(20명), 오하이오주(18명) 등에서 양당의 우세가 판가름 난다. 둘째,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현직 대통령의 지지도와 현재 경제 상황이 있다. 현재 퇴임을 앞둔 대통령으로는 예외적으로 오바마 대통령의 지지도가 50%를 상회하고 있고, 미국의 경제상황이 호전되고 있어 현직 대통령과 같은 당인 민주당이 이익을 보고 있다. 하지만 11.8 선거인단 선거까지 각 후보자의 실수, 스캔들과 같은 예상하지 못했던 변수뿐만 아니라, 공화당 후보 결정과정에서 표출되었던 백인중산층의 불만이 어느 정도 11.8 선거에 영향을 미칠 것이냐는 점을 감안할 때 아직 2017년 1월 20일 취임하는 미국 45대 대통령을 점치기 조심스럽다. 김상일道 국제관계대사·前 주시카고 총영사

[세계는 지금] ‘그라나다’의 석류

외교관으로 근무하고 정년을 맞이했다. 외교관은 자신이 주재하는 나라의 사람을 많이 만나야 하는 직업이다. 사람을 만나야 그쪽의 생각을 알 수 있고 이쪽의 생각을 전하여 서로 소통할 수 있다. 현지에서 사람을 만날 때는 2가지를 생각할 수 있다. 첫 번째는 현지 언어가 되어야 한다. 대화의 수단인 공통 언어가 없으면 대화를 나눌 수가 없다. 두 번째는 이야기 내용(콘텐츠)이 있어야 한다. 때로는 만나서 식사를 하면서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할 말은 간단히 끝 날 경우가 많다. 상대가 듣고 재미있어할 이야기를 찾아내야 한다. 그러자면 자연스럽게 그쪽의 문화와 우리 쪽의 문화를 서로 비교하여 공통적인 것을 찾아 화제에 올린다. 나는 이러한 경우를 대비하여 평소에 메모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 주니어 외교관일 때에는 높은 분들의 면담에 배석하게 되는데 보고용으로 열심히 메모한다. 그 경우 모두 나이가 드시고 사회적으로 성공하신 분들이라 업무이외 많은 유머를 섞어 재미있는 대화를 나누는 것을 본다. 업무에 관계없다고 한번 듣고 잊어버리기에는 아까운 이야기가 많았다. 나의 메모지에는 그 날 면담에서 오고 간 업무 이야기 이외 에피소드나 유머 그리고 말의 유래 등이 잔뜩 기록되어 있다. ‘기억보다 오래가는 것이 기록’이라는 말이 있듯이 기록을 해 두면 언제든지 재생할 수 있다. 앞으로 본 칼럼을 이용하여 그간 기록해 둔 이야기를 풀어내고 싶다. 여름이 지났지만 나는 석류꽃을 좋아한다. 석류는 선홍색의 꽃을 피워 만산의 녹색과 대조를 이룬다. 당(唐)나라의 시인 왕안석(王安石)은 석류꽃을 보고 “만록총중홍일점(萬綠總中紅一点)”이라고 읊었다. 많은 남자들 사이의 한사람의 여자 또는 여럿 속에 오직 하나 이채(異彩)를 띄우는 것을 의미하는 홍일점의 유래이다. 우리나라의 석류는 중국에서 건너왔다. 중국의 경우에는 한무제(漢武帝)때 서역(중앙아시아)에서 가지고 왔다고 한다. 석류는 자라고 있던 안석국(安石國)에서 이름을 따왔다. 그 생김새가 혹 또는 종기(瘤)처럼 보여 처음에는 안석류(安石榴)라고 불렀다가 나중에는 줄여서 석류가 되었다. 석류는 꽃이 아름다워 관상용으로 사랑을 받았고 그 열매 속에 수많은 씨앗(석류알)이 들어 있어 다산의 식물로 환영받았다. 서양에서는 로마시대부터 석류를 포메 그라나테(pome granate) 즉 씨 많은 과일로 불렀다. 중앙아시아가 이슬람 세력 하에 놓이자 석류는 아랍인에 의해 그들의 지배권인 북 아프리카의 지중해 연안을 거쳐 스페인 남부까지 보급되었다. 스페인 남부를 ‘그라나다(Granada)’라고 부르는 것은 그곳에서 많이 자라는 석류(granate)에서 유래된다고 한다. 군(軍)에서 사용되는 소형폭탄 수류탄(hand grenade)도 석류와 관련된다. 그 모양이 석류처럼 생겨 유탄(榴彈 grenade)이라는 이름을 얻었고 손으로 던지는 유탄이라는 의미의 수류탄(手榴彈)이 파생되었다. 유주열 前 베이징 총영사㈔한중투자교역협회자문대사

[세계는 지금] 사드 도입에 관한 단상(短想)

지난 7월 초 정부가 미국의 사드 도입 결정을 발표한 후에 여론에는 지지와 반대의 양 입장이 제기되고 있다. 지지자들은 사드가 북한의 핵미사일에 가장 효과적인 대처수단이며, 제3국을 겨냥하지 않는 방어적 무기체계라는 정부의 입장에 공감하고 있으나, 반대론자들은 중국의 반발을 초래해 한ㆍ중 관계를 저해하고 유무형의 보복조치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정부의 사드 도입 결정 이후에 실제로 중국방문 비자 발급, 한류 교류, 중국 관광객의 한국 방문 등에 부정적 여파가 나타나고 있어 우려가 되고 있다. 또한 우리 정부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의 저지를 위해 2015년 9월 대통령의 중국 전승절 참가 등을 통해 그동안 공들여 진전시켜온 중국과의 공고한 대북공조 협력 관계가 틈이 벌어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점이 크게 아쉬운 바다. 그러나 우리 정부가 중국의 반발과 대북공조 관계의 훼손 등의 후과(後果)가 예견됨에도 불구하고 사드 도입 결정을 다소 전격적으로 내린 배경에는 지금 시점에서 도입결정을 내리는 것이 대내외적인 제반 여건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국익에 가장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불가피한 사정이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또 근저에는 대외적으로 공표하기가 곤란한 외교안보적으로 민감한 사안들이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된다. 지금 미국에서 전개되고 있는 대통령 선거 정국도 이러한 배경의 하나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미국의 대선 후보들이 보여준 정치적 성향과 더불어 주한미군 경비부담 문제와 한ㆍ미 동맹관계에 대해 언급한 내용도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고려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고 본다. 우리가 G2 경쟁시대에 처한 현재 상황에 대해, 한반도의 운명이 과거 19세기 말에 주변 열강들에 의해 결정됐던 역사가 반복될 가능성에 관한 우려와 경고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데, 이는 식민지 경험과 남북분단 그리고 6ㆍ25전쟁까지 이어지는 민족 수난의 근대사가 주는 트라우마(trauma)가 우리를 가위눌림 하고 있음을 느낀다. 그러나 우리는 이제 우리 자신을 바라보는 시각을 달리해도 좋을 때다. 우리는 강대국 사이에 끼인 새우라는 열등의식은 우리의 국력과 역량에 비추어 걸맞지 않는 낡은 의식이라고 생각된다. 이제 한국의 세계 속의 위상은 외교적으로 고립당하거나 또는 주변 강대국들에 의해 운명이 자의적으로 재단되는 그러한 상황을 상상할 정도는 졸업했다고 봐야 한다. 전세계 200여 국가 중 선진국 일부를 제외한 150여 개 이상의 국가들은 한국을 자국의 경제 발전을 위한 롤모델(role model)로 존중하면서 정부 수반과 외교, 경제장관들이 한국을 배우고 한국기업의 투자를 유치코자 방문을 요망하고 있다. 이러한 요청에 대해 우리는 가능한 부응코자 고심하고 있으나 매년 우리의 바쁜 국내외 외교 일정상 전부 다 수용치 못하고 있어 안타까울 정도다. 또한, UN, WTO를 비롯한 다양한 국제회의에서도 주요 의제에 관한 한국입장은 많은 국가들이 자국 입장수립에 참고할 정도로 한국의 비중은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국제사회에서 존중되고 있다. 이제 우리는 과거사의 트라우마(trauma) 굴레에서 벗어나 드넓은 해양을 자유롭게 헤엄치는 돌고래로서 자신감을 가지고 국가발전과 남북통일, 주변 국가와의 우호협력 그리고 세계의 번영을 위해 노력할 때다. 신길수 前 주그리스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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