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남북한 문제는 ‘북핵과 미사일’이라는 북한의 위협에 대응해 한미동맹을 통한 국내안보 그리고 북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남북한, 북미회담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런 구조 속 동북아에서 역할이 약해지는 일본이 한일관계에 이상한 신호를 보내는 것은 일본 국내 개헌문제와 미일 동맹을 강화해 서태평양에서 자국의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우리는 일본 아베 정부가 현재 북미회담이 준비 중인 상황에서 과거와 같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로 일본 국내여론을 형성하며 미일 유대를 강화했던 전략에서 변화된 전략을 보이는 그 속내를 읽을 필요가 있다. 즉, 북미관계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신호일 수도 있고, 한일관계를 흔들어 자국이 동북아국제관계에서 미국을 등에 업고 그 영향력을 발휘하려는 전략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을 보면 냉전과 탈냉전시기 많은 변화가 있었다. 미국은 구소련(러시아)와의 안보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과 1971년 비밀리 교섭해 1979년 국교정상화를 이루어냈다. 당시 이를 눈치 챈 일본은 미국보다 1년 일찍 중일 국교정상화를 성사시켜 미국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는 일화도 있다. 여기서 중국이 중일 국교정상화를 빨리 이룬 이유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는데, 일본과 중국의 전략적 필요에서 일 것이다.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은 이미 구소련과의 사상과 체제 경쟁이 아닌 국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실리적 동맹(협력)외교로 바뀌었다. 즉, 미국 대외정책이 전통 냉전체제의 안보관에서 실리주의에 기반을 둔 국가이익과 그 영향력이 더 중시한다는 것이다. 이런 국제정치 환경의 변화와 한반도 남북대립에서 나타난 남남갈등이 한반도의 촛불이나 태극기로 나타나는 것에 우리는 이미 익숙해졌다. 이런 이분법적 남남갈등은 진보세력을 종북 세력 혹은 빨갱이로 확장해 보며 자신의 정체성을 강화하려는 특징도 있다.
사고를 확장해 보면 북핵문제 해결 없이 북한과 교류를 원하는 세력도 종북 세력이 되고 북한과 같은 진영에 있는 중국에 우호적인 입장을 보이는 세력도 빨갱이나 나쁜 의미의 친중파로 보게 되는 것이다. 친중파라는 의미에는 사드문제로 한국에 보복했던 중국을 나쁘게 보는 민족 애국주의가 포함되어 있고, 친중파, 종북 세력, 빨갱이는 전통 안보적 입장에서 공산주의 북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한국전쟁에서의 냉전적 판단의 연장일 것이다.
진보세력의 입장에서 보면, 분단된 지역과의 교류와 평화적 환경조성은 안보위협을 줄일 수 있다는 입장에서 해당 지역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과의 협상을 미국과 공조로 남북미협상을 통해 진행해야 한다고 보는 것은 진보나 보수나 별 차이가 없는 듯하다. 여기서 우리가 이성적으로 봐야 할 것은 미국이 한반도 문제를 보는 입장이 과거 냉전체제의 경쟁이 아닌 미국의 이익과 핵 문제 해결이라는 사실이다. 그래서 앞으로 북핵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북미관계가 발전해 나간다면 우리 태극기를 사랑하거나 한민족의 가치를 존중하던 사람들에게 또 어떤 혼동을 줄지 많은 고민이 된다. 한반도 주변의 국제관계와 남북한 대치문제 이상으로 복잡한 것이 남남갈등이 아닌가 한다.
김진호 단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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