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와 김정은 답방

지난해 7월 ‘베를린 선언’ 구상에서 올해 평창올림픽을 시발점으로 지금까지 이어지는 남북한 및 북미관계에서의 변화는 참으로 대단하다. 그러나 올해 안 목표였던 한반도 종전선언과 김정은 답방 및 남북철도 착공 등의 목표는 아직 그 최종 결과를 알 수 없다. 특히 한반도 비핵화와 대북제재 완화의 관문이 될 북미정상회담은 내년 1월 이후 예정이지만 그 진행상황을 미리 판가름하기는 쉽지 않다. 미국과 북한의 조율 및 협상이 한반도 평화와 발전에 어느 정도 유리한 환경을 조성할지는 알 수 없다.

요즘 세계경제의 침체와 한국경제의 좋지 않은 상황은 황사와 미세먼지처럼 우리 국민의 생활을 편치 못하게 하고 있다. 사회 여러 곳에서 나오는 소리와 반응이 우리의 연말 분위기를 침울하게 만들고 있다. 국제정치 현상이나 한반도 평화분위기가 바로 우리 국민의 경제적 숨통을 트이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은 현실에서 국민에게 희망이나 기대를 보여줄 수 있는 어떤 것이 있다면 한국의 연말연시는 그리 춥지만 않을 수도 있다.

우리는 한국 경제와 사회문제를 모두 한미동맹을 통한 한국의 안보 확보와 북핵문제의 해결로만 연결할 수는 없다. 동북아 국제관계를 대립과 협력이라는 이분법으로만 생각해서도 안 될 것이다. 안보나 경제라는 이분법적 구분보다는 비핵화를 통한 한반도 평화와 번영이라는 주제 아래 미국을 포함한 한반도 주변국들과의 관계개선을 통한 실용 외교도 중요하다고 본다. 안보와 경제 발전을 종합한 청사진을 갖고 국내 문제도 해결해야만 정부는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답방이 한반도를 위시한 전 세계에 의미하는 바는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다’는 외화내빈의 모습을 벗어나려면 손님을 맞이할 우리나라 사회에 희망과 역동하는 모습이 드러나야 할 것이다. 국민이 진정으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꾸준한 추진과 북한 지도자가 진정한 한반도 평화를 위해 답방을 환영할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는지 가늠할 필요가 있다.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이 한국을 언제 답방할 것인지는 그 시간이 중요하지 않다고 본다. 그리고 김정은 위원장의 답방이 한국의 안보와 경제상황을 모두 바꾸어 줄 수도 없을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의 답방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프로세스에는 도움을 줄 현상이 될 수는 있으나, 국제관계에서 손실과 국내정치에서의 향방은 예측하기 어렵다. 이러한 측면에서 현재 북미회담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정부는 북미 간 회담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동시에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고 사회의 동력 확보를 통해 국민에게 현실적 희망을 선물해야 할 것이다.

G20 정상회담에서 만난 문재인 대통령과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회담의 골자는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하기 전까지 지금의 경제제재를 유지하는 것’이라는 대목이다. 이는 남북 간 각종 회담이 진행되는 가운데 북한이 비핵화를 하지 않는 한 북한 경제제재를 풀어주지 않는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원칙을 말하는 부분이다. 게다가 미중정상회담에서 양국은 대북문제에서 공조를 이루겠다고 한다. 이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와 김정은의 답방 그리고 북미회담도 한미동맹의 공조하는 틀에서 주변국의 상황도 엿보며 가야 하는 상황이 아닌가 한다. 정부가 대외관계를 잘하기 위해 우선 국민의 불안을 해소하고 마음에 기쁨을 줄 수 있는 정책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진행하는 일과 같이 중요한 일이다. 올겨울은 조금 더 따듯한 대한민국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김진호 단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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