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신종 코로나 사태 이후의 중국 비즈니스

신종 코로나 사태는 보건과 경제 관점에서 양날의 칼로 어느 쪽을 향하든지 우리에게는 상처를 남길 수밖에 없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감염확산이라는 국민안전에 대한 불안감과 동시에 경제위축의 우려가 급속히 커가고 있다. 실제로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하는 소상공인이 주로 종사하는 업종의 피해를 시작으로 유통 대기업들까지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급기야는 중국으로부터 부품이 적기 공급되지 못해 국내 자동차 생산마저도 멈춰 서게 되어 전후방으로 연결된 가치사슬이 도미노처럼 넘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그러나 중소 수출기업은 이런 위기감에서 눈을 돌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기간이 길어지면서 생길 중국시장의 변화를 보아야 한다. 17년 전 사스 때 세계경제의 4.3%를 차지하던 중국이 작년 16.3%로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졌을 뿐만 아니고, 한-중간 경제 교역 비중도 크기 때문에 우리 기업의 입장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가져올 변화에 대해 예측하고 선제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선 기초위생 및 의료제품의 중국수요가 예상된다. 중국 정부에서는 당면한 피해극복을 위해 방역 및 구호를 위한 물자나 의료용품에 대해서는 2020년 6월까지는 신속한 수입통관, 긴급 수입 인허가, 빠른 공장설립 및 생산지원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어 해당 품목들은 완화된 절차로 중국시장 진입이 가능할 것이다. 둘째로 비대면 비접촉을 키워드로 하는 산업의 수요가 확대될 수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해 많은 사람이 모이는 것을 피하기 위해 기업은 재택근무를, 학교는 온라인교육을, 의료기관은 원격진료 등을 강화하고 있다. 이에 대응 가능한 스마트오피스 관련 솔루션, 온라인 교육 솔루션 및 콘텐츠, 원격의료 솔루션, 웨어러블 건강측정 장비 등 관련 산업의 수요가 확대될 수 있다. 셋째로 전자상거래가 확대될 것이다. 2003년 사스를 거치면서 일반 소비자들이 외출을 기피해 온라인 구매가 늘어나는 것을 경험했다. 이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를 통해서도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중국도 온라인 구매 확대가 나타나고 있으므로 우리 중소기업도 현지 전자상거래 파트너 활용 혹은 역직구 형태의 전자상거래 판매에 적극 참여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기초 위생용품뿐만 아니라 향후 소비자들의 건강의식 강화로 구매가 확대될 것으로 예측되는 건강기능식품, 개인용 헬스케어 용품 등의 안정적인 판매채널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환경산업이 주목받을 수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발병의 인과관계 여부를 떠나서 이미 중국은 낙후된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연내 46개 대도시를 중심으로 음식물 쓰레기 분리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향후 녹색시장에 필요한 각종 선진기술 및 장비 수요가 커질 것이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 이후의 중국 비즈니스 대응에 있어 단기적으로는 수요와 공급 불균형의 기회를 활용하고, 장기적으로는 혁신상품을 통해 해당 수요를 끌어내야 한다. 관련분야 수출중소기업과 기술기반 스타트업 모두에게 기회다. 이계열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글로벌통상본부장

[세계는 지금] 일본의 애니메이션 산업과 구독 경제

과거 소니, 파나소닉, 도시바, NEC 등의 전자산업이 일본경제를 견인해왔다면 최근 일본의 전자산업은 과거에 비해서 국제경쟁력이 많이 저하했다. 한편 일본이 절대적인 비교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산업이 있다. 일본의 애니메이션(Animation) 산업의 국제경쟁력은 한국, 중국, 유럽, 미국 등을 압도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본의 애니메이션 산업의 시장 규모은 2017년 처음으로 2조 엔(약 21조 원)을 기록했다. 2002년과 비교하면, 거의 2배로 증가했다. 참고로 일본의 애니메이션 산업의 수익의 절반 정도는 해외에서 발생하고 있다. 일본의 애니메이션 제작 시스템에서 특징적인 것으로는 제작위원회(製作委員會) 방식이 있다. 예를 들면 이웃집 토토로 제작위원회, 신세기 에반게리온 제작위원회, 진격의 거인 제작위원회 등이다. 1990년대 이후 일본의 애니메이션은 대부분 제작위원회 방식을 통해 제작되고 있다. 이는 한국의 컨소시엄 방식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동 방식은 애니메이션 제작을 위해 TV 방송국, 영화회사, 게임장난감 등 2차 창작물 제조업체 등이 출자해 위원회를 만들고, 그 자금으로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구조이다. 애니메이션 제작에 필요한 막대한 자본을 용이하게 조달하고, 애니메이션이 흥행에 실패할 경우 발생할 리스크를 분산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제작위원회는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우선 애니메이션 제작사는 제작위원회를 통해 자금조달을 쉽게 할 수 있지만 수익성이 높지 않다. 대부분 애니메이션 제작사는 충분한 자본을 보유하지 못하므로 지분을 제작위원회에 투자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두 번째로 제작위원회에 참여하는 출자 기업들 간에 작품의 내용 등에 대한 견해차이, 갈등이 있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세 번째로 애니메이션 제작사는 그 작품 제작에 필요한 인력을 모아 팀을 구성하지만 1개 작품이 끝나면 팀은 해산한다. 즉, 다음 작품에서는 동일한 팀을 만들 수 없다. 따라서 애니메이션 제작에 종사하는 노동자는 장시간 노동, 불안한 수입 등이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 최근 일본의 애니메이션 산업에 넷플릭스(NETFLIX) 등이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넷플릭스 등은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제작에 대해 상대적으로 높은 제작비를 지불하고 있으며, 일본의 애니메이션 제작사와 포괄제휴를 추진하고 있다. 또한 2020년 2월부터는 순차적으로 이웃집 토토로 등 스튜디오 지브리의 21개 작품을 미국, 북미를 제외한 190개 국가에 제공하기로 했다. 넷플릭스(NETFLIX)는 구독 경제 기업이라고 불린다. 구독경제와 공유경제를 거의 동일한 의미로 사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구독경제는 인공지능(AI)이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개인별로 최적화된 제품(서비스)을 제공한다. 구독경제,공유경제,플랫폼 경제는 인터넷상에서 발전하고 있으며 서로 그 성격이 중복되는 부분이 있다. 구독경제,플랫폼 기업은 승자독식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향후 일본의 애니메이션 산업이 유통,자금 등의 측면에서 넷플릭스와 같은 구독경제,플랫폼 기업에 종속되어 실질적인 하청기업으로 전락할지, 또는 일본의 애니메이션 산업의 시장성과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로 활용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박성빈 아주대학교 일본정책연구센터장

[세계는 지금] 혼탁한 진실

잠잠하던 호르무즈 해협에 긴장의 파고가 일고 있다. 연초 북한의 전략무기 공개 가능성에 관한 촉각이 갑자기 중동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미국은 왜 이 시점에 이란을 자극하고 있는가. 복수라는 말을 금과옥조처럼 여기는 이슬람의 시아파 국가는 보복을 공언하고 있다. 이란 주변국들과 전 세계의 이해관계국가들이 사태의 추이를 주시하고 있다. 솔레이마니 사령관이 심각한 대미 테러를 기획하고 있어 예방타격 차원에서 불가피하게 선제 드론공격을 하였다는 것이 백악관의 설명이었다. 조지 W 부시와 버락 오바마도 단행하지 못했던 이란의 군수뇌 제거를 트럼프 대통령은 가차없이 실행했다. 솔레이마니가 기획했다는 미국의 군인, 외교관들을 대상으로 한 정교한 테러모의가 과연 있었을까. 이번 사건은 911테러 직후 미국의 대아프간 전쟁 개시 때와는 차원이 많이 다르다. 당시 미국은 기습적인 본토공격을 받은 초유의 상황이었다. 2003년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할 때 미국 내 일부 여론은 물론이고 프랑스와 독일을 비롯한 다수 서방국가들이 반대했다. 대량살상무기에 대한 선제 타격과 제거를 내세웠던 미국의 명분은 이라크에서의 포연이 멈춘 뒤 설득력을 잃었다. 국가적 자존심 때문에 부시 행정부의 무모함은 그럭저럭 세월 속에 묻혔다. 반미 적대감이 강한 솔레이마니가 미국을 대상으로 치명적일 수 있는 대규모 테러 작전을 감행할 의지가 분명하였더라면 미국의 선제공격은 납득할 수 있다. 이미 2001년 전대미문의 테러공습으로 지울 수 없는 트라우마가 생긴 미국이다. 그러나 2003년 이라크에서 명백한 WMD가 발견되지 않았던 것처럼, 이번에도 이란의 혁명수비대 사령관의 음모가 백일하에 드러나지 않은 채 그의 반미노선을 구실로 제거하였다면 국제사회에서의 논란은 잠잠해질 수 없다. 미국 내에서조차 트럼프 대통령이 충동적으로 과잉반응하고 있다는 비판이 비등하다. 민주당 측을 주축으로 한 다수의 미국인은 의구심을 표출하고 있다. 탄핵정국의 관심을 대외안보 이슈로 전환하면서 재선 가도에서 유리한 입지를 마련하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많다. 이번 사태는 여러 가지 함의를 던지고 있다. 이슬람국가(IS)의 일시적인 퇴조로 테러집단의 활동이 다소 위축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 와중에 솔레이마니의 사망으로 중동을 중심으로 한 테러 네트워크가 다시 준동할 여지가 있다. 자칫 이란과 미국 간 군사적 충돌로 이어지면 중동의 불안이 심화하면서 국제경제가 혼란에 빠져들 것이고, 한국경제에 미칠 부정적 영향은 자명하다. 이란의 즉각적인 미사일 발사에도 아직 확전으로 진전되지 않는 것은 다행이다. 어렵게 도출된 이란 핵 합의가 미국의 일방적 폐기로 인해 비확산 이슈가 다시 시험대에 올랐고, 금번 드론 공격에 따라 이란이 우라늄 농축을 가속하면서 다시 핵개발에 착수하면 이란의 핵 문제가 북핵 이슈와 함께 글로벌 핵심 어젠다로 재설정될 것이다. 한반도 문제 역시 세계지도 속에서 쳐다볼 수밖에 없다. 중동 문제건 북핵 이슈건 미국이 키를 쥐고 있기 때문이다. 제45대 미국 대통령의 일방주의를 힐난하는 폴 크루그먼의 따가운 지적이 계속되면서, 국제협조주의를 요망하는 윌슨의 후예들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최승현 경기도 국제관계대사

[세계는 지금] 늦출 수 없는 중남미 시장 진출

자원 의존도가 높은 중남미 경제가 지난해 미-중 무역분쟁 여파와 세계경기하락에 따른 원자재의 글로벌 교역감소로 맥없이 무너져 버렸다. 설상가상으로 소득불균형의 심화, 사회지도층의 부패, 급진적 개혁정책의 불만 때문에 촉발된 소요로 많은 나라가 극심한 혼란을 겪었다. 부정선거로 볼리비아 대통령이 국민의 저항에 부딪혀 멕시코로 망명했으며, 칠레에서는 지하철요금 인상이 발단이 되어 그동안 누적된 소득불평등과 경제난에 대한 반감이 폭발하여 예정된 APEC회의 개최가 취소되는가 하면, 콜롬비아에서는 연금수급조정 및 교육재정을 놓고 사회갈등이 전개되었다. 한편, 아르헨티나의 새로 들어선 페론주의 정부도 이전 정부가 추진해온 개혁정책에 대한 이견으로 통합의 과제를 안게 되었고, 무엇보다 인접한 우파정부 브라질과의 우호관계 여부는 브라질과 아르헨티나가 주축인 남미공동시장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유엔중남미위원회에 의하면 지난해와 같은 극심한 혼란은 없겠지만, 2020년에도 중남미 경제는 크게 나아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 이유는 세계경제가 저성장 기조로 원자재의 수요 증가가 없는 상황에서 금번 소요를 겪은 국가들을 중심으로 복지예산 확대에 따른 재정 적자가 예상되고, 이로 인한 투자심리 위축이 경제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반면, 친기업개혁을 추구해온 브라질과 오렌지경제로 불리는 지식문화산업과 ICT, 재생에너지 및 건설 분야에 매진하는 콜롬비아는 2020년 각각 2%~2.6%와 3.5%의 안정적 성장을 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비록 2020년 중남미지역 경제전망이 밝지 않다고 해도 브라질과 멕시코는 GDP순위 세계 9위와 15위의 경제대국이다. 멕시코는 이미 우리의 10대 수출국일 만큼 교역의 중요한 파트너이기도 하다. 중소기업이 중남미진출에 적극적이지 못한 이유는 첫째,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어 정보가 부족하고 마케팅을 위한 시간과 비용 투입이 큰 반면 성과가 단기적으로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둘째는 이미 시장을 선점한 중국제품과 가격경쟁의 어려움이다. 중국은 중남미 원자재의 최대 수입자다. 협상력을 무기로 중남미의 낮은 구매력을 충족시키는 값싼 제품들로 중남미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중남미 국가들이 과거 세계 대공항 이후 비교우위론에 입각한 자유무역보다 독특한 민족주의에 바탕을 둔 수입대체산업화전략을 채택하면서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는 보호무역장벽 때문이다. 우리 정부도 이런 점을 잘 파악하고 중남미 각국과 FTA를 서두르고 있다. 이미 칠레, 페루, 콜롬비아와는 FTA가 시행되고 있고, 한-중미(5개국) FTA는 비준을 앞두고 있으며, 최근 추진 중인 멕시코, 칠레, 페루, 콜롬비아가 회원인 태평양동맹 준회원 가입과 브라질, 아르헨티나, 파라과이, 우루과이로 구성된 남미공동시장(Erecosur)과 FTA가 체결되면 중남미 진출이 훨씬 용이해 질 것이다. 지난해 수출이 2018년 대비 10.3% 크게 감소한 상황에서 중남미 시장 개척으로 수출이 회복되고 중소기업의 경영 활로를 찾기 위해서는 중소기업의 진출 애로를 도와줄 지원인프라와 협력네트워크를 구축하여 중남미행 발걸음을 가볍게 해 주는 것이 통상지원업무를 일선에서 수행하는 필자의 바람이며 시급한 과제다. 이계열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글로벌통상본부장

[세계는 지금] 이란과 미국, 다시 소용돌이 치는 중동

지금 전 세계의 이목이 중동으로 향해있다. 중동에 일촉즉발의 전쟁의 기운이 감돌고 있다. 늘 테러와 전쟁 그리고 갈등의 온상으로 상징되는 중동 지역이 다시금 전 세계 모든 이들을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이라크 주둔 미군기지에 로켓포가 발사됨으로써 미국 민간인 한 명이 사망했고 이 사건의 배후를 친이란 성향의 이라크 시아파 민병대의 소행으로 지목한 미국이 시아파 민병대 기지 5곳을 공격, 70여 명이 넘는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에 성난 시위대가 바그다드 주재 미 대사관을 공격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였고 미 트럼프 대통령의 직접 지시에 의한 표적 공격으로 바그다드 공항에서 이동하는 차량에 타고 있던 이란 혁명 수비대 산하 쿠드스군의 솔레이마니 총사령관이 사망했다. 이라크에 다시 전운이 감돌고 있다. 1980년 시작돼 1988년까지 계속된 이란-이라크 전쟁, 1991년 쿠웨이트를 침공한 이라크를 미국이 공격한 1차 이라크전쟁(걸프전쟁), 2001년 9.11테러를 계기로 이라크를 악의 축으로 규정한 미국이 2003년 대량살상무기 제거의 명분을 내걸고 이라크를 재침공한 2차 이라크전쟁, 그 이후 계속된 내전까지, 이라크는 수많은 전쟁의 상처와 상흔이 아물지 못한 상태에서 다시금 이란과 미국의 긴박한 갈등으로 인해 전쟁의 소용돌이에 휩싸이게 된 것이다. 이란과 미국의 원한관계는 4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79년 이슬람혁명 발생으로 어제까지 친미국가였던 이란은 하루아침에 반미를 국시로 내세운 신정국가로 탈바꿈하게 된다. 이후 이란의 핵개발로 악화일로를 걷던 양국관계가 오바마 행정부 때 이란의 핵동결과 제재완화를 핵심으로 한 2015년 핵 합의(JCPOA 포괄적 공동행동계획)로 화해의 분위기로 접어드는가 싶더니 2018년 트럼프행정부의 일방적인 핵합의 탈퇴로 양국 관계는 다시 악화됐고 최근 이라크에서 발생한 일련의 사건으로 양국간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며 전 세계를 긴장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사망한 솔레이마니 장군은 정부 위의 정부라 불릴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이란 혁명수비대 산하 정예부대인 쿠드스 군을 지휘하던 총사령관으로 이란 대외전략을 기획하고 차기 대통령으로까지 거론되는 국민의 존경을 받았던 영웅이었다. 그런 인물을 미국 대통령이 직접 표적 공격을 지시해 암살했다.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가 이에 대한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미국 내에서는 이란을 상대로 한 전쟁에 반대하는 국민들의 시위가 70여 곳 이상의 도시에서 이어지고 있고 미 의회는 이란과의 전쟁 반대 결의안을 제출하였다. 미국은 중동에 수일 내로 3천500명의 미군병력을 배치할 것이고 이란의 보복 공격에 대비해 이미 52곳의 공격목표 지점을 지정하며 반격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란은 미국이 전쟁의 도화선에 불을 붙인 것이라며 미국을 겨냥한 가혹한 보복을 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의 요청으로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검토해 온 우리 정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최근 중동의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외교부는 긴급 대책반을 구성하고 이 사태에 대한 논의에 들어갔다. 이란과 미국의 갈등으로 중동은 다시 전운이 감돌고 있다. 어디서부터 풀어야 할지 도저히 매듭이 보이지 않는 중동문제이지만 더 이상의 확전(擴戰) 없이 부디 인명피해 없이 해결되기를 간절히 기원해본다. 김수완 한국외국어대학교 아랍어통번역학과 교수

[세계는 지금] 저출산을 국난으로 규정한 아베 수상

일본의 후생노동성이 발표한 인구동태통계의 추정에 의하면 2019년 출생아 숫자는 86만 4천 명으로 처음으로 90만 명 이하가 됐다. 이와 관련, 아베 수상은 12월 26일, 2019년 출생아 숫자가 과거 최저를 기록한 것에 대해 국난(難)이다. 제대로 노력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말하고, 저출산 대책을 지시했다. 사실 일본의 저출산 문제는 아베노믹스 하에서도 중요한 정책과제로 제시됐다. 저출산ㆍ고령화의 진전은 가계소비의 침체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고, 생산가능인구의 감소는 잠재성장률의 저하를 초래한다. 또한 저출산ㆍ고령화의 진전은 세수 감소를 초래, 기존의 복지제도 유지를 어렵게 만들면서 일본의 재정건전성을 더욱 악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아베 수상은 2012년 12월부터 아베노믹스라고 불리는 경제정책을 통해 아베노믹스 경기라고 불리는 전후 최장기 호황을 만들어냈다. 아베노믹스라고 불리는 경제활성화 정책의 핵심은 대담한 통화정책(첫 번째 화살), 기동적인(능동적인) 재정정책(두 번째 화살), 민간의 투자를 촉진하는 성장전략(세 번째 화살) 등 3개의 화살이다. 아베 수상은 2015년 9월 24일 기자회견에서 아베노믹스는 제2단계로 이동한다고 선언하고, 신(新) 3개의 화살을 통해 저출산ㆍ고령화의 진전을 저지, 50년 뒤에도 인구 1억을 유지할 것을 강조했다. 아베노믹스의 신(新) 제2화살에서는 보육원 대기아동 제로화 정책 등을 통해 육아와 일을 병행할 수 있는 사회를 구축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일본경제신문의 조사에 의하면 치바현(千葉) 아비코시(我孫子市) 등은 인가 보육시설의 대기아동이 거의 없는 상황이 됐지만, 도쿄도(東京都)의 중심부는 여전히 인가 보육시설에 들어가지 못하는 대기아동이 상당히 남아있다. 다만 도쿄도(東京都) 보육원 등의 대기아동수의 추이를 보면 2017년부터 2019년에 걸쳐 급격하게 개선되고 있다. 보육원에 들어가지 못하는 아동의 숫자는 감소하고 있지만, 일본의 출산율은 2015년 1.45에서 2018년에는 1.42로 저하하고 있다. 즉, 아베노믹스 2단계에서는 출산율의 증대를 목표로 내걸고 있지만, 오히려 출산율은 저하하고 있다. 이러한 점에 주목한다면 일본의 저출산 대책은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지 못하다. 2019년 일본의 연호(年)가 헤이세이(平成)에서 레이와(令和)가 변화된 것을 계기로 출산율이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실제로는 연호 변경에 따른 출산율 상승효과를 크지 않고, 오히려 2019년 출생아 숫자는 최저기록을 경신했다. 일본에서는 법적으로는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도 출산휴가를 받을 수 있지만, 실제로는 남성의 출산휴가를 받는 경우는 많지 않다. 여성과 남성의 출산휴가 취득비율(2018년 기준)을 비교해보면 남성의 출산휴가 취득비율은 불과 6% 정도에 불과하고, 여성의 82%에 비해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또한 출산휴가기간은 여성 대부분(90% 이상) 6개월 이상이지만, 남성은 절반 정도(56%)가 5일 미만이고, 대부분(80% 이상)이 1개월 미만이다. 일본 사회에는 남성이 출산휴가를 신청하기 어려운 사회적 분위기가 존재한다. 일본의 사례에서 보는 것처럼 출산율을 높이기는 정말로 쉽지 않다. 아베노믹스의 저출산 대책이 아직 성공했다고 평가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일본은 저출산 문제를 국가의 핵심 정책과제로 인식하고 있다. 한국의 출산율은 2018년 0.98이고, 올해 3분기 출산율은 0.88로 예상되고 있다. 참고로 일본의 출산율은 2005년 1.26이 최저기록이고, 2012년부터 1.4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현재 한국의 출산율은 일본의 최저출산율보다 낮은 상황이지만, 아직 한국 정부는 저출산문제에 대한 위기의식이 충분하지 못하다. 저출산 대책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도 중요하지만, 저출산문제를 정책대응의 최우선과제로 두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박성빈 아주대학교 일본정책연구센터장

[세계는 지금] 경제 활성화에 올인하는 인도

신흥국들의 경제성장이 두드러진 가운데 인도만 침체가 지속되고 있다. 2분기 경제성장이 4.5%로 전년동기 7.1%였던 것에 비해 1년 새 2.6%나 낮아졌다. GDP 성장률 순위도 2018년 1위에서 금년은 베트남, 중국, 이집트, 인도네시아에 이어 5위로 내려앉았다. 글로벌교역성장률이 경제성장률을 밑도는 상황에서 인도는 낮은 대외의존도와 내수시장중심의 경제구조를 갖고 있기에 어느 나라보다 안정적 성장이 예측되었고,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반사이익이 클 것이라고 많은 전문가가 기대했는데 예측이 빗나가는 것이다. 성장률이 7분기 연속 하락하자 인도정부는 인프라 투자확대와 법인세 인하가 핵심인 경제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 공공투자와 기업의 생산활동을 지원해 최악으로 치닫는 실업률과 소비부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인프라 투자계획을 아직 내놓지 않았지만, 법인세를 30%에서 22%로 인하했다. 경제활성화를 위해선 정부의 확대재정이 필요한 상황에서 법인세 인하로 인한 막대한 세수감소를 감수하고서라도 경제부터 살리겠다는 의지다. 기업이 다시 살면 장기적으로는 법인세 감면분 이상의 세수가 발생 될 것이라는 선순환 효과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눈여겨 볼 점은 자국 제조업 육성을 촉진하기 위해 신규설립법인에 15%의 법인세를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향후 3년 안에 생산 활동을 해야 한다는 전제하에 주어진 혜택이기에 제조 기술력이 부족한 인도는 해외기업을 필요로 할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아도 내수시장 진출과 공급망 확보를 위해 생산거점을 인도로 옮기고 싶어 하는 글로벌기업과 전통적인 제조 강국들에는 이번 조치가 인도 진출을 서두르는 기회가 될 것이다. 이런 움직임에 일본은 우리보다 앞서가고 있다. 2018년 10월 기준 인도로 진출한 일본기업은 1천441개 사로 우리의 488개 사의 3배에 이른다. 투자액에서도 5배 가까이 많다. 지난달 합의된 RECP(포괄적 지역동반자협정, 알셉)을 두고 인도가 빠지면 일본도 참여하지 않겠다며 인도와 강한 유대를 보이는 점도 향후 인도시장에서의 주도권을 갖고자 하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우리 정부도 신 남방 지역의 한 축인 인도와 경제협력 확대의 필요성에 따라 양국 정상들이 상호방문을 통해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지만 아직은 많이 부족한 수준이다. 경기도는 지난 15년간 인도에 경기비즈니스센터(GBC) 운영을 통해 인도 현지생산거점 없이 단순 수출만으로는 가격에 민감한 인도시장 공략이 힘들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협상테이블에서 수많은 바이어들의 요구사항이었음에도 중소기업이 선뜻 뛰어들지 못하는 것은 선투자에 따른 위험 부담 때문이다. 이질적 문화와 상관습, 부족한 정보가 중소기업의 인도 진출을 막고 있다. 이런 중소기업의 인도 진출의 부담을 덜어 주려면 민관주도의 중소기업전용 아파트형공장을 현지에 운영해 볼 필요가 있다. 인도 진출의 다른 방법으로는 현지 인도기업과 합작(조인트벤처)하는 것이다. 우리 중소기업들은 과거 중국에서의 실패 경험 탓에 합작하는 것을 주저하지만, 서구민주주의 시스템이 정착된 인도는 다르다. 사전 충분한 협의와 계약서를 갖춘다면 중국보다 훨씬 안전하다. 인도는 2차 산업의 토대가 약한 상태에서 바로 3차 산업으로 이동되었기에 제조업을 하면 돈을 벌 수 있다는 기대가 커서 파트너를 찾는데 어려움이 없다. 침제 국면을 극복하려고 쏟아내는 인도의 경제 활성화 정책이 불황을 극복하려는 우리 중소 제조기업에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이계열 道경제과학진흥원 글로벌통상본부장

[세계는 지금] 어느 여가수 이야기

때로는 과거가 지금이다. 그때 그 사람이 지금 내 가슴에 있으면 지난 과거도 살아있는 현재다. 발칸 반도의 작은 나라 불가리아는 역사적으로 존재감을 찾기가 어려웠다. 왼편에는 오스트리아ㆍ헝가리 제국으로 재편되는 천년 왕국 합스부르크 왕가가 있었고, 오른쪽에는 소비에트 제국으로 변모하는 대국 러시아가 있었다. 남쪽에는 지중해로 향하는 길목을 막은 오스만 투르크가 항시 위협하고 있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기가 무섭게 소련의 위성국으로 전락했고, 공산주의 압제에 시민들은 숨이 막혀 왔다. 외교관이었던 그녀의 아버지는 진정한 자유와 새로운 희망을 찾아 프랑스로 향했다. 아버지를 따라 망명한 어린 나이의 여학생이 할 수 있는 일은 노래를 부르는 것이었다. 불가리아 가요가 아닌 프랑스어로 부르는 샹송이어야 했다. 생존을 위해 프랑스어로 노래하기 시작했다. 약간은 어설픈 발음이 비치지만, 노래하는 젊은 이방인 여자가수의 마음은 어설프지 않았다. 마리짜 그건 나의 강. 세느강이 그대의 것이듯. 하지만 나의 아버지 외에 누가 그것을 기억하리 실비 바르땅은 자신 있게 가사를 이어갔다. 내 나이 막 10살이었을 때, 나에겐 아무것도 없었지. 그 흔한 인형 하나도 없었고. 낮은 소리로 흥얼대는 후렴구절 밖에는. 라 라 라 랄라라랄라 라라라 처연함을 감출 수 없는 무명 여가수의 얼굴에서 마리짜 강변의 추억의 후렴은 더욱 경묘하게 뿜어지고 있었다. 절박한 심정을 공중에 뿌려 버리듯이 후렴을 빠르게, 힘차게, 더욱 빠르게 반복했다. 그녀는 자신감을 표출했다. 이국땅, 낯선 도시 파리에서 스스로를 찾았다. 더 이상 이방인일 필요가 없었다. 변방 코르시카 섬의 아작시오 마을에서 온 보나파르트가 그 역겨운 텃세와 멸시를 헤치고 프랑스의 주인이 되었듯이, 마리짜 강변 출신의 실비 바르땅도 고적한 회색지대 세느 강변에서 굳건하게 서기 시작했다. 혼자뿐이었고 혼자여도 충분했다. 지울 수 없는 프랑스의 찬연한 영광은 나폴레옹이 만들었고, 쉽게 사라지지 않을 샹송의 메아리는 이방인 실비 바르땅이 확산시켰다. 1970년대부터 유럽을 넘어, 전 세계로 퍼져 나간 샹송의 울려 퍼짐 뒤에 그녀가 서 있었다. 세상의 지평선을 아는 프랑스는 외부로부터의 발길을 받아들였다. 이민자의 설움도, 망명자의 고독도 포용했다. 국법(國法)의 한켠에 검푸른 날의 단두대도 있었지만, 이방인들에게 기회의 문을 열어 주었다. 삶의 의지와 냉정한 정열을 품고 승리의 인생을 만들 준비가 된 외지인들에게 폐쇄의 문지방을 낮추어 주었다. 불가리아 시골 출신의 실비 바르땅(Sylvie Vardan), 그녀는 외연을 넓히며 한 걸음씩 승리의 길을 걸어왔다. 가슴 깊이 숨어 있는 처절함을 가벼운 리듬으로 전환하며 노래해 온 그녀는 인생의 승자였다.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경쾌한 리듬으로 흘러나오는 노래 한 곡이 있다. 훼리스 나비다(Feliz Navidad). 귀에 익숙한 가요다. 그 노래를 부른 수많은 가수 중에 호세 펠리치아노가 있다. 그는 화사한 노래도 많이 부른다. 앞을 못 보지만 세상을 보고 있다. 인생을 누구보다 잘 읽고 있다. 부드럽게 기타까지 치면서 노래한다. 삶의 의욕을 잃은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약자인 것이다. 최승현 경기도 국제관계대사

[세계는 지금] 중동의 경제개혁과 ‘사우디 비전 2030’

중동하면 떠오르는 것은 테러, 전쟁, 자살폭탄 등 부정적인 이미지이며 이와 함께 가장 대표적인 키워드가 석유다. 중동지역 내 국가들의 경제파워는 산유국과 비산유국으로 분명히 나눠지는데 산유국들은 그동안 석유를 무기로 세계경제흐름을 좌지우지해왔다. 그런 중동지역에 변화의 물결이 거세지고 있다. 바로 산유국들의 경제개혁 물결이다. 카타르는 카타르 국가비전 2030을 통해 인적자원, 사회, 경제, 환경 등 4대 부문의 개발을 위한 세부 정책을 추진 중이며 이를 토대로 한국과 에너지, 건설 중심의 양국 협력 관계를 제조업, 신재생에너지, 보건, 의료, ICT, 스마트농업 등으로 한 단계 발전시키고 있다. 오만은 국가개발전략 및 경제 다각화 전략인 오만 비전 2020에 이은 오만 비전 2040을 발표하고 사회, 경제 등 4대 부문 개발의 야심 찬 계획을 추진 중이다. 아랍에미리트는 아부다비 비전 2030을 근간으로 관광 및 산업 분야의 민간기업 지원 관련 30개 이니셔티브를 추진 중이며 이를 중심으로 항공, 해양, 식음료, 산업기계 등 6개 핵심산업 육성을 위한 개별 정책을 추진 중이다. 이러한 중동지역 경제개혁의 선두에 사우디아라비아가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주도하고 있는 사우디 국가개혁 프로젝트 비전 2030는 경제다각화를 통한 석유의존형 국가경제 탈피와 정부개혁을 통한 민간 글로벌 경쟁력 향상이 주축이다. 사우디의 석유산업은 국내총생산(GDP)의 40%가량을 차지하며 재정수입의 70%, 수출 이익의 80%가 석유산업에 의존하고 있어 사우디는 유가 추이에 따른 국가 경제 변동성에 대한 리스크를 안고 있다. 최근 저유가 추세의 장기화로 작년 GDP의 4.6%였던 재정적자가 올해는 7%에 이를 것으로 국제통화기금은 예측했다. 재정 악화를 막기 위해 사우디는 작년 1월 부가가치세를 도입하고 공무원의 각종 특권을 줄였지만 유가 하락으로 내년에는 적자폭이 더 확대될 것으로 사우디정부는 보고 있다. 또한 사우디 국내총생산 중 민간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40%로 사우디는 2030년까지 이를 65%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잡고 있다. 내년까지 비정부 부문 일자리를 45만 개 창출하고 기존 12.5%에 달하는 실업률을 9%대로 낮출 계획을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 가장 폐쇄적이고 보수적인 사회로 알려진 사우디가 변하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볼 수 없었던 일들이 사우디에서 발견되고 있다. 여성 운전을 허용하고, 관광비자를 발급하고 극장에서 대중 영화를 상영하고 증권시장에서 외국투자자가 상장사에 지분 제한 없이 투자할 수 있게 하는 등 사우디정부는 일상생활부터 기업 환경까지 곳곳에 있던 제한 규정을 풀고 그간 각 분야에 굳게 닫혔던 문을 열고 있다. 까다로운 조건으로 주로 무슬림들에게만 시민권을 주었던 사우디가 이번 달 5일에는 의약, 인공지능, 재생에너지 분야 등의 외국인 전문가에게 시민권을 주겠다고 발표하며 혁신 인재와 지식인 영입 계획을 추진 중이다. 사우디 비전2030의 하이라이트는 서울의 43.8배 규모 크기 지역에 조성되는 네옴 프로젝트다. 에너지,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교육 등 16개 분야에 특화한 12개 구역으로 구성될 네옴은 독자적인 세금, 사법 체계를 갖춘 특별경제구역으로 조성된다. 이 사업에 5천억 달러가 투입될 예정으로 약 1천억 달러의 경제 효과를 낼 것으로 사우디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외국 투자금에 의지해야 하는 막대한 예산과 목표 달성 기간이 너무 짧아 일각의 회의론이 있지만 사우디는 지금 커다란 변화의 파고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사우디의 변화는 중동지역의 변화를 견인하는 큰 의미를 갖기에 사우디 비전 2030 프로젝트의 성공을 조심스레 기대해본다. 김수완 한국외대 아랍어통번역학과 교수

[세계는 지금] 라인·야후 재팬 연합, 글로벌 플랫폼 도전

네이버의 일본 자회사인 라인(LINE)과 일본 소프트뱅크 계열의 검색포털 야후 재팬이 경영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야후 재팬은 구글(Google)과 함께, 일본에서 가장 폭넓게 사용되는 검색엔진이다. 참고로 한국에서는 네이버와 구글이 검색엔진으로서 일반적으로 사용된다. 라인은 전 연령대가 폭넓게 사용하는 일본의 국민 SNS다. 한 회사의 조사에 따르면 일본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스마트폰 앱 순위는 라인(1위), 페이스북, 트위터(Twitter), 야후 재팬(Yahoo Japan)의 순이라고 한다. 한국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앱은 유튜브, 카카오톡, 네이버, 페이스북의 순이다. 이번 라인과 야후 재팬의 통합은 한일 양국을 대표하는 IT 기업의 통합으로서 주목을 받고 있다. 라인과 야후 재팬의 통합으로 한일 양국에 기반을 두는 1억 명 규모의 플랫폼 기업이 탄생하게 된다. 기존 일본의 스마트폰에 기반을 둔 간편 결제 서비스는 라인이 제공하는 라인페이(LINE Pay)와 야후가 제공하는 페이팔(PayPal)이 각각 업계 1위(사용자 3천690만 명)와 업계 2위(사용자 2천만 명)를 차지하고 있다. 만약 양사가 제공하는 간편 결제 서비스가 통합된다면 일본 국내에만 5천만 명이 넘는 사용자를 확보하게 된다. 라인과 야후 재팬의 통합 회사는 검색 엔진, SNS 서비스, 금융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한일 양국을 대표하는 IT 기업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 라인과 야후의 통합회사는 한일 양국시장에서는 독과점을 우려할 정도의 IT 기업이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IT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을지는 전망이 불투명하다. 라인은 일본뿐만 아니라 태국 등 동남아 시장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성과를 내고 있지만, 여전히 전 세계의 IT 시장은 미국 기업이 GAFA(Google, Apple, Facebook, Amazon)가 주도하고, 중국의 IT 기업인 BATH(Baidu, Alibaba, Tencent, Huawei)가 이를 추격하고 있다.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은 IT의 세계는 승자가 모든 것을 독식하는 세계라는 취지의 발언을 하고 있다. 실제로 세계 시가 총액 순위(10월 말 기준)의 상위기업을 살펴보면 애플(1위), 아마존(3위), 구글(4위), 페이스북(5위) 등 미국의 글로벌 IT 이 상위권을 독식하고 있다. GAFA 기업은 단순한 IT 기업이 아니라, 글로벌 플랫폼 기업으로서 전 세계 시장에서 영향력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플랫폼이란 제품, 서비스가 모이는 장을 의미한다. 플랫폼 기업은 IT, 금융 등 모든 비즈니스 생태계의 핵심이 될 것이다. 향후 4차 산업혁명과 관련, 자율주행차의 보급이 예상되고 있지만, 이러한 기술혁신을 선도하고 있는 것은 구글과 같은 플랫폼 기업이며, 도요타나 현대 등의 자동차 회사의 존재감은 크지 않다. 플랫폼 기업을 경유하지 않으면 비즈니스를 할 수 없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GAFA와 같은 플랫폼 기업이 일단 UI(사용자 인터페이스)와 UX(사용자 경험)가 좋은 플랫폼을 구축하면 많은 사용자가 모이고, 더욱 편리성이 좋아지면 더욱 많은 사용자가 모인다. 예를 들면 전자상거래 플랫폼의 경우 회원이 증가하면 많은 판매자가 모여서 더 많은 상품제공이 가능해지고, 또한 회원 수가 더욱 증가하면 더 많은 판매자가 모인다. 한번 우위에 선 플랫폼 기업은 획득한 풍부한 자금과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더욱 편리성을 높이기 위한 투자와 더 많은 사용자를 모으기 위한 광고 등을 할 수 있다. 라인과 야후의 통합회사는 규모의 확대를 통해 일정 수준의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지만 아직 GAFA와 경쟁하기에는 갈 길이 멀다. 라인-야후 재팬 연합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글로벌 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박성빈 아주대학교 일본정책연구센터장

[세계는 지금]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의 효과와 과제

지난 4일 태국 방콕에서 아ㆍ태지역 경제통합의 초석이 될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ㆍ알셉)의 협정문 타결이 이뤄졌다. 한ㆍ중ㆍ일, 뉴질랜드, 호주, 인도, 아세안 10개국 총 16개국이 2012년부터 7년간 협상을 진행해 오다가 인도를 제외한 15개국이 협정문에 동의했고, 세부조율을 거쳐 내년 상반기 정식 발효하기로 했다. 인도가 최종 가입하면 알셉은 전 세계 인구의 50%, GDP는 3분의 1, 교역량의 30%를 차지해 외형적으로 지구상 최대 자유무역협정으로 내용 면에서도 관세와 비관세 장벽 뿐만 아니라 서비스, 지식재산권까지 내포하고 있어 각국에 미칠 영향도 크다. 알셉이 그동안 한국이 맺어온 FTA와 다른 점이 있다면 다자간 즉 여러 나라가 동시에 맺는 FTA라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알셉 회원국 중 일본을 제외한 14개국과는 양자 FTA를 이미 체결하고 있다. 알셉은 발효되면 그동안 국가별로 진행해온 서로 다른 FTA 절차와 서류가 단일화되어 우리 수출기업의 이용이 쉬워지는 것과 역내 생산품에 대한 미관세 적용으로 생산거점의 역내 이전이 늘어나게 된다. 이미 중국기업들의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의 입지가 좋은 지역으로의 이전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우리 기업들이 베트남 내 공장부지 확보하는 것이 힘들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알셉은 역내 지적재산권에 대한 보호장치가 마련돼 기술산업 및 한류 콘텐츠 부문의 수출확대가 기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간 중국의 사드 보복 및 일본수출규제에서 보듯이 강대국의 일방적 무역보복도 역내에서 제어장치가 어느 정도 마련된다는 긍정적 효과가 있다. 그러나 알셉 발효는 우리나라가 일본과 FTA 체결 효과가 있기에 일각에서는 대일무역역조가 막대한 상태에서 적자폭이 더 커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세계은행자료에 의하면 2017년 기준 우리나라의 평균수입관세율은 5.05%로 일본의 2.51%보다 배가 높은 수입장벽을 갖고 있어 FTA로 인한 충격은 우리가 크다. 이런 이유로 그동안 일본이 주도해 온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참여에 우리 정부가 소극적이었다. 인도가 이번 알셉 협정문 동의를 못한 것도 인도의 입장에서 중국과의 무역적자가 연 530억 달러에 이를 만큼 심각한데 이에 대한 대책 없이 체결되면 더 악화 될 것이 염려되기 때문이다. 한쪽에서는 막대한 정부예산이 투입되어 일본산 부품, 소재분야의 국산화 노력과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벌어지고 있는데, 다른 한쪽에서는 알셉을 통해 일본산 제품이 더 쉽게 우리나라에 들어올 수 있도록 길을 터주게 되는 것이다. 정부는 한일 알셉 상품양허에 대한 의견서를 일본 측에 제시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무작정 내 문은 닫고 열린 남의 문으로만 들어갈 수는 없다. 우리가 자유무역협정(FTA)의 확대를 통해서 수출영토를 넓히고자 하는 것처럼 상대도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고자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와 산업구조가 비슷한 일본이 우리에게 미칠 영향을 고려해 신중한 알셉 협의가 필요하다. 우리는 이미 알셉 14개 회원국과 양자 FTA를 체결했기에 알셉으로 인한 추가적인 수출 확대 효과가 단기적으로는 기대에 못 미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안정적 수출기반에 구축에 기여될 것이다. 피해가 불가피한 것들은 우리의 산업구조를 개선을 통해 경쟁력을 키워 대응해야만 한다. 혁신을 통한 기존기술의 고도화와 미래 성장산업에 대한 주도권을 잡는 것이 우리의 과제다. 이계열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글로벌통상본부장

[세계는 지금] 어느 총리부인의 이야기

북해를 거슬러 발틱해 입구로 가면 북유럽의 도시들이 여행자들을 반긴다. 독일 북단의 항구도시 함부르크가 제일 먼저 초겨울 바람을 뒤로하고 차분한 모습을 드러낸다. 이 유서깊은 천년 도시에 들어서면 로키 식물원이 있다. 함부르크 식물원의 이름이 이렇게 바뀐 것이다. 로키 슈미트. 그녀는 2차 대전이 시작되던 시기에 함부르크에서 10대의 학창시절을 보냈다. 혼돈의 바이마르 공화국 시기가 지나고 나치 독일이 제3제국의 위용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독일의 기갑부대가 바르샤바를 점령하고 곧이어 파리까지 입성했다. 머지않아 독ㆍ소 불가침조약을 파기하고 소련을 공격할 채비까지 하고 있었다.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궁핍해진 도시 함부르크에서 가난이 무엇인지도 모르던 로키는 용모가 준수한 청년을 만났다. 조용한 성격의 두 청춘은 차분한 사랑을 키웠다. 애정이 깊어지던 시기에 헬무트는 한마디를 던지고 전장 깊숙이 나갔다. 살아 돌아오면 결혼하겠다고 로키에게 다짐했다. 행운이 외면하지 않았던 두 남녀는 전쟁이 끝나기 전에 결혼했고, 불행도 비켜가지 않아 갓 출산한 영아가 사망하는 아픔도 겪었다. 전후 독일은 패전의 상처와 굴욕 속에 상상 이상의 고통을 감내해야만 했다. 도시들은 모조리 폐허였고, 빈곤은 끝을 몰랐으며, 수도 베를린은 갈갈이 나뉘어 점령군들이 활보했다. 로키는 초등학교 교사로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다. 남편이 정치 무대에 발을 들여 분투할 때 그녀는 학생들에게 독일정신을 가르쳤다. 근면과 단합 속에 독일은 다시 일어서고, 헬무트와 로키는 각자의 영역에서 지도력을 발휘했다. 30년 초등교사직을 마친 로키는 자신을 찾았다. 배우자 헬무트 슈미트가 연방총리로 재직할 때도 자신의 영역이 있었다. 총리공관을 떠난 이후에는 온전히 자신의 일에 전념했다. 멸종 식물에 대한 연구가 그녀의 새로운 본업이 되었다. 정치 일선에서 물러난 남편이 강연과 대담, 집필 활동에 전념할 때 로키는 세계 도처를 다니며 위기에 처한 식물 보호와 연구를 위해 정열을 소진했다. 91세에 세상과 작별한 로키 슈미트는 생전에 붉은 카펫 위에서 그리고 땅 위에서란 저서를 통해 북유럽 여인답게 자신의 인생을 진솔하게 기술하고 있다. 총리부인의 시간은 그녀의 인생 여정에서 극히 일부분이었다. 소시민적 스타일과 시대의 상처 속에서도 자기 인생을 찾기 위해 분투한 여성이었다. 함부르크 시민들은 아직도 바라볼 여성이 있다. 독일 국민은 오늘도 기억하고 싶은 총리부인이 있다. 30년 전 11월 9일은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이듬해 독일이 다시 하나가 되는 통일의 전야제 같은 날이었다. 독일통일의 진짜 장벽은 모스크바의 크렘린궁이 아니라 파리의 엘리제궁과 런던의 다우닝 10번가였다. 놀라운 일도 아니듯이, 독일 분단을 끝까지 고집한 국가는 프랑스와 영국이었다. 프랑스의 지스카르 데스탱 부처 그리고 영국의 마거릿 대처 내외와의 특별한 친교를 통해 통일의 초석을 놓은 인물은 헬무트 슈미트 부부였다. 통일의 위업은 그저 다가올 수 없는 일이었다. 그것은 독일인의 성취였다. 그들 민족을 강제 격리시켜 놓은 주변 강국들의 오만과 견제를 유럽의 정신 관용으로 바꾸어 놓게 했다. 헬무트 콜과 한스 디트리히 겐셔로 이어지는 독일인들의 견고한 대오에 강인한 함부르크 여인이 기나긴 세월동안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굳건히 서 있었던 것이다. 로키 슈미트(Loki Schmidt), 그녀는 독일인의 전형이었다. 최승현 경기도 국제관계대사

[세계는 지금] 셰일 혁명과 대중동정책

중동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키워드 중 하나가 석유다. 1970년대 석유를 무기화한 오일쇼크로 세계 경제를 쥐락펴락했던 주인공이 바로 중동이다. 중동이 기침하면 국제유가가 폭등하고 세계 경제가 감기에 걸린다던 그런 시대였다. 그러나 중동이 그런 호시절을 구가할 수 있는 상황은 이제 쉽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 9월 14일 사우디아라비아 핵심 정유 시설에 가해진 드론 공격으로 사우디아라비아는 하루 생산량 570만 배럴이 증발되는 역사상 가장 큰 손실을 보았고 당시 전문가들은 국제유가가 100달러까지 치솟아 세계 경제에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국제유가가 장중 19%까지 치솟았음에도 2주 만에 원유 가격은 모두 원상 복귀됐고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오히려 드론 테러 전보다 낮은 배럴당 52달러까지 내려갔다. 또한 지난 6월 13일 오만해에서 발생한 대형 유조선 두 척에 대한 피격 사건 이후 국제 유가가 한때 급등했으나 국제 유가의 기준이 되는 브렌트유는 2.2% 상승하는데 그치는 등 국제 원유 시장이 차분한 반응을 보였다. 유가가 더 이상 중동 지역 긴장의 척도가 아니라는 사실이 수차례 드러나고 있다. 그 배경에 셰일 혁명이 있고 셰일 혁명을 주도한 미국이 있다. 미국은 작년 초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를 제치고 세계 최대 산유국에 올랐고, 해외 원유 수입량은 2005년에 비해 4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다. 셰일 혁명으로 인해 작년 미국에서 원유 생산량이 크게 늘어난 점이 최근 중동지역에서 발생한 일련의 긴장 상황으로 인한 공급 우려를 상쇄한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셰일 혁명은 19세기 후반 석유 채굴 기술 혁명 이후 가장 중요한 에너지 개발 기술혁명이다. 전통적 원유는 사암층 특정 구간에 집중적으로 매장된 반면, 셰일 에너지는 셰일층 전 구간에 넓게 분포해 기술력 부족과 낮은 채산성을 이유로 제대로 생산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수평시추법과 수압파쇄 공법을 적용한 기술 발전과 비용 감소로 상업성을 띠게 됐고 미국이 가장 먼저 셰일 에너지 플레이어가 됐다. 현재 미국 전체 석유 생산량 증가분의 97%와 전체 원유 생산분의 59%가 셰일 오일로 구성돼 있는데 국제 에너지기구(IEA)는 내년 미국이 67년 만에 에너지 순수입국에서 순수출국으로 돌아서는 것은 물론 셰일 오일 수출로 국제 원유 가격을 좌지우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세계 최대 경제력과 군사력을 가진 미국이 셰일 혁명을 주도하면서 에너지 패권이 이미 중동에서 미국으로 넘어갔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셰일 혁명 덕에 중동 콤플렉스에서 벗어난 미국이 최근 시리아에서 철군을 감행한 것도 에너지 자립이 낳은 자신감의 발로였다. 미국은 더 이상 중동의 경찰이 되길 원하지 않는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말과 에너지 독립뿐 아니라 에너지 지배(energy dominance)를 추구한다는 공언은 향후 미국의 대중동정책 변화를 예측하게 한다. 미국의 보호 아래 중동의 맹주로 군림했던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국영 석유 기업 아람코 기업공개(IPO)를 놓고 유가 끌어올리기에 사활을 걸었지만 차분한 원유 시장의 반응을 볼 때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의 보도대로 사우디가 여전히 유가를 주물 수 있다는 생각이 망상에 가까울 수도 있다. 셰일 혁명이 미국의 중동정책 변화를 견인하고 세계 질서까지 바꿔놓고 있다. 김수완 한국외대 아랍어통번역학과 교수

[세계는 지금] 아베 내각의 정국불안

아베 수상은 오는 20일까지 정권을 유지한다면 헌정사상 최장수 수상이 된다. 아베 수상은 사실 2006년에 수상에 취임해 아베 1차 내각을 구성했지만, 1차 내각에서는 좀처럼 성과를 내지 못하고, 1년 만에 사임했다. 2012년 12월 총선거(중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이 승리, 아베 2차 내각이 탄생했다. 지금 아베 내각은 4차 아베 내각 제2차 개조내각이다. 아베 수상이 지금까지 초장기 내각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아베노믹스라고 불리는 경제정책의 성공에 의해서 뒷받침되며, 이를 바탕으로 높은 국민적 인기를 끌고 있다. 올 10월 11일~14일 실시한 여론조사(지지통신)에 의하면 아베 내각은 지지율은 44.2%(불지지율은 33%)를 기록하고 있다. 참고로 아베 2차 내각 직후의 내각 지지율(아사히신문 조사 기준, 59%)과 비교하면 지지율이 낮아졌지만, 여전히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통상 내각 지지율이 30% 이하가 되면 정국 운영이 곤란해 내각 해산 가능성이 커지는 위험수역에 들어간다고 여겨진다. 최근 아베 내각에서 장관의 사임, 실언 등이 계속되는 등 정국이 불안정해지고 있다.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의 주무관청의 장관으로서 주목을 받고 있는 스가와라 잇슈 경제산업상은 취임 44일 만에 유권자에 대한 금품제공의혹으로 사임했다. 일본의 공직선거법에서는 국회의원(일본은 의원내각제이므로 대부분의 장관은 국회의원에서 선발됨)이 직접 지참하지 않는 한, 선거구 내에서 부의금을 전달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는데, 스가와라 장관의 비서가 선거구 내 지지자에서 부의금을 전달한 것을 일본의 주간지가 보도한 것이다. 또한 가와이 가쓰유키 법무상은 최근 참의원에 당선된 아내의 부정선거 의혹으로 입각한 지 불과 50일 만에 사임했다. 올해 9월 11일 발족한 아베 4차 내각 제2차 개조내각이 탄생한 직후 2개월도 안 돼서 2명의 장관(각료)이 사임을 한 것이다. 아베 수상은 2명의 장관 사임에 대해서 본인이 임명책임이 있음을 인정하고, 사죄를 했다. 이러한 가운데 하기우다 고이치 문부과학상의 실언으로 아베 내각은 더욱 궁지에 몰리고 있다. 아베 내각은 2020년도부터 대학입시에서 토플 등 민간영어시험을 활용할 것을 결정한 바 있다. 이는 일본정부가 인정하는 7종류의 민간영어시험의 성적을 대학입학센터가 취합, 대학에 제공하는 제도이다. 민간영어시험을 대학입시에 활용하는 제도에 관해서는 저소득층에게 응시료 부담이 크고, 민간영어시험의 개최지가 주로 도시부에 집중되는 등의 문제점이 지적되었다. 이와 관련해 하기우다 문부상은 올 10월 TV 프로그램에서 이러한 비판에 관해서 미노다케(본인의 분수나 격, 지위)에 맞게 노력하면 된다고 발언한 것이다. 결국 이번 논란으로 민간영어제도 도입의 문제점이 부각되는 가운데 결국 문부과학성은 민간영어제도의 대학 입시활용시기를 2024년도로 연기한 것이다. 기존 4년제 대학의 71%가 동 제도를 이용할 것을 예정하고 있었는데 갑작스러운 대학입시제도의 변경으로 혼란이 불가피하다. 각료의 사임, 실언 등으로 초장기 내각인 아베 내각이 궁지에 몰리고 있다. 향후 아베 내각의 지지율 하락을 비롯한 정국 불안의 시발점이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한국에서도 교육기회 균등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다. 교육은 글로벌화, 4차 산업혁명 등에 환경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산업인력을 양성해야 하는 역할을 가지고 있으며, 계층 이동의 사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박성빈 아주대학교 일본정책연구센터장

[세계는 지금] 북핵 25시

전쟁도 아니었고 평화도 아니었다. 도처에서 국지전은 지속되었고, 평화협상도 이어졌다. 2차 대전 이후 45년의 기간을 사람들은 차가운 전쟁(Cold War)이라고 특징지었다. 긴장과 대결의 시대가 지나면 안도가 오게 마련이다. 승자는 넘치는 자신감으로 포효했고, 냉전의 패자는 훗날을 기약하고 있었다. 미국은 자신만만했다. 초대국 소비에트연방을 와해시켰고, 바르샤바조약기구의 회원들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합류하기 위해 과거의 종주국 러시아에 등을 돌리는 모습에 표정을 관리해야 할 정도였다. 1차 북핵 위기는 대국의 자만심과 소국의 자존심 사이에서 잉태되었다. 미국에 동아시아의 소국은 우주에서 보는 하나의 행성이었다. 국제법조차 미치지 않는 우주공간을 관할권으로 둔 미국은 한반도의 절반 정도야 원시시대 이전의 모습으로 만드는 것은 시간의 문제도 아니라고 여겼다. 유엔이 필요 없다고 직설하는 인사를 유엔대사로 보내는 미국이었다. 잔인한 국제정치질서 속에서 명맥을 유지해 온 소국은 아무리 규모가 작아도 나름의 생존방식이 있다. 북한도 최후의 수단을 비책으로 삼았다. 운명을 함께할 준비가 되어 있음을 보여 주는 것이야말로 강자를 상대할 때 가장 유효한 유일한 카드라고 여긴 것이다. 마오쩌둥이 닉슨과 세계전략을 논한 지 오래되었고,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아닌 러시아 대통령 복장을 하고 있는 옐친은 러시아의 이익에 집착하고 있었다. 미국의 가장 유능한 국무장관으로 평가받는 존 포스트 덜레스가 창안한 벼랑 끝 외교술(Brinkmanship Diplomacy)을 북한이 원용한 셈이다. 1차 북핵위기는 냉전 승리의 환호 속에 조용히 그러나 조용할 수 없는 방식으로 시작되었다. 국제 테러리즘의 발호를 방치한 미국의 잃어버린 10년이 동북아에서는 북핵 문제의 심각성을 가중시키는 한반도의 잃어버린 10년으로 되어 버렸다. 21세기 초반에 재개된 북한 핵 문제의 두 번째 라운드는 국제협조주의를 무색하게 한 미국의 신보수주의 강경파들이 이끌었다. 2차 북핵위기 이후에는 북한의 대담한 핵실험이 계속되어 레드라인이란 용어가 한반도 안보사전에서 사라진 지 오래되었고, 뻬따 꼼쁘리(Fait Accompli, 기정사실)란 프랑스어만 살아있는 용어가 되어 버렸다. 불확실성이 심화되고 있는 현 국제정세하에서 만성화되고 있는 북핵 이슈는 지구상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로 남아 있다. 그 뜨거움이 현재 진행형이란 사실이 우리 모두의 가슴을 편치 않게 하고 있다. 작년부터 미국과 북한이 실무협상을 재개하고 역사적인 양자 정상회담까지 하면서 바야흐로 세 번째 라운드로 접어든 셈이다. 미중 간 관계정상화의 해빙외교사를 연상하면서, 미국과 북한 간의 관계정상화로 한반도의 평화의 정원이 가꾸어지는 시나리오를 그려볼 뿐이다. 루마니아 작가 게오르규가 쓴 25시에는 비강대국이 느끼는 처절한 시간이 형상화되어 있다. 앙리 베르뇌유가 감독한 그 영화에서 주연 남우 안소니 퀸의 마지막 표정에 잘 나타나 있다.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표정이었다. 그러나 하고 싶은 말은 많은 몸짓이었다. 언젠가 북핵 이슈가 사라지고 평화의 수레바퀴가 굴러갈 때쯤이면 협상의 주역으로 참여했던 외교관들은 회고할 것이다. 깜깜한 밤중에 북극성을 찾는 야간 산행의 시절이었다고. 전쟁 속에 평화가 꿈틀대고, 분쟁 속에서 외교의 존재 이유가 있다는 말을 되뇌면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그 너머까지 생각해 본다. 최승현 경기도 국제관계대사

[세계는 지금] 창업기업의 글로벌 진출을 응원한다

중소기업창업기본법에서는 사업을 개시한 지 7년 이내의 창업자를 창업기업으로 분류하는데 2017년 기준 창업기업은 200만 개로 우리 국민 25명 중 1명은 창업자인 셈이다. 창업의 유형도 요식 및 숙박업 등 비기술창업이 전체 78%로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고, 기술창업은 22%로 이중 절반이 제조업이며 나머지 반은 지식기반의 서비스 창업기업이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맞아 새롭고 혁신적인 기술과 아이디어만 있으면 누구도 경험해 보지 않은 제품과 서비스로 지금까지 없던 비즈니스를 창출하기도 하고 전통적인 비즈니스형태를 바꾸어 버릴 수도 있기에 창업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그러나 양적 성장과는 달리 많은 창업기업이 정상적으로 성장하지 못하고 안타깝게도 판로개척의 벽에 부딪혀 중도에 사업을 접고 있다. 기술창업기업의 95%가 내수 위주의 창업이라고 한다. 창업기업 모두가 동일제품을 만든다고 가정하면 협소한 국내시장을 놓고 95대 1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반면 해외시장에서는 5대 1의 비교적 낮은 경쟁이 가능하기에 그만큼 생존 확률이 높을 것이다. 창업기업이 해외로 나가야 하는 이유는 비단 내수시장의 포화만이 아니다. 기술의 공유 및 서비스가 글로벌화 되는 추세이기에 해외진출은 필연적이다. 인터넷 환경에서 파생되는 수많은 신기술에 대한 글로벌 수요와 공급이 이루어지고 있고, 서비스의 대상고객도 국내와 해외를 가리지 않는다. 문제는 창업기업들이 어떻게 해야 해외로 나갈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답은 분명하다. 창업기업의 글로벌마인드가 우선되어야 하고, 초기 기업들임을 감안 공공부문이 나서서 도와주어야 한다. 기업 지원 현장에서 창업기업에 수출을 권하면 대다수가 내수를 하다가 차차 수출을 하겠다고 말한다. 수출은 내수를 하다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독일에서는 종업원 5인 이상의 창업기업은 글로벌 기업을 목표로 한다고 한다. 사업 개시단계에서 글로벌 진출 의도를 분명히 해야 한다. 얼마 전 만난 유명 외국계 벤처캐피탈(VC) 한국지사장은 우리 기술기업이 미국에서 투자자를 만나려면 실리콘밸리에서 최소 6개월 머물며 홍보 및 네트워크 활동을 해야 함을 강조한다. 비용도 100만 불을 생각하라고 조언한다. 어떤 창업기업이 이런 조건을 감당할 수 있겠는가. 경기도가 최근 판교스타트업캠퍼스에 세계적으로 명성 있는 투자자이자 엑셀러레이터를 유치하여 지속적으로 우리 기업의 해외진출을 돕는다고 하니 창업기업의 현실적 애로가 반영된 것 같아 다행스럽다. 국내에서 해외투자자와 우리 창업기업들이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더욱 많이 만들어 주는 것이 필요하다. 한편 창업기업들이 기존의 해외마케팅 지원프로그램이 참여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정부와 유관기관들의 해외마케팅 지원프로그램은 셀 수 없이 많은데 창업기업들은 탄탄한 일반기업들과의 경쟁에서 밀려 이용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달 말 킨텍스에서 개최되는 대한민국우수상품전(G-FAIR)에 스타트업관을 신설해 600여 명의 해외바이어와 창업기업간 만남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좋은 예가 될 것이다. 창업기업에게 지원문턱을 낮추어 주는 배려가 요구된다.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 열정을 가지고 사무실에서 쪽잠을 자며 성공을 꿈꾸는 창업초기기업은 물론이요, 깊은 터널 속에서 온갖 어려움을 견디며 생존하고 있는 기술창업기업에게 글로벌진출은 한줄기 희망의 빛이다. 글로벌 진출을 꿈꾸는 창업기업을 응원한다. 이계열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글로벌통상본부장

[세계는 지금] 중동, 한국 의료에 매료되다

최근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왕족 가문의 한 남성이 오토바이 사고로 부상을 당한 뒤 현지 병원으로 이송됐다. 그러나 수술 후유증 발생시 책임에 대한 우려로 현지 병원의료진이 수술에 난색을 표하자 왕실담당 사무실은 이 환자를 현지 UAE우리들병원으로 옮겨 수술에 들어갔고 이 왕족 남성은 성공적으로 수술을 받은 후 후유증 없이 건강하게 정상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 올 6월 말 현재 해외 진출 국내 의료기관 수는 15개다. 국내 의료기관 중에서 서울대병원, 우리들병원, 보바스기념병원 의료진이 중동지역에 진출해 있다. 중동은 해외 병원의 진출이 가장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격전장이다. 미국 클리블랜드 클리닉, 존스홉킨스병원, 독일 사우디 게르만병원, 영국 킹스칼리지 등 글로벌 병원들이 아랍에미리트나 사우디아라비아에 직접 병원을 개설했고 국제적인 의료기관들이 연락사무소를 잇달아 개설하고 있다. 이처럼 전 세계 의료기관들이 중동으로 몰리는 것은 오일머니를 앞세워 중동 국가들이 의료시장 육성과 함께 해외 유명 병원 유치에 발 벗고 나섰기 때문이다. 중동은 경제력에 비해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반면 운동부족과 기름진 식습관으로 비만, 당뇨, 고혈압 등 순환계 질환 발병률이 세계 최고 수준이다. 따라서 연간 약 63만 명의 중동환자가 의료관광으로 해외에서 약 7조 원가량을 지출한다. 국내 의료진과 의료기관의 뛰어난 의료기술과 상대적으로 낮은 의료비용으로 최근 수년간 한국은 중동환자들에게 상당히 매력적인 시장으로 부상했다. 올 상반기 1~6월까지 중동 의료관광객이 국내에서 지출한 1인당 평균 진료비는 2천300만 원이었다. 이는 2017년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발표한 전체 외국인 환자 1인당 평균 진료비 199만 원의 약 12배, 내국인 환자 1인당 평균 진료비 145만 원의 약 16배 수준이다. 중동 의료관광객 한 명이 지출한 최고 진료비는 5억 6천만 원이었으며 1억 원 이상 진료비를 지출한 중동 의료관광객은 전체 환자 수의 5%를 차지하고 있다. 중동 의료관광객은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알려진 의료관광 시장에서 가장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는 것이다. 중동지역은 지금 정부차원에서 의료 분야를 집중 육성하고 있다. 이란은 지난 6월 이란 최대 의료기기 전시회를 개최했고, 사우디는 지난달 수도 리야드에서 사우디 2019 사우디 의료전시회를 개최했다. 터키의 수도 이스탄불에서는 지난 3월 의료전시회를 개최하여 중동, 중앙아시아, 북아프리카 등지에서 참관객 총 3만 3천여 명을 유치했고 쿠웨이트는 지난 4월 2019 Arab Medical Travel & GULF Health 콘퍼런스를 개최해 헬스케어, 의료시설, 의료관광 등에 관한 지식공유, 비즈니스 기회 및 해외진료 정보 교류의 장을 열었다. 헬스케어 시장은 2016년 620억 달러 규모에서 연평균 8.7% 성장해 2021년 940억 달러대로 급성장할 전망이다. 또한 연 22조 원에 달하는 중동 의료관광 시장은 국내 의료서비스의 세계화와 국내 의료기관 및 의료진의 해외진출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는 더없이 좋은 기회다. 중동 의료산업 및 의료관광 시장에서 한국이 더 많은 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도록 보다 적극적인 홍보와 정부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 김수완 한국외국어대학교 아랍어통번역학과 교수

[세계는 지금] 일본 경제는 완전히 장기불황에서 탈출했는가

일본 정부는 올 1월29일 월례경제보고 발표 후의 기자회견에서 2012년 12월부터 시작된 장기호황(아베노믹스 경기)이 기존 이자나미 경기(2002년 2월~2008년 2월ㆍ73개월)의 장기호황 기록을 넘어서 전후 최장기 경기회복이 되었다고 판단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기존 이자나미 경기는 경기확대 기간은 길었지만 실감할 수 없는 장기호황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렇다면 전후 최장기 호황이 된 아베노믹스 경기는 실감할 수 장기호황인가. 일본의 명목 GDP는 2012년(10~12월) 493조 엔에서, 올해(4~6월기)에는 556.5조 엔으로 상승했다. 기업의 수익은 2012년도 48.5조 엔에서 2018년도 83.9조 엔(1.7배)으로 확대되었다. 유효구인배율은 2012년 12월 0.83배에서 2019년 7월 1.59배로 상승했다. 즉, 일본에는 구직자 1명당 일자리가 1.59개 있다. 이처럼 아베노믹스 경기는 일반 국민이 그 성과를 실감할 수 있는 장기호황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아베노믹스가 내걸었던 디플레이션 탈출은 아직 완전히 달성했다고 보기 어렵다. 아베 수상은 2017년 11월20일 중의원 본회의에서 아베노믹스의 성과에 대해서 더 이상 디플레이션이 아닌 상황을 만들어냈다고 그 성과를 강조했지만, 일본 정부는 아직 디플레이션 탈출 선언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일본 정부(내각부)는 2006년 3월 디플레이션 탈출의 정의에 관해서 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상황에서 탈출해, 다시 그러한 상황에 돌아갈 전망이 없다고 정의하고 있다. 즉, 일본은 아베노믹스를 통해 디플레이션 상황에서 벗어나서 최장기 경기회복을 지속하고 있지만, 아직 일본 경제는 디플레이션의 상황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일본 경제는 장기불황에서 완전히 벗어날 것으로 전망할 수 있는가. 향후 일본경제의 전망은 어떠한가. 아베노믹스 경기를 뒷받침하는 요인으로서는 우선 대규모 양적완화에 의한 엔고의 시정(엔저로의 유도)이 있다. 엔 달러 환율이 2019년 8월에 104엔 수준까지 하락해, 엔화 가치가 상승하기도 했지만, 9월 이후 다소 엔화 가치가 하락했다. 2019년 10월1일부터 소비세(일종의 부가가치세)율이 인상(8%에서 10%로 인상)되었다. 당초 소비세 증세에 따른 개인소비 감소가 우려되었지만, 현재로서는 개인소비 감소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019년 10월1일 일본은행이 발표한 2019년 9월 기업단기경제관측조사(일본은행 단칸) 결과에 의하면, 대기업ㆍ제조업의 업황판단지수는 플러스 5로, 6월 조사보다 2포인트 낮아졌다. 동 지수가 플러스라면, 현재 체감 경기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는 기업의 수가 부정적인 기업보다 더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일본 기업이 판단하는 체감경기가 다소 악화하고 있지만, 한편 여전히 체감경기를 긍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부정적으로 보는 기업보다 더 많다. 향후 일본경기를 전망할 때, 국내적인 변수로서는 2020년 도쿄올림픽 이후의 경기후퇴에 대한 우려가 가장 크다. 도쿄올림픽 이후 예상되는 경기후퇴에서 이를 얼마나 단기간에 벗어나느냐가 관건이다. 국제적인 변수로서는 미중무역 갈등과 미국 등 세계경기 동향이 일본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무엇보다 저출산ㆍ고령화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국내외적 문제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한다면, 일본 경제가 다시 디플레이션 상황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그만큼 디플레이션이 구조화되면, 디플레이션 탈출은 정말로 어렵다. 한국에서 최근 디플레이션 논쟁이 확대되고 있다. 한국의 경우, 아직 디플레이션으로 판단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이지만, 너무 낙관적으로 경제를 전망하기보다는 한국 경제가 디플레이션 상황에 빠지지 않도록 선제 대응이 필요하지 않을까? 박성빈 아주대학교 일본정책연구센터장

[세계는 지금] 중소기업의 수출 다변화를 서두를 때다

중소벤처기업부 수출통계에 의하면 2018년 중소기업 수출액은 1천87억 불, 수출국은 224개국이다. 이 중 1억 불 이상 수출국은 68개국으로 전체 수출액의 97.8%를 차지하고 있다. 대륙별로 아시아 64%, 북미와 유럽이 각각 12%, 중동 5%, 중남미 4%, 아프리카와 대양주가 각각 1% 수준이며, 아시아로 쏠림현상은 중국(홍콩), 베트남, 일본 3개국이 아시아수출의 74%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정국가로 수출 집중은 글로벌 공급망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경우 문제가 없지만, 이들 국가의 경제상황 및 정책의 급격한 변화가 생기면 우리 수출기업과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위험이 있다. 미-중 무역분쟁으로 중국의 어려움이 우리의 어려움이 되고 있고, 한국의 제4위 수출국 일본과도 양국이 백색국가 맞지정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중국과 일본 양국에 37%라는 높은 수출 비중을 가진 우리 중소기업은 이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한다. 그러나 중소기업의 수출 현실을 돌아보면 중소기업당 수출국 수가 3~4개국을 넘지 않을 만큼 제한적이다. 소수의 기업 외에는 수출다변화를 위한 별다른 시도도 없다. 지금까지는 다변화보다는 어디가 되었든 수출확대라는 측면에서 마케팅을 해왔지만, 향후에는 기업은 물론이고 공공부문도 수출다변화를 위한 선별적 지원프로그램을 도입해 중소기업이 한 국가라도 수출국 수를 늘리는 데 힘을 보태야 한다. 아울러 우선순위의 수출다변화 대상지역 및 국가를 결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많은 지역 중에 아시아경제공동체(AEC)와 태평양동맹(Pacific Alliance)이라는 경제블록의 국가들을 주목해야 한다. 아시아경제공동체(AEC)는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아세안 10개국을 회원으로 한다. 우리 정부의 신남방정책의 핵심이기도 하고 경제성장의 발전모델로서 한국을 닮고 싶은 수요가 높고, 매년 한국과의 무역규모가 증가하고 있다. 태평양동맹(PA)은 중남미를 대표하는 멕시코, 콜롬비아, 페루, 칠레 4개국으로 구성되어 있다. 우리 정부도 적극적으로 태평양동맹에 가입을 추진해 오고 있는데 올 9월 말 예정된 산티아고 회의를 통해 준회원국 지위를 받게 될지가 결정된다. 준회원국이 되면 우리와 FTA가 체결되지 않은 멕시코와도 FTA에 준하는 혜택이 주어지는데 우리나라의 10대 수출국이자 중남미 최대 수출국인 멕시코와의 무역교류가 획기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기대되기에 수출다변화의 적지라고 판단된다. 한편 수출다변화를 위해선 공공부문의 지원 인프라도 확충돼야 한다. 중소수출기업이 역량이 부족해 새로운 지역, 새로운 국가로의 도전을 기피하고 익숙한 시장으로만 진출을 도모하다 보니 특정지역, 특정국가로 쏠림이 발생하고 동지역에서 우리 기업끼리 경쟁하는 악순환을 보이고 있다. 새로운 시장으로 어렵지 않게 접근할 길을 열어 주는 것이 공공부문의 몫이다. 현재 경기도는 중소기업 수출 상위 20위 내 국가 중 7개국에 경기비즈니스센터(GBC)를 설치해 중소기업의 수출을 돕고 있는데, 지리적으로 원거리이고 정보부족 및 상관습의 차이로 공략이 어려운 중남미, 중동, 아프리카 지역에도 GBC가 설립되면 중소기업의 수출다변화 수요에 선제 대응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자원이 빈약하고 시장이 협소해 내수가 경제를 지탱할 수 없기에 수출의존이 불가피하지만, 특정국가로의 수출 집중을 벗어난다면 그만큼 외부충격에 따른 위험이 덜하게 될 것이다. 수출을 여러 바구니에 나누어 담는 수출다변화를 서두를 때다. 이계열 道경제과학진흥원 글로벌통상본부장

[세계는 지금] 대국의 야심과 소국의 자존심

국가 지도자가 전쟁에서 밀리면 갈 곳이 없고, 영토 문제에서 양보하면 설 곳이 없다. 로마를 지배하고 싶었던 폼페이우스부터 청나라 말기 북양대신 리훙장까지 생생한 역사가 말해준다. 영토 이슈는 국가이익의 차원을 넘어 한 나라의 자존의 영역이기도 하다. 1787년 미합중국 헌법이 만들어진 이후 232년이 지났다. 미국이 약 2세기 동안 걸어온 모습을 보면 인색하게 표현해도 경이롭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수백 년, 수천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나라와 민족들이 자신을 다시 돌아보게 하는 측면도 있다. 미국의 팽창 과정을 보면 자못 흥미롭다. 몽골 제국이 한 세기 만에 급격히 영역을 넓혀가던 모습이 그려진다. 2천여 년 전 로마가 속주와 자치주를 넓히면서 제국을 팽창시켜 나간 시기도 연상된다. 미국은 건국 초기 동부의 13개 주에 정착한 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일전을 불사한 전쟁과 상대방 국가의 국내 사정을 십분 활용한 외교를 통해 영토를 확장해 왔다. 토머스 제퍼슨 대통령 때는 현 미국 영토 3분의 1가량이나 되는 중부의 루이지애나를 프랑스로부터 매입했다. 독립선언문을 기초한 것 못지않게 영토 매입은 미국의 이익에 중요했다. 19세기 중엽에는 멕시코로부터 텍사스와 뉴멕시코 지역, 그리고 캘리포니아 일부까지 획득했다. 그 직후에는 슈어드 국무장관의 기지로 러시아로부터 알래스카를 사들였다. 최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덴마크 방문을 연기해 화제가 되고 있다. 국가원수의 공식 외국방문은 상당한 시간을 두고 합의와 준비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취소나 연기되는 일은 생기지 않는다. 당연히 이례적이라고 할 수 있다. 덴마크 영토인 그린란드 매입 문제를 놓고 미국과 덴마크 양국 간에 신경전이 일고 있는 것이다. 북유럽의 섬나라 아이슬란드는 이름과 달리 실제 가 보거나, 위성사진으로 보더라도 동토는 별로 없고 아름다운 경관의 녹색이 많이 있다. 국가의 이름이 역설적으로 명명되었다. 북극 지역으로 분류되는 그린란드는 명칭과 전혀 다르게 녹색은 보이지 않고 얼음만 두껍게 뒤덮여 있다. 그린란드 도처에 미군 기지가 있을 것이라고 누구든지 상상할 것이다. 미국으로서는 냉전시기의 힘을 재현하려는 러시아의 푸틴도 견제해야 하고, 세계 도처로 시선을 넓히는 중국의 예봉도 꺾어야 한다. 미국이 알래스카를 매입할 당시, 가치 없는 툰드라 지역이라고 하면서 내부의 반대가 심했다. 그러나 당시 외교수장 슈어드는 미래가치에 투자했고, 720만 불에 매입한 알래스카는 오래지 않아 천연자원의 보고가 되었을 뿐 아니라 전략적 가치도 발하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어리석은 슈어드로 비웃음까지 받았던 1860년대의 미국 외교수장이 20세기가 지나면서 지혜로운 우리의 국무장관으로 바뀌어 갔다. 반전이 된 외교 일화가 전해 오면서 지금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만 아쉬움을 달래고 있다. 슈어드의 스토리를 모를 리 없는 트럼프와 백악관의 보좌진들은 전략적 이유로 미래가치에 투자하려 하고 있다. 다만, 지금의 덴마크는 19세기 중엽의 제정 러시아가 아니어서 선뜻 달러 한 자루에 한때 북유럽의 맹주였던 자신들의 자존심을 교환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린란드를 사고 싶다고 직설적으로 표현한 트럼프식의 제안에 덴마크 총리는 황당하다(absurd)는 한 마디로 응수하면서 불쾌감을 바로 드러내었다. 외교가에서는 부드러운 외교화법이 와인같이 애용되지만, 상대를 자극하는 직설법이 난무하는 때도 종종 있다. 노골적인 대국의 야심 앞에 소국의 자존심이 갈대처럼 흔들린다. 그리스의 역사가 투키디데스가 던진 한마디가 스산한 가을바람처럼 기억의 한 자락을 스친다. 강대국은 원하는 일을 하고, 약소국은 그저 감내할 뿐이다. 최승현 경기도 국제관계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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