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

뇌를 경청하라(김재진 지음)에는 2009년도 사이언스지에 게재된 논문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 경쟁자에게 질투를 느낄 때와 이 경쟁자에게 불행이 생겼을 때 인간의 뇌가 어떻게 반응하는지에 대한 것이다. 기능적 자기공명장치(fMRI)로 뇌를 촬영하였는데 경쟁관계에 있는 뛰어난 능력을 가진 인물과 비교를 하면 부러움과 자괴감이 시기심을 불러와 심적 갈등 상태로 인해 갈등중추인 안쪽 전두엽이 활성화된다. 더 재미있는 사실은 경쟁상대에게 불행한 일이 일어나자 쾌감보상회로의 핵심영역인 측핵이 활성화되는 것이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옛 속담, 이제는 사촌이 땅을 사면 전두엽이 활성화된다고 바꿔야 하지 않을까? 주변에 특히나 경쟁의식이 많은 사람들이 있다. 그 중 긍정적인 사람은 자기개발을 바탕으로, 본인의 노력으로 그 경쟁심을 해소하나, 그렇지 못한 못난 사람들은 본인의 능력향상 등을 통한 정당한 방법이 아닌 경쟁상대에 대한 모함, 깎아 내리기 등으로 해소하곤 한다. 얼마 전 서울의 B대학의 한 과에서는 아주 흥미로운 일이 있었다. 학생상담, 교육, 연구 등에 매진하여 많은 대학원생을 배출하던 A교수가 있었다. 그 과에서 대학원을 진학하고자 하는 학부 학생들은 매일같이 학교에 열심히 나와 연구 및 교육에 열심인 A교수의 지도로 석사학위를 받고자 했다. 따라서 대다수의 대학원 지원자들이 A교수의 연구실로 들어가고자 했고, 학과의 나머지 교수들은 전두엽 활성화의 못난 결과로 그것을 막고자 했다. 20여명의 지원자 중 10명 이상이 A교수 연구실로 진학을 했고, 나머지 10명 정도만 학과의 다른 교수 연구실로 진학했다. A교수가 주변의 전두엽이 심하게 활성화된 못난 교수들의 견제를 피하고, 연구의 활성화를 위해 연구환경이 좋은 C대학으로 이직을 하게 되었다. 학과의 다른 교수들은 내심 20여명의 대학원 진학자를 예상하고 A교수의 이직을 반겼다고 한다. 하지만 그 해 대학원 입시에서 그 학과에는 3~5명의 지원자만 있었고, 그들도 취업이 되지 않아 억지로 진학하는 지원자였다고 한다. 위의 예는 BK21이라는 고급인력양성사업을 통해 대학원 진학에 있어서 타대학 진학이 보편화되었다는 상황을 감안하더라고 시사하는 바가 많다. 수평적인 직장문화가 특징인 교수사회에서 상명하복이 아닌 서로 경쟁관계에 있는 교수들은 특히나 더 전두엽이 발달된 듯하다. 게다가 본인의 전두엽 활성화의 못난 결과를 갖가지 다른 방법으로 아닌듯 포장한다. 이 또한 논문 작성 및 논문 발표를 통해 수없이 연습했던 결과일 것이다. 비단 교수조직만이 아니다. 주변에 보면 타인의 행복에 전두엽이 활성화되고, 남의 불행에 측핵이 활성화되는 사람들을 자주 볼 수 있다. 그러한 사람들 중 사회적인 지위가 확실하지 않은 경우는 음지로 들어가 악플러로 타인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고, 조직에서 목소리가 큰 위치에 있는 경우, 막무가내의 의견으로 조직의 발전을 저해하기도 한다. 오천여년 동안 주변의 침략과 세파에 영향을 받아 고난이 많았던 한국, 이제 좀 잘 살아보나 하는 시기다. 한국전쟁의 가난을 100% 노력으로 극복했고, 이만큼까지 올라왔다. 50여년이 지난 지금, 주변에 전두엽과 측핵이 유난히 활성화된 못난 사람이 많아 안타깝다. 이교범 아주대 전자공학과 교수

[경기시론] 정당공천제 폐지는 정치권과 국민의 약속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초의회 의장들이 돌아가면서 1인 시위를 벌였다. 시ㆍ군ㆍ자치구의회의장협의회의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수원시의회 노영관 의장도 지난 11월 18일 1인 시위를 벌였다. 1인 시위의 주제는 기초 선거의 정당공천제 폐지이다. 필자는 원래 정당공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해왔지만 지금은 정당공천제를 폐지하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 정당공천제 폐지가 정치권과 국민의 약속이기 때문이다. 지난 대선 때 박근혜 대통령은 물론 야당의 문재인 후보와 중도사퇴한 안철수 후보가 다 같이 정당공천제 폐지가 공약이었다. 기초의원 정당공천제는 기초의원 후보의 정당표방 금지가 위헌이라는 헌재 판결을 근거로 2005년에 도입되었다. 그 뒤 2006년과 2010년 두 차례 치른 지방선거에서 기초의원 정당공천제의 폐해가 나타났다. 정당공천제 반대론자들이 우려했던 줄서기, 공천헌금 등 광범위한 금품수수 행위가 있었다. 풀뿌리 생활정치 정착을 위해 지역에서 열심히 활동한 비정당 후보들이 정당의 힘에 밀려 의회에 진출하지 못했다. 그렇지 않아도 정당을 강하게 불신하던 국민은 지방자치에서 정당공천제 폐지를 요구하게 되었고, 그 바람에 폐지될 운명에 놓였다. 대선이 끝난 지도 1년이 거의 다 되어간다. 지방선거는 이제 6개월밖에 남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까지도 정당공천제 폐지는 불투명하다. 기초선거 공천제 폐지에 가장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건 민주당이다. 대선 때 문재인 민주당후보는 처음에는 기초의원 공천제 폐지를 내세웠다가 여론에 밀려 기초단체장 공천까지 폐지한다고 약속했다. 이 약속을 당원투표를 통해 재확인한 민주당은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에 공약 이행을 촉구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정당공천제 폐지에 대한 정확한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다. 새누리당은 올 4월 치른 재보선에서 대선공약을 실천하겠다며 공천을 하지 않았다. 아직은 정당공천제가 폐지되지 않았다며 후보를 공천한 민주당은 전패했고 새누리당은 명분과 실리를 모두 얻었다. 그런데 공약을 지키겠다며 기세를 올리던 새누리당이 그 뒤 정당공천제 폐지에 대해 입을 다물었다. 정당공천제 폐지문제는 중대사안이고 찬반 의견이 양립되어 있으므로 폭넓은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는 원론만 되뇌일 뿐이다. 새누리당이 지방선거의 이해득실 때문에 공약을 지키지 않고 넘어갈지 모른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기초공천제 유지가 내년 지방선거에서 유리하다는 판단 때문에 새누리당이 정당공천제 문제에 대한 태도를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국민에게 약속했고, 여론도 정당공천 폐지 쪽이라면 공약을 지키지 않거나 여론을 거슬러선 안 된다. 정당공천제 폐지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법리적으로 정당공천제 폐지가 위헌이라는 주장이 있다. 정당공천제 도입 이전에 이뤄지던 내천이라는 이름의 실질적 공천이 되살아나면 그 폐해는 어찌할 것이냐는 주장도 있다. 여성계는 비례대표를 통한 기초의회 진출의 길이 막혀 여성의 정치적 대표성이 약화된다며 반대의사를 일찌감치 밝혔다. 폐지할 경우 이런 문제들에 대한 대책도 빠짐없이 마련해야 한다. 정당공천제 문제를 주요 정치쇄신과제로 정한 정치쇄신특위가 끝내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종료되는 바람에 이 문제를 다룰 기구도 없다. 지방선거가 6개월밖에 남지 않았는데 대국민약속을 지켜야 할 정치권이 두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 정말로 안타깝고 야속하다. 손혁재 수원시정연구원장

[경기시론]정당 없는 한국정치

한국정치에서 정당이 사라져버렸다. 제대로 살아있는 정당이 없다. 새누리당은 대통령 권력 속에 박혀있고, 민주당은 수권능력 절대결핍상태이며, 급기야 진보정당은 위헌정당으로 제소당했다. 큰 선거가 없는 올해, 이 땅의 모든 정당이 죽어있는 셈이다. 정당이 정치주체로서 정치중심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청와대 권력과 원로 및 외곽 단체의 눈치를 살피고 있다. 여야 간의 정당정치경쟁시스템이 사라진 것이다. 2013년 연말 한국 정치프레임은 종북세력 규정과 대통령 사퇴론의 충돌로 구성되기에 이르렀다. 종북세력 규정의 주연은 박근혜 정부의 법무부 장관과 국정원 원장이 나섰고, 대선 불복과 대통령 사퇴론의 주역은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사제들이 맡기에 이르러, 한국 정치프레임의 중심에서 정당이 배제되었다. 정당 밖에 있는 세력과 구호가 정치를 만들어내는 구조는 대화와 타협이라는 정치력 부재, 즉 대치와 충돌이 있을 뿐이다. 과연 지금 법무부 장관 또는 국정원 원장과 천주교 사제단 간의 대화와 타협이 가능할까? 절대 불가능하다. 이들은 서로를 부정하는 세계관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주의는 극단의 세계관도 서로를 파괴하지 않는 한 공존이 가능한 체제이다. 건강한 민주주의는 양보 없는 자해적인 극단적 체제논쟁을 지양하고, 정당 간 민주적 경쟁을 통하여 정치과정과 발전을 구가한다. 정당 없는 정치는 대화를 할 수 없고, 타협과 양보도 할 수 없어서 국민이 참여하는 정치를 할 수 없다. 정당 아닌 정부권력과 시민단체 및 외곽단체에 종속되어 있는 한국 정당정치의 체질을 시급히 바꾸어야 한다. 한국 정당은 탄생과정부터 태생적 문제점을 안고 있다. 정당은 모름지기 같은 정치적 이념과 정책을 추구하는 정치세력들이 모여서 궁극적으로 권력을 획득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집단, 즉 권력을 창출하는 단체이다. 그러나 권력을 장악한 한국의 역대 집권여당은 권력을 창출해 내는 것이 아니라 권력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정 반대의 탄생경로를 가지고 있다. 초대 대통령이었던 이승만은 미국의 국부였던 조지 워싱턴 대통령처럼 정당은 붕당임으로 정당이 출몰하면 정치 일선에서 물러날 것이라고 선언하면서 정당을 초월한 무당파적 입장의 국부(國父)정치를 구사하였다. 그러나 국회가 한민당을 비롯한 야당의 정치무대로 바뀌자 대통령 선출방식을 국회에 의한 간선제에서 직접선거로 바꾸고 권력을 유지하기 위하여 자유당을 만들었다. 자유당은 권력을 창출한 정당이 아니라 권력에 의하여 피조(被造)된 정당이었다. 한국 최초의 집권여당인 자유당의 역할이 여당을 지지하는 국민의 정치통로가 아니라, 대통령 권력에 복종하는 전위부대로 전락한 것이다. 제3공화국의 공화당이나 제5공화국의 민정당도 쿠데타로 장악한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권력 피조정당에 불과하였다. 이러한 집권여당의 체질이 지금까지 바뀌지 않고 있다. 한국 정당의 권력 피조현상, 허수아비 광대 현상은 집권여당에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었다. 소위 3김 정치로 상징되는 YS의 통일민주당ㆍ신한국당, DJ의 평화민주당ㆍ새정치국민회의, JP의 신민주공화당ㆍ자민련 또한 3김의 정치적 카리스마라는 권력에 의해 만들어진 정당이었다. 한국정당의 체질 중 1인 보스 및 독주계파와 지역주의에 함몰되어있는 증세는 3김 정치의 마감과 함께 해소될 것으로 기대했으나, 오늘날 한국 정당정치의 역사는 오히려 후퇴와 역행을 거듭하고 있는 듯하다. 산업화의 병폐였던 이념대결형 체제논쟁의 부활, 민주화 과정에서 비뚤어진 집단이기주의의 출몰, 3김 정치의 산물인 계파정치의 건재가 2013년 한국 정당정치의 자화상이다. 정당이 정치의 중심에 서야한다. 정치 수요자인 국민으로부터 멀어진 정당은 부도난 기업과 다름없다. 한국 민주정치의 최소한의 조건은 국민이 언제든지 선택할 수 있는 정권교체형 여야 경쟁구도를 복원시키는데서 출발한다. 박상철 경기대학교 정치전문대학원 교수

[경기시론] 비양심적 어린이집, 이대로 방치할 것인가

1991년 영유아보육법이 제정되면서 종래 보건사회부, 내무부, 노동부 등 여러 부처 주관으로 되어오던 탁아사업이 보건복지부로 일원화 되었고 과거처럼 단순 탁아가 아닌 보호와 교육을 통합한 멋진 정책으로 발전하였다. 올 3월 만5세 이하 영유아에 대한 무상보육이 전면 시행되면서 이제 어린이집은 모두 국민세금으로 지원되고 있다. 즉, 만0세는 39만4천원, 만1세는 34만7천원, 만2세는 28만6천원, 만3~5세는 22만원씩 지원된다. 한정된 국가예산 가운데 무상보육을 중심으로 국민의 복지를 챙기고자 하는 국가정책의 진심에 감동을 받을 겨를도 없이 우리는 너무나 많은 비양심 어린이집 원장들의 비리 백태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사전 모니터링을 통하여 부정수급 등이 의심되는 600곳을 선정하여 지자체와 합동으로 점검을 실시하고 그 결과 216곳 어린이집의 위반사항을 적발했다. 주된 비리 내용은 보육교사 및 아동의 허위등록으로 보조금 부풀리기, 원장이 보육교사를 겸직하여 수당받기 등 부정수급, 교재비의 사적 사용 및 회계 부적정이 가장 많고, 유통기한이 경과되거나 버려진 불량 식자재의 사용, 특별활동 외부강사와 보육교사 채용시 건강검진과 성범죄 조회 미실시, 거래업체로부터 간식이나 교재 납품시 물품대금을 부풀려 계산하고 이를 되돌려 받기 등, 생애 최초의 기초교육이 일어나는 장소에 걸맞지 않은 저급한 비리가 일어난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범죄가 일회성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동안 계속되는 지속성 범죄라는 점과, 이러한 비리가 일부의 얘기가 아닌 전체 어린이집의 삼분에 일에 해당하는 광범성 범죄라는 점이다. 한 어린이집 당 작게는 수백만원에서 크게는 수억원에 이르는 이 비리의 피해는 모두 국민세금으로 충당되고 있다. 정부는 예산이 부족해 1천조원(공공기관 부채 포함)이 넘는 빚을 내면서까지 정책실현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정작 관리의 부재로 국가의 진정성이 전달되지 못하고 국가보조금이 줄줄 새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어린이집 4만 2천527곳 가운데 13.4%가 1년 동안 단 한 번의 점검도 받지 않았다. 또한 어린이집 인증평가를 실시하고는 있지만 그 방식 또한 문제가 많다. 사전에 현장방문 일정을 조율해주기 때문에 사전에 유리한 것은 만들고 불리한 것을 없앨 수 있도록 시간을 벌어주고 있으며, 현장점검 보다 서류중심의 평가를 하기 때문에 인증을 통과한 기관의 서류를 가져다 똑같이 만들어 비치하여 평가를 받기도 한다. 그나마 받는 인증평가도 의무가 아니라 권고 수준이다. 4만개가 넘는 많은 어린이집을 관리하는 공무원 수는 턱없이 부족하다. 그렇다면 현장의 비리를 누구보다 먼저 알 수 있는 보육교사와 학부모 등의 협조와 신고가 절실한데, 정작 신고를 한 당사자는 블랙리스트에 올라 부당해고는 물론 다른 어린이집 재취업이 막히고 제보한 보호자가 다른 원에 아동을 맡기려 해도 거부되는 등 원장들의 조직적인 대응으로 피해를 보고 있다. 어린이집 비리를 세상에 폭로한 양천구의 한 구의원은 비리적발 어린이집 원장들이 낸 명예훼손 고소로 요즘 검찰 조사를 받으며 어이없는 시간을 소모하고 있다. 정의를 바로잡고자 용기를 낸 자들의 개인신상정보 및 신분보장이 되지 않는다면 이를 어찌 법치국가라고 할 수 있겠는가. 잘못을 저지르고도 반성할 줄 모르는 불량 어린이집, 이제는 국민들이 나서서 감시하고 이용을 자제하여 스스로 문을 닫을 수 있도록 단합된 힘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그리고 비리 어린이집 경력이력제를 도입하여 사회적ㆍ국가적인 관리감독 강화로 어린이집 규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전선영 용인대학교 교수

[경기시론] 공학 인증과 BK21 사업

한국의 공학인증은 2000년 즈음에 시작됐다. 시작할 당시, 공대 졸업생의 능력 향상이라는 관점에서 많은 기대를 했고, 공대 졸업생들이 가고자 하는 S전자의 입사평가에서 가산점을 부과한다는 등의 사실로 학생들도 너나 할것없이 공학인증의 수혜를 받으려고 했다. 실상 그러한 가산점은 변별력이 그리 크지 않았고, 공학 인증에 따라서 여러 번거로운 서류 작업, 경직되고 불필요한 교육과정 등으로 인해 사실 현재는 존폐의 위기인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공학인증은 이러한 역기능도 있지만 2000년 이전까지 내려오던 예전의 공학 교육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은 것도 사실이다. 수요자 중심의 교육이라는 엄청난 명제를 가지고 시작했기 때문이다. 공학인증에 따르면, 여기서 수요자는 대학교육을 수요하는 학생이 되기도 하지만, 대학을 졸업한 학생들을 수요하는 기업체, 연구소 등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따라서 공학인증을 제대로 하려면 대학에서 학생들을 관찰하고 상담을 통해 학생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교과과정 및 교육철학에 반영해야 한다. 또한 졸업생을 수요하는 주변의 기업체, 연구소 등의 의견을 설문 및 자문위원회 구성을 통해 청취하고 그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Brain Korea 21(BK21)이라는 사업으로 현재 3단계(한 단계가 7년씩)가 올해 시작돼 진행 중이다. 대학원 이상의 고급 인력 양성을 목표로 하며, 1단계부터 전국과 지역으로 나누어 사업 수주를 위한 경쟁 및 평가를 했다. 지역발전을 위해 지역대학끼리 따로 경쟁을 했고, 수도권을 포함한 서울권 대학과 공학특수대학(한국과학기술원, 포항공대 등)들 끼리 경쟁했다. 15년째 이러한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으니 이때 즈음이면 이에 따른 결과 정도는 검토해볼 때가 된 것 같다. 물론 지역을 고르게 발전시키고, 수도권의 인구집중을 막기 위함이라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현재 우리가 경쟁해야 할 상대가 세계의 고급 연구 인력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이를 한번 반드시 검토해 볼 필요는 있어 보인다. 다른 전공분야와는 달리, 앞으로도 공학은 수요자 중심의 교육이 절대적이다. 특히 고급인력양성의 경우에는 수요자의 의견에 더욱 귀를 기울여야 한다. 바로 이들이 앞으로 대한민국의 먹거리를 창출할 인재이기 때문이다. 공학인증의 취지대로 수요자 중심의 예산 배분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지역대학끼리 경쟁을 통해 그 지역의 연구역량이 수요자 중심으로 제대로 발전되고 있는지?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대학을 묶어 이 사업을 진행하면서 정말로 수도권 인구 분산이 되고 있는지? 누리사업 등 이미 많은 지역대학을 위한 사업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고급인력 양성을 위한 BK21사업 또한 지역을 고려하는 것이 수요자의 요구에 맞게 제대로 되고 있는 지? 차별적인 정부의 재정 지원을 통해 혹시나 지역대학의 연구 자생력이 없어지지는 않았는지? 관련 책임자는 확인하고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향후, 대학에 입학하는 학생들도 줄어들 것이고, 이공계를 지원하는 학생들은 더욱 줄어들 것이다. 따라서 고급 연구 인력도 외국에서 모셔와야 할 것이다. 현재 복지에 온 힘을 기울이며 국민의 세금 소비에 노력을 하고 계시는 분들께 한가지 꼭 당부드리고 싶은 것이 있다. 반도체와 자동차, 조선 등 현재의 먹거리와 같은 분야를 20~30년 내에 우리가 새롭게 창출하려면 세계와의 경쟁에서 앞설 수 있는 무언가를 어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얼마 남지 않았다. 후세들을 위해서 진지하게 고민해주길 간곡히 부탁드린다. 이교범 아주대학교 전자공학과 교수

[경기시론] 수원시민의 캄보디아 수원마을 사랑

프놈끄라옴을 아는가? 프놈끄라옴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앙코르와트가 있는 캄보디아 시엠립(Siem Reap)의 한 마을 이름이다. 시내에서 10km 정도 떨어져 있으며 400여 가구 2천800여 명의 주민이 살고 있는이 마을은 수원마을로 불린다. 10월 중순 프놈끄라움 수원마을에서는 염태영 시장과 수원시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수원의 지원으로 지어진 마을공동작업장 준공식이 열렸다. 수원을 방문했던 킴 분송(Khim Bunsong) 시엠립주 주지사도 참석했다. 프놈끄라옴은 시엠립에서도 가장 가난한 지역에 속한다. 마을 부근에 동남아에서 가장 큰 톤레샵 호수가 있어 3분의 1 가량의 주민이 어업으로 생계를 유지하며, 3분의 1 가량은 막노동이나 농업으로 살림을 꾸려나가고 있다. 나머지 3분의 1은 무직자라고 한다. 이들의 가구당 평균소득은 월 150달러(우리 돈으로 약 16만원 상당)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심지어는 월 평균소득이 30달러(3만원 상당) 밖에 되지 않아 하루 1달러 정도로 살아가는 가구도 많다고 한다. 대부분의 집들도 3~4평 정도 크기의 원두막인 가난한 마을이다. 이 마을이 수원마을로 불린 것은 6년 전부터이다. 2004년에 수원시와 자매결연을 맺은 프놈끄라옴 마을이 수원마을로 선정된 건 2007년 6월이다. 그 뒤 수원시와 수원 시민, 기업은행 등이 힘을 모아 교실 10칸을 갖춘 수원 초중학교를 세웠다. 마을길을 닦고 다리를 고쳐 주민들의 불편을 덜어 주었다. 그리고 수원시와 로터스월드, 행복캄이 힘을 합쳐 이번에 공동작업장을 세운 것이다. 로터스월드는 캄보디아와 미얀마 등 아시아 지역의 빈곤 퇴치사업을 벌이는 불교계 국제개발 NGO이다. 로터스월드 이사장 성관 스님은 수원사의 주지이다. 행복캄은 캄보디아를 돕고자 하는 시민들의 참여와 기부로 운영되는 국제자원봉사단체로 홍순목 회장은 수원 시민이다. 수원마을에 대해 수원시는 무조건적 일방적으로 지원하지 않는다. 수원시의 자체사업예산이 아니라 시민들의 자발적인 기금모금을 바탕으로 추진되는 민관협력방식이다. 공동작업장 운영도 협동조합방식이다. 마이크로 크레딧(소액대출)을 통해서 초기자금을 지원하고, 이익이 나오면 대출금을 회수하고 순이익을 배분하게 된다. 생산품목도 수원마을운영위원회가 결정한다. 이런 방식은 프놈끄라옴 주민들의 의식을 바꿔가고 있다는 평가이다. 실제로 집들이 예전보다 깨끗해지고, 주민들의 근로의욕도 높아졌다고 한다. 318㎡ 크기의 공동작업장은 가난한 수원마을 주민들의 삶의 질 제고와 가난 극복에 크게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30여 명의 여성이 수공예품을 만들게 되고 이들을 위한 탁아소를 설치할 계획이어서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와 지위향상이 기대된다. 준공식에서는 글을 전혀 읽고 쓸줄 모르던 여성이 수원마을이 생긴 뒤 글을 배워 직접 자기 손으로 편지를 쓰고, 그 편지를 마을 주민 앞에서 읽고 난 뒤 염태영 시장에게 전달해 많은 감동을 자아냈다. 또한 이날 준공식에는 수원의 민간단체들이 참가해 다양한 행사를 벌였다. 한국조리사회 경기도지회는 1천 500인분의 잡채를 만들어 프놈끄라옴 주민들과 함께 나누어 먹었다. 수원시의 의료봉사단도 눈부신 활약을 했다. 보건소와 보건정책담당관, 수원시의사회 한의사회 약사회 치과의사회 등 12명의 의료봉사단은 며칠 동안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주민들을 치료하였다. 수원시 안경사회에서는 시력이 나쁜 주민들에게 안경을 제공하기로 했다. 학생들에게는 학용품을 전달했다. 먼 나라에 있는 수원 마을에서 날라든 흐뭇한 소식이다. 손혁재 수원시정연구원장

[경기시론] “문제는 정치다”

필자는 얼마 전 재직 중인 대학교의 대학원 특별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정치아카데미를 개설하면서, 문제는 정치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다. 내심 우리나라는 정치만 잘되면 만사형통일 것이라는 확신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했다. 문제는 정치다라는 슬로건은 1992년 미국 대통령 후보였던 빌 클린턴 선거운동본부의 캠페인 문구인 문제는 경제야, 멍청아(Its the economy, stupid)를 역설적으로 카피(copy)한 것이다. 당시 경쟁자였던 공화당 조지 부시와 무소속 후보인 로스 페로와는 차별적으로 국내 문제 중 불경기에 대한 이슈를 선점해가면서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미국정치의 임무와 역할이 경제문제 해결에 있다는 것을 확인한 셈이다. 유감스럽게도 우리 사회에서 정치인은 허구한 날 싸우는 자로 각인되어있는 듯하다. 정치를 하다보면 싸울 수도 있겠지만, 문제는 여야가 싸움 파트너로서의 역할에만 몰두하면서 사회적 갈등을 조장하고 국론분열의 주범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미국 연방정부와 의회의 충돌은 연방정부를 폐쇄시킬 뻔 했지만, 공화당과 민주당간의 국가부채 논쟁은 미국 경제문제 해결을 위한 정치적 싸움이었다는 점에서 우리의 비생산적이고 소모적인 이념대결과는 대비가 된다. 작년 대통령 선거 때부터 시작됐던 NLL 관련 노무현 대통령 대화록 논쟁과 국가정보원의 정치개입 사건이 1년 째 지속되면서 그 끝이 보이지 않는다. 만약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NLL은 포기하지 않는다고 공동 확인 및 확약을 한다면 이 문제는 뻔히 끝이 보이는 논쟁에 불과하지 않겠는가. 언제부터인가 한국의 정당들이 이념과 패거리 정치의 볼모가 되면서, 보수ㆍ진보 진영의 대리전의 전위부대로 전락하고 있는 양상이다. 과거 한국정치는 여당과 야당간의 극한 대립의 역사였다. 1980년대까지 정치체제의 정통성 시비로 일관되어온 정당간의 치열한 경쟁은 정당으로서 정상적인 역할 수행을 불가능하게 했고, 정당 내부 질서는 항상 비상체제였으며 당연히 비민주적이였다. 종국적으로 여야는 서로를 부정했다. 서로를 음해하고 죽이는 야만의 정치가 한국 정당사의 과거였다면, 지금의 여당과 야당은 과연 제 갈 길을 잘 가고 있는 것일까. 소위 87년 체제 민주화 이후 사반세기가 지나고 있지만 한국 정당정치는 한 치의 진화도 없는 듯하다. 선진국가는 기본적으로 민주국가에서 출발한다. 정치의 민주적 기초가 무너지면 이미 후진국가인 것이다. 한국은 지금 정치가 문제다. 민주적 정당정치의 기본 골격인 정권교체형 여야대결구도가 무너진 지 꽤 됐다. 현재는 정치가 문제이지만 국가적 문제의 해법도 정치에서 나온다. 한국 정치가 우리의 경제와 사회문화의 문제들을 해결하는 날이 올 때까지는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누구보다도 대통령의 민주적 협조가 긴급하다.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 시절, 필자는 참여정부 통치철학의 정립은 집권세력의 코드일치보다는 국민과의 코드일치에 초점을 맞추는 자세에서 출발해야 할 것이다라는 고언을 한 적이 있다. 정반대의 정부(政府) 성격과 성향인 박근혜 정부에게도 똑같은 주문을 하고 싶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

[경기시론] 기초연금으로 생각해 볼 한국형 복지모형

최근 정부는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지급을 약속했던 20만원의 기초연금을 소득 하위 70% 노인들에 대해 차등지급하겠다는 기초연금 축소안을 발표했다. 대선공약의 수정이냐 파기냐 하는 정쟁적 입장을 떠나 기초연금 제도의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위 문제를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진영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국감을 앞 둔 시점에 장관직을 사임하면서까지 지키고자 했던 내용은 기초연금과 국민연금과의 연계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이고 이의 여파는 국민연금 가입자들의 탈퇴로 증명될 것이라는 우려였다. 정부안은 국민연금을 오래 가입한 사람일수록 기초연금을 적게 주는 방식으로 설계돼있다. 즉 소득 하위 70%에 속하는 노인이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11년 이하이면 기초연금 20만원 전액을 받을 수 있지만 가입기간이 1년 늘어날수록 1만원씩 줄어들어 20년 이상 가입자는 10만원만 받게 되는 역차별이 생긴다. 이에 따르면 소액의 국민연금을 붓는 저소득자들은 가능하면 빨리 탈퇴하여 20만원을 온전히 받는 것이 유리하다는 결론이 된다. 정부안이 발표된 이후 국민연금 임의가입자의 탈퇴 수가 지난해 월 평균 1천101명이던 것이 올 9월 한 달에만 2천511명으로 128% 증가했다는 것은 바로 이러한 우려를 뒷받침한다. 정부는 오래 가입할수록 역진적 효과가 나는 문제들을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기본적으로 연금은 자신이 낸 보험료에 비례해 급여를 받는 제도로서 가입자에겐 일정조건이 구비되면 인정되는 당연한 권리로서의 성격을 갖는 반면 기초연금은 보험료의 납부없이 정부가 일방적으로 지급하는 수당적 성격을 갖는다. 엄밀히 기초연금은 본래의 연금과는 구별되는 것이다. 그런데도 이를 구별없이 연금으로 부르다보니 기초연금도 마치 다른 연금처럼 마땅히 내가 받아야 할 돈이란 인상을 주게 된다. 이를 국민연금과 연계해서 지급하겠다는 정부안이 발표되자 여론이 들끓는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양 제도의 성격을 구별하여 취급하는 것에서부터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현재 우리나라 총 인구에서 65세 이상 고령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12.2%로 2030년에는 24.3%로 예상된다. 우리의 현 주소는 세계 15위에 달하는 경제대국임에도 불구하고 노인 10명중 4.5명이 빈곤에 시달리는 노인빈곤률 45.1%로 OECD평균보다 3.3배 높다. 노령기초연금은 과거 경제발전의 주역이었지만 지금은 빈곤으로 내몰린 노인세대를 위한 사회보장제도이고, 기존의 노령기초연금을 한층 강화하기 위해 만든 것이 기초연금이다. 든든한 사회보장 정책으로 기초연금이 안착되지 못하고 논란에 휩싸이는 동안 생활고로 인한 노인범죄 증가 등(4년새 31% 증가) 노인들의 문제는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이제는 한국형 복지국가 모형 정립이 시급하다. 우리가 이상형으로 보고 있는 북유럽의 복지 선진국들도 재정황금시기에 만들었던 고부담 고지출 구조를 영미발 신자유주의 확산 이후 모두 조정하고 있다. OECD국가 평균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우리의 복지수준을 감안하면 복지 총량을 늘리는 방향은 설득력이 있지만, 노인복지를 챙기는 현실적인 방법에서 보편복지, 선별복지냐, 선별 후 보편복지냐 혹은 고부담 고복지, 저부담 저복지, 저부담 고복지이냐에 따른 대 국민적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 전선영 용인대 라이프디자인학과 교수

[경기시론]대한민국의 교육과 미래

2000년 즈음 시작된 공학인증 덕분에 매학기 20~30명의 지도학생들과 상담을 한다. 공학인증은 교수에게 또 하나의 부담을 주는데, 매학기 중간고사를 치른 후에 성적이 좋지 않은 학생들과의 상담이 그것이다. 지도학생들과의 상담에 10~20명의 성적부진 학생들과 상담을 합하면 학기중에 상담에 꽤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셈이다. 게다가 마지막으로 공학인증과는 상관없이 하나 더 추가되는 것이 최종성적 공지 후 찾아오는 학생들이다. 이 학생들과의 상담은 시간도 시간이거니와 짜증을 유발하니 유쾌하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1학년 지도학생들과 상담하다 보면 대부분의 학생들이 전공 위주의 학부내 소학회 활동만 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상황이 좀 의아해서 상담 중, 몇몇 학생에게 왜 중앙 동아리는 하지 않니?하고 물었더니 학생들의 답변이 가관이다. 중앙동아리에 가입하면 성적이 떨어진데요, 동아리도 전공 및 성적에 관련 있는 것을 하는 것이 좋지 않나요? 일리가 없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1학년부터 이러한 생각을 한다니 안타깝기만 하다. 언제부턴가 학교 내에서 동문회 대자보가 없어지더니, 학부제가 되면서 과 선배라는 개념도 없어지고, 성적 때문에 엄마는 중앙동아리도 못하게 하니, 지금의 대학생활은 어떨지 정말 궁금하다. 예전의 봄 축제는 지금과는 사뭇 분위기가 달랐다. 학교 그룹사운드의 공연이면 강당이 다 차고, 입장을 하지 못하고 돌아가는 학생도 많았다. 지금의 축제는 연예인 초청 공연과 같은 볼거리는 더 많을지 모르지만, 학생들이 스스로 만들어 나가는 능동적인 축제가 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대학교의 교육은 예방주사를 맞는 것과 같다. 실제 사회에서 맞이하게 될 다양한 어려움, 중요한 판단, 그에 대한 책임, 인간 관계에서 갈등, 의사표현 등에 대해 학교라는 테두리 내에서 교육을 통해 학습하고, 사회에서 맞이할 것들을 경험해 봄으로써 면역력을 키우는 것이다. 예를 들면, 생각한 것보다 학점이 잘 나오지 않았을 경우, 왜 그런지 분석하고 본인의 의견을 확실히 정리해 담당교수를 찾아가 상담하는 것도 어찌보면 사회에서 잘못된 평가를 받았을 때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해결하는 방법을 찾아가는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다. 상담을 하면서 가장 크게 느끼는 것 중 하나가 남과 비교우위를 점하는 것에 상당히 신경 쓰는 학생들의 모습이다. 해당 교과목에서 요구하는 성취도를 달성했는지 아닌지에 대한 관심보다는 옆의 학생보다 뭘 잘했고, 뭘 못했고, 그 학생은 어떤 방법으로 했는지 등을 비교하는데 익숙해져 있다. 매 학기마다 2~3통의 투서 아닌 투서를 받곤 한다. 누구는 대학원생의 도움을 받았는데, 정당한 것인가요?란 내용인데, 초중고등학교 때부터 그렇게 학습돼서인지 학생들에게는 꽤나 익숙한 듯하다. 1학년부터 취업을 위한 스펙쌓기에 몰입하는 후배들을 보면서, 주변의 동료들을 이기기 위해 쭈그리고 앉아 등수를 계산하는 학생들을 보면서, 매우 불행한 세대라는 생각이 든다. 유치원부터 엄마가 모든 판단의 기준이 됐던 학생들이, 수동적인 방법으로 삶을 즐기는데 익숙한 학생들이, 본인의 성과보다는 남의 잘잘못을 따지고 상대평가에 익숙한 교육을 받은 학생들이 앞으로 세계 각국의 견제 속에서 대한민국을 이끌어가야 할 창의적인 인재로 성장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온실속의 화초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교육하는 엄마들과 상대평가로 인성을 걱정스럽게 만드는대학 사회는 진지하게 고민을 해봐야 할 것이다. /이교범 아주대학교 전자공학과 교수

[경기시론] 정치적 힐링을 꿈꾸며

몇 년 전부터 힐링(healing) 바람이 불고 있다. 베스트셀러의 상위권은 힐링을 주제로 한 책들이 차지하고 있다. 보기 드물게 밀리언셀러가 된 혜민 스님이나 김난도 교수의 책이 대표적인 힐링 서적이다. 방송에서도 힐링 프로그램은 빠지지 않는다. 한 프로그램은 지난 해 대선의 유력주자들을 모두 출연시켜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등장이나 안철수 신드롬도 기존 정치에 실망한 국민들의 정치적 힐링 욕구가 깔려 있다. 힐링은 치유 또는 치료라는 뜻인데, 우리 사회에서는 몸의 병을 고치는 치료라는 의미보다는 마음의 병을 고치는 치유라는 의미로 많이 쓰인다. 이렇게 보면 힐링 바람은 마음을 심하게 다치거나 억압을 받아 괴로워하는 사람이 많은 사회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문제는 마음의 병은 쉽사리 고쳐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힐링 책을 아무리 열심히 읽고 힐링 방송을 빼놓지 않고 챙겨 봐도 몸과 마음이 쉽게 평온해지지 못한다. 마음을 아프게 만든 잘못된 사회 현실을 그대로 놔두면 아무리 힐링을 많이 해도 효과가 없는 것이다. 힐링 서적을 읽으면 마음의 위안을 받을 수 있지만 책장을 덮고 일어서면 앞에 놓인 고통스런 현실은 그대로이다. 힐링을 요구하는, 그러나 힐링이 되지 않는 우리 사회는 지금 위기시대 위험시대이다. 사람들의 마음을 상하게 한 가장 큰 원인은 우울한 현실과 불확실한 미래일 것이다. 일자리, 결혼, 내 집 마련, 출산과 양육, 그리고 자녀교육, 노후에 대한 불안은 사람들을 옥죄고 있다. 나라밖을 둘러봐도 답답한 마음이 풀리지 않기는 마찬가지이다. 가장 큰 문제는 국제경제위기이다. 2008년 미국에서 시작된 금융위기는 2010년 유럽의 재정위기로 확대되었다. 대외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우리 경제에게는 치명타다. 지난해 대선 때 모든 후보들이 입 모아 경제민주화와 복지를 외친 것은 이런 사정 때문이었다. 주변 국가들의 움직임, 특히 동북아의 긴장이 높아지는 것도 매우 우려스럽다. 아베정권은 노골적으로 군국주의화 길을 걷고 있다. 아베의 행로가 평화헌법 포기와 재무장으로 이어진다면 동북아 나아가 아태지역은 혼란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것이다. 기대했던 남북관계 개선도 이산가족 상봉 무산 이후 제자리걸음이다. 이렇게 나라안팎이 다 어렵건만 정치는 어느 것 하나에 대해서도 속 시원한 답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도대체 정치란 무엇일까. 정치는 오늘의 문제를 해결하고 내일의 꿈을 주는 것이다. 사회가 안고 있는 많은 문제들을 가장 높은 수준에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정치다. 물론 정치가 모든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하지는 못한다. 그러나 오늘은 문제를 다 해결하지 못하더라도 내일은 오늘보다 낫고 모레가 내일보다는 나아질 거라는 희망을 주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 정치는 오늘의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더 많은 문제를 만들어냈고 희망을 주기는커녕 절망에 빠뜨렸다. 19대 총선과 18대 대선으로 새로운 정부가 들어섰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원래 정치는 선과 악의 측면을 함께 지니고 있다. 대립과 투쟁도 어찌할 수 없는 속성이다. 다만 대립과 투쟁 속에서도 문제를 해결하고 사람들이 잘 살 수 있도록 만들려는 노력만은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폴 케네디(Paul Kennedy)는 앞으로 건전한 경제와 함께 건전한 도덕적 기반을 갖춘 사회가 미래를 주도해 나갈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우리 정치가 전전한 경제, 건전한 도덕적 기반을 갖춘 사회를 만들어 정치적 힐링을 시켜주기를 바라는 건 연목구어(緣木求魚)일까? 손혁재수원시정연구원장

[경기시론] 검찰이 책임질 검찰독립

채동욱 검찰총장 파동의 깔끔한 마무리는 어렵다고 본다. 채동욱 전 총장의 혼외아들 공방의 한가운데에 검찰권의 독립성 문제가 자리 잡고 있기에 정치적으로도 복잡하다. 작년 대통령 후보들은 대립적 정책대결보다 공통된 공약사항을 비슷하게 주장한 사례가 유독 많았는데 검찰개혁 또한 여ㆍ야간의 차별성이 거의 없었던 분야였다. 이명박 정부시절 검찰이 정치권력의 정치적 도구로 지나치게 이용된 것에 대한 반사적 공약인 셈이었다. 이는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면서 곧바로 국회 사법개혁특위가 여야 합의로 발족되기에 이르지만, 아무 성과 없이 특위의 활동시한이 마감돼 버렸다. 박근혜 대통령의 기초연금 공약 후퇴 사과와 함께 정치권의 대선 공약 파기 목록에 검찰개혁 공약이 추가된 셈이다. 채동욱 검찰총장 파동은 한국 검찰에게 더 이상의 퇴로가 없음을 경고하고 있다. 징계 시효도 지났고 감찰 대상 여부도 불분명한 의혹에 감찰지시와 사퇴를 강요하며, 청와대에 사표수리까지 건의하는 법무부 장관에게서 검찰독립을 기대하는 것은 연목구어일 것이다. 검찰의 독립과 정치적 중립논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미 오래전에 검찰총장의 임기제와 인사청문회를 도입하고, 한때 검찰총장은 퇴임 후 2년간 정당원 등록을 제한받기도 했다. 그러나 정치권력의 끝없는 검찰통제 유혹과 검찰총장의 임기제마저 무너저 버린 상황에서 외부로부터의 어떠한 개혁방안도 백약이 무효하다고 본다. 정치권과 언론의 간섭과 질책으로부터 자유롭고 의연하게 검찰 스스로 자기결단을 내려야 한다. 정권초기 검찰이 개혁과 사정의 주체에서 밀려나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닌가 싶다. 2002년 당시 이회창ㆍ노무현 대통령 후보들의 대선불법자금에 대한 대검의 수사는 한국의 국가체제를 새롭게 할, 정당과 기업 간의 마피아적 거래구조를 제거했다는 평가를 받은 적이 있다. 검찰의 엄정한 법집행은 선진국가의 필수조건이라고 볼 수 있는데, 1990년대 이탈리아식 검찰의 부패척결수사인 마니폴리테(Mani Pulite ; 깨끗한 손)에 의해 이탈리아 정치가 뿌리채 썩는 것을 막았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었다. 대한민국이 선진가도에서 계속 전진하기 위해서, 한국 검찰이 과거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서라도 한국검찰의 독립과 정치적 중립은 꼭 지켜져야 한다. 우선적으로 검찰독립과 개혁을 위해 검찰 스스로 구체적으로 당장 시작할 수 있는 두 가지를 제안한다. 첫째, 특별검사제도에 대한 검찰의 열린 마음과 대안제시를 촉구한다. 현재 미국은 법무부 장관의 권한과 책임으로 특별검사를 임명할 수 있는 법무부 내규상의 특별검사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우리도 검찰 스스로 자기 책임하에 독립된 특별검사를 수시로 둘 수 있는 제도를 내규상 명백히 할 것을 요청한다. 이것만이 특별검사제도에 대한 검찰 스스로 전문성과 독립성 및 책임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판단된다. 둘째, 검사동일체 원칙에 따른 상명하복체제에 대한 비판에 효과 있는 대응자세를 보이기를 당부한다. 법무부 내규에 부당한 명령에 대한 항변권이 있다고 하지만 이를 상명하복체제의 근본적 개선책으로 받아들이기는 미흡하다. 검찰조직과 기능에 있어서 상명하복체제의 효율성은 매우 중요하고 기본적인 사항이지만, 검찰의 진정한 독립은 검사 개개인의 독립과 자율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명심하여야 한다. 이에 합격 기수별 집단 인사관행과 요직개념부터 고쳐야 한다. 요컨대, 한국 검찰의 무너진 직업적 자부심은 검찰 스스로 검찰독립을 지키는데서 보상받기를 바란다. 박상철 경기대학교 정치전문대학원 교수

[경기시론] 복지예산 100조원 시대의 지속 가능성을 위하여

기초연금 지급과 무상보육 등 주요 국정과제를 추진하면서 정부가 편성한 내년도 복지예산이 사상 처음 100조원을 넘게 됐다. 그러나 애석하게 내년에도 경기부진으로 인한 세수감소 예상으로 정부는 지출이 더 많은 적자예산 편성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무상보육 예산에 대한 정부와 지자체 간의 합의도출 실패로 보육대란은 진작부터 예고됐고, 서울시는 올해 2천억원의 빚을 내 급한 불을 껐지만, 경기도의 경우 130억원의 추경예산을 상정하고도 연말까지 360억원이 부족한 상황이라니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적자라는 단어를 현실 속에서 자주 접하다 보니 빚에 많이 둔감해진 것 같은 느낌은 나만의 착각일까. 십여 년 전 국가 부도 위험을 경험한 우리는 파산이란 단어도 그리 생경하지 않은가 보다. 미국의 경우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수십 곳의 중소도시가 연달아 파산신청을 하고 있고, 최근에는 대표적 공업도시인 디트로이트가 우리 돈 20조8천억원의 부채를 못이겨 파산신청을 했다. 우리나라의 현재 공식적인 부채는 468조6천억원이지만, IMF가 발표한 공공부채 작성 지침을 적용하면 공공기관 부채까지 포함돼 1천43조4천억원으로 폭증한다. 이는 우리나라가 결코 재정 건전국이 아니며, 부채를 소홀히 여겼다간 다시 재정파탄 위기를 맞을 수 있음을 말해주는 방증이다. 지금 정부는 135조원이 들어가는 복지공약 이행 의지를 고수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재원마련을 위해 증세보다는 낭비축소와 지하경제 양성화 등의 노력을 강조했다. 그렇다면 복지예산 100조원 시대에 증세없이 지속가능한 방책은 무엇일까. 우선, 감사원 자료에 의하면 최근 3년간 사망자에게 지급된 복지급여가 639억원, 사회복지통합관리망 입력오류로 비장애인에게 오지급 된 급여가 163억원, 수급자의 소득과 재산변동 내역 미반영으로 과오 지급된 금액이 376억원, 수급자 선정을 위한 소득과 재산 파악의 부실로 과오 지급된 금액이 247억원이나 된다. 그러나 이러한 과오지급금에 대한 실제 환수액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따라서 복지예산 지출 및 전달체계를 개선하고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지자체에 법적 책임을 엄히 물어 이러한 복지누수를 방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많은 보육시설들이 보육비 지원을 직접 받으면서도 별도의 커리큘럼을 만들어 부모의 돈을 추가로 요구하는 영리 마인드를 발동시키기 때문에 무상보육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체감도에 문제가 생기고 있다. 국민들의 복지체감도를 높이고 질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시설이나 기관중심의 사회급여 지원정책을 지양하고 그 선택권을 소비자들에게 돌려줘야 한다. 마지막으로 복지가 이제 더 이상 정쟁의 요소가 되어서는 안 된다. 선거를 거칠 때마다 복지를 향한 구애는 여야 할 것 없이 한목소리다. 그러나 복지는 한 번 정하면 후퇴하기 어렵고 지속적으로 돈이 드는 신중한 결정임을 기억해야 한다. 곳간에서 인심이 난다는 옛 속담이 있다. 복지정책이 더 이상 양보할 수 없는 과제라면, 정부와 지방정부는 예산 확보와 재정 건전성 확보를 위해 어디 하나 잘못 이행되거나 새는 곳이 없도록 정책수립부터 전달 및 평가에 이르기까지 중지를 모아야 할 것이다. 전선영 용인대학교 교수

[경기시론] 에너지 대한민국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2011년도 3월에 발생했으니 벌써 2년 이상 지났다. 일본의 대응이 어떠했던 간에 여러 괴담이 나오는 현실이고, 일본 근해를 거치지 않았다 하더라도 외식메뉴로 생선을 꺼리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올림픽 개최를 위한 일본 총리의 신뢰성 없는 발언 등으로 그에 대한 공포심만 더 커지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방사능 방호복으로 대표선수단 유니폼을 해야하는 건 아니냐는 농담까지 나올 정도니, 정확한 사실의 공표와 이에 대한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할 듯 하다. 게다가 이러한 사건 후에 일본은 에너지기본계획에 원자력 발전을 주력 에너지원으로 활용한다는 방침을 공표할 예정이라고 하니 에너지가 향후 전 세계적인 화두가 될 것이라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지난 정권에서 그린에너지를 상징적인 에너지 정책의 방향성으로 잡았으나, 정부차원의 적극적인 투자는 이뤄지지 않았다. 정부의 방향성에 맞춰 수많은 중소업체들이 풍력, 태양광발전, 전기자동차 등과 관련한 테마로 창업과 폐업을 반복했다. 그린에너지는 사실 바로 투자에 대한 결과를 얻을 수 있는 분야가 아니라, 향후 정확한 전망을 바탕으로 한 20~30년의 장기적인 투자가 필요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한 정권에서, 그러니까 5년 내에 그 결과를 보기에는 너무도 단기적인 투자가 될 수 밖에는 없다. 단기적인 성과가 요구되는 사기업에는 사실 신재생에너지와 관련해서 적극적인 투자가 어려운 것도 그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자연 조건은 태양광, 풍력 등의 신재생에너지 발전이 주된 발전원이 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한여름에 뜨거운 태양광이 내리 쬐기도 하지만, 장마가 있어 한동안은 햇님의 얼굴 조차 보기 힘든 기간이 있다. 원없이 바람이 불어주는 가을이 있지만, 전혀 바람이 없는 8월의 한여름도 있다. 풍력으로 전체 발전량의 20~30%까지 담당하는 덴마크는 바람의 품질이 좋아 하루내내, 한달내내, 일년내내 꾸준한 바람 에너지 공급이 가능하다. 또한 주변국들, 노르웨이, 스웨덴 등과 전력계통을 공유해 만에 하나 발생할 수 있는 전력 공급의 부족사태를 해결한 방안을 가진다. 전력난을 슬기롭게 극복합시다라는 표어가 올해 여름에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정부에서는 전력예비율을 들먹이고, 대정전 발생 가능 등으로 약간은 겁을 주기도 하며, 국민들에게 에너지 절약을 홍보하느라 유난히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우리나라 전력 소비의 많은 부분이 산업용이라는 것은 많은 국민들이 알고 있을 것이다. 2010년도 자료로 보면, OECD 국가중 산업용 전력소비는 4위, 가정용 전력소비는 26위를 차지하고 있다. 더 중요한 사실은 산업용 전력이 전체 전력소비의 절반이 넘는 55%정도 되고 가정용 전력 소비는 17% 남짓하다는 것이다. 물론 산업체에서도 절전과 관련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겠지만, 가정용 전력의 절전이 전력예비율 문제해결에 미치는 영향성은 산업용 전력의 절전에 비해 크게 낮다. 때만 되면 정치인들이 에어컨을 끄고 회의하는 모습을 보이며, 절약을 호소하는 무정책이 아니라 전기요금 조정, 산업용 전력 요금 합리화 등의 제도의 개선으로 해결해야만 할 것이다. 에너지 관련한 기술개발은 향후 나라의 운명을 결정할 수 있을 정도의 중대 기로가 된다. 우리나라가 향후 20~30년 먹거리를 준비하고 세계시장의 선점을 위해서는 그 기술의 선진에 서야 할 것이다. 정치적 영향에 따라 흔들리지 않는 에너지 정책이 필요하고, 꾸준한 연구개발을 통한 실현 가능한 에너지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해외 수출 가능한 에너지 기술 개발 및 이를 적극 활용한 우주항공, 자동차, 가전제품 등에 응용을 통해 기술발전을 주도해야 할 것이다. 이교범 아주대학교 전자공학과 교수

[경기시론] 국립농업박물관에 대한 기대

경기도 수원시에 국립농어업박물관이 세워진다. 8월12일에 체결한 수원시와 농림축산식품부 양해각서에 따르면 수원시 서둔동의 농촌진흥청 부지에 10만2천여㎡ 규모의 국립농어업박물관이 2018년에 문을 열게 된다. 박물관에는 농어업역사관과 농어업생태관, 세계농어업관, 미래농어업관, 식품식생활관 등이 함께 들어설 예정이다. 농촌진흥청은 내년 9월 전라북도 전주로 옮겨간다. 수십 년 동안 수원의 상징적 기관의 하나였던 농진청 이전은 수원시민에게는 서운한 일이다. 서울농대가 이미 떠났고, 농촌진흥청마저 떠나면 한때 우리나라 농업의 메카였던 수원 역사의 한 장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가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국립농어업박물관은 농업수도 수원의 역사를 증언하는 새로운 유산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세계적인 대기업 삼성이 오늘날 수원의 상징 가운데 하나가 되었지만 오랫동안 수원은 한국농업의 중심지였다. 우리나라의 쌀 자급률이 100%를 넘어선 것이 1977년인데, 쌀 자급에 결정적 기여를 한 통일벼가 바로 1971년 수원에서 태어났다. 수원이 농업의 역사문화적 상징성을 가지고 있다는 염태영 수원시장 주장의 근거가 바로 이것이다. 수원 농업의 역사는 더 거슬러 올라간다. 박물관이 건립될 현 농촌진흥청 부지 인근의 여기산 일대는 초기삼국시대의 벼농사 흔적이 발견된 곳이다. 새로운 나라 건설의 터를 수원으로 정한 조선 정조대왕이 만년둔(萬年屯) 대유둔(大有屯)이라는 국영농장을 시범운영한 곳이기도 하다. 정조대왕이 농업에 힘을 기울인 것은 당시 농업이 경제의 모든 것, 나라의 모든 것이었기 때문이다. 농업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농업용수 확보 노력도 수원 곳곳에 남아있다. 220여 년 전인 1795년에 쌓은 만석거가 바로 만석공원 안에 있는 일왕저수지다. 경기도 기념물 제161호인 만년제(1798년)도 그때 쌓았다. 농촌진흥청이 있고 2012 경기정원문화박람회가 열린 서호도 1799년에 쌓은 축만제(祝萬堤)가 기원이다. 기록을 보면 축만제를 쌓을 때 임금이 개인적으로 쓰던 내탕금을 3만 냥이나 들였다고 한다. 이러다보니 일제도 수원의 농업에 눈길을 돌렸다. 통감부는 1906년에 선진일본농업을 보급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87정보의 권업모범장을 수원에 세웠다. 이 권업모범장은 고종 임금의 강력한 요구로 통감부가 조선 조정으로 넘겨줄 수밖에 없었다. 기울어가는 왕조, 무력한 임금이지만 농업을 지키려는 노력만큼은 컸다는 걸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농어업박물관 건립은 서수원권 균형발전을 위한 4대 프로젝트 중 공공기관 부지활용 사업의 하나라는 단순한 의미로만 해석하면 안 된다. 수원시의 위상은 경기도의 수부도시, 최대의 기초자치단체라는 데 머물지 않는다. 나라 안팎으로 수원시의 위상은 높아지고 있다. 세계 지방정부환경협의체인 이클레이(ICLEI,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지방정부)가 서울이 아닌 수원에 한국사무소를 설치했다. 화석연료고갈시대를 대비한 국제행사인 생태교통 행사가 세계에서 처음으로 수원에서 열리고 있다. 지난 5월에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제2회 세계참여예산 국제컨퍼런스에 우리나라에서는 유일하게 수원시가 초청받았다. 이제 국립농어업박물관 건립이 차질 없이 추진돼야 한다. 생명산업으로서의 농업의 중요성을 알리는 교육적 효과는 물론 관광자원 확보 등 수원시와 경기도의 발전에 시너지 효과를 가져올 것을 기대해보자. 손혁재 수원시정연구원장

[경기시론] 정치불황 타개, 대통령과 야당의 책무

제1야당인 민주당 대표가 노숙을 하고 있다. OECD 가입국가 치고 야당 대표가 노숙을 하고, 소속 의원들이 집단적으로 장외투쟁을 하고 있는 국가는 우리 밖에 없을 것이다. 지금 한국 정치는 반대의 소리가 잠재워진 채 매우 중요한 얘기가 일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NLL 대화록 파문과 관련돼 대통령기록물, 과거의 역사를 검찰이 수사하고 있고, 국가정보원이 종북세력 척결을 정치적 숙고 없이 전면에 나서서 진두지휘하는 모습은 썩 좋은 모양새는 아니다. 요즘 국회는 정치활동이 일반적으로 침체되는 상태, 즉 정치불황에 직면해 있다. 여당과 야당의 역할이 미미하며, 생산적인 일에 정치가 전혀 기여를 못하고 있어서 많은 정치인이 실업자로 전락한 듯하다. 한국정치 불황에는 야당도 책임이 있다. 정당이 존재하는 한 의회와 행정부간의 진정한 정치적 대립상태는 큰 의미가 없다. 집권여당(정부여당)과 야당 간의 정권교체 가능성을 전제로 하는 원래의 대립이 더욱 실질적이기 때문인 것이다. 민주당은 야당으로서 최근 두 번에 걸친 대선 실패에도 불구하고 건재한 유일무이한 정당이라는 점에서 자긍심을 가져도 된다. 그러나 그 다수의석이 지역주의와 대세론적 야합에서 비롯된 측면 또한 크기 때문에 의석수에 연연하지 않는 민주당의 자기변신이 필요하다. 더욱이 두 번에 걸쳐 대통령 선거를 겨냥한 전투정당이었기 때문에 변화가 절실하다. 정치세력의 실체는 국민의 지지에 전적으로 좌우되므로 민주당이 포함된 야권 전체의 질적 개편과 재구성이 불가피하다. 민주당의 부활, 안철수 신당, 양자간의 결합방식 등 어떠한 야권 정계개편이든 국민 정서에 맞는 야당만이 생존할 것이다. 야당의 정치영역은 정부비판과 정책입안 기능은 물론 정권교체라는 근본적인 대안 제시까지 가능하다. 이를 위해 야당은 끊임없이 정치적 엘리트 계층의 확대와 다원화를 꾀해 광범위한 정당성 기반을 쌓아가야 할 것이다. 국민이 의지하고 의존하고 싶은 정당을 만들고 그 힘으로 정권교체형 여야 경쟁구도를 끌고 가는 리더십 구축이 시급하다. 만년야당은 야당이라 할 수 없다. 야당은 분명 민주국가의 본질적인 구성요소다. 어쩌면 국민의 대안적 선택이라는 정치적 기본권에 해당한다고도 볼 수 있다. 작년 12월 대선 이후 제18대 대통령의 선출과 함께 한국의 정치지형은 새로운 양상에 접어들었고, 박근혜 대통령은 집권여당의 가장 큰 정치인으로서 정치불황 타개의 무거운 책무를 갖고 있다 하겠다. 야당과 여당을 매개로 국민과 대화와 타협을 하는 것이 민주적 대통령의 기본적인 정치행태인데, 이의 실천이 정치활성화 내지는 불황 타개의 열쇠이자 첩경이다. 한국정치에 있어서 실패한 대통령의 양상은 이러한 정치적 기본을 망각한 채 권력주변부의 과잉현상을 야기 시키면서 비롯됐다. 정책형성 과정에 있어서 대통령은 많은 시간을 권력중심부의 참모들과 숙의하되, 정책설계와 집행은 권력주변부로의 전이과정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의회와 각 부처 책임자에게서 국민으로 전달되는 경로를 가져야 할 것이다. 권력의 중심부는 대통령에게 철저히 종속돼야 하며 권력 주변부는 존재하지도 않아야 한다. 대통령의 참모들은 자신의 의지나 정치소신을 대통령을 통해 펼칠 것이 아니라 대통령의 통치철학이 국민과 함께하도록 정치적 권력의 안에 머물러 있어야 한다. 대통령이 국민을 직접 만나고 야당과 격의 없이 대화하게 하는 것이다. 한국정치에서 민주주의가 망가질 때면 예외 없이 여ㆍ야는 서로를 부정했다. 서로를 음해하고 죽이는 야만의 정치가 부활되어서는 안 된다. 정치의 길흉대사가 유권자의 선택에 좌지우지되는 국민고권(國民高權)시대에 이런 고민을 하는 요즘 세태가 유감이다. 박상철 경기대학교 정치전문대학원 교수

[경기시론] ‘성폭력 전당’ 전락 대학캠퍼스 실질적 성교육 절실

요즘 지성의 전당이라고 자부하는 대학 캠퍼스가 잇단 학내 성추문 사건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대한민국의 국방의 책임을 두 어깨에 짊어질 모 사관학교 생도가 학교내에서 후배를 성폭행하고, K대 의대생들의 성추행 사건에 이어 교수가 대학원생 두명을 상습적으로 성희롱한 사건 뿐 아니라 교수와 학생들의 몰카 성추행, 모 지방대 교수의 학회참석에 동반한 대학원생에 대한 성폭행 등등. 교수들의 행태는 지성의 전당뿐 아니라 폭염으로 후꾼 달아오른 전 한반도를 용광로로 만들고 있다. 특히, 학생들을 바르게 인도하고 지도해야하는 교수가 지성의 상아탑인 대학내에서 진로상담이나 연구활동을 빌미로 오히려 여학생을 성추행했다니, 더 큰 충격이 아닐 수 없다. 국가인권위원회가 280개의 대학사례를 조사하고 발표한 2012 대학교 성희롱, 성폭력 실태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는데 이에 의하면 대학내 상담 기구에 신고된 성범죄 사건이 2009년 평균 0.6건에서 2011년 1.2건으로 2배 늘었다고 한다. 이 발표 내용에 의하면, 2011년 신고된 사건에서 가해자가 학부생인 경우가 102건, 교수가 36건, 교직원이 18건 등이고 피해자가 학부생인 경우는 126건, 대학원생은 24건이다. 언어 성희롱과 신체 성희롱 피해가 가장 많았지만 강간과 준강간 피해 사례도 21건 신고됐다고 한다. 성범죄 발생 장소는 학외 유흥공간 43건, 도서관 등 공공장소 22건, MT 수련회 등 숙박시설 20건, 강의실 15건이라고 한다. 학생과 학생 간 사건의 빈도가 가장 높았지만 사건 처리가 가장 어려운 유형은 교수와 학생 간의 성범죄로 조사됐다고 한다. 조사대상 대학 280 개 대학중 독립된 성희롱, 성폭력 상담기구가 있는 곳이 73곳 (26%) 밖에 안되는 것이 오늘날의 현실이다. 위에 열거한 수치가 아니더라도, 캠퍼스 내 성희롱성폭행을 비롯한 인권침해 실태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가 없을 것이다. 그럼 이러한 현상들이 왜 발생하게 되는가? 그냥 통과의례이므로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야하는가? 학생이나, 대학원생이면 스승의 그림자도 밟으면 안되니까 감내해야 하는가? 많은 사람들은 진정한 의미의 대학은 죽은지 오래라고 말한다. 대학은 학문을 수양하고 젊음을 불태우며 캠퍼스의 낭만을 누리는 지성의 전당이었으나 이제는 취업의 관문이요, 출세를 위해 거쳐야하는 한 과정일 뿐이라고 한다. 사실 대학교라는 틀은 가장 진보적이어야 하지만, 가장 보수적이고 전통적인 상하 계층구조를 가지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는 대학사회가, 특히 교수 사회가 나와 다르거나 다른 위치에 있는 타인에게 어떻게 공감해야 하는지에 대한 훈련이 부족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는 오랜 유교적 전통속에서 키워져온 가부장적, 남성중심적 사고가 팽배해 있다는 것을 말해주기도 한다. 이런 가부장적, 남성중심적 문화가 연이은 성범죄 발생의 한 원인일 수도 있다. 이제 이런 틀을 깨야한다. 제자를 제자로 보는 안목을 가져야한다. 학생 뿐만 아니라 교수, 교직원에 대한 실질적인 성교육도 이루어져야하겠다. 형식적인 것이 아닌, 나와 다른 인간관계 자체에 대한 공감과 다른이를 존중하는 심리적 감수성을 키울 수 있는 실질적인 성교육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공경호 오산대학교 교수

[경기시론] 청소년 비만 증가로 인한 여성형 유방

여성형 유방이란 체내의 남성 호르몬과 여성 호르몬 간의 불균형이 생기거나 여성 호르몬에 대한 유선 조직의 반응이 민감해져, 남성의 유방에서 유선 조직의 증식이 일어나 여성의 유방처럼 발달하게 되는 증상을 말한다. 암으로 인한 호르몬 분비 이상, 간경화, 신장 기능 이상, 갑상선 기능 저하증과 같은 신체적인 질병에 대한 증상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무심코 넘겼다가는 질병의 확인이 이뤄지지 않아 더 큰 질병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전문의의 진단이 필요하다. 여성형유방은 주로 사춘기 시기에 에스트로젠과 안드로젠 같은 호르몬의 불균형으로 인해 여성 호르몬이 증가하며 발생하게 되는데 90% 이상이 발생한 지 3년 이내에 사라진다. 하지만 성장이 끝난 후에도 여성형 유방이 남아있게 될 경우에는 수술을 고려해봐야 한다. 그대로 두어도 건강에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지만, 심한 콤플렉스로 작용돼 스트레스를 유발시키는 것은 물론 단체생활이나 사회 생활에서 문제가 생겨 정신적인 고통을 겪을 수 있으므로 수술을 통해 교정하는 것이 좋다. 육류 위주의 고칼로리 식습관을 가진 서양인들에게서 비만자들이 많고, 비만자들에게서 보이는 여성형 유방증 역시 상대적으로 동양보다는 서양에서 흔했었다. 동양인의 12%가, 서양인은 35%에게서 여유증이 발생되는 것은 여성형유방증이 본래 서양에서 흔한 것임을 말해준다. 하지만 최근 서구화된 식습관의 변화로 인해 복부비만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비만자들에게서 여유증이 쉽게 발견되는 것은 비만으로 인해 배에 쌓인 지방과 함께 가슴쪽에도 지방이 축적되며 여성의 유방과 같은 봉긋한 형태로 보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환자들 중에는 여성의 가슴처럼 풍만한 가슴을 가진 남성들이 상당수 있다. 특히 남자 고등학생 중에서 갑자기 체중이 늘면서 유방이 커지기 시작해 여름에 티셔츠 한 겹만 입으면 친구들 눈에 너무 눈에 띄게 돼 놀림을 받거나, 친구들과 운동 후에 샤워를 같이 하는 것을 피하거나 하는 등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사례가 늘고있다. 이들은 방학 기간을 이용해 수술 받은 후에 성격이 좋아지고 학교 생활에도 자신감을 가지게 돼 친구들과 잘 어울리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수술해 준 의사의 입장에서 수술 후 성적도 많이 올라가고 친구들과 잘 어울리면서 즐거워하는 표정의 환자와 자식의 큰 고민이 해결돼 고마워하시는 부모님을 뵐 때면 정말 꼭 필요한 수술이었구나 하는 느낌을 받곤한다. 이와 같이 대중 목욕탕에 가거나 수영장에 가는 것을 꺼리게 되고 남앞에 나서는 것을 두려워하기도 하고, 군대같은 단체생활 중에 농담의 대상이 되거나 괴롭힘을 당하기도 해 군 입대 전에 수술을 받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여성형 유방은 개인마다 유선조직과 지방 조직의 구성성분이 달라 수술법이 다르므로 전문의와 충분한 상담 후 시술 받는 것이 중요하다. 유방의 유선조직이 발달해 유방이 커진 경우는 지방 흡입만으로는 유선조직을 제거할 수 없으므로 유륜의 아랫부분에 3cm 정도 절개해 유선 조직을 절제하는 수술방법을 사용하게 된다. 여성형 유방이 심하게 크지 않고 비만으로 인해 지방이 축적돼 커진 경우에는 유륜의 아랫부분에 0.5 cm 정도 절개해 가는 캐뉼라를 삽입해 지방을 흡입하는 방법으로 교정하게 되는데, 회복이 빠르고 흉터도 거의 눈에 띄지 않으며 수술 후 진통도 별로 없으면서 매우 좋은 효과를 볼 수 있으므로 환자들의 만족도가 크다. 김연수 인하대병원 성형외과 교수

[경기시론] 번개탄에 대한 단상

공직에 들어와 초임근무를 지방에서 시작하게 되었었다. 집을 떠날 때 혼자 자취생활을해야 할 자식이 안쓰럽고 불안했던지 어머니는 객지에서의 몸조심을 누누이 당부하면서 특히 겨울철 연탄가스가 위험하니 방문의 창호지를 한쪽은 반드시 찢어 두어서 공기가 통할 수 있도록 하라는 말씀도 몇 번이나 강조하였다. 자취방을 얻어 생활하면서 어머니의 말씀을 잊지 않고 겨울철에는 방문의 창호지 밑둥을 면도칼로 찢은 뒤 곱게 접어 개방함으로써 가스 중독의 예방책은 완벽히 수행하였으되 아무도 돌봐주지 않는 자취방의 연탄불은 퇴근시간이 일정치 못함에 따라 갈아 줄 여가가 없어 불씨가 사그라져 있기 다반사였다. 그러나 번개탄이라는 유용한 불쏘시개가 있어 연탄불을 지피고 겨울의 추위를 이겨내는데 큰 어려움을 격지는 않았었다. 검고 육중한 두께의 연탄에 손쉽게 열기를 전파하고 이윽고 생명력을 불어넣는 번개탄의 그 강한 연소와 푸른 불빛을 지켜보노라면, 사람의 삶에도 번개탄 같은 불쏘시개가 있어 험한 세월의 무게로 허물어져 기력을 잃은 채 헤매이는 사람들의 차가운 시간과 마음들을 데워 일으킬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문득문득 하곤 했었다. 번개탄과 함께한 그해 겨울로부터 32년, 교도관이었으므로 청장년기 내 삶의 대부분은 교정현장에 머물렀고 또 거기에서 소진되었다. 그곳에서의 겨울은 언제나 일찍와서 오래 머무는 듯 했고, 어쩌면 타다만 연탄처럼 널브러져 있는 수형의 독백과 푸념들은 늘상 을씨년스럽기만 했다. 그러나 부서져 있는 그들의 마음을 부추겨 한 움큼의 희망과 열정이라도 그들의 손에 쥐어주고자 진심어린 땀과 시간을 지난 세월에 담았었다. 또한 떠나는 그들의 쓸쓸해 보이는 등을 토닥여 배웅할 때 마다 인고의 시간들이 오히려 삶의 피땀 어린 내공으로 승화되어 할당받은 각자의 삶에서 격려의 회초리로 작용할 수 있기를 빌어마지 않았었다. 돌이켜보면 내가 알았던 모든 수형자, 나를 알았던 모든 수형자들 중 그 어느 한 사람에게라도 나라는 존재가 번개탄 같은 뜨거움으로 다가들어 결빙된 그 마음을 데우고 격려할 수 있었는지 자신이 없다. 그런데 꺼진 불도 살려내던 번개탄이 요즈음 들어 멀쩡한 생명을 죽이는 자살도구로 사용되고 있어 황당하기 짝이 없다. 몇몇 연예인들의 번개탄을 이용한 자살사례가 베르테르효과처럼 일반인에게도 만연되는 듯해 사뭇 걱정스럽다. 인생의 겨울은 누구에게나 한번 씩은 찾아오고 또 그 겨울은 마치 자신에게만 오래 머무는 듯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간간히 참기 어려운 일상마저 주어지지 않는다면 그것 또한 얼마나 무미건조한 인생이라 하겠는가. 최선을 다하는 사람, 운명에 끌려가는 게 아니라 스스로의 운명을 끌고 갈 줄 아는 사람, 인생은 그런 사람에게만 주인 노릇을 허락한다고 했다. 더러 이해할 수 없는 일상의 일들로 생각이 무너지고, 옥죄어 오는 슬픔에 마음을 잡기가 힘들 때라도 그 시간과 손을 잡고 인생을 타협할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리라. 쓸쓸한 깨달음에도 아픔은 치유될 수 있기 때문이다. 후퇴의 유서를 그 까짓 연기 속에 흘려버리고서야 참으로 비겁하고 허허롭다. 태우고야 말 번개탄이라면 내 마음에 지펴 그 푸른 불길의 뜨거움으로 삶의 열정을 되살릴 일이다. 이태희 전 법무부교정 본부장

[경기시론] 청소년 소비자 - 제대로 보자

스마트폰 하나로 소비생활, 소비정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청소년소비자들에게 소비자교육은 어떻게 다가가야 되는지 부쩍 고민하게 된다. 소비자보호의 시대를 지나 이제 소비자주권으로 바뀐지 수년이 지나면서 소비자교육의 중요성은 더욱 강조되어 소비자교육학회, 소비자단체, 금융기관까지 합세해 다양한 소비자계층에게 맞춤형 소비자교육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 유독 눈길을 끄는 소비자집단이 청소년 계층이다. 몇년 사이 소비영역에서 청소년이 차지하는 비중이 증가하고 청소년의 소비행태가 성인생활까지 연장 확대되는 특징을 보인다는 발표가 있었다. 인터넷정보이용서비스의 주요 고객, 음원 시장의 고객 , 패션상품 및 음료시장 다변화의 1등 고객 등 이제 청소년의 소비규모나 영역은 예전과 너무도 달라졌다. 단순한 소비자가 아닌 소비자이면서 생산과정에 기꺼이 참여하는 적극적인 소비자 계층, 즉 프로슈머로서 마케팅차원의 주목을 받기에 이르렀다. 또한 전 세계적으로 청소년들의 패션스타일, 음악적 취향, 미디어 습관등이 동질화되면서 이들이 하나의 글로벌 집단, 글로벌 D세대로 불리운다. IT기계를 다루며 성장해 인터넷에 익숙하고 패션감각 수준이 상당하여 대표아이콘을 추종하거나 신제품 새로운 서비스에 관심이 많다. 또한 청소년은 또래집단의 영향력이 커서 개인의 소비행동패턴에 많은 영향을 받는가하면 광고와 매스미디어등 소비를 조장하는 내적외적 환경에 쉽게 따라가는 소비유형을 보여준다. 국내 청소년 소비문화의 대표적 사례로 밸런타인데이를 비롯한 년중 매월 각종데이(Day)문화와 핸드폰 장식류에 민감한 과시적 소비, 타인과 구별 짓기 , 사회적 지위 표현기제로서 소비강조등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문제는 청소년 소비자 생활패턴은 부모로부터 독립된 소비자행동을 한다는 것, 부모세대가 합리적인 소비생활을 추구한다면 이들은 소비자지식과 정보, 소비경험의 축적없이 단숨에 구매의사 결정권을 갖게 되면서 소비자로서 상품의 올바른 효용가치를 파악하지 못하는 미숙한 소비자로 형성되었다는 점이다. 전자상거래와 소셜네트워크의 발달, 금융시장의 다변화 등으로 최근의 소비는 복잡하고 어렵다. 경제적으로나 교육, 문화적으로 취약한 소비자는 정보도 부족하고 정보를 다룰 수 있는 기술도 부족하며, 왜곡된 정보로 인한 피해를 볼 가능성도 많게 된다. 인천녹색소비자연대에 접수되는 청소년 소비자피해사례를 보면 인터넷 게임서비스가 가장 많고 인터넷 사이트 회원 관련, 휴대폰 소액결제, 쇼핑몰 구입물품 배송및 환불요구관련 등이다. 소비자정보에 취약한 청소년에게 소비자교육은 시급하다. 인천녹색소비자연대에서는 인천시와 공정거래위원회의 일부지원으로 주부, 노인, 이주여성, 장애인 등 다양한 대상에게 소비자교육을 진행중이며 오는7~8일 이틀간 강화 화문석마을에서 인천청소년소비자기자단 신청자 30명과 똑똑한 소비자되기 워크숍을 개최한다. 교육내용은 소비자의 권리와 책임, 상품선택의 기준, 주요 피해물품 유형, 피해구제방법, 소비자상담전화1372 활용, 녹색생활의 가치, 착한소비란? 등 시대에 맞는 내용으로 짜여지며 특히 미디어를 통한 소비자의식과 스마트한 소비자가 될수 있도록 소비자기자단운영이라는 색다른 방식을 취하고 있다. 늦었지만 청소년 소비자교육에 가장 관심을 보여야할 분은 교육감과 교육청이다. 수능을 마친 고3에게 단편적으로 소비자교육을 진행하는 방식은 너무도 늦고 단견이다. 김성숙 인천녹색소비자연대 상임이사

[경기시론] 가슴이 무엇을 원하는지 귀 기울여 볼 때

세상에는 온통 모르는 것뿐이다. 내 마음을 내가 모르겠고, 상대 마음은 더욱 모르겠고, 초 단위로 변동하는 세상일도 모르겠고, 누가 승리자가 될지, 언제 어떤 자연재해가 발생할지 모르고, 하루, 한달, 일년 뒤의 나를 모른다. 현재의 원인을 기초로 미래 결과를 어렴풋이 예측할 수 있다지만, 언제 어떤 변수가 발생할지 몰라, 정확히 알 수 있는 것은 없다. 세상은 온통 모름의 연속이다. 인간은 시간의 흐름을 따르고, 현재 위치한 공간을 벗어날 수 없는 시공의 제약을 받는 유한자다. 유한자인 인간이 미리 알 수 있는 것은 언젠가는 죽는다는 것뿐이라고 혹자는 말하지만, 그러나 인간이 유한자이기 때문에 언젠가는 죽는다는 것도 우리가 가진 허상은 아닐까? 출생은 시작이 아니라 전생의 연속이며, 삶과 죽음이 하나이며, 죽음은 끝이 아니라 탈바꿈과 환생의 시작일 수도 있지 않은가. 아인슈타인은 움직이는 것이 시간이 아니라 일정한 가속도로 우주 속을 통과해가는 자신이라면, 시간을 바꾸기 위해서는 그자신이 한 물체에서 다른 물체 사이의 우주를 통과하는 속도의 비율(즉, 물체 사이의 공간량) 만 바꾸면 된다고 하였다. 만약 빛의 속도에 근접할 수 있다면 그 때의 시간의 흐름은 완전히 달라진다고 말하는 것이 바로 일반 상대성 이론이다. 사실, 시간이란 개념도 인간이 만들어내고 스스로를 그 굴레에 갇히게 만든것 아니겠는가. 어쨌든 시간이라는 것이 예전부터 생각해온 것처럼 불변하는 절대적인 무언가가 아니라, 공간과 공간사이의 이동 속도에 따른 상대적이고 가변적인 하나의 변수일 뿐이라는 것을 밝혀내어 이제 시간은 허상이라는 것이 명확히 밝혀졌고, 앞으로 인간은 공간 또한 허상이라는 것을 과학적으로 밝혀내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시스템과 이성을 논리라 하고, 꿈과 믿음은 허상이라 한다. 그런데 영화 속 매트릭스에서 이성은 허상이고, 믿음은 실존이라고 한다. 질서가 있고, 체계화가 이루어진 우리가 사는 현실세계가 있지만 이 질서 있는 현실은 허상이고, 반면에 질서도 없고 체계화 되어 있지도 않은 또 다른 세계가 오히려 진실이라는 것이다. 1975년 미국의 핵물리학자인 프리초프 카프라는 물리학의 도(道)라는 책속에서, 마지막 관찰이 끝나기 전까지 미래에 대해 우리가 알 수 있는것은 하나도 없다는 양자역학 이론을 소개하고 있다. 이는 닐 도날드 월쉬의 신과 나눈 이야기에서도 언급되고 있는데, 이 이론은 원인과 결과가 일치한다는 결정론적 세계관, 선(善)한 행동에 복을 준다는 인과응보(因果應報) 식 사고를 일시에 붕괴시켜버리고 만 것이다. 오로지 알 수 있는 것은 눈으로 보는 최종 상태로서의 현재뿐이며, 내가 쓸 수 있는 것은 현재의 시간과 내가 현재 위치한 공간밖에 없다. 그러나 인류가 진보하면서 인간의 유전자 프로그램에 위기의식이 추가되었고 이로 인해, 우리는 늘 미래를 미리 걱정하고, 현재마저 근심과 걱정으로 자유롭지 못하게 되었다고 한다. 현재마저 고민과 고통에 사로 잡혀 현재도 실체가 없는 허깨비로 존재하고 허상이 되어버린 것이다. 영혼이 맑고 강하면 삶과 죽음, 행복과 불행이 하나지만, 영혼이 흐리면 마음의 장난에 믿음이 깨지고, 불행과 불확실을 두려워하고 허상에 놀아난다고 한다. 깊고 멀리 내다보면서 물속의 물처럼 하나로 어울리고자 하는 통찰력으로 나만의 삶을 살아야겠다. 있는듯 없는듯 보일듯이 사라지는, 잡힐듯이 멀어지는 가까우면서도 먼 꿈들 속에서 헤매지 말고 현재의 강한 마음으로 진정 내 가슴이 무엇을 원하는가에 귀를 기울이자. 공경호 오산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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