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대한민국의 교육과 미래

2000년 즈음 시작된 공학인증 덕분에 매학기 20~30명의 지도학생들과 상담을 한다. 공학인증은 교수에게 또 하나의 부담을 주는데, 매학기 중간고사를 치른 후에 성적이 좋지 않은 학생들과의 상담이 그것이다.

지도학생들과의 상담에 10~20명의 성적부진 학생들과 상담을 합하면 학기중에 상담에 꽤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셈이다. 게다가 마지막으로 공학인증과는 상관없이 하나 더 추가되는 것이 최종성적 공지 후 찾아오는 학생들이다. 이 학생들과의 상담은 시간도 시간이거니와 짜증을 유발하니 유쾌하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1학년 지도학생들과 상담하다 보면 대부분의 학생들이 전공 위주의 학부내 소학회 활동만 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상황이 좀 의아해서 상담 중, 몇몇 학생에게 ‘왜 중앙 동아리는 하지 않니?’하고 물었더니 학생들의 답변이 가관이다. ‘중앙동아리에 가입하면 성적이 떨어진데요’, ‘동아리도 전공 및 성적에 관련 있는 것을 하는 것이 좋지 않나요?’ 일리가 없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1학년부터 이러한 생각을 한다니 안타깝기만 하다.

언제부턴가 학교 내에서 동문회 대자보가 없어지더니, 학부제가 되면서 과 선배라는 개념도 없어지고, 성적 때문에 엄마는 중앙동아리도 못하게 하니, 지금의 대학생활은 어떨지 정말 궁금하다. 예전의 봄 축제는 지금과는 사뭇 분위기가 달랐다. 학교 그룹사운드의 공연이면 강당이 다 차고, 입장을 하지 못하고 돌아가는 학생도 많았다. 지금의 축제는 연예인 초청 공연과 같은 볼거리는 더 많을지 모르지만, 학생들이 스스로 만들어 나가는 능동적인 축제가 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대학교의 교육은 예방주사를 맞는 것과 같다. 실제 사회에서 맞이하게 될 다양한 어려움, 중요한 판단, 그에 대한 책임, 인간 관계에서 갈등, 의사표현 등에 대해 학교라는 테두리 내에서 교육을 통해 학습하고, 사회에서 맞이할 것들을 경험해 봄으로써 면역력을 키우는 것이다. 예를 들면, 생각한 것보다 학점이 잘 나오지 않았을 경우, 왜 그런지 분석하고 본인의 의견을 확실히 정리해 담당교수를 찾아가 상담하는 것도 어찌보면 사회에서 잘못된 평가를 받았을 때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해결하는 방법을 찾아가는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다.

상담을 하면서 가장 크게 느끼는 것 중 하나가 남과 비교우위를 점하는 것에 상당히 신경 쓰는 학생들의 모습이다. 해당 교과목에서 요구하는 성취도를 달성했는지 아닌지에 대한 관심보다는 옆의 학생보다 뭘 잘했고, 뭘 못했고, 그 학생은 어떤 방법으로 했는지 등을 비교하는데 익숙해져 있다. 매 학기마다 2~3통의 투서 아닌 투서를 받곤 한다. ‘누구는 대학원생의 도움을 받았는데, 정당한 것인가요?’란 내용인데, 초·중·고등학교 때부터 그렇게 학습돼서인지 학생들에게는 꽤나 익숙한 듯하다.

1학년부터 취업을 위한 스펙쌓기에 몰입하는 후배들을 보면서, 주변의 동료들을 이기기 위해 쭈그리고 앉아 등수를 계산하는 학생들을 보면서, 매우 불행한 세대라는 생각이 든다.

유치원부터 엄마가 모든 판단의 기준이 됐던 학생들이, 수동적인 방법으로 삶을 즐기는데 익숙한 학생들이, 본인의 성과보다는 남의 잘잘못을 따지고 상대평가에 익숙한 교육을 받은 학생들이 앞으로 세계 각국의 견제 속에서 대한민국을 이끌어가야 할 창의적인 인재로 성장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온실속의 화초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교육하는 엄마들과 상대평가로 인성을 걱정스럽게 만드는대학 사회는 진지하게 고민을 해봐야 할 것이다.

 

/이교범 아주대학교 전자공학과 교수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