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 검찰이 책임질 검찰독립

채동욱 검찰총장 파동의 깔끔한 마무리는 어렵다고 본다. 채동욱 전 총장의 혼외아들 공방의 한가운데에 검찰권의 독립성 문제가 자리 잡고 있기에 정치적으로도 복잡하다.

작년 대통령 후보들은 대립적 정책대결보다 공통된 공약사항을 비슷하게 주장한 사례가 유독 많았는데 검찰개혁 또한 여ㆍ야간의 차별성이 거의 없었던 분야였다. 이명박 정부시절 검찰이 정치권력의 정치적 도구로 지나치게 이용된 것에 대한 반사적 공약인 셈이었다.

이는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면서 곧바로 국회 사법개혁특위가 여야 합의로 발족되기에 이르지만, 아무 성과 없이 특위의 활동시한이 마감돼 버렸다. 박근혜 대통령의 기초연금 공약 후퇴 사과와 함께 정치권의 대선 공약 파기 목록에 검찰개혁 공약이 추가된 셈이다.

채동욱 검찰총장 파동은 한국 검찰에게 더 이상의 퇴로가 없음을 경고하고 있다. 징계 시효도 지났고 감찰 대상 여부도 불분명한 의혹에 감찰지시와 사퇴를 강요하며, 청와대에 사표수리까지 건의하는 법무부 장관에게서 검찰독립을 기대하는 것은 연목구어일 것이다.

검찰의 독립과 정치적 중립논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미 오래전에 검찰총장의 임기제와 인사청문회를 도입하고, 한때 검찰총장은 퇴임 후 2년간 정당원 등록을 제한받기도 했다. 그러나 정치권력의 끝없는 검찰통제 유혹과 검찰총장의 임기제마저 무너저 버린 상황에서 외부로부터의 어떠한 개혁방안도 백약이 무효하다고 본다.

정치권과 언론의 간섭과 질책으로부터 자유롭고 의연하게 검찰 스스로 자기결단을 내려야 한다.

정권초기 검찰이 개혁과 사정의 주체에서 밀려나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닌가 싶다. 2002년 당시 이회창ㆍ노무현 대통령 후보들의 대선불법자금에 대한 대검의 수사는 한국의 국가체제를 새롭게 할, ‘정당과 기업 간의 마피아적 거래구조’를 제거했다는 평가를 받은 적이 있다.

검찰의 엄정한 법집행은 선진국가의 필수조건이라고 볼 수 있는데, 1990년대 이탈리아식 검찰의 부패척결수사인 마니폴리테(Mani Pulite ; 깨끗한 손)에 의해 이탈리아 정치가 뿌리채 썩는 것을 막았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었다. 대한민국이 선진가도에서 계속 전진하기 위해서, 한국 검찰이 과거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서라도 한국검찰의 독립과 정치적 중립은 꼭 지켜져야 한다. 우선적으로 검찰독립과 개혁을 위해 검찰 ‘스스로’ ‘구체적으로’ ‘당장’ 시작할 수 있는 두 가지를 제안한다.

첫째, 특별검사제도에 대한 검찰의 열린 마음과 대안제시를 촉구한다. 현재 미국은 법무부 장관의 권한과 책임으로 특별검사를 임명할 수 있는 법무부 내규상의 특별검사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우리도 검찰 스스로 자기 책임하에 독립된 특별검사를 수시로 둘 수 있는 제도를 내규상 명백히 할 것을 요청한다. 이것만이 특별검사제도에 대한 검찰 스스로 전문성과 독립성 및 책임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판단된다.

둘째, 검사동일체 원칙에 따른 상명하복체제에 대한 비판에 효과 있는 대응자세를 보이기를 당부한다. 법무부 내규에 부당한 명령에 대한 항변권이 있다고 하지만 이를 상명하복체제의 근본적 개선책으로 받아들이기는 미흡하다.

검찰조직과 기능에 있어서 상명하복체제의 효율성은 매우 중요하고 기본적인 사항이지만, 검찰의 진정한 독립은 검사 개개인의 독립과 자율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명심하여야 한다. 이에 합격 기수별 집단 인사관행과 요직개념부터 고쳐야 한다.

요컨대, 한국 검찰의 무너진 직업적 자부심은 검찰 스스로 검찰독립을 지키는데서 보상받기를 바란다.

박상철 경기대학교 정치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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