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 개헌 논의, 무엇을 어떻게?

어떤 문제가 있었을까? 개헌 논의는 대개 현행 헌법이 시대의 변화를 반영하고 있지 못하다는 지적에서 출발한다. 사실 87년 개헌은 여야 합의였다지만, 국민의 다양한 헌법적 요청을 수용하지 않았다. 정치 엘리트의 협소한 협약이었다. 대통령 직선제로 단순화하면서, 그 이면에 담긴 많은 사람들의 분노와 얘기를 담지 않았다. 독재가 남긴 문제는 무엇이고, 어떻게 과거를 청산할 것이며, 어떤 사람들에게 책임을 물을 것인지, 민주화의 최소필요조건조차 채우지 못했다. 국민에게 어떤 권력과 권리를 보장할 것인지 제도 보장도 없었다. 헌법 문장은 바뀌었지만, 관련 법률 제ㆍ개정은 정치권력자의 몫이었다. 개헌 국면에서의 주권자 권력은 헌법을 개정한 이후 국회 또는 정부의 손으로 넘어갔다. 독재에 영합했던 이들 중 법적ㆍ정치적 책임을 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것은 국가폭력에 대한 침묵이자 면죄부였다. 지금은 다른가? 국회의원들은 국민을 등에 업고 대통령 권한을 일부 뺏을 요량이다. 대통령 또는 유력한 대권주자는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몰리지 않는 이상 대통령 권한을 약화시킬 까닭이 없다. 시민사회에서는 인권과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도록 헌법전을 고치려 하지만, ‘국민들의 힘’을 모으기가 쉽지 않다. 국민들의 헌법적 지향점이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어떻게 정치적으로 타협할 것인가는 기나긴 여정을 겪어야 하는 일이다. 국민에게 권력을 되돌려주지 않았던 현행 헌법이 다시 발목을 잡는다. 어떤 방향이어야 할까? 기본권 강화 및 지방분권이 중요하다. 다만, 법률로 정하기만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다는 국회의원ㆍ정부공무원ㆍ법관ㆍ재판관들의 권위주의적 헌법의식을 교정해야 한다. 기본권 강화는 입법ㆍ행정ㆍ사법의 권력이 서로 견제하면서 균형을 이루게 하는 권력구조 개편을 수반해야 한다. 지방분권 또한 다르지 않다. 지방정부에게 권력을 주자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이 중앙정부를 견제할 수 있도록 하는 또 하나의 방도일 뿐이다. 민주권력의 회복이자 보장이다. 기본권을 강화하기 위한 일차적 과제다. 대통령(국가정보원, 검찰, 경찰 등 포함), 국회, 사법부 순으로 권력에 비례해서 민주적·법적 책임추궁 및 통제방안이 있어야 한다. 헌법에는 원칙을 담고, 그것을 이행할 수 있는 내용을 관련 법률에 동시에 담아야 한다. 그 다음에 무엇이 중할까? 이차적 과제는 민주시민의 균등한 권리를 서로 보장하는 것이다.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존엄한 사람임을 무조건 인정해야 한다. 그것을 보장하는 책임 또한 제도화해야 한다. 일체의 차별을 금지하고 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적극적인 정책을 시행할 수 있는 법률을 제정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정치적 이견이 존재하는 경우 어떻게 평화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것인지 다양한 방법과 절차를 정해야 한다. 가능할까?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기 마련이지만, 절대 잊어서 안 되는 것은 어떻게 권력이라는 생선 앞에서도 의연한 고양이로 권력자를 훈육할 것인가의 문제다. 온갖 범법을 저질러도 장관을 비롯한 고위공무원이 되는 데 지장이 없는 사회에서, 많은 사람들의 생존권을 짓밟는 경제범죄를 저질러도 돈으로 액땜하고 사면 받을 수 있는 사회에서, 국가기관이 특정 권력의 창출 또는 유지에 충성을 해도 ‘셀프 개혁’ 시늉으로 면책 받는 사회에서. 오동석 아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경기시론] 지금 이 순간, 지금 여기

전국의 대학들이 9월 1일에 즈음하여 개강을 한다. 학생들은 새로운 학기를 시작하기 위하여 이미 신청한 강좌들에 대하여 간보기를 한다. 교수인 나도 설레는 마음으로 혹은 담담한 마음으로 수강생들을 만나러 강의실로 들어간다. 몇몇 학생만이 집중하고 그 외의 학생들은 친구들과 방학 중 이야기에 대부분 여전히 스마트폰을 들여다본다. 단 몇 초의 순간으로 한 학기 강좌의 색깔이 바뀔 수도 있다는 것을 모른다. 문득 떠오르는 두 곡의 노래가 있다. 뮤지컬 노래 ‘지금 이 순간(1997·지킬과 하이드)’과 가요 ‘있을 때 잘해(2007·오승근)’이다. 이 두 곡은 연인 간이나 부부 간에 선풍적으로 인기를 끌었다. ‘있을 때’의 ‘있다’의 의미는 ‘어느 곳에서 떠나거나 벗어나지 아니하고 머물다.’이며, ‘때’의 뜻은 ‘시간의 어떤 순간이나 부분’을 말한다. 곧 이 곳에서 지금 최선을 다하라는 말일 것이다. 몇 년 전, 동료 교수가 학교에서 출판 기념회를 열었다. 그런데 총장님도 아닌 내게 ‘축사’를 부탁하였다. 난 당황하며 거절했지만, 그 교수는 삼고초려의 마음으로 부탁을 한다며 그 이유를 밝혔다. 어렴풋한 기억을 되살리면, 자기가 책을 내기까지의 힘든 과정을 지켜봤고, 누구보다 자신을 잘 이해하는 내가 축하를 해야 의미 있는 것이 아니겠냐고 했다. 그래서인지 기념회 이후 나의 축사가 그 자리 그 순간에 잘 어울리는, 가슴울림이 있어 좋았다는 인사를 받았다. 있을 때 잘하라는 말은 연인, 부부, 부모와 자식 간과 동료 간의 경우에만 해당되지는 않는다. 기관장, 단체장과 도민 간의 경우에도 해당된다. 9월에는 ‘추석’도 있지만 이번 달은 축제의 달이며, 독서의 달(문화체육관광부)이기도 하다. 도서관, 학교 등 전국 각지에서 6천983여 건의 다채로운 독서문화행사가 열린다. 경기도도 1천153개의 행사가 치러지며, 302개 단체에서 20만7천624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축제와 행사를 통하여 지난 1년의 열매를 맺기 위해 함께 참여했던 일원들을 떠올리며 어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에 박수를 쳐주기도 한다. 그 다음을 준비하기 위하여 서로 힘을 북돋아주고 서로를 칭찬하고 받는 시간이자 기량을 뽐내는 순간이기도 하다. 그러기에 진심으로 그들을 축하해주고 행사프로그램에도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참석할 사람들이 있어야 하는 자리이다. 이런 자리에 대부분 유관 기관장이나 단체장들이 참석한다. 그러나 행사 시작 전 바쁜 와중에도 어느 누가 참석해 이 자리를 빛내주었다는 의례적인 소개와 박수가 끝나면 행사장에서 가장 좋은 자리는 비어있기 마련이다. 언제 누가 무슨 일로 모여 어떤 의미로 그 행사를 치르는지 정확히 알지 못하면 도민의 마음에 와 닿는 제대로 된 축사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기관장이 행사의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할 여유가 없다고 한다면 축사보다 직접 행사프로그램 한 부분이라도 참여하는 시간을 내어보는 것은 어떨까 생각해 본다. 첫 시간 교단 위에서 몇 초간 잠시 흔들린다. 그래도 개강 첫 주 수업시간마다 학생들에게 나는 이렇게 말한다. 지금 이 순간 지금 여기에서 서로에게 집중을 하고 서로 소통을 해서 멋진 한 학기를 만들어 보자고. 서정미 안양대학교 교수

[경기시론] ‘근자열, 원자래’의 경기도를 만들자

중국의 춘추(春秋)시기에 공자(孔子)가 여러 나라를 순방하면서 자신의 사상을 전파하고 있었다. 하루는 초(楚)나라의 엽공(葉公)이 다스리는 지역에 도착하였다. 엽공은 공자를 초청해서 자신의 지역을 어떻게 하면 잘 다스릴 수 있는지를 물었다(葉公問政). 공자는 담담하게 “근자열, 원자래(近者悅 , 遠者來)”라고 대답하였다. 논어의 자로(子路)편에 나오는 “근자열, 원자래”는 지역의 지도자가 정치를 잘하면 다스리는 지역 사람들의 생활이 편안하고 행복지수가 높아지며, 멀리서도 많은 사람들이 그 소문을 듣고 이 지역으로 스스로 찾아와 거주할 것이라는 뜻이다. 우리나라의 정치인과 지도자들에게 다시금 들려주고 싶은 공자의 말이다. 지금 수도인 서울에 인구의 엑소더스가 일어나고 있다. 올해 6월의 통계를 보면 서울의 인구가 1천만명이 무너져 998만명이 되었다. 반면 경기도는 서울과 각지에서 유입된 인구가 계속 증가해 1천260만명으로 금방 1천300만명을 넘을 전망이다. 그렇게 되면 수도 서울보다 거의 30% 더 많은 인구가 경기도에 거주하게 된다. 서울은 이제 더 이상 사람들이 살기에 부적합한 도시로 변모되어 가고 있다. 날마다 치솟는 주거비와 물가는 서민들의 생활을 고통스럽게 하고 견디지 못한 사람들이 경기도로 이주해오고 있다. 공자의 “어지러운 곳에는 살지 않고, 위험한 곳에는 가지 않는다(亂邦不居, 危邦不入)”라는 말이 있듯이 서울의 서민들이 자신의 보금자리를 찾지 못하고 보다 나은 삶의 질을 얻기 위해 경기도로 모여들고 있다. 국민을 빚더미에 앉게 하고 불행하게 하는 죄, 그 책임은 정치인들에게 있다고 할 것이다. 지금 인구 유입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경기도의 지도를 펼쳐보면 경기도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야 하는지 한눈에 알 수 있다. 우선 북으로는 남북한이 대치하고 있는 지역으로 통일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의 북한 정권의 불안정성은 언제 갑자기 남북한의 통일을 가져올지 모른다. 그리고 통일이 되면 그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곳은 서울이 아니라 경기도가 될 것이다. 서남쪽으로는 경기도의 유일한 항구인 평택항이 대중국 교류의 선봉에 서있다. 우리와 마주보고 있는 중국 산동성의 연태(煙台), 위해(威海), 일조(日照), 강소성의 연운항(連雲港) 등에 페리가 매주 3회에 걸쳐 한국과 중국의 교량 역할을 하고 있다. 사통팔달의 교통과 물류는 경기도를 한국의 중심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한국의 중심은 곧 동북아의 중심이고 태평양 시대의 주인공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시대의 흐름을 앞에 두고 지금 경기도의 정치인과 위정자들은 무엇을 준비해야 할 것인가? 첫째, 경기도에 사는 도민들을 행복하게 해주어야 한다. 행복의 시작은 지도자들이 자신들의 말을 천금같이 지켜 신뢰를 얻을 수 있어야 한다. 국민들이 정치인을 믿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이들이 약속을 지키지 않기 때문이다.자신이 뱉은 말이 ‘9개의 기둥이 있는 쇠솥’과 같이 흔들림없이 지켜져야 한다(一言九鼎). 둘째, 도민들의 마음을 읽고 행복하게 해주어야 한다. “사람은 높은 곳을 향하고 물은 낮은 곳으로 흐른다(人往高處走, 水往低處流)”라는 말과 같이 도민들의 거주, 교육, 의료, 직업 등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어야 한다.신뢰와 행복이 넘치는 경기도를 만들어 대한민국과 동북아를 넘어서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곳이 되는 것을 보고 싶다. 박기철 평택대 교수한중교육문화연구소 소장

[경기시론] 친절한 정부씨?

얼마 전 건널목에서 신호를 기다리다 상당히 놀란 적이 있다. 갑자기 신호등에서 “물러나주세요”라는 경고음이 나왔다. 차도로 내려선 것도 아닌데 말이다. 아마도 센서에 지정된 위치보다 차도로 더 가까이 가면 경고를 하는 시스템인가 보다. 내가 건널목에서 기다리는 것조차 감시당하고 있는 것 같아 불쾌했다. 그보다는 이런 경보시스템이 왜 필요한지 이해가 되지 않아 화가 났다. 시각장애자를 위한 경보시스템이나 혼잡한 거리의 교통량을 확인해 교통의 흐름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감지시스템이라면 당연히 필요하다. 하지만 빨간 신호 시 신호대기선 뒤에서 기다리는 것은 이미 사회적으로 합의된 약속이다. 이러한 사회적 약속의 준수 여부는 개인의 선택이고 또한 이를 지키지 않아 발생된 위험은 개인의 책임이다.이런 맥락에서 사회와 개인의 책임 문제를 생각해볼 수 있다. 사회는 구성원에게 명확한 지침과 기준을 제시해야한다. 그리고 개인은 정당한 절차에 따라 타당성을 획득한 사회적 합의라면 이를 지켜야만 한다. 사회적 약속을 준수할 것인지 아니면 위반을 할 것인지에 대한 선택은 개인의 몫이다. 하지만 그 결과로 발생되는 위험 역시 개인의 책임인 것이다.그렇다면 우리사회는 얼마나 타당하고 정당한 지침과 기준을 구성원들에게 제공하고 있는가? 그리고 개인은 얼마만큼 자신의 선택에 대해 책임질 준비가 되어있는가? 이 두 가지 문제는 결국 한국사회 가치 혼동의 원인이자 사회통합의 저해요소로 작용한다. 사회가 제시하는 원칙이 불명료할 때 개인의 선택은 혼란스럽고 책임소재도 불명확하게 된다. 동시에 아무리 사회가 정당하고 명확한 지침을 제시해도 구성원이 이를 준수하지 않는다면 사회는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유감스럽게도 한국사회는 이 두 가지 모두 해당되는 것 같다.요즘 우리 정부의 행태는 영화 ‘친절한 금자씨’를 떠올리게 한다. 영화에서 주인공 금자는 배려심 많고 친절한 사람으로 알려져있지만 실은 소름끼칠 만큼 잔인하고 악랄한 살인마이다. 굳이 스토리도 잘 기억나지 않는 오래된 영화 ‘친절한 금자씨’를 언급하는 이유는 이 영화의 주인공처럼 요즘 우리 정부가 정작 지켜야 할 원칙은 지키지 않은 채 친절함으로 겉만 번지르르하게 포장하고 있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우리 정부는 너무 친절하다! 다양한 사례가 있겠지만 필자가 경험한 신호등 경보 시스템이 그러하고, 최근 20여개 지자체에서 스마트폰 사용자를 위해 시범적으로 설치한 ‘횡단보도 바닥 신호알림 시스템’도 그러하다. 바닥신호 설치에 앞서 정부가 할 일은 걸아가면서 스마트폰을 사용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위험성에 대해 알리는 것이다. 즉 보행 시 스마트폰 사용을 개인 스스로가 자제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정부가 할 일이다. 그런데 사회적 합의를 지키지 않고 개인의 선택에 의해 발생된 잘못된 결과까지도 책임져주겠다고? 진짜 친절한 정부씨다!정부의 정책이 진정성있게 느껴지기 위해서는 사회적 합의와 공동의 가치가 담겨야 한다. 이에 대한 고민 없이 개별적이고 일회적으로 양산된 정책은 아무리 친절해도 감동이 없다. 사회구성원에게 감동을 주지 못하는 정책은 친절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개인을 규제하고 통제하는 수단으로 인식될 뿐이다. 공공선을 위해 필요한 감동적인 정책을 제시하고 이를 책임감 있고 진지하게 실천하는 정부야말로 진정으로 ‘친절한 정부씨’일 것이다. 요즘과 같이 포퓰리즘에 기대어 친절한(?) 정책들을 무분별하게 내놓다가는 언젠가‘너나 잘하세요’를 듣는 무능한 정부로 전락될지도 모른다. 정당한 절차를 통해 사회 구성원이 공감할 수 있는 정책을 구현하는, 친절하되 위엄있는 정부를 기대해본다.최순종 경기대학교 교수

[경기시론] 막바지 폭염속 범죄예방에 관심을

기록적인 폭염이 우리 사회의 안전망을 시험하고 있다. 전국이 펄펄 끓는 가마솥이다. 서울의 폭염 연속 발생일수도 1994년 이래 가장 길어질 전망이다. 올여름 온열 질환으로 병원에 후송된 사람은 사망자 10명을 포함해 1천237명으로 역대 최다이다.사람뿐만 아니라 가축들의 폐사도 잇따르고 있다. 한 보험사는 지금까지 폐사한 가축이 274만여 마리로, 2012년 집계를 시작한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흔히 ‘여름철 범죄’라 불리는 것은 살인, 성범죄, 폭력, 절도 등이다. 한 사회의 안전도를 가늠하는 잣대인 이들 범죄들도 폭염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 살인은 온도, 습도와 상당한 관계가 있다. 무더위로 불쾌지수가 높아지면서 사람들은 스스로의 감정을 통제하지 못하고 더욱 충동적이고 파괴적으로 행동하기 때문이다. 형사정책연구원의 보고서에 의하면, 살인범죄 중 27.7%가 여름철에 발생하여 겨울철의 21.9%보다 눈에 띄게 높다. 성범죄 또한 여름철이 많다. 노출이 심한 계절이다 보니 몰래카메라가 판을 친다. 관음증에 목마른 ‘피핑톰(Peeping Tom)’들은 지하철, 해수욕장, 물놀이장, 캠프장, 가정집의 과다노출 여성들을 노린다. 성폭력 또한 빈발하는 계절이다. 과도한 노출에 따른 성적 자극, 무더위 속의 음주와 늦은 귀가, 문단속의 허술 등이 큰 원인이다. 특히, 젊은 여자들이 혼자 사는 원룸들은 이른바 ‘발바리’들에게는 매력적인 표적이다. 이런 성폭력은 문단속만 철저히 해도 예방할 수 있는 것이 태반이다. 폭력 역시 여름철 범죄다. 체온이 높은 여름철은 간의 대사율이 올라가 알코올 흡수가 빨라진다. 한두 잔 먹다 보면 괜히 시비가 일어나 이것이 폭력으로 연결된다. 술자리에 앉기 전에 “조금만 덜 마시자”라는 다짐만 해도 나와 친구 그리고 내 이웃이 편하다. 절도가 진짜 여름철 범죄다. 이때는 유독 빈집털이가 많다. 피서 간다는 들뜬 기분에 아무런 안전장치를 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문 앞에 놓인 신문, 우유 등이 빈집임을 알려주는 징표이다. 손쉽게 침입한 범인들은 여기저기를 뒤져 현금과 귀중품을 챙긴다.취객을 대상으로 한 퍽치기나 부축빼기도 여름철 범죄에 가세한다. 야간에 창문이 열려진 집을 ‘낚시걸이 범’이 좋아한다. 이들이 가진 장비는 낚싯대 끝에 갈고리를 단 것이다. 낚싯대를 쭉 빼 옷가지를 걸어내고 바지 주머니에 든 현금만 빼고는 유유히 사라진다. 우리 모두가 조금이라도 안전에 관심을 갖자. 쉽고도 편한 범죄예방법과 대처법을 체질화하자. 조금 더 전문적인 지식을 습득하려면 인터넷도 한두 번 보자.폭염 속의 국민행동요령, 몰래카메라 대처법, 여성대상 범죄예방 꿀팁, 빈집털이 예방법, 폴인 러브(경찰과 사랑에 빠졌어요) 등 만화로 된 웹툰(webtoon)들이 넘쳐난다. 본 것은 실천하고 친구와 이웃 간에 공유하자. 막바지 폭염은 우리 시민 모두가 안전 전도사가 되길 원한다. 전대양 가톨릭관동대 교수·한국범죄심리학회장

[경기시론] 일찍 일어나는 아침형 인간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많이 잡는다. 또는 벌레를 많이 먹는다.”라는 말은 당연한 이치일 수밖에 없다. 일찍 일어나서 먼저 움직이기 때문에 다른 새들보다 먼저 먹이를 발견하고, 더 많은 먹이를 먹을 수 있지 않겠는가! 송가네 공부법의 1.3 1.3 시스템에 의하면 남보다 1시간 일찍 일어나 영어와 수학 위주로 예습과 복습을 하도록 하고 있다. 아침형 인간이란 이른 아침에 하루의 일과를 시작하여 아침 시간을 활용함으로써 성공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그러면 아침형 인간의 다섯가지 장점은 무엇일까 첫째, 아침에 일어나면 부지런히 일을 할 수 있다. 부지런하면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건 자명한 이치다. 또 새벽에 신진대사 등이 잘 되기 때문에 무언가를 하면 효과가 크다. 둘째, 무슨 일을 하든지 아침에는 효율성이 좋다. 아침에는 집중력과 창의력이 높아져 적은 시간으로도 큰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아침 출근 시간 전까지의 시간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 셋째, 아침형 인간이 되면 학생들은 성적이 좋아진다. 두뇌를 가장 활발하게, 그리고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시간은 아침시간이다. 뇌의 활동이 활발한 아침형 학생이 학습 면이나 능률 면에서 앞서고 좋은 성적을 거둔다. 넷째, 하루를 활기차게 보낼 수 있다. 잠을 충분히 못 자면 몸 안에 여러 가지 노폐물이 쌓여 만성피로에 시달리게 된다. 다섯째, 사람이 더 편하게 활동할 수 있다. 학교에 지각할 걱정이 없고 여유롭게 예습과 반복 학습을 할 수 있어, 여러 면에서 유리하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면 신체 건강에 좋은 성장호르몬이 많이 분비되어 건강해진다. 아침에 공부하는 버릇을 꾸준히 반복하게 되면 집중과 몰입이 2배가 되며, 뇌파의 주파수가 알파파 미드 상태10~12Hz로 된다. 즉 직감과 번뜩이는 문제 해결이 잘 될 뿐 아니라 의식 집중이 이루어지는 아침형 인간으로 바뀌어 공부하는 버릇을 지배할 수 있다. 시간이 여유로운 상태에서 과제의 난이도가 올라가면 문제 해결의 자신감을 갖게 된다. 자신감은 실력을 월등히 향상시켜 집중도를 올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집중하는 뇌는 비상사태를 선포하여 문제 해결과 결과 피드백이 빨라지게 한다. 수세기 동안 인간은 해가 뜨면 일어나고 해가 지면 잠드는 생활의 습관에 젖어 생활하고 있다. 그동안의 잘못된 습관을 버리고 행동을 변화시켜 좋은 아침형 인간을 만드는 것을 곧 실천에 옮겨야 한다. 아침형 인간이 상황을 미리 내다보고 신체적 행동을 취하는 경향이 강해 사회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현대그룹의 명예회장이었던 고故 정주영과 마이크로소프트사의 회장 빌 게이츠는 새벽 3시에 기상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유명한 세계적인 디자이너 고故 앙드레김 역시 새벽 5시에 기상해 신문과 여러 개의 TV로 세계의 아침 뉴스를 보았다. 제너럴일렉 트릭사의 회장이었던 잭 웰치는 오전 7시 30분부터 업무를 시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표적인 아침형 인간의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송하성 경기대학교 서비스경영전문대학원 교수

[경기시론] 질병으로부터 휴가를 지켜라

이른바 ‘7말 8초’ 여름 휴가 기간이 시작되었다. 정부의 조사 결과에 의하면 7월30일부터 8월5일까지 전체 휴가객의 46%가 몰리고 휴가객도 작년보다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그리 좋지 않은 경제 상황에 회사와 가정에서 어려운 시간을 보낸 국민들이 잠시나마 여유와 쉼을 누리기 위해 국내외로 떠나는 기간이 된 것이다. 그런데 여행 중 들뜬 마음에 방심을 하다보면 자칫 질병으로 인해 여행기간을 망치는 경우가 있다. 여름철 여행 중 가장 많이 문제가 되는 것은 수인성 식품매개 질환이다. 여행자 설사는 여행시 미생물이나 미생물의 독소에 오염된 식품이나 물을 섭취하여 복통, 구토, 설사 등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여행자 설사는 이질균, 대장균, 비브리오균 및 살모넬라 등 세균에 의하여 주로 발생하고 바이러스와 아메바성 이질, 람블편모충 등 원충 및 기생충에 의해서도 발생한다. 대부분의 수인성 식품매개 질환에 대해서는 효과적인 백신이 없다. 콜레라, 장티푸스의 경우 백신이 있으나 효과가 제한적이어서 일반적으로 접종을 권고하지 않는다. 따라서 깨끗한 물과 음식물을 섭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예방법이다. 비스무스와 같은 약물을 사용하는 경우 여행자 설사를 일부 예방할 수 있고, 심부전증 등 만성질환자의 경우 예방적 항생제를 사용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으므로 여행 전 의료진과 상담해 보는 것이 좋다. 모기가 매개하는 질환도 철저한 주의가 필요하다. 지카바이러스를 포함하여 말라리아, 뎅기열, 황열, 치쿤군야, 일본뇌염과 같은 질환은 모두 모기에 의해 매개되는 질환이다. 특히 열대열 말라리아, 뎅기출혈열, 황열, 일본뇌염과 같은 질환은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중증의 형태로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말라리아의 경우 백신은 없으나 예방약을 복용하여 예방할 수 있다. 단, 사전에 의료진에게 상세한 상담과 처방을 받아야 한다. 황열과 일본뇌염은 백신을 통해 예방 가능하다. 뎅기열은 국내에서 사용 가능한 백신이 없으며 지카바이러스나 치쿤군야에 대해서는 백신이 개발되어 있지 않다. 모기에 물리지 않으려면 외출 시 덥더라도 피부 노출 부위를 최소화하고 곤충회피제를 사용하며 해가 저문 후에는 방충망이나 에어컨이 설치된 실내에 머무는 것이 바람직하다. 동물과 접촉을 통해 질환에 걸리는 경우도 있다. 동물에 물리거나 상처를 입는 경우 광견병, 파상풍, 봉와직염과 같은 질환에 걸릴 위험이 있다. 또 조류와 접촉하는 경우 조류인플루엔자에, 중동 지역 낙타와 접촉하는 경우 메르스에 감염될 수도 있다. 따라서 가급적 이러한 동물과의 직접적인 접촉은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불가피하게 접촉하는 경우 물리지 않도록 주의하고 접촉 후 손을 잘 씻어야 한다. 광견병과 파상풍은 예방접종을 통해 예방이 가능하다. 이외에도 A형간염, B형간염, 인플루엔자, 홍역, HIV, 성매개감염병, 바이러스성출혈열 등이 여행 중 경험할 수 있는 질환에 속한다. 질병관리본부는 여름 휴가기간 감염병 예방을 위해 손씻기, 모기 물리지 않기, 안전한 음식물 섭취하기를 권고했다. 여행 전 의료기관을 방문하여 상담하고 백신이나 약물을 통해 예방할 수 있는 질환이 있다면 이를 준비할 것이 바람직하다. 철저한 준비를 통해 감염질환으로부터 휴가를 지키자. 최원석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감염내과 교수

[경기시론] 고등교육의 큰 그림 그려야 할 때

2015년부터 최근까지 고등교육에 있어 화두는 단연 ‘대학구조개혁’이었다고 할 수 있으며, 여전히 진행형에 있다. 1주기 평가는 이미 2015년에 완료가 되었고, 그 후속조치로서 낮은 등급을 받은 대학들에 대한 컨설팅이 진행되고 있다. 학령인구의 감소, 사회수요에 부합하지 못하는 대학교육, 청년 실업 등 10년 이상 답보상태에 빠져 있는 고등교육에 대한 개혁의 필요성은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많은 대학들이 높아만 가는 등록금에 상응하는 교육을 제공해 주지 못하고 있다는 사회적 책무성의 관점이나 학령인구 감소나 재정적 압박에 따른 대학 스스로의 생존의 관점에서 볼 때도 이번 정부의 대학구조개혁 정책은 우리나라 고등교육의 미래를 가능케 해주는 중요한 출발점이자 전환점이 된 획기적인 사건이라 할 수 있다. ‘부실대학’에 정부재정을 지원할 수 없다는 논리 속에서 야심차게 추진한 구조개혁 정책이지만, ‘구조개혁의 목표와 비전’의 부재는 달성해야 할 정책목표와 수단 간의 정합성 괴리를 야기시키며 구조개혁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을 확산시키고 있다. 과연 대학구조개혁을 통해 정부가 그리고자 하는 고등교육의 큰 그림은 무엇일까? 정부가 표방하는 구조개혁의 큰 목표는 입학자원 감소에 따라 사회와 대학이 맞게 될 재정적 충격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각 대학들이 스스로 잘 할 수 있는 분야를 특성화하여 대학 스스로의 경쟁력을 갖추라는 것으로 요약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에 정부가 채택하고 있는 수단을 볼 때 과연 그러한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이다. 우선, 평가방식과 컨설팅 과정이 획일적으로 이루어진 것에 문제를 찾을 수 있다. 평가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아주 세부적인 기법들에서의 논란은 차치하고라도, 수도권대학이나 지방대학, 대규모 대학이나 중소규모 대학에 대한 구분없이 획일적인 잣대로 이루어졌다. 또, 최근까지 이어온 컨설팅 과정 역시 대학의 특성에 따른 컨설팅이 아닌 동일한 잣대로 제시된 컨설팅이 이루어졌다. 둘째, 구조개혁의 목표와 방향의 부재이다. 현 시점에서 볼 때, 정부가 대학구조개혁을 통해 원하는 것은 목표한 정원감축 인원의 달성이라는 가시적인 성과이다. 예컨대 정부는 구조개혁평가과정에서 각 대학들로 하여금 ‘발전계획과 특성화 계획을 잘 세우고, 그에 따라 교육과정을 잘 설계하며, 이를 지원하는 다양한 지원시스템을 구비하라’고 요구하고 있는데, 정작 정부는 이러한 기본계획의 마련에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우리나라 고등교육에서 수도권대학과 지방대학, 대규모대학과 중소규모 대학, 국립대학과 사립대학의 역할과 기능은 무엇이고, 이러한 조합이 우리나라 고등교육 체계 속에서 어떻게 기능하게 할 것인지 아직까지 제시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대학 구조개혁이라는 원대한 계획에 대한 실천방안은 수시로 바뀌고 있고, 당장 2주기 평가계획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까지 발표된 바 없다. 이제 정부가 우리나라 고등교육의 미래를 신중하게 고민해 보고, 큰 그림을 그려야 할 시점이라 생각된다. 그 큰 그림 속에서 대학평가도 재정지원사업도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우리 사회 속에서 고등교육 본연의 역할과 기능을 고민하면서, 고등교육의 주체들이 모여 전체적인 밑그림을 함께 그려나가야 할 때이다, 정부가 바뀌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위태로운 계획이 아닌 중장기적 플랜과 그에 필요한 조합에 맞추어 단계적으로 하나씩 차근차근 필요한 퍼즐들을 완성해 나가는 그런 구조개혁 정책을 기대해 본다. 이정열 중부대학교 부총장

[경기시론] 세계를 뒤흔드는 ‘문명 충돌’의 재점화

1989년 베를린 장벽의 붕괴와 독일의 통일, 그리고 소련의 해체는 우리에게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의 승리’로 환호하게 하였고 북한의 독재체제도 금방 무너질 것이란 기대를 하게 했다. 당시 미국의 저명한 학자였던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역사의 종말과 마지막 인간 (The End of HIstory and the Last man)’ 이라는 제법 긴 책을 써서 공산주의의 붕괴와 자유민주주의의 승리는 역사의 종말이고, 자유민주주의는 인류의 이념적 진화에 대한 종점이고 인간 정부의 마지막 형태라고 단언했다. 당시 미국의 단극 체제를 바탕으로 정치적으로는 민주주의가 확산되고 경제적으로는 세계화가 본격화됐다. 한국도 러시아와 중국과 잇달아 국교정상화를 이루어내고 남북 대결에서 우리가 완벽한 승리를 쟁취하고 통일의 주도권을 쥐었다고 자신감에 넘쳐 있었다. 그러나 오히려 한반도만이 탈냉전 속의 냉전 지대로 불안한 안정을 유지해오고 있다. 그 사이 국제질서는 미국의 일방주의에 911테러가 발생함으로써 냉전체제보다 더 불안한 새로운 형태의 위기가 닥쳐오기 시작했다. 바로 새뮤엘 헌팅턴이 예언한 ‘문명의 충돌’이 시작된 것이다. 새뮤엘 헌팅턴은 이 세계의 문명을 7개로 나누고 냉전이 끝난 후 이들이 자신들의 문화적 가치를 강조하게 될 것이며, 정치나 경제가 아니라 문화가 사람과 사람들을 구분하고 문명적 단층선을 중심으로 충돌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실제로 중동에서는 이슬람 국가(IS)가 기독교 국가들에 대해 선전포고를 하고 끊임없는 테러를 일으켜 미국과 유럽 지역뿐만 아니라 세계를 공포로 몰아가고 있다. 특히 프랑스에서 자행되는 테러는 프랑스의 이전 식민지 대부분이 이슬람권이었고 이들이 프랑스에 많이 거주하면서 문명적 단층선과 직접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이슬람과 서구 문명의 충돌은 세계 곳곳에서 끝이 보이지 않는 긴 터널 속을 지나고 있다. 눈을 돌려 아시아를 보면 유교문화권의 상징인 중국이 그동안 경제적 발전과 국력을 증강시켜 미국과 함께 G2국가로 성장하였다. 중국의 경제력은 바로 군사력의 증강으로 이어졌고 기득권 세력이었던 미국에 대항하는 현상타파의 도전세력으로 부상하였다.중국은 남중국해의 수많은 도서들을 자신의 영역으로 주장하고 군사시설을 설치하였고, 국제재판소의 판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일전불사(一戰不辭)의 태세를 선언하고 있다. 지금 중국의 대중매체와 네티즌들, 그리고 중국인들은 애국주의라는 미명 하에 금방이라도 전쟁을 할 것 같이 흥분상태에 빠져있다. 불행하게도 미국과 중국의 새로운 충돌의 단층선상에 한반도가 위치하고 있다. 역대 최고의 관계라고 하던 한국과 중국의 관계는 미국의 사드(THAAD) 배치 소식에 마치 모래성이 파도에 휩쓸리듯 무너져 내리고 있다. 우리는 북한의 핵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의 사드를 허용했다고 강변하지만 중국은 이를 들은 척도 하지 않는다. 중국은 한국의 사드배치를 미국이 중국을 포위하고 위협하기 위한 ‘미사일 방어체제(MD)’의 완성으로 간주하고 한국에 대한 위협과 회유를 반복하고 있다. 지금 국제정세와 한반도 정세는 냉전시기보다 더 복잡한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이 위기와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말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감정이 아닌 이성으로 대처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일시적인 감정에 휘둘린다면 우리는 많은 것을 잃을 수 있다. 박기철 평택대학교 교수·한중교육문화연구소 소장

[경기시론] 한국형 브렉시트? 원인분석이 결과대응보다 중요하다

최순종 경기대학교 교수 브렉시트가 발생한지 벌써 20여일 지났다. 브렉시트가 한국과 세계경제에 미칠 파장에 대해 우려가 많았지만 일단은 소강국면에 접어든 듯하다. 그동안 정부와 언론은 브렉시트가 가져올 경제적 여파에 대해 호들갑스러울 만큼 많은 이야기를 쏟아냈다. 영국이 유럽연합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유럽연합이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할 때 당연한 반응일 것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정부의 대응이나 언론의 기사는 대부분 브렉시트로 인해 발생될 경제적 파장, 즉 그 결과에만 집중되어 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왜 브렉시트가 일어났는가에 대한 분석, 그리고 이 사건이 우리 사회에 주는 의미가 무엇인가에 대한 진지한 논의일 것이다.그렇다면 브렉시트의 원인은 무엇일까? 많은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이 있겠지만 필자는 그 원인을 다음의 세 가지로 압축하고자 한다. 시민의 분노, 이로 인한 사회통합의 해체, 그리고 이를 이용하는 정치권의 포퓰리즘!첫째, 시민의 분노는 사회 양극화, 반세계화, 유럽연합에 대한 영국의 부당한 부담, 이민자 문제, 노동자 계급의 상대적 박탈감 등에서 기인했다. 여기에서 발생하는 미래에 대한 불안과 이를 해결해줄 것이라고 믿었던 정치에 대한 불신이 결국 브렉시트로 이어진 것이다.둘째, 사회통합의 해체이다. 브렉시트는 단지 영국사회의 사회갈등(특히 세대갈등문제)뿐만 아니라 유럽사회의 통합(이민자 문제), 더 나아가 지구공동체의 상생과 고통 분담에 대한 거부이다. 소시민적 사고에 의한 결정에는 사회통합이나 공동체의식 등의 대의보다 개인의 불편함과 불안함이 더 크게 작용한다. 이와 같은 소시민의 ‘자기중심적 사고’의 한계에 대해 각성하고 이를 통해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책임과 역할을 부여하는 것이 사회제도이고, 이런 사명의식을 일깨워주는 이가 바로 사회지도자일 것이다. 브렉시트는 민주주의라는 정치제도의 한계와 신뢰할 수 있는 사회지도자의 부재에서 기인한 것이다.셋째, 지도자의 부재와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문제로서 정치권의 포퓰리즘이다. 포퓰리즘은 현상의 사실성, 정책의 현실성이나, 옳고 그름에 대한 가치판단을 외면한다. 대신 대중의 인기에만 영합하여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고자 한다. 전 런던시장 보리스 존슨을 비롯해 브렉시트를 주도했던 정치인들의 포퓰리즘을 보라! 영국의 EU부담금 3억5천만 파운드가 NHS(영국의 국민보건서비스)로 사용될 수 있다고, EU탈퇴를 통해 이민자가 줄어들 것이라고 사실을 왜곡해 순진한 시민을 현혹했다. 또는 콘돔의 길이, 감자칩의 맛, 바나나 생김새 등조차도 EU의 규제를 받는다는 등 자극적인 내용을 가지고 ‘우매한 백성’을 선동했다. 과연 브렉시트를 주장한 정치인들이 이것이 왜곡이나 거짓이라는 것을 몰랐을까? 당연히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대중의 인기를 얻고 개인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왜곡과 선동을 자행한 것이다.이와 같은 브렉시트 발생 원인을 기반으로 우리 사회를 들여다보자. 경제적 양극화뿐만 아니라 나 아닌 모두를 적대시하는 이분법적 사고로 인한 사회갈등. 때로는 이기적, 때로는 이타적 동기에서 발생하는 시민의 분노. 이를 자극하고 선동하고 이용하는 정치 행태. 우리 사회가 영국 상황과 다를 게 무엇이 있나!브렉시트 사건이 어느 정도 잠잠해졌다. 결과적으로 브렉시트의 경제적 파장을 줄인 것은 다행이다. 그러나 브렉시트의 원인 분석과 이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터무니없이 부족하다. 사건의 결과에 대한 대응 못지않게 원인에 대한 분석 또한 중요하다. 만약 브렉시트의 원인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이를 통한 사회적 성찰이 없다면 조만간 한국형 브렉시트가 올 지도 모른다. 경제적 파장보다 더 무서운 사회적 파장으로...최순종 경기대학교 교수

[경기시론] 버스에서의 어느 날

나는 버스를 즐겨 탄다. 얼마 전 그날도 난 버스를 탔다. 보통의 버스는 마지막 승객이 타기가 무섭게 출발한다. 그리곤 차선을 급히 변경하기 때문에 중심을 잡지 못해 뒤뚱거리기 일쑤다. 그런데 그 버스의 기사는 내가 마지막 승객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자리에 앉을 때까지 출발을 안 하고 서 있었다. “위험합니다. 앉으세요.”라며 내가 앉는 것을 확인하고 그제야 출발하는 것이었다. 자신의 굼뜬 행동 때문에 다른 승객에게 왠지 미안하면서도 멋쩍은 순간이었다. 다음 정류장에서도 똑같은 멘트를 날리면서 마지막 승객이 나처럼 미안해하는 몸짓으로 앉자 출발하였다. 이번에는 버스가 움직이는데 한 할머니가 경로석에서 일어서려고 하는 찰나였다. 버스기사는 “할머니 자리에 앉으세요. 내릴 때 일어나세요.” 하면서 주의를 주었다. 할머니가 못 알아듣고 그냥 서 있자 기사는 다시 한 번 “할머니, 위험합니다. 앉으세요.” 라며 다시 버스를 세웠다.기사는 또 “그러시다가 넘어지십니다. 앉으세요. 안 앉으시면 출발 안 합니다.” 하니 주변 아주머니들이 “할머니, 위험하다고 앉으시래요.” 하니까 마지못해 앉으셨다. 노인들이 오래 앉아 있으면 관절이 굳어 움직이기가 쉽지 않다. 연로한 부모님을 모셔본 사람들은 이런 사실을 안다. 할머니 딴에는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미리 내릴 준비를 하는 모양새였다. 그렇게 조금의 시간이 흐르면서 버스는 출발하였다. 할머니는 “그 아저씨 참 이상하네. 내가 무릎이 아파 서 있으려는데 왜 앉으라고 해.”라며 투정을 부렸다. 할머니는 뭔가 심기가 불편한 표정으로 앉아계시다가 다음 정류장에서 내리셨다. 나는 마침 창가에 앉아 있어서 버스에서 내리는 그 할머니를 볼 수 있었다.버스는 승객을 태우려고 정차해 있어서 할머니의 말을 들을 수 있었다. 할머니는 버스에서 내리자 주변에 서있는 사람들이 들으라는 듯이 큰 소리로 말하였다. “아, 내가 무릎이 아파 서 있으려는데 기사양반이 앉으라마라 하네. 별 이상한 사람일세.” 할머니에게는 이 버스기사의 친절이 뜬금없고 새삼스러웠던 모양이었다. 경찰청이 발간한 도로교통안전백서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매년 20만 건 정도의 사고가 일어나 약 40만 명이 사망하거나 부상을 당한다. 보험사들의 통계는 경찰의 그것보다 약 6배가 넘는 120만 건 정도이다. OECD국가 중 최고의 교통사고유발국이다. 경찰에서는 교통사고가 줄어들지 않자 특단의 대책을 세워 시행하고 있다.범칙금을 크게 올렸다. 중앙선 침범, 속도위반, 횡단보도사건 등 11개 항목에 대해서는 형사처벌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음주운전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집중단속하고 있다. 보복운전에는 CCTV나 시민들의 제보 등 가용한 자원 모두를 동원하고 있다. 교통심리학에서는 운전자가 차량의 상태, 동승자에 대한 배려, 보행자에 대한 주의, 노면의 상태, 기상상황, 도로교통법 등을 모두 고려하면서 속도를 조절하는 의식적인 운행을 할 때 사고율이 가장 낮아진다고 한다. 교통사고가 빈발하는 우리나라에서 이 버스기사와의 만남은 안전운행과 에코드라이빙이라는 새로운 희망을 본 날이었다. 전대양 가톨릭관동대학교 교수·한국범죄심리학회장

[경기시론] 질병 없는 세상 꿈꾸다

우리나라 최초의 국제기구 수장이었던 고(故) 이종욱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의 묘비에는 ‘질병 없는 아름답고 건강한 세상’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우리나라 질병관리본부의 슬로건도 ‘질병으로부터 자유로운 세상’이다. 질병이 없는 세상, 질병으로 고통받는 사람이 없는 세상은 보건을 하는 사람들이 꿈꾸는 이상향과 같은 것이다. 이 세상에서 완벽하게 실현하는 것이 불가능할지라도. 안타깝게도 질병이 없는 세상, 특히 감염질환이 없는 세상은 사실 닿을 수 없는 이상향과 같다. 한 때 감염질환은 곧 사라질 것이라고 예상하는 사람들이 있었다.환경이 개선되고 위생상태가 나아지면서 수인성식품매개감염병과 같은 질병이 줄어들었고 1943년 최초의 항생제인 페니실린이 개발되면서 대부분의 병원체는 항생제나 항바이러스제를 통해 해결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그런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졌다. 수백여 종의 항생제와 항바이러스제가 개발되었지만 세균과 바이러스가 내성을 획득하는 속도는 신약의 개발 속도보다 월등히 앞섰다. 신종, 재출현 감염병은 끊임없이 등장하여 인류를 위협했다. 2015년 대한민국을 강타했던 메르스만 해도 세상에 알려진지 얼마 되지 않는 신종 감염병이었다. 그런데 질병이 퇴치되거나 박멸이 되는 경우도 있다. 바로 예방접종에 의해서이다. 천연두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망자를 유발한 감염질환 중 한 가지로 꼽힌다. 실제로 전 세계에서 최소 1억 명 이상이 천연두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그러나 1979년 소말리아에서 마지막 천연두 환자가 발생한 이래 WHO는 지구상에서 천연두가 박멸되었다고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2000년에 3만명 이상의 환자가 발생했던 홍역은 현재 퇴치 수준으로 관리되고 있다. 감염질환의 발생이 감소하는데 다양한 요소들이 관여하지만 예방접종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는 이견이 없다. 예방접종으로 질병의 예방이 가능함에도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다. 실제로 나이지리아의 경우 예방접종이 불임이나 에이즈를 유발시킨다는 괴소문이 퍼지면서 주민의 상당수가 백신 접종을 거부하였고 이로 인해 소아마비 발병이 지속되기도 했다.그러나 WHO, 빌앤 맬린다 게이츠 재단(Bill & Melinda Gates Foundation) 등 국제기구와 나이지리아 정부의 노력으로 예방접종률이 향상되면서 소아마비 발생이 급격히 감소하였고 2014년 7월 이후 환자 발생이 없는 상태가 되었다. 그리고 2015년 10월 WHO는 소아마비 풍토병 발생 국가 명단에서 나이지리아를 제외했다. 물론 예방접종이 모두 100%의 예방효과를 가진 것은 아니다. 드물지만 예방접종을 통해 이상반응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더 안전하고 더 효과적인 예방접종을 개발하기 위한 노력은 여전히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의 예방접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득은 이미 위험을 충분히 상회하고 있다. 그리고 예방접종은 이상향에 불과할 수 있는 ‘질병이 없는 세상’이라는 꿈에 조금이라도 다가갈 수 있게 해 주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기도 하다. 얼마 전 인유두종바이러스백신(자궁경부암백신)이 우리나라 국가예방접종사업에 도입되어 청소년을 대상으로 무료접종이 시작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앞으로도 질병을 예방할 수 있는 다양한 백신이 계속 개발되기를, 그리고 이러한 백신에 대한 국민들이 접근성이 지속적으로 높아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최원석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감염내과 교수

[경기시론] 자녀가 생생하게 꿈을 그리도록 하라

마하트마 간디(Mohandsa K. Gandhi)는 말했다. “인간은 생각에 의해 움직인다. 생각은 말로 표현된다. 사람은 생각의 결과물일 뿐이다. 생각하는 것이 바로 자기 자신인 것이다” 생각은 무엇이든 되게 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게 하며, 얻고자 하는 것을 가질 수 있게 해준다. 실제 이루어져 있는 모습 그대로 생각하는 것은 꿈을 이루는 두 번째 단계이다.국회의원의 꿈을 가진 사람은 국회의원이 되어 있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해야 한다. 그것도 아주 구체적으로 상상해야 한다. 가능하면 국회의사당 내에 들어가 국회의원 자리에 앉아 그 사진을 찍어 책상 앞이나 머리맡에 붙여놓고 아침에 일어났을 때 보고, 저녁에 자기 전에 보면서 국회의원이 된 모습을 상상해야 한다.여기서 중요한 것은 긍정적인 모습을 상상해야 한다. 내가 원하는 것의 반대를 생각하지 말고 내가 원하는 것만을 생각해야 한다. 체중을 감량해야 한다는 목표보다는 날씬한 자신의 몸매를 상상해야 한다. 전쟁 반대를 목표로 내세울 것이 아니라 평화 안착을 목표로 해야 할 것이다. 생생하게 상상하라는 것은 이루어진 모습을 머릿속에 그리라는 뜻이다.이런 구체적인 목표가 우리 자신을 그 꿈에 한 발짝 더 다가서게 만든다. 끌어당김의 법칙은 구체적으로 생생하게 원하는 것이 꿈 실현의 첫 단계라고 강조한다. 지금 자신의 모습과 현재는 다른 누가 아니라 자신이 원해서 이루어진 것일 뿐 그 어떤 이유로도 설명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원하는 것을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상상하여 원한다면 그에 맞는 행동을 하게 되고 그에 맞는 방법과 목표를 세울 수 있다. 그런 후 폴 마이어의 예처럼 꿈과 목표를 향해 매진하면 목표 달성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많은 성공학 책들은 이런 예를 들기도 한다. 자신이 무엇인가 되기를 원한다면 마치 지금 그 목표가 이루어진 것처럼 행동하라는 것이다. 그것은 아마도 자신이 되고 싶은 그 무엇인가가 되어 있을 자신을 구체적으로 상상하면, 그 꿈에 더 가까이 갈 수 있다는 뜻도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만약에 우리 주위에 긍정적인 삶을 살아가는 구체적인 멘토로 삼을 만한 사람이 있다면 그를 모델로 삼아 구체적으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상상하라.그 사람처럼 생각하고, 그 사람처럼 행동하고, 그 사람의 모든 성공 요인을 자신에게 끌어당겨라. 그렇다면 우주는 자신에게 구체적인 창조의 결과물을 베풀게 된다. 원하는 꿈을 끌어당김의 법칙으로 실체화된 상황을 창조의 법칙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한 끌어당김과 창조의 법칙은 우리를 꿈꾸게 하고 목표를 정하게 해준다.우리는 그 목표를 향해 끊임없이 전력 질주함으로써 더 나은 미래를 맞이한다. 이 법칙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끌어당김과 창조의 법칙은 항상 마음속에 설치되어 있으며, 내비게이션처럼 언제든지 꿈을 입력하고 실행하면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대다수의 사람이 자신의 꿈을 이루지 못하는 분명한 이유는 늘 꿈을 생각하고 그려보지 않을 뿐 아니라 그렇게 될 것이라고 믿지도 않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꿈과 믿음’이야말로 서로 끌어당겨 창조하는 핵심이다. 송하성 경기대학교 서비스경영전문대학원 교수, 한국공공정책학회 회장

[경기시론] 사회수요에 부합하는 융합형 인재 기르자

우리나라 대학교육이 사회요구에 부합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최근 IMD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대학교육의 경제사회요구 부합도는 조사대상 60개국 중 52위라고 한 것에서도 다시 확인할 수 있다.산업의 변화를 대학 교육과정이 적시에 반영하지 못하므로 기업이 대학 졸업자를 채용한 후 재교육 시간과 비용 소요로 인해 막대한 사회적 낭비가 발생하고 있다. 지역 산업의 수요와 대학의 인재 공급 간에 양적 질적 불균형을 바로잡고자 하는 노력이 절실한 이유다. 특히 우리나라의 미래 유망 신산업 분야에 이러한 노력이 더욱 필요할 것이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이 2015년에 발표한 미래 유망 신산업 중 ICT융·복합산업(미래형자동차, 산업용무인기, 지능형로봇, 웨어러블디바이스, 스마트홈), 에너지신산업(에너지저장시스템, 태양광, 스마트그리드), 신소재(탄소섬유, 마그네슘ㆍ타이타늄), 바이오헬스(바이오의약, 스마트헬스케어)의 4대 신산업분야에 대한 인력수요는 매우 높아질 전망으로, 미래 유망 신산업의 인력수요는 2020년까지 총인력 21만명, 신규인력 11만명 정도로 전망되며, 화장품을 제외할 경우 총인력 17만명, 신규인력 9만명 정도로 전망되었다.이에 반해 우리나라 대학들의 미래 유망 신산업 분야 인재 배출 준비는 직접적으로 관련되는 학과 수만 조사해보아도 매우 미흡하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대학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위와 같은 상황에 대처하는 대학의 자세는 명약관화일 것이다. 우선, 기업의 요구에 맞는 직무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근본적인 연구를 해야 한다. 이를 위해 대학은 교육의 주체가 자신들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지역 내 연구소, 기업들과 일체가 되어 대학 교육을 수행해 나갈 것을 제안한다. 필자의 대학에서는 2016년 1학기 취업보장형 산학일체 교육을 5개 연계전공을 설치하여 시작하였다. 참여하는 가족기업과 학생들 모두 그 교육에 매우 만족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또한, 통섭적 인문소양 개발을 위한 사회수요 맞춤형 교과과정 운영과 핵심역량 강화를 위한 교양 교육에 힘써야 한다. 현대 사회는 통섭적 능력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능력의 배양을 위해 인문적 소양과 융합된 취업 관련 교과를 교양 필수 등으로 지정하여 인문소양을 배양할 수 있는 교육과정을 고려할 수 있다. 사회적 수요와 신산업 발전에 따른 융합인재 양성에도 대학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우선 사회적 수요와 현재의 대학 역량을 고려하여 융복합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이 좋은 출발점이 될 것이다. 여기서의 성과를 바탕으로 차츰 신산업 분야의 전공을 신설해나가야 한다. 물론 이때 대학이 속한 지역산업 여건을 잘 고려하여 특성화해 나가는 것을 잊지 말아야 중복 투자에 의한 폐해를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대학들은 여러 가지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그러나 대학교육이 사회요구에 부합하느냐 못하느냐의 기로에도 서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위기는 위험과 기회가 합쳐진 말이라는 상식을 다시 떠올려 본다. 이정열 중부대학교 부총장

[경기시론] 중국의 ‘혼수모어’ 전술을 경계하라

중국은 수백개로 나누어진 국가였던 춘추전국시대부터 진나라가 통일할 때까지 자신들이 살아남고 발전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과 전술을 구사해왔다. 역사적으로 중국인의 다양한 계책들이 집대성된 많은 책들이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손자병법, 육도삼략, 36계 등이다. 그 중 36계의 제20계인 ‘혼수모어’는 물을 흐려놓고 고기를 잡는다는 계책으로 적의 내부를 혼란시켜 전력을 약화시킨 다음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상황을 전개시킨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중국은 대외정책에서 이전부터 내려오던 많은 전략과 전술을 구사하고 있다. 덩샤오핑 시기의 ‘숨어서 실력을 키우고 때를 기다린다’ 는 뜻의 도광양회(韜光養晦)는 한동안 우리에게 익숙했던 단어이다. 실제로 중국의 정책은 자신의 국력을 성장시켜 G2가 된 이후 ‘할 일은 하겠다’ 는 유소작위(有所作爲)로 바뀌었고, 시진핑 시기에는 훨씬 더 적극적이고 공세적인 외교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얼마 전 북한의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인 리수용이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국가주석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회담을 가졌다. 시진핑 주석은 이 자리에서 북한 대표단의 방문은 북한 노동당과 중국 공산당 사이에 전략적 의사소통을 진행하는 훌륭한 전통을 다시 보여주었다고 평가하였다. 이 방문이 있기 전까지만 해도 북한은 자신의 전통적 우방이자 한반도 문제의 직접 당사자인 중국의 외교적 권위에 도전하는 일을 서슴지 않았다. 그러나 시진핑 주석이 김정은의 노동당 위원장 추대에 축하 전문을 보내면서 그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중국 남자 농구팀이 북한에서 친선경기를 가지고 김정은은 마지막 경기를 직접 관람하였다. 중국이 북한에 대한 최근의 전술적 변화는 바로 ‘혼수모어’ 계책을 구사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북한의 핵개발에 대해 한국과 미국은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인 사드(THAAD)배치를 기정사실화 하고 있다. 중국은 사드를 한반도에 배치할 경우 자신들의 안방까지 들여다 볼 수 있다고 생각하고 한국을 미국의 대중국 봉쇄의 전략적 전초기지로 인식하면서 북한을 이용하려고 하고 있다. 실제로 한국은 군사적으로는 미국과의 한미동맹을 축으로 안전을 추구하고 북한의 핵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있고, 동시에 경제적으로는 중국과 밀접한 협력을 유지하고 있다. 중국은 한국 정부의 정책을 충분히 꿰뚫어보고 한반도에서의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해 다시금 ‘북한카드’를 꺼내들어 한국을 압박하고 있다. 한국의 입장에서 안전을 위해 미국의 사드배치를 반대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중국의 새로운 북한 끌어안기에 대해 특별한 대책을 가지고 있지도 못하다. 이러한 중국의 ‘혼수모어’ 전술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중국이 시도하는 전술의 행간(行間)을 읽을 줄 아는 혜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중국의 전술에 말려들지 않기 위해서는 미국과 중국의 의도와 한반도와 동북아에서의 역학 구조를 냉정히 분석하고 미중간의 관계에서 적절한 균형을 찾아야 할 것이다. 박기철 한중교육문화연구소 소장·평택대학교 교수

[경기시론] 아름다운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지난 칼럼에 이어 필자는 경기시론을 통해 우리사회 시대정신에 대한 고민을 연속적으로 정리하고자 한다. 시대정신을 한 시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보편적인 정신자세나 태도라고 정의할 때, 필자는 현재 한국사회에 가장 절실하게 요구되는 시대정신이 사회통합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맥락에서 지난 몇 주간 우리 사회에서 벌어졌던 사회분열을 야기시키는 일련의 논쟁들을 생각하면 답답하다. 사례1. 5·18광주민주화운동의 정신을 기리는 행사에 임을 위한 행진곡을 기념곡으로 지정하자는 야당과 이를 거부한 정부(보훈처) 간 논쟁! 야당 원내대표와의 회담에서 사회통합을 깨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야당의 요구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던 대통령의 언급도 있었는데, 과연 기념곡 지정을 수용하는 것이 사회통합을 깨는 것인가? 또한 정부의 기념곡 수용 불가의 입장이 나오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야당의 원내대표는 앞으로 국정에 공조할 수 없다고 발표했다. 과연 기념곡 지정이 현재와 같이 어려운 시기에 반드시 필요한 협력(협치)의 의지를 깰 만큼 중대한 사안일까? 임을 위한 행진곡이 지니는 의미는 기념곡으로의 지정보다 5·18민주화운동이 한국의 민주화 과정에서 가지는 역사적 의의에 대한 상징일 것이다. 당시 희생당한 영령들은 기념곡 지정과 한국사회의 통합 중 어떤 것이 더 중요하다고 할까? 화가 치민다! 사례2.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소위 김영란법 제정과 관련한 논란! 물론 한국사회의 가장 큰 병폐 중 하나가 부정부패라는 것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이 법의 제정이 과연 ‘윗분’들의 부정부패를 막을 수 있을까? 아니면 작은 선물과 조촐한 식사를 통해 서로의 정을 나누는 소시민의 일상에 대한 통제에 불과할까? 그래 좋다! 작은 선물과 식사조차도 하지말자는 취지라고 긍정적으로 이해하자.그러나 여기서 문제는 김영란법과 같은 법적 규제로 인한 불신의 조장이다. 엊그제 스승의 날 제자들에게 선물을 받았을 때 5만원이 넘느냐고 물어서 웃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웃을 일이 아니다. 만약 5만원 미만이라고 해도 영수증을 보여달라고 해야 할 것이다. 만약 그 이상이라면 문제가 될 수 있으니까… 더러운 세상이다! 사례3. 강남 여자화장실에서 발생한 살인사건! 너무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나 과연 그 살인을 한국사회에 만연해 있는 여성혐오증으로 이해하는 것이 맞는가? 이 사건은 한 조현증 환자가 한 인간을 살해한 것으로 봐야지, 여성을 혐오하는 한국사회의 남성이 혐오 대상인 여성을 살해한 것이 아니다. 물론 한국사회의 성차별 문제는 개선되어야 한다.그러나 치안문제에서 발생한 사건을 한국사회에 만연해 있는 남성의 여성에 대한 혐오로 확대시킬 수는 없다고 본다. 강남 화장실 살인사건에 대한 우리사회의 논쟁을 보면서 나 아닌 모두를 갈등의 대상으로 보고 적대시하는 한국사회의 일면을 보는 것 같다. 가슴 아프다! 필자는 강의를 시작하기 전에 항상 최근의 사회적 이슈에 대해 학생들과 의견을 나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지난 2~3주 동안의 주제는 어둡고 화나는 내용뿐이었다. 바라건데 이번 주에는 학생들과 가슴 울리는 뿌듯한 사회 이슈에 대해 아름다운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최순종 경기대학교 교수

[경기시론] 남녀공용화장실에 빛과 눈을

‘강남역 남녀공용화장실 묻지마 살인사건’의 파장이 만만치 않다. 이번 사건의 본질은 어떤 범행인가에 대한 논쟁이 아니라 여성들이 자주 찾는 화장실을 안전지대로 만들어야 한다는 숙제를 우리사회에 남겼다. 공중화장실에서는 별의별 범죄가 일어난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4년에는 총 1,795건이 화장실에서 발생하였고, 이 가운데 835건이 성범죄였다고 한다. 특히, 공중화장실 살인사건의 잔혹성은 이번 사건 말고도 아래의 사례를 보면 그 실상을 보다 더 잘 알 수 있으리라. 대학가 근처에 있는 노래방 옆집 담 밑에서 피투성이인 여자의 시체가 엎어져 있는 것을 보고 집주인이 경찰에 신고하였다. 수사결과 최초 사건현장은 앞집 노래방 남녀공용화장실이었다. 범인이 여기서 강간을 자행하고 살해한 다음 시체와 피해자의 옷 등을 눈에 띄지 않도록 옆집 담 너머로 던져 은닉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범인은 휴가를 나온 병사로 소변을 보려고 화장실에 들어갔다가 마침 여자가 소변보는 소리를 듣고 순간적으로 정욕을 참지 못하여 피해자를 폭행 후 강간, 살해하였다는 것이다. 강남역 사건과 화장실 범죄통계 및 위의 사례들이 암시하는 바는 무엇일까? 유독 남녀공용화장실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화장실에서 범행을 저지르는 사람들은 왜 그곳을 선택했을까 하는 여러 가지 의문을 품은 직하다. 첫째는 화장실 위치이다. 아직도 상당수의 화장실이 복도의 끝자락이나 계단참 혹은 공간 활용도가 매우 낮은 외진 곳에 설치되어 있다. 둘째는 영역감이 확보되지 않은 점이다. 화장실 문화가 날이 갈수록 달라지고 있기는 하지만 대다수의 남녀공용화장실이 비좁고 어둡다. 더욱이 남녀의 생물학적 차이에 대한 배려를 찾아보기 어려운 곳이 아직도 많다. 마지막으로 방범시설이나 안전시설이 전무한 곳이 많다는 점이다. 건물주나 업소주인들이 잠시 볼일보고 나오는 화장실에 고가의 방범시설이나 안전장치를 설치하는데 주저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최근에 우리나라도 소위 ‘셉테드(CPTED)’ 기법을 적극적으로 도입·시행하고 있다. 이 기법은 범죄의 구성요건이 되는 가해자, 피해자, 대상물건, 장소들 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해 범죄를 예방하려는 일련의 물리적 설계를 의미한다. 이에 따라 신도시나 뉴타운의 건설, 아파트의 설계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범설계들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화장실 설치장소에 대한 설계기준을 달리해야한다. 화장실은 안온하고 많은 사람의 눈길이 머물러 자연적인 감시가 가능한 곳에 설치해야 한다. 이런 가운데 남녀공용화장실에 대한 대대적인 정비가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화장실을 더 이상 사각지대나 계단참에 설치하지 말아야 한다. 화장실에 남녀의 영역을 확연히 나누어 영역감을 확보해야 한다.자연적인 감시가 불가능하거나 미비한 곳은 첨단 방범시설을 통하여 그 단점을 보완해야 한다. 이제 화장실은 범인들이 근접하지 못하는 밝은 빛과 안정감 그리고 자연적인 감시의 눈이 있는 곳이라고 여성들이 인식할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 전대양 가톨릭관동대학교 교수·한국범죄심리학회 회장

[경기시론] 5단계 꿈 이루기

폴 마이어Paul Meyer는 간단하면서도 명료한 ‘100만 달러의 성공 계획’을 실천하여 27세에 생명보험 역사상 최고의 기록을 세우며 백만장자가 되었다. 목표의 중요성을 이야기할 때, 폴 마이어는 제너럴 모터스의 도장 공장에서 일하던 두 형제에 대한 이야기를 하곤 했다. 두 형제의 시작은 같았지만 정년퇴직 무렵, 형은 여전히 도장공이었고, 동생은 GM사의 사장이 되어 있었다. 과연 둘 사이에 무슨 차이가 있었을까? 바로 목표를 가지고 살았느냐 아니냐의 차이다. 동생은 잠시도 자신의 자리에 안주하지 않았으며, 목표를 세워 달성해 나갔다. 그는 형이 제자리에 머무는 동안 계속 새로운 목표를 설정했고, 조금씩 앞으로 나갔던 것이다. 그는 성공하는 다섯 가지 성공 계획을 다음과 같이 말했다. 첫째, 생각을 명료하게 하라. 성취하고자 하는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하라. 치열한 열정과 확고부동한 목적의식을 갖고, 그 목표를 달성하는 데 전념하라. 둘째, 목표 달성을 위한 계획을 세우고, 최종 시한을 정하라. 매월, 매일, 매시간 목표 달성의 경과를 신중하게 계획하라. 체계화된 활동과 지속적인 열정이야말로 힘을 샘솟게 하는 원천이다. 셋째, 인생에서 원하는 것들을 충심으로 구하라. 불타는 욕구는 인간의 모든 행동에 최고의 동기를 불어넣어 준다. 성공하고자 하는 욕구는 ‘성공 의식’을 심어주고, 그것은 다시 힘차게, 점점 증강되는 ‘성공 습관’을 갖게 해준다. 넷째, 자기 자신과 자기 능력에 대한 최상의 확신을 키우라. 실패 가능성을 염두에 두지 말고 모든 활동을 시작하라. 자신의 약점 대신 강점에, 자신의 문제점 대신 능력에 집중하라. 다섯째, 장애와 비난, 그리고 여건이 어떻든 또 남들이 어떻게 말하고 행동하든 자신의 계획을 실천하겠다는 집요한 결의를 품어라. 끊임없이 노력하고 주의력을 기울이며 힘을 집중시키겠다는 결의를 다져라. 기회는 기다리기만 하는 사람에게는 결코 오지 않는다. 싸워서 쟁취하고자 하는 사람만이 기회를 붙잡을 수 있다. 그는 이 다섯 가지를 다 갖추었다면 자신에게 두 가지 질문을 하라고 한다. 이 일은 과연 내게 가치가 있는가? 나는 필요한 시간과 돈과 노력을 기꺼이 투자하겠는가? 이 두 가지 질문에 확신이 있다면 그것을 실행에 옮기라고 한다. 이처럼 꿈은, 꿈이라는 동기부여를 통해 그 꿈을 이루려는 목표를 세우게 하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꾸준하게 반복하여 최선의 노력을 다하게 한다. 또한, 목표가 있다는 것은 언젠가는 그 목표를 이루겠다는 굳은 의지와 각오를 동반하게 된다. 나의 도전과 성취의 모든 과정을 통해 체득한 바를 바탕으로 꿈을 이루는 다섯 단계를 만들었다. 송하성의 꿈 이루기 5단계이다. 첫 단계, 큰 꿈을 가져라. 둘째 단계, 꿈이 이루어진 모습을 생생하게 상상하라. 셋째 단계, 꿈이 이루어지도록 간절하게 구하라. 넷째 단계, 진정으로 그 꿈이 이루어질 것을 믿으라. 다섯째 단계, 그 꿈과 목표를 향해 열정적으로 돌진하라. 망설이지 말고 행동하라. 바로 지금! Just Now, Just Do it! 송하성 경기대학교 서비스경영대학원장

[경기시론] 위해-소통의 핵심은 신뢰

국내 4번째 지카바이러스 감염자가 확인되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 동안 3명의 환자는 남성이었던데 반해, 4번째 환자는 여성이어서 그간 알려져 왔던 신생아소두증 등에 대한 우려가 더 커지는 것 같다.이 기사에 이어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모기 중 흰줄숲모기가 상당히 있다는 기사,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흰줄숲모기에 물렸을 때 지카바이러스 감염 가능성에 대한 기사가 이어진다. 기사의 제목만 이어서 보면 우리나라에 지카바이러스가 들어왔고 매개모기가 있으니 올 여름에 모기에 물리면 지카바이러스에 감염될 것 같은 불안감이 들게 된다. 그러나 현재 상황에서 외국에 방문한 적이 없는 우리나라 사람이 국내에서 지카바이러스의 감염을 걱정하는 것은 지나친 기우(杞憂)이다.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흰줄숲모기의 경우 지카바이러스의 주된 매개체는 아니다. 같은 플라비바이러스에 속하고 같은 모기에 의해 매개되는 뎅기열의 사례를 보면, 아직 국내 모기에서 바이러스가 발견되었거나 국내에서 환자가 발생했다는 증거는 없다. 물론 향후 뎅기바이러스나 지카바이러스 감염의 국내 발생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를 대비한 조치들이 선제적으로 시행되는 것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와는 별개로 국민들이 현재 상황에서 미리 불안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 공중보건의 위기상황이 발생할 때, 이에 대한 실제적인 대비와 함께 국민들의 적절한 이해 및 행동변화를 위해 꼭 수행되어야 하는 것이 있다. 바로 위해-소통(risk-communication)이다. 감염성 질환의 경우 위해-소통이 적절하게 이루어지게 되면 국민들은 질병에 대해 적절한 수준의 이해와 경각심을 갖고 이에 대한 대비를 하게 된다. 2009년 신종인플루엔자 대유행, 2015년 메르스 유행 상황을 보면, 우리 사회에서 위해-소통은 그리 성공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하는 것 같다. 자극적인 기사를 주로 보도했던 언론에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 공중보건의 위기 상황에서는 언론도 공공기관과 같은 역할을 해 주어야 한다. 정확한 내용을 책임감 있게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위해-소통의 중심은 정부여야 한다는 점에서 정부기관의 역할에 아쉬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 최근 지카바이러스 등을 포함한 공중보건의 문제에 대해 정부가 발표하는 내용을 보면 알려져 있는 전문가적 지식과 다르지 않다. 그런데 정부의 발표에 대해 일단 의심을 품고 바라보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다. 무엇이 문제일까? 위해-소통에 대한 세계보건기구의 보고서를 보면, “위해-소통에서, 신뢰가 거래 수단이다.”라는 기술이 있다. 즉, 신뢰, 특히 정부기관에 대한 신뢰가 있어야 성공적인 위해-소통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언제인가부터 정부기관에 대해 국민들이 잘 신뢰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었다. 정확한 내용이 전달되고 있다는 것만으로 위해-소통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고 할 수 없다. 이러한 내용이 신뢰성 있게 전달되도록 하는 것, 이를 위해 먼저 정부기관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한 길이 무엇인지 깊은 고민이 필요한 때이다. 최원석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감염내과 교수

[경기시론] 융합, 새로운 시장의 블루오션

융합(融合)이란 사전적으로 ‘다른 종류의 것이 녹아서 서로 구별이 없게 하나로 합하여지는 일’ 이라는 의미를 갖는 것으로 현 정부가 발표한 9대 전략산업의 핵심적인 요소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산업계에서의 융합은 시장의 욕구를 충족시키기기 위해 제품과 제품, 제품과 서비스 등과 같이 결합되는 것을 말한다. 우리나라는 IT 강국으로서 ICT에 기반한 융합을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노력해 왔으며, 그 결과 산업 분야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최근 들어 많은 산업 분야 중에서 융합을 통해 다양한 산업에 커다란 변화와 혁신을 일으키고 있는 대표적인 분야가 사물인터넷(IoT)을 중심으로 한 융합산업 분야라고 볼 수 있다. 그 주요 산업분야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스마트 에너지 분야는 전력망에 정보통신 기술을 접목하여 전력의 생산 및 소비정보를 양방향으로 처리함으로써 에너지 효율을 최적화하고 신뢰성까지 향상시키기 위한 차세대 전력망 기술이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테슬라(Tesla)의 전기자동차는 스마트 에너지 분야의 구심점이 될 수도 있다. 둘째, U-헬스케어 분야는 웨어러블 기기 등을 활용한 건강관리부터 원격진료까지 성장 가능성이 가장 높은 분야로 손꼽히고 있다. 삼성, 애플과 같은 글로벌 기업들은 센서를 통해 수집한 건강 정보를 병원으로 전달해주는 헬스케어 생태계 조성에 나서고 있다. 셋째, 현대인의 필수품 중의 하나인 자동차와 ICT가 융합되어 빠르게 진화되고 있는 분야가 스마트카·교통 분야이다. 자동차가 다양한 센서, 디스플레이, 인터넷 연결성 등을 확보하면서 더 이상 이동수단이 아닌 새로운 IT 플랫폼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애플과 구글은 자동 주행 기능을 탑재한 무인 자동차와 같은 차세대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넷째, 사물인터넷과 이를 활용한 융합기술이 확산되면서 보안 분야도 미래유망산업으로 대두되고 있다. 사물인터넷과 이종 산업의 융합에 따라 다양한 산업 분야에 보안기능이 필수로 요구되면서 시장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융합은 비단 산업시장 뿐만 아니라 대학에서도 큰 블루오션이 되고 있다. 학계에서의 융합은 각 주체 학문들이 정체성과 독립성을 유지하면서, 특정 연구 목적을 위해 서로의 공통 개념을 만들어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일련의 협업 과정으로 볼 수 있다. 필자가 근무하는 대학에서도 모든 세부전공 영역은 최소 1개 이상의 융복합 연계 전공에 참여시키고, 융복합 연계전공은 2개 이상의 전공에서 추구하는 교육목표와 사회진출 분야를 명확히 함으로써 전공의 독자성은 유지하면서도 관련 학문간 연계 및 융복합이 활발히 이루어질 수 있는 학사구조개편과 교육과정 설계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처럼 우리 시대의 대학들은 신산업과 사회 수요를 기반으로 한 학문융합과 그에 따른 투자를 지속함으로써 미래사회의 변화를 선도해 나가고자 하고 있으며, 향후 융합산업에 필요한 전문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잘 가르치는 대학’을 가늠하는 중요한 잣대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 이정열 중부대학교 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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