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도시는 단순히 물리적 공간의 의미를 넘어서고 있는 듯 보인다. 우리 주변의 일상이 어떠한지를 조금만 주의 깊게 살펴보면, 입고, 먹고, 잠자는 인간 생존의 기본 욕구는 물론 우리를 둘러싼 관계망이 도시의 원리로 짜여지고 작동되어 짐을 눈치 챌 수 있다. 도시의 원리를 한 두 마디로 규명하기란 쉽지 않겠지만, 모든 것을 산산이 쪼개고 나눠 놓고는 이를 다시 애써 이어 맞추는 일인 듯싶다. 애당초 그렇게까지 쪼개고 나누지 않았던들, 힘들게 이어 맞추려 하지 않아도 될 법한데, 굳이 그리함을 보면 무슨 깊은 속내가 있는 것 같다. 어찌됐든 그리해야 개발과 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다며 호기롭게 외치는 이들도 있지만, 도시의 원리는 이제 그 효용성이 한계에 다다랐음을 도처에서 확인할 수 있음도 사실이다. 도시에 사는 예술가들이 마을로 갔다. 그렇다고 우리네 마을이 새로운 신천지일 수 있다고 단박에 얘기할 순 없겠다. 그것은 지금의 우리네 마을에서도 도시의 원리가 만만치 않은 작동 기재로 움직이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고, 예술가들 또한 거기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마을로 번지는 도시의 원리는 그 규모와 속도가 심상치 않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을엔 아직도 도시와는 다른 기억의 흔적들이 꽤 남아있다. 어떤 이들은 이를 두고 복고적 정서에 기대는 무기력증이나 곡절 있는 특이 취향 등으로 치부하기도 하지만, 오히려 그런 시각은 숨을 헐떡이며 어렵사리 연명하는 도시의 오래되고 낡은 습성을 벗어나지 못한 탓일 것이다. 만일 우리가 마을을 정면으로 바라볼 수만 있다면, 그 곳에서 쪼개지고 나눠지지 않은 그 자체로써 온전하게 이어진 삶의 모습을 찾을 수 있다. 그것은 비록 크고 빠르진 않지만, 자급과 순환, 공생이라는 미래지향적이고 진취적인 삶의 역동성을 그려내고 있다. 그럴진데 이제 와서 마을이 도시의 진부함을 닮으려 할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문화예술로 마을 만들기 작업 이렇듯 우리가 그려낼 마을이란 자연과 사람, 사람과 사람, 일과 놀이 등이 쪼개지고 나눠지지 않은 통합의 마을이자, 진보하는 삶의 가치를 지지하는 마을이다. 거기서 문화와 예술 역시 삶과 일상에서 따로 떨어져 나온 그 무엇이 아니라 한 몸으로 이어져 있음은 물론이요, 마을의 상상력의 전위가 된다. 그러나 여전히 문화예술에 대한 갇힌 시선의 장애는 도시에서 마을로 간 예술가들에겐 넘기 힘든 과제가 되고 있음도 숨길 수 없다. 그런 시선의 모습은 여러 형태로 보여진다. 우선은 흔히들 예술과 마을의 짝 맺음을 어색해 하며, 서로를 경원하고 낯설어 하곤 한다.
공동체의 삶일상 향해 열려 있어야
그런가 하면 그저 서로를 치장시켜주는 분장사인 양 하거나, 마치 문화예술이 무슨 전지전능한 마이더스의 손이라도 되듯이 단기필마로 마을의 모든 것을 안으라 한다. 문화예술로 마을 만들기란 닫힌 문화예술로는 도달할 수 없는 문화예술의 새로운 지평을 탐색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그 곳에서 문화예술은 따로 나홀로가 아니라 개인과 공동체의 삶과 일상을 향해 항상 열려 있어야 하며, 마을 공동체의 정치, 경제, 사회문화적 스펙트럼을 담아서 들어내는 총화일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에 그것은 형해화된 문화예술도 아니지만, 문화예술의 도구화를 부르는 것은 더욱 아니다. 어찌 보면 그 모든 것에 열리고, 그 모든 것을 담아낼 수 있음이 문화예술의 힘이기도 하다. 박명학 예술과마을 네트워크 상임이사
오피니언
박명학
2012-08-15 19: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