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은 백년지대계라 했던가? 그러나 무색하게도 우리의 교육정책은 백년은커녕 한치 앞도 보기 어려운 오리무중의 양상이다. 조령모개(朝令暮改)식의 정책개정과 개악(改惡)으로 인하여 학생들은 임상실험(?)의 대상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최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박성호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20092012년 교권침해 현황을 보면 이미 교사들의 권위와 사기는 땅에 떨어져 있고, 이로 인해 경륜 있는 교사들이 학교를 떠났는가 하면, 교실이 붕괴되고 학원(學園)이 학원(學院)화 되어가고 있다. 한편 미술교육의 현실은 이를 잘 반영하고 있다. 중고교에 미술실이 없는 학교가 태반이고 교구설비도 모든 실습실 중 맨 뒷전이다. 교과서는 50년 전의 골격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으며 교육당국에서는 체계적인 미술교육프로그램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사실 미술은 단순히 인간의 정서를 순화하고 삶의 질을 윤택하게 하는 점을 넘어서 인간과 이에 결부된 모든 환경적 조건과 맞물려져 있는 분야다.
그래서 구미 각국의 경우 모든 학습에 미술활동을 결부시킨다. 말하자면 자연인간미술을 별개의 것으로 보지 않고 하나의 맥락 안에서 이해하고 교육과정을 전개시켜 나가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미술은 일상 속 깊이 침투해 있으며, 조형교육 역시 일상 안에서 시각적인 문제뿐 아니라 촉각, 후각, 청각, 미각 등 오감을 조화시킨 조형교육을 전개하는 중이다. 미국의 미술교육 기초 골격안 (Basic Art Skills, USA)을 보게 되면 대상의 주제, 상황, 위치 등 여러 관계를 관찰한다.(유치원), 일반적인 감각과 미학적 감각의 차이를 비교해 본다.(초등학교 3~5), 환경에서 시각과 촉각에 대한 작업이 어떻게 조화되어 가는지 알아본다.(중학교), 일상적인 삶에서 미학적인 특징을 찾아보고 그에 대해 심도 있게 조사관찰한다.(고등학교) 등에서 나타나듯이 이들은 미술을 별개의 것으로 생각하지 않고 자연(환경), 인간, 철학, 미술을 하나의 시공간적 상황 안에서 전개시켜 나가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미국의 미술교육에서는 미술은 각 분야에 겹쳐 모두 활용되고 있음을 강조하고, 조형교육에서도 다양한 매체를 사용한 각기 다른 예술을 발견하고 매체와 문화와의 관계를 분석하는 것을 미술교육의 주된 테제로 삼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미국의 경우 한국처럼 구체적 지시나 획일적 전달체계가 아니라는 점과, 미술교과목이 일시적 성과보다는 좋은 인간육성을 전제로 한다는 점, 그리고 모든 교과목 중에서 미술이 한 단계 위에 서서 다른 교과를 통합처리한다는 점이 우리의 현실과 비교되는 대목일 것이다. 물론 한국의 미술교육과정도 비교적 잘 만들어져 있다. 아마 여러 나라의 모델들을 참조하여 좋은 점만을 추려냈기 때문일 것이다. 다만 모두 적용되는 것은 아니지만, 동시대적 가치와 형식을 도외시한 채 구태의연한 방식의 미술교육이 교육현장에 만연하고 있음이 문제다.
이는 일제에 의해 전염된 획일화 된 교육방식이 여전히 우리의 미술교육에 영향을 끼치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나름대로 여기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형태로 가려는 노력이 보이기도 하지만, 관계당국의 정책 부재와 연구 투자 빈곤 등으로 선진미술교육체제의 반열에 오르기에는 요원한 것이 현실이다. 이제 미술교육은 초등학교에서 고등학교에 이르기까지 최소 10년간 배우고도 미술은 어렵고 귀찮은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을 양산하지 않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경모 미술평론가수원문화재단 문화사업본부장
오피니언
이경모
2013-05-22 20: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