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뮤지컬(Cine-Musical), 즉 씨네컬(Cinecal)이란 말은 현재 존재하지 않는다. 영화와 뮤지컬을 합친 말이다. 영화면 영화고, 뮤지컬은 뮤지컬이지 씨네컬은 무슨 말일까? 언뜻 연상이 되지 않겠지만, 앞으로 이 장르는 새롭게 개척해야 할 미래의 부가가치 예술상품이다. 지난 22일 한국영상자료원 40주년 기념식이 있었고, 개막작으로 이국정원 공연이 있었다. 이국정원은 1958년 홍콩 쇼브라더스와 한국연예주식회사가 합작한 최초 한홍합작 영화로서 김진규, 윤일봉 등과 홍콩 여배우가 공연한 작품이다.
감독도 한중일의 세 명이 공동으로 했다. 이 영화는 소실된 것으로만 알려졌다가 최근 발견돼 공개된 것인데, 사운드 부분은 복원이 되지 않아, 영상자료원에서는 뮤지컬 배우들을 기용, 대사부분을 대신해 공개한 것이다. 이러한 시도는 무성영화 청춘의 십자로(1934) 이후 두 번째이다. 영상자료원은 2008년 무성영화 청춘의 십자로 상영에 변사를 기용해 일제시대 변사 무성영화를 감상하도록 상영회를 한 결과 대중적 인기를 얻는데 성공했다. 이번에 이병훈 원장은 다시 그 뒤를 잇는 기획으로 이국정원 변사영화를 선보인 것이다. 청춘의 십자로와 이국정원은 그 경우가 다르다.
청춘의 십자로는 일제 시대 변사무성영화를 현재 복원했다는 의미지만, 이국정원은 무성영화의 복원이 아니라, 유성영화의 사운드를 무대극으로 새롭게 변환시켰다는 의의가 있다. 이국정원 공연은 단순한 과거의 복원이 아니라, 현대극의 창조다. 이국정원 공연은 기존의 영화를 다른 매체와 결합시켜 제3의 매체를 창조해낸 융복합예술이다. 그 원형을 분석해보면, 이국정원 원본은 영화이고, 무대에 등장하는 악단은 음악이고, 이국정원의 연기자들 목소리를 담당하는 성우들의 연기는 연극이고, 중간 중간 춤과 노래가 나오는 장면을 무대에서 보여주는 부분은 뮤지컬이다. 이국정원 공연은 그런 의미에서 영화, 연극, 뮤지컬, 음악이 하나로 융합된 미래 창조예술이며, 현정부가 추구하는 문화산업의 전형적인 콘텐츠라고 생각한다. 이국정원 공연은 청춘의 십자로보다 진일보한 예술형태이고, 서로의 기능을 달리한다. 청춘의 십자로는 단지 복고적인 양식으로 관객들의 향수 내지는 호기심을 불러 일으킨다. 반면, 이국정원 공연은 젊은 세대들과 호흡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예술이다. 현대인에게 예술은 그 장르가 중요하지 않다. 그것이 관객의 감동을 끌어내고 동시대를 호흡할 수 있는 소통력을 갖고 있느냐가 중요하다. 이국정원 공연이 남긴 교훈은 이국정원 같은 지나간 고전 뿐 아니라, 현재 창작되는 영화를 이러한 융합상품으로 기획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심어준다. 그것을 씨네컬이라고 부르고 싶은 것이다. 이 씨네컬은 최근 한국에 불어닥친 뮤지컬 열풍과 영화, 드라마의 강세를 몰아 전 세계에서 독특한 한국만의 상품으로 자리잡을 수도 있다. 그 근거는 씨네컬이 한국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예술적 상품이란 점에 있다. 씨네컬이 기반하고 있는 한국의 고전은 판소리와 변사이다. 물론 변사는 일본이나 중국에서도 공유되고 있지만 이를 현대적으로 계승하고 있는 지는 미지수다. 한국도 변사의 전통은 거의 끊어져 있다. 마지막 변사인 신출옹의 검사와 여선생(1958)은 곧 사라질 운명에 놓여있다.
그 뒤를 이어 청춘의 십자로가 맥을 잇고 있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국제적으로 경쟁력이 있는 예술은 이렇듯 독자적인 고전적 맥을 갖고 있고, 그것을 현대화한 개성적 예술만으로 능력을 인정받는다. 씨네컬은 정부가 육성해야 할 중요한 품목이며, 미래의 문화상품으로 각광받을 가능성이 있다. 그런 작품들로 하여 미래는 좀 더 풍요로운 문화시대를 향유할 거라 생각한다. 정재형 동국대학교 교수
오피니언
정재형
2014-05-28 20: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