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카페] 지속 가능한 사회의 미술관

산업혁명 이후 20세기까지의 역사는 도시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팽창을 거듭해온 도시는 20세기 들어 도시문제에 관한한 그 극점에 이른 듯하다. 21세기 들어오면서 도시문제는 발전보다는 지속가능성에 무게를 두게 되었다. 성장 둔화, 도시 공동화 등 극한점에 이른 도시 문제는 발전을 목표로 삼는 그동안의 관점으로는 해결점을 찾기 어렵게 되었다. 도시문제의 해결을 위한 새로운 관점은 인간 삶의 가치를 경제적 가치에서 인간다운 삶의 질을 기준으로 삼는 것이다. 아직 시작일 뿐이고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지만 공장이 떠난 자리에는 아트센터가 들어서고 공원이 조성되었다. 여전히 메트로폴리탄이 경제와 문화, 정치의 중심에 있지만, 일부 이를 떠나 조용한 전원도시에 정착하는 인구가 늘어나는 것은 삶을 또 다른 기준에서 실현하려는 모습이다. 이달 15일부터 17일까지 한국박물관협회의가 주최하는 국제 학술대회의 주제가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한 박물관이다. 절박한 도시문제에 미술관이 기여할 수 있는 방안과 역할을 찾으려는 질적인 접근의 한 모습이다. 그리고 18일부터 열리는 독일의 베를린 아시아 태평양 포럼이 스마트 시티(smart city)를 주제로 열리는 것은 도시 발전의 새로운 패러다임의 필요성을 인지한 결과로 보인다. 10회째를 맞는 아시아 태평양 포럼은 낙관적이지는 않지만 과학기술이 인간에게 제시할 수 있는 희망과 가능성 그리고 도시 발전의 비전, 아시아 도시와의 관계형성 등을 모색하면서 10개의 공식 예술행사가 열린다. 이 공식 문화행사에 양평과 베를린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change-exchange 전시가 공식 행사로 열린다. 양평군립미술관이 개관하고 나서 양평 거주 여성작가 모임인 물뫼리란 단체 주관으로 2012년 시작된 전시는 매년 베를린과 양평에서 번갈아 교류전을 개최해왔다. 그 전시가 개인단체 교류전을 넘어 세계 최고 수준의 예술 활동이 펼쳐지는 베를린시의 공식 문화행사로 채택되어 우리 양평작가들이 공식적으로 초청되었다. 인구 10만의 조그만 전원도시인 양평이 국제도시 행사에 참여하고 작품을 선보이게 된 것이다. 세계가 통합된 정보사회로 발전하면서 이렇게 문화교류도 전문화되고 질적 교류의 장으로 전환되었다. 지속 가능성이 중요한 의제로 대두된 것은 불확실성이 그만큼 높다는 것에 대한 반증이다. 기업은 말할 것도 없고, 도시나 국가조차도 폐쇄성은 높아진 불확실성 앞에 더 이상 존립할 수 없는 환경에 직면하게 할 뿐이다. 대중적 교류의 경계는 이미 무너졌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교류는 아직 한류의 그것에 미치지 못한다. 국제교류에서 전문가들의 교류 증진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수준 높은 새로운 트렌드를 교환하는 지속 가능성 때문일 것이다. 또한 지속 가능성은 정체와 다르며, 끊임없는 전개와 다이내믹한 적응 노력을 소홀히 해서는 유지되지 않는다. 특히 현대미술을 전시대상으로 하는 미술관의 경우에는 새로운 예술경향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교류를 통한 예술의 수용과 현시는 공공미술관이 지속 가능한 사회에 기여하기 위한 전제이고 질 높은 공공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밑거름이다. 이철순 양평군립미술관장

[문화카페] 오케스트라 편성과 악기 배치, 음향적 통찰의 묘미

127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로열 콘세르트허바우 오케스트라가 지난주 내한하여 아홉 개의 베토벤 교향곡 전곡을 나흘 동안 연주했다. 대규모 악기 편성 오케스트라의 웅장한 베토벤 교향곡에 익숙해져 있던 청중들 사이에서는, 60명 미만의 연주자들로 구성된 체임버 오케스트라 규모 편성과(마지막 합창 교향곡의 경우는 예외로 하더라도) 독특한 악기 배치가 화젯거리로 회자되었다. 오케스트라의 역사는 관현악 편성이 확대되어 가는 역사이며, 오페라 하우스의 오케스트라 피트와 한정된 궁정 거실의 공간을 벗어나 대규모 연주회장의 넓은 무대로 옮겨가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곧 연주대상인 청중의 다변화와 확대의 역사이기도 하다. 베토벤이 자신의 교향곡에 트럼본을 포함시킨 것은 늘어난 청중과 확대된 연주회장의 규모 때문으로도 볼 수 있다. 1626년 프랑스의 루이 14세의 궁정악단이 24명의 현악 연주자들로 구성된 스트링 오케스트라의 형태를 처음으로 보이기 시작했고, 18세기 들어 하이든이 영국에서 지휘했던 오케스트라 규모는 현악, 목관, 금관악기와 팀파니를 포함하여 약 40명 정도였다. 1790년 이후 베토벤이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던 시기에는 플루트, 오보에, 클라리넷, 바순, 호른, 트럼펫, 트럼본이 둘씩 있고 팀파니와 40명이 넘는 현악기군이 함께 하는 2관 편성이 보편적인 형태였다. 이번 콘서트에서는 헝가리 지휘자 이반 피셔가 1800년부터 시작된 베토벤의 교향곡-소나타, 변주와 론도, 스케르초 등으로 혼합된 4악장 패턴을 가진 혁신적 교향곡 작품들을 연주하기에 가장 적합했던 그 당시의 악기 편성을 통해서, 오늘날 콘서트홀에서 흔히 접하는 대규모 편성의 과장된 관현악 연주와는 대별되는 전통적 접근, 즉 작품의 원형적 구조를 되살리려는 의도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나아가, 기존의 관례에서 벗어나 독특하게 악기를 배치한 데에서 지휘자의 독창적인 음악 및 사운드 만들기 작업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19세기부터 20세기 중반까지, 오케스트라 지휘자들은 고음대와 저음대 현악기를 지휘대를 중심으로 좌우 골고루 분산시켜 배치함으로써 전체 사운드의 공간적 균형을 추구하는 독일식 악기 배치다. 하지만 1945년 이후부터는 독일 지휘자 푸르트뱅글러가 제안하고 미국 지휘자 스토코프스키가 소개한 미국식 악기 배치가 대세를 이루었다. 특히 푸르트뱅글러가 사용했던 오케스트라 현악기군 배치는 지휘자를 중심으로 고음대 악기인 바이올린 I, II를 좌측에, 저음대 악기인 비올라, 첼로, 콘트라베이스를 오른쪽에 배치함으로써, 오케스트라 연주자들의 정확한 연주를 이끌어내고자 했다. 이는 오늘날 많은 오케스트라 지휘자들이 채택하여 사용하는 배치 방식이기도 하다. 이반 피셔는 베토벤 시대의 2관 편성을 중심으로, 플루트, 오보에, 클라리넷과 바순 순서의 일렬 배치나, 플루트 뒤에 클라리넷이 위치하고 오보에 뒤에 바순이 위치하는 2열 배치의 일반적인 방식에서 탈피하여 연주 작품에 따라 목관악기 위치를 뒤섞어놓았다. 현악기군은 1945년 이전의 독일식으로 배치했는데, 특히 무대 위에 단을 설치하여 가운데 맨 뒤쪽에 5~6개의 콘트라베이스를 배치한 것을 보면 마치 오디오의 서브우퍼와 같은 역할을 하도록 하고 있으며, 각 악기군 간의 음향적 조화나 입체적인 전체 사운드보다는 다소 평면적인 모노톤의 전체 사운드를 바탕에 깔아놓고 각 악기군들의 소리가 독립적으로 두드러지게 하면서도 서로 음악적으로 대화하는 면을 더욱더 조화롭게 들리게 하려는 실내악적 접근의 의도가 분명하게 깔려있다. 콘서트홀에서 경험하는 오케스트라 연주회 감상의 즐거움은 이렇듯 자연 재료로 건축한 콘서트홀의 자연 음향을 통해, 자연 재료로 만든 악기들이 한데 어우러져 만들어 내는 자연의 소리와 위대한 음악에 있다. 임형균 톤마이스터

[문화카페] 4월에 생각하는 영화

울적할 땐 영화만한 게 없다. 눈 뜨면 사건 사고 소식이요, 문 밖에 나서면 대기를 덮은 부연 미세먼지가 심란한 세상을 은유하듯 앞을 가린다. 그렇다고 숨어 은둔하기엔 삶이 절박하다. 확충된 사회관계망(SNS)은 좋든 싫든 다양한 정보를 쏟아 놓는다. 생명존엄은 어느 짝에 버려졌는지 찾을 길이 없고, 바닥을 치는 내수경제는 하루 벌어 사는 자영업자들의 탄식을 부르는데, 부패는 왜 그다지도 창궐하는 것일까. 터졌다 하면 온 나라가 들썩거린다. 와중에도 계절의 순환은 어김없고, 고통과 체념을 달고 사는 시민들에겐 올해의 4월도 잔인하기 이를 데 없다. 이런 세상인데 문화의 치유력마저 없었다면 어땠을까. 오히려 경기 어려울 때 영화흥행 실적이 좋아진다는 통계가 있다. 예술의 순기능을 역설적으로 말해주는 예라 하겠다. 현실에서 인본에 충실한 따뜻한 미담을 보고 듣기 어려울 바엔 픽션의 세계에서라도 감동과 위안을 얻고 싶은 게 당연한 이치다. 큰 돈과 시간 들이지 않고도 의미 있는 삶의 드라마에 동참하고자 하는 소박한 바람이 있어 극장이 좋다. 악의 편인 누군가를 응징하고 싶으나 행동으로 옮길 수 없는 소시민이라면 액션영화가 있다. 남녀상열지사의 주인공으로서 생의 의미를 반추하고 싶은 사람들은 멜로드라마로 위안을 얻고, 위인 부재의 시대에는 영웅담을 찾는다. 영화이기에 가능한 대리체험이다. 다양한 관심과 목적에 따라 우리 주변에 산재한 스크린을 골라 선택하면 제한적이나마 답을 얻을 수 있다. 영화의 사회적 치유력이 새삼 고맙다. 어떤 경우에도 가치 있는 영화에는 진실성이 전제된다. 일전의 <워낭소리>나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두 다큐멘터리 영화의 엄청난 흥행성공 사례는 우리가 진실에 얼마나 목말라 했는지를 잘 보여준다. 실존의 삶이 주는 진정성을 반추하며 인생이 무엇인지, 우리 민족의 유전인자가 어떤 것인지를 생각하면서 자신의 존재성을 진실 또는 진정성의 범주에 넣어 성찰해 보는 것이다. <명량>과 <변호인>, <광해, 왕이 된 남자>의 흥행성공도 다르지 않다. 이상향에 목마른 사람들이 극장을 메우고, 현실에서의 상실감을 벌충하며 일시적으로나마 위안을 얻었다. 이 영화의 주인공들이 보여준 진정성이 시대를 넘는 감화력을 가졌기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이 영화들은 제작진에게 남긴 성취감과 이윤의 크기 이상의 가치를 관객들에게 선물한 것이다. 횡행하는 권력 앞에 위축되고 탐욕에 눈먼 사회에서는 희망을 찾을 수 없다. 보편적 가치의 외면이나 윤리성의 실종 현상을 산업사회의 어쩔 수 없는 단면으로 이해하고 눈 감아 버린다면 인간이 금수와 무어 다르겠는가. 영화가 이를 환기 시킬 수 있다는 사실에 안도하며, 때문에 영화인들이 갖는 존재성은 소중한 우리의 자산이라 하겠다. 그렇다고 해서 배고픈 다수 영화인들의 허기가 채워지진 않겠지만 말이다. 꽃망울 펼친 라일락의 향에 기대 잠시 휴식을 취해보는 4월의 끝자락이다. 분노와 환멸의 한숨에 더하여 인간 본질에 대한 질문 앞에 괴로웠던 4월이 지나가고 있다. 일찍이 아놀드 하우저가 영화의 시대라고 정의했던 현대의 시대성은 21세기 초반인 오늘에도 유효하다. 잠시라도 시름을 잊고 싶을 땐 가까운 극장으로 가는 것이 어떨까? 4월이 다 간다 해서 잔인한 시간이 완벽하게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영화가 주는 치유의 힘이 소중하고 고맙다. 김영빈 인하대 교수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집행위원장

[문화카페] 프로야구 막내구단 kt wiz를 바라보며

프로야구가 겨울동안의 고된 스프링캠프 훈련을 마치고 2015년 정규시즌을 시작했다. 야구를 좋아하는 팬들은 시범경기부터 기다렸다는 듯이 폭발적인 관심으로 야구게임을 즐기러 구장으로, 아니면 TV 앞으로 다가가 저마다 좋아하는 팀들을 응원하고 있다. 필자도 프로야구를 상당히 즐기는 편이라 3월 28일 개막전부터 줄곧 지켜보고 있다. 그런데 2015년 정규시즌은 제10구단이 창단되어 흥미를 더하고 있고, 게임의 룰도 다소 바뀌어 재미를 더하고 있다. 그 주인공은 수원이 연고지가 된 kt wiz구단이다. 필자는 수원에서 20여 년을 살고 있다 보니 수원야구단의 창단이 더욱 반갑고 기대를 가지고 보고 있다. 또한 야구단 창단덕분에 초라했던 수원야구장도 리모델링을 거쳐 수원 케이티 위즈 파크라는 아름답고 훌륭한 구장으로 재탄생되었다. 막내구단 수원 케이티는 2013년 창단하여 2014년 2부 리그를 거치고 2015년 프로야구 정규리그로 진입하였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성적은 리그꼴찌의 성적으로 수원시민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필자도 수원구단의 필승을 기다리며 응원하고 있다. 하지만 조급하지는 않다. 그것은 마치 우리의 인생과도 같은 첫 출발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첫 출발이 너무나 순탄하거나 성공만 한다면 다가올 수많은 시련에 대처할 면역성을 기르지 못할 수도 있다. 야구에는 수많은 드라마가 있다. 1905년 YMCA설립자인 미국인 선교사 필립 질레트로부터 야구를 배우기 시작한 우리나라는 1946년 조선야구협회의 결성으로 시작하여 화려한 아마추어 시절을 거치고 1981년 드디어 프로야구단이 탄생하였다. 그리고 현재까지 우리나라 프로야구는 국민스포츠로 우뚝 서며 발전을 거듭하여 왔다. 지금까지 야구는 한편의 영화처럼 수많은 감동의 이야기를 생산해냈다. 관중들은 그것을 보면서 힘겨운 삶의 현장과 똑같은 감정과 감동을 느끼며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있다. 프로야구 원년 박철순이라는 불세출의 투수는 OB에 입단하여 22연승 신화로 국민들을 감동시켰고 그 후 수많은 부상 속에서도 통산 76승을 기록했으며 무서운 병마와의 싸움에서 이겨내 국민들에게 인간승리의 표상으로 자리 잡게 하였다. 필자가 대학생 시절이던 1982년 학과조교실에서 학우들과 TV로 시청한 세계야구선수권대회결승전에서 숙적 일본에게 7회까지 0대 2로 뒤지고 있다가 터진 한대화의 역전 스리런 홈런은 우리 국민을 하나로 만들기에 충분한 감동을 주었고, 필자와 친구들도 서로 부둥켜 안고 엉엉 울었던 기억이 생생히 떠오른다. 뿐인가! 1994년 박찬호 선수가 야구의 본고장 메이저리그에 입성하여 눈물의 빵을 먹으며 2군에서 생활하다 메이저리그로 승격되고 우리 국민이 가장 힘들었던 IMF시절 당시 놀라운 강속구와 승리로 우리 국민들의 한을 달래고 용기를 주었던 일들은 지금도 국민들의 가슴에 저마다의 기억으로 남아있다. 그 밖에도 선동렬 최동원의 한게임 각자 200개가 넘는 투구 수로 한국야구 최고의 명승부를 남겼고 수많은 이야기들이 지금도 쓰이고 있다. 수원 막내구단 케이티 위즈의 연패를 바라보며 아쉽지만 승패에 상관없이 패기와 열정을 보여준다면 시민들은 따뜻한 눈으로 바라볼 것이고 힘찬 응원을 이어갈 것이다. 모든 것이 마찬가지이듯이 결과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과정이니까 말이다. 치열한 승부에서 박진감과 패기를 보여주고 정정당당하게 패한다면 그 경험이 앞으로 다가올 수많은 게임에 승리를 가져올 것이고 시민들에게 진정한 감동의 구단으로 다가갈 것이다. 장용휘 수원여대교수연출가

[문화카페] 문화예술 기부

링컨센터는 세계최고 수준의 오페라 극장인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하우스(3천800석), 뉴욕시티 오페라단과 발레단의 주 활동 무대인 복합공연장 뉴욕주립극장(2천713석), 콘서트 전용의 에버리 피셔 홀(2천738석), 연극 중심의 비비안 버몬트 극장(1천47석), 실내악 전용 공연장인 엘리스 툴리 홀(1천97석) 등의 공연시설과 코르크 갤러리 등의 전시시설로 이루어진 세계 최대 규모의 종합문화예술센터이다. 센터에는 세계 최고의 예술교육기관인 줄리어드 예술학교가 자리하고 있으며. 각 극장에는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단, 뉴욕 필하모닉, 뉴욕시티 오페라단, 뉴욕시티 발레단 등의 12개 예술단체가 상주하고 있다. 링컨센터는 방대한 규모임에도 불구하고 공연 등의 프로그램 운영사업을 통하여 연평균 40% 내외의 높은 재정자립도를 유지하고 있다. 정부지원금은 전체운영비의 2% 정도에 불과하며 60%에 이르는 재정을 기업, 재단, 재력가, 개인후원자들의 기부를 통해서 조성한다. 링컨센터는 기업 및 개인 기부를 활성화하기 위하여, 사전에 접촉 대상 기업의 관심분야를 철저히 파악하고 그 기업에 대하여 연구한 후 링컨센터에 기부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마케팅 효과, 이미지제고 효과, 사회공헌 효과, 기부 기업의 자사 직원들을 위한 복지 효과 등 기업이 얻을 수 있는 긍정적인 측면의 설득노력을 통하여 기부를 유도하고 있다. 또한, 기부 기업이 필요로 하는 경우 대관료 할인이나 할인 티켓을 제공하기도 한다. 그리고 링컨센터 내의 일부 공간을 그 기업의 고객들을 위한 리셉션 장소 및 특별한 이벤트 장소로 활용할 수 있도록 배려하기도 한다. 개인기부 유치를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는데 연간 2천500불 이상의 개인기부자들을 특별 관리하고 있으며 다양한 수단들을 활용하여 이들의 이름을 노출해주기도 한다. 개인기부자들 간의 네트워킹을 위한 자리와 특별한 이벤트를 정기적으로 마련해 주고 있기도 하다. 미국 문화의 가장 큰 특징 중의 하나인 기부문화는 오늘날 미국사회 전체를 움직이는 가장 큰 동력이라고 할 수 있다. 문화예술분야 또한 기부에 의하여 움직이고 있다.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유럽이나 한국과는 매우 다른 상황인 것이다. 국가나 사회가 고도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정부의 역할이 점차 축소되어가고 민간의 영역이 더욱 확대되어 가고 있다. 사회 전체의 이익이 커질 때 기업의 이익이나 개인의 이익이 커진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기부행위가 날로 증가하는 추세이다. 인간 삶의 핵심인 문화예술을 가꾸고 유지해나가기 위해서는 이들의 산실인 문화예술기관 및 단체의 생존과 발전이 이루어져야 하나, 태생적인 적자구조의 한계를 지니고 있는 순수문화예술은 지원이라는 힘에 기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고 마냥 지원에만 의존해서는 안될것이다. 스스로 생존을 위한 노력도 기울여야 한다. 미국의 거의 모든 문화예술기관에서 업무의 최고 중심을 기부업무에 두고 노력하고 있듯이 한국도 점차 문화예술기관의 핵심 업무를 기업 및 개인 후원 유치업무에 둬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한 후원유치 프로그램 개발과 전문가 교육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미국사회처럼 기부문화가 생활 속에 자리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그 시작을 이제 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박평준 삼육대 음악학과 교수

[문화카페] 잊을 수 없는 분들

1984년 3월 19일, 한국문화예술진흥원 예술의전당 건립본부에 첫 출근한 이래 지난 3월 19일로 만 30년이 되었다. 당시 예술의전당은 직원 10명이 채 안 되는 소규모 조직이었다. 2012년 1월 정부가 예술의전당 건립을 발의하였고, 2013년 8월에 동숭동에 사무실을 꾸리고 나서 1984년 서초동 현 예술의전당 맞은편에 있는 녹십자 빌딩 2층을 세내어 사무실을 연 것이 예술의전당 건립의 시작이었다. 이 분야에서 일하기 시작 한지 만 삼십년을 맞이하면서 잊을 수 없는 초기 몇 분이 생각났다. 이주혁 예술의전당 초대 건립본부장은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지금은 절판이 된 <예술행정론>을 번역 출판하였다. 간부직원을 뽑기도 전에 예술의전당 공채 1기 4명을 공개 모집하였고, 요원양성 5개년 사업계획을 수립하여, 1987년 16명을 공채하고 교육시킴으로써 인적자원을 축적하였다. 그리고 1988년 음악당 개관이전인 1984년에 프로그램 기획소위원회를 구성하여 예술의전당 개관프로그램을 사전에 준비하였다. 이때 위원이 강준혁, 구히서, 김문환, 김철수, 유홍준, 이건용이었다. 아직 건축가도, 부지도 확정되기 전에 인력을 공개채용하고, 운영계획과 함께 개관 이후 1년간 프로그램을 사전에 구성한 것은 예술의전당이 처음이자 마지막인 듯싶다. 이 소위원회는 음악당, 미술관, 자료관, 교육관, 축제극장의 프로그램 시안을 마련하였다. 그때의 시안프로그램에는 현재도 지속되고 있는 교향악축제, 88년 올림픽 음악프로그램의 정점이었던 세계합창제, 실내악축제, 오페라페스티벌, 청소년 프로그램 등이 제시되었다. 미술관은 소장품이 없는 현실을 감안하여 기획이 중심이 되는 갤러리 형태의 운영 방안이 설정되었다. 향후 사회발전이 사회문화교육에 있음을 인식하고 교육관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이 소위원회는 무엇보다도 공연, 전시, 교육, 연구, 보급 기능을 충실히 수행할 것과 이들 간의 상호 연계성을 강조하였다. 복합문화예술센터( arts complex)인 예술의전당은 최종적으로 축제(festival) 형태로 완성된다는 예술 장르별 전문성과 통합성을 일찍이 제시하였다. 예술경영이란 말이 사용되기 전인 당시에는 예술행정이라는 말이 사용되기 시작하였는데, 문화정책과 연구, 예술행정이 뿌리를 내리게 한 사람이 문화예술진흥원 산하 문화발전연구소 초대 소장을 지낸 이종인이다. 2011년 후진들이 고희 기념집 이종인의 문화정책과 문화행정 이란 책자로 보답하였다. 김문환은 문화정책개발원장을 지내면서 문화의 정책적 연구의 기반을 넓혔다. 1980년대 당시 유럽의 문화정책을 소개하는 창구는 유네스코였다. 영어를 잘하기로 소문난 백승길 부장과 김철수 문화과장은 유럽의 문화정책을 한국에 소개하는데 큰 기여를 하였다. 아울러 도정일의 글은 민주주의와 문화, 문화정책에 대한 인식의 폭을 넓혀 주었다. 문화예술행정연구회를 조직하고 <예술과 행정>을 1988년에 펴낸 이중한 서울신문 논설위원도 예술행정의 중요성을 전파한 전도사로서 잊을 수 없는 분이다. 강준혁 공간사랑 극장장은 참신한 아이디어를 구체적 프로그램으로 제시한 현자와 같은 문화기획자였다. 예술행정이란 말조차 생소했던 1984년 이후, 이분들에게 필자는 더 없는 꿈과 큰 지식, 행정가로서의 자세를 배우게 되었다. 고인이 된 강준혁, 백승길, 이중한 세분과 이주혁 본부장을 비롯한 예술행정, 경영의 선각자들에게 진 빚은 품앗이로 갚는 게 도리 아닐까? 이철순 양평군립미술관장

[문화카페] 영화관 스크린 속으로 들어간 오페라

작년 12월 21일, 빈 국립오페라 극장의 리골레토 오페라 공연이 국내의 한 멀티플렉스 영화관에서 실시간 딜레이 중계로 상영되었다. 빈 국립오페라 극장 총감독과의 불화로 음악감독 프란츠 벨저-뫼스트가 갑자기 사임해버리자, 총감독 도미니크 메이어가 현 서울시향 음악감독 정명훈에게 객원지휘를 요청하여 이루어진 공연이었다. 전통적 방식의 공연만을 고집해왔던 빈 국립오페라 극장이 전 시즌에만 45편의 오페라와 발레 공연을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HD 방송을 했고, 작년 5월에는 베르디 오페라 나부코를 일반 HD보다 4배 더 높은 해상도 화질의 UHD 방송으로 전 세계 삼성 스마트TV를 통해 처음 방영했을 정도로, 이제는 최첨단 영상미디어 기술을 통해 오페라의 대중화에 적극적으로 앞장서고 있다.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태어난 오페라는, 1637년 유료관객을 위한 공공 오페라극장이 베네치아에 세계 최초로 건립된 이후 공연예술로서 활짝 꽃을 피우고 그 유행과 열기가 프랑스, 독일을 비롯해 유럽 전역으로 퍼져 나가면서 유럽인들의 대표적인 오락거리로 자리 잡았다. 음악학자들은, 역사적 맥락이나 전통적 형식으로서의 오페라가 20세기 초에 이미 사망한 것으로 진단하기도 하지만, 19세기 중후반 파리, 런던, 빈, 뉴욕 등의 주요도시에 새롭게 건축된 오페라 극장들이 오페라의 찬란한 역사를 탄탄하게 이어갔고, 세계 최상층의 엘리트 인사들은 과거 루이 14세 시절과 다를 바 없이 이탈리아의 라 스칼라나 뉴욕의 메트에 모여들었다. 이러한 오페라 극장들은 20세기 동안 끊임없이 번영하는 듯이 보였던 오페라의 위세를 남미와 오세아니아, 그리고 일본, 한국과 같은 극동아시아에 이르기까지 널리 전파하는 오페라의 메카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21세기에 들어서 세계의 주요 오페라 극장들이 급변하는 시대의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고 정체되어 미래를 준비하는데 소홀했던 탓으로 오페라는 심각한 존폐의 위기에 맞닥뜨리게 되었다. 새로운 작품과 스타급 성악가의 부재, 천정부지로 높아져가는 제작비, 신세대의 외면 등 총체적 난관이 오페라 향유층의 감소로 이어져 더 이상 극장 객석에 관객이 채워지지 않게 되자, 과거 3세기 동안 화려한 영화(榮華)만을 누려왔던 오페라는 더 이상 버티기 힘들 정도의 한계점에 이르게 된 것이다. 영화, 팝음악, 뮤지컬 등 오늘날의 대형 문화콘텐츠 산업에 밀리면서 구시대의 골동품으로 남아 박물관으로 밀려날 위기에 처한 오페라의 맹주들이 이제 서서히 대중들에게 손을 내밀기 시작했다. 높은 수준의 예술이란 이유로 오페라 극장에 갇혀 주로 상류층에게만 소비되어 왔던 오페라가 대중화라는 임무를 띠고 급기야 영화 상영관의 스크린 속으로 들어가게 된 것이다. 2006년 부임한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하우스 피터 겔브 단장은 타임스퀘어 전광판을 시작으로 세계 64개국의 영화관에 처음으로 위성 생중계를 시작했다. 현대 철학자 믈라덴 돌라르의 표현과 같이, 거대한 전통적 유물로, 어마어마한 시대착오로, 잃어버린 과거의 고집스런 재생으로, 잃어버린 아우라의 반영물로, 추종을 불허하는 포스트모던적 주제로 남아 있는 오페라가, 세계 주요 오페라 극장들의 개방ㆍ혁신적인 운영과 첨단 영상미디어 기술을 통해 어떻게 생존해 나가고 부활할지 주의 깊게 지켜볼 일이다. 임형균 톤마이스터

[문화카페] 스웨덴, 선진문화의 열흘

스웨덴에 출장을 다녀왔다. 올해 1월 25일부터 2월 4일까지, 서울에 있는 스웨덴 한국대사관이 주관하고, 스톡홀름과 예테보리의 관계기관이 함께 한 열흘이었다. 감동이 적지 않았던 여행이었다. 스웨덴은 북유럽 스칸디나비아 반도에 있는 나라이다. 면적 45만여 제곱킬로미터로 남북한 전체의 2배를 넘는데 인구는 970여만 명으로 한반도의 7분의 1에 미치지 못한다. 우리보다 15배쯤 넉넉한 인구밀도에, 국민소득 5만 8천여 달러로 세계 7위이며, 높은 수준의 문화와 복지를 누리는 선진국이다. 2008년 부천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 관객상을 받았던 토마스 알프레드슨 감독의 <렛미인>이 스웨덴 영화다. 골프여제 소랜스탐이 이곳 출신이며, 최고 수준의 항공기와 자동차 등 세계적인 기계산업 강국이기도 하다. 스웨덴 대사관은 자국의 영화를 아시아 지역에 적극 소개하기 위해 한국의 국제영화제 관계자들을 살폈고, 부천국제영화제의 집행위원장인 필자와 영화현장의 프로듀서이며 부천영화제의 프로그래머인 강성규, 부산영화제 프로그래머 이수원, 씨네21의 정지혜 기자를 초청했다. 스위디시 인스티튜트(SI)가 주도한 스톡홀름 4일, 예테보리 2일의 공식일정 동안 그들은 국제관계의 모색에 필요한 모범적 태도를 보여줬다. 출발하기 전부터 그들은 프로젝트의 세부를 꼼꼼히 살펴 철저히 준비했다. 그리고 스웨덴 방문의 성패를 좌우할 각 방문조직과의 미팅의 형식과 내용에서 빈틈이 없도록 성의를 다했다. SI와 함께 문화부, 영화TV 프로듀서 조합, 국립영화연구소, 스톡홀름 드라마예술 아카데미, 민간 스튜디오와 영화사를 망라한 다양한 조직과 사람들이 진정성 있는 만남과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영화제작비 지원에서 어린이와 노인에 대한 전폭적인 배려, 1년 50편 정도의 완성 영화 중 다큐멘터리가 15편 정도를 차지하는 데서 알 수 있는 진실성 추구 정신, 거의 대부분의 영화가 북유럽 국가들과의 공동제작으로 하는 국제성, 전체 감독 중 38%, 프로듀서 중 60%, 시나리오 작가 중 46%를 차지하는 여성 전문 인력 등이 스웨덴 영화의 오늘을 설명하는 지표들이다. 스톡홀름의 마지막 날인 1월 28일 저녁에 라스 다니엘손 주한 스웨덴 대사 주최 만찬이 있었다. 미셀린 별점2의 OAXEN식당도 신선한 경험이었지만, 무엇보다도 일부러 서울에서 날아온 다니엘손 대사의 자전거 행차가 인상적이었다. 눈발 섞인 이슬비가 오락가락하는 다운타운 도로를 건너 만면에 함박웃음을 달고 도착한 대사는 더없이 소박한 모습과 진솔한 태도로 만찬을 주재했다. 부자나라 호스트로서의 선민의식이나 오만함 따위는 눈 씻고 볼 수 없는 따뜻한 접대였다. 대사는 다음날 이른 시간에 예테보리로 떠나는 방문단을 배웅하기 위해 호텔을 찾아주는 수고를 더했다. 대사의 모습은 공직자의 온갖 구설에 무방비로 익숙한 우리 방문단에게 적지 않은 감동을 줬다. 공직자 다니엘손은 그의 매력적인 태도를 통해 방문단이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결실을 위해 각자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뿌리칠 수 없는 무언의 사명감을 강제했다고도 할 수 있다. 지금 필자는 스웨덴에 도착한 날 받았던 스케줄북을 바라보고 있다. 그곳과 그 일정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거리와 사람들이 있다. 차분한 풍경과 그 사람들의 맑은 표정을 떠올리며 문화 선진국에서의 의미 있었던 열흘을 회억하고 있는 것이다. 김영빈 인하대 교수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집행위원장

[문화카페] ‘대학 취업률 평가’가 대학을 망치고 있다

얼마 전 발표한 중앙대학교의 학과제 폐지를 전제로 한 구조개편안 발표와 이화여대의 신산업융합대학의 신설 그리고 덕성여대의 남녀공학 전환으로의 고민 등은 대학들이 구조개혁안으로 얼마나 고뇌하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사례라 하겠다. 필자 또한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로 예사롭지 않은 대학들의 몸부림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다. 그리곤 몹시 우려되는 대학의 앞날, 더 나아가 나라의 앞날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음을 안타깝게 생각한다. 그것은 다름 아닌 지난해 발표한 교육부의 2023년까지의 대학구조개혁 추진계획에 따른 인위적 구조개편들이기 때문이다. 발표에 의하면 대학평가를 ABCDE 5가지 등급으로 나누어 등급별로 재정지원 대학인원등을 결정하게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평가에서 절대적인 수치가 취업률이라는 것이다. 당연히 모든 대학들이 좋은 등급을 받으려 구조조정을 할 것이고 이는 자연스럽게 취업률이 높은 학과는 살아남고 낮은 학과는 폐과 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대학 고유의 학문연구와 인재양성은 사라지고 취업기관으로 전락한다는 말이다. 백년대계의 대학교육이 기업과 경제논리에 묻혀 하급기관이 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정부에서 시작된 친기업형 정책으로 대학의 평가나 서열을 취업률로 정하기 시작하였고 대학이 마치 기업의 산하 인력양성소라도 되는 듯 기업 맞춤형 인재를 우선시하기 시작한 것이다.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력을 양성하는 것이 나쁘기만 한 것은 당연히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로 인한 폐해를 단순히 취업률이 낮다는 이유로 박대 받고 심지어 문을 닫아야 하는 학과들이 인류의 시작과 함께 해온 인문학이 주를 이룬다는 것이 큰 문제라는 것이다. 인문학을 경시하는 나라는 현재는 있어도 미래는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인간성 상실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더구나 역사 철학 심리학 언어 예술 등 인문학과 사회과학 등을 대학에서 고사시킨다면 이 나라의 미래가 어떨 것인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터져 나오는 인성포기의 분노범죄 충동범죄 성범죄 이런 무시무시한 범죄들을 다스리고 이 나라의 인성을 바로잡으려면 취업 잘 되는 대학만 우대받는 현실에서 벗어나야 한다. 사람을 연구하고 사람을 바로 세우는 학문도 살려내야 하는 것이 정책의 방향이 되어야 할 것이다. 고대 그리스 희랍의 역사를 보면 이미 2천500년 전에 그들은 인문학을 주 학문으로 삼았고 그로 인해 온 인류의 지성의 상징이 된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등의 인문학 거장들이 탄생하였다. 뿐만 아니라 유럽은 1천년의 중세암흑기를 보낸 후 다시 찾은 학문이 바로 그 유명한 르네상스 문예부흥운동이었다. 작금의 선진국 어디에도 아무리 취업문제가 사회문제가 되어도 대학에 인문학을 줄이고 취업률 위주의 학과만을 우대하는 나라는 어디에도 찾아보기 힘들다. 취업은 일자리다. 일자리는 대학이 어찌할 수 없는 영역이다. 국가가 일자리를 만들고 대학은 인간을 만드는 것이다. 취업률의 실패를 대학에 전가하여서는 안 될 것이다. 장용휘 수원여대교수연출가

[문화카페] 한국가곡 창작 및 보급 활성화 지원 방안

우리나라의 클래식 음악공연 중 대한민국 작곡가들에 의해 쓰인 오페라, 오라토리오, 가곡 등 성악작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극히 낮은 편이다. 가곡은 가사가 있는 음악으로, 한 시대의 시대상이나 사회상을 반영하고 있으며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희노애락을 함께 나누고 국민들의 삶을 어루만지는 치유의 기능과 사회 통합적 기능을 가진 훌륭한 음악장르이지만 상업적이고 자극적인 시류에 밀려 우리가곡은 제 모습을 찾지 못하고 있다. 1970, 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TV, Radio 등에서 한국가곡을 들려주는 프로그램을 통하여 우리의 가곡을 접할 수 있었던 기회가 있었으나 현재는 KBS 1FM을 통하여 방송되는 30분 프로그램이 전부이다. 아쉽게도 이러한 환경은 대한민국의 작곡가들이 뛰어난 음악적 창조역량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발휘하여 질 높은 국제적 수준의 가곡작품을 생산해내지 못하고 있으며, 만들어진 작품들도 우리의 성악가와 일반 국민은 물론 세계인들로부터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공연에서 연주되고 방송 등에서 들려지는 가곡들은 대부분 오래전부터 애청애창되고 있는 몇몇 작품들의 반복이며, 이는 새로운 음악적 기대를 가지고 있는 많은 국민들의 요구를 외면하고 우리가곡 관객개발에 실패하고 있다. 서양음악분야의 작곡(창작)지원 사업은 비교적 활성화되어 있으나 우리가곡분야의 창작지원은 그 사회문화적인 긍정적 파급효과에도 불구하고 거의 미미한 실정이다. 양질의 한국가곡이 창작되지 못한 이유는 대학과 정부의 대규모 작품을 우선시하는 차별적인 평가지원정책, 작곡계의 조성음악 경시, 그리고 성악가들의 우리가곡 연주 회피 등이 함께 어우러져 맺은 결과이기도 하다. 최근 대중음악들을 통해 확산되고 있는 심대하게 자극적이고 즉물적인 정서가 담긴 노랫말들은 청소년들을 포함한 우리사회 구성원들의 건전한 정서와 인격의 저해가 우려되기도 한다. 우리의 아름다운 계절과 자연, 삶의 이야기, 그리고 우리 곁의 희노애락을 시어 등으로 담은 품위 있고 아름다운 노랫말이 시급히 요구된다. 양질의 가곡작곡을 위해서는 양질의 노랫말이 필요하다. 다양한 연령, 대상, 주제, 형식을 포괄하는 노랫말 공모나 위촉, 혹은 자발적 참여 등을 통해 선별된 수준 높은 노랫말 Archive를 지속적으로 구축공개하여 작곡가들이 자유로이 선택하거나 위촉받아 양질의 작품을 작곡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하겠다. 가칭, 대한민국 가곡제(기존 및 창작)를 정례화(봄, 가을)하여 엄선된 작품의 수준 높은 연주를 보장하며 방송 및 음원제작 배포, 유튜브 탑재 등의 가곡 확산 사업을 지원하는 것도 방법 중의 하나가 될 것이다. 또한 우수가곡의 해외공연을 통해 가곡의 한류를 불러일으키고, 이는 해외 한민족의 통합에도 작으나마 기여하는 일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수가곡을 합창곡, 중창곡, 기악곡으로 편곡하여 다양한 용도의 음악 콘텐츠로 활용하며, TV방송 등에서 나가수와 같은 가곡 오디션프로그램을 개발하여 국민의 정서함양과 예술적 다양성 확보, 침체된 한국가곡 음악계의 활성화에 기여하도록 해보는 것은 어떨까? 많은 국민들이 함께 부를 수 있고 즐길 수 있는 아름다운 시와 이야기가 담긴 노래가 나라 한 가득 널리 울려 퍼진다면, 이는 문화가 융성하는 나라의 밑그림이 될 것이다. 박평준 삼육대학교 교수

[문화카페] 예술기관, 단체의 갈등과 협력

예술기관과 예술단체 내의 갈등이 최근 몇 년 사이에 외부로 표출되는 경우가 잦아졌다. 현대사회의 특성중 범죄의 증가를 든다. 그러나 범죄의 증가보다는 정보사회, 투명사회로 전이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보기도 한다. 정부 고위직 청문회에서 밝혀지는 진실은 이러한 사회 변화의 긍정적 성과로 보기에 충분하다. 예술계의 갈등 표출도 갈등 현상이 많아져서 라기 보다는 투명사회로 가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사회 전이의 예술적 모습이다. 근대 이후 독립된 주체가 되기 이전의 예술가는 그것이 종교이던 귀족이던 주문자에 의한 주종관계였다. 설사 예술가와 주문자 간의 갈등이 발생하여도 그것이 사회문제로 확산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문화가 공공서비스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면 커질수록 예술가와 예술단체, 기관의 갈등은 사회문제로 확산되기 마련이다. 공공 예술기관이나 단체의 조직 내 갈등은 개인 간의 문제를 넘어서 공공 조직 관리의 효율성과 목표달성에 영향을 미친다. 더욱이 갈등이 외부로 표출되는 경우에는 조직 관리와 통합성의 한계를 넘었을 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술기관이나 단체의 내부 갈등을 개인 간의 문제로 치부하는 경우가 여전히 남아 있다. 문화예술 창조와 관리 합리성 간의 갈등은 피할 수 없다. 예술가가 창조활동의 자유를 기본 원리로 하는 독립적 주체가 된 근대 이후에는 이 두 갈등이 피할 수 없는 운명처럼 되었다. 공공 예술기관이나 단체는 주어진 미션을 관리자와 예술가가 공동으로 수행할 수밖에 없는데, 이것을 조화롭게 지켜 나갈 수 있는 것은 예술 창조에 대한 근본적 이해를 가진 관리자와 예술 창조에 충실한 예술가가 협력관계에 있을 때이다. 예술창조를 원천으로 삼는 예술가에게는 그에 대한 절대 보장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창조에 대한 절대성 원칙이 상식에 어긋나는 사적 영역화나 조직 규범과 규칙을 벗어나는 것까지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공공 예술기관이나 단체는 공공서비스를 실현하는 기관이다. 예술가의 가치는 승자 독식이 적용되는 시장경제에 따른다. 공공 조직 내의 이 두 다른 성격은 병립하기 어려운 상호 갈등의 또 다른 요인이다. 따라서 이 두 원리 간의 갭을 인정하고 상호 절충점을 찾지 못하면 갈등과 충돌은 반복될 것이다. 최근 빚어진 예술단체의 잦은 갈등은 이러한 구조적 갈등 요인을 조직화 하여 통합하고 체계화하지 못한 결과이며, 공공기관의 예술 활동 범주를 이해하지 못한 미성숙한 우리 사회의 한 모습이다. 일반 기업과는 달리 현대의 예술기관이나 단체는 명령계통에 의한 권위형 조직이나 카리스마형 조직보다는 단원과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자율성을 존중하는 민주형 조직이 추세이다. 조직의 갈등과 협력은 공공조직이나 사적 조직을 막론하고 어느 조직이나 존재한다. 조직이 내적 갈등을 해소하고 목표 달성을 위해 긍정적 요인으로 협력하는 것은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조직의 성숙도와 예술적 자기관리 수준에 따른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철순 양평군립미술관장

[문화카페] AFC아시안컵 축구가 남긴 교훈

아시안컵 준우승을 일궈낸 국가대표축구팀 슈틸리케 감독은 결승전이 끝난 후 우승하지 못한 것이 아니다. 우승컵을 가져가지 못할 뿐 선수들은 우승 못지않은 활약을 펼쳤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은 축구국가대표 선수들을 자랑스러워해도 됩니다 라고 한국말로 서투르지만 진심을 다해 말했다. 그리고 국민들은 비록 우승을 하지는 못했지만 대한민국 축구국가대표팀에 무한애정으로 신뢰한다는 화답을 보내고 있다. 지도자 한 명이 바뀌었을 뿐인데 불과 몇 개월 사이에 한국축구는 죽었다에서 다시 신뢰를 보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원인을 살펴보면 축구뿐이 아니라 세상 사는 바른 이치가 담겨 있을 것 같아 필자는 얼마 전까지의 축구대표팀과 현재의 대표팀을 잠시 살펴보았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 대표팀 감독은 홍명보라는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의 영웅이었다. 국민들은 감독으로 돌아온 영웅에게 엄청난 기대와 신뢰를 보내주었다. 그동안 국내감독들의 협회 눈치보기와 학연지연 등의 못되고 못난 습관들을 젊은 패기의 감독이 없애줄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에 대한 믿음과 신뢰는 오래가지 못했다. 소통보다는 고집을 택했고 그 고집은 학연지연보다 더 무서운 의리축구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한국축구의 참담한 참패와 자존심의 붕괴를 전 세계에 보여주었고 그 와중에 일부 선수들은 패자의 자성과 성숙함보다는 철없는 행동을 보여주어 더욱 국민들의 분노를 자아냈다. 심지어 감독이 월드컵 출전을 얼마 안 남기고 땅 보러 다녔다는 어이없는 해프닝까지 벌어지며 신뢰는 바닥으로 추락하고 말았다. 브라질월드컵에서 참패하고 돌아오는 선수들에게 공항에서 팬들은 한국축구는 죽었다라는 과격한 현수막으로 환영을 하였고 엿 세례의 다소 과격한 행동으로 분노를 표출했다. 잘못되고 과한 행동이 분명하지만 오죽했으면 국민들이 저럴까 싶기도 했다. 그 후 홍명보 감독과 허정무 축구협회 부회장이 압력에 못 이겨 물러나고 여러 우여곡절 끝에 명문 레알 마드리드의 전설 독일 출신의 울리 슈틸리케가 대표팀 감독으로 2014년 9월 공항에 입성을 한다. 그리고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그는 한국축구가 다시 강하게 변할 수 있다는 확신이 없다면 감독으로 오지도 않았다는 일성으로 제로베이스에서 한국축구를 새롭게 변화시키려 하였다. 협회나 국내감독들은 외면했던 조영철, 남태희, 김진현, 특히 k리그에서도 주목받지 못하던 이정협은 슈틸리케의 최고 신데렐라로 떠오르며 이번 아시안컵에서 원톱으로 맹활약하며 준우승을 이끌었다. 의리나 학연지연이 아닌 원칙과 기본을 지킨 결과였다. 지금 이 나라는 원칙이 무시당하고 기본이 무너지며 연말연시 담뱃값 인상, 국정농단, 연말정산파동, 올바른 의료보험체계 취소 등 국민들을 극도로 피곤하고 불안하게 하고 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오로지 국민만을 생각하고 국민만을 위한 정책을 펴지 못하고 재계 부자들 눈치만 살피며 서민만을 쥐어짜는 소신과 원칙은 사라지고 고집만 있는 정책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이야말로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리더십 같이 이리저리 눈치 보지 않고 소신을 가지고 국민만을 바라보고 원칙과 기본을 지켜야할 골든타임이다. 장용휘 수원시립공연단 예술감독수원여대 교수

[문화카페] 대한민국 오페라 페스티벌의 발전을 기대하며

최근 세계 오페라극장가의 대세는 연출가가 주도하는 오페라시대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인 성악가들의 실력은 국제적인 수준에 근접해있으나, 국내 연출자들의 역량은 이러한 시대의 흐름에 뒤처져있는 느낌이다. 2014년까지 5회째를 맞이한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은 그동안 우리나라의 오페라 문화발전에 크게 기여한 것은 사실이나 한국 오페라계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 올리고 보다 성공적인 축제가 되기 위해서는 축제운영방법의 개선이 필요하다. 첫째, 제대로 된 창작오페라 무대가 함께 마련되어야 하겠다. 세계무대에 내놓을 만한 우리의 역사나 사회상을 반영한 참신한 소재, 간결하면서도 충실한 대본, 음악의 보편성과 세계성, 한국적인 무대와 연출 등이 적절하게 결합된 우리말 창작오페라를 탄생시켜 축제의 중심에 자리하게 해야 한다. 이를 위하여 검증된 작곡가와 대본작가들을 함께 묶어 공동으로 작업할 수 있는 노력과 대본작곡 등의 공모사업 등을 통해 보편성을 지니고 국제화가 가능한 수준 높은 오페라 콘텐츠를 이루는 요소들을 개발, 발굴, 지원하여 시장에서 통하고 지속 가능한 오페라를 무대에 올려야 한다. 둘째, 민간오페라단의 참여를 제한해야 한다. 현재 한국 오페라계에는 오페라 무대에서 공연하기에는 턱없이 실력이 부족한 성악가들을 출연시키고 동네잔치 정도의 수준 낮은 오페라를 제작하는 민간 오페라단이 지나칠 정도로 많이 존재하고 있다. 예산의 부족과 수준 낮은 단체 등의 참여로 오히려 관객을 쫓는 기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이의 해결을 위해서는 참여하길 희망하는 오페라단의 제작능력과 재원조성 능력, 출연 성악가들의 면면 등을 면밀히 검증한 후 이들의 참여 여부를 결정하는 구조가 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오페라 한 작품 당 약 5~7억 원 가량의 제작비가 소요되는 바, 제대로 된 작품제작을 위해 엄선하여 참여시킨 민간오페라단에게는, 제작비의 30%~50% 가량인 2~3억 원 이상을 지원하여 양질의 작품이 탄생되게 해야 할 것이다. 셋째, 오페라축제를 위한 상근 집행부가 구성되어야 한다. 좋은 작품의 제작을 위해서는 최소 2~3년 전부터 참여단체의 선발과 작품선정이 이루어져야 하며, 좋은 해외 성악가 및 연출자, 예술적 협력자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접촉해야 한다. 그리고 축제운영, 마케팅, 스폰서 쉽 유치 등의 성공을 위해서 사전에 준비하고 진행해야 하는 업무들이 많다. 몇몇 국공립오페라단을 제외한 대부분의 민간오페라단들은 이러한 일들을 수행하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작지만 상근조직이 필요하다. 여의치 않으면 국립오페라단이나 공동주최사이며 예술경영 전문가집단인 예술의전당에 별도의 조직을 둘 수도 있겠다. 한국의 오페라 시장이 발전하고 확대되기 위해서는 오페라축제에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또한 국공립 오페라단의 내실화와 민간 오페라단의 내적역량 강화를 통한 한국오페라계의 질적 수준향상이 선행되어야 우리나라의 오페라 공연예술시장이 확대될 것이다. 박평준 삼육대 음악학과 교수

[문화카페] 지역 공공문화재단의 필요성

지역문화 활성화와 지역 주민의 문화 향수권 신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지역의 정책과제로 등장하였다. 예술가 지원 중심의 정책에서 지역 주민의 문화 향수권 신장과 문화의 생활화 정책이 부가되면서 문화기관과 문화재단의 역할이 증가되었다. 예술 창작 활성화 정책에서 문화 소비와 문화 공급의 활성화로 영역을 넓혀가기 시작한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격년제로 발간하는 전국 문화기반시설 총람에 따르면 문예회관, 미술관, 박물관, 도서관, 문화의집, 문화원 등 공공 문화기반시설은 2013년 12월말 현재 2천 3백여 기관에 이른다. 전국적으로 문화 인프라는 어느 정도 구축되었다 할 것이다. 이들 문화기반 시설은 그동안 주로 지방자치단체가 직영하는 형태로 운영되었으나 전문가에 의한 운영 전문화 요구가 대두되면서 시설관리공단 형태의 과도기를 거쳐 문화재단을 설립하여 운영하는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 현재 13개의 광역시도와 47개의 기초자치단체가 문화재단을 운영하고 있다. 광역시도는 거의 문화재단을 설립하여 운영하고 있는 셈이고 기초 자치단체는 문화재단 운영의 시작 단계라 할 수 있다. 중앙정부와 광역시도 및 기초 자치단체의 재단업무 범위와 기능에는 차이를 보이고 있다. 문화정책은 문화정책 연구와 개발, 문화 자원의 지원, 문화정책의 집행으로 구분할 수 있다. 중앙정부는 문화관광연구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를 두어 정책개발과 지원을 담당하게 하고 국립중앙극장, 국립 박물관, 국립현대미술관 등을 두어 문화정책의 집행을 분야별로 수행하고 있다. 그리고 한국문예회관연합회와 예술경영지원센터 등을 통하여 정책 집행의 수월성을 높이고 있다. 문화 정책의 전달체계가 비교적 세분화되어 있는 셈이다. 반면에 광역시도와 기초자치단체의 문화재단은 예술단체와 예술가 지원 사업을 하는 동시에 문예회관을 비롯한 미술관, 박물관 등을 운영하는 기능을 겸하는 경우가 많다. 다시 말해 지역의 문화재단은 정책 연구개발, 지원, 예술활동을 수행하는 복합 조직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중앙정부와 달리 예산 한정, 지역 인적자원의 한계, 문화영역의 복잡성 등으로 필요에 의한 것이 큰 이유일 것이다. 정책 기능별 조직에 의한 분야별 정책을 수행하기에는 지역의 문화 환경이 열악한 것이 사실이다. 재단을 통한 통합관리방식은 관리 효율성을 기하려는 데 있다. 그렇지만 정책연구와 개발, 지원, 문화 활동은 각기 다른 미션과 역할을 수행하는 독립 단위이다. 문화 활동 기관 내에서도 문예회관과 미술관, 박물관은 각기 수행할 영역과 기능이 다르고 메커니즘도 다르다. 운영의 전문성이 필요한 이유다. 문화재단이 지원기능과 예술기관을 통합관리 운영하는 것은 추후 정보 비대칭과 비용에 따른 대리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중장기적으로는 각 예술기관이 독립된 법인으로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지만, 현재는 운영의 전문성과 통합 운영에 따른 효율성 간의 균형이 지역 문화재단에 부여된 과제가 아닌가 한다. 지역 문화예술 진흥과 지역주민 문화예술 향유권 신장을 위한 재단 설립 운영이 문화정책 전달체계의 필연적 유형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문화재단은 전문가에 의한 전문적 운영을 할 때에 성과를 담보할 수 있다. 따라서 정치적 성과를 기대하기보다는 실리적이고 현실적인 기대 수준이 필요하다. 이철순 양평군립미술관장

[문화카페] ‘오케스트라’의 위기와 생존전략

새해 첫날 저녁, 미리 예약해놨던 신년음악회를 찾아 나섰다. 콘서트홀이 아니라,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신년음악회를 실황중계로 보여주는 영화상영관이었다. 세계 80개국에 실시간으로 중계된 이 신년음악회는, 단독 계약한 회사의 전국 상영관으로 배급됐는데 일반영화 관람비용의 세 배 정도 높은 가격에도 일찌감치 매진됐다. 현대 사회의 소비자들의 눈높이는 고품질의 독일산 자동차를 선호하고 미국 메이저리그 야구나 영국 프리미어 축구와 같은 세계 최고의 브랜드와 글로벌 수준에 이미 맞추어져 있다. 나아가 제반 소비 행위에 있어 비용대비 만족도를 기준으로 구매를 결정하기 때문에, 클래식음악 마니아가 아닌 경우라면 비싼 가격을 지불하고 그저 그런 콘서트를 위해 콘서트홀을 찾아가는 비합리적 선택을 하기보다는 가벼운 복장으로 팝콘과 음료수를 사들고서 동종 분야의 최고 브랜드인 빈 필하모닉 신년음악회를 보기 위해 영화상영관으로 모여드는 것이다. 콘서트홀이라는 용기에 담아야 제맛을 내는 오케스트라 음악은 21세기 디지털과 IT 시대에 들어 콘서트와 음반 시장이 급격히 축소되면서 곧바로 사양길에 접어들었다. 지식인들과 돈 많은 사업가들로 채워지는 콘서트홀에 안주하여 20세기 내내 음악활동에만 집중해온 세계 유수의 오케스트라들이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고 시대적 변화에 대응하여 생존하기 위한 변화와 혁신 방법 중의 하나가 바로 다양한 미디어를 활용하여 대중들에게 먼저 다가가 스스로를 적극 알리는 일이었고, 이제 그들은 콘서트홀에서 탈피하여 인터넷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는 소비자들을 위한 사이버 콘서트에서 연주하기도 하고 나아가 영화상영관에까지 진출해야 하는 시대에 직면하게 되었다. 절대적인 권위와 카리스마를 갖고 오케스트라를 중세의 수도원같이 엄숙하고 경건한 분위기 속에서 사람들이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단체로 이끌었던 카라얀 사망 이후, 베를린시의 재정지원과 수입원이 대폭 감소하면서 베를린 필하모닉은 재정적 위기를 타개하고 사장되가는 클래식 시장의 미래고객과 잠재고객(청중)을 개발하고 확대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도이치뱅크와 함께 다양한 예술교육 및 고객개발 프로그램을 가동시켰다. 도이치뱅크는 재정지원을 통해 기업의 사회공헌과 이미지 제고라는 두 가지 목적을 달성할 뿐만 아니라 미래고객이 확보된다는 것이 결과적으로 증명됨으로써 베를린 필하모닉과의 공생을 위한 상호 업무제휴를 더욱 강화시켰다. 오케스트라는 이제 재정적 위기를 극복하고 특정계층이 아닌, 유아부터 어린이, 청소년, 사회의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미래의 청중을 만들어나가는 작업을 수행하게 되었다. 18세기엔 궁정의 왕족과 귀족들을 위해, 산업혁명과 프랑스 대혁명을 거친 19세기에 이르러서는 지식인들과 부를 쌓은 상인귀족들의 신분상승의 장이 되기 위해 존재했던 오케스트라는 그 전통이 가시지 않았던 20세기를 지나 21세기를 맞이하면서 자칫 사라져버릴 수도 있는 존망의 위기를 스스로 극복하고자 공급자 위주의 운영정책을 과감히 포기하고, 이제 문을 활짝 열고 모든 사람들에게 개방하여 먼저 다가가는 수요자 위주의 생존전략과 함께 시대적 변화의 요구에 맞추게 되었다. 급변하는 시대적 변화에 대응해야 하는 오케스트라의 숙명은 베를린 필하모닉의 현 상임지휘자 사이먼 래틀 경의 이야기 속에 함축돼 있다. 다음 세기에 음악가로 살고 싶다면, 동시에 교육자가 되어야 한다. 임형균 톤마이스터

[문화카페] 관객의 시대

3주 전 쯤 일요일 오전이었다. 집 근처 멀티플렉스 극장을 찾아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티켓을 주문했었다. 9시 전이었는데 티켓은 없었다. 전회, 전석 매진으로 오후 8시쯤의 상영분 티켓이 있을 뿐이란다. 순간적으로 혼란스러웠다. 제작비 1억 원 남짓에 불과한 독립 다큐멘터리 영화가 난데없이 관객 앞에 드러낸 오만함에 당황했다고 할까. 그러나 그런 기분은 잠시였다. 장마철 어느 때, 검은 비구름 사이를 뚫고 쏟아져 내리는 기세 좋은 햇살의 여운을 만났을 때와 같은 청량한 느낌이 솟았다. 블록버스터 작품 여럿이 걸린 멀티플렉스에서 이뤄낸 저예산 다큐멘터리 영화의 혁명 같은 선전에 뭉클했다. <님아...>를 당장 보지 못해 아쉽지만, 보고 싶은 영화를 만날 다음 기회를 남겨두게 됐다는 사실에 위안 받으며 다른 작품을 골랐다. 주말 이른 시간에 영화관을 찾는 일은 재미있다. 보고 싶은 영화를 골라 복합관의 매표소 대기표를 뽑아 순서를 기다리는 일도 재미있고, 적당한 위치의 좌석을 고르며 할인까지 받았을 때 오는 만족감이 쏠쏠한 것이다. 테이블 좌석을 선택하는 경우에도 일반 상영 때보다도 싼값이어서 횡재한 기분이 들고, 두 다리 펴고 편한 자세로 영화를 보노라면 세상 다 얻은 것 같은 포만감을 갖게 되는 것이다. 휴일 이른 아침을 영화로 여는 데서 오는 호사의 기분은 무엇과도 비길 수 없는 만족감이다. 이 같은 호사가 앞으로도 내 삶의 따뜻한 위로가 될 것이라 상상하는 일도 좋다. 상영관에 앉아 스크린이 열리기를 기다리며 입장하는 관객들을 살피는 것도 나름의 재미가 있다. 휴일 아침, 관객들은 모두가 밝고, 건강해 보인다. 기대감에 찬 다양한 표정과 연령대의 관객들이 좌석을 메워나간다. 젊은 층들과 중장년층의 경계 없는 동행이 이루어지는 극장 안에 나도 함께하는 것이다. 그렇다. 최근 몇 년간 관객층의 세대분포는 의미 있는 변화를 보여 왔다. 현저하게 늘어난 40/50/60대 관객층이 그것이다. 그런 변화는 결국 우리 사회의 문화향유에서 성숙도와 건강성을 보여주는 의미 있고 진전된 변화라 할 것이다. 다양성은 영화의 중요한 본질이다. 동서와 고금, 인종과 세대를 아우르는 다양한 관심들이 영화로 만들어지고, 그런 영화들을 보며 관객들은 인류이해의 광장에 초대받아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게 되는 것이다. 영화를 통한 이러한 상호교감은 어떤 정치적 구호나 선동보다 자발성이 강하고 설득력 또한 큰 것이다. 몇 년 전 역시 다큐멘터리 영화였던 <울지마 톤즈>를 상기하면 이해될 영화의 사회적 의미이기도 하다. 관객층의 다양화는 한국영화의 기획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어야 한다. 우리는 20대 관객층을 주타겟으로 하는 영화기획의 문제점들을 오랫동안 목격해왔다. 인본주의나 삶에 대한 진지한 질문이 아니라 국적불문의 유행성에 기대는 로맨틱 코미디 또는 조폭액션 장르 영화의 범람이 그 예이다. 영화의 미학은 찾을 수 없고 질 낮은 유행성의 포장만 남는 한국영화라면 끔찍하지 않은가. 이 문제점을 개선시키는 것은 영화인들의 반성이나 영화 투자자들의 양심의 발로에서 이루어지지 않는다. 오로지 관객층의 다양화에 있으며, 그들의 건강한 선택에 달려 있다. 그런 상황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보편적 추세가 될 때, 영화기획의 지향점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영화의 방향과 수준을 관객들이 결정해주는 이른바 관객의 시대가 도래하는 것이다. 다양한 관객들이 다양한 영화들을 골라 즐길 관객의 시대는 생각만으로도 가슴 따뜻해지는 한국영화의 바람직한 미래상이기도 하다. 김영빈 인하대 교수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집행위원장

[문화카페] 2015 양띠 해, 비정상을 정상으로

수많은 사건사고를 남긴 2014년 갑오년 청마의 해는 지고 그 많은 숙제를 넘겨받은 2015년 을미년 청양의 해가 무거운 마음으로 하지만 희망이라는 단어를 가지고 힘차게 떠올랐다. 언제나 그렇듯이 새해 첫날이 되면 개인도 가정도 여느 단체도 그리고 국가도 다양한 구호를 외치며 저마다 어떤 목표를 만들고 결심들을 한다. 그리고 기원한다. 결심한 목표들이 이루어지도록 필자 또한 새해 첫날 여느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덕담으로 첫 인사를 나누고 싶다. 하지만 그런 덕담들은 일월 내내 들을 테니 필자는 조금 다른 소리를 하려 한다. 바로 2014년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모두가 지나간 일은 다 잊고 앞으로 힘차게 나가자고 할 터이지만 적어도 필자는 2014년 잊는다는 것이 얼마나 무책임한 회피라는 것을 잘 느끼고 깨달았다. 그래서 우리는 잊음이 얼마나 우리의 미래를 예전의 허약함으로 돌려놓는지 알아야 한다. 많은 이들이 피로감을 느낀다며 지겹다고 표현하는 2014년 역사에 없었어야 할 세월호 참사는 우리가 얼마나 이기적이며 국가가 얼마나 무책임하고 무능한 상황임을 일깨워 주었다. 하지만 더 아쉬운 것은 참사 후 국가가 보여준 태도이다. 확실한 진상규명과 사후조치보다 정쟁으로 시간만 보내고 아직도 정확한 로드맵이 없다는 것이다. 2014년은 전반적으로 우리사회에 깊게 숨겨져 왔던 어두운 면들이 한꺼번에 드러난 해이기도 하다. 언제나 사건사고들은 있었지만 2014는 긴 시간 동안 곪았던 것들이 터지기 시작한 것이라 근본적 개조가 필요한 것이다. 윤일병 사망사건과 임병장 총기난사사건은 폐쇄된 병영문화의 참담한 일면을 보여주었고 세월호는 물론 마우나리조트붕괴, 고양터미널화재, 장성요양병원화재, 수많은 지하철사고 등 우리사회의 모든 분야에서의 안전 불감증이 빚어낸 참사이다. 또한 수많은 사회지도층의 성추문사건 대한한공 땅콩회항 같은 슈퍼 갑들의 도덕불감증으로 인한 오만한 갑질들 너무도 많고 다양한 문제들이 우리 앞에 산적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가와 국민의 기본적인 시스템과 정신적 개조없이 먹고사는 일만 강조한다면 우리의 후손들은 지금보다 더욱 불안한 사회로 내몰려야 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국가개조를 약속했던 정부가 지금 그것을 이행하고 있는지 아니면 경제가 급하니 뒤로 미루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경제를 핑계로 국가개조는 없던 일이 된 것인지 잘 모르겠다. 나 태어나 이 땅에 살면서 경제위기가 아닌 적이 없었다. 늘 위기다. 특히 위정자들은 그들의 권력이 흔들릴 때 항상 국가경제를 들고 나온다. 경제 좀 어려우면 어떤가! 지금보다 오히려 좀 배고프면 어떤가. 스마트폰 없으면 살수 없는가! 재벌 총수 매번 풀어주고 경제가 잘 풀렸으면 우리는 아마 지금 지상 최고의 경제 대국일 것이다. 수없이 죄지은 재벌들 가장 많이 풀어준 나라 아니던가! 재벌들이 금고에 쌓아두고 있는 천문학적인 돈 총수 풀어주면 투자하는가! 기업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법이 계급을 나누면 안 된다는 것이다. 우리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 2014년에 벌어진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려놓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세월호 진상규명을 진실로 철저히 하여 다시는 국가가 무능하여 무고한 국민이 희생당하지 않아야 할 것이며 비극적으로 비참하게 죽어간 윤일병의 죽음을 교훈삼아 군대문화를 더욱 근본적으로 바꿔야 할 것이다. 심심하면 터져 나오는 지도층의 성추문도 대한항공의 땅콩도 슈퍼 갑들의 질 나쁜 못된 짓거리니 갑과 을의 잘못된 문화도 확 바꾸어야 한다. 그리고 정녕 이 모든 것을 백년대계로 바꾸어 나가려 한다면 작금의 교육제도와 교육정책을 뿌리부터 바꿔야 한다. 초중등교육은 경쟁이 아닌 자율로 영어수학이 중심이 아닌 그래서 없애거나 축소한 음악, 미술, 체육, 역사 수업을 필수과목으로 바꾸고 대학에서 푸대접 받는 인문학을 다시 부흥시켜야 한다. 대학을 취업기관이 아닌 공부하는 상아탑으로 돌려놓아야 할 것이다. 취업은 국가의 책임이다. 국가의 대개조 2015년 양띠해가 시작해야 할 일이다. 백년 후를 바라보며! 장용휘 수원여대 교수연출가

[문화카페] 지역예술단체 및 예술인 지원사업과 관련한 제언

새로운 세기에 접어들면서 세계는 이제 경제민주주의를 넘어 문화민주주의가 중요한 화두로 등장하였으며, 생활 속의 문화예술, 문화복지라는 새로운 가치가 만들어지고 있다. 그 뿐만 아니라 문화예술은 국민의 행복지수와 사회통합, 그리고 국가경쟁력의 근간이라는 또 다른 가치 인식으로까지 그 위상이 크게 변화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환경들이 하루아침에 조성되는 것은 아니다. 문화예술이 국민들의 삶 속에 스며들어 예술적 상상력이 풍부해지고 국가 경쟁력으로까지 발전하기 위해서는 우선 예술인들을 위한 지속적이고 강력한 활동 지원을 통한 사회적 환경조성이 필요하다. 이는 곧 예술인들의 일자리 창출 지원사업과 그 맥을 같이 해야 한다고 본다. 현 정부의 핵심과제인 창조경제란 궁극적으로 일자리 창출을 통한 국가경제발전을 의미한다. 이와 더불어 최근 예술인들을 위한 예술인지원법이 제정된 바 있으나 이들 모두가 예술인의 생활여건 개선과 자립을 위한 일자리 창출을 위한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해법이 될 수는 없다. 위의 사업들은 제한적, 한시적 사업이고 지원 방법이 공연보상금 차원의 지원으로서 실질적 고용창출에는 한계가 있다고 하겠다. 일례로 상주단체 지원사업의 경우 지원기간이 1~2년에 그치고 있으며 그 금액도 최대 1억원 미만이어서 고용창출의 효과가 미미하며,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고용유지를 꾀할 수 없다. 예술인들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지원사업으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함께 참여하여 부담도 나누어 갖는 형태의 사업이 현실적인 대안이 될 것이다. 중장기적인 측면에서 예산상의 부담으로 인하여 시립예술단체를 보유하고 있지 못한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역예술단체 및 예술인 지원 매칭 사업으로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소재한 민간예술단체에 지자체 지원 예산 50%, 중앙정부 지원 예산 50%의 매칭을 통해 최소 3~5년 이상의 중장기적인 지원을 통해 지역예술인들의 안정된 고용유지를 가능토록 하게 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지자체가 1억 원을 지원하면 중앙정부가 매칭으로 동일한 금액인 1억 원을 지원하여 총 2억 원을 지역예술단체에게 지원하여 예술단체의 공연비 및 경상운영비로 사용케 한다. 예술단체의 의무사항으로 연간 5회 이상의 기획공연과 10명 이상의 상근 단원을 고용케 하고 4대 보험을 의무적으로 가입케 하여 고용창출을 이루는 것이다. 성과 평가를 통하여 성과가 높은 예술단체에는 총액 기준으로 매년 2억 원씩 증액 지원하여 고용인원과 공연 횟수를 2배 증가시켜 최대 8억 원까지를 지원하여 고용인원 40명과 연간 20회 이상의 기획공연을 의무적으로 수행케 한다. 이의 실현 방법으로 공모사업을 통하여 이 제도의 도입에 확고한 의지가 있는 지방자치단체를 정하고, 지자체 해당부서 및 문화재단 등이 지역예술단체 및 예술인을 선정케 한다. 사후관리 및 평가는 매년 공신력 있는 기관이나 전문가집단이 실시하게 하는 것이다. 이 사업은 지자체와 중앙정부와의 매칭을 통해 전국 지자체에 산재되어 있는 많은 민간예술단체 및 예술인들에게 안정된 일자리를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지역예술인의 참여로 지역특성에 맞는 지역문화 활성화와 지역예술인들의 안정된 고용창출에도 기여하게 될 것이다. 박평준 삼육대 음악학과 교수

[문화카페] 미술, 박물관의 생일

엊그제 16일 화요일 조촐한 파티를 열었다. 파티래야 초 3개를 꽂은 케이크가 전부인 9명의 미술관 직원들만의 단출한 미술관 개관 생일파티였다. 양평군립미술관은 2011년 12월 16일 마법의 나라, 양평이란 전시로 개막하였다. 맛의 나라, 행복의 나라라는 전시를 거쳐 19일 금요일 오픈하는 개관 3주년 기념 전시는 꿈의 나라, 양평이다. 세 살 박이 양평군립미술관은 3년간 18회의 기획전시에 작가 789명이 초대되었고, 43만 명이 다녀가 일일평균 관람객 527명이었다. 올해에는 경기도 내 사업평가 최우수기관으로 선정되어 지난 3년간의 성적표는 괜찮은 편이라 할 수 있다. 기업은 생일을 맞이할수록 성장의 기쁨을 누린다. 성공적인 기업이라면 매출도 늘고 순이익도 증가할 것이다. 대량생산에 따른 단위 생산 단가는 낮아진다. 사업 규모와 조직은 성장에 비례하여 확대된다. 기업이 창립일을 기념하는 것은 이러한 성장의 기쁨을 누리고 향후 발전을 위한 전기로 삼고자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반기업과 달리 미술. 박물관은 개관 연수가 오래되었다고 하여 수입이 비례적으로 증대되거나 관람객이 일정 수 이상 증가하지는 않는다. 예술기관 성장률이 사업예산에 비례하지 않는 구조적 성질 때문이다. 조직과 인력 또한 그만큼 확대되지 않는다.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미술관 운영은 만만치 않게 된다. 일반 기업의 공산품은 대량생산을 통한 원가절감이 가능하지만, 미술. 박물관은 시설유지관리비와 인건비 등 경상비는 증가한다. 미술관 관람객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늘 새로운 창의적 기획이 요구된다. 전시의 질을 높인다고 해외 유명작가 작품을 전시하려면 작품 대여료가 천정부지이고 보험료가 높아지는 등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운송비, 전시기획 디자인, 포스터, 전단, 도록 등 각종 인쇄 및 설치비용의 절감에도 한계가 있다. 공연예술단체의 경우 경비를 절감한다고 하여 50여명이 출연하는 베토벤의 교향곡을 10명으로 줄여 공연할 수 없고, 반복 공연을 한다고 경비가 줄지 않는 구조적 비용질병(cost diseases)에 허덕인다. 미술관 역시 이를 벗어나기 어렵다. 교육, 전시 사업의 질을 높이고 사업을 확대하면 할수록 원가 이하로 제공되는 공공서비스이므로 적자의 규모가 커지는 모순을 안고 있는 것이다. 생일은 개인에게는 기쁨이고 미술관은 새로운 좋은 전시와 방향을 설정하는 계기다. 미술관 운영자가 이 생일을 미술관 운영의 새로운 전기로 삼고자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럼에도, 공사립을 막론하고, 미술. 미술박물관 운영자가 해를 거듭할수록 미술. 박물관 운영이 어렵다고 하고 생일이 반갑지만은 않은 것은 이러한 구조적 한계 때문이다. 그러므로 미술관의 본래 목적인 공공 서비스의 질을 높이 위해서는 지속적인 운영경비 증가가 필요하다. 최근에 경기도를 대표하는 한 미술관이 전기료가 없어 문을 닫을 형편이라고 보도되었다. 이를 어떻게 이해할까? 비용질병보다 더 무서운 질병은 문화예술 공공서비스의 본래 목적을 잃어버리는 질병이다. 이철순 양평군립미술관장

[문화카페]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5번의 두 연주회

지난 11월, 러시아 작곡가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5번이 서울의 같은 콘서트홀에서 사흘 간격을 두고 각각 독일과 러시아를 대표하는 두 명문 방송교향악단에 의해 연주되는 흔치않은 일이 벌어졌다. 같은 작품일지라도, 음악을 해석하고 만들어 나가는 지휘자와 그의 악기인 오케스트라의 연주 성능 및 사운드의 특징에 따라 완전히 새롭게 재창조된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비교 이벤트가 되었으므로 음악인들과 음악애호가들의 관심이 자연히 집중되었다.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차이코프스키를 이어, 프로코피에프와 함께 러시아 음악의 정통성을 이어갔던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는, 당시 소련 사회를 공포로 짓눌렀던 숙청 분위기 속에서 스탈린 공산정권의 억압으로부터 어지간히 시달림을 받으면서 심각한 신변의 위협을 느꼈다. 위기를 극복하고 작곡가로서의 명예와 입지를 회복하고자 고군분투 했던 그는, 그 결과 당국의 정당한 비판에 대한 소비에트 예술가의 창조적 답변이라는 멘트와 함께 그의 생애 최고의 걸작 교향곡 5번을 탄생시켰다. 이 작품에는 체제의 비위를 맞추면서도 스탈린 압제에 은밀히 반항하는 이중적 면모가 담겨 있는 만큼, 예술가로서의 내면적 갈등과 작곡가 자신의 인간적 고민이 깊게 서려있다.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5번은 오늘날 그의 교향곡 중에서 가장 빈번히 연주되고 인기도 가장 많은 곡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과거 공산권의 소련 작곡가 작품 연주가 금지됐던 시절, 1978년 내한했던 명지휘자 레너드 번스타인이, 당시 공연관계자의 강력한 프로그램 변경 요청을 무시하고 결연히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됐다. 독일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을 이끌고 내한한 마리스 얀손스는, 러시아 지휘계의 거장 예프게니 므라빈스키를 사사한 후, 빈 음악원의 명교수 한스 슈바로프스키와 베를린 필하모닉의 음악감독 카라얀의 문하에서 서양 오케스트라 지휘의 계보와 전통의 유전자를 이어 받은, 현존하는 지휘계 최고의 명장이다. 특유의 집중력과 열정을 쏟아내는 그는, 이번 연주에서 저음부 베이스 악기를 무대 중앙의 오른편에 배치하는 등 서구의 전통적인 토스카니니식 악기 배치를 하였고, 정교하고 세련된 독일 사운드를 쌓아갔다. 모스크바 방송교향악단에 42살의 나이로 상임지휘자에 임명된 이후 40여 년간 뚝심으로 이끌어 온 블라디미르 페도세예프는, 반세기 넘게 극심한 변화와 혼란의 시대를 겪어 오면서도 조국을 떠나지 않고 러시아 오케스트라의 전통적 사운드를 꿋꿋하게 지켜오고 있는 러시아의 마지막 거장이다. 쇼스타코비치 스페셜리스트인 그는, 얀손스와는 다르게 므라빈스키식의 전통에 따라 저음부 베이스 악기들을 무대 중앙과 왼쪽 뒤편에 배치하였고, 다소 투박하고 거친 러시아 사운드가 중후하면서도 화장기 없는 러시아의 향토적 음악을 만들어냈다. 비슷한 시기에 동일한 콘서트홀의 음향 조건에서 하나의 음악을, 서로 다른 지휘자의 해석, 서로 다른 사운드 특성과 성능을 갖춘 오케스트라의 실연으로 비교하여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흔치않다. 내심 이 흥미로운 대결의 승자로 러시아 본토의 노장 페도세예프의 손을 슬쩍 들어주면서,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5번은 섬세한 맛의 고급 와인 같은 독일 사운드보다는, 러시아 보드카와 같은 사운드가 보다 더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다. 임형균 톤마이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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