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감기 조심하세요

정일형 지역사회부 부국장 ihjung@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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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쌀쌀해 지면서 “감기 조심하세요”라는 한 내복약 선전문구가 떠오른다. D제약이 1968년 출시한 이 종합감기약은 어린시절 겨울나기의 만병통치약처럼 여겨졌다. 깜찍하게 머리에 물방울 무늬의 두건을 둘러쓴 왕눈이 인형 아가씨가 아리따운 목소리로 외쳐댔던 “감기조심하세요”는 여전히 귓전에 맴돌고 그 캐릭터는 시대가 변했음에도 아직도 상용되고 있다.  

▲감기는 100여 종이 넘는 바이러스가 끊임없이 변종을 일으키면서 발생하는 것으로 의학계는 분석하고 있다. 이런 변종으로 코(비강)와 목(인두)에 염증이 생기는데 염증이 생기는 부위를 지칭해 상기도염이라고도 한다. 요즘 감기는 계절을 가리지 않지만, 그래도 기온이 떨어지면서 실내외 온도차가 커지는 늦가을부터 겨울에 더 자주 발생한다. 이 시기를 건강하게 보내기 위해서는 초기에 감기를 빠르게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예방접종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10월 들어서면서 정부가 65세 이상 노인들의 독감예방 접종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어르신들의 독감예방 접종은 정확치는 않지만 대략 1995~96년부터 권장됐던 것으로 어렴풋하게 기억된다. 당시 전 방송사마다 어르신들이 팔을 걷어 붙이고 길게 줄을 서 주사를 맞는 장면이 지금도 생생하다. 올해도 정부는 무료독감 예방접종을 민간 의료기관까지 확대 시행하고 있다.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한 독감무료 예방접종은 오는 11월15일까지 진행된다. 하지만 벌써부터 많은 문제점을 낳고 있어 우려스럽다. 백신이 동이 나 제때 접종을 받지 못하는 노인들이 속출하고 있다. 더구나 민간으로까지 확대해 놨더니 주사비용이 1만5천원에서 3만원까지 천차만별이어서 어르신들을 화나게 하고 있다. 물량이 제대로 확보됐는지, 민간확대 시 야기될 문제점은 없을지 등 사전점검을 제대로 하지 않은 정부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감기조심하라며 무료접종을 적극 권장하면서도 정작 동일한 문제가 매년 반복되고 있음에도 고치지 않는 것은 “감기, 방치하세요”라고 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정부는 이제라도 “감기 조심하세요”라는 인형 아가씨의 낭랑한 목소리 같은 청량한 대책을 내놔야 한다.

정일형 지역사회부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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