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고 정확한 문장으로 작품을 더욱 빛나게 하는 조해진 작가의 두번째 소설집 목요일에 만나요가 출간되었다. 지난 2004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으로 문단에 데뷔해 등단 4년 만인 2008년에 첫 소설집 천사들의 도시를 펴낸 후, 6년 만에 출간되는 소설집이다. 표제작 목요일에 만나요부터 PASSWORD, 북쪽 도시에 갔었어, 이보나와 춤을 추었다, 영원의 달리기 유리, 밤의 한가운데서, 새의 종말, 홍의 부고까지 총 9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작가는 이번 소설집에서 자신만의 스타일을 완성하고, 더욱 깊어진 사유의 흔적을 보여준다. 독자들은 그의 작품에 녹아 있는 문장의 힘과 상상력의 밀도를 단서로 그 사실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소설집의 등장인물들 역시 입양아, 어머니를 잃고 동생마저 사라져 혼자 남은 여자, 다른 나라에서 이방인의 삶을 살아가는 외국인, 연인을 잃은 남자와 타인의 꿈을 찾아가는 존재, 어린 시절의 상처로 마음의 문을 닫은 여자, 동성애자 등이다. 작가는 이들의 이야기 속으로 아주 세밀하게 파고들어가서 밀도 높은 상상력으로 그들의 내면을 그려내는데, 이때 과장되지 않은 정교한 문장이 빛을 발하는 것이다. 이것은 작가의 예민한 감각이 포착해낸 고통의 모습이자 치열한 자기성찰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조해진의 단정한 문장도 빛을 발한다. 화려한 수식이나 장황한 설명, 의미 없는 중얼거림은 그의 것이 아니다. 짧고 정확한 문장의 단단함은 섬세하게 단어를 고르고 문장과 문장의 흐름을 정교하게 조직해낸 작가의 노고를 엿볼 수 있게 한다. 그것은 통통 튀는 개성을 보여주는 동시대 작가들의 작품에서 찾아보기 흔치 않은, 고전적인 스타일의 서사이다. 그러나 이것은 조해진의 작품을 더욱 빛나게 하는 강점이기도 하다. 값 1만2천원 강현숙기자 mom1209@kyeonggi.com
싱그러움이 가득한 봄, 새롭게 첫 발을 뗀 수원SK아트리움 이야기를 담은 수원문화재단의 정기간행물 인인화락 봄호(제6호)가 발간됐다. 이번 호에는 지난 7일부터 내달 6일까지 열리는 수원SK아트리움 개관 기념 페스티벌 내용을 중점적으로 실었다. 특히 수원SK아트리움 개관기념 페스티벌의 공연 중 하나인 KBS성우극회의 특별한 콘서트를 소개했다. 그간 Voice 콘서트로 수원시민들을 만나왔던 KBS 성우극회와 이들에 대한 궁금증들을 인터뷰 형식으로 풀어냈다. 또 지난해 8월 수원 광교산 자락에 새둥지를 튼 고은 시인의 인터뷰를 통해, 시인의 창작열과 수원을 향한 애정을 엿볼 수 있다. 고은 시인은 지난해 11월, 607편의 시를 엮은 무제시편을 출간해 한국문학사의 또다른 획을 그었다. 개관기념 페스티벌 공연 중 하나인 고은, 시의 밤(14일, 7시30분)에서 세계적인 재즈 보컬리스트 나윤선과 함께 공연을 선사할 예정이다. 더불어 이번 호부터 새롭게 연재하는 옛사진 이야기는 한동민 수원박물관 학예팀장이 필진으로 참여해 수원의 옛 사진을 통해 바라본 수원천의 문화와 역사를 흥미진진하게 들려준다. 이 밖에 수원음악협회 원로고문인 이명재 선생의 음악인생과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화장실 박물관 해우재와 수원화성국제연극제 및 수원화성국제음악제 프로그램을 미리 만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했다. 한편, 김훈동 수원예총 회장의 문화칼럼 예술과 문화도시, 수원으로 가는길, 50년간 묵묵히 인쇄업을 해 온 수원 정판사, 일상을 작품으로 승화시킨 사진작가 남기성의 내 사진을 말한다 등도 게재했다. 비매품이며 수원문화재단 홈페이지와 수원 지역 도서관에서 볼 수 있다. 문의 (031)290-3525 박광수기자 ksthink@kyeonggi.com
2014년은 경기도라고 부른 지 600년이 되는 해다. 또 2018년이면 경기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지 1000년이 된다. 이야기 京畿 600년, 경기는 명당(明堂)이다(이동화 著ㆍ가갸소랑刊)는 대한민국 역사 및 문화 중심지이자, 대한민국 근대화와 경제성장의 선도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경기도가 주인공이다. 이 책은 2014년 경기도 600년을 맞아 이동화 기자가 인천일보에 2012년 4월부터 12월까지 34회에 걸쳐 경기도 600년, 천년을 내다본다를 기획ㆍ연재했고 그 취재물을 수정ㆍ보완해 엮은 것으로 경기도의 정체성과 문화원형을 재발견하기 위한 경기도의 역사ㆍ문화 콘텐츠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현직 기자인 저자가 현장 취재와 전문가 인터뷰 등을 통해 경기(京畿)의 뿌리와 경기사람의 삶을 취재한 내용이 알짜배기다. 경기 출신 인물과 경기 종가, 사통팔달 경기 옛길, 8일간의 화성 행차, 경기 먹거리, 경기 명당, 조선왕릉, 생태계의 보고 DMZ, 경기 문화상징, 경기 경관, 종교의 성지 경기도, 농업의 중심 경기, 경기 산업의 현주소, 다문화 해방구 원곡동 아리랑 등. 경기의 뿌리에서부터 현재의 모습까지 경기도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준다. 이 책은 경기의 뿌리와 문화원형(인문역사자연), 디지털 문명 등 3개 주제로 구성됐다. 제1주제에서는 경기의 역사와 문화의 특징에 대해, 제2주제에서는 인문, 역사, 자연 등 3개 분야로 구분해 경기도의 문화원형을 소개한다. 제3주제에서는 디지털 문명의 중심으로서의 현재 경기도의 현주소를 엿볼 수 있다. 저자는 서문에서 경기도 600년 역사문화 콘텐츠는 장엄한 교향곡이고 위대한 서사시였다고 고백하고 있다. 한국사에서 전개 과정에서 중심적 역할을 했던 경기도가 앞으로 새로운 600년을 어떻게 준비해나갈 것인가에 대한 기대와 고민이 담겨 있다. 값 2만원 강현숙기자 mom1209@kyeonggi.com
등단 20년차 작가 은희경이 돌아왔다. 그녀의 다섯번째 소설집 다른 모든 눈송이와 아주 비슷하게 생긴 단 하나의 눈송이(문학동네刊, 이하 눈송이)은 총 여섯 편의 소설들이 때론 느슨하게, 때론 긴말하게 연결돼 있다. 표제작 눈송이부터, 프랑스어 초급과정, 스페인 도둑, T아일랜드의 여름 잔디밭, 독일 아이들만 아는 이야기, 금성녀까지 유사한 인물들과 동일한 공간들이 여러 소설들에서 겹쳐지고, 에피소드와 모티프가 교차한다. 그리고 여섯 편의 소설들 전체를 아우르고 있는 마지막 작품 금성녀에 도달하면, 그것들이 단지 희미한 유사성에 그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 그러므로 이 작품집은 눈송이 연작이라 불러야 맞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프랑스어 초급과정에 등장하는 여성과 이 단편의 화자, 즉 여성이 품고 있던 태아는 스페인 도둑에 등장하는 엄마와 아들 완으로 연결된다. 눈송이의 주인공 안나는 T아일랜드의 여름 잔디밭에 등장하는 소년의 엄마와 겹쳐진다. 따로따로 떨어진 파편 조각처럼 흘러다니던 사람들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만나게 될지 누가 예감이라도 했겠는가. 이런 상상은 독자들을 모종의 설렘으로 벅차게 한다. 그 가운데 결혼과 동시에 아버지의 집을 떠나 낯선 신도시로 이중한 한 여성의 이야기를 다룬 프랑스어 초급과정, 한국을 떠나 처음으로 미국으로 이주한 모자의 험난한 정착과정을 그린 T아일랜드의 여름 잔디밭 등의 작품에선 우리가 낯선 인생에 부딪혀 상처입고 고통스러워하면서도 또다시 낯선 곳을 부단히 찾아다닐 수밖에 없는 존재임을 속삭여준다. 이번 작품에 대해 은희경 작가는 우리는 각자의 인생을 살지만 끊임없이 타인과 스치고 있어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누군가의 삶과 어떤 식으로 얽히고 스치고 풀어지는 순간이 있었을 테고, 또 그것이 인생을 바꿔놓았는지도 모른다, 그런 이야기를 쓰고 싶었던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값 1만2천원 강현숙기자 mom1209@kyeonggi.com
만인을 위해 내가 일할 때 나는 자유 땀 흘려 함께 일하지 않고서야 어찌 나는 자유이다라고 말할 수 있으랴 만인을 위해 내가 싸울 때 나는 자유 피 흘려 함께 싸우지 않고서야 어찌 나는 자유이다라고 말할 수 있으랴 (「자유」 부분) 시인이자 전사로서 불꽃같은 삶을 살았던 김남주(1945~1994) 시인이 남긴 총 518편의 시를 집대성한 전집이 출간됐다. 김남주 시전집(염무웅임홍배 엮음ㆍ창비刊)은 1994년 49세의 이른 나이로 타계한 김남주 시인의 20주기를 맞아 그의 시정신을 올바르게 계승하기 위해 시의 전체상을 온전하게 확인할 수 있는 정본(定本)으로 완성됐다. 김남주는 1945년 전남 해남에서 빈농의 아들로 태어나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전남대 영문과에 입학, 유신반대 운동에 앞장서다 1973년에 8개월의 옥고를 치렀다. 대학에서 제적된 후 고향에 내려가 농사를 지으며 농민문제에 깊은 관심을 쏟는 한편으로 습작에 몰두했다. 1974년 창작과비평에 시를 발표하며 문단에 등장한 이래 남민전(남조선민족해방전선) 사건으로 10년 가까운 투옥생활을 겪어야 했다. 그러나 감옥에서의 이 시간은 그에게 투사이자 시인으로서 자신을 단련하는 뜨거운 투쟁의 기간이었다. 우유갑이나 담뱃갑 은박지에 촘촘히 새겨 쓰거나 머릿속에 외워두었다가 면회 온 사람을 통해 몰래 감옥 바깥으로 내보낸 300여 편의 옥중시는 1980년대 한국시의 한 절정이자 민주화운동의 뜨거운 상징으로 기억되는 빛나는 걸작들이다. 총 7부로 구성된 전집은 시의 집필 시기에 따라 크게 시인의 초기작과 옥중시, 출옥 이후의 시로 나누어 엮였다. 1부는 등단 이후부터 1979년 시인이 남민전 사건으로 투옥되기 이전에 발표된 초기시들이며, 2부~5부에 실린 옥중시 가운데 2부는 감옥 안의 상황과 옥중투쟁의 정황이 비교적 잘 드러나는 시들, 3부는 광주학살에 대한 대응과 현실상황에 대해 발언하는 투쟁적인 시들, 4부는 주로 서정성이 짙게 드러나는 시들, 그리고 5부는 감옥에서 썼으나 출옥 후에 발표되거나 퇴고한 시들을 묶었다. 6, 7부에는 각각 출옥 후에 출간된 시집과 유고시집에 실린 시들이 나눠 실렸다. 혁명시인이자 해방전사로서 순수한 헌신과 열정, 강인한 정신의 긴장을 한시도 놓지 않았던 그의 시들은 아직도 살아있다. 또 투쟁시뿐 아니라 전통적민중적 서정성이 돋보이는 시들 역시 커다란 감동을 준다. 죽지 않은 그의 시세계는 전집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값 4만원 강현숙기자 mom1209@kyeonggi.com
어머니 이야기 /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著 / 북하우스 刊 매서운 칼바람이 부는 겨울밤. 가난한 어머니는 차가워진 아이의 몸을 어루만진다. 자신의 체온을 나누어도, 아이의 귀에 사랑한다 주문을 속삭여도 대답이 없다. 그렇게 죽음의 사자는 아이를 데려간다. 절망한 어머니는 아이를 찾기 위해 죽음의 사자를 찾아간다. 안데르센의 동화 어머니 이야기는 신화적 모성을 주제로 구전설화와 같은 우화를 판타지적이면서 은유적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아이에게 들려준 자장가를 모두 불러달라는 밤의 여신, 어머니의 두 눈을 요구하는 커다란 호수, 검은 머리카락을 원하는 온실의 할멈. 어머니는 아이를 찾기 위해 이 폭압적 대상의 요구를 모두 수용한다. 부모가 아이를 굶기고, 때리고, 방치해 죽이는 비극의 시대. 안데르센이 부모에게 던지는 현대적 동화다. 값 1만2천800원 공부란 무엇인가 / 이원석 著 / 책담 刊 공부란 무엇인가?. 이 답을 안다면 서울대를 갔거나 하버드대를 갔을 거다. 그러나 저자는 그것은 일부라 말한다. 공부는 진학의 도구도, 입신양명 수단도 아니다. 공부란 사람을 만드는 것이라 말한다. 자연적 존재로부터 문화적 존재로 인간을 이동시키는 것. 그것이 공부의 본질이라고 주장한다. 저자는 기존의 공부에 대한 통념을 전복하고, 독서와 사유, 우정을 통해 공부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제공한다. 그것은 바로 존재를 변혁하고 삶을 벼리고 우정을 도모하는 공부의 삶이다. 그런 의미에서 행복은 공부 순이다. 로쟈 이현우가 말한 대로, 우리 사회가 이 책에 공감할 수 있다면 우리에겐 아직 희망이 있다. 값 1만원 리더를 위한 로마인 이야기 / 시오노 나나미 著 / 혼미디어 刊 로마인 이야기, 십자군 이야기로 우리나라에도 상당한 팬을 거느린 일본의 역사작가 시오노 나나미의 책이다. 로마 역사에서 몇 가지 이야기를 뽑아내 현대에 접목했다. 주로 정치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이와 무관한 사람이 읽어도 뜨끔한 대목이 많다. 저자가 책을 통해 말하고 있는 것은 반드시 이것만이 옳은 길이라는 가르침이 아니다. 로마가 걸어온 길을 되짚어 돌아보고 그것을 현대의 리더가 마음에 담아두길 바라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의 서두를 리더에게라고 달았다. 흔히 역사는 반복된다고 말한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도 말한다. 오래전 로마인들의 이야기를 이런 건 다 옛날에나 통했지라고 치부해 버릴 수 없는 이유다. 값 1만3천800원 박광수기자 ksthink@kyeonggi.com 이주의 베스트셀러 1. 겨울 왕국 무비 스토리북 | 예림아이 편집부 지음 | 예림아이 2. 내가 사랑한 유럽 TOP10 | 정여울 지음 | 홍익출판사 3. 에드워드 툴레인의 신기한 여행(하트우드 1) | 케이트 디카밀로 지음 | 비룡소 4. 겨울 왕국(Disney)(디즈니 무비 클로즈업 4) | 디즈니 지음 | 꿈꾸는달팽이 5. 강신주의 감정수업 | 강신주 지음 | 민음사 6. Frozen(겨울왕국)(영화로 읽는 영어원서 31) | Sarah Nathan 지음 | 롱테일북스 7. 1cm+ 일 센티 플러스 | 김은주 지음 | 허밍버드 8. 다윗과 골리앗 | 말콤 글래드웰 지음 | 21세기북스 9. 다른 길 | 박노해 지음 | 느린걸음 10. 잡담이 능력이다 | 다카시 지음 | 장은주 옮김 | 위즈덤하우스
광명가학광산동굴(광명동굴) 이야기가 만화로 나온다. 광명동굴은 수도권의 유일한 폐광산으로 일제가 자원을 수탈해가던 곳이었고, 여기서 광부로 일하면 징용을 면제받았다. 6ㆍ25전쟁 때는 피난장소가 됐고, 1972년 폐광될 때까지 캐낸 금, 은, 동, 아연 등 금속은 우리나라 산업화의 밑거름이 됐다. 만화 광부는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광명동굴 인근의 도고내마을에서 나고 자란 세 소년의 우정과 삶, 일제강점기와 6ㆍ25전쟁, 그리고 산업화를 겪으며 살아온 마을사람들의 애환과 희망을 현재와 과거를 아우르는 이야기로 풀어내고 있다. 만화는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하고 있어 어린 아이부터 중장년까지 두루 읽을 수 있으며, 아이들에게는 역사에 대한 이해, 어른들에게는 지난 시대에 대한 향수를 불러와 공감을 느끼게 한다. 광부는 지난해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의 창작지원사업에 선정된 박성재 작가의 작품이다. 광명시는 지난해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실시한 만화콘텐츠 공모사업에 선정돼 박 작가의 작품을 발간하게 됐다. 만화 광부는 광명시 각 도서관이나 동 주민센터에서 볼 수 있다. 광명=김병화 기자 bhkim@kyeonggi.com
김려령 장편소설 우아한 거짓말(창비刊)이 3월 13일, 동명의 영화 개봉을 맞아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고 출간됐다. 지난 2009년 출간돼 뜨거운 화제를 모은 우아한 거짓말은 평범하게만 보이던 열네 살 소녀 천지가 어느 날 자신이 짠 털실에 목을 매 자살하는 사건에서 시작한다. 천지의 죽음 이후 엄마 현숙과 언니 만지가 천지의 친구인 화연과 주변 사람들을 통해 죽음 뒤에 숨겨진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은 작품이다. 영화 우아한 거짓말은 김려령 작가의 동명소설을 영화화한 것으로 영화 완득이를 연출한 이한 감독과 원작자 김려령 작가가 두 번째 호흡을 맞췄다. 배우 김희애, 고아성, 김유정 등 화려한 출연 배우까지 많은 화제를 불러오고 있다. 소설에서 사건의 실마리를 추적하는 과정은 등장인물들의 심리 탐구와 더불어 양파처럼 쉽게 속이 드러나지 않아 팽팽한 긴장감을 전한다. 결국은 풀릴 거라고 믿기에, 갈수록 꼬이는 털실 뭉치를 쫓는 재미가 상당하다. 여기에다 두 가지 시점에서 교차하는 이야기가 독서를 더욱 흥미롭게 한다. 추천사에서 소설가 정유정은 이 작품에 대해 추리소설을 보는 듯한 구성과 복선, 치고 빠지는 변칙복서 같은 대사, 절제된 서술, 연검처럼 날렵하면서도 묵직한 내상을 안기는 김려령표 문장은 읽는 이의 방어벽을 야금야금, 철저하게 무너뜨린다고 찬사를 전했다. 우아한 거짓말 속 이야기는 김려령 작가의 자전적인 경험에서 시작됐다. 주인공 천지와 비슷한 나이였을 무렵, 작가 역시 잔인한 세상을 그만 등지고 싶은 유혹에 시달렸다고 한다. 그랬던 그를 구한 것은 진심을 담은 지인의 안부 인사였다. 상대방을 위하는 척하는 우아한 말 한마디가 누군가를 죽음에 이르게도 하지만, 벼랑 끝에 선 사람을 구하는 것 역시 진심 어린 말이라는 작가의 메시지는 명확하고 강렬하다. 값 1만2천원 강현숙기자 mom1209@kyeonggi.com
우리나라의 각 지역에는 저마다 정체성을 드러낼 만한 문화콘텐츠를 하나씩은 갖고 있다. 이를테면 수원의 화성(華城), 안성 방짜유기, 광주여주 도자기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용인은 특유의 역사와 문화적 유산에도 불구하고 지역을 대표할 만한 킬링 콘텐츠가 없는 게 사실이다. 이에 용인문화재단은 지난해 용인문화콘텐츠 공모사업을 추진, 공모당선 자료집 용인의 이야기를 열다(용인문화재단 刊)를 발간했다. 자료집에는 내용별로 스토리텔링 3편, 논문 2편 등 총 7편의 용인문화를 대표할 수 있는 콘텐츠가 담겨있다. 이중 눈길을 끄는 것은 문화재 처인성을 배경으로 한 스토리텔링작 처인성 전투(김성준 저). 고려시대 몽고 침입 당시 승장 김윤후가 몽고군을 무찔렀던 처인성(시도문화재 44호)의 역사를 흥미있게 풀어냈다. 효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스토리텔링 최우수작품 김상술 효자비(이윤희 저)와 국악명장 최태진의 장인정신이 깃든 삶을 조명한 전통의 소리(나윤빈 저)도 흥미를 자아낸다. 이밖에도 용인의 역사콘텐츠 개발방안과 문화브랜드 구축을 위한 논문과 백암순대의 유래, 중공군 무덤조사보고서 등 다양한 문화콘텐츠가 담겨있다. 비매품 박성훈기자 pshoon@kyeonggi.com
2009년 등단 이후 발표하는 작품마다 짙은 인상을 남기며 평단의 기대를 받아온 소설가 정용준이 첫번째 장편소설 바벨(문학과지성사刊)을 출간했다. 말이 얼음 결정이 되어 사라지지 않고 남는다는 아름답고 불길한 동화 얼음의 나라 아이라로 시작되는 소설은 이 동화에서 영감을 받은 천재 과학자 노아가 말을 결정화하는 실험에 실패한 뒤, 말이 만들어내는 부패하고 냄새나는 펠릿 때문에 사람들이 말문을 닫고 살아가는 새로운 시대(바벨)를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말과 소통이라는 언어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된 이런 SF적 상상은 작가 특유의 시적인 문체와 결합해 먹먹하고 절망적인 시기에 대한 공감을 이끌어내고 그 고통을 실감하게 한다. 단 하나의 욕망인 말을 잃은 사람들에 대한 이 우울한 공상은 그 정황 안에 들어서는 것만으로 공포와 혐오의 감정에 휩싸이게 하고 우리를 슬픔 안에 가둔다. 말을 가진 인간 모두에게 이 소설은 극단의 체험이다. 바벨은 작가의 경험치에서 시작된 작품이다. 정용준은 작가의 말에서 어릴 때부터 말을 할 때마다 무언가를 죽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쉽게 말을 할 수 없었고, 오랫동안 말더듬이로 살아왔다고 한다. 그 문제를 언젠가는 해결하고 싶었는데 이렇게 소설로 쓰게 됐다고 고백했다. 그래서일까 정용준 소설에는 유독 언어 장애를 가진 인물들이 많이 등장한다. 단편 굿나잇, 오블로, 떠떠떠, 떠 등. 말하자면 이번 작품은 말에 대한 작가의 집요한 관심이 언어 장애를 겪는 전 인류의 이야기로 확정되면서 말이라는 인간의 욕망과 능력으로 모든 사람들을 포획해버리는 가혹한 실험까지 하게 된다. 정용준은 1981년 전남 광주에서 태어나 조선대학교 러시아어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 문예창작학과를 수료했다. 2009년 현대문학에 단편 굿나잇, 오블로가 당선돼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단편 떠떠떠, 떠가 제2회 젊은작가상에, 단편 가나가 제1회 웹진 문지문학상 이달의 소설에 선정됐다. 현재 텍스트 실험집단 루 동인으로 활동 중이다. 값 1만2천원 강현숙기자 mom1209@kyeongg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