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주 세번째 시집 ‘차가운 사탕들’

상상력만으로 현실과 환상 세계를 자유자재로 넘나들면서 자신만의 독특한 시적 공간을 만들어내는 이영주 시인의 세 번째 시집 차가운 사탕들(문학과지성사刊)이 출간됐다. 이영주는 1974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2000년 문학동네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108번째 사내, 언니에게가 있다. 현재 불편 동인으로 활동 중인 등단 15년 차 시인이다. 문학평론가 황현산은 이영주의 시를 가리켜 사람살이와 시의 창조에서는 단순한 포기가 거대한 모험으로 통할 때가 있다고 말한다. 이번 시집은 생의 절망을 뒤로한 그녀의 문장들이 숨 막힐 듯 빼곡한 밀도로 채워진 진공의 시 공간 안에서 어떤 모험으로 어떻게 승화하는지를 또렷이 그려낸다. 올해 마흔이 된 시인은 자신을 세계의 모든 괴물 중에 내가 제일 큰 괴물이라 말한다. 그녀의 시어들을 나열하다 보면, 그녀가 어떤 절망적인 마음으로 몰래 혼자서 문장을 써 내려갔을지 가슴이 아릴 지경이다. 내가 가진 재주는 허공에서 선을 타는 것 위로 올라와 현기증을 앓는 것 처참하게 무너지는 순간을 예감하는 것 새들이 전선에 모여 어느 활선공이 가장 아름다운 음악을 만드는지 듣고 있네 발톱을 세우고 깃털을 툭툭 털어내며 고장 난 고압전선을 이어 붙이는 사람 그 사람은 가장 조심스러운 발바닥을 가졌지 공중에 걸쳐 있는 발바닥에서 음악이 시작되고 있다 울고 있다 _「활선공」 부분 가장 조심스러운 발바닥이 되어 나는 그 공포 사이를 걷지와 같은 그녀가 짜내는 무늬(문장)들은 내가 가진 재주는 허공에서 선을 타는 것/위로 올라와 현기증을 앓는 것/처참하게 무너지는 순간을 예감하는 것일 뿐이다. 거절당할까 봐 두렵고, 멍청하게도 외롭기만 할 때 마침내 시인은 매일 아침 시체가 되는 욕망/이제 그만 끝내고 싶은 욕망에 시달린다. 겨울은 끝나지 않을 것만 같다. 하지만 그녀의 체념은 일반적인 의미의 단념이나 내려놓음은 아니다. 가혹한 절망 가운데서도 세상에 대한 사람에 대한 그녀의 사랑은 어리석도록 끝나지 않는다. 고통의 세상은 이제 떼려야 뗄 수 없게 시인과 한 몸이 되었다. 그렇다면 시인은 어떻게 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까. 어쩌면 산에서 움직이지 않고 소녀를 바라보다 나무가 된 사람과 같은 세번째 생물로 살아볼 수도 있겠다. 이렇게는 떠날 수가 없을 테니까. 여전히 시인은 사랑받을 수 없는 세상에서 사라지는 기분으로 살아가겠지만 매일매일 죽음을 생각하는 것 또한 생이기에 혼자이지 않기 위해, 혼자이기 위해 시인은 말한다. 울지 말아요, 여름 나는 여름에 변하지 않으니까라고. 다가오는 여름에도 우리는 세계의 끝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하겠지만 손대면 바스러질 듯한 다정한 친구들이 너무 크고 슬퍼서, 절망하고 꿈꾸며 계속 살아갈 것이다. 차가운 사탕이 녹으며 단맛을 전해줄 것만 같다. 값 8천원 강현숙기자 mom1209@kyeonggi.com

정지우 著 ‘분노사회’

한국 사회 모든 곳에서 분노가 들끓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사회 분노의 실체를 철학적으로 파헤친 정지우의 분노사회(이경刊)가 출간됐다. 이 책에서는 모두가 알고 있지만 깊이 생각해본 적 없는 분노에 관한 심층적인 분석을 시도한다. 저자는 우리 속에 가득하지만 명확하게 인지하지 못하고 있던 분노라는 감정으로부터 출발해 한국사회에 접근한다. 분노사회는 분노란 무엇인가에 대한 물음에서부터 분노사회로서 한국사회를 철저하게 분석하고, 개인들이 어떻게 살아야할 것인가에 대한 존재의 기술을 제시한다. 분노와 관념의 관계에서부터, 집단주의의 병폐에 빠진 한국사회, 퇴행한 개인들이 만들어내는 증오 현상, 타자의 잣대에서 발생한 수치심과 열등감 등 분노사회와 관련된 거의 모든 주제를 첨예하게 다루고 있다. 나아가 저자는 현대인으로서 주체성과 타자를 복원하는 삶에 관한 존재의 기술을 이야기 한다. 저자는 분노가 관념에서 촉발되는 것이라 규정하고 한국 사회의 가장 문제적인 관념으로 집단주의를 꼽는다. 일제 강점기와 독재 정권의 유산으로 우리 사회 곳곳에 뿌리내린 집단주의는 우리 사회의 갈등과 병폐, 분노를 만들어내는 가장 중요한 원인이라는 게 저자의 분석이다. 깊이 있고 독창적인 관점을 제시하면서도, 대중적인 주제와 글쓰기로 주목받아온 젊은 인문저자 정지우의 철학 에세이는 속도감 있게 읽힌다. 이 한 편의 에세이에서 우리는 분노로 가득한 자신과 사회의 모습을 성찰할 수 있는 최선의 기회를 가지게 될 것이다. 값 1만1천원 강현숙기자 mom1209@kyeonggi.com

장석주 산문집 ‘도마뱀은 꼬리에 덧칠할 물감을 어디에서 구할까’

사람들은 장석주를 시인, 문장 노동자, 독서광이라 부른다. 장석주는 우리 시대의 문장가로 자타가 손꼽는다. 스스로를 문장 노동자라 칭하는 장석주는 서른 해를 쉬지 않고 읽고 쓰며 70여 권의 저서를 펴냈다. 일상과 사물을 새롭게 바라보고 세상을 깊게 파고들어 통찰하는 장석주의 문장은 그만큼 유려하고 미쁘다. 학교 도서관에 처박혀 내낸 책만 읽다가 고등학교를 자퇴한 시인은 지금도 새벽 4시면 일어나 책을 읽고 글을 쓴다. 여전히 왕성하고 치열하게 책을 읽고, 글을 쓴다. 이번에 출간한 산문집 도마뱀은 꼬리에 덧칠할 물감을 어디에서 구할까(서랍의날씨刊)에선 그의 산문, 정수를 만날 수 있다. 장석주는 자칫 다독이 다변으로 흐를까 경계한다. 말을 줄이고 줄여서 침묵에 닿고자 했던 자신의 의도가 성공했다면 이 책이 나오지 못했을 것이라 한다. 말의 살을 발라내고 앙상한 뼈만 남기는 산문을 쓰려던 그의 시도는 실패했다며, 남은 것은 침묵의 잔해 같은 글이라 말한다. 그러면서 침묵 면전에서의 망설임, 놀라움, 무서움에 마음의 여린 부분이 긁혔다. 가까스로 몇 마디 짧은 말들로 응고된 것들은 그 긁힘의 자국들이라고 이 문체주의자는 겸손해한다. 시인이자 극작가 김경주가 그의 글을 침묵과 질량이 아름다운 산문이라고 하는 까닭일 것이다. 책은 모두 5부로 구성됐지만 내용상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사물이나 개념을 통찰해 빼어난 감각과 밀도 있는 문장으로 표현한 부분, 하이쿠를 장석주만의 방식으로 감상하는 부분,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세상을 읽어 내는 부분 등이다. 부록으로 날마다 책을 읽고 산책하는 걸 인생의 큰 보람으로 삼는 장석주 시인의 자술 연보가 들어 있다. 시인이 말한 시의 비밀을 또 하나 더듬어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값 1만2천원 강현숙기자 mom1209@kyeonggi.com

세계 출판인들의 축제 ‘2014 런던도서전’ 오늘 개막

세계 출판인들의 축제인 2014 런던 도서전이 8일 오전(이하 현지시간) 영국 런던 얼스코트 전시장에서 개막한다. 오는 10일까지 열리는 올해 도서전에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61개국 1천500여 개 출판사가 참가한다. 한국은 주빈국 선정을 맞아 516㎡ 규모로 마켓 포커스관을 설치해 운영한다. 마켓 포커스관은 마음을 여는 책, 미래를 여는 문이라는 주제 아래 交(사귈교)를 콘셉트로 내세웠다. 알에이치코리아, 블루래빗, 여원미디어, 예림당, 교원 등 출판사 10곳과 북잼, 북앤북 등 전자출판업체 7곳 등이 참가하는 비즈니스관(258㎡)과 특별전시관(258㎡)으로 구성됐다. 한국 마켓 포커스 개막 행사는 오프닝 영상 상영에 이어 잭스 토마스 런던도서전 조직위원장, 헬렌 그랜트 영국 문화부차관,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고영수대한출판문화협회장의 인사말의 순으로 진행된다. 이번 도서전에서는 한국 E북 콘텐츠의 강점과 관련 기업을 소개하는 전자출판 특별전, 한국 근현대 문학의 역사와 작품을 전시하는 한국근대문학특별전, 초창기 웹툰부터 현재까지 흐름을 소개하는 만화웹툰 홍보관 등이 마련된다. 특히, 작가 특별전에는 소설가 황석영, 이문열, 신경숙, 김영하, 김인숙, 이승우, 한강, 시인 김혜순, 아동문학 작가 황선미, 웹툰 작가 윤태호 등이 참가한다. 강현숙기자mom1209@kyeonggi.com

[신간소개] 암과의 동행 5년 外

■ 암과의 동행 5년 / 홍헌표 著 / 에디터 刊 헬스 전문 미디어에서 일하면서 건강전도사로 활약하고 있는 홍헌표씨가 자신의 암 극복 체험기 암과의 동행 5년이 나왔다. 그는 마흔넷의 나이에 급작스럽게 찾아온 대장암 3기를 이겨내고, 현재는 암 때문에 고통스럽고 불행한 것이 아니라 암 덕분에 오히려 행복을 얻게 됐다고 말한다. 이 책은 많은 독자들에게 큰 감동을 선사한 바 있는 조선일보 칼럼 암 환자로 행복하게 살기에서 미처 다하지 못한 투병 체험기를 생생하게 들려준다. 암에 대한 두려움을 벗는 긍정적인 마음가짐은 물론, 이 책에서는 면역력을 높이는 식이요법과 웃음, 명상, 운동 등 5년간 체득한 암 극복 노하우를 꼼꼼히 일러준다. 이를 통해 암이 삶의 불행이 아니라 극복의 순간, 거대한 삶의 전환기라고 저자는 말한다. 암을 통해 환자든 가족이든 각자의 지나온 삶을 돌아보고, 서로에게 준 크고 작은 마음의 상처를 보듬어주고 이해하려고 마음먹는 순간, 암은 역설적으로 고마운 존재가 된다. 값 1만3천원. ■ 인생을 바꾸는 네 가지 선택 / 리차드 폴 에반스 著 / 처음북스 刊 투렛 증후군을 앓는 베스트셀러 작가 리차드 폴 에반스가 들려주는 삶과 인생의 철학. 가난을 딛고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으며, 현재도 투렛 증후군을 앓고 있는 작가 리차드 폴 에반스가 목적이 있는 삶, 즐거움이 넘치는 삶, 스스로의 힘을 찾는 삶, 자유로운 삶에 대해 이야기한다. 저자는 책에서 인생을 네 가지 문에 비유한다. 문을 열고 나가면 전혀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다. 그러나 모두들 문 밖에는 무엇이 있을지 두려워하다가 그 문을 여는 선택조차 하지 못한다. 저자의 말처럼 인생에서 만날 수 있는 네 개의 문을 열면 결국 모든 것의 종착지인 사랑에 당도하게 될 것이다. 태어난 이유가 있다는 사실을 굳게 믿고, 스스로의 한계를 떨치며, 삶을 확대하는 그 모든 것이 선택의 문제다. 값 1만2천원. ■ 스캔들 세계사2 / 이주은 著 / 파피에 刊 불멸의 사랑 이야기에서 전설적인 흡혈귀 이야기까지, 소소한 에피소드로 읽는 역사책인 스캔들 세계사는 이야기로 역사읽기의 즐거움을 일깨우며 독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이런 호평에 힘입어 개정판 스캔들 세계사 2가 출간되었다. 스캔들 세계사 2에서는 중세와 근세의 유럽사를 중점적으로 다루었던 스캔들 세계사를 더욱 발전시켜 유럽과 아메리카 대륙, 그리고 20세기 근현대까지 이야기의 시간과 공간을 확장해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금발에 대한 서양의 전통적인 오해와 편견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하여 유럽 대륙을 공포로 몰아넣고 현재까지도 원인을 알 수 없는 미스터리한 유행병,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천재 예술가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은밀한 취미 생활, 네덜란드에서 벌어진 튤립을 둘러싼 거품 경제 소동, 그리고 오스트리아의 마지막 황후 엘리자베스 이야기까지, 다채롭고 풍성한 22가지 역사 에피소드를 담았다. 값 1만5천원. 이주의 베스트셀러 1. 내가 사랑한 유럽 TOP10 | 정여울 지음 | 홍익출판사 2. 에드워드 툴레인의 신기한 여행(하트우드 1) | 케이트 디카밀로 지음 | 비룡소 3. 1cm(일 센티) 첫 번째 이야기 | 김은주 지음 | 허밍버드 4. 세계 최고의 인재들은 왜 기본에 집중할까 | 도쓰카 다카마사 지음 | 비즈니스북스 5. 미 비포 유(Me Before You) | 조조 모예스 지음 | 김선형 옮김 6. 강신주의 감정수업 | 강신주 지음 | 민음사 7. 제3인류. 4 |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 열린책들 8. 1cm+ 일 센티 플러스 | 김은주 지음 | 허밍버드 9. 어떤 하루 | 신준모 지음 | 프롬북스 10. 겨울 왕국(Disney)(디즈니 무비 클로즈업 4) | 디즈니 지음 | 꿈꾸는달팽이

김승일 著 ‘나는 시장문화를 판다’

세상엔 참 잘나가는 시장이 많다. 방콕 수상시장, 네덜란드 알스메르 꽃시장, 모로코 가죽시장, 캘리포니아 호박시장 등이 대표적이다. 이 시장들은 늘 문전성시, 그야말로 살아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재래시장은 죽었다. 인심이 있고 문화가 있고 역사가 있지만 소용없다. 거대 자본력으로 무장한 대형마트와 하루 벌어 하루를 살아가는 영세 시장 상인들은 거대 자본력으로 무장한 대형마트와의 경쟁에서 백전백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통시장에서 나고, 자라, 성공한 이가 있다. 바로 상인 출신 1호 시장문화기획자가 김승일씨다. 이번에 출간된 나는 시장문화를 판다(소이연刊)는 김승일씨의 전통시장 개조 분투기를 그리고 있다. 그는 대학에서 통계학을 공부했다. 애초 장사에 뜻이 없던 그였기에 아무나 할 수 있다던 야채가게를 열어 야채를 팔았다. 그러다 수원 못골시장 라디오방송인 못골온에어 DJ로 활동했고 지금은 전통시장 활성화 작업을 전문으로 하는 시장문화기획사인 (주)시장과사람들을 운영하고 있다. 책에는 그간의 행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못골시장을 비롯해 마포나루상권활성화사업, 지역특성화문화예술교육지원사업, 팔달문시장 라디오방송 사업, 찾아가는 전통시장 프로그램, 공주산성시장의 문화관광형시장육성사업, 예산 추사의 거리 조성사업, 조원시장, 평창시장 사업, 양평 물맑은시장 활성화사업 등 전국의 내로라하는 전통시장 활성화 프로젝트에 직접 참여, 진행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해 시장문화기획이란 무엇인지에서부터 시장문화기획자의 작업 매뉴얼 모두를 정리했다. 김승일씨는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해서는 4C가 유기적으로 잘 맞물려야 한다고 말한다. 4C란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커뮤니티(Community)-콘텐츠(Contents)-컬쳐(Culture)가 그것으로 이들 4C를 통해 또 하나가 아닌 새로운 시장문화를 만들어낸다면 전통시장은 옛 영광을 되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값 1만3천800원 강현숙기자 mom1209@kyeonggi.com

조중걸 著 ‘키치, 달콤한 독약’

그야말로 키치(kitsch)의 전성시대라고 할만하다. 우리 삶 곳곳에 키치가 만연해있다.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이 키치이다. 키치 예술가, 키치 종교인, 키치 정치가, 키치 지성인, 키치 학자 등은 의미가 사라진 세계에서 자신이 의미를 찾아주는 구세주라고 큰 목소리로 떠들며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를 시대착오의 길로 이끈다. 19세기 말 그저 진짜를 흉내 낸 가짜 싸구려 예술품이라는 예술의 상업화와 소비재로서의 예술을 비꼬는 의미에서 출발한 키치는 어느 틈엔가 문화적 의미를 가진 미적 논의의 대상으로 그 위치가 올라가고 이제는 대중문화의 흐름을 보여주는 하나의 예술 장르로까지 그 개념이 확대됐다. 그렇다면 키치(kitsch)란 무엇인가? 키치의 모든 것을 선명하게 분석한 책 키치, 달콤한 독약(조중걸著ㆍ지혜정원刊)이 출간됐다. 조중걸 교수는 키치를 우리 삶과 세계를 타락과 파멸로 이끄는 독소로 규정하고 그 정체를 해부하고 폭로한다. 이 책은 엄밀히 말해, 키치의 기원과 그 의미에 대한 탐구를 하는 책이 아니다. 기원을 찾고 정의를 내리는 무의미한 탐구보다는 이미 우리 삶 깊숙이 자리 잡은 키치가 어떤 모습으로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그리고 우리는 그것을 어떠한 태도로 바라보아야 하고, 앞으로 어떻게 극복을 해야 하는지와 같은 실제적 유용성에 맞춰 펼쳐진다. 키치의 출현과 확장에 맞서 거짓 낭만과 삶의 기만적 행복에 반항하며 외로움과 소외 속에서 분투했던 예술가들의 투쟁처럼 이 책 또한 키치에 잠식돼 있는 실존을 되살리려는 저자의 외로운 투쟁의 결과물이다. 책은 ▲1장 인식론 ▲2장 키치란 무엇인가? ▲3장 최초의 충돌 ▲4장 현대예술과 키치 ▲5장 현대예술, 철학으로 돌아보기 등 총 5장으로 구성돼 있다. 거짓 이미지에 불과할 뿐인 작품에 창조와 독창성이라는 그럴듯한 의미를 덕지덕지 붙이는 예술가, 세속의 것에 탐닉하며 불법과 비리를 저지르고도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나에게 돌을 던지라고 하는 종교인, 재난 현장에 찾아가 카메라 앞에서만 피해주민의 손을 잡고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는 정치인, 학문적 성취보다는 사회적 명성이 더 중요한 학자, 지식 밑천 없이도 있는 척, 아는 척 양비론을 구사하며 이미지 관리로 밥벌이를 하는 지성인. 키치는 뻔뻔한 자기기만과 오만에 심오한 의미를 덧붙여 자신의 꼭두각시들을 만들어 조종하고 있다. 이러한 키치인간이 넘쳐나는 곳에 슬프게도 키치에 열광하는 우리의 모습이 있다. 저자는 그럼에도 우리는 오로지 예술을 위한 예술을, 사랑을 위한 사랑을, 삶을 위한 삶을 살기 위해 분투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현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으로서 가져야 할 태도이자 가치관이라고 강조한다. 값 3만원 강현숙기자 mom1209@kyeonggi.com

김중혁 장편소설 ‘당신의 그림자는 월요일’ 펴내

소설을 즐겁게 쓰는 작가, 즐거운 소설을 가져다주는 작가 김중혁(43)이 세 번째 장편소설 당신의 그림자는 월요일(문학과지성사刊)을 펴냈다. 등단 15년 구력만큼이나 화려한 입담으로 문단과 대중들로부터 두루 사랑받고 있는 김중혁이 이번 소설에선 딜리터(deleter) 혹은 딜리팅에 대한 이야기로 돌아왔다. 자신의 비밀을 탐정에게 의뢰해 세상에서 지워지게 하는 독특하고 재미있는 소재다. 역시 김중혁답다. 김중혁은 소재가 곧 주제임을 증명하는 소설가이다. 사진작가, 측량원, 타이피스트, 공연 기획자 무엇이어도 상관없는 게 아니라 꼭 그것이어만 하는 실물을 다루는 작가의 이 구체적 상상은 보통의 사람이 아닌 특별한 개인 한 사람에 대한 통찰이고 깊은 관심이며 사랑이다. 그렇기 때문에 김중혁의 이러한 상상은 우리 일상과 밀착되어 있고 어떤 낯선 직업과 외모와 배경을 가졌다고 해도 허황되거나 장난스럽지가 않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탐정 구동치 역시 냉정하고 냉철하지만 우리가 사는 곳 가까이에 살고 있는 듯한 친근한 인물로 다가오는 것도 그 이유이다. 지독한 냄새와 비밀이 가득한 악어빌딩 4층에 자리한 구동치 탐정 사무실의 한적한 오후. 1920년대에 녹음된 이탈리어 테너의 노래가 흘러나온다. 당신은 그토록 무미건조한 월요일에 나를 찾아왔군요. 이 세상의 덧없음을 아는 사람이여, 나에게 비밀을 말해주세요. 비밀의 그림자는 국경을 넘고 바다를 건넙니다. 우리의 사랑만이 덧없는 세상을 이겨낼 수 있는 힘, 나에게 비밀을 말해주세요. 비밀의 그림자는 월요일처럼 길고 길어요(p. 11). 이 사무실에 손님이 찾아오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사람의 발자취를, 흔적을 지워주는 탐정 구동치와 계약한 사람은 죽은 뒤에 기억되고 싶은 부분만 남기고 떠날 수 있다. 힘 있는 재력가와 그의 추악한 비밀을 차지한 이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거래. 그리고 그들로부터 비밀을 지워달라는 딜리팅 요청을 받은 구동치 탐정의 수사가 맞물려 있다. 살아 있으면서 더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으려는 마음이 삶을 붙잡으려는 손짓이라면, 죽고 난 후에 좋은 사람으로 남아 있으려는 마음은, 어쩌면 삶을 더 세게 거머쥐려는 추한 욕망일 수도 있었다(p. 328). 인간 누구나의 마음속에 숨겨진 이기적인 욕망에 대한 예리한 통찰과 재미가 더해진 이 이야기는 독자들에게도 새로운 독서 경험을 안겨준다. 특히 죽음 이후의 삶은 자신이 조절할 수 있는 것이 아닌데, 딜리팅은 타인의 힘을 빌려 그 삶을 조금 바꿔보려는 그 과정이 흡입력 있게 읽힌다. 작가 김중혁은 지금까지 나온 소설의 작가의 말 중에서는 짧은 글로 기록될 한 줄짜리 후기를 썼다. 썼는데, 누군가 지웠다. 값 1만3천원 강현숙기자 mom1209@kyeonggi.com

카슨 매컬러스 著 ‘슬픈 카페의 노래’

슬픈 카페의 노래(카슨 매컬러스著ㆍ열림원刊)는 사랑과 고독의 내적 드라마이자, 제목 그대로 외로운 사람들이 부르는 사랑의 노래다. 그것은 인간 속에 내재해 있는 힘, 기적 같은 사랑의 힘에 부치는 찬송이요, 허무하게 가버린 사랑에 대한 비가(悲歌)이기도 하다. 기괴하고 이상한 인물들이 부르는 슬프고도 아름다운 연가는 모든 군더더기를 벗어버리고 발가벗은 상태로서의 사랑과 맞닥뜨리고자하는 시도다. 작품은 미국 남부 조지아 주의 어느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사팔뜨기이며 180센티미터 장신의 어밀리어가 140센티미터 정도되는 곱추 라이먼의 각기 다른 형태의 삼각관계를 섬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인간의 오랜 화두인 사랑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탐색하는 이 작품은 타인에 대한 격렬한 욕망과 사랑의 끝에 결국은 철저히 혼자 남게 된다는 관념의 모순을 매컬러스만의 사랑론인 사랑은 상호적 경험이 아니라 혼자만의 것이며, 결국 고통을 수반하고 외로움을 더욱 심화시키는 일이라는 것을 절제된 문장과 뛰어난 구성으로 그려낸 아름다운 작품이다. 프랑스의 문호 앙드레 지드가 미국의 기적이라 극찬한 천재작가 카슨 매컬러스의 최고의 걸작이기도 하다. 한국의 대표 수필가이자 번역가인 장영희가 우리말로 옮겼다. 고통스러운 장애와 세 차례의 암투병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삶을 실천해 많은 이들에게 희망을 주었던 그녀는 카슨 매컬러스의 목소리를 그대로 담아내면서도 아름다운 문장으로 슬픈 카페의 노래를 다시 탄생시켰다. 값 1만1천원 강현숙기자 mom1209@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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