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단 20년차 작가 은희경이 돌아왔다.
그녀의 다섯번째 소설집 ‘다른 모든 눈송이와 아주 비슷하게 생긴 단 하나의 눈송이(문학동네刊, 이하 눈송이)’은 총 여섯 편의 소설들이 때론 느슨하게, 때론 긴말하게 연결돼 있다.
표제작 ‘눈송이’부터, ‘프랑스어 초급과정’, ‘스페인 도둑’, ‘T아일랜드의 여름 잔디밭’, ‘독일 아이들만 아는 이야기’, ‘금성녀’까지 유사한 인물들과 동일한 공간들이 여러 소설들에서 겹쳐지고, 에피소드와 모티프가 교차한다.
그리고 여섯 편의 소설들 전체를 아우르고 있는 마지막 작품 ‘금성녀’에 도달하면, 그것들이 단지 희미한 유사성에 그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 그러므로 이 작품집은 ‘눈송이 연작’이라 불러야 맞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프랑스어 초급과정’에 등장하는 여성과 이 단편의 화자, 즉 여성이 품고 있던 태아는 ‘스페인 도둑’에 등장하는 엄마와 아들 완으로 연결된다. ‘눈송이’의 주인공 안나는 ‘T아일랜드의 여름 잔디밭’에 등장하는 소년의 엄마와 겹쳐진다.
따로따로 떨어진 파편 조각처럼 흘러다니던 사람들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만나게 될지 누가 예감이라도 했겠는가. 이런 상상은 독자들을 모종의 설렘으로 벅차게 한다.
그 가운데 결혼과 동시에 아버지의 집을 떠나 낯선 신도시로 이중한 한 여성의 이야기를 다룬 ‘프랑스어 초급과정’, 한국을 떠나 처음으로 미국으로 이주한 모자의 험난한 정착과정을 그린 ‘T아일랜드의 여름 잔디밭’ 등의 작품에선 우리가 낯선 인생에 부딪혀 상처입고 고통스러워하면서도 또다시 낯선 곳을 부단히 찾아다닐 수밖에 없는 존재임을 속삭여준다.
이번 작품에 대해 은희경 작가는 “우리는 각자의 인생을 살지만 끊임없이 타인과 스치고 있어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누군가의 삶과 어떤 식으로 얽히고 스치고 풀어지는 순간이 있었을 테고, 또 그것이 인생을 바꿔놓았는지도 모른다, 그런 이야기를 쓰고 싶었던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값 1만2천원
강현숙기자 mom1209@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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