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명(49) 시인의 여섯 번째 시집 마치(문학과지성사刊)가 출간됐다. 문학평론가 권혁웅은 이수명의 시를 가리켜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 이해해도 시는 더한 역량을 발휘한다고 말한다. 이번 시집의 실린 49편의 시들은 말로서 번식하는 의미들이 아닌 빠져나가고 미끄러져 나가는 말의 속성과 시적 역량을 다시 한 번 유감없이 발휘한다. 표제시 마치도 그렇다. 시 제목 마치 부사를 의미하기도 하고, 동시에 영어의 행진을 뜻하는 march이도 하다. 또 3월을 뜻하는 March이기도 하다. 내 마음이 죽은 잎들은 뒤집어쓰고/마치/죽은 잎들이 서 있다./마치/꿈을 꾸고 있는 것 같구나 꿈 속에서 처음 보는 접시를 닦고 있구나 접시를 아무리 가지런히 놓아도/마치/죽은 잎들이 땅을 덮으리/죽은 잎들이 땅을 온통 덮으리 어떤 것도 가 닿을 수 있는 힘으로 무장한 저 직유의 수사 마치는 또한 마치 행진(march)하는 병정들처럼 시에 박동을 불어넣는다. 장례식장의 통곡이 죽음을 이기는 힘인 것처럼. 3월일 때 마치는 죽은 잎들을 털어버리고 새로 돋을 새잎들을 언뜻 보여준다. 값 8천원 강현숙기자 mom1209@kyeonggi.com
한국문학사에서 80년 5월 광주는 작가라면 꼭 한번쯤은 다뤄보고 싶은 소재다. 그러나 섣불리 건드릴 수 없는 것이 바로 5월의 광주다. 섬세한 감수성과 치밀한 문장으로 인간 존재의 본질을 탐구해온 작가 한강이 이에 도전장을 냈다. 작가의 여섯번째 장편소설 소년이 온다(창비刊)는 35년이 지났어도 여전히 5ㆍ18광주민주화운동의 트라우마를 안고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광주 출신으로, 남도 특유의 생명력 넘치는 바다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들을 써온 한국문학의 거목, 소설가 한승원의 고명딸이기도 한 작가에게 이번 작품은 우연을 가장한 필연적인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소년이 온다는 1980년 5월 18일부터 열흘간 있었던 광주민주화운동 당시의 상황과 그 이후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철저한 고증과 취재를 바탕으로 한강 특유의 정교하고도 밀도 있는 문장으로 그려내고 있다. 2013년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3개월 동안 창비문학블로그 창문에 연재할 당시부터 독자들의 이목을 끌었던 열다섯살 소년 동호의 이야기는 상처의 구조에 대한 투시와 천착의 서사를 통해 한강만이 풀어낼 수 있는 방식으로 1980년 5월을 새롭게 조명한다. 5ㆍ18 당시 중학교 3학년이던 소년 동호는 친구 정대의 죽음을 목격한 것을 계기로 도청 상무관에서 시신들을 관리하는 일을 돕게 된다. 매일같이 합동분향소가 있는 상무관으로 들어오는 시신들을 수습하면서 열다섯 어린 소년은 어린 새 한 마리가 빠져나간 것 같은 주검들의 말 없는 혼을 위로하기 위해 초를 밝히고, 시취를 뿜어내는 것으로 또다른 시위를 하는 것 같은 시신들 사이에서 친구 정대의 처참한 죽음을 떠올리며 괴로워한다. 소설은 동호와 함께 상무관에서 일하던 형과 누나들이 겪은 5ㆍ18 전후의 삶의 모습을 통해 대한민국 근현대사의 비극적인 단면들을 드러내 보이고 있다. 살아 있다는 것이 오히려 치욕스러운 고통이 되거나 일상을 회복할 수 없는 무력감에 괴로워하는 이들의 모습은 35년이 지난 지금도 현재진행형으로 이어지고 있다. 소설은 국가의 무자비함을 핍진하게 그려내면서 유전자에 새겨진 듯 동일한 잔인성으로 과거뿐 아니라 지금까지도,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세계에서 끊임없이 자행되고 있는 인간의 잔혹함과 악행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다. 값 1만2천원 강현숙기자 mom1209@kyeonggi.com
마하바라타 / R. K. 나라얀 著 / 아시아 刊 라마야나와 더불어 인도 2대 서사시로 불리는 마하바라타의 새 번역본이다. 우리에게는 낯선 서사시로 느껴지지만 사실 우리에게 굉장히 익숙하다. 영화 아바타와 2012, 애니메이션 포켓몬스터 등 영화와 애니메이션, 게임 등 다양한 작품들의 모티브가 됐다. 그 만큼 분량 또한 방대하다. 서사시의 원형으로 알려진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보다 8배나 많다. 마하바라타에 없는 것은 이 세상에도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 위대한 바라타족 이야기라는 뜻을 지닌 마하바라타는 왕실의 권력 분파와 갈등, 지배권을 둘러싼 대규모 전투를 다룬 이야기다. 인도의 극작가 나라얀의 간결하고 힘있는 문체로 재탄생했다. 값 1만5천800원 나는 인도 김씨 김수로 / 윤혜숙 著 / 사계절 출판사 刊 이름과 말투는 한국스럽지만 얼굴은 인도스럽다. 초등학교 5학년 남자아이 김수로는 인도 김씨 2대손이다. 귀화한 인도인 아버지가 인도 김 씨의 시조다. 그래서 수로는 얼굴이 가무잡잡하고 곱슬머리다. 하지만 인생 전부를 한국에서 살았다. 다른 아이들과 똑같은 말, 똑같은 수업을 듣는다. 그런데 왜 아이들은 수로에게 가짜라고 놀리는 걸까. 수로도 그게 의문이다. 사람은 누구나 다르다. 다름을 인정하고 차별이 아닌 차이를 인지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가치를 발견하는 것. 열 두 살 수로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유쾌한 성장담을 통해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그려볼 수 있다. 값 8천800원 조선 왕들, 금주령을 내리다 / 정구선 著 / 팬덤북스 刊 조선시대에도 술은 골칫거리였다. 때론 온갖 추문의 원인으로, 역성과 역모, 반역의 도구로 활용되기도 했다. 오죽하면 당시에도 음주단속이 있었을까. 한양에는 크고 작은 주점이 넘쳤고, 어떤 이는 온 나라가 미친 듯 술 마시기에만 전념하고 있다고 한탄하기도 했다. 이처럼 조선시대 술 문화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엄숙한 유교문화와는 사뭇 달랐다. 책은 사초에 기록된 조선시대 술 문화를 살펴보고 현대인에게 술의 해악에 대한 경종을 울린다. 모두 2부로 구성돼 있으며 1부에서는 조선의 국왕과 술의 관계, 2부에서는 조선 시대 대표적 주당들의 행태와 폐해를 살폈다. 값 1만3천원 박광수기자 ksthink@kyeonggi.com 이주의 베스트셀러 1. 미 비포 유(Me Before You) | 조조 모예스 지음 | 살림 2. 마법천자문. 28: 한곳으로 모여라! | 올댓스토리 지음 | 아울 3. 어떤 하루 | 신준모 지음 | 프롬북스 4. 내가 사랑한 유럽 TOP10 | 정여울 지음 | 홍익출판사 5. 하버드의 생각수업 | 후쿠하라 마사히로 지음 | 엔트리 6.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 혜민 스님 지음 | 쌤앤파커스 7. 1cm(일 센티) 첫 번째 이야기 | 김은주 지음 | 허밍버드 8. 강신주의 감정수업 | 강신주 지음 | 민음사 9. 난쟁이 피터 | 호아킴 데 포사다 지음 | 최승언 옮김 | 마시멜로 10. 심플하게 산다 | 도미니크 로로 지음 | 김성희 옮김 | 바다출판사
중국 근현대사를 만든 중국인들의 혁명과 사랑, 그 깊고 장대한 이야기가 담긴 김명호 성공회대 교수의 중국인 이야기의 세 번째 시리즈가 출간됐다. 역사서에서 흔히 택하는 연대기 서술을 취하고 있지 않고 있는 김명호 중국인 이야기3(한길사刊)는 1, 2권에서 그동안 다루어왔던 혁명과 사상가들, 빛을 보지 못한 재인(才人)들이 등장한다. 특히 3권에선 1ㆍ2권과 다르게 혁명을 완수한 후 4인방인 황흥원, 장춘차오, 장칭, 야오원위안이 몰락하면서 중국 현대사의 새로운 시대가 열리는 장면을 비중 있게 다뤘다. 중국과 타이완, 중국과 북한의 관계에 대한 내용에서는 오늘을 살아가는 한국인에게 들려주고 싶은 저자의 힘 있는 목소리가 있다. 저자는 우리가 북ㆍ중관계의 속내를 몰라도 너무 모른다고 말한다. 제1ㆍ2권에 이어 제3권에서도 사랑과 혁명은 여전히 중요한 주제다. 혁명전사 천빙샹과 자오윈샤오가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기 전에 쓴 유서, 마지막으로 딸에게 젖을 먹이는 짧은 이야기는 이 책에서 가장 진한 슬픔과 감동을 준다. 책에 쓰인 자료들은 모두 저자 김명호가 모은 것들이다. 주인공들의 일기와 서한, 당대에 찍힌 사진들을 모으기까지 40여 년의 세월이 필요했다. 아무리 중국이 기록의 나라라고 해도 쉽게 얻어지는 자료는 아니었다. 그의 발로 직접 뛰며 열정으로 빚어낸 것들이다. 또 한 가지 중국인 이야기의 가치는 이야기가 지니는 힘에 있다. 값 1만8천원 강현숙기자 mom1209@kyeonggi.com
재능기부 영화 철가방우수씨 윤학렬 감독이 연예인들이 학창시절 겪었던 학교폭력 피해사례와 상담을 통한 학교폭력 해결방안을 담은 심리치유 서적 학교폭력 NO 이젠, 아프다고 말해요를 출간했다. 이 책에선 한글을 응용해 의상 디자인에 접목시킨 세계적인 디자이너 이상봉, 2011년 미스코리아 진 이성혜, 국민언니라는 애칭으로 활동 중인 록 가수 김경호, 보는 것만으로도 웃음을 주는 개그맨 오지헌, 앳된 모습으로 대중과 호흡하는 가수 소이 등이 자신이 학창시절 직접 겪었던 학교폭력의 아픈 상처를 용기를 내어 세상에 알리고 있다. 이들의 사례를 바탕으로 세 명의 작가가 엮은 이젠, 아프다고 말해요는 이들이 학교폭력을 어떻게 극복하고 자신들의 꿈을 이루었는지를 진솔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 책에서 중요한 부분은 학생들이 겪은 20가지의 피해사례와 그에 관한 상담 내용이다. 현재 KBS1 라디오 공부가 재미있다에 학교폭력 전문가로 출연하는 김주희 한국심리연구소 부소장이 학교폭력 사례 유형과 상담 내용을 소개, 학교폭력에 대한 대처와 해결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저자 윤학렬 감독은 아픈 기억은 꼭꼭 묻어두고 싶은 것이 사람의 마음이지만 이들이 그 아픈 기억을 들춰낸 것은 더이상 우리의 아이들이 학교폭력의 희생양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절박함에서였다며 그 절박함을 담은 글이기에 학교폭력으로 고통받고 있는 아이들에게 많은 위로와 희망을 안겨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재능기부자들의 뜻에 따라 이 책의 모든 수익금은 청소년 폭력예방의 치유와 예방기금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양주=이종현기자 major01@kyeonggi.com
시인 배우식은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인생을 살았다. 어찌보면 배우식 그 자체가 소설이요, 배우식의 삶이 시(詩)다. 그래서일까. 등단 이후 대기업 출신으로 실명위기, 뇌종양을 극복한 특이한 이력이 꼬리표처럼 그를 따라다녔다. 이제는 배우식을 온전하게 문학으로만 이야기할 때가 왔다. 이번에 출간된 시인 배우식의 첫 시조집 인삼반가사유상(천년의시작刊)이 그 단서가 될 것이다. 시조집 인삼반가사유상은 신산하고도 고통스러웠던 삶의 조건들을 통과하며 겪은 여러 경험의 고갱이들을 섬세한 미학으로 갈무리한 오랜 감각과 사유의 결실이다. 배우식은 그동안 우리말과 가락에 대한 깊은 탐색을 통해, 그리고 시조만의 고유한 이미지와 상상력의 다양한 변주를 통해, 시조 시단에서 단연 눈에 띄는 탁월한 시편들을 써 왔다. 첫 시조집에서 그의 유장하고 때론 굽이치는 시조의 가락(운율)이 단연 압권이다. 또 민들레, 봄비, 함박눈, 비빔밥, 노동자 등 다양한 소재로 완성된 79편의 시조를 읽다보면 독특한 발상과 매혹적인 언어의 만남이 신선하게 다가온다. 특히, 자전거는 둥근 것을 좋아한다, 힘내세요, 복어 씨, 내 이름은 민들레, 작품에 손대지 마시오, 칸나꽃남자, 감나무교향악, 명랑발전소 등 작품 제목만 봐서 소설제목 같기도 하다. 허나, 이러한 시편들은 생에 대한 단아하고도 견결한 관조와 표현으로 우리 시대의 모든 이들에게 공감을 준다. 스스로에게도 매우 중요한 기념비가 될 이번 시조집은, 근자 우리 정형 시단의 최대 수확 가운데 하나로 기록될 것이다. 그의 이번 시조집은 시조시단뿐 아니라 한국 문학계의 큰 성과임을 추천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설악무산 조오현 시인은 우리 시대 최고의 시조 시인 중 한 사람을 꼽으라면 나는 주저하지 않고 천재 배우식, 그 배우식 시인을 꼽는다. 앞으로 적어도 100년 안에는 그 어떤 시인도 배우식 시인을 뛰어넘을 수 없을 것이라고 극찬했다. 그는 현재 (사)열린시조학회 회장으로 활동 중이며, 2012년부턴 시조 전문지 정형시학 주간을 맡아 시조시단에 대해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다. 배우식은 시조가 땅과 하늘을 닮은 장르라고 말한다. 시조는 땅과 하늘을 닮았다. 막힌 듯하면서도 막힌 데가 없이 트여있고, 닫힌 듯 하면서도 닫힌 데가 없이 열려 있기 때문이다. 땅과 하늘이 품고 있는 모든 것들을 시조는 3장 6구의 정형 안에 자유롭게 담는다. 그야말로 유한하면서도 무한한 것이다. 그는 오늘날 현대시조가 형식적 실험이라는 이름 아래 일정한 기준 없이 저마다 시조 형태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에 대해선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선, 형태만 보아도 단박에 시조임을 알아차릴 수 있는 시조형태와 내용적인 측면에서도 전통적 서정성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실험적 정신으로 영역을 넓혀나가는 것이 현대시조를 현대시조답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고 강조했다. 배우식은 이제 시조문학의 학문적 체계화와 시조의 현대화를 어떻게 할까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그는 시조가 노벨문학상을 받지 않을까 하는 희망사항을 품고 현실이 될 수 있도록 그릇 역할을 하고 싶다 했다. 강현숙기자 mom1209@kyeonggi.com 사진_전형민기자 hmjeon@kyeonggi.com
한국문학의 거목, 한승원 작가가 붓다의 일대기를 다룬 장편소설 사람의 맨발(불광출판사刊)을 냈다. 작가 한승원이 1985년에 발표해서 구도소설의 대표작이 된 아제아제 바라아제는 베스트셀러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영화로도 만들어져 크게 주목받은 바 있다. 그 뒤 작가에게는 영혼의 스승인 석가모니 붓다의 삶을 소설로 써보고 싶은 오랜 염원이 있었다. 사람의 맨발에서 인류 역사 속에 실존했던 한 인간으로서의 싯다르타를 생생하게 그려냈다. 특히 싯다르타가 젊은 시절에 왜 출가를 했는가, 그 의미를 소설로 한번 제대로 풀어보고 싶었다고 작가는 술회한다. 작가는 싯다르타를 신격화된 절대적 존재라기보다 모든 인간이 고통에서 벗어나도록 하기 위해 실존적 고뇌를 거듭한 한 인간으로 생동감 있게 형상화했다. 작가는 여행 중에 와불(臥佛)의 맨발을 볼 때마다 붓다의 맨발이 의미하는 바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곤 했다. 길 위에서 태어나 평생토록 온 세상의 길을 맨발로 걸어 다니며 사람의 길에 대해 가르치다가 길 위에서 열반한 싯다르타의 맨발이란 무엇인가? 그에게 싯다르타의 맨발은 슬프면서도 장엄한 출가 정신의 표상이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싯다르타에게서 배워야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작가는 싯다르타의 성불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출가에 초점을 맞춰 소설을 썼다고 한다. 작가는 인간 본위의 휴머니즘이 우주에 저지른 해악을 극복할 수 있는 단초를 불교 사상에서 찾았다. 작가는 말한다. 독자들이 싯다르타의 맨발을 통해 출가 정신을 잊지 말고 참다운 자유인으로 살기를 바란다고. 값 1만3천800원 강현숙기자 mom1209@kyeonggi.com
무엇이 우리를 무능하게 만드는가 / 마이클 페럴먼 著 / 어바웃어북 刊 어느 날 당신의 고용주가 당신을 해고한다. 그리고 당신은 생각한다. 내 탓이다내가 무능한 탓이라고. 자본질서가 장악한 오늘의 세계에서 무능은 대체 불가한 죄다. 경쟁이 난무하는 정글사회에서 먹잇감으로서도 존재할 수 없는 그 책임의 전제에는 무엇이 존재하는가. 미국의 진보적 경제학자인 마이클 페럴먼은 오늘날 개인에게 부여된 무능의 원죄를 외부화시킨다. 페럴먼은 이 책에서 보이지 않는 손으로 상징되는 시장만능주의의 구호를 보이지 않는 수갑으로 풍자하며, 이 보이지 않는 수갑이 어떻게 노동자들을 무능한 존재로 전락시켰는지를 낱낱이 고발한다. 특히 지난 긴 세월 동안 줄곧 노동자들을 사지(死地)로 내몬 자본 세력을 주류 경제학자들이 어떻게 방조하고 교묘하게 옹호해 왔는지를 조목조목 규명한다. 값 2만원 옹호자들 / 김영준 外 10명 著 / 궁리 刊 힘없는 정의는 무기력하다 프랑스의 철학자 자크 데리다가 법의 힘이란 저서에서 한 말이다. 수많은 역사서가 이를 증명한다. 때론 우리가 목도한 현실이기도 하다. 이에 데리다는 책의 말미에 이 같은 글귀를 함께 적었다. 그래서, 정의와 힘은 결합해야 한다. 그리고 정당한 것을 강한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옹호자들은 정의를 강한 것으로 만들고자 했던 변호사들의 이야기다. 미네르바 사건부터 민간인 불법사찰, 용산참사 등 권력의 부당함을 고발했던 변호사들의 기록이다. 이야기와 기록을 통해 독자들이 당시 상황을 객관적이고 심층적으로 들여 볼 수 있도록 쉽게 구성했다. 앞부분에는 각 사건의 일지를 한데 모아 2008년부터 2013년, 지난 5년간의 짧지만 강렬한 한국 현대사를 조망할 수 있도록 했다. 값 1만8천원 아이가 말했다 잘 왔다 아프리카 / 양희 著 / 달 刊 무한경쟁과 선행학습이라는 이름으로 살인적인 주입식 교육이 이뤄지는 밀림의 대한민국. 그 반대편에서의 300일, 소중한 시간의 기록을 담은 책이다. 초등학교 4학년과 7살이 된 두 아이의 엄마 양희에게 대한민국의 교육은 버거운 것이었다. 남을 밟고 올라서야만 1등이 될 수 있고, 2등 이하는 기억되지 못하는 정글사회에서 살아남기란 쉽지 않았다. 그리고 마흔이 된 엄마의 인생에도 쉼표가 필요했다. 그래서 어느 날 두 아이와 엄마는 떠난다. 진짜 밀림 아프리카 케냐로. 재촉하지 않고, 정해진 굴레에서 벗어나 아이들 스스로가 존엄을 인정하고 깨달을 수 있도록 떠난 300일의 여행. 그 속에서 가족이 발견한 삶은 무엇일까. 값 1만3천800원 박광수기자 ksthink@kyeonggi.com 이주의 베스트셀러 1. 미 비포 유(Me Before You) | 조조 모예스 지음 | 살림 2.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 혜민 스님 지음 | 쌤앤파커스 3. 어떤 하루 | 신준모 지음 | 프롬북스 4. 내가 사랑한 유럽 TOP10 | 정여울 지음 | 홍익출판사 5. 마법천자문. 28: 한곳으로 모여라! | 올댓스토리 지음 | 아울북 6. 1cm(일 센티) 첫 번째 이야기 | 김은주 지음 | 허밍버드 7. 하버드의 생각수업 | 후쿠하라 마사히로 지음 | 엔트리 8. 강신주의 감정수업 | 강신주 지음 | 민음사 9. 난쟁이 피터 | 호아킴 데 포사다 지음 | 최승언 옮김 | 마시멜로 10. 심플하게 산다 | 도미니크 로로 지음 | 김성희 옮김 | 바다출판사
난해한 국가적ㆍ지역적 과제에 대한 신선하고 참신한 접근방법이 돋보이는 책 집단지능에 의한 경제정책 콘서트(우호태ㆍ박웅희著ㆍ명일인쇄刊)가 출간됐다. 책 제1장에서는 정책콘서트 주제로 ▲경제의 양극화를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 ▲중소기업 일자리 확보와 강소기업육성은 어떻게 할 것인가 ▲표류하고 있는 태안3지구문제 어떻게 할 것인가 ▲전세난ㆍ하우스푸어 문제 어떻게 할 것인가 ▲베이비 부머(은퇴자) 일자리와 주거복지 어떻게 할 것인가 ▲일자리 창출과 경제성장률(GDP) 7%를 유지하려면 등을 주제로 다양한 시선과 날카로운 분석을 제시한다. 제2장에선 정책아이디어와 제3장 지역적 현안과 향후 창의과제 등을 다루고 있다. 책은 중소기업을 강소기업으로 만드는 오픈 이노베이션 플랫폼을 이용한 구체적인 제안, 전세난ㆍ하우스푸어 문제, 산지개발 규제 해제, 도시지역 농업진흥구역 규제 해제 활용, 일자리 창출 SPC(특수목적회사) 등 어느 하나 눈을 떼기 어려운 주제들로 경제정책의 지역적 현안과 국가적 과제들이 망라되어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책에서 언급하고 있는 청년실업문제와 도전과제에 대한 대안 제시, 서민자영업자의 고용촉진보조금 지급방안 등은 매우 구체적이다. 시대 상황과 어울리는 창의적인 양극화 해소 방안으로서 매우 획기적이고도 훌륭하다. 정책 당국, 대학교수, 대학생, 공무원, 일반인들이 읽기에도 무난하다. 저자 박웅희 부동산 컨설턴트는 책에 수록된 경제정책 아이디어의 의제들은 국민참여의 집단적 지성의 발현을 유도하고 국민이 싱크탱크가 되는 창의적 사회의 건설을 통한 새로운 정치 한류를 선도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화성시 초대시장을 역임한 저자 우호태씨는 정치의 본질은 국가를 경영하고 백성을 구제하는 경세제민에 있다며 이 책을 통한 긍정적인 외부효과로 정치인들에게 정보화시대에 부응하는 새로운 정치 패러다임의 정립과 민생현안의 조속한 처리를 위해 국민의 지성이 집단적으로 참여하는 오픈 이노베이션(외부혁신) 제도의 정착을 기대해 본다고 말했다. 값 1만2천원 강현숙기자 mom1209@kyeonggi.com
적절한 균형, 그토록 먼 여행 으로 인도의 정치와 종교,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점들과 콤플렉스를 꿰뚫어온 로힌턴 미스트리의 세 번째 장편소설 가족 문제(손석주譯ㆍ아시아刊)는 그가 줄곧 선보였던 극사실주의적이면서 온정적인 리얼리즘의 절정을 이룬다. 가족 문제는 그의 장편소설 중 우리 일상에 가장 가까운 이야기다. 한 사람이 이 세상에 태어나는 순간 필연적으로 관계 맺어질 수밖에 없는 존재들인 가족의 문제를 이야기하기 때문. 가족의 문제는 단지 가족 안에서만 발생하고 머물지 않는다. 사회와 국가의 문제들과 복잡하게 뒤얽혀 수많은 부정과 문제들이 난무하는 것이다. 그 와중에도 작가는 보편적 인간애의 존재를 힘겹게 찾아 우리 앞에 내놓는다. 그것은 바로 일상에서 펼쳐지는 작은 승리들, 우리가 기적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인간애이다. 가족 문제는 로힌턴 미스트리가 추구하는 적절한 균형으로의 능력을 가장 잘 보여준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뭄바이의 한 파르시 가족 삼대를 다룬 이 소설은 나리만의 일흔아홉 번째 생일을 계기로 본격적인 이야기가 전개된다.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은퇴한 영문학 교수인 그는 큰 아파트에서 잘과 쿠미라는 늙고 미혼인 의붓자식들과 함께 살고 있다. 결혼해 두 아들을 둔 그의 친딸 록산나는 그가 결혼 선물로 사준 작은 아파트에서 살고 있다. 그가 살고 있는 행복의 성과 록산나가 살고 있는 유쾌한 빌라, 이 두 아파트의 이름은 역설적이게도 가족의 숨겨진 불행한 역사와 불쾌한 문제들을 감추고 있을 뿐이다. 가족 문제의 공간적 배경은 이전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봄베이(몸바이)지만 시간적 배경은 그토록 먼 여행보다 25년, 적절한 균형의 마지막 장면보다 12년이 지난 1996년이다. 1996년은 1992년 바브리 이슬람 사원의 파괴와 폭동으로 수천 명의 이슬람교들이 사망한지 3년이 흐르고, 극우 힌두 계열 정파인 시브세나가 집권한 후 봄베이의 이름을 뭄바이로 바꾸던 시기다. 이러한 상황을 여러 겹으로 전하는 로힌턴 미스트리의 글쓰기 전략도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보잘 것 없는 일상에서 진실을 드러내고자 하는 그의 우직한 글쓰기는 가족의 폭정과 위기가 공동체, 사회, 그리고 국가와 어떻게 서로 맞닿아 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가족 문제를 읽다보면 인물들의 구질구질한 삶에 마음 아프다가도 곳곳에서 피식 웃음을 터트릴 수밖에 없는 대사와 장면들이 있다. 미스트리가 구사하는 정교한 풍자와 직설적인 유머는 현실을 날카롭게 꼬집으며 독자에게 쾌감을 선사한다. 값 1만8천500원 강현숙기자 mom1209@kyeongg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