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주 시인 20주기 ‘김남주 시전집’ 출간

만인을 위해 내가 일할 때 나는 자유

땀 흘려 함께 일하지 않고서야

어찌 나는 자유이다라고 말할 수 있으랴

만인을 위해 내가 싸울 때 나는 자유

피 흘려 함께 싸우지 않고서야

어찌 나는 자유이다라고 말할 수 있으랴 (「자유」 부분)

‘시인’이자 ‘전사’로서 불꽃같은 삶을 살았던 김남주(1945~1994) 시인이 남긴 총 518편의 시를 집대성한 전집이 출간됐다.

‘김남주 시전집(염무웅·임홍배 엮음ㆍ창비刊)’은 1994년 49세의 이른 나이로 타계한 김남주 시인의 20주기를 맞아 그의 시정신을 올바르게 계승하기 위해 시의 전체상을 온전하게 확인할 수 있는 정본(定本)으로 완성됐다.

김남주는 1945년 전남 해남에서 빈농의 아들로 태어나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전남대 영문과에 입학, 유신반대 운동에 앞장서다 1973년에 8개월의 옥고를 치렀다. 대학에서 제적된 후 고향에 내려가 농사를 지으며 농민문제에 깊은 관심을 쏟는 한편으로 습작에 몰두했다. 1974년 ‘창작과비평’에 시를 발표하며 문단에 등장한 이래 ‘남민전(남조선민족해방전선)’ 사건으로 10년 가까운 투옥생활을 겪어야 했다.

그러나 감옥에서의 이 시간은 그에게 투사이자 시인으로서 자신을 단련하는 뜨거운 투쟁의 기간이었다. 우유갑이나 담뱃갑 은박지에 촘촘히 새겨 쓰거나 머릿속에 외워두었다가 면회 온 사람을 통해 몰래 감옥 바깥으로 내보낸 300여 편의 옥중시는 1980년대 한국시의 한 절정이자 민주화운동의 뜨거운 상징으로 기억되는 빛나는 걸작들이다.

총 7부로 구성된 전집은 시의 집필 시기에 따라 크게 시인의 초기작과 옥중시, 출옥 이후의 시로 나누어 엮였다. 1부는 등단 이후부터 1979년 시인이 남민전 사건으로 투옥되기 이전에 발표된 초기시들이며, 2부~5부에 실린 옥중시 가운데 2부는 감옥 안의 상황과 옥중투쟁의 정황이 비교적 잘 드러나는 시들, 3부는 광주학살에 대한 대응과 현실상황에 대해 발언하는 투쟁적인 시들, 4부는 주로 서정성이 짙게 드러나는 시들, 그리고 5부는 감옥에서 썼으나 출옥 후에 발표되거나 퇴고한 시들을 묶었다. 6, 7부에는 각각 출옥 후에 출간된 시집과 유고시집에 실린 시들이 나눠 실렸다.

‘혁명시인’이자 ‘해방전사’로서 순수한 헌신과 열정, 강인한 정신의 긴장을 한시도 놓지 않았던 그의 시들은 아직도 ‘살아’있다. 또 투쟁시뿐 아니라 전통적·민중적 서정성이 돋보이는 시들 역시 커다란 감동을 준다. 죽지 않은 그의 시세계는 전집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값 4만원

강현숙기자 mom1209@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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