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시 읽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다. 그러다 보니 시집도 안 팔리고, 시인은 가난하다. 시가 죽었느니 시집은 망하는 지름길이니 그럼에도 무수히 많은 시인들은 왜 쏟아지는지 의문에 의문이 풀리지 않고 있는 이 시점에 특별한 시집이 나왔다. 영원한 귓속말(문학동네刊)은 문학동네시인선이 50권째를 맞아 펴낸 기념 시집의 형태를 하고 있다. 솔직히 그 이면엔 시 읽는 독자를 한명이라도 더 끌어들여보자, 하는 간절한 바람이 담긴 책이다. 영원한 귓속말은 지금까지 문학동네시인선을 통해 선을 보인 49명의 시인들이 본인 시집에서 자신이 이거다 싶은 한 편의 시를 직접 골라 시인의 말과는 별개로 시와 시집에 붙이고 싶은 산문을 덧대었다. 일일이 다 열거하자면 최승호, 허수경, 송재학, 김언희, 조인호, 이홍섭, 정한아, 성미정, 김안, 조동범, 장이지, 윤진화, 천서봉, 김형술, 장석남, 임현정, 김병호, 이은규, 김경후, 안도현, 김륭, 함기석, 이현승, 서대경, 장대송, 김이강, 조말선, 박연준, 신동옥, 이승희, 곽은영, 박준, 박지웅, 김승희, 서상영, 장옥관, 김충규, 오은, 이사라, 윤성학, 박상수, 고형렬, 리산, 손월언, 윤성택, 조영석, 이향, 윤제림, 박태일 시인이 그 주인공이다. 어떤 이는 한 편의 시와 같은 산문을 쓰기도 했고, 어떤 시인은 일기에서처럼 시에 대한 애정을 고백하기도 했으며, 또 어떤 시인은 연륜에 걸맞게 시론을 제시해주기도 했다. 한 사람 한 사람 그 개성이 제각각으로 드러나는 시와 산문을 엮어내어 우리 시의 다양성과 우리 시인들의 폭넓은 상상력을 자랑스레 선보이게 된 점이 이 책이 가질 수 있는 큰 미덕이다. 그간 많이들 궁금하게 여겼을 시인들의 실제 모습도 다 공개된다. 비록 사진을 통해서이지만 시와 시인이 얼마나 닮았는지 그걸 맛보는 재미도 꽤나 쏠쏠하다. 그 가운데 장옥관 시인은 시에 대해 나이? 시에게, 시인에게 무슨 나이가 있단 말인가.라는 문장으로 우리의 가슴을 치게 만든다. 그렇다. 시에게 시인에게 나이가 무슨 상관일까? 시만큼 시계를 거꾸로 흘러가게 만드는 마술의 손이 세상천지에 또 어디 있을까. 49명 시인들의 욕심이라면 이번 기념 자선 시집을 통해 시의 재미를, 시의 마력을 독자 여러분들이 조금 더 쉽고 만만하게 느꼈으면 하는 마음뿐이다. 값 8천원 강현숙기자mom1209@kyeonggi.com 사진_문학동네 제공
출판·도서
강현숙 기자
2014-03-18 1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