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신간도서]영화이미지학 外

영화이미지학 / 김호영 著 / 문학동네 刊 오늘날 영화는 소비의 대상이다. 2억 관객 시대가 말하듯 국내 영화시장은 수요와 공급의 시장논리가 지배한 일종의 산업으로 투자된다. 이에 따라 영화 자체의 내연보다는 외연 확장에 몰입돼 학문적 영토를 점차 잃고 있다. 이 책의 출발도 이 같은 문제의식에서 비롯됐다. 무엇보다 다양한 영화 연구를 통해 영화(이미지)에 대해 사유해온 저자가 영화이미지학이라는 학명을 제창하며 이론적 토대를 마련한 연구서라는 점에서 기존 저서들과 의미가 다르다. 저자는 공시적이고 통시적인 관점을 한데 모아 영화사에 있어 핵심적 본질과 특성을 보여주는 지각과 기호, 운동과 시간이라는 화두로 영화 전반에 대한 사유를 한다. 영화를 전공하거나 전문 수준의 지식을 갖춘 이들에게 적합한 영화 전문서적이다. 값 2만7천원 춘추전국의 전략가들 / 장박원 著 / 행간 刊 춘추전국. 인류 역사상 가장 혼란했던 시대다. 수시로 전쟁이 일어나 수많은 나라가 생겼다 사라졌다. 지략과 처세의 달인, 재상들이 이름을 날릴 수 있었던 배경이다. 춘추전국을 읽다로 혼란의 시대를 호령한 영웅들의 전략을 짚었던 저자는 춘추전국의 전략가들을 통해 명 재상들의 전략과 그들의 전략이 탄생한 배경을 세세하게 전달한다. 인물이 처한 상황뿐 아니라 인물의 성격과 주변 인물과의 관계를 분석해 뛰어난 전략이 어떻게 탄생했고, 그에 따른 결과로서의 역사적 사실을 설명한다. 혼란한 국내외 상황을 안정시켜 부국강병을 이룬 이사와 자산, 백성을 먼저 생각한 손숙오와 안영 등 뛰어난 외교력과 정치력을 보였던 인물들을 다뤘다. 또한 한 사람의 능력이 세상의 변화에 어떻게 기여하고 영향력을 끼치는 지도 보여준다. 값 1만7천원 파체 / 이규진 著 / 책밭 刊 조선 후기 최대 국책사업이었던 수원화성 축성. 그 과정에서 비밀스럽게 숨겨진 사랑과 상처, 서학이라는 신문물이 몰고 온 운명적 사건을 그린 장편소설이다. 파체는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성을 쌓아가는 주인공들의 사랑과 우정이 씨줄을 이루고, 성리학이 지배하던 조선과 그 팍팍한 대지를 파고드는 서학의 물결이 만들어 낸 문명적 만남이 날줄을 이루어 한 폭의 비단 같은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효와 위민사상으로 20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끊임없이 회자되는 정조와 함께 천민이라는 신분적 한계를 뛰어넘은 김태윤, 천주의 가르침을 따르고자 하는 소년 이유겸 등 중량감 있는 인물이 등장해 이야기의 재미를 더한다. 값 1만4천원 박광수기자 ksthink@kyeonggi.com 이주의 베스트셀러 1. 미 비포 유(Me Before You) | 조조 모예스 지음 | 살림 2. 어떤 하루 | 신준모 지음 | 프롬북스 3. 말공부(2500년 인문고전에서 찾은) | 조윤제 지음 | 흐름출판 4. 하버드의 생각수업 | 후쿠하라 마사히로 지음 | 엔트리 5. 내가 사랑한 유럽 TOP10 | 정여울 지음 | 홍익출판사 6. 느리게 더 느리게 | 장샤오헝 지음 | 다연 7. 몽환화(블랙 앤 화이트 54) |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 비채 8. 어떤 사람이 최고의 자리에 오르는가 | 존 네핑저 지음 | 토네이도 9. 기록 | 윤태영 지음 | 책담 10. 1cm(일 센티) 첫 번째 이야기 | 김은주 지음 | 허밍버드

레이먼드 카버 소설집 ‘대성당’ 개정판 출간

드디어 나왔다. 국내에서 절판 후 권당 수십만원에 거래되는 기현상까지 보였던 책, 레이먼드 카버의 대성당(문학동네刊)이 세계문학전집의 옷을 입고 개정판으로 새롭게 출간됐다. 소설가 김연수의 번역으로 지난 2007년 국내에 소개된 이래 독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이 작품은 헤밍웨이 이후 가장 영향력 있는 소설가, 리얼리즘의 대가, 미국의 체호프 등으로 불리며 미국 단편소설의 르네상스를 주도한 레이먼드 카버의 대표작이다. 레이먼드 카버는 1960년 첫 단편 분노의 계절을 발표한 이후 1988년 폐암으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30년 가까운 세월 동안 그는 소설집, 시집, 에세이 등 십여 권의 책을 펴냈다. 그러나 카버의 진면목은 무엇보다 단편소설에서 확인할 수 있다.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 역시 카버의 팬을 자처하며, 그의 소설을 직접 번역해 일본에 소개하기도 했다. 단편작가로서 절정기에 올라 있던 레이먼드 카버의 문학적 성과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대성당은 표제작 대성당을 비롯해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깃털들, 비타민, 신경써서, 내가 전화를 거는 곳 등 총 12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가난한 제재소 노동자의 아들로 태어난 카버는 제재소 목공, 병원 수위, 교과서 편집자, 도서관 사서 등을 전전하며 생계를 이어갔다. 열아홉이라는 젊은 나이에 결혼하고 스물한 살에 두 아이의 아버지가 됐다. 실직으로 실업수당을 받고, 알코올중독까지 겹치면서 그는 매우 힘겨운 삶을 보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밥벌이를 위해 전쟁처럼 삶을 치러내야 했던 카버에게 글쓰기는 삶을 견뎌내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었다. 우리들이 쓰는 모든 것은 어떤 방식으로든 자전적이다라고 했던 그의 말처럼, 카버의 작품에는 그가 살아내야 했던 신산한 삶의 풍경이 여기저기 그 흔적을 드러낸다. 삶의 한 단면을 현미경 들여다보듯 비춰주며 언제 부서질지 모르는 위태로운 일상을 포착한 특유의 날카로운 시선은, 이 소설집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 그러나 생의 말기에 쓰인 대성당은 그런 황량한 풍경 속에서도 이전 작품들보다는 한층 충만하고 희망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값 1만3천500원 강현숙기자 mom1209@kyeonggi.com

박형서 소설집 ‘끄라비’

출간하는 책마다 기이하고 극단적인 상상력과 예리한 유머로 독자를 사로잡아온 소설가 박형서가 네번째 소설집 끄라비(문학과지성사刊)를 출간했다. 표제작 끄라비을 비롯해 아르판, 무한의 흰 벽, 티마이오스, Q. E. D., 맥락의 유령, 어떤 고요까지 총 7편의 작품이 수록돼 있다. 360억 년을 주기로 붕괴와 대폭발을 반복하고 있는 우주에서 다음 우주의 신을 육성한다는 이야기, 상대를 깔아뭉개고 의자로 만들어버린다는, 일견 무모해 보이는 이야기, 아마추어 수학자를 자임하며 썼고 실제 수학과 교수에게 검토까지 받았다는 Q. E. D. 등 보지 못했던 소재를 끌고 와 현란한 지적 유희를 펼친다. 뿐만 아니라 태국의 휴양지로 잘 알려진 끄라비가 한 여행객을 사랑하고 질투의 화신으로 변모한다는 설정도 무척 과감하다. 박형서 뒤에는 항상 뻔뻔한 허풍, 발칙한 상상 류의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이 책에 발문을 실은 장은수(편집인)는 아예 박형서를 농담의 악마라고까지 부른다. 작가는 자전소설 어떤 고요를 이번 소설집 맨 마지막에 실었다. 소설은 유아기 때 열병을 앓고 일시적으로 청력을 상실한 사건부터 시작한다. 다행히도 치료가 되지만 이 사건은 그의 성장기를 암울하게 지배한다. 그렇다고 어떤 고요가 무척 어둡고 우울한 소설인가 하면 전혀 그렇지 않다. 청력 상실이나 청소년기의 방황은 작가 본인에게 분명히 아픈 기억일 텐데도 시종일관 해학적으로 그려내고 있고 등단한 과정은 지어낸 이야기라 해도 믿기 어려울 만큼 코믹하다. 그런데 이 농담이 좀 슬프다. 삼십대 초반에 갑자기 다시 찾아온 일시적 청력 상실과 향후 수 년 이내에 완전히 듣지 못하게 될 거라는 전문의의 진단 앞에서 마냥 희희덕댈 수가 없는 것이다. 본인이 아무리 덤덤하더라도 보는 이는 그 덤덤함에 먹먹해진다. 값 1만3천원 강현숙기자 mom1209@kyeonggi.com

[이주의 신간도서]문학 속의 지리이야기 外

문학 속의 지리이야기 / 조지욱 著 / 사계절 刊 양치기소년과 늑대, 플랜더스의 개, 메밀꽃 필 무렵 등 동화에서 부터 소설까지 20가지의 문학작품을 지리적 시각으로 엮은 책이다. 저자는 지리지식이 문학과 인간의 삶을 이해하는 데 얼마나 유용한가를 보여준다. 예를 들어 양치기소년과 늑대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거짓말을 하자 말자 정도의 수준이다. 하지만 우화의 무대가 되는 그리스와 알프스 주변에서 행해졌던 당시 이목의 현실을 살펴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오랜 시간 산지를 오르내리며 양을 치던 이목을 마을에서 가장 불우한 소년에게 돌아갔다. 부모도, 형제도, 친구도 없었다. 소년은 너무나 사람이 그립고, 관심이 필요해 거짓말을 했던 것이다. 이처럼 문학의 공간이 단순 배경으로 치부되지 않고 어떤 결정에 역할을 하는지 살펴보고, 지리의 지평뿐 아니라 문학의 지평까지 넓힐 수 있다. 값 1만3천800원. 지랄발랄 하은맘의 닥치고 군대 육아 / 김선미 著 / 알에이치코리아 刊 지랄발랄 하은맘의 닥치고 군대 육아는 육아기간 3년을 남자들의 군입대에 비교한 육아서다. 출산 전 준비기간을 입대 전으로, 출생 후 시한폭탄과 같은 시기를 훈련병으로, 육아가 꽃피우는 이등병, 육아에 지쳐 탈선의 위기에 놓인 말년 병장, 사회로 나갈 준비를 하는 민방위, 현지 파병과 육아를 병행하는 방위 등 군대의 계급에 육아 계급 체계를 빗대어 클래식 같은 육아계에 신선한 내용으로 선보인다. 군대에는 제대가 있지만 육아에는 끝이 없는 게 현실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긴 육아 기간을 3년으로 단축해 짧은 시간에 육아에 힘과 정성을 쏟아 3년 뒤 최정예 요원으로 길러내는 신개념 육아 방식을 제시한다. 직설적인 어투로 육아에 대한 공감을 이끌어 내고 있으며, 철없는 아들이 되어버린 남편과 시월드, 직장맘에 대한 애정어린 조언도 함께 수록하고 있다. 값 1만3천원. 간디의 위험한 평화헌법 / C. 더글러스 러미스 著 / 녹색평론사 刊 간디가 생각한 정치형태에 다룬 책이다. 20세기 중반, 인도는 비폭력 저항을 전략의 중심에 놓고 당시 무적이던 대영제국에 맞서 승리를 거뒀다. 이때 영국에 가장 큰 위협이 되었던 건 분명히 국민회의에 의한 비폭력 투쟁이었으며, 인도가 독립을 성취했을 때 정권을 잡은 것도 국민회의였다. 저자는 간디의 제자였던 슈리만 나라얀 아가르왈이 쓴 책 자유 인도를 위한 간디의 헌법안에서 비폭력 저항을 주도한 간디의 본래 정치사상을 읽는다. 간디는 국가가 본질적으로 폭력적 조직이며 비폭력적인 국가는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 점에서 주류 정치학과 견해를 같이하고 있다. 값 1만원. 박광수기자 ksthink@kyeonggi.com 이주의 베스트셀러 1. 미 비포 유(Me Before You) | 조조 모예스 지음 | 살림 2. 어떤 하루 | 신준모 지음 | 프롬북스 3. 지랄 발랄 하은맘의 닥치고 군대 육아 | 김선미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 4. 내가 사랑한 유럽 TOP10 | 정여울 지음 | 홍익출판사 5. 하버드의 생각수업 | 후쿠하라 마사히로 지음 | 엔트리 6.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일본편. 3: 교토의 역사 | 유홍준 지음 | 창비 7. 말공부(2500년 인문고전에서 찾은) | 조윤제 지음 | 흐름출판 8. 느리게 더 느리게 | 장샤오헝 지음 | 다연 9. 바른 마음 | 조너선 하이트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10. 강신주의 감정수업 | 강신주 지음 | 민음사

이재국 에세이 ‘아빠 왔다’

MBC 컬투의 베란다쇼, SBS 라디오 김창렬의 올드스쿨, 뮤지컬 총각네 야채가게 작가인 이재국씨(사진)가 에세이 아빠 왔다(amStory刊)를 출간했다. 이 책은 작가가 일상의 소소한 에피소드를 통해 일곱살 짜리 딸 연우와 끈끈한 유대감을 쌓은 이야기를 담은 책으로, 책 제목인 아빠 왔다는 딸과의 대화를 시작하는 아빠의 친근한 신호를 뜻한다. 이들의 대화는 아이가 엄마의 배 속에 있을 때부터 시작된다. 태명을 불러주는 것을 시작으로 아이와 함께 동화 한 편을 만들기까지, 아이와 나누었던 백 번의 대화는 하루가 다르게 성장해가는 딸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더불어 이 책은 아빠다운 그릇을 만들어 가는 아빠의 성장 일기이기도 하다. 아빠를 철들게 하는 아이와의 시간은 아이를 키우며 순간순간 직면하게 되는 육아에 대한 많은 고민들을 되짚어 보게 한다. 딸과의 좌충우돌 대화 속에서 아이를 이해하는 법을 배운 작가는 진짜 아빠가 되어 아이의 세계를 탄탄하게 채워주고 딸과의 마음의 거리를 좁혀나간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아이와의 대화를 통해 진정한 아빠로 거듭나는 그의 모습은 아이와의 대화가 서툰 부모들에게 감동과 함께 큰 깨달음을 줄 것이다. 글을 읽는 재미와 함께, 국내외 아트북페어에서 호평받고 있는 북아티스트 김혜미(Antic-Ham)의 개성 있는 일러스트 역시 이 책의 매력을 더해준다. 값 1만3천원 강현숙기자 mom1209@kyeonggi.com

고병권 著 ‘철학자와 하녀’

철학은 새로움의 공부다. 자기계발과 위로의 인문학이 체제에 편입하기 위한 공부라면, 철학은 나의 생각을 점거했던 체제와 이데올로기를 부수는 공부다. 준비가 필요 없는, 당장 시작하는 공부다. 철학을 당장 공부하기에 딱 좋은 책이 나왔다. 비정규직, 장애인, 불법 이주자, 재소자, 성매매 여성 등 사회적 약자들의 곁에서 철학을 함께 고민해온 현장 인문학자 고병권이 철학자와 하녀(메디치미디어刊)를 냈다. 책 제목에서 하녀는 권력의 테두리 속에서 법 없이 사는 것을 자랑삼아온 소시민을 뜻한다. 도대체 하녀에게 철학과 인문학 따위가 무엇인가? 철학은 참 한가한 일 아닌가? 저자는 철학자라면 가장 가난한 이들에게도 의미 있는 철학을 해야 한다. 하녀도 철학을 통해서 자기 삶을 다시 바라볼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책은 36꼭지 글을 통해서, 철학으로 개인과 사회의 삶을 어떻게 바꿔나가야 할지 제시한다. 그리스 신화부터 현대 철학의 중요한 개념들, 형제복지원을 통해 본 시설 사회 문제 등 당대 사건들까지 아울렀다. 개인적인 경험과 일상적인 에피소드 속에 철학적인 질문과 명제들을 자연스럽게 녹이는 인문학자 고병권 박사의 장점이 잘 드러난 책이다. 일례로 국가나 사회의 시스템이 무너졌을 때, 가난한 이들은 별 수 없이 하지만 또한 놀랍게도 삶의 공동체를 일구어냈다고 저자는 말한다. 또 이 책은 평범한 소시민으로 살아가면서 세상을 바꿀 힘은 없다고 느끼는, 무력감에 빠진 마이너리티들에게 철학이란 도구를 안겨준다. 철학은 지옥에서 가능성을 찾는 일이다라고 말하는 저자의 친절한 안내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당장 오늘과 내일, 나와 가족의 생존이 걱정되는 마당에 철학이 어떤 의미인지를 깨닫게 된다. 값 1만5천원 강현숙기자 mom1209@kyeonggi.com

최수철 장편소설 ‘사랑은 게으름을 경멸한다’ 출간

한 남자가 거리를 걷다 카페의 유리창 너머로 의자들을 이리저리 옮기고 있는 한 여자를 보게 된다. 두 사람은 의자를 계기로 연인 관계로 발전하게 된다. 현재 한신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 중인 작가 최수철의 신작 장편소설 사랑은 게으름을 경멸한다(현대문학刊)의 일부 내용이다. 이 책은 의자라는 메타포를 중심으로 인간의 광기와 욕망, 억압과 공포, 그리고 사랑과 치유를 그린 작품이다. 작가 최수철은 오래전부터 의자에 관심을 가져왔고, 연애소설을 쓰고 싶었다고 한다. 따라서 의자를 통해 얻은 관찰과 성찰을 토대로 한 사랑 이야기가 완성됐다. 규도, 한나, 부민, 알랭 등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강박적일 만큼 의자에 관한 트라우마를 지닌 이들이다. 이들이 서로 사랑하고 관계 맺는 과정을 통해 의자로 대변되는 각자의 억압을 떨쳐내고 치유받는 모습이 존재론적 사유와 미학적 상상력, 엄정한 문체로 치밀하게 그려져 있다. 의자는 이 작품의 시작이자 끝이라 할 만큼 사건들의 모든 국면에 개입한다. 갈등을 유발하고, 해결하는 결정적인 요소이다. 의자는 원래 인간의 앉는 행위를 위해 만들어진 물건이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 의자는 이런 특성과 관련해 파생될 수 있는 다양한 함의를 표현하는 단순한 메타포를 뛰어넘어, 작중 인물들의 삶과 죽음, 만남과 이별 등 모든 서사를 이끌어나가는 주인공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인간은 의자에 예속된 존재다. 한평생 한 의자에서 다른 의자로 옮겨 앉으며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작중인물들이나 서술자의 입을 통해 나타나듯, 이 작품 속에서 의자는 인간의 본성과 삶을 표상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계 그 자체를 의미하고 있기도 하다. 즉, 작가는 의자를 한 인간이 태어나서 늙어 죽을 때까지 거치는 역사로, 인간의 삶을 재구성하는 장치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한평생 한 의자에서 다른 의자로 옮겨 앉으며 살아야 하는 인간에게 의자란 부박한 삶의 표상이기도 하고, 벗어날 수 없는 욕망이기도 하며, 억압이자 종속이기도 하다. 작중인물들은 의자를 증오하거나 두려워하면서도 끊임없이 자신의 의자를 찾아 헤맨다. 욕망하고 갈등하고 방황하던 이들은 각자 자신의 의자를 이해하고 수용하는 과정을 거치고, 그럼으로써 사랑을 회복하고 그 사랑으로 치유된다. 이런 과정들은 우리들이 세계를 받아들이는 과정이자, 우리들 각자가 지닌 억압에서 해소되는 과정이기도 하다. 의자라는 특정한 메타포를 통해 비춰진, 다소 극단적일 수도 있는 인물들의 면면과 삶의 방식, 특별한 사랑 이야기 우리의 삶과 세계라는 보편성을 획득하는 지점이다 값 1만4천원 강현숙기자 mom1209@kyeonggi.com

[이주의 신간도서]펭귄은 왜 바다로 갔을까 外

펭귄은 왜 바다로 갔을까 / 강유정 외 7명 著 / 꿈결 刊 누구의 몸이 아름다울까, 세종대왕을 질투하라. 톡톡 튀는 목차에서도 알 수 있듯, 이 책은 청소년에게 자칫 지루하고 딱딱할 수 있는 인문학을 환경과 문학, 사회, 과학, 역사, 예술 등 8가지 주제별로 쉽고 재미있게 풀어냈다. 조류이면서 날지 못하는 펭귄은 헤엄치는 기술을 익혀 환경에 적응했다. 이러한 펭귄처럼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펭귄은 왜 바다로 갔을까, 오랑우탄, 개미 등 다양한 생물을 연구하며 겪은 경험담을 서술한 알면 사랑한다, 단순 재미있다 혹은 재미없다를 넘어 영화를 보는 다양한 전문적인 방법을 알려주는 예술영화는 왜 장르가 모두 드라마일까 등 각 분야 최고의 전문가와 함께 청소년 시각에 맞춘 인문학 강의를 들을 수 있다. 값 1만4천800원 착한 식당 걸구쟁이네 자연음식 / 안서연 著 / 이가서 刊 먹거리가 넘쳐나는 시대에 살고 있지만 정작 마음 놓고 먹기는 힘들다. 각종 농약과 항생제, 화학사료 등을 먹여 비정상적으로 키운 동물과 야채, 과일 등을 섭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음식으로 우리 몸이 과연 건강해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오히려 몸을 망치지 않으면 다행이다. 물론 육식이나 경작된 식재료를 이용한 음식이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다. 설령 알아도, 그런 음식이 제외됐을 때 마땅한 대체 식재료는 없다. 그러나 섭생법을 찾아볼 수는 있다. 사찰식도 그 중 하나다. 착한 식당 걸구쟁이네 자연음식은 오신채와 육류, 해물 없이도 맛과 영양을 갖춘 사찰식 요리법 61가지를 소개한다. 화학조미료를 일체 사용치 않고 집에서도 손쉽게 만들 수 있다. 1만4천원 시에 죽고, 시에 살다 / 우대식 著 / 새움 刊 천재는 왜 일찍 죽을까. 젊은 나이, 몇 자의 글을 남기고 별이 된 작가들이 있다. 이연주, 신기섭, 기형도, 여림, 김민부, 박석수, 김용직. 최근 시가 노래로 나온 시인 기형도를 제외하고는 나머지 이름은 생소하다. 정호승 시인의 말처럼 이 책은 일찍이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어 삶 자체가 한 편의 위대한 시가된 시인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저자인 우대식 시인은 요절 시인들의 고향이나 그들이 거쳐 간 곳들을 직접 찾아가 사진을 찍고 유족과 지인들을 인터뷰하며 이 책을 썼다. 파주부터 땅끝 해남까지 만 킬로미터에 가까운 거대한 여정이었다. 이 때문에 다큐멘터리처럼 문장 하나하나 생생하게 다가온다. 값 1만4천800원 박광수기자 ksthink@kyeonggi.com 이주의 베스트셀러 1. 미 비포 유(Me Before You) | 조조 모예스 지음 | 살림 2. 내가 사랑한 유럽 TOP10 | 정여울 지음 | 홍익출판사 3. 어떤 하루 | 신준모 지음 | 프롬북스 4.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일본편. 3: 교토의 역사 | 유홍준 지음 | 창비 5.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 혜민 스님 지음 | 쌤앤파커스 6. 하버드의 생각수업 | 후쿠하라 마사히로 지음 | 엔트리 7. 1cm(일 센티) 첫 번째 이야기 | 김은주 지음 | 허밍버드 8. 느리게 더 느리게 | 장샤오헝 지음 | 다연 9. 말공부 | 조윤제 지음 | 흐름출판 10. 강신주의 감정수업 | 강신주 지음 | 민음사

수원영화예술협회, 영화예술지 ‘수원영화’ 창간호 발행

수원영화예술협회(회장 박병두)가 만든 영화예술지, 수원영화 창간호가 발행됐다. 창간호에는 한국을 대표하는 영화인들과 문화예술인의 칼럼을 만날 수 있다. 젊은 영화평론가 윤성은의 2014년 한국영화계, 동향과 전망, 한상준 전 부천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의 국제영화제, 한류문화, 그리고 수원의 가능성, 서용우 경기영상위원회 사무국장의 창조산업과 DMZ국제다큐영화제의 전망, 장봉수 경기도청 문화산업과 콘텐츠기반팀장의 다양성영화의 메카 경기도, G시네마 등 다양한 영화 이야기를 들려준다. 또 최근 드라마 정도전으로 사랑받고 있는 배우 조재현, 영화 뽕, 아리랑, 돌아이 시리즈로 유명한 이두용 감독, 수원남문 메가박스 최기호 대표와의 인터뷰도 볼만하다. 잡지는 영화를 인문학 및 문학적 상상력으로 재해석한 글들도 싣고 있다. 김준혁 한신대학교 정조교양대학 교수의 영원한 제국, 김윤환 시인의 영화 <밀양>에 나타난 인간의 문제, 김용택 시인의 시 같은 것은 죽어도 싸, 손세실리아 시인의 시가 된 영화 등이 그런 글들이다. 이와 함께 수원 출신 곽재용 감독의 영화와 함께 보낸 내 어린 시절, 안태근의 수원의 영화 삼인방, 조성근 신구대 겸임교수의 수원과 영화는 영화도시 수원의 옛 모습을 추억하게 하는 원고도 눈에 띈다. 한편 21일 오후 6시 화성박물관 강당에서 수원영화 창간호 발행기념 축하행사 겸 국제영화제와 수원문화의 미래라는 제목으로 첫 세미나를 개최한다. 강현숙기자 mom1209@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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