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사에서 ‘80년 5월 광주’는 작가라면 꼭 한번쯤은 다뤄보고 싶은 소재다. 그러나 섣불리 건드릴 수 없는 것이 바로 5월의 광주다.
섬세한 감수성과 치밀한 문장으로 인간 존재의 본질을 탐구해온 작가 한강이 이에 도전장을 냈다. 작가의 여섯번째 장편소설 ‘소년이 온다’(창비刊)는 35년이 지났어도 여전히 5ㆍ18광주민주화운동의 트라우마를 안고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광주 출신으로, 남도 특유의 생명력 넘치는 바다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들을 써온 한국문학의 거목, 소설가 한승원의 고명딸이기도 한 작가에게 이번 작품은 우연을 가장한 필연적인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소년이 온다’는 1980년 5월 18일부터 열흘간 있었던 광주민주화운동 당시의 상황과 그 이후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철저한 고증과 취재를 바탕으로 한강 특유의 정교하고도 밀도 있는 문장으로 그려내고 있다.
2013년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3개월 동안 창비문학블로그 ‘창문’에 연재할 당시부터 독자들의 이목을 끌었던 열다섯살 소년 ‘동호’의 이야기는 ‘상처의 구조에 대한 투시와 천착의 서사’를 통해 한강만이 풀어낼 수 있는 방식으로 1980년 5월을 새롭게 조명한다.
5ㆍ18 당시 중학교 3학년이던 소년 동호는 친구 정대의 죽음을 목격한 것을 계기로 도청 상무관에서 시신들을 관리하는 일을 돕게 된다. 매일같이 합동분향소가 있는 상무관으로 들어오는 시신들을 수습하면서 열다섯 어린 소년은 ‘어린 새’ 한 마리가 빠져나간 것 같은 주검들의 말 없는 혼을 위로하기 위해 초를 밝히고, ‘시취를 뿜어내는 것으로 또다른 시위를 하는 것 같은’ 시신들 사이에서 친구 정대의 처참한 죽음을 떠올리며 괴로워한다.
소설은 동호와 함께 상무관에서 일하던 형과 누나들이 겪은 5ㆍ18 전후의 삶의 모습을 통해 대한민국 근현대사의 비극적인 단면들을 드러내 보이고 있다. 살아 있다는 것이 오히려 치욕스러운 고통이 되거나 일상을 회복할 수 없는 무력감에 괴로워하는 이들의 모습은 35년이 지난 지금도 현재진행형으로 이어지고 있다.
소설은 국가의 무자비함을 핍진하게 그려내면서 ‘유전자에 새겨진 듯 동일한 잔인성’으로 과거뿐 아니라 지금까지도,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세계에서 끊임없이 자행되고 있는 인간의 잔혹함과 악행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다.
값 1만2천원
강현숙기자 mom1209@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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