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명 여섯번째 시집 ‘마치’ 출간

이수명(49) 시인의 여섯 번째 시집 ‘마치’(문학과지성사刊)가 출간됐다.

문학평론가 권혁웅은 이수명의 시를 가리켜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 이해해도 시는 더한 역량을 발휘한다”고 말한다.

이번 시집의 실린 49편의 시들은 말로서 번식하는 의미들이 아닌 빠져나가고 미끄러져 나가는 말의 속성과 시적 역량을 다시 한 번 유감없이 발휘한다.

표제시 ‘마치’도 그렇다. 시 제목 ‘마치’ 부사를 의미하기도 하고, 동시에 영어의 행진을 뜻하는 ‘march’이도 하다. 또 3월을 뜻하는 ‘March’이기도 하다.

“내 마음이 죽은 잎들은 뒤집어쓰고/마치/죽은 잎들이 서 있다./마치/꿈을 꾸고 있는 것 같구나 꿈 속에서 처음 보는 접시를 닦고 있구나 접시를 아무리 가지런히 놓아도/마치/죽은 잎들이 땅을 덮으리/죽은 잎들이 땅을 온통 덮으리…”

어떤 것도 가 닿을 수 있는 힘으로 무장한 저 직유의 수사 ‘마치’는 또한 마치 행진(march)하는 병정들처럼 시에 박동을 불어넣는다. 장례식장의 통곡이 죽음을 이기는 힘인 것처럼. 3월일 때 ‘마치’는 죽은 잎들을 털어버리고 새로 돋을 새잎들을 언뜻 보여준다. 값 8천원

강현숙기자 mom1209@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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