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글로벌캠퍼스(IGC)는 인천경제자유구역의 큰 자산이다. 전국에 흩어져 있는 어느 경제자유구역도 이만한 교육 인프라를 갖추지 못했다. 인천 송도국제도시 IGC 타운에는 5개 외국대학이 있다. 그런데 이들 대학의 속을 들여다보니 글로벌과는 거리가 있다고 한다. 외국인 학생은 ‘가뭄에 콩 나듯’이고 주로 내국인 학생들로 채워져 있다. 그럼에도 인천시는 해마다 재정 지원을 하고 있다. 명실상부한 인천글로벌캠퍼스로 육성할 방안은 없는가. 현재 인천글로벌캠퍼스 대학들의 정원은 4천436명이다. 이 중 외국인 학생은 47개국의 351명(7.9%)뿐이다. 국적별로는 미국이 209명으로 가장 많다. 그 다음 몽골 14명, 중국 12명, 러시아 11명, 필리핀과 미얀마 각 10명 등의 순이다. 결국 100명 중 93명이 내국인 학생이라는 얘기다. 대학별로는 겐트대의 외국인 학생 비율이 0.3%로 가장 낮다. 이어 조지메이슨대 6.5%, SBU 9.6%, 유타대 15%, FIT 21.4% 순이다. 외국인 학생 비율이 인하대보다 낮다. 인하대의 경우 1만7천798명의 재학생 중 1천886명(10.5%)이 외국인 학생이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처음 IGC를 조성할 때는 외국인 학생 비율을 40%로 잡았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산업부와 인천경제청은 입주 후 7년간 운영비 등으로 552억원을 지원했다. 인천경제청은 지금도 대학들에 연간 10억원에 이르는 캠퍼스 사용료를 면제해 준다. 여기에 외국인 교수들의 전·월세 보증금까지 지원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 외국대학에 대한 관리 주체가 따로 없다는 점이다. 외국인 학생 비율에 대한 규정도 없다. 교육부의 관리·감독에서도 벗어나 있다. 인천경제청은 지난 2012년 외국대학 유치 및 설립 지원을 위해 IGC재단을 만들었다. 이 재단에 대한 인천시의 출연금만도 올해까지 모두 778억원에 이른다. 그러나 IGC재단은 캠퍼스나 교수아파트, 게스트하우스, 생활관 관리에 그친다. 국·시비 보조금 역시 이 재단을 거치지 않고 대학에 직접 지원한다. 이번 기회에 IGC재단에 입주 대학 관리·감독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물론 내국인 학생들이 글로벌캠퍼스에서 외국대학의 커리큘럼을 이수하는 의미를 과소평가할 수는 없다. 그러나 지금처럼 내국인 학생 일색이어서는 글로벌캠퍼스의 취지가 퇴색할 수밖에 없다. 지역에서는 일정한 외국인 학생 비율을 충족하지 못하면 페널티를 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지원에는 의무와 책임이 따르게 마련이다. 명실상부한 인천글로벌캠퍼스를 위해서는 외국대학들의 자구 노력이 절실해 보인다.
요즘 수도권 시민들은 헛갈린다. 여기저기서 대중교통 복지가 신상품처럼 쏟아진다. K-패스에 이어 기후동행카드, 더(The)경기패스까지. 그런데 정책 수요층은 인천 서울 경기에 흩어져 산다. 오래된 단일 생활권이기 때문이다. 이런데도 서로 더 나은 복지라며 브랜드 경쟁을 벌인다. 정치적 타산까지 곁들여져 더 불편하다. 시작은 9유로 티켓이었다. 독일은 팬데믹 시기 월 9유로에 대중교통을 무제한 이용하는 정액교통권을 도입, 큰 호응을 얻었다. 자가용 이용에 따른 탄소 배출을 줄이고 교통혼잡까지 개선했다. 올해 5월에는 월 49유로짜리 도이칠란트 티켓을 도입했다. 장거리 열차를 제외한 거의 모든 대중교통을 포괄하는 티켓이다. 이런 무제한 정기권은 파리, 빈 등으로 확산하고 있다. 최근 인천에서 인천 서울 경기 교통국장회의가 있었다. 서울 경기가 먼저 내놓은 정액 교통권 정책을 조율하려 했다. 별 성과가 없었으니 당분간 제 갈 길을 갈 참이다. 먼저 지난 8월 정부와 여당이 K-패스를 내놓았다. 내년 하반기 시행 예정의 대중교통요금 환급 제도다. 월 21회 이상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지불 요금의 20~53%를 돌려준다. 뒤를 이어 서울시는 지난 9월 기후동행카드를 내놓았다. 월 6만5천원 대중교통 정액권으로 서울의 대중교통을 무제한 이용할 수 있다. 그러면서 경기 인천의 동참을 요청하기도 했다. 지난 10월에는 경기도가 더(The)경기패스를 내놓았다. 정부의 K-패스를 기반으로 한 대중교통요금 환급 제도다. K-패스 혜택에 이용 횟수를 무제한으로, 청년 연령을 만 39세까지 확대했다. 이렇게 되자 인천시도 뭔가를 내놓아야 한다는 압박을 받게 됐다. 그러나 인천시는 내년 본예산에 국토부의 K-패스 운영에 따른 예산 90억원을 이미 반영해 놓은 상태다. 인천시는 당장 기후동행카드나 경기패스에 함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서울시는 이미 내년 본예산에 기후동행카드 시범사업비 401억원을 편성해 놓았다. 내년 경기도 예산안에도 263억원의 경기패스 예산이 반영해 있다. 이러면서 “정액교통권을 둘러싼 정책 경쟁도 나쁘지 않다”는 입장이다. 인천까지 또 낯선 이름의 정액 교통권을 내걸지 않은 것이 다행이다. 인천 경기 서울은 엄연히 하나의 생활권이다. 곧 송년회 시즌이다. 수도권 시민들은 버스 지하철을 갈아타며 이곳저곳 모임을 찾아갈 것이다. 그때마다 3~4개의 정액교통권을 챙겨야만 할 것인가. 인천 서울 경기가 따로국밥이면, 효과는 미미하고 시민들은 불편할 것이다. 시민들 혜택과 편의를 키우는 정책 경쟁이어야 한다. 수도권 정액교통권은 두루 통하도록 심플해야 한다.
인천 송도국제도시에는 글로벌캠퍼스가 있다. 미국이나 유럽의 명문 대학 캠퍼스들이다. 송도 개발 초기부터 공을 들였다. 경제자유구역은 외국 투자 유치가 핵심이다. 교육 인프라와 국제병원이 필수다. 처음에는 이 같은 외국인 정주 여건 외 목표도 있었다. 당시의 조기 유학 풍조를 겨냥, ‘굳이 미국 유럽으로 유학을 가지 않고도 세계 명문대 학위를 송도에서 딸 수 있다’고 했다. 20여년이 흘러 이제 글로벌한 면모도 갖췄다. 한국뉴욕주립대 스토니브룩, 한국조지메이슨대학교, 겐트대학교 글로벌캠퍼스, 유타대학교 아시아캠퍼스, 뉴욕주립대 FIT 등이다. 이에 이르도록 인천은 지원을 아끼지 않아 왔다. 그런데 최근 유타대학교 아시아캠퍼스가 의료혁신센터(CMI)를 서울바이오허브로 보내려 해 논란이다. 지난 2020년 인천경제청과 송도에 마련하겠다고 약속한 ‘유타대 CMI’다. 이를 통해 송도바이오클러스터와 바이오 스타트업의 생태계 활성화에 기여하겠다고도 했다. 인천 송도국제도시는 오랜 노력 끝에 세계적 바이오클러스터로 부상하고 있다. 셀트리온, 삼성바이오로직스, SK바이오사이언스, 롯데바이오로직스 등이다. 특히 인천시는 내년 상반기 정부의 ‘바이오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선정에 올인하고 있다. 이런 마당에 유타대 CMI는 서울행이라니. 유타대가 지난달 10일 서울시와 업무협약(MOU)을 하려 했음이 뒤늦게 드러났다. 서울바이오허브 글로벌센터에 유타대 CMI를 입주하기 위한 협약이다. 유타대는 이미 지난 7월부터 서울시 및 서울바이오허브 등과 협의를 벌여 왔다. 서울바이오허브는 서울시의 산·학·연·병 연계 바이오 스타트업 지원 사업이다. 인천시가 송도에 추진하는 K-바이오랩허브와 유사하다. 이미 서울시는 서울바이오허브 글로벌센터에 유타대 CMI가 들어올 공간을 비워 두고 있다고 한다. 지난달 못한 MOU는 올해 안에 다시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인천경제청의 문제 제기로 무산한 그 MOU다. 유타대는 지난 10년간 인천경제청으로부터 운영비 등으로 100억원 이상을 지원받았다. 유타대 아시아캠퍼스 땅 2만2천221㎡에 대한 사용료도 면제받고 있다. 재정 지원뿐만 아니다. 인천시민의 자긍심 어린 성원도 있다. 유타대 측은 이렇게 해명했다. “다양한 대한민국 기업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은 것뿐이다.” “학교와 산학협력단이 있는 인천에 유타대 CMI가 들어서는 것은 변함이 없다.” 그렇다고 몰래 시도한 서울행이 가려질 수는 없다. 다른 글로벌 대학들에서는 이런 행보가 없는지도 살펴봐야 할 것이다. 글로벌캠퍼스에 대한 재정 지원은 결국 인천시민들 주머닛돈이다. 인천은 재주만 넘은 곰이었나.
2026년이 초침을 울리며 다가오고 있다. 수도권매립지에 폐기물을 바로 매립할 수 없게 된다. 인천과 서울, 경기의 폐기물은 태운 후 소각재만 묻을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권역별 자원순환센터(소각장) 확충이 초미의 숙제다. 그러나 시간만 허송할 뿐 겉돈다. 인천에서는 더욱 그렇다. 수도권매립지 사용 종료를 위해서라도 속도를 내야 할 일이지만 그 반대다. 소각장 입지 선정 얘기만 흘러나와도 결사 반대에 부딪힌다. 이러다간 인천이 먼저 수도권매립지에 폐기물 직매립 연장을 요청할지도 모르겠다. 인천시가 소각장 입지에 대한 파격적인 ‘당근책’을 마련한다고 한다. 장기 교착의 소각장 문제를 풀기 위해서다. 해당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최우선 반영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우선 소각장 공사 비용의 20%를 지역 숙원사업에 쓴다. 문화·체육·공원시설 등이다. 300억~500억원에 이르는 지원이다. 주민들 일자리 창출도 포함한다. 또 소각할 때 발생하는 열에너지로 전기와 난방열을 주민들에게 공급한다. 17억~43억원의 주민지원기금이나 최대 100여억원의 반입협력금도 있다. 이 같은 지원금은 지역 환경 개선이나 주민 복리 증진을 위한 것이다. 인천시는 이런 법적 지원 외에도 지역 주민이 꼭 필요로 하는 사업이나 시설들의 발굴에도 나설 참이다. 주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대형 쇼핑몰이나 대형 병원, 공공청사, 대형 프렌차이즈 카페, 놀이공원 등이다. 이를 위해 여론조사나 간담회, 설명회 등을 통해 주민 의견을 들을 계획이다. 이는 지난해 관련 설문조사에서도 확인된 바 있다. 인천시민 1천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였다. ‘정말 내가 원하는 편익시설과 함께 자원순환센터가 거주지 인근에 들어선다면’이라는 질문에 55%가 ‘수용’이라 답했다. 인천시는 이 같은 인센티브 정책과 함께 자원순환센터에 대한 이미지 개선에도 나설 방침이다. 지역 발전의 활로 또는 자원순환 선도 지역의 상징 등이다. 소각장은 지역의 지속가능을 담보하는 필수 환경시설이다. 그럼에도 현재는 기피시설로만 받아들여져 주민 반감이 크다. 인천시의 인센티브 목록 중 키워드가 하나 보인다. 바로 주민들 일자리 창출이다. 문화·체육·공원시설이나 지역지원기금 등은 주민들에게 있어 간접 혜택이다. 그러나 주민 일자리 창출이나 전기·난방열 공급 등은 직접 혜택이다. 새로 세워지는 자원순환센터 일자리는 그 지역에서 운영한다 할 정도로 주민 일자리로 채워야 할 것이다. 물론 필수 전문요원은 예외지만. 나아가 인센티브로 지어줄 각종 시설의 일자리도 주민들에게 돌아가야 할 것이다.
대학생 행정인턴이라고도 하고 행정체험 대학생 아르바이트라고도 한다.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1년 미만으로 근무하는 대학생 행정지원 인력을 말한다. 2006년부터 시작했다. 미취업 청년층에 경력 및 직업능력 향상의 기회를 제공하고 청년실업도 해소한다는 취지였다. 모집 공고가 나기 무섭게 지원자가 몰린다. 취업난으로 공무원직이 인기를 끄는 상황에서 행정 경험도 쌓고 보수도 적지 않아서다. 후일 공무원 시험에 응시할 때 유리한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작용한다. 이런 대학생 행정인턴에 대해 처음부터 잘못된 거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른다. 국민 세금을 들여 하면서 꼭 대학생으로 자격을 한정하는 게 맞느냐는 것이다. “인천시가 원하는 아르바이트생 자격에 고졸인 나는 원서도 못내민다.” “고졸 학력이라 취업이 어려워 생계에 쫓기는데 인천시 아르바이트까지 차별을 받는다.” 인천시가 지역 청년들을 위해 예산을 떼어내 마련한 아르바이트 사업이다. 그런데도 자격을 대학생으로만 제한하는 것은 차별행정이라는 것이다. 인천시의 최근 행정인턴 사업을 보자. 시는 지난 7월3일부터 7월26일까지 대학생 240명에게 아르바이트 일자리를 제공했다. 이 기간 사무직에 종사한 대학생들은 125만5천원을 받았다. 현장근무직에 참여했던 대학생은 146만1천원을 받았다. 해마다 여름 겨울방학 모집 때는 3천명 안팎의 지원자가 몰려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최근 인천시 인권보호관회의는 이 사업의 지원 자격에서 고졸 청년들의 지원 자체를 불가능하게 하는 것은 평등권 침해라고 지적했다. 인천시 대학생 아르바이트 사업은 청년들에게 직업을 선택하기 전 행정업무 체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대학생으로만 지원 자격을 제한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또 시가 제시하는 업무들이 반드시 2년제 이상 대학 재학생 또는 휴학생 학력이 필요한 업무라고 볼 수도 없다고 했다. 전문지식이 필요한 업무라면 서류 심사 등 별도의 선정 과정을 통해 검증할 수 있다고도 했다. 이에 인권보호관회의는 인천시장에게 지원 자격 제한을 없앨 것을 권고했다. 이와 함께 현재의 ‘대학생 아르바이트’를 ‘청년인턴’ 사업으로 전환할 것을 제안했다. 백번 맞는 말이다. 고졸 중졸의 문제가 아니다. 인천 청년이면 다 지원할 수 있어야 한다. 공무원 선발 시험에도 아무런 학력 장벽이 없지 않은가. 오랜 기간 타성으로 굳어온 학력 중시 사고방식이다. 이번 결정을 대학을 다니지 않는 청년들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을 바꾸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왜 17년이나 지나고서야 이 불합리한 차별을 깨닫게 됐을까.
곳곳에서 세수 부족이 화두다. 내년도 살림살이를 짜야 하는 예산철이니 더 그렇다. 역대급 세수 부족, 세수 보릿고개라는 얘기도 나온다. 중앙정부 세수 결손으로부터 시작했다. 올해 정부 세수 결손은 60조원으로 예상한다. 전쟁 등 글로벌 악재에다 경기침체까지 겹쳤다. 국가 세수 결손은 지방정부의 살림을 옥죈다. 국고보조금이 깎이기 때문이다. 본래 재정자립도가 약한 지자체 살림이다. 여기에 부동산 거래 위축에 따른 취득세 세수 감소까지 겹쳤다. 당장 인천시의 내년도 예산 편성부터 삭감 칼바람이 분다고 한다. 특히 세수 탄력성이 없는 복지부문 예산은 현상 유지도 쉽지 않은 모양이다. 인천시는 2024년 본예산 규모를 올해보다 7천억~8천억원 줄어든 13조9천억원 수준에서 편성할 방침이다. 유례가 드문 5% 정도의 예산 감축 편성이다. 이 바람에 민선 8기 인천시의 신규 복지사업들은 줄줄이 제동이 걸릴 참이다. 그간 해오던 사업의 예산도 세수 부족으로 축소하거나 묶일 수밖에 없다. 우선 ‘보육교사 처우개선비 5만원 인상’ 예산 92억원부터 전액 삭감했다. 현재 인천의 어린이집 교사 처우개선비는 17만원이다. 전국 평균(28만원)에 한참 처진다. 임신부 교통비 50만원 지원 예산도 내년도 본예산에 반영하지 못했다. 70억원 규모다. 80세 이상 어르신 가구에 매월 5만원씩 지급하려던 ‘노인돌봄(행복수당)’도 미뤄졌다. 출산 시 1천만원을 지급하는 ‘첫만남 이용권’이나 65세 이상 대중교통 요금 무료화 정책 등도 마찬가지다. 이미 인천시가 추진 중인 복지사업의 확대도 줄줄이 제동이 걸렸다. 인천시는 현재 일부 지역의 65세 이상 대상포진 무료접종 사업을 전 지역으로 확대하려 했다. 그러나 예산 규모가 커져 기초생활수급자로 대상을 줄이기로 했다. 임신·출산·육아 통합 관리를 위한 ‘인천맘센터’ 신축도 백지화했다. 복지 사업 현장의 인천여성가족재단이나 인천시사회서비스원 예산도 감축이 불가피해졌다. 여성가족재단 예산(올해 43억원)은 2억원, 사회서비스원에 대한 출연금은 3억원 줄인다. 사회서비스원의 경우 국비 보조 8억원이 이미 날아간 상황이다. 이 때문에 신설하는 종합재가복지센터도 종전 중증장애인 활동 서비스 등을 제외하고 운영에 들어간다. 그간에는 국가 경제나 예산 운용이 확장 일로였다. 그래서 축소 지향의 경제 구조나 나라 살림은 낯설고 불편할 것이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세수 보릿고개에 적응해야만 한다. 공공부문에서부터 그에 대한 면역력을 길러 나가야 할 것이다. 우선 편하자고 지방채를 남발하거나 시민 세금 부담 가중에 나설 일은 아니다.
섬 주민들은 이동권이 크게 제약받는다. 우선 연안여객선이 하루 1~2회 운항에 그친다. 피서철 등 성수기가 아니면 승객 수요가 많지 않아서다. 그마저 바다 날씨에 따라 운항을 중단하기 일쑤다. 인천 섬 주민들의 이동권 보장 문제는 오랜 숙제다. 특히 백령·연평도 등 서해5도 주민들은 불편이 더 크다. 육지와의 거리가 멀고 군 작전 통제까지 겹친다. 섬 주민들은 인천시민이면서도 일일생활권과는 거리가 멀다고 푸념한다. 치과 치료나 은행 일을 보러 육지로 나와서도 하룻밤을 묵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인천시가 연안여객선 완전공영제를 본격 검토한다고 한다. 인천시가 내년 인천연구원을 통해 연안여객선 완전공영제에 대한 정책연구에 들어간다. 인천 섬 지역 주민들의 정주여건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완전공영제를 한다면 어떤 사업구조를 택할 것인지, 그 비용은 얼마나 필요할지를 따져보는 것이다. 연안여객선 완전공영제는 지자체가 여객선 사업면허를 갖고 직접 운항하는 방식이다. 즉, 교통공사 같은 공기업이 여객선을 운항하는 형태다. 현재 인천의 연안여객선은 13개 항로에 이른다. 이 중 10개 항로를 민간사업자가 맡고 있다. 이 10개 항로 중 8개 항로는 1일 1~2회 왕복 운항만 하고 있다. 민간사업자는 운항일수와 횟수를 줄여 수익을 올리려 한다. 그만큼 섬 주민들의 이동권이 제한받는 구조다. 인천시가 완전공영제 도입을 통해 섬 주민들의 일일생활권을 보장하려는 이유다. 문제는 막대한 재원이다. 정책연구 이전에, 중앙정부 지원 없이는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앞서 섬이 많은 전남 신안군도 연안여객선 완전공영제에 도전했다. 그러나 재원 문제로 다시 준공영제로 돌아섰다고 한다. 완전공영제를 하려면 인천시가 선박을 구입하고 기존 선사의 항로면허를 사들여야 한다. 초기부터 수백억원의 예산을 들여야 한다. 2천500t급 선박의 경우 신조선이 350억원, 중고선이 150억원에 이른다. 현재 수익이 나는 노선의 경우, 면허 확보도 쉽지 않은 문제도 있다. 인천 연안여객선은 현재도 사실상의 준공영제다. 시내버스 요금(1천400원)을 초과하는 뱃삯의 80%까지를 인천시가 지원한다. 올해 이 예산만도 169억원이다. 여객선 완전공영제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가야 할 길인 것은 맞다. 접경지역의 경우 주민 정주 자체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형평성 문제도 있다. 서울시의 기후동행카드, 경기도의 경기패스 등 대도시 지역의 교통복지는 갈수록 확장 추세다. 이번 정책연구를 통해 연안여객선 완전공영제에 대한 현실적인 방안을 찾아내야 한다. 중앙정부 지원 요구도 이런 준비를 갖추고서야 가능할 것이다.
인천시가 에너지 공기업의 설립을 거둬들였다고 한다. 유정복 시장의 공약 중 하나였다. 관련 연구용역도 중단했다. 가장 큰 걸림돌은 정부의 승인을 얻어낼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점이다. 현재로서는 이렇다 할 일거리가 없어 직원들 인건비도 벌기 어려운 것으로 판명났다. 해상풍력 사업에 뛰어든다 해도 당장 돈이 되는 게 아니다. 수소연료전지발전을 고려했지만 이 역시 만만치 않다. 뒤늦었지만 그나마 다행이다. 미련을 버리지 못하면 시민 세금만 계속 축낼 뿐이다. 인천시는 민선 8기 출범 직후부터 신재생에너지 전담 공기업 설립을 추진해 왔다. 해상풍력 개발사업 등의 공공성 확보를 위해서라고 했다. 신재생에너지 분야의 지역경제 활성화를 통해 지방 재정을 확충한다는 명분도 내세웠다. 그러나 최근 새로운 공기업 설립을 포기하기로 했다. ‘지역 신재생에너지 전담기관 설립 기본계획조사 연구용역’도 중단시켰다. 대신 인천도시공사나 인천환경공단에 관련 전담부서를 꾸리는 정도로 후퇴했다. 해상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만으로는 새로운 공기업의 수익을 확보하지 못해서다. 인천시는 해상풍력 사업에 속도를 낸다 해도 2030년께나 수익 발생이 가능할 것으로 봤다. 사업 확대도 검토해 봤다. 수소연료전지발전 등을 이 공기업이 맡는 방안이다. 그러나 이 분야도 인천에서는 주민 수용성을 확보하지 못해 잇따라 좌초하고 있는 실정이다. 앞서 인천 최대 규모의 수소연료전지발전소가 한국가스공사 인천기지에 들어설 예정이었다. 하지만 주민 반대로 결국 백지화했다. 지방공기업법은 경상경비의 50% 이상을 자체 경상수입으로 충당해야 설립이 가능토록 했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직원 인건비조차 자체적으로 감당하지 못하는 등 요건 미달이다. 여기에 ‘작은 정부’를 내세워 지방공공기관 통폐합에 나서 있는 정부의 정책기조와도 어긋난다. 민선 8기 인천시정부도 처음 공공기관의 구조조정이나 방만 경영 해소를 강조했다. 인천 에너지 공기업은 그 명분부터가 미약했다. 신재생에너지의 공공성 확보가 꼭 필요한가. 에너지 생산은 공공이냐 민간이냐가 아니라 효율성이 관건이다. 비능률의 공기업이 민간기업을 당해낼까. 지방 재정 확충이라는 명분도 그렇다. 그러다간 바이오나 반도체, AI, 꽃게잡이 공기업까지 필요할 것이다. 현재 인천시의 공공주도 해상풍력 사업도 에너지 공기업 못지않게 그 실체가 모호하다. 공기업이나 기관을 늘리려는 것은 공공부문의 본능이자 유혹이다. 공공조직은 스스로 그 규모를 무한히 키워나간다는 파킨슨의 법칙도 있다. 공공부문의 시장 개입은 극히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 민간에 맡겨 놓으면 시민이 힘들어지는, 그런 분야에 한해서다.
인천에는 그 인구나 면적에 비해 발전소가 많다. 옹진군 영흥면의 영흥석탄화력발전소를 비롯해 5개나 가동 중이다. 특히 서구에는 4곳이나 몰려 있다. 신인천복합화력발전소(남부발전), 서인천복합화력발전소(서부발전), 인천복합화력발전소(중부발전), 인천LNG복합발전소(포스코에너지) 등이다. 대부분이 석탄이나 액화천연가스(LNG)를 때는 발전소다. 온실가스 배출, 대기 오염 등의 환경 피해가 불가피하다. 그러나 여기서 생산하는 전력의 절반 이상은 서울이나 경기에서 쓴다. 그래서 전력자급률은 높지만 인천에 남는 것은 환경 피해뿐이다. 그렇다고 이런 피해를 보상해 주는 혜택은 별로 없다. 전기요금 차등제 등 시민들이 체감할 만한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이유다. 지난해 인천의 영흥화력발전소 등 모두 5곳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력은 5만4천283GWh다. 그러나 이 중 2만8천777GWh(54%)는 서울시와 경기도로 넘어갔다. 이 때문에 지난해 인천의 전력자급률은 212.8%를 기록했다. 반면 서울시와 경기도의 전력자급률은 8.9%, 60.1% 수준이다. 특히 인천의 발전량 대부분은 석탄이나 액화천연가스에 의존한다. 인천은 온실가스 배출 등 환경 피해만 고스란히 떠안는다. 인천의 지난해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 배출량은 945만3천tCO2eq에 이른다. 서울의 온실가스 배출량 167만8천tCO2eq의 5.6배 규모다. 특히 영흥화력발전소가 인천 탄소 배출량의 30%인 315만1천tCO2eq를 배출한다. 이런데도 인천이 정부로부터 받는 발전소 관련 인센티브는 지역자원시설세 170억원뿐이다. 이 또한 화력발전의 경우 세율이 1㎾h당 0.3원에 불과해 더 늘어날 여지도 없다. 반면 수력과 원자력은 ㎾h당 2원, 1원이다. 이 같은 문제점들을 감안, 정부도 지난 5월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을 제정했다. 대규모 발전소와 송전선로가 있는 지역에 전기요금 차등제와 같은 인센티브를 주기 위해서다. 지역별 에너지 자급률 충족을 촉진하려는 목적도 포함한다. 인천은 산업화 시기 수도권 임해공업지구 역할을 했다. 발전소가 많이 지어진 배경이다. 사정이 비슷한 울산시의 경우, 분산에너지 특별법을 적극 활용하려는 움직임이다. 낮은 전기요금을 적용받아 대기업들을 적극 유치한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인천은 현재로서는 이마저 막혀 있다. 바로 수도권정비계획법 때문이다. 전기요금을 낮춰 줘도 대기업이 들어올 수 없는 또 하나의 수도권 역차별이다. 인천시도 내년 ‘분산에너지 활성화 지역특구’ 연구용역을 한다고 한다. 피해 지역 전기요금 차등화까지 수도권 역차별을 초래하지 않도록 면밀히 대비할 때다.
낯선 고장으로 여행을 가면 누구나 ‘뭘 먹고 가지’ 한다. 특색 먹거리는 그 지역 정체성과도 겹치는 주요 관광자원이다. 음식 이름만 들어도 그 고장의 정과 냄새가 묻어난다. 그래서 전주에 가면 비빔밥집이 몰려있는 골목을 찾는다. 대구에는 따로국밥이나 매운찜갈비 거리가 따로 있다. 울산의 고래고기, 포항의 물회, 부산의 돼지국밥도 그냥 떠나오면 어딘가 허전한 여행이다. 인천도 그런 음식 자원이 많다. 물텀벙이 세숫대야냉면 밴댕이 삼치 꽃게 등의 거리나 마을들이다. 그런데 이제 이런 인천 음식거리의 풍경이 예전 같지 않다고 한다. 인천시는 이들 거리들을 향토음식 특화거리로 정해 인천을 찾는 이들에게 소개해 왔다. 거리 초입에는 아치형 입간판도 세워 찾기 쉽도록 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들 거리들이 하나 둘 사라지는 중이라고 한다. 밀집해 번성하던 가게들이 빠져나가면서 쇠락해 가는 것이다. 인천 동구 화평동의 세숫대야 냉면거리도 그 중 하나다. 이 곳 화평동 냉면은 1970년대부터 인천항 부두나 공장 근로자들로 붐볐던 특화거리다. 이제는 명칭과는 달리 냉면집은 몇 집 남지 않았다. 대신 한식뷔페나 옷집 등이 그 자리를 차고 앉았다. 그 곳 거리 전체가 냉면집으로 북적이던 시절은 이제 찾아볼 수가 없다. 미추홀구 용현동의 물텀벙특화음식거리도 마찬가지다. 다른 지역에서는 아귀라 부르는 물텀벙이 탕이나 찜은 오랫동안 인천의 향토 음식이었다. 20여년 전 10곳이 넘었던 이 거리에도 물텀벙이 식당은 이제 3곳만 남았다. 물텀벙이 식당들이 빠져나간 자리에는 분식집 쭈꾸미 가게 등이 들어서 있다. 동구 만석동의 쭈꾸미 거리는 만석부두와 북성부두가 가까워 생겨났다. 10여년 전만 해도 이름난 쭈꾸미전문점이 즐비한 거리였다. 쭈꾸미 축제도 열렸다. 그러나 이제는 서너집만 남아 명맥을 유지할 정도이다. 중구 밴댕이회무침거리도 그 전 같지가 않다고 한다. 40여곳의 밴댕이회무침가게들이 이제는 28곳으로 줄어들었다. 명맥을 이어가는 향토음식 특화거리의 상인들은 푸념한다. 특화거리를 활성화하기 위한 지자체들의 실질적인 지원이 없다는 것이다. 실제 미추홀구나 중구 등은 이들 가게에 대해 도마 등 위생용품 지원에 그친다. 인천시도 군·구가 추천하는 일부 특화거리에만 홍보영상을 제작해 주는 정도라고 한다. 상인들은 이들 거리의 가장 큰 약점이 고질적인 주차난이라고 한다. 이 때문에 다들 가게를 팔고 떠났다는 것이다. 향토음식 특화거리도 시류의 변화는 어쩔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인위적으로 되돌리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인천을 찾는 이들이 ‘인천의 맛’을 쉬 떠올리지 못할까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