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개혁 미룰 수 없다

한국 경제에서 공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대단하다. 더구나 최근 대우·쌍용·동아건설 등 대기업이 해체되고 현대 등과 같은 대기업도 현재와 같은 재벌 체제로는 사실상 생존하기 힘든 상황이기에 한국경제에서 공기업이 가지는 비중은 더욱 커질 것이다. 때문에 공기업의 건실한 운영과 구조조정은 사기업의 모범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최근 전개되고 있는 공기업 운영이나 구조조정을 보면 공기업이 오히려 사기업보다 더욱 부실하게 운영되고 있거나 때로는 구조조정조차 거부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지난 주 파업 여부로 국민적 관심사였던 한국전력도 예외는 아니다. 한전은 부채가 현재 34조원이다. 한해 순이익이 2조원 가량 되지만 이는 연간 2조6천억원의 이자비용을 부담하는데도 벅차는 액수이다. 그러나 한전은 현재의 전력수급 상황을 보면 앞으로 67조원의 투자를 필요로 하고 있는데, 이를 구조조정없이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참으로 염려된다. 이런 상황은 한전뿐만 아니다. 대부분의 공기업들이 방만한 운영을 하고 있음에도 국가 기간산업이니 또는 육성을 필요로 하는 산업이라는 이유에서 심지어 적자가 눈덩이 같이 불어나도 그대로 운영되고 있다. 공기업 대부분이 정부의 보호 속에 온실경영을 하고 있으며, 경영자들이 굳이 노조와의 충돌을 야기시키는 구조조정을 강력하게 추진하지 않으려는 것도 문제가 되고 있다. 노조 역시 구조조정의 필요성은 인식하면서도 조합원 감축이라는 이유로 구조조정을 반대하고 있다. 공기업에 임하는 정부의 자세 역시 문제이다. 시장논리에 따라 원칙을 적용하기보다는 정치논리에 따라 또는 숫자의 힘을 가지고 대규모 시위를 하는 노조의 압력 때문에 원칙없이 방황하는 사례가 많아 구조조정이 되고 있지 못하다. 또한 공기업의 책임자들 대부분이 전문경영인이기보다는 퇴직관리나 또는 선거때 논공행상에 의하여 이뤄진 것이기 때문에 기업의식도 약하고 또한 구조조정 작업에 대한 리더십도 부족하다. 이런 현상은 지방공기업도 마찬가지이다. 공기업 구조조정을 더 이상 늦추어서는 안된다. 사기업 구조조정에 모범을 보이기 위해서도 시장논리에 따라 원칙에 입각한 구조조정을 해야 된다. 공기업이 혈세만 낭비하는 거대한 공룡(恐龍)이 되어서는 안된다.

시장·군수 ‘임명직’ 전환, 철회해야

임인배의원(한나라당·경북 김천) 등 여야의원 40여명이 시장·군수를 임명직으로 전환하는 관련법규 개정안을 이번주 제출예정으로 추진중이고 이에 이희규의원(민주·이천) 등 경기·인천지역 의원 5명이 서명했다는 보도는 충격이다. 지방자치법과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의 이같은 개정을 위해서는 한나라당, 민주당, 자민련의 당론이 어떻게 결정날지 더 두고봐야 할 일이긴 하다. 그러나 얼마전 본란이 임명직 전환설을 일축, 기초단체장들에게 자숙의 계기를 촉구한바 있는데 비추어 막상 법개정이 추진되고 있는데는 경악을 금치 못한다. 관련법 개정안의 취지가 밝히고 있는 지역이기주의, 선심행정, 전시행정, 인사독선 등의 부작용을 인정한다. 분별없는 난개발로 환경파괴가 심화한 현상 또한 모르지 않는다. 지방재정의 방만한 운영으로 94년말 10조3천154억원이던 지방채규모가 99년말 18조190억원으로 78%나 늘어 지극히 우려되고 있는 점 역시 동의하다. 이는 본란이 수차 지적해온 사실이다. 그러나 이때문에 기초단체장을 임명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는 믿지 않는다. 지방자치가 민주주의의 불가결한 필수요건이라면 기초단체장의 직선이 배제된 지방자치는 이미 지방자치라 할 수 없는 것이다. 더욱이 광역단체장만은 계속 직선으로 하고 광역단체장으로 하여금 기초단체장의 임면권을 행사토록하는 개정법안은 무서운 정치적 악용의 독소조항이 되기에 충분하다. 이는 권력의 편중화로 권력의 분산화를 본질로 하는 지방자치 및 민주주의 정신에 크게 위배된다. 또 지방자치는 주민과 자치행정의 피부를 맞대는 기초단체가 중요하다고 보아 광역단체장의 직선과 마찬가지로 기초단체장 또한 계속 직선이어야 하는데 이의가 있을 수 없다. 이미 지적된 기초 자치단체장의 갖가지 부작용은 어디까지나 부작용이지 원칙은 아니다. 부작용이 두려워 원칙을 바꾸는 것은 돌이킬 수 없을 만큼 더욱 두려운 지방자치의 말살이며 민주주의의 후퇴다. 기초단체장의 제반 문제점은 지방자치법의 제도적 보완으로 시정해야 한다. 부단체장의 국가직전환은 이유가 있다. 단체장의 주민소환제, 일부 업무정지, 재정손실배상 등은 자치선진국에서도 실시되고 있는 제도다. 행정자치부가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공청회등으로 지방자치법개정을 고려하고 있는 것은 역시 이유가 있다. 일부 국회의원의 임명직 전환추진은 마땅히 철회돼야 한다.

한탄강댐 건설 적합하지 않다

주민들과 시민단체들의 강력한 반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한국수자원공사가 한탄강댐 건설을 강행하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 해마다 되풀이되는 홍수와 경기북부 물부족사태에 대비하고자 연천군 고문2리 한탄강 계곡에 총저수량 3억6천500만t 규모의 다목적댐을 건설하려는 당위성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화산과 단층작용에 의해 형성된 지구대 협곡을 따라 흐르는 한탄강은 100∼150m로 폭이 좁고 유속이 빠른 등 지형과 지질이 적절치 못하다는 반대주장을 유의해야 한다. 댐을 건설한다해도 홍수조절능력이 약하며 양안(兩岸)기슭이 풍화·침식되기 쉬운 현무암층이어서 댐붕괴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댐이 건설될 경우 국내에서 보기 드문 현무암 분포지대와 농경지 20㎢가 수몰되고 500여 가구가 이전해야 된다. 특히 재인폭포 등 천혜의 자연경관과 전기 구석기 선사유적지가 수몰될 뿐아니라 비무장지대의 생태계도 파괴된다고 한다. 실정이 이러한데도 한국수자원공사가 지질조사를 위한 시추작업을 강행하는 것은 ‘제2의 동강댐’ 논란을 자초하는 셈이다. 더구나 댐건설 예정지역인 연천군이 지난 7월 “홍수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한탄강댐보다 남북협력사업인 민통선 지역의 임진강댐을 건설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건교부에 보냈는데도 묵살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불러 일으킨다. 연천군의회도 자연생태보전과 지역여건을 감안해 지난 4일 한탄강댐설치 반대결의안을 채택, 청와대에 제출했다고 한다. 한국수자원공사의 공사강행 의도가 전혀 납득이 안가는 대목이 또 있다. 지난 1997년말 수자원공사가 펴낸 입지보고서와 경기도의 1998년 한탄강수계 하천정비계획에서 군작전지역이 많고 취약한 현무암 경관이 이어져 댐입지 조건이 불량하다고 평가한 바 있다는 사실이다. 댐입지 조건이 불량하다고 이미 자체적으로 평가한 바 있는 한국수자원공사가 한탄강댐 건설을 추진하다니 이 무슨 해괴한 자가당착인가. 한국수자원공사는 논란을 거듭하다가 결국은 포기한 동강댐 건설중단 사태를 교훈삼아 연천군과 연천군의회, 그리고 연천·포천·철원군 시민단체들의 주장을 하루 빨리 받아들이기 바란다.

‘도립대학원대학’ 당치않다

공무원의 교육훈련은 학문추구가 아니다. 실무능력의 배양이 목적이다. 다만 행정수요의 다양화, 복합화, 전문화추세에 따라 이에 걸맞는 판단능력의 제고, 미래전망의 개발력 필요성은 인정한다. 그러나 이러한 공무원교육훈련의 방법이 학문추구에 있다고는 믿지 않는다. 실무위주에 접목한 관련 학문성 분야를 탐구하는 것과 실무와 괴리된 학문위주의 상아탑적 추구는 구별된다. 도가 의도하는 공무원 교육훈련 재편의 필요성은 동의한다. 공무원의 사명감 주입으로 정신교육훈련만 치중하던 시대는 지났다. 지금의 행정공무원들에겐 사명감외에 고도의 업무수임능력이 요구된다. 이의 여부에 따라 행정의 질이 좌우되는 시대다. 본란이 공무원교육훈련의 재편에 동의하는 것은 바로 이런 행정품질의 제고를 위한 것으로 실무중심의 지식기반이어야 한다. 그러나 경기도의 재편방향은 다분히 학문적 지식기반을 추구하려는 것으로 보여 실효가 의문이다. 경기도는 도 공무원교육원을 ‘도립대학원대학’으로 바꿀 것이라고 한다. 문제는 바로 여기서 파생되는 것으로 보인다. 명칭을 ‘도립대학원대학’으로 하려다보니 실무효율이 의심되는 어설픈 방향으로 자꾸 빗나가는 것 같다. 우선 그같은 명칭부터가 당치 않다. ‘도립대학원대학’이라고 해서 학위기관이나 학력기관일수는 없다. 피교육자의 자긍심을 드높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래봐야 도 공무원교육원일 것 같으면 원래의 명칭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순수하다. ‘주부대학’이니 ‘노인대학’이니 하는 세간의 명칭이 그런대로 보편화된 것은 사회적 혼돈의 이유가 없으므로 하여 덤으로 보아 넘길수 있기 때문이다. ‘도립대학원대학’은 다르다. 공공기관이 앞장서 비인가대학원 대학의 명칭을 남용하는 것은 사회혼돈을 유발하기 십상이다. 공공단체가 차마 할일이 못된다. 그같은 거품 명칭보다는 공무원교육훈련의 내실화가 더 중요하다. 새로운 행정수요에 부응하는 실무위주의 교과개편이 어떤 것인가에 대한 깊은 연구가 요구된다. 아울러 철저한 교육평가를 평점에 반영, 피교육자의 의욕을 유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절실한 것은 적재적소 배치 및 승진의 투명성등 인사다. 교육훈련과 인사는 톱니바퀴처럼 맞물려야 한다. 인사와 무관한 교육훈련은 아무 실질효과가 있을 수 없다.

이회창총재의 결단

이회창총재의 결단 이회창 한나라당총재의 무조건 국회등원 결단을 환영한다. 아울러 민주당은 경제 및 민생카드 압박에 의한 자동적 원내전략의 성공으로 자축하기보다는 상대당의 무조건 등원결정을 오히려 부끄럽게 알아야 한다. 어떤 정략조건이 수반하지 않은 자의적 결단은 상대를 압도하는 순수한 나라걱정으로 볼수가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저지른 검찰총장 탄핵소추안 표결 무산의 무법자적 작태를 응징하는 등원거부는 명분이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식을 더 기대할 수 없는 상대로 인해 국정을 혼돈에 빠뜨릴 수 없다고 본 이총재 결정은 민주당으로서는 폄하당한 것이다. 세간이 보기에도 사실이 그러하다. 공적자금만 해도 그렇다. 공적자금 40조∼50조원 추가조성은 그 발생연유가 정부여당의 책임으로 돌아간다. 예컨대 지난 4·13 총선때 민주당은 공적자금의 필요성을 절감하는 정부 경제장관들에게 공적자금 불요설을 강조하도록 일시 방편의 압력을 행사하였다. 여기에 정부의 투입적기 조절마저 실패를 거듭, 공적자금 소요액을 부풀리게 만들었다. 이러고도 여당이 야당에게 당장 시급한 공적자금 수혈을 지연시켜 국민경제를 망가뜨린다고 힐문한 것은 실로 낯 두꺼운 트집이었다. 적반하장의 힐난에도 이에 대꾸할 겨를이 없는 것은 작금의 경제사정이 누구의 책임이든 그만큼 절박하기 때문이다. 이제 2년여 집권한 민주당이 그간의 숱한 실정에 겸허한 반성은 커녕 갖가지 구실로 실정을 호도하기 급급하는 도덕 불감증은 정말 안타까운 오만에 젖은 독선이다. 오는 12월 20일의 올 정기국회 회기가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2001년도 정부예산안도 법정기일을 넘길 전망이다. 우려되는 것은 또 어떤 돌출사건이 돌발, 의사일정을 저해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민주당은 지금부터라도 정치곡예를 일삼기보다는 순리를 따라 유연한 대처로 정기국회를 잘 마무리 지으려는 노력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만이 국민에게 실추된 신뢰를 다소나마 회복해갈수가 있다. 한나라당 또한 예산안등 산적한 현안에 강력한 대여 견제기능을 적절히 구사하는 정치력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국정조사활동도 과거처럼 정부여당에 면죄부만 만들어 주어서는 안된다. 실체규명의 결실을 국민에게 보여주어야 한다. 이회창 한나라당총재 역시 흠이 적잖지만 그의 이번 무조건 등원결단은 정치적 승리로 평가할만 하다.

韓電파업 절대 안된다

韓電파업 절대 안된다 한국전력 노조가 예고했던 전면파업을 일단 유보한 것은 퍽 다행한 일이다. 그러나 이는 노사 양측이 민영화촉진을 위한 전력산업 구조개편안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한 상태에서 중앙노동위원회 특별조정위원회가 제의한 조정기간 연장안에 노조가 수용함으로써 파업이 29일까지 일시 유보된 것일 뿐 양측의 시각차가 어느선까지 좁혀질지는 불투명한 상태여서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와함께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의 공공부문노조는 26일 3만여명이 참여하는 공공부문 노동자 대회를 갖고 30일엔 공동투쟁의 날 행사에 이어 12월엔 연대파업 등 초강도 투쟁에 나설 예정이어서 공기업구조조정을 둘러싼 노사·노정 갈등이 정면충돌로 치닫지 않을까 걱정이다. 특히 한국전력 구조개편이 표류할 경우 철도 등 공기업 개혁은 물론 각 부문의 개혁작업도 흔들릴 우려도 없지 않아 염려된다. 공기업 개혁의 필요성은 새삼스레 강조할 필요도 없다. 최근 감사원의 특감결과로도 사업관리나 조직관리·인력운용·예산편성과 집행·회계처리·책임경영 등 여러 측면에서 수많은 문제점이 드러났다. 뿐만 아니라 국가소유·독점, 그리고 경영진에 대한 낙하산인사 등이 뒤엉켜 비효율의 대명사처럼 되어버린 것이 오늘의 공기업 구조다. 부실 민간기업과 금융기관이 줄줄이 퇴출되는 터에 국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부실 공기업을 그대로 놔둘 수는 없는 일이다. 특히 자산 63조원의 최대 공기업인 한전이 매년 2조원 가량의 이익을 내지만 늘기만하는 부채가 34조에 달해 매년 이자(2조6천억원)도 감당 못하는 실정이다. 비효율적인 경영과 비경쟁 사업구조로 이렇게 부채가 늘고 원가절감을 더이상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노조원들이 구조조정에 반대해 극단적인 집단행동을 벌이는 것은 자제해야 마땅하다. 이제 경제위기 돌파를 위해 과감한 구조개편과 감량경영은 피할 수 없는 길이다. 그러나 공기업의 구조개편을 너무 서둔 나머지 졸속이 되어서는 안된다. 무엇보다 국가경제에 미치는 공기업의 역할과 기능이 전적으로 무시돼서는 곤란하다. 따라서 정부도 국가기간산업 및 국민생활과 직결된 사업을 아무렇게나 외국자본에 넘겨서는 안된다. 구조개편에 따른 실업문제 역시 소홀히 할 수 없다. 공기업 구조개편은 궁극적으로는 국가경쟁력 강화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노사·노정은 이런 점을 명념하고 희생을 최소화하며 공생을 모색하는 지혜를 발휘, 공기업 구조조정의 본보기를 보이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금융사고, 속수무책인가

신용이 생명인 금융기관에서 9, 10월 두달동안 8건의 금융사고가 터진 데 이어 11월 들어서도 계속 횡령사건과 고객예금 불법인출사건 등이 터지는 것은 ‘고양이한테 생선을 맡긴 꼴’이라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9월 이후 보고된 대형금융사고는 10여건에 이른다. 직원이 금고속 현금 21억원을 빼내 달아난 사건을 비롯, 불법대출사기, 고객예금 횡령사건, 대출서류 위조에 이르기까지 수법이 날로 교묘해지고 대담해져 더욱 우려가 된다. 이처럼 금융사고가 빈발하고 있는데도 이를 규제할 감독당국의 규제와 금융기관의 내부통제 시스템은 허술하기 짝이 없다는 것이다. 금융기관들은 일정액의 거액 여신에 대해선 지점장과 본부가 이중으로 감시할 수 있는 나름의 내부통제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만 지점장이 개입한 사건에 대해서는 속수무책이다. 문제점은 감독 당국과 은행들의 태도에도 있다. 은행들은 사고가 발생하면 같은 유형의 사고재발 방지 노력보다는 은행 이미지만을 고려해 사고은폐에 급급하다는 것이다. 감독 당국도 그동안 국민의 알 권리보다는 금융기관의 이익을 더 고려하고 있다는 의혹을 사 왔다. 금융사고가 발생하는 원인은 금융구조조정 등으로 신분이 불안정해지니까 ‘크게 한탕 하고 튀자’는 사람이 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여진다. 이러한 금융사고를 막는 방법은 철저한 감사 실시이다. 금융기관 자체 감사는 물론 금융감독원 등 외부기관의 철저한 감사가 필요하다. 금융사고가 발생했을 때 금감원과 검찰이 유기적으로 협조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따라서 검사의 금감원 파견도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다. 그러나 금융사고근절은 무엇보다도 먼저 거액의 돈을 만지는 금융기관 직원들이 도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여건이 하루 빨리 정착돼야 하는 것이다. 2차 금융구조조정의 막이 오르면서 직장을 떠나야 하는 은행원이 전체 9만여명중에서 3천여명이나 된다고 하니 기가 막힌다. 벌써 몇차례 은행원들을 거리로 내몰고서도 아직도 구조조정이 끝나지 않았다니 금융대책을 믿을 수 없다. 불과 몇몇 사람들 때문에 전체 금융인들이 이렇게 불신을 받는다는 것 자체가 불행한 일이지만 그러나 금융사고가 더 이상 발생해서는 안된다. 금융기관의 자체대책과 당국의 감독이 철저히 시행돼야 한다.

악성루머 꼭 색출 엄벌해야

고질적 악성루머가 또 다시 난무하고 있다. 혼미한 시국과 사정한파에 편승해 무섭게 퍼지고 있는 각종 유언비어가 사회불안을 부채질하고 있다. 대우자동차 부도와 현대건설 사태, 금융기관 2차 구조조정에 따른 대량실직 불안과 경제위기감이 팽배한 가운데 정부의 사정이 겹쳐 밑도 끝도 없이 증권가와 관가에 나도는 루머들은 가지 각색으로 폐해가 심각하다. 어느 어느 업체가 곧 부도처리될 것이라는 것에서부터 어떤 건설업체는 공사비리와 관련 내사를 받고 있다는 등 뜬 소문으로 업계가 위축되고 있다. 또 이번 사정엔 어느 지역의 지자체장이 타깃이 될 것이라는 소문과 함께 어떤 건설업체들은 입찰비리가 드러나 관련 공무원과 함께 무더기로 검찰에 소환됐다든지, 또 비리의혹을 받고 있는 공무원이 사정기관에 다른 직원의 비리를 제보했다는 등 출처불명의 소문이 꼬리를 물고 이어져 당사자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런 소문들 중 한 둘은 대단히 그럴싸한 경우도 없지는 않겠지만, 그러나 상당수는 황당무계한 음해나 생사람 잡는 모략인 경우가 허다하다. 증시에 헛소문을 퍼뜨려 증시를 혼란으로 몰아넣고 그 와중에 한몫 챙기려는 불순한 의도도 있을 수 있으며, 특정 기업이나 라이벌 기업과 공직동료를 음해 모략하기 위해 루머를 퍼뜨리는 사례도 흔한 일이다. 이러한 현상이 얼마간 지속되거나 심화될 경우 전혀 터무니 없는 내용일지라도 당하는 입장에서는 막대한 타격을 받고 소문에 약한 경제의 속성때문에 멀쩡한 기업들까지 줄줄이 무너져 경제 전반의 불안요인으로 작용하게 되는 것이다. 공직사회 역시 갈등과 불신의 팽배로 조직이 흔들릴 우려도 없지 않다. 이처럼 악성루머의 홍수는 신뢰사회의 토대를 무너뜨림으로써 건실한 발전을 저해하는 고질적 병폐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이같이 경제·사회적 폐해가 막심한 악성루머에 대해서는 그 진원지를 반드시 색출, 엄벌해야 한다. 물론 금감원이 이번 악성루머의 유포조직에 대한 추적작업을 벌이고 있다지만 지하에 숨어 있기 때문에 추적하기가 쉽지 않다. 과거에도 악성루머가 나돌 때마다 엄단한다고 소리만 요란했지 얼마 안가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이번에야 말로 악성루머를 상습적으로 퍼뜨려 경제난을 가중시키고 사회불안을 조장하는 무리를 철저히 가려내서 일벌백계의 본보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아울러 관계당국은 근거없는 악성루머의 난무를 막는 확고한 정책방향과 다각적인 대응자세를 과시할 필요가 있다.

농민들의 분노 이유 있다

전국 농민회 총연맹 등 농민단체들이 지난 21일 각 지역에서 농가부채 해결을 위한 특별법 제정 등을 촉구하면서 일제히 농민대회를 개최한 뒤 고속도로를 비롯한 주요 간선도로를 점령, 대규모 시위를 전개하였다. 경부고속도로는 물론 중부, 88고속도로가 시위하는 농민들로 수시간 정체되는 상황이 발생, 전국의 고속도로는 하루 종일 혼잡을 이루었다. 또한 일부 지역에서는 흥분한 농민이 분신하는 소동이 야기되었는가 하면, 시위진압 경찰과의 충돌로 인하여 부상자가 속출하는 사태까지 발생하였다. 농민들의 주장은 정부가 농업정책을 잘못 추진하여 농가부채를 증가시켰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책임을 지지 않고 이를 농민에게 전가시키는 행위는 힘없는 농민들을 무시한 발상이기 때문에 참을 수 없다는 것이다. 개인인 기업인이 잘못하여 수십조의 달하는 부채를 국민에게 전가시킨 대우사태 해결을 위해서는 막대한 공적자금을 투입하면서 농민 부채는 겨우 농협으로 전가시키는 소극적 방법으로 밖에 해결하지 못하는 정부의 대책은 철회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우중(金宇中) 전 대우회장 등 기업인들은 수십조의 빚을 국민에게 떠넘기면서도 외국에서 호화판 생활을 하고 있는데, 농촌에서 열심히 살아가면서 정부만 믿고 농사를 지은 농민에게는 겨우 이자율이나 낮추어 주는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농가부채 대책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지난 20일 농림부에서 발표한 농가부채 중장기 분할 상환, 금리 인하 등의 조치는 농민들의 입장에서 보면 만족할 수준이 되지 못하고 있다. 현재 농가부채는 25조6천억원에 달하고 있으며, 이는 계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게다가 농산물 가격은 최하위 수준이다. 돼지고기 한 근에 500원, 배추 한 포기에 100원인 상황에서 어느 농민이 희망을 갖고 농촌에서 농사를 짓겠는가. IMF관리체제때 귀농했던 농민들이 다시 도시로 돌아오고 있지 않은가. 물론 농민에게만 특별대우를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수십조원의 부채를 국민에게 떠넘기고도 호화판 생활을 하는 부도덕한 대기업 총수를 보면 순박한 농민인들 가만히 있겠는가. 정부는 농어촌부채해결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해서라도 분노한 농심을 달래야 한다. 결코 임기응변식 미봉책이 아닌 희망을 갖고 살수 있는 농어촌 대책의 수립이 요구된다.

‘7차 교육과정’의 문제점

교육부가 추진중인 ‘제7차 교육과정’에 대해 도내 초등교사 10명중 9명이 부정적 시각을 보인 것으로 조사됐다. 초등 1년에서 고교 1년까지 10년을 국민공통 기본교육 기간으로 하고, 수준별 학습과 학생선택권 부여를 특징으로 한 ‘7차 교육과정’에 대해 교육현장의 일선 교사들이 이같이 부정적 입장을 나타내고 있는 것은 주목할 일이다. 도의회 강득구 의원이 도내 6개시 초등학교 1·2학년 교사 46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차 교육과정’에 대한 전반적 의견을 묻는 질문에 90.6%가 부정적이라고 응답했으며, 교재 교구등 준비도 미흡하다(93.6%)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교사들은 7차 교육과정에 따른 교육이 정상적으로 실시되려면 학급당 학생수를 20명 이내로 줄여야 하며, 교과목수도 축소해야 한다(92.4%)고 답했다. 이 조사 결과는 교육의 이상과 실제에 얼마나 큰 괴리가 존재하는지를 잘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올해 초등학교 1·2학년부터 적용하고 내년에 초등 3·4학년과 중2·고1, 2003년 중3·고2, 2004년 고3으로 확대할 예정인 ‘7차 교육과정’ 자체는 내용적으로는 이상적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현행 초·중·고교의 학교급별 구분을 없애고 고1까지 10년동안 10개 교과로 나눈 국민공통 기본교육을 실시하되 학생들의 개성과 적성, 학습능력을 고려해 단계형·심화형의 수준별 교육을 실시토록 다양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현장에서 이를 가르칠 교사들이 이처럼 부정적 시각을 갖고 반대한다면 정부로서도 이 문제를 심각하게 재검토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번 조사결과가 아니더라도 그동안 교총과 전교조는 학급당 50여명의 학생을 개별적으로 심화학습을 시킨다는 것은 처음부터 불가능하며, 그런 상황에서 수준별로 교육한다는 것은 우수학생을 위주로 가르치라는 것과 같다며 반대해왔다. 이들은 또 교과학습 성취도에 따라 우수·부진학생반을 따로 편성함으로써 이들간 갈등을 조장하고 수업시간마다 이동수업에 따른 혼잡을 야기하는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따라서 과거 수없이 단행한 교육개혁이 교사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지 못했기 때문에 실패했음을 감안할 때 적절한 타협점을 찾지 못하면 ‘7차 교육과정’을 통해 ‘수요자 중심의 열린교육’을 구현하려던 정부계획은 처음부터 차질을 빚을 것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당국은 일선 교사들의 의견과 주장에 귀를 기울이고 참작함으로써 ‘7차 교육과정’의 장점을 살려 교육의 질적 향상을 도모할 수 있는 방안을 찾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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