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급한 인천지하수질 대책

인천발전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인천시지하수관리 및 수질보전방안’에 따르면 인천지역의 지하수질은 한마디로 위험하기 짝이 없다. 인천지역에서는 현재 총 6천600여개의 지하수 관정을 통해 연간 2천만t의 지하수를 농·공업용, 음용 등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특히 상수도 보급률이 낮은 옹진·강화·중구 일부 지역은 지하수 의존도가 매우 높다. 그런데도 매년 실시하는 수질검사에서 25% 정도가 불량판정을 받고 있다면 방치할 수 없는 비상사태이다. 먹는 지하수에 발암물질인 트리클로로에틸렌이나 테트라클로로에틸렌이 대량 함유돼 있고, 일반세균과 대장균군도 매년 검출된다니 그 심각성을 한번에 알 수 있다. 이렇게 지하수질이 악화되는 원인은 무엇보다 지하수를 개발하다 방치해 둔 폐공에서 찾을 수 있다. 인천지역은 연간 전체 관정의 15% 정도가 폐공화되는 것으로 집계됐는데 폐공이 생겨나는 원인은 수량부족과 사용중지, 토지형질변경 등이 주된 사유다. 그러나 인천시는 지하수 관련 행정업무를 시 본청과 군·구당 1인이 담당하고 있으며 그나마 이들도 하수·상수·공유수면관리 등의 업무를 동시에 담당하고 있다고 한다. 수질검사 기관이 시 상수도사업본부와 보건환경연구원, 경인지방환경관리청 등으로 다원화돼 있어 체계적인 자료축적과 공유가 어려운 것도 문제점이다. 날이 갈수록 악화되는 지하수질을 보전하기 위해서는 인천시 스스로가 먼저 지하수오염물질의 위치, 방출 오염물질의 종류, 오염원 변동사항, 관리책임자 등을 파악한 뒤 지하수관리 기본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특히 폐수배출업소에 대한 감시·규제를 엄격히 하고 지하수 보전구역을 지정해 방류수 수질기준을 대폭 강화해야 할 것이다. 폐공 원상복구도 선결과제다. 지하수개발비용(300만∼500만원)보다 복구비용(500만원)이 비싼 것을 감안해 인천시가 일정비용을 지원해주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오수발생시설, 분뇨 및 정화조 오니, 지하유류저장시설, 불량하수관리, 폐기물 매립 등도 지하수질 악화의 요인이므로 인천시는 당장 눈 앞에 나타나지 않는다고 하여 경시하지 말고 지하수질 보전대책을 강구하기 바란다.

헛돈 쓰는 ‘公共근로’ 안돼야

경기도가 내년에도 실업대책의 일환으로 공공근로사업을 대대적으로 벌일 것이라 한다. 도 당국이 내놓은 실업자 지원대책은 829억원의 예산을 투입 연 518만여명을 공공근로사업에 참여케 한다는 것이다. 시책의 골격을 실업정보체계화 지역개발 지역경제활성화 사회복지 인프라구축 환경정화 등 5개 방향으로 잡고 특히 금융기관 등 구조조정으로 추가적인 대량 실업사태가 예상되는 만큼 1·4분기에 대폭 확대 실시한다는 복안이다. 그러나 문제는 실업대책의 현실 적합성과 실효성이다. 경기도는 작년에도 이미 일자리 창출 사회안전망 확충 등 대책을 내놓았으나 추진과정에서 적잖은 시행착오를 거듭했다. 공공근로사업이 우선 실업자들의 생활보호를 위해 특별히 마련된 사업이기 때문에 당국부터가 사업내용이나 질보다는 사업실시 자체에 비중을 더 두는 경향이 있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사회안전망도 제대로 못갖춘 상태에서 급격한 실업증대에 대처하기 위해 단순히 물량 중심의 단기적이고 가계보조적인 수준에 그친감이 없지 않았다. 물론 실업대책의 핵심이 새 일자리 창출이지만 현재 진행중인 산업 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고용기회도 함께 늘려야 하기 때문에 결코 손쉬운 작업이 아닌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공공근로사업이 실업대책의 하나로 실시하는 사업이라고 해서 적당히 대상자를 고르고 사업 또한 성과에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는 식이어서는 곤란하다. 따라서 경기도는 지난날의 실시 경험을 토대로 문제점을 분석하고 개선하면서 사업을 진척시켜야 한다. 예컨대 국민의 세금에서 충당된 막대한 공공근로사업자금이 풀뽑기와 휴지줍기 뒷골목 청소 등 단순노동형 작업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뿌려지는 일은 이제 지양해야 한다. 그나마 그 작업들이 형식에 그치기 일쑤여서 효과가 뚜렷하지 못한 것이 상례인데 이를 계속 추진한다는 것은 밑빠진 독에 물붓기와 다름 없는 것이다. 때문에 공공근로사업은 생산성 제고와 관리강화가 필요하다. 실업대책은 단순히 대량의 예산투입만이 능사가 아니어서 양과 질을 동시에 고려한 효율성이 우선돼야 한다. 단순히 노임살포에 그칠 것이 아니라 미래에 꼭 필요한 사회간접자본 설비를 만드는 건설적 사업에 실직 인력을 투입하도록 방향을 전환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항구적인 일자리 확대 중심의 실업대책을 일관성 있게 추진하는 것도 절실하다.

국회, 예산심의 최선 다했나

여야간의 합의로 내년도 예산안이 오늘 국회에서 통과될 전망이다. 이미 법정기일을 넘기고 또한 정기국회 남은 회기에서도 통과시키지 못하여 임시국회까지 열어 겨우 오늘 예산소위, 예산결산위원회, 그리고 본회의까지 개회하여 속전속결로 통과시킬 모양이다. 내년도 예산집행을 불과 일주일도 남겨놓지 않은 상황에서 예산안을 통과시키는 것은 참으로 국회의 무책임과 부실 예산심의를 나타내는 대표적 사례이다. 지난 9월 국회에 제출한 예산안은 약 101조300억원 달하는 막대한 규모이다. 최근 여러 가지로 어려운 경제사정을 감안하면 이번 국회에서 심의한 예산안은 어느 때보다도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내년 예산이 어떻게 편성되느냐에 따라 경제운용의 방향이 결정되기 때문에 예산심의는 정쟁의 차원이 아닌 경제위기 극복의 차원에서 철저하게 심의되어야 했다. 지나치게 팽창도, 그렇다고 긴축도 역시 문제가 있기 때문에 국회는 최대한 전문성을 발휘하여 심의하더라도 부족함이 많은 것이 내년도 예산심의이다. 그러나 국회는 그동안 국회법 날치기통과, 검찰총장 탄핵안 처리 등으로 야기된 정쟁으로 허송세월하다가 정기국회 마지막 가서야 겨우 예산심의를 하는 등 무책임한 국회상을 노출시켰다. 이번 여야간의 합의로 약 8천억원의 예산을 삭감한 범위에서 조정되었다고 하는데, 조정 내용 역시 졸속으로 처리된 것이 많다. 지난해 4천3백억원에 비하면 2배정도가 더 삭감되었기는 하지만, 세수감소액 2천500억원을 감안하면 불과 5천500억원밖에 삭감하지 못했다. 삭감이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나 당초 야당에서 요구한 삭감액과는 큰 차이가 있으며, 또한 삭감 내용도 아직 제대로 조정되지 않아 국회가 과연 예산심의에 최선을 다했는지 의문을 제기치 않을 수 없다. 오늘 예산 심의는 사실상 통과 절차만 남아있다. 예산규모가 여야 총무간 협의에서 합의되었기 때문에 항목 조정밖에는 없을 것 같다. 그러나 오늘 예산심의 국회가 아무리 통과 의례에 지나지 않더라도 마지막까지는 최선을 다하여 국민의 혈세가 쓸데없이 낭비되어서는 안된다. 내년도 정책기조와 관련된 철저한 심의없이 정치적으로 예산심의가 이루어지면 결국 그 부담은 국민이 지게됨을 국회는 인식해야 된다. 무책임과 부실의 예산심의가 이번 국회를 마지막으로 더이상 없기 바란다.

공권력투입 자제해야

국민·주택은행등 두 우량은행 합병은 국제경쟁력 강화측면에서 타당하다고들 말한다. 대체적인 언론의 보도성행도 타당성을 부여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산술수치의 단순합병이 과연 필요한가엔 의문을 가지면서도 기왕 추진된 합병에는 이의를 유보한다. 다만 물리적 강제가 있어선 안되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의문이 없지 않은것은 두 우량은행의 합병으로 세계 60위권에드는 새로운 은행이 생긴다고 말한다. 그럼, 서너개의 우량은행 합병으로 이왕이면 30위권에 드는 초초우량은행을 만들지 하필이면 60위권을 목표하는가 생각해본다. 금융시장 개방에 대비한 초대은행은 체질 강화에 있는 것이지 강제합병에의한 자본금 증식에 꼭 있다고는 믿기가 어렵다. 이런 가운데 두 은행이 이미 합병을 선언, 사실상 돌이킬수 없게된 마당에 합병의 효과를 앞으로 예의주시할뿐 노조의 철회요구는 이제와선 무리라는 생각을 갖는다. 그렇긴하나 공권력 투입이결코 현명한 방법이 아닌것은 공권력투입으로 근로자들의 농성현장은 해산시킬 수 있을지 몰라도 업무복귀는 쉽지않다고 보기때문이다. 이무영경찰청장은 이미 공권력 투입의사를 비쳤고 경기자방경찰청 또한 이에 적극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도된 것은 앞으로의 사태를 심히 우려케 한다. 아무리 훌륭한 명분을 지녔다 하여도 방법이 설득력을 잃으면 명분이 희석된다. 정부는 공권력투입 만능의 발상을 버려야 한다. 두 은행의 파업으로 고객들이 말못할 고초를 겪고 또 연말 자금에 어려움을 끼치고 있는것은 사실을 노조측 책임으로만 돌릴일은 아니다. 파업의 선책을 불가피하게 만든 은행 경영진, 정부측 책임이 또한 없을 수 없다. 정부와 경영진은 합병발표에 앞서 노조측과 얼마나 진지한 사전교감이 있었는가 대해 겸허한 성찰이 있어야 한다. 제2차은행 구조조정인 두 은행의 합병은 필연적으로 수천명의 희생을 수반한다. 이에 직접 이해관계가 없는 국외자는 구조조정을 하기쉬운 말로 그져 잘하는 일이라고 말할지 몰라도 막상 희생을 당하는 당사자는 가족의 목숨이 달린 일이다. 무턱댄 공권력투입은 사태 해결에 별 도움이 안된다. 두 은행의 합병이 정녕 정치논리가 아니고 경제논리에 의한 것임이 맞다면 충분히 대화로 풀어나갈 수 있다고 믿고 또 그래야 한다고 믿는다. 청와대측 일정이 촉박해도 말이다.

심각한 119 허위·장난전화

화재와 각종 사고가 돌발하는 요즘에도 119 전화의 허위·장난신고가 여전하다니 어이가 없다. 더구나 ‘허탕출동’으로 공중에 날리는 예산이 연간 수백억여원에 이른다니 여간 심각한 일이 아니다.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올들어 전국 소방본부에 접수된 119 신고건수는 10월말 현재 1천218만1천807건이며 이중 장난전화가 약 40%인 485만7천890건이라는 것이다. 이같은 장난전화 비율은 1998년 75%, 1999년 64%에 비해 많이 줄어든 것인데 이는 1998년부터 일선 소방관서에 장난전화를 역추적할 수 있는 ‘119 위치정보시스템’을 구축했기 때문이다. 119 위치정보시스템은 119 신고전화가 접수될 경우 신고전화를 한 해당 전화번호는 물론 집주소, 약도까지 모두 화면상에 뜨는 최첨단 장치로 전국 142개 소방서에 구축돼 있다. 이처럼 장난전화를 건 당사자에 대한 정보를 소상히 파악할 수 있음에도 허위·장난전화가 여전한 이유는 첫째, 시민의식의 결여이고 둘째는 장난전화를 한 사람에 대한 벌금 부과 등의 조치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동안 일선 소방관서가 ‘119 장난전화를 역추적해 벌금을 물리겠다’고 공언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올들어 119 장난전화로 인해 불이익을 당한 경우는 전국에서 단 1건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3번에 걸쳐 장난전화를 건 것으로 확인되면 사법처리하는 ‘장난전화 삼진아웃제’를 지난해 부터 시행하면서도 경고공문 발송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경기도 소방재난본부의 경우 1만1천692건, 인천소방본부는 2만3천500여건의 ‘허탕출동’을 해야했으며 이로 인한 예산낭비가 경기도가 21억여원, 인천은 47억여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소방법상으로는 화재를 허위로 알린 사람에 대해 1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으며 경범죄 처벌법상으로도 10만원 이하의 벌금 또는 구류에 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도 100만원의 벌금 부과는 너무 가혹하지 않느냐는 여론때문에 실제로 부과를 못하고 있다는 것은 사회 공공질서 확립 차원에서도 설득력이 부족하다. 크고 작은 화재와 각종 사고가 발생하는 연말연시를 맞아 불철주야 근무하는 일선 소방서에 허위·장난신고 전화가 계속 접수된다면 업무수행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것이다. 119신고 허위·장난전화의 일절 금지는 물론 관련법에 따른 강력한 적용은 그래서 더욱 필요하다.

웬, 특례시·지정시?

행자부의 ‘지방자치제 개선방안’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한다. 지방자치의 두 축인 지방의회제도 개선에 대한 행자부 안은 본란이 이미 논평한바 있으므로 이번에는 자치단체 중심으로 언급코자 한다. 자치단체의 방만한 재정운용에 서면경고제나 재정웬페티제를 적용하는 것은 그 필요성을 인정한다. 주민투표법, 주민소환제 도입 역시 같은 생각이다. 다만 재정페널티의 적정선이 무엇이며, 그리고 주민투표, 주민소환 발의조건이 지나치게 까다로워 사실상 행사가 불가능하거나 지나치게 용이하여 남용되는 폐단을 신중히 고려할 여지는 있다. 또 국회의원 소환제는 없으면서 지방의원 소환제를 두고자 하는 행자부안은 형평성을 잃고 실효성도 적다고 보아 주민소환제는 자치단체장에 국한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믿는다. 이에비해 행자부의 자치단체 개편방안은 문제점이 너무 많다. 우선 특례시니, 지정시니 하는 것부터가 뭘 하자는 것인지 분명치 않다. 이미 시행중인 직할시, 광역시도 문제가 없지 않다고 보는 터에 특례시, 지정시는 도시정책의 고질인 인구유입을 부채질하는 암적 장치며 옥상옥이다. 작은 국토안에서 우리보다 큰 자치선진국에서도 없는 자치단체 등급의 다단계를 두는 것은 국민화합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자치단체의 자율성과 독립성 확대는 거품에 불과한 그같은 형식의 등급화보다는 중앙업무의 내실있는 지방이양과 지방재정 확충방안에서 먼저 찾아야 할 것으로 안다. 더욱이 특례시, 지정시를 만들기 위해 자치단체 통합을 관권으로 추진하는 것은 지방자치의 역행이다. 물론 기능이 중복되고 또 기초자치단체 단위로 보기엔 너무 작은 곳이 없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의 통합을 관권으로 밀어붙여야 한다고는 생각할 수 없다. 어디까지나 지역주민들의 자발적 의사로 결정돼야 한다. 따라서 주민투표제 도입 이후, 주민투표법에 따른 주민들 자율적 의사에 맡기는 것이 순리다. 행자부가 지방자치제 개선방안을 말하면서 개선과는 거리가 먼 개악의 관권적 발상을 군데군데서 보이는 것은 유감이다. 아울러 이 기회에 개선방안에 포함되지 않은 기초자치단체의 시 일원화를 제의한다. 전국의 어디를 가든 도농복합지역이 아닌 곳이 없다. 현행 시·군 분류는 아무 의미가 없다. 실제로 군보다는 시가 더 많고 조만간 군은 없어질 전망이다. 지방자치개선을 위한 지방자치법 개정에 시의 일원화문제를 포함하는 것이 시의에 타당하다고 믿는다.

합당·신당설, 그런 생각만 하니…

정계개편설이 민주당 발화, 청와대 진화, 김종필 침묵속에 갖가지 설이 난무하고 있다. 한나라당 민주계(김덕룡), 한국신당(김용환), 민국당(김윤환) 등을 포함한 신당 창당설과 개헌설이 나오는 판이다. 심지어는 3김연합설에 김대중명예총재, 김종필총재체제의 신당구도까지 흘러나온다. 김대중대통령의 다수당 염원은 오랜 터여서 전혀 근거가 없다고는 믿지 않는다. 다만 방법과 시기만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또 김종필씨 역시 합당 조건만 맞으면 당내 반대세력에도 불구하고 자민련 간판을 내릴 가능성이 없지 않다. 그 또한 값올리기 눈치만 살피고 있다. 민주당이 자민련 교섭단체 구성을 위한 국회법개정에 야당을 빙자해 소극적이었던 것도 합당쪽으로 유도하기 위한 저의가 깔린 것으로 보아져와 여당의 합당 또는 신당창당설은 인정할만한 충분한 배경이 있다. 김대중대통령의 이같은 구상은 집권후반기를 다수여당으로 이끌어 국정에 안정을 기한다는 것이 명분일 것으로 안다. 그러나 정권편의에 의한 인위적 정계개편은 국민의 눈엔 순전히 정상배적 정략으로 비쳐 심히 거부감을 갖게 한다. 지난 4·13 총선 민의에 배치되고 인위적 정계개편을 하지 않기로 다짐한 여·야 총재회담 합의사항 파기이기도 하다. 민주당 정권이 소수여당의 한계를 의석 숫자 놀음으로만 극복하려한 것이 크게 보면 오늘의 국정난맥과 경제위기를 불러들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상호 정략적 이합집산의 합당이나 신당창당을 한다하여도 역리로 만든 다수여당은 결코 순탄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이 객관적 판단이다. 차라리 지금의 민주당보다 못할 공산이 다분하다. 김대중대통령은 재야시절에도 숱한 당을 깨고 만들곤 하였다. 집권한 뒤에도 국민회의를 해체하고 민주당을 만들었으면서 또 민주당을 깨고 신당을 만든다면 창당꾼 같은 부정적 이미지를 국민에게 주기 십상이다. 소수 여당이어서 일을 못한다는 것은 독선을 합리화 하려드는 어거지밖에 안된다. 소수 여당 일수록이 정도로 가는 것이 순리다. 그래야 국민의 지지를 받고 국민의 지지를 얻어야 다수 야당을 설복시켜 협조를 얻을 수가 있다. 김대중정권이 과연 이같은 순리에 충실했는지 겸허한 반성이 있어야 한다. 오늘의 경제위기타개, 집권후반의 안정 또한 여기에 있는 사실을 명심해야 하는 것이다.

시위만능풍조 고쳐야 한다

다중의 힘으로 목적을 관철하려는 집단시위·집단민원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은 민주발전을 위해 결코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 더욱이 일부 민원인들이 최근 기업의 구조조정과 경제불황으로 야기된 사회적 혼란분위기에 편승 ‘민원시위’를 사회적 불만해소의 장으로 이용하고 있는 것은 우려를 금치 못할 일이다. 지난 한해동안 경기도 본청에 제기됐던 민원을 보더라도 20인 이상 집단민원이 127건에서 올해는 181건으로 늘었고, 일선 시군의 민원도 작년 1천972건에서 올해는 2천100건으로 늘었다. 돌이켜 보건대 지난 87년 소위 6·29선언 이후 각계 각층에서 억눌렸던 욕구가 한꺼번에 분출하면서 날마다 시위와 농성이 끊이지 않고 소요가 계속 돼 왔지만 우리는 이를 암울했던 독재와 권위주의통치 아래서 쌓였던 민주화욕구가 각계에서 표출할 수 밖에 없는 전환기의 한 과정으로 보고 이해해왔다. 그러나 십수년이 지난 오늘까지도 여전히 강도높은 시위와 농성이 계속돼 사회가 시끄럽고 뒤숭숭하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민주사회에선 누구나 그들의 주장을 개진하고 의사를 표시할 수 있는 자유를 가진다. 하지만 그 주장과 의사표시는 어디까지나 합법적이어야 하고 이성적이어야 하며 비폭력적이어야 한다. 그런데 최근 우리 주변에서 빚어지고 있는 각종 집단행동에 대해 깊은 우려를 갖지 않을 수 없는 것은 민주시민이 갖추어야 할 합리성과 합법성을 도외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말로는 민주주의를 외치면서 행동은 비민주적인 과격한 방법으로 나오고, 자신들의 권리는 크게 주장하면서도 상대방의 권리는 밥먹듯 짓밟는 일이 허다하다. 집단행동의 고질화는 무엇보다 국가와 사회의 기강이 서있지 않은데서 비롯된다. 느슨한 국가경영과 균형감각을 잃은 법집행은 다수의 힘으로 밀어붙이면 무엇이건 얻어낼 수 있다는 환상을 심어주기 십상이다. 수없이 진정·건의해도 반응을 보이지 않던 행정기관들도 주민들이 집단행동을 하면 거의 해결해주는 기민성을 보인 일이 한두번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시위만능’을 일방적으로 탓할 수만은 없는 것이 오늘의 딱한 현실이다. 우리가 지향해야 할 목표는 이 사회의 갈등구조를 시정하고 억울한 사람은 누구나 적절하게 보상 받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데 있다. 그러나 이 목표의 달성은 다중의 힘에 의한 것이 아니라 국가와 그 구성원의 이성적인 판단과 합법적인 합의에 의한 것이어야 하는 것이다.

시민단체의 예산감시운동

전국 20여개 시민단체가 지방예산 ‘심의단계’에서부터 낭비성 거품예산을 최소화하기 위해 조직적인 압박·감시활동에 나섰다. 기초단체 예산안의 지방의회 통과시한(21일)을 맞아 각 지역 시민단체들이 잇따라 내년 지방예산 평가·분석자료를 발표하고 지방의회에 대한 예산 삭감 압박전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수원경실련·안양군포희망21 등 전국 20개 지역 시민단체가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내년 예산 가운데 행정자치부의 경상비·판공비 10% 감축 지침에도 불구하고 군포시는 업무추진비의 경우 올해대비 1.67%, 안양시는 올해보다 3.4% 많은 41억1천만원, 평택시도 각각 2억원을 증액했다. 안산시와 안양시는 지방의원 해외연수 1인당 한도액을 130만원으로 규정하고 있는 행자부 지침을 3배이상 초과한 1인당 450만원을 책정하는 등 지방의회와 관련된 낭비성 경비도 상당한 것으로 분석됐다. 지역축제 및 행사경비의 경우 안산예산감시네트에 따르면 성호문화제·별망성예술제·대부도축제 등 지역축제 관련예산이 각각 100∼263%씩 대폭 증액됐다고 하니 놀라웁다. 이와같은 시민단체의 예산편성 감시운동은 지방행정의 참주인으로서 납부한 세금이 타당한 곳에 사용되는가를 분석하고 그 시정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이다. 납세자로서 ‘납부의 의미’만을 요구받았던 주민들의 ‘권리회복운동’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민단체의 예산감시운동에는 물론 적지 않은 한계가 있다. 그러나 자치단체예산편성 단계에서부터 ‘누군가가 지켜보고 있다’는 부담을 자치단체와 지방의회에 주는 것만으로도 일단은 효과를 가져올 게 분명하다. 시민단체들의 예산감시운동이 타당한 것은 내년예산안에 대하여 무조건 삭감할 것만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안양·군포희망21의 경우 시민의 충치예방을 위한 수돗물 불소화 사업의 필요성을 지적, 조속한 사업시행을 요구했으며 다른 시민단체에서도 노인과 장애인 관련 복지예산 증액등을 요구한 것이다. 경제불황으로 인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도 파산할 수 있다는 인식이 필요한 이때 펼쳐지는 시민단체들의 지방자치단체 예산감시운동이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기를 기대하여 마지 않는다.

방학중 등교는 파행이다

교육시책이 일선 학교에서 제대로 먹혀들지 않고 겉돌고 있다. 교육당국의 금지조치에도 불구하고 방학 중 고교에서의 보충수업 및 자율학습이 여전히 강행되고 있는 것이다. 겨울방학에 들어간 도내 고교의 경우 대부분의 학교들이 경쟁적으로 보충수업을 실시, 고교생들이 평소와 다름없이 9시에 등교해 특기·적성교육을 명분으로 한 보충수업과 자율학습을 한뒤 오후 6시에 귀가하고 있다. 1·2학년 담임교사들이 나서 반강제적으로 종용 실시하고 있는 교육내용들도 전인교육을 지향하는 시책과는 달리 국어 영어 수학의 이른바 도구과목 위주의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방학중 고교교실이 대입준비를 위한 주입식 학원으로 전락하고 있는 느낌이다. 교육현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이같은 현상들은 대입제도 개선을 통해 고교교육의 정상화를 꾀하려는 정부 시책과 전혀 상반되는 것들이어서 우려를 금할 수 없다. 더욱이 도 교육청 당국이 방학중 일선 고교에서의 이같은 보충수업 등을 예상하고 이를 금지하는 지침을 내렸지만 개선되지 않아 재차 경고했음에도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행되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러고서야 어떻게 정부의 영(令)이 설 것이며, 당국의 교육시책이 제대로 일선 학교에 침투해 시행될 수 있는지 의심스럽다. 물론 입시과열로 인해 우리의 중등교육이 입시위주로 이루어지고 있는 현실적 고민을 이해못할 바 아니지만, 그러나 교육당국이 지속적으로 대입제도를 개선하려는 취지가 고교교육의 정상화에 있으므로 이에 배치되는 방학중 보충수업 등은 금지하는 것이 옳다. 지금 우리는 시험의 노예가 돼 버린 고교생과 주입식 학원으로 전락한 고교교실을 그대로 두고서는 국가 사회의 발전을 기할 수 없는 교육위기 상황에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당국의 새 입시제도가 내신성적의 비중을 크게 높여가려는 까닭도 바로 학원식 수업을 지양하고 전인교육의 활력을 불어넣자는 데 있다고 하겠다. 따라서 학교당국은 방학중에도 학생들을 등교하도록 붙들어 놓을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방학을 유익하게 보내도록 교외지도에 전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평소 학교수업에 쫓겨 소홀히 했던 교양서적을 읽게 하던가, 여행을 통해 견문을 넓히게 하고, 남을 돕는 일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실감케 하는 사회봉사참여 등 교내에선 겪지 못하는 다양한 생활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학생들에게 주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전인교육에도 도움되는 길임을 유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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