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校배정도 제대로 못해서야

경기교육청의 안일한 사고방식이 교육행정 전반에 대한 불신을 자초했다. 수도권 5개 고교 평준화 지역중 부천을 제외한 수원·성남·고양·안양권 등 4곳의 올 고교 신입생 배정이 발표 하루만에 취소된 것은 무사안일한 교육행정의 또 하나의 본보기다. 배정취소의 직접 원인이 컴퓨터 프로그램의 잘못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도교육청이 확정 발표 전 이상유무 점검을 소홀히 한 책임은 면할 수 없다. 고교 평준화 지역의 학교배정이 학부모와 학생의 가장 중요한 관심사 중의 하나인데도 도교육청이 확인 점검과정을 거치지 않고 발표한 것은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업무처리가 이 지경이니 도교육청의 행정수행 능력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도교육청은 지난해 3월 컴퓨터 배정 프로그램 개발을 업체에 의뢰한 뒤 500여차례의 모의실험을 했으나 프로그램의 오류를 발견하지 못했다. 개발의뢰 업체에 교육청 전산전문가를 배치하지 않고 일선 교사 한 명만 파견시켰으니 점검과정이 애초부터 구조적으로 허술할 수 밖에 없었다. 더욱이 배정발표 당일인 8일 오후까지도 컴퓨터 오류를 모른 채 ‘학생들이 희망하는 고교에 배정된 비율이 85∼95%’라고 자랑하다가 학부모들의 항의전화를 받고서야 잘못을 파악했다니 참으로 한심한 일이다. 업체 선정과정도 미심쩍다. 도교육청은 공개입찰을 통해 프로그램 개발업체를 선정했으나 낙찰가는 예상가(8천830만원)에 훨씬 못미치는 6천670만원이었다. 이렇게 저가로 낙찰된 업체는 그러나 교육관련 프로그램 개발에 참여한 실적이 전혀 없는 업체였다. 덤핑낙찰 때문에 프로그램이 부실해졌을 가능성을 부인하기 어렵다. 또 고교 평준화 방침 결정이후 1년이상의 기간이 있어 사전에 충분히 시간을 갖고 적격업체를 선정했어야 함에도 공고후 1주일만에 낙찰을 결정하는 ‘긴급입찰’을 택하게 된 경유도 의아스럽다. 당국은 이런 점들을 철저히 규명해 관계자들을 엄중문책해야 할 것이다. 도교육청은 설 연휴기간 오류를 수정, 14일 재배정키로 했던 계획을 다시 16일로 연기했다. 학사일정의 차질은 물론 재배정 작업이 현재의 시스템을 그대로 사용한다는 점에서 그 신뢰도에 의문이 제기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학부모들의 불신과 불만이 증폭되지 않도록 재배정 작업을 한층 완벽하게 해야할 것이며, 프로그램 내용과 재배정 과정도 공개할 필요가 있다. 또 학사일정 차질로 인한 신입생 피해가 없도록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함은 물론 이같은 행정착오가 재발되지 않게 고교배정 작업과정을 효율적으로 감독 점검할 제도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고스톱판’을 추방하자

우리의 사회병리 현상 가운데 심각한 것 중의 하나가 도박이다. 이른바 ‘하우스’란 일명의 도박 개설장소가 일부 주택가에까지 독버섯처럼 번졌다. 여기엔 남성들뿐만이 아니고 여성들조차 도박에 중독된 주부들이 적잖아 부부싸움의 요인이 되기도 한다. 전문 도박꾼들이 아니어도 오락을 빙자해 도박이 생활화 되다시피 한 우리 사회 특유의 병리현상은 우려스런 점이 많다. 이사간 집의 입주를 축하하는 집들이, 돌잔치나 생일축하 자리, 심지어는 점심시간에 식당에서 식탁이 차려질 때까지의 짧은 시간에도 고스톱 화투판을 벌이는 것을 곧잘 볼 수가 있다. 외국의 공항에서 비행기 시간이 늦어지면 일본 사람들은 책을 보고 우리 나라 사람들은 공항 바닥에 신문지를 깔고 고스톱을 친다는 말이 외국인 여행객들 입에서 나올만큼 심화한 도박 중독증은 실로 부끄러운 풍조다. 흔히 재미로, 심심풀이로 화투를 친다고들 말한다. 돈을 잃어서 기분좋을 사람은 있을 수 없다. 내가 돈을 따면 돈을 잃은 상대가 있다. 돈 잃어 기분이 나쁜 상대가 누구이든 그것이 단순히 오락이나 심심풀이일 수 없는 것은 자명하다. 하물며 친구간에 친인척간에 오락이란 이름의 돈놀음을 벌이는 것은 윤리에 관한 문제다. 어떤 형태의 화투판이든 도박은 철저히 추방돼야 한다. 이번 설 연휴기간에도 으레 명절때면 그러했던 것처럼 고스톱판이 또 성행할 것 같다. 세 사람만 모였다 하면 화투짝을 찾는 못된 습성은 처음엔 백원짜리 동전으로 시작하여 천원, 오천원, 마침내는 만원짜리 지폐가 불티나게 된다. 원래 노름꾼은 본전 찾을려다가 망한다고 한다. 도박을 아무리 잘 해도 도박으로 잘 되는 사람은 찾아 볼 수 없는 것이 도박의 폐해다. 나중엔 사람마저 추해 보이게 만드는 게 도박판이다. 아예 화투짝을 손에 쥐지 않으면 영원한 본전이다. 채신머리도 잃지 않는다. 생각하면 도박풍조의 만연은 잘못된 한탕주의 심리의 산물이다. 그리고 이의 중독 증후군은 심리적 이환이다. 자녀에게는 고스톱 따위를 치지 않길 바라는 애비가 자신은 고치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면 습관적 병리 때문인 것이다. 그러나 이의 금단현상을 결심으로 극복하는 게 일반적으로 그리 어려운 것은 아니다. 화투판을 털고 일어날 때 쯤이면 돈 땄다는 사람은 별로 없다. 잃은 사람뿐이다. 모처럼 설명절 연휴에 만난 사람들끼리 돈 잃고 기분 좋지 않은 자리를 굳이 가질 이유가 없다. 고스톱 판을 갖지 않는 좋은 연휴가 되면 좋겠다.

사건·사고없는 설 연휴가 돼야

설 명절을 맞아 엊그제부터 민족의 대이동이 시작돼 13일까지 연휴가 계속된다. 사건·사고없는 연휴기간을 위해 당국에 몇가지 당면사항을 재강조하고자 한다. 가장 먼저 귀성객의 안전한 수송편의를 위한 교통대책을 완벽히 실시해 주기 바란다.우선 버스 예비차량 투입과 시내버스의 노선 증차운행이 있어야겠다. 교통체증구간의 임시우회노선 안내, 택시부제 해제, 불법행위단속 등을 실시하여 수송력의 가동률을 최대한 높이고 승객 편의를 위해 시내버스의 심야운행도 필요하다. 응급환자 발생에 대비한 비상진료체제는 반드시 가동해야 한다. 종합병원과 응급의료기관의 24시간 진료와 시·군별 당직 의료기관제를 운영해야 할 것이다. 또 보건소와 보건지소, 보건진료소 등 공공의료기관도 24시간 비상연락망을 갖춘 상태에서 순번제 진료를 실시해야 한다.물론 당번으로 지정된 약국도 마찬가지다. 특히 1339 응급의료정보센터와 도청의 진료대책 상황실 운영에 차질이 있어서는 안되겠다. 상·하수도와 도시가스, 청소 등 시민생활과 밀접한 분야의 신속한 처리를 위해 생활민원처리 상황실 운영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부천시의 경우가 그 좋은 사례다. 7개반 120명이 교대로 상황실에 근무하면서 관련 민원이 접수되거나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유관기관과 공조, 신속히 처리한다는 것이다. 방범 등 치안유지와 화재경계근무는 특히 철저해야 한다. 구리소방서는 9일부터 14일까지 소방공무원 199명과 의용소방대원 970명을 투입, 화재특별경계근무 중에 있다고 한다. 명절분위기에 젖은 시민들의 경각심 해이로 발생이 우려되는 각종 재난사고에 대비, 재래시장 및 주요 취약대상지에 대한 기동순찰을 통해 예방 활동을 펼치고 있다는 것이다.또 연휴기간 중 휴무하지 않는 병·의원, 약국 등을 사전에 파악, 119구급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한다. 모든 소방서가 본받을 만한 화재예방 대책이다. 하필이면 설 연휴기간에 날씨가 추워진다고 한다. 기온이 갑자기 떨어지면 수도관이 동파될지도 모른다. 긴급복구반을 편성, 24시간 비상출동태세를 갖춰야 할 것이다. 공무원들의 설 연휴기간 동안의 기강확립은 특히 중요하다. 각 부처 공무원들은 철저한 당직근무로 사건·사고 발생시 신속히 조치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선행돼야 할 것은 시민들의 사고예방 정신이다. 아무쪼록 화재, 도난 등 각종 사건·사고 없는 설 연휴가 되기 바란다.

‘고스톱판’을 추방하자

우리의 사회병리 현상 가운데 심각한 것 중의 하나가 도박이다. 이른바 ‘하우스’란 일명의 도박 개설장소가 일부 주택가에까지 독버섯처럼 번졌다. 여기엔 남성들뿐만이 아니고 여성들조차 도박에 중독된 주부들이 적잖아 부부싸움의 요인이 되기도 한다. 전문 도박꾼들이 아니어도 오락을 빙자해 도박이 생활화 되다시피 한 우리 사회 특유의 병리현상은 우려스런 점이 많다. 이사간 집의 입주를 축하하는 집들이, 돌잔치나 생일축하 자리, 심지어는 점심시간에 식당에서 식탁이 차려질 때까지의 짧은 시간에도 고스톱 화투판을 벌이는 것을 곧잘 볼 수가 있다. 외국의 공항에서 비행기 시간이 늦어지면 일본 사람들은 책을 보고 우리 나라 사람들은 공항 바닥에 신문지를 깔고 고스톱을 친다는 말이 외국인 여행객들 입에서 나올만큼 심화한 도박 중독증은 실로 부끄러운 풍조다. 흔히 재미로, 심심풀이로 화투를 친다고들 말한다. 돈을 잃어서 기분좋을 사람은 있을 수 없다. 내가 돈을 따면 돈을 잃은 상대가 있다. 돈 잃어 기분이 나쁜 상대가 누구이든 그것이 단순히 오락이나 심심풀이일 수 없는 것은 자명하다. 하물며 친구간에 친인척간에 오락이란 이름의 돈놀음을 벌이는 것은 윤리에 관한 문제다. 어떤 형태의 화투판이든 도박은 철저히 추방돼야 한다. 이번 설 연휴기간에도 으레 명절때면 그러했던 것처럼 고스톱판이 또 성행할 것 같다. 세 사람만 모였다 하면 화투짝을 찾는 못된 습성은 처음엔 백원짜리 동전으로 시작하여 천원, 오천원, 마침내는 만원짜리 지폐가 불티나게 된다. 원래 노름꾼은 본전 찾을려다가 망한다고 한다. 도박을 아무리 잘 해도 도박으로 잘 되는 사람은 찾아 볼 수 없는 것이 도박의 폐해다. 나중엔 사람마저 추해 보이게 만드는 게 도박판이다. 아예 화투짝을 손에 쥐지 않으면 영원한 본전이다. 채신머리도 잃지 않는다. 생각하면 도박풍조의 만연은 잘못된 한탕주의 심리의 산물이다. 그리고 이의 중독 증후군은 심리적 이환이다. 자녀에게는 고스톱 따위를 치지 않길 바라는 애비가 자신은 고치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면 습관적 병리 때문인 것이다. 그러나 이의 금단현상을 결심으로 극복하는 게 일반적으로 그리 어려운 것은 아니다. 화투판을 털고 일어날 때 쯤이면 돈 땄다는 사람은 별로 없다. 잃은 사람뿐이다. 모처럼 설명절 연휴에 만난 사람들끼리 돈 잃고 기분 좋지 않은 자리를 굳이 가질 이유가 없다. 고스톱 판을 갖지 않는 좋은 연휴가 되면 좋겠다.

사건·사고없는 설 연휴가 돼야

설 명절을 맞아 엊그제부터 민족의 대이동이 시작돼 13일까지 연휴가 계속된다. 사건·사고없는 연휴기간을 위해 당국에 몇가지 당면사항을 재강조하고자 한다. 가장 먼저 귀성객의 안전한 수송편의를 위한 교통대책을 완벽히 실시해 주기 바란다.우선 버스 예비차량 투입과 시내버스의 노선 증차운행이 있어야겠다. 교통체증구간의 임시우회노선 안내, 택시부제 해제, 불법행위단속 등을 실시하여 수송력의 가동률을 최대한 높이고 승객 편의를 위해 시내버스의 심야운행도 필요하다. 응급환자 발생에 대비한 비상진료체제는 반드시 가동해야 한다. 종합병원과 응급의료기관의 24시간 진료와 시·군별 당직 의료기관제를 운영해야 할 것이다. 또 보건소와 보건지소, 보건진료소 등 공공의료기관도 24시간 비상연락망을 갖춘 상태에서 순번제 진료를 실시해야 한다.물론 당번으로 지정된 약국도 마찬가지다. 특히 1339 응급의료정보센터와 도청의 진료대책 상황실 운영에 차질이 있어서는 안되겠다. 상·하수도와 도시가스, 청소 등 시민생활과 밀접한 분야의 신속한 처리를 위해 생활민원처리 상황실 운영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부천시의 경우가 그 좋은 사례다. 7개반 120명이 교대로 상황실에 근무하면서 관련 민원이 접수되거나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유관기관과 공조, 신속히 처리한다는 것이다. 방범 등 치안유지와 화재경계근무는 특히 철저해야 한다. 구리소방서는 9일부터 14일까지 소방공무원 199명과 의용소방대원 970명을 투입, 화재특별경계근무 중에 있다고 한다. 명절분위기에 젖은 시민들의 경각심 해이로 발생이 우려되는 각종 재난사고에 대비, 재래시장 및 주요 취약대상지에 대한 기동순찰을 통해 예방 활동을 펼치고 있다는 것이다.또 연휴기간 중 휴무하지 않는 병·의원, 약국 등을 사전에 파악, 119구급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한다. 모든 소방서가 본받을 만한 화재예방 대책이다. 하필이면 설 연휴기간에 날씨가 추워진다고 한다. 기온이 갑자기 떨어지면 수도관이 동파될지도 모른다. 긴급복구반을 편성, 24시간 비상출동태세를 갖춰야 할 것이다. 공무원들의 설 연휴기간 동안의 기강확립은 특히 중요하다. 각 부처 공무원들은 철저한 당직근무로 사건·사고 발생시 신속히 조치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선행돼야 할 것은 시민들의 사고예방 정신이다. 아무쪼록 화재, 도난 등 각종 사건·사고 없는 설 연휴가 되기 바란다.

국적있는 대미외교 펴야

부시의 대북 ‘악의 한 축’발언은 역시 북한의 탄도 미사일에 있는 것임이 테닛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의 상원 정보위원회에서의 발언으로 알 수 있다. 이는 현저한 객관적 변화 보다는 부시의 주관적 관념이 크게 작용한 것임을 의미한다. 북측의 탄도미사일 문제는 새로운 사실이 아니기 때문이다. 테닛이 또 굳이 들먹거리지 않아도 북측이 적화통일 목표를 포기했다고는 믿지 않는다. 우리는 남북대화 및 교류를 부단히 추구하고 있긴 하나 저들이 대남 기본노선을 완전히 포기한 징후가 있다고 판단해서가 아니다. 그러나 부시의 말대로 오는 2015년이면 북한 미사일이 미 본토를 위협할 수 있다고 보는 예단을 이유로 저들의 미사일 수출선박을 공해에서 공격하는 등 대북 군사행동이 가하다고 보는 미국측 견해엔 동의할 수 없다. 북한이 먼저 군사도발을 하지 않는한 어떤 이유에서든 미국의 선제 공격을 우리는 반대한다. 우리는 아울러 부시의 일방적 강경책에 동조하는 것만이 공조로 간주하는 미국의 공조요구에 역시 동의할 수 없다. 국내 일각에서도 대북관련의 대미 외교에 우리측이 무슨 큰 잘못이나 저지른 것처럼 말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그간 정부의 대북관이 부시 행정부간에 괴리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큰 시각의 편차가 나타난 것은 북한을 ‘악의 한 축’으로 규정한 부시의 돌연한 단독 선언에 기인한다. 미국의 일방 플레이에 기인한 변화를 정부 외교의 잘못으로만 매도하는 것은 국적있는 비판일 수 없다. 흔히 실사구시 접근의 대미 외교를 말하면서도 그것이 무엇인지는 밝히지 못하고 있다. 부시에 영합하는 게 실사구시일 수는 없다. 북한도 절대적으로 변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아주 서서히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영국의 교수들을 초청, 외무성 및 무역성 사람과 기업인등 100여명에게 자본주의 방식 도입에 관한 세미나를 가진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우리도 북측의 미사일 등에 우려하는 바가 크지만 부시의 방법은 방법이 아니다. 미사일 개발의 중단을 전제하고 대화에 나오라는 부시의 요구는 아예 대화를 않겠다는 것과 같다. 조건없는 대화의 시작에서 현안문제의 해법을 찾는 것이 참다운 대화다. 부시의 강경 일변도 외교정책은 유럽에서도, 자국내에서도 호된 비판을 받고 있다. 그는 환경문제, 탄도탄 요격 미사일(ABM) 등 각종 국제 협약도 일방적으로 파기했다. 정부가 부시 행정부의 대미외교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은 좋다. 그러나 국적있는 강력한 외교여야 한다. 이것이 실사구시다. 햇볕정책에 문제가 좀 있었다고 하여 전체가 부정될 수는 없다. 대미외교에 햇볕정책의 기조를 지켜가야 한다.

안전 불감증 치유불능인가

아직도 안전의식이 미흡하다. 우리가 대형 사고를 당할 때마다 으레 강조해온 것은 안전성에 대한 경각심이었다.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붕괴사건, 그리고 부천 가스충전소 폭발사고 후에도 안전의식의 중요성을 외치며 안전점검을 해왔고 화성 씨랜드와 인천 호프집 화재참사를 겪은 후에도 그랬었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 주변 곳곳엔 안전위험 요소가 널려 있어 광주 대입전문 기숙학원 화재참사와 같은 사고를 겪어야 했고 또 언제 어디서 이같은 참사를 겪게 될지 모를 불안속에 살고 있다. 이같은 우려는 경기도가 설을 앞두고 판매시설과 공연시설, 터미널, 숙박업소 등 다중이용 시설에 대해 실시한 안전점검 결과를 보더라도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점검대상 767곳 중 절반이 넘는 387곳에서 618건의 안전불량이 적발돼 사고시 대형피해가 우려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남의 S쇼핑몰은 지하주차장 천장보 등에 균열이 생겨 안전사고가 우려되고 있으며 군포의 H상가는 지하 에스컬레이터 주변 비상탈출문에 잠금장치 및 의자를 설치, 대피로가 막혀 있었다. 수원의 M극장은 건물 유리창 부근에 안전난간을 설치하지 않아 많은 사람이 대피 때 추락사고의 위험이 있고 성남 S극장은 누전차단기를 설치하지 않아 불안전 요인으로 지적됐다. 이밖에 이천 B터미널은 지하층에 피난 반대방향으로 비상문을 설치했으며, 시흥, 파주 양주의 숙박업소는 자동화재경보 설비와 대피유도등이 불량했다. 이중 당장 보수·보강이 필요한 위험요소가 104건에 이르고 있다. 설 연휴기간 재난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순찰활동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이처럼 상당수 다중이용시설의 방화 및 재난방지 상태는 그야말로 무방비 그대로다. 그동안 숱한 대형 참사를 보고서도 재난의 무서움을 깨우치지 못하고 무신경 상태에 빠져 있는 시설업주 및 관리책임자가 한심스럽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당국의 안전점검 업무도 그동안 허술한 적이 없지 않았나 되돌아 보지 않을 수 없다. 관계당국과 안전담당 관련부서가 이제까지 어떻게 점검·지도해 왔길래 이처럼 많은 다중이용시설들이 안전불량 상태에 있게 되었는지 의아스럽다. 당국은 앞으로 이번 점검에서 적발된 시설들이 소방 및 각종 안전기준에 맞게 개선·보완했는지 사후관리를 철저히 해야 할 것이다. 조그마한 미비점이라도 눈감아 주거나 우물우물 넘기는 일이 있어서는 절대로 안된다. 사고를 당하고 나서야 허둥댈 것이 아니라 상시적으로 철저한 안전점검을 실시, 재난을 예방해야 할 것이다.

기업윤리 강령을 정부가 만든다?

산업자원부가 개별 기업이 지켜야 할 윤리강령과 실천 메뉴얼 표준안을 만들어 5월까지 보급하고 이를 500대 기업에 확대 적용하겠다고 한다. 기업 상거래 과정에 만연된 금품수수나 각종 로비활동을 뿌리 뽑기 위해서라는 게 주 골자다. 언론에 보도되기로는 윤리강령 평가 모델을 만들어 기업들을 일일이 점수로 평가, ‘윤리 성적표’도 공개하겠고 한다. 윤리경영 실적이 우수한 기업엔 산자부장관이 직접 ‘기업시민 대상’을 주면 점수가 나쁜 기업은 자연스럽게 공개돼 소비자로부터 심판을 받을 것이라는 게 정부의 방침이다. 그러니까 정부가 윤리강령을 만들어 기업에게 나누어 주고 ‘이 사항을 꼭 지켜라. 만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면 벌을 받는다. 대신 윤리강령을 잘 지키면 큰 상을 주겠다’는 식 아닌가. 이는 한 마디로 기업의 자율 영역을 정부가 침범하는 월권행위로 백지화 하는 게 옳다. 기업윤리는 말 그대로 법규와 강제가 아닌 자율사항이다. 기업내 문화의 한 부분에 속하는 것을 정부가 세금을 들여 촉진하고 상벌까지 주겠다는 것은 코미디 감이다. 그러나 기업들도 관치부활이라고 반발만 할 게 아니라 자성해야 한다. 정부가 이런‘속셈’까지 하게 된 배경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정부는 기업이 말로만 윤리경영을 외치고 있지 실제 부패구조가 개선되지 않았다고 판단, 정부가 직접 나설 필요성을 갖게 된 것이다. 최근 S전자 임직원들과 협력업체 간에 불거진 고질적인 금품·향응 수수사례가 있지 아니한가. 자꾸 그런 일이 일어나니까 기업의 상거래 관행을 투명하게 개선하고 부패 사슬구조를 개혁하려면 어느 정도 정부의 강제성이 필요하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산자부가 ‘각 기업의 감사실 밑에 준법담당 임원을 신설해 회계등 모든 기업 내부활동의 위법 여부를 감시하고, 임직원에 대한 윤리경영 훈련을 실시하며, 윤리 핫라인도 설치한다’는 등의 윤리강령 실천 방법까지 제시한 것은 지나친 간섭이라고 본다. 정부가 획일적으로 시행 원칙과 기준을 못박아 윤리강령을 강제하는 것은 아직도 공무원들이 과거 향수에 사로잡혀 있다는 오해를 살 여지가 다분히 있다. 기업은 윤리강령을 제정하려는 정부의 고충을 알고 자율로 한국경제 발전에 이바지 해야 한다. 산자부는 이런 계획을 세울 시간에 산업전략과 미래상품 발굴에 몰두하는 편이 현명한 일일 것이다.

민통선 밀렵 방관 말라

파주시 장단면 등 민통선 일대 야생조수들이 밀렵꾼들로 수난을 당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민간인 출입이 엄격히 통제되고 수렵행위가 전면 금지되어 있는 민통선 내에 어떻게 밀렵행위가 극성을 부리게 되었는지 놀랍기만 하다. 이들 밀렵꾼들은 민통선 출입 영농인이 대동할 수 있는 영농 보조인으로 위장한 사람들로 이들에 의해 밀렵된 야생조수들이 밀반출돼 공공연히 거래되고 있다는 사실은 민통선 출입관리 어딘가에 큰 구멍이 뚫려 있음을 뜻한다. 특히 밀렵꾼들이 공동경비구역 남방 한계선 부근 지뢰매설 지역에도 올무와 덫을 설치하고 심지어 총포밀렵까지 하고 있다니 민통선 관리가 얼마나 허술한가를 알만 하다. 밀렵꾼들이 노리는 대상은 멧돼지·노루·고라니·너구리·꿩 등 일반조수 뿐만 아니라 독수리·재두루미 등 천연기념물까지 닥치는 대로 남획하고 있다. 불법으로 포획된 야생조수는 이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음식점 등으로 몰래 넘겨져 ‘정력보강제’로 팔린다. 50여년간 외부의 손길이 닿지않아 생태계의 보고가 된 민통선 내 야생조수들이 ‘보호대상’아닌 ‘보신(補身)의 대상’이 돼 밀렵꾼들에게 마구 잡혀 목숨을 잃어가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일반 조수류는 물론 천연기념물도 씨가 마르지 않을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야생동물이 줄어들거나 없어지면 생태계가 파괴되고 그 결과 인간도 재앙을 입게 된다는 평범한 진리를 되새기기에 앞서 도대체 우리는 왜 그렇게 극성맞게 죽이고 먹어 없애는 일에 몰두하게 되었는지 자괴감을 갖게 된다. 야생조수가 우리 나라에서 수난을 당하게 된데는 몸에 좋다면 무엇이나 마구 잡아 먹는 우리 국민들의 보신행태와 그런 행태를 가능케 하는 밀렵행위를 효과적으로 단속하는 체계가 확립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야생동물을 보호하기 위해선 보신에 대한 국민들의 의식을 바로 잡는 일도 중요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당국의 강력한 감시활동이 필요하다. 더군다나 밀렵꾼들이 민통선안을 수시로 들어가 총기까지 사용하는 것은 안보측면에서도 심각한 일이다. 환경부 등 관계당국은 이제 밀렵꾼들이 날뛰지 못하도록 자연보전감시 기능을 강화하고 특히 군당국은 민통선 출입자들에 대한 검문 검색을 철저히 해야 할 것이다.

한·미 대북공조에 대해

부시 대통령이 지난달 말 의회에서 발표한 연두교서에서 북한을 ‘악의 축(axis of evil)의 하나로 규정한 이후 이에 대한 해석을 둘러싸고 한·미 관계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부시 행정부는 취임 이후 북한에 대하여 곱지 않은 시선을 가지고 있으며, 이는 그동안 한국정부에 의한 꾸준한 설득에도 불구하고 개선되지 않고 오히려 미국의 대북자세가 더욱 강경 일변도로 향하고 있다. 김대중 정부가 일관되게 추진하고 있는 대북정책인 소위 ‘햇볕정책’은 그 기조에 있어 우리 나라 국민들은 물론 우방국으로부터 많은 지지를 받고 있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인 한반도의 긴장완화를 위하여 식량부족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북한에 대한 지원을 통하여 국제무대에 끌어들이는 것은 바람직한 정책이다. 이런 정책의 결과로 남북관계는 상당한 진전을 이룬 것도 사실이다. 미국도 이런 한국의 대북정책 기조에는 동의하고 있다. 그러나 부시정부의 등장과 지난해 9월 발생한 9·11 테러 이후 미국의 세계정책은 상당한 변화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미국은 테러 지원국에 대한 강경정책을 견지하고 있으며, 이에는 북한을 비롯 이라크, 이란 등이 주요 대상이 되고 있다. 문제는 이런 상황변화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변하지 않고 있으며, 이를 계속적으로 두둔하고 있는 한국정부의 외교적 판단에 문제가 되고 있다. 한국과 미국의 관계는 오랜동안 동맹관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정책에 대한 혼선은 있을 수 있으나, 동북아 지역의 안정과 한반도의 평화를 위하여 항상 긴밀한 협조관계를 유지하여야 한다. 따라서 비록 부시 행정부가 한국정부의 정책과는 달리 대북강경정책을 주장하더라도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하여 미국과 긴장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현명한 선택은 아니다. 오는 20일 개최되는 김대통령과 부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은 한미관계 형성에 있어 중요한 전기를 마련해야 된다. 정부는 미국의 대북정책에 대한 철저한 분석을 통하여 감정적 대응보다는 유연한 자세로 임하여야 할 것이다. 이번 정상회담이 한미간에 불필요한 이견을 노출시켜 혼선을 야기하기 보다는 한·미간의 대북정책에 대한 공조를 더욱 강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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