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브로커, 선거사기꾼

선거브로커들이 설친다. 기초의원, 광역의원 선거만이 아니다. 기초자치단체장 선거도 마찬가지다. 심지어는 각종 경선에까지 개입하고 있다. 향우회 동문회 종친회 부녀회 산악회 등 지연·학연·혈연 이밖에 취미단체를 비롯한 상당한 갖가지 모임이 선거판도에 휩쓸리는 것으로 들린다. 약속된 식당에 가서 집단 취식을 하고 나면 나중에 계산하는 것은 예사고 무슨 행사비 명목의 돈까지 거래되는 모양이다. 이같은 뒷돈 거래는 봄 여름철 등 계절따라 더 다양해질 조짐이다. 선거 때만 되면 철새처럼 날아드는 선거브로커들로 인해 혼탁선거를 더 해오던 게 올해는 벌써부터 심한 것 같다. 공명선거를 위하고 돈 덜드는 선거를 이룩하기 위해서는 선거사기꾼부터 없애야 한다. 선거브로커들은 곧 선거사기꾼이다. 이들은 어느 한 진영에만 가서 손을 벌리는 게 아니다. 예비후보 진영마다 거의 다 찾아다니는 것이 이들의 속성이다. 또 선거브로커들의 사탕발림이 득표로 연결 되는 것도 아니다. 요즘은 부부간, 부자간에도 투표를 달리하는 경우가 많은 세태다. 하물며 무슨 회장이나 회장단 직함을 파는 선거브로커들이 회원더러 누굴 지지하자고 한다하여 회원들이 고분고분 따라 간다고 볼 수는 없는 것이다. 결국 선거브로커들 배만 불리는 게 선거사기다. 선거브로커 소탕은 선관위나 경찰등 당국에서 물론 철저히 색출해내야 하는 것이지만 선거에 임할 예비후보자들이 먼저 경계해야 한다. 후보진영에서 이들을 추방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으면 결코 없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선거브로커의 폐해를 모르지 않으면서 이들을 이용하거나 의지하는 게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어 하는 후보자의 약한 심정 때문이라지만 당치않다. 그런다고 얼마나 도움이 될진 심히 의문이지만 설사 당선이 된다 하여도 화근이다. 후보시절의 금품 수수관계를 약점잡는 선거브로커들이 없지 않았다고 보아지는 것이다. 각급 선거에 많은 돈이 들어가는 건 사실이나 따지고 보면 선거브로커들에 대한 피해가 없어야 한다. 유권자를 유권자들 모르게 팔아먹는 선거브로커는 후보자나 유권자 모두에게 암적 존재가 되는 사회의 공적이다. 공명선거는 여러가지 각도에서 강조될 수 있겠지만 본란은 우선 선거브로커들부터 추방할 것을 강조하고자 한다. 이들의 소탕을 위한 당국의 단속강화, 예비후보자들의 각성, 유권자들의 시민정신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이회창 총재의 지도력

정권 쟁취에 도전하는 여소야대의 거야 총재 같으면 생각이 달라야 한다. 국량이 넓어 촌탁을 가늠할 수 없어야 하는 것이다. 진정한 정치지도력은 포용력이 진수이기 때문인 것이다.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는 이 점에서 박근혜씨가 탈당하게 이르도록 한 데 대해 지도력의 한계를 드러냈다. 우리는 박씨를 두둔하거나 그의 정치 노선을 지지하거나 해서 이런 말을 하는 것이 아니다. 이 총재가 또 그의 탈당을 대범하게 보아 넘긴다면 우리도 굳이 말할 필요가 없다. 치명적 충격으로 받아들이면서 막지 못한 것은 전적으로 총재의 책임이다. 그렇다고 박근혜씨 탈당이 정치권이나 대선에 미치는 판도가 독보적 위치를 가질 것으로는 전망하지 않는다. 다만 그가 몇십만표를 동원한다 하여도 박빙의 승부에서는 곧 승부의 요인이 된다고 보며, 이 총재도 이런 점에서 불안해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다면 정작 밝힌 것처럼 탈당을 막거나 탈당의 명분을 주지 않았어야 했다. 박근혜씨는 이 총재의 당 운영이 제왕적이라며 총재를 내놓은 상태의 대선후보 경선을 제의했고 총재가 끝내 이를 수락 하지않은 것을 탈당의 구실로 삼았다. 총재직을 지닌 채 경선을 고집한 이 총재가 결국 명분 싸움에서는 졌다고 보아야 한다. 정치적 실책이다. 지금의 한나라당 구도에서 대선후보 경선을 위해 이회창씨가 총재직을 잠시 내놓고 총재권한대행의 위임체제로 간다고 하여 당내 위치가 추호도 흔들림이 있을 것으로 보는 당 안팎의 판단은 있을 것 같지 않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무엇 때문에 자신감을 갖지 못했는지 궁금하다. 그만한 자신감 하나 갖지 못하는 범부같은 협량으로 어떻게 야당을 이끌며 정권쟁취에 나선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이는 비단 박근혜씨 탈당에 국한하는 일이 아니다. 예를 들어 만약 이회창씨가 총재직을 내놓은 경선에서 후보로 지명돼 대통령 선거에 나설 경우, 그렇지 않은 것과 비해 잘은 몰라도 훨씬 더 많은 지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박근혜씨 탈당은 비단 그에 그치지 않는 연쇄파동의 우려가 예상되고 있다. 이회창 총재에게 이런 때일수록 필요한 것이 당 지도력이다. 강한 지도력은 절대로 위압에 있는 게 아니다. 화합에 있다. 이회창 총재에겐 지금도 늦지 않은 선택의 길이 있다. 어떤 길을 선택할 것인가는 그의 자질과 능력에 속한다. 지켜 보고자 한다.

새학기 수업차질 없게 해야

새학기를 맞은 도내 고교들이 예년과는 달리 몹시 어수선하다. 학급당 학생수를 35명으로 줄이는 교육여건개선사업의 무리한 추진으로 벌어진 교실증축 공사가 아직 마무리 되지 않아 공사장 소음이 곳곳에서 요란하다. 게다가 평준화지역의 고교배정이 컴퓨터 프로그램 오류로 전면 백지화되고 재배정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엄청난 혼란과, 앞으로 있을 전학 등 부작용의 후유증이 학교분위기를 더욱 뒤숭숭하게 하고 있다. 지금 학급당 학생수 조정을 위해 교실 증축공사를 하고 있는 도내 225개 고교 중 공사를 마친 곳은 110개교(51.6%)뿐 나머지는 3월말∼5월말에나 준공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학생들이 공사소음에 시달리는가 하면 파헤쳐진 운동장과 곳곳에 쌓인 건축자재 더미 때문에 체육수업을 못하고 통행불편을 겪어야 할 판이다. 일부 학생들은 공사가 끝날 때까지 특수목적실이나 회의실·강당 등에서 수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니 수업이 제대로 될 지 걱정이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고교배정 전면 백지화→재배정→학부모 철야농성→교육감 사퇴 등으로 이어진 후유증도 그렇거니와 ‘선 등록 후 근거리 추첨 전학’허용에 따라 빚어질 혼란이다. 외곽에 위치한 소위 기피학교의 학생이 대거 빠져나가는 상황이 벌어지면 평준화의 의미 퇴색은 물론 또 다른 혼란을 초래할 수도 있다. 또 올해부터 7차교육과정이 시행되는 1학년은 교육과목과 수업방식이 크게 달라져 그에 따른 준비도 철저히 해야 할 때다. 차분하게 준비해야 할 7차교육과정이 어수선한 분위기 때문에 잘 추진될지도 염려된다. 도교육청이 7차교육과정에 따라 중등교원을 신규 발령하면서 중1∼고1에 해당하는 ‘공통사회’교사를 고교에 배정하고, 고2∼고3에 해당하는 ‘일반사회’교사는 중학교에 배정하는 등 전문성과 원칙을 무시하고 배치해 그같은 우려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여기에 교육감 보궐선거(4월18일로 잠정결정)까지 겹쳐 이래저래 교육계는 새학기부터 어수선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분위기 때문에 학생들이 피해보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 교육당국은 일선 교육현장에서 학생 수업이 소홀해지거나 부실해지지 않도록 장학기능을 더욱 강화해야 할 것이다. 학교별로 특수여건을 참작해 교육에 차질이 없도록 세심한 배려와 지도가 필요한 것이다.

국립과학관 과천 이전를 환영한다

국립과학관 이전부지가 과천시로 최종 확정된 것은 그 의미가 크다. 국립과학관은 우리 나라 과학 대중화와 과학인프라 확산의 중추적 역할을 할뿐 아니라 인근 경마장과 서울대공원, 국립현대미술관 등 관람·위락시설과 어우러져 시너지 효과가 발생, 연간 200만∼300만명의 관람객이 경기도를 찾아올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국립과학관이 도내에 유치될 경우 경기도가 1천억원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도 그러한 의미에서였을 것이다. 현재 서울 명륜동에 있는 국립과학관은 전시공간이 좁고 시설이 낡아 1998년부터 이전이 추진돼 왔었다. 지난해 11월부터 서울과 경기지역 14개 지방자치단체들이 치열한 유치경쟁을 벌인 결과 과천으로 선정된 것이다. 국립과학관이 들어설 곳은 과천시 과천동 191 일대로 과천경마공원과 서울대공원, 국도 47호선 사이 10만평 크기의 부지다. 건물면적 1만5천평, 전시면적 9천평의 국립과학관은 총 1천855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내년말 착공, 2006년에 완공할 예정이라고 한다. 새로 짓는 국립과학관은 중앙홀을 중심으로 왼쪽에는 과학기술관과 자연사관, 문화예술관이 조성되며, 오른쪽에는 정보통신관, 우주항공관, 탐구체험관이 들어선다. 특히 정적인 개념을 탈피해 보는 과학, 체험과학, 이해하는 과학 등 선진과학관 개념이 도입돼 자연과 환경이 함께 어우러지는 과학 문화 테마파크로 조성된다고 하니 벌써부터 기대가 크다. 몇 가지 당부할 것은 유치경쟁에 참여했던 도내 시·군들의 아량이다. 국립과학관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며 강한 자신감을 나타냈던 고양, 안산, 의왕 등 일부 지자체들이 이번 과학관 선정배정에 대하여 의혹을 제기하며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과학기술부가 과천에 국립과학관 이전 부지를 미리 결정해 놓고 다른 지자체들을 들러리 세웠다며 심사과정 공개를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과기부가 국립과학관 이전 부지로 과천을 내정해 놓고 예산이 부족하자 다른 지자체들을 끌어들여 부지 무상 제공 등 반사이익만을 누렸다는 의왕·고양·안산시 등의 주장이 틀리지는 않는다. 서울 구의동 어린이 대공원과 용산 가족공원을 이전부지로 검토했다가 인근에 정보과학도서관, 국내 대기업의 과학센터 등이 있는 과천시와 이전 협의를 벌였다니 하는 말이다. 기만당한 것 같은 느낌은 없지 않으나 결국은 경기도 지역으로 유치됐으니 대승적인 견지로 이해하자는 것이다. 과기부와 경기도, 과천시 당국은 효과적인 그린벨트 해제를 비롯, 부동산 투기 등 예상되는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이 일대를 특별관리구역으로 지정, 관리해야 할 것이다. 국립과학관의 경기도 이전을 환영해 마지 않는다.

우편배달 후진성 탈피해야

우편물의 지각배달 등 우편배달 사고로 낭패 당하는 것을 종종 보게 되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며칠전 한국아마추어무선연맹안양사무소의 정기총회 모임을 알리는 우편물이 터무니없이 늦게 배달돼 모임 자체가 무산된 기막힌 일이 벌어진 것도 우리 나라 우정업무가 얼마나 후진적인가를 말해 주는 것이다. 아마추어무선연맹측이 총회 일정을 감안, 4일전에 우편물을 안양우체국에 접수시켰으나 총회날짜가 5일이나 지나서야 배달된 것은 3일간 결근한 집배원 담당구역에 인력을 배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니 어처구니 없는 일이다. 이와 비슷한 우편배달사고는 고양에서도 있었다. 2000년말 일산구청이 보낸 자동차세 고지서의 반송사태로 4천여명이 체납자로 몰리기도 했다. 우편물 배달의 생명은 신속성과 정확성이다. 상품권 등 금품이 없어지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각종 고지서나 계약관련 문서 청첩장 행사초청장 등이 지각도착하는 바람에 낭패를 당하거나 손해를 입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우편당국은 국내 보통우편의 정상배달률이 95%에 이른다고 한다. 그러나 시민들의 체감으로는 그보다 훨씬 밑돈다. 당국의 주장을 그대로 믿는다 해도 나머지 5%의 중요성을 가볍게 넘길 수는 없다. 첨단기술의 발전과 함께 새로운 통신수단이 계속 개발되고 실용화되고 있지만 우편통신 수요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전화기 하나로 전국 구석구석은 물론 세계 어느 나라와도 즉시 통화를 할 수 있고 팩시밀리로 문서전달이 가능해진 오늘날에도 우편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은 우정업무의 중요성을 증명하는 것이다. 이같이 선진 사회화하는 과정에서 우편업무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음에도 우리 나라의 우정행정은 전기통신분야의 발전에 비해 상대적으로 낙후되어 왔다. 매년 15% 이상씩 우편물량이 증가하고 있지만 우편물을 신속하게 접수-분류-배달하는 조직과 인원은 제자리 걸음을 면치 못했다. 우편물이 폭주하는 연말 연시는 예외로 치더라도 10만㎢ 밖에 되지 않는 좁은 나라에서 우편물 배달이 며칠씩 소요되는 적체현상으로 이용자들의 불만도 나날이 늘어만 가고 있다. 이제 우편통신이 국민을 위한 친근한 국가의 서비스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인력증원과 장비보강 등 우편업무의 현대화에 집중투자가 필요하다. 또 장기대책으로는 우편사업에 기업경영방식을 과감히 도입해 서비스를 철저히 개선해야 할 것이다.

법인세 1% 정치자금 문제있다

진념 부총리가 지난 23일 사적 견해임을 전제로 정치권이 선거공영제에 합의하면 법인세 1%를 정치자금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한 발언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는 전경련이 지난 22일 총회 결의문을 통하여 건전한 정치풍토 개선을 위하여 불투명한 정치자금을 제공하지 않겠다고 한 것에 대한 화답의 형태로 나타난 것이기는 하지만 정부의 경제정책 최고책임자가 제안하고 또한 정치자금 제공의 주 원천인 전경련이 비슷한 시기에 정치자금 문제를 공개적으로 거론하였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진 부총리의 법인세 1% 정치자금 사용에 대하여 한나라당과 자민련은 적극적으로 찬성하고 있으며, 여당인 민주당은 다소 유보적이기는 하나 여야가 합의하면 굳이 거부할 이유는 없다는 태도이다. 정치권과 정부가 추진하고, 더구나 중앙선관위도 지난해 이와 유사한 제안을 하였으니 입법화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현재와 같이 국회가 파행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더구나 정치인들이 각종 게이트에 연루되어 국민들로부터 비난이 대단한데 과연 법인세 1%에 해당하는 1천7백억원을 사실상 세금에서 사용하는데 국민들이 동의하겠는가. 총체적 부패공화국이라는 오명을 없애기 위해서라도 깨끗한 정치풍토, 투명한 정치자금제도는 정착되어야 한다. 고비용·저효율의 정치자금이 불투명하게 운용되는 한 한국의 민주정치는 발전할 수 없으며 정치 선진국이 될 수 없다. 그렇다고 국민적 동의도 제대로 거치지 않고 막대한 국민의 혈세를 정치자금으로 사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이 제도가 실시되려면 무엇보다도 정치권이 고비용 구조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관료화된 거대한 중앙당 구조를 그대로 가지고 있으며 국고보조금을 총재 개인의 주머니돈인양 달력·휘호 제작 등에 수천만원씩 사용하고 있는데 어떻게 이런 정치권에 현행 국고보조금 지급액 보다도 더 많은 돈을 줄 수 있겠는가. 또한 중앙선관위는 이 제도가 실시되면 기업의 후원회 가입은 금지되고 더이상 정치자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고 하는데 한국적 정치풍토에서 실천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오히려 기업의 정치자금 부담을 이중으로 늘리는 것은 아닌지. 이 제도가 실시되기 위하여 정치권은 과거 불법적인 정치자금 사용에 대하여 고해성사 하고 더이상 음성적 거래를 하지 않겠다고 약속해야 된다.

파업 뒤처리 과제

철도노조 파업이 만 이틀만에 끝난 것은 그나마 다행한 일이다. 그러나 이번 철도·발전·가스 등 공공부문 노조 파업은 사상 초유의 국가기간산업 동시파업이라는 점에서 생각해야 할 점이 한둘이 아니다. 특히 철도노조 파업으로 수도권 일대 시민들이 출·퇴근길에 큰 불편을 겪는 교통대란이 일고, 산업의 동맥인 전국 철도의 절반 이상이 마비되는 등 국민의 일상생활이 커다란 불편과 혼란을 겪은 것은 공분을 금치 못할 일이다. 따라서 발전부문 노사협상도 속히 타결짓도록 노사가 노력해야 할 것이다. 대중교통 마비와 에너지 공급 중단이라는 위협적인 수단을 통해 노사협상의 대상이 아닌 공기업 민영화를 저지시키려 한 것이 과연 건전하고 보편적인 노조 지도부의 인식에서 비롯될 수 있었는지 의심스럽다. 이번 공공부문 노조 파업은 정부가 불법파업에 대한 엄정한 법집행을 거듭 강조하는 가운데 노사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는 공기업 민영화 문제를 투쟁대상으로 삼아 법절차를 무시하고 강행했다. 바로 그런 점에서 파업 뒤처리와 후유증을 어떻게 수습할 지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철도 노사는 핵심쟁점인 민영화 문제에 대해 ‘철도가 국가 주요 공공교통수단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 하고 향후 철도산업의 공공적 발전에 대해 공동노력’하기로 함으로써 일단 얼버무리고 넘어갔다. 이에 앞서 타결된 가스공사 노사협의도 가스산업의 구조개편을 노사정 논의에 부치기로 애매하게 타결함으로써 자칫 민영화 계획이 수정되거나 지연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정부의 공기업 민영화 정책이 후퇴할 경우 이는 현 정부 개혁정책의 중단을 뜻하게 되고, 한국 경제에 대한 신인도에 부정적 역할을 미치게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또한 철도 노사 합의서에 포함되진 않았지만 노조집행부에 대한 고소·고발 및 사법처리 등 문제를 사측이 선처키로 별도 약속한 것도 마땅치 않다. 불법파업에 대한 사법처리는 냉정히 말해 노사협상과는 차원이 전혀 다른 문제다. 노사 어느 쪽이건 불법적인 행위를 했다면 이는 법질서 유지라는 차원에서 공권력이 판단하고 엄정하게 대응해야 할 문제다. 그렇지 않으면 불법파업의 악순환은 절대로 단절되지 않는다. 이번 파업사태로 인한 물질적 손해가 얼마인지 따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시급하고 중요한 것은 같은 형태의 파업이 매년 연례행사처럼 되풀이 되는 것을 방지하는 일이다. 이번에도 공공부문 노조가 설마 국민을 볼모로 파업까지 하겠느냐는 정부의 안이한 대응이 사태를 악화시켰다는 비판을 당국은 깊이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봄 가뭄대책에 만전 기해야

겨울 가뭄이 전국적으로 지속되면서 식수난과 농업용수 부족이 심히 우려된다. 건설교통부와 환경부 등에 따르면 한강·금강·낙동강·섬진강 등 4대강 수계 13개 다목적 댐의 저수율이 35.6%로 봄 가뭄이 극심했던 지난해 같은 시기의 39.5% 보다도 3.9%포인트 낮다고 한다. 이같은 저수율은 예년 평균 저수율 42.4%에 비해 6.8%포인트나 낮은 수치여서 걱정스러운 것이다. 특히 다목적 댐 물이 아닌 지방 상수도가 공급되는 곳 가운데 시간제 급수를 받고 있는 지역 중 경기도만 하여도 급수인구가 14개 시·군 94개 읍·면에 9만여만명에 이른다고 하니 급수난의 심각성을 알게 한다. 농업용수 또한 부족한 상황은 마찬가지여서 저수지들이 거의 바닥이 드러나고 있는 실정이라고 한다. 경기도의 경우 시·군과 농업관리공사가 관리하는 도내 408개 농업용 저수지의 최근 저수율이 88%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98%에 비해 10%포인트 떨어져 있다. 저수율 하락은 지난해 9월 이후 강수량이 적어 90년만의 혹독한 가뭄을 치렀던 지난해와 같은 수준이어서 걱정이 크다. 이러한 현상은 지난해 영농철에 물을 사용해 저수율이 55%까지 떨어졌으나 가을부터 지금까지 큰 비와 큰 눈이 내리지 않아 저수지에 물을 많이 가두지 못한 탓이다. 더구나 기상청이 올 3∼4월 건조한 날이 많을 것으로 예보해 관계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만일 이같이 낮은 저수율 상태에서 벼농사 못자리가 시작될 오는 4월까지 강수량이 적을 경우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극심한 가뭄피해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같은 가뭄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우선 관정을 개발하고 저수지를 준설, 농업용수를 확보해야 한다. 아울러 하천굴착 및 보 설치 등 간이 용수원을 개발해야 한다. 가뭄 대처에는 농민들 뿐만 아니라 도시지역 주민들도 적극 협조해야 한다. 특히 수돗물을 아껴야 함은 물론 법규가 권장하는 제도를 이행하여야 한다. 예컨대 지난 1999년 4월30일 개정된 수도법은 상수도를 절약하는 좋은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모든 건축물 신축 및 증축시 대·소변기와 수도꼭지 등에 대해 절수형기기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건축물 대부분이 절수설비를 미설치, 수돗물 절약이 이뤄지지 않고 있음은 실로 안타까운 노릇이 아닐 수 없다. 가뭄은 농사와 급수만을 저해하는 것이 아니다. 모든 생명체를 위협하는 것이다. 당국은 관정 개발과 저수지 준설 등을 신속, 철저하게 추진하고, 도시지역 주민들은 수돗물 절약을 생활화해야 한다.

절개지 낙석방지책 서둘러라

얼었던 땅이 녹으면서 축대붕괴 등 안전사고가 우려되는 계절이다. 하지만 관계당국은 어수선한 사회분위기 탓인지 해빙기 사고방지 안전대책에는 전혀 신경을 쓰는 것 같지 않다. 특히 하루 수천 수만대의 차량이 통행하고,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국도와 지방도로변의 절개지 곳곳이 균열되면서 낙석이 발생, 산사태 위험이 있는데도 제대로 손을 쓰지 않은 채 방치하고 있다. 참으로 아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낙석 및 산사태 위험이 도사린 절개지는 도내 곳곳에 널려 있으나 특히 경기북부지역이 많고 위험상태도 심각하다. 남양주시 양지∼금곡간 도로 양지리의 절개지는 안전망이 설치돼 있으나 언 땅이 녹으면서 토사가 흘러내리고 있으며, 균열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양주군 양주읍 삼송리의 어약고개 절개지는 아예 안전망이 설치되어 있지도 않다. 또 확장·포장공사가 진행중인 파주시 통일동산 진입도로변 절개지 곳곳도 금이 가 있다. 이밖에 가평읍 이화리와 금대리지역 절개지, 그리고 가평∼양평간 국도 등 신설 도로변 절개지들도 마찬가지다. 모두가 경사지에서 돌과 흙이 계속 떨어져 해토기나 보통비에도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한 1등급 취약지역이다. 수많은 차량들이 산사태 위험이 있는 국도와 지방도로를 그런 사실도 모른 채 통행하고 있는 것이다. 또 지금 이 시간에도 운전자들이 ‘낙석주의’표지를 보고도 ‘설마’하며 무심결에 통행하고 있을 것이다. 등골이 오싹해지는 일이다.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이 내려 앉고 무너지는 대형 참사와 부산 횡령터널 입구 산사태 등 사고를 그렇게 겪고도 여전히 이런 안전불감증이 고쳐지지 않고 있으니 그저 한심할 뿐이다. 도로변 절개지 곳곳에서 이처럼 산사태 위험이 있는 것은 공사비를 줄이기 위해 비탈면 경사를 완만하게 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토목기술상 문제가 뻔히 있는데도 돈 때문에 무리하게 추진했다면 이는 마치 대형 사고가 나기를 기다린 꼴이나 다름없다. 당국은 언제 무너질지도 모를 절개지 공사를 무책임하게 강행한 공사책임자를 문책해야 한다. 아울러 당국은 위험 절개지 시공회사의 부실공사는 없었는지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설계·시공·감리 등 공사 전과정에서 어디에 부실이 있었는지 철저히 밝혀내 민·형사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보강공사에 드는 일체의 경비와 피해보상을 건설회사측에 부담시켜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그러나 당장 시급한 것은 모든 위험요소에 대한 점검과 취약절개지에 대한 긴급보강공사에 나서는 일이다.

김대통령 남은 임기 1년 과제

어제로써 국민의 정부는 4년을 마무리하고 오늘부터 남은 1년의 임기가 시작된다. 앞으로 남은 1년은 결코 짧지 않은 기간이기도 하지만 그러나 할 일이 태산같다고 생각하는 김대통령 입장에서 보면 짧은 기간일 것이다. 지난 4년간 국정의 최고책임자로 김대통령의 업적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남은 임기를 어떻게 마무리하느냐는 중요한 과제이다. 김대통령 취임시 국민의 기대는 컸다. DJP 공동연합을 통하여 최초로 정권교체를 이룩한 김대통령은 IMF체제로 초래한 외환위기를 극복하고 햇볕정책의 일관성 있는 추진과 남북정상회담을 통하여 한반도에서 긴장을 완화시킨 것은 큰 치적이다. 그러나 인사정책의 평향성으로 지역주의를 심화시키고 제대로 준비하지 않고 무리하게 의약분업과 교육개혁 등을 추진함으로써 사회적 갈등을 야기시켰다. 더구나 최근에는 측근까지 관련된 각종 게이트가 발생, 노벨평화상까지 받은 김대통령의 리더십에 치명타를 가하고 있다. 일은 시작하는 것보다도 마무리하는 것이 더욱 어렵다고 한다. 첫째 김대통령은 이제 새로운 정책을 추진하기 보다는 지금까지 추진한 정책을 효과적으로 마무리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정부는 그동안 금융·기업·공공·노동부문 등 4대개혁을 비롯, 각종 개혁과제를 추진하였으나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고 있으므로 문제점을 분석하여 미진한 부문을 마무리해 경제회생의 걸림돌을 제거해야 된다. 둘째 금년은 지방자치단체 선거와 대통령 선거가 있다. 김대통령은 여당 총재직까지 사퇴하면서 정치의 중립성을 강조했다. 여당내의 경선이나 각종 선거에서 소위 김심(金心)이나 정부의 개입이 있어서는 안된다. 공정한 선거관리는 가장 중요한 국민의 정부 임기말 과제이다. 필요하면 중립내각을 구성해서라도 선거관리에 공정을 기해야 한다. 셋째 각종 부정부패의 철저한 조사이다. 최근 각종 게이트로 인하여 국민의 분노가 대단하다. 대통령 측근까지 개입되어 있어 몸통이 누구냐에 대한 국민적 의혹이 커지고 있다. 임기중에 이에 대한 의혹이 해소되지 못하면 차기정권까지 연결된다. 읍참마속(泣斬馬謖)의 심정으로 게이트 전모를 밝히고 관련자에 대한 엄정한 처벌과 함께 재발 방지책을 강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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